아마 오늘 글의 더 적절한 제목은 '고3 아들도 텔레비젼에 달겨들 게 만든 국민 첫사랑 수지'가 맞을 지도 모른다. 고 3이라는 이유만으로 보고 싶은 텔레비젼도 소파 곁에 서성이며 초조하게 들여다 보는(옆에서 텔레비젼 보는 엄마가 미안할 정도로) 아들이, <힐링 캠프>에 수지나 출연한다고 하자, 소파를 장악하고 앉았다. 역시 국민 첫사랑의 힘이다. 


아니, 아들이 권해준 다른 제목도 있다. '수지 웃어서 이뻐요' 라고. 

'낙엽이 구르는 것만 봐도 웃음이 나오는' 나이 스무 살, 무슨 말을 듣기가 바쁘게 '꺄르르~' 웃어대는 싱그러운 웃음의 수지가 이쁘긴 정말 이쁘다. 아들 말대로 한 시간 내내, 수지 웃는 것만 봐도 힐링이 될 것 같다. 

하지만 어떡하나, 저렇게 이쁜 수지는 사람들이 자신이 이쁘다고 하는 댓글이 제일 싫단다. 

운이 좋다고 본인 입으로는 말하지만, 초등 학교 4학년 때부터 춤과 노래가 좋았고, 중학교 때부터는 낮밤을 가리지 않고 춤에 열중하던 당찬 소녀 수지의 모습은, 책상 머리에 붙어서 대학을 목표로 불철주야 공부에 매진하는 열공 학생 못지 않은 또 다른 꿈의 열공생이었다. 운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쁘다는 댓글을 불편해 할 만큼 스물 살 나이에 자신의 직업에 투철한 프로의 모습이다. 


(사진; 서울 경제)


그런 그녀가 눈물을 흘린다. 

오랜만에 보는 아버지의 한 마디에, 엄마의 소감에, 자꾸만 눈물을 흘린다. mc들이 너무 바쁘지 않냐? 힘들어서 그러냐? 라고 묻자, 바쁜 건 괜찮단다. 힘든 건 참을 수 있단다. 하지만, 원하지 않는 일들로 인해 하고자 하는 일들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게 너무 힘들다고 한다. 사람들이 자신을 아이처럼 마구 다루다가, 어른처럼 견뎌내기를 원하는 게 너무 힘들다고 한다. 부침이 심한 연예계에서 인기의 부침으로 자신이 받을 상처는 감내해야 하지만, 자신의 가족들이 앞으로 받을 지도 모른 상처는 두렵다고 한다. 우울증인가 싶게, 웃다가도 웃음이 나온단다. 국민 첫사랑의 뒤안길이다. 그걸 본 아들은 마음이 아파한다. 


얼마 전 수지가 출연한 <구가의서> 종방을 하던 날, 수지는 바쁘게 어떤 영화의 시사회에 모습을 드러내 사람들이 혀를 찼었다. 그저 지켜보는 사람들이 보기에도 심하다 할 만큼, 국민 첫사랑이란 타이틀이 멍에로 보일 만큼, 여러 행사에 수지의 출연 빈도가 높다. 흔히 연예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말하듯, '물 들어올 때 노젓는' 방식일까? 소속 기획사의 여러 기획이 생각만큼의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는 이즈음, 사람들은 이곳저곳 가리지 않고 얼굴을 비추는 수지를 때로는 '기획사 소녀 가장'이란 이름으로 안쓰러워하기도 한다. 

그래도 어쩌면 지금 '국민 첫사랑'이름으로 한창 사랑을 받고 있는 수지는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수지는 그녀의 혹사를 안쓰러워하고, 그녀가 벌어들이는 수입의 불공정한 분배를 걱정할 만큼, 그리고 <힐링 캠프>에 나와서 자신의 속내를 얼핏 비추고 눈물을 흘릴 만큼의 위치가 된, 위너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지금 연예계에는 '국민첫사랑'이 되지 못한, '국민 첫사랑'이 되기 위해서라면 영혼이라도 팔 자세가 되어있는, 수지들이 얼마나 많을까. 또래의 평범한 청소년들이 부모의 온갖 보살핌과 재정적 후원을 받으며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편안한 환경에서 공부를 할 때, 또 다른 꿈을 향해, 그들 못지 않게 땀을 흘리는 누군가들은, 보장받지 못할 미래를 향해, 자신의 시간을 혹사당하고 있는 중이다. 그들 중 누군가는 수지의 말대로 운이 좋아, 국민 첫사랑이 되어 기획사와 수익 배분도 다시 하고, 속상하다 사람들 앞에서 토로도 할 수 있지만, 다른 수지들은 부당한 대우도, 가혹한 처사도 혼자 삼켜야만 한다. 


(사진; 데일리안)



재판도 끝나고, 공정위판정도 끝났지만 여전히 방송에서는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소속사의 부당한 대우를 항거해 나온 jyj 김준수의, 잠도 제대로 못자고 스케줄에 맞춰 김밥 한 줄러 겨우 때우며 보내던 만족할 수 없었던 무대를 보일 수 밖에 없었던  지난 시절에 대한 회고와, 수지의 고민은 같은 선상에 놓여 있다. 인기를 끌면, 그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돌려지는 아이돌, 그리고 인기를 얻지 못하면 그 인기를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많은 것을 감수해야 하는 아이돌, 아직은 청소년, 혹은 이제 막 어른의 문턱에 들어선 갓 새내기 청춘들이, 꿈이라는 미명 하에, 스타라는 허울 아래 질식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리고 그 아픔의 단편을 수지를 통해 확인했을 뿐이다. 

by meditator 2013. 7. 30. 09:54

장태하로 인해 죽은 자신의 아들의 복수를 하러 갔다가 부지불식간에 장태하의 아들 장은중을 유괴하고 말아버린 하명근 형사는 그 아들을 돌려주려 했지만 이미 그 자리를 차지해 버린 또 다른 장은중때문에 결국 장태하의 아들을 하은중은 만든 채 십년의 세월을 보냅니다. 


하지만 그 세월동안, 하명근 형사는 선배 형사였던 그리고 지금 하은중 형사의 상사를 만나 아직 하은중이 자신으로 인한 상처를 온전히 벗어나지 못했다고 하는 것처럼, 장태하의 아들에게 자신의 성, '하'씨를 물려주었지만, 그 아이의 이름 은중을 버리지 못하고, 자신의 아들이면서, 원수의 자식이라는 애증에 휩싸여 10년을 보냈습니다. 

어린 시절, 하명근 형사는 죽어가면서도 까먹던 자신의 아들을 떠올리며 기일을 맞이하여 사놓은 카라멜을 은중이가 동생과 신이 나서 까먹었듯이, 하명근 형사의 마음은 기른 정이라는 말로 놓여지지 않는, 은중이의 아비에 대한 10년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는 증오와, 그의 아들을 '유괴'했다는 자신의 범죄에 대한 자책으로 인해 늘 요동칩니다. 그리고 그 요동치는 마음은 고스란히 이제는 '하'씨가 된 은중에게 전달되어 아물지 않은 상처가 되었지요. 아들이 들어오지 않는 날을 체크하는 아버지가 된 하명근씨와 아버지의 옛날 경찰 복을 잊지 않고 세탁해 놓는 속정 깊은 아들 은중이는 여전히 어딘가 서먹한 그늘을 지울 수 없습니다. 


(사진; 뉴스엔)


하지만 그뿐일까요? 가끔은 내 속으로 낳은 내 자식이지만, 그 아이의 어떤 부분이 내가 참 싫어하는 배우자의 어떤 부분을 닮았을 때, 더 미워질 때가 있습니다. 괜히 넘어갈 거 한 소리 더 하게 되고, 심지어 어떤 분들은 대놓고, 넌 꼭 꼴보기 싫은 것만 닮냐고 지청구를 주기도 한다지요. 

아마도, 하명근씨도 그렇지 않았을까요. 이제는 내 자식이려니 키우려고 해도, 문득문득 그 아이에게서 느껴지는 낯설음 혹은 어떤 익숙함이 하명근 씨로 하여금 은중이에게 더 가까이 다가서지 못하게 하는 그런 면이 있지 않았을까요. 하명근씨에게 어딘가 친근함을 느끼며 다가서는 윤화영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내 자식이 살아있는 걸 알면서도 내 자식처럼 키우고 있는 장은중, 그리고 버젓이 생모가 있음에도 역시나 내 자식이려니 하고 키우고 있는 장주하, 때로는 집이 더 낯설 때가 있다는 그녀의 말은 그녀가 처한 상황에 대한 솔직한 고백일지도 모릅니다. 


9, 10회, 가족들과 함께 있을 때의 장태하, 하은중 두 사람의 모습은 그런 의미에서 참 비슷합니다. 

두 사람 모두 심하게 무뚝뚝합니다. 장태하의 무뚝뚝함은 '불도저'로 상징되는 고도 성장기의 건설 산업의 오너 그 자체입니다. '살인'을 불사할 정도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가로막는 누군가를 견디지 못하지요. 하지만, 냉랭한 아내가 자신을 외면하지 않고 함께 술잔을 나눠준다는 말에, 밖에서 밥을 먹었어도 앉아서 봐주겠다는 말에 풀어지는 얼굴에서, 장태하의 또 다른 이면이 보여집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아들 장은중이 놀릴 정도로 천하의 장태하 회장이 세상에 둘도 없는 아들 바보랍니다. 

그런데, 하은중 형사도 무뚝뚝하기가 장태하 저리가라입니다. 기업 회장이고, 그 일가이건 눈치고 뭐고 내가 하겠다면 하는 사람이 장은중입니다. 똑같은 스타일인데, 누군가는 그 스타일로 비리로 탑을 쌓아올린 기업인이 되고, 그 아들은 그 스타일로 돌직구 형사가 되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역시나, 아버지가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자신에게 애증의 태도를 놓지 않았는데도, 하은중 형사는 그 아버지의 직업인 형사를 하고 있고, 아버지의 옛날 제복을 세탁합니다. 심지어, 동생 바보랍니다. 툭툭 막말을 하는 듯 하면서도, 동생 옷을 만들어 입히고 싶을 정도로 동생 걱정이 앞서고, 잠은 못자도 동생 입사 선물을 사는 바보 맞습니다. 


김재원 박상민 스캔들

(사진 ; tv데일리)


이런 장태하를 가장 닮은, 이른바 '물보다 진한', '피는 못속이는' 하은중 이기에 아버지 장태하와 더 첨예한 대립각을 세울 것입니다. 동생 바보 였던 그 마음이 어느새 슬그머니 우아미 바보로 옮길 조짐을 보이고 있는 하은중은 우아미를 집에 데려다 주면서 이미 우아미 남편인 공기찬의 사망 사건은 자신이 책임지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런데, 우아미의 집이 날아가고, 우아미는 다쳤으며, 그녀의 손에서 'th'의 이니셜이 새겨진 커프스가 발견되었으니 하은중은 더욱 그 불도저처럼 자신의 신념을 밀고 나가겠지요. 


최근 드라마를 통해 재벌들의 이야기가 많이 다뤄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드라마 속 재벌들이 대부분 좋은 사람만은 아닙니다. 고도 성장기의 신화 속에 가려져 있던 그 모습들이 여러 드라마를 통해 낱낱이 까발려지고 있으니까요.

배유미 작가는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갑니다. 내 아들을 죽인 재벌, 그리고, 이제는 자신의 이익을 지키려 자신의 아들을 죽이려고 하는 재벌의 모습을 통해, 논리적인 분노를 넘어, 인간적으로 분노하게 만드는 재벌의 모습을 통해, 공분을 느끼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웃 이야기는 세상에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꺼리가 되지만, 그게 내 처지가 되면 사정이 달라지듯이, '피'로 얽혀지며 아비와 자식이 서로를 겨누는 이야기는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공감을 낳을 수 있을테니까요. 


by meditator 2013. 7. 29. 10:03

'어휴, 덥겠다~'

이번 전기 없이 1주일 살기 미션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저런 말이 튀어나온다.  비만 안오면 사람을 구워먹을 듯이 푹푹 찌는 날씨에, 비오듯 흐르는 땀으로 온몸을 적시며 자전거를 돌려 전기를 만들어 봐야, 불 켜고, 기껏해야 조그만 선풍기 한 대 겨우 돌리는데 그 조그만 선풍기 앞에서, 그게 아니라도 늘 땀을 흘리는 김준현을 비롯한 여섯 남자들의 호구지책은 궁색하다 못해 안쓰럽기 까지 하다. 게다가 전기 없이 살기라고 해서, 그저 불만 안들어오는 줄 알았더니, 냉장고에, 엘리베이터에, 에어컨에, 전기 밥솥에, 역대 최강으로 멤버들을 곤혹스럽게 만든다. 심지어, 자동문은 불가항력이다. 




이제는 '~없이 살기' 미션에 제법 적응한 멤버들은 언제나 그렇듯 전기없이 살 수 있는 여러가지 도구들을 찾아낸다. 가장 기본적으로는 자전거를 타서 전기를 만드는 수동 발전기를 비롯하여, 태양열로 핸드폰을 충전할 수 있는 충전기, 그리고 태양열 충전 가방 까지 '궁즉통'이라고 당장의 전기없는 최악의 상황은 피해간다. 

제작진은 '이열치열'이라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더운 여름에 전기 없이 살기라는 무모한 미션을 제시했을 것이다. 더울 수록 에어컨 등 전기에 의존도가 높으니까. 미션의 효과도 극명하게 드러날 테니까. 마지막날 멤버들이, 그간 사용한 도구들을 앞에다 쭈욱 늘어놓고 총평을 하듯이, 언제나 그렇듯, '~없이 살기'의 1주일은 역설적으로 그 미션 대상이 얼마나 내 삶에 밀착되어 있는지를 깨닫게 되는 시간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전기 없이 살기 1주일의 결론, 전기는 소중하다는 다른 미션의 결과물과는 좀 다른 뉘앙스를 풍긴다. 


처음, 삼무, 핸드폰, 텔레비젼, 컴퓨터를 없이 살기의 경우 처음엔 멤버들이 금단 증상으로 고생은 했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 수록 오히려 문명의 이기에 노예가 되었던 자신의 삶을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자동차 없이 살기 역시 연예인으로서는 무모하다 싶었지만 걷고, 함께 차를 타며 이루어 나가는 잊혀졌던 아날로그한 삶의 잔상을 깨닫게 해주는 시간이었다. 심지어 최근의 물 없이 살기조차, 겨우 20L라는 소량의 물로도 너끈히 살아내는 이제는 '~없이 살기'에 제법 적응한 멤버들의 내공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으며, 노력만 하면 얼마든지 물을 아끼며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런데, 이번 '전기 없이 살기'의 경우, '전기 보안관'을 자처하며 혹은 '빛돌이' 분장까지 감수하며 캠페인을 벌인 다양한 전기를 아껴쓰는 방법들도 유의미하긴 했지만, 안타깝게도 그보다는 '전기가 없으면 안되겠구나!'란 뼈저린 깨달음이 좀 더 앞선 시간이 돼버렸다. 여섯 멤버들은 코요테의 노래에 맞춰 각각의 개인기까지 얹어 율동과 노래를 하며 즐겁게 자전거 발전기를 돌리려 애썼지만, 마지막 날 김준현이 몇 번 목에까지 울컥 차올랐다는 고백이 전혀 이물감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전기 없이 살기 1주일은 전기 의존의 불가항력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시간처럼 보였다. 그것은 아마도 가장 결정적으로는 정말로 겨루어 볼 만했던 다른 미션과 달리 '전기'라는 존재가 우리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조건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더운 여름날 너무 무모하게 밀어붙인 제작진의 야심(?) 도 있지 않을까 싶다. 


(사진; TV리포트)


실제 멤버들이 찾아간 친환경 마을처럼, 여러 곳에서 '전기 없는' 생활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그곳에서의 생활이, 멤버들이 찾아간 그 마을처럼 음식 하나를 하려면 우선 아궁이부터 만들고, 장작부터 패야 하는 원시적 상황일까? 전기가 없이도 살아낼 수 있는 여건을 보여주려면 조금 더 현실에 와닿을 수 있는 여건을 보여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멤버들이 일시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자전거 발전기를 상시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경우나, 태양열 조리기처럼, 전기 없이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도구 등을 좀 더 보여주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더운 여름에, 무지막지하게 땔감부터 해대며 원초적인 방식으로 하루종일을 투자해 요리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건, 안타깝게도 전해주려는 메시지의 왜곡을 낳을 우려가 큰 것이다. 


또 하나, 최근 <인간의 조건>에서 여러가지 캠페인 성 미션을 시도하다 보니, 그와 관련된 장소를 찾아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전기 없이 살기' 미션의 경우는 그 찾아가는 장소가 좀 잘못 선정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전기 없이 살기'를 한다면 물론 소중한 전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 가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기를 없이, 혹은 전기에 덜 의존을 하고 살려는 시도들을 좀 더 보여주어야 하지 않았을까? 즉, 전기가 만들어지는 발전소를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대체 에너지를 활용하는 사례들을 좀 더 보여주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태양열 난방 시스템을 마련한 광명시라던가, 우리나라는 아니지만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걸음 에너지를 모아 전기를 만드는 외국 사례 등, 대체 에너지에 대한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는 노력이 아쉬웠다. 그토록 멤버들을 고생시킨 더위의 경우도, 실제 일본에서는 지열을 이용한 냉난방을 하는 걸 보면, 찾아보기만 하면, 무식하게 견디는 게 능사가 아닌 사례는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실제 태양의 도시로 알려진 독일의 프라이브르크의 경우를 보면, 도시 전체가 태양열을 통해 움직이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전기가 없이 견디는  것이 아니라, 좋은 전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 관건인 것이다. 


<인간의 조건>이 제시하는 미션은 두 얼굴을 가진다. 한 면에서는 문명의 수단인 미션 대상을 '~없이 살기'의 1주일을 통해, 완전한 독립은 아니더라도, 최대한 덜 의존적인 삶에 대한 여지를 고려해 볼 수 있도록 하는 것과, 또 한 가지는 미션 대상의 부재를 통해, 그 소중함을 깨닫고 그것을 좀 더 아끼도록 노력하자는 이중적 의미를 가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번 전기 없이 살기의 1주일은 어쩐지, 첫번 째 목적에서, 더운 날씨로 인해, 백기를 들고 항복한 느낌이 나는 것이다. 다음에, 조건이 극악하지 않을 때 차분하게, 대체 에너지에 대한 고민을 좀 더 해봐가면서 보는 사람도, 저 정도면 나도 해볼만 한데 하는, 여유로운 전기 없는 1주일의 재시도는 어떨까?  '전기없는'이라는 말만 들어도 멤버들이 기함을 하고 도망가 버릴까? 






by meditator 2013. 7. 28. 10:07

"개라도  키워서 다행이야"

서인국이 바쁜 스케줄로 인해 잠시 하차를 하고 대체 멤버로 강타가 등장했다. 최근 '핫젝갓알지'등 1세대 아이돌의 '역습(?)' 에도 불구하고, 뜬금없다는 세간의 평처럼, 그의 등장은 최근 연예계 흐름에서 그닥 화제성도 없었고, 캐릭터로도 그닥 신선하지도, 산뜻하지도 않았다. 오죽하면, 강타보다, 그가 키우는 개가 더 화제가 되었을까. 이제는 하나의 제국이 되어버린 sm 소속의 강타는 언제나 그 소속사의 스타일대로 소속사 후배들을 등장시키며 sm버전 <나 혼자 산다>를 만들어 가려 했지만 오히려 지금까지의 <나 혼자 산다>의 흐름과는 이질적이라는, 혹은, sm이 그러면 그렇지 라는 평을 얻었을 뿐이다. 

그러니, 새로운 멤버의 등장으로 프로그램이 활기를 띠어야 하는데, 오히려 < 나혼자 산다>는 안그래도 멤버간의 조합을 통한 시너지의 발휘가 잘 되지 않는 프로그램인데다, 이질적인 멤버의 등장으로 더더욱, 프로그램 자체가 붕뜬 느낌을 지울 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 바로 <나 혼자 산다>의 구세주가 등장한다. 바로 특급 게스트 김제동과 김용건이다.


(사진; tv리포트)


사실 <나 혼자 산다>의 자원은 무궁무진하다. 17년째 혼자 사는 김용건에, 세상이 다 아는 노총각 김제동뿐만이 아니라, 연예계를 뒤져보면 얼마나 혼자 사는 사람이 많겠는가. 그 자원을 적절히 활용만 한다고 해도, <나 혼자 산다>의 롱런은 떼놓은 당상이다.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멤버의 충원에도 불구하고 정체된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특급 게스트를 등장시킨 <나 혼자 산다> 제작진의 묘수는 11.4%(닐슨 코리아)의 자체 최고 시청률로 성공을 입증한다.


26일 <나 혼자 산다>는 하루 종일 두 게스트와 함께 한 일정을 담았다. 

김제동, 김용건 두 게스트의 캐릭터를 한 마디로 정의내리자면 '반전'이 아닐까? 불쌍한 노총각으로만 알려진 김제동이 처음 멤버들을 데리고 간 곳은 '진관사'라는 북한산 자락에 자리한 절이었다. 여자들이 많다는 말에 가슴이 부풀어 기대했던 김광규의 기대를 무참히 저버리게, 그곳에서 멤버들을 맞이한 것은 중년의 여승들이었다. 게다가 이어서 간 곳은 승마장. 찌질하고 궁상맞을 거라는 기대와 달리, 노총각 김제동은 스님들과 차의 훈향을 음미하고, 비록 아직은 뻣뻣하지만, 말과의 교감을 즐기는 멋진 독거남의 반전 묘미를 보여주었다. 

17년차 독거남 김용건은 한 술 더 뜬다. 후덥지근한 장마철에, 흰 바지에, 와이셔츠, 양복, 심지어 보라색의 버버리까지 장착한 김용건은 그가 즐겨찾는 청담동의 외국 서적이 전시되어 있는 분위기 있는 카페로 후배들을 불러들인다. 게다가 그 후배들과 함께 한 첫 여정이 그림 전시회요, 어머니의 묘소를 들렀다 이어 들린 곳은 패션을 즐긴다는 그가 자주 찾는다는 아울렛 매장이다. 꼭 옷을 사지 않더라도 마음에 드는 옷을 입어보며 한 매장에서 30여분을 보내는 그의 모습에, 느긋하게 그림을 음미하는 김용건의 모습에서, 17년을 혼자 견뎌온 삶의 처량함은 찾아보기 힘들다. 


김제동, 김용건 두 게스트가 보여준 모습은, 마치 '세상은 넓고 즐길 것은 많다'라는 삶의 숨겨진 또 다른 명제와도 같다. 정해진 멤버들의 미션을 통해 보여지는 것과는 다른, 한 사람이 살아가면서 체득하여 즐기는 것들에서 빚어지는 즐거움은 그 사람의 체취처럼 많고 많은 취미 중 그만의 색다른 색깔로 다가온다. 

어려운 시절 꼭 종교란 범주를 넘어서 찾아가 스님을 붙잡고 울다가 이제는 정이 들어 즐겨 찾게 되는 절, 사지 않더라도 그저 좋아서 입어보고 거울을 통해 그런 자신을 미소 지으며 바라보는 시간이 좋은 옷 쇼핑, 그리고 아들조차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그림을 그리게 만들었던 그림 감상처럼, 김제동, 김용건이라는 사람을 통해 다가온 취미들은, 꼭 혼자 사는 삶이 아니더라도 찾아보면 인생을 다채롭게 만들 것들이 많이 있구나라는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나 혼자 산다 김광규 이성재

(사진; tv데일리)


단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굳이 왜 한 회에 두 명의 게스트를 초대해 흐름을 끊어가면서 주마간산격으로 보여주기에 급급했는가 하는 것이다. 김제동이면 김제동, 아니 김제동과 함께 한 산사, 혹은 승마장 처럼, 한 사람 별로, 혹은 한 아이템 별로, 충분히 천착하며 즐길 요소들을 소개해 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아마도 그것은, 게스트와 아이템의 문제라기 보다는, 멤버들의 한계에 기인하는 점이 클 것이다. 중복되는 것이 뻔함에도, 김광규라는 멤버를 김제동, 김용건 두 사람의 일정에 동행시킬 수 밖에 없는, 게스트와 멤버 사이의 시너지를 만들어 낼, 혹은 예능 포인트를 찾을 멤버가 김광규 밖에 없다는 한계를 드러내 보인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 김광규가 더 많이 리액션을 보인 곳은 분량이 많고, 그렇지 않은 곳은 적어지는 것이 확연히 드러난다. 그림처럼 김광규가 문외한이라거나, 패션 매장처럼 김광규가 관심을 보이지 않는 곳은, 찾아낼 많은 볼거리가 있음에도 그것을 발굴해내지 못한 채 이러고 살아요 수준의 소개에 그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금요일 밤에 안정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나 혼자 산다>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딜레마이다. 노홍철이나 김태원은  재밌지만 신선하지 않고, 데프콘은 먹방이 아니면 재밌지 않고, 이성재는 기복이 있고, 새로 들어온 강타조차 심심하니, 제작진의 포인트는 자꾸 모든 지점에서 재미를 유발해 낼 수 있는 김광규에 의지해 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점을 개선하지 않는 한에서 <나 혼자 산다>는 게스트가 아니고서는 지루한 프로그램이 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무궁무진한 게스트가 포진해 있다는 점이 타고난 흥복이라면 흥복일까. 

그런 의미에서 김제동, 김용건 두 게스트가 방문한 26일의  <나 혼자 산다>는 프로그램의 명과 암을 극명하게 보여준 한 회였다. 





by meditator 2013. 7. 27. 10:04

교육위원회 위원의 조사가 다가오자, 용현자 교장 선생님은 마여진 선생이 더 이상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교육 방식을 바꿀 것을 촉구하며 말한다. 

"제가 선생님을 받아들인 건, 선생님의 교육 방식이 맘에 들어서가 아니예요. 전 선생님의 교육 방식이 맘에 들지 않아요. 단지 선생님이 그 어떤 선생님보다도 아이들을 사랑하는 걸 알기에 우리 학교로 모신 겁니다"라고.


(사진; 스포츠 월드)


마여진 선생의 교육 방식은 '독선적'이고, '억압적'이다. 교육 위원의 질문에 아이들은 아니다 라고 대답할 추호의 여지도 없이. 그리고 14회에 이르른 <여왕의 교실>은 마여진 선생님이 왜 그런 방식으로 아이들을 가르쳤는가가 드러나고 있다. 

부모들이 하라고 하니까 공부를 하고, 잘 되야 한다니까 더 좋은 학교를 가기 위해, 이담에 좋은 직장을 가지기 위해 공부를 하고,그렇게 공부만 하다보니 자기 자신 밖에 모르는 아이들은 호시탐탐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을 외면하고 상처를 주고 왕따나 시키는. 이것이 바로 마여진 선생님이 진단한 6학년 3반의 현재이고, 텔레비젼 밖에 우리 아이들의 현실이다. 

그렇게 친구의 소중함, 나아가 인간의, 생명의 소중함을 모른 채, 입시 교육에만 매달려 고사당하는 아이들을 제대로 세우기 위해, 마여진 선생이 선택한 방식은 역설적이게도 가장 반교육적인 방식이다.



마여진 선생은 결국 쓰러지게 될 만큼 자신을 혹사해 가며 아이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하나를 비롯해, 오동구, 서현이, 보미, 그리고 전학온 도진이에 이르기 까지 각 아이별 맞춤 교육 해법을 실행했다. 

그런데, 부모들은 어떤가? 

드라마 속 부모들은 내 자식을 좋은 대학을 보내기 위해 매진하는 맹목적인 부모의 모습으로 드러난다. 그리고 아이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좋다는 학원에 아이들을 보내고, 아이들의 친구 관계를 코치하고, 학교 생활의 모든 것조차 장악하고자 한다. 

자녀의 일에 지나치게 간섭하며 자녀를 과잉보호하는, 특히 교육과 관련된 문제에 지나치게 관여하는 헬리콥터 맘이요, 통제와 관리, 한 치의 흐트러짐도 용서하지않는 엄격한 규칙을 강요하는 타이거맘들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런 과잉 보호와 간섭은 다 아이들을 사랑해서이다. 제 아무리 마여진 선생이 아이들을 사랑한다 해도, 부모들만 할까.

이런 적극적인 부모들의 교육열 덕분에 대한민국이 이 정도로 발전했다는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최근의 현실에 비추어 보면, 바로 이런 부모들의 과도한 교육열로 인해 아이들의 온실 속 화초처럼 자생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닮지 않았는가? 비난의 대상이 된 마여진 선생의 교육 방식과 현재 학부모들의 교육 방식이.

부모들 역시 아이들이 경쟁 사회 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이유로, 그저 너를 생각해서 그런다는 토를 달면서, 아이들을 냉험한 경쟁의 교육 체계 속으로 밀어넣는다. 그리고 마여진 선생은, 부모들이 해오던 방식, 그리고 초반에도 드러나듯이, 부모들이 가장 원하던 방식을 더 혹독하게 밀어부침으로써 아이들이 튕겨져 일어설 때까지 아이들을 밀어부친다. 

철을 제련할 때 구부러뜨리고 싶은 반대 방향으로 쳐야 철이 제대로 원하는 방향으로 돌아가듯이, 경쟁 교육 속에 고사 당하는 아이들이 스스로 서기 위해, 마여진 선생이 택한 방식은 '매우 혹독하게 더 세게' 아이들을 다루는 것이다. 마여진 선생님마저 동의하지 않을 정도로 마여진 선생의 교육 방식은 옳지 않지만, 14회에 이르러 달라진 아이들의 모습에서도 알 수 있듯이, 결국 아이들은 그 정도의 충격 요법이 필요할 정도로 심하게 왜곡된 삶을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마여진 선생의 교육은 불편해 하지만, 사실은 그것만큼 불편하게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는 사실엔 무감하거나, 외면하고 싶어하거나, 사랑의 이름으로 혹은 세상을 핑계로 둘러대고 싶어한다. 


(사진; tv리포트)


교육 위원의 참관 수업 시간, 달라진 아이들은 당당하게 마여진 선생에게 질문한다. 

왜 배워야 하는 거냐고. 그러자, 교육은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고 마여진 선생은 대답한다. 물론, 이런 그녀의 교육론에 여러가지 동물의 사례를 들어,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지만, 마여진 선생이 말하고자 한 취지가 무엇인지는 알 수 있다. 

생명이 있는 것들 중 가장 무능력하게 태어난 인간은 그러기에 그 어떤 생명체보다 교육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그것은 일찌기, 공자님이 말씀하시듯이,' 배우고 때로 익히지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라는 원론적 해석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왜, 이런 배움의 즐거움을 잃게 만들었는가? 굳이 <여왕의 교실>을 시청하지 않아도, 누구나 무엇때문이라는 걸 다 안다. 하지만, <여왕의 교실>은 그 이 시대의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생존을 향한, 경쟁 사회의 교육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마치 왜 살아야죠? 하는 것처럼, 왜 배워야 하죠? 공부는 해서 뭐해요? 라며.

그리고 그 질문의 방향은 10시에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에게 향해있다. 비슷한 방식으로 아이들을 교육하는데, 아이들을 온실 속 자기 밖에 모르는 화초로 만드는 부모님이랑, 그런 아이들을 다시 자생력을 가진 주체적 인간으로 되돌려 놓는 마여진 선생의 교육을 보며, 나의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까, 아니 어떻게 키우고 있나?를 질문하게 만든다.. 이게 <여왕의 교실>이 어린이 드라마가 아닌, 10시에 방영되는 미니시리즈인 이유이다.   하지만 여간해서는 오르지 않는 시청률에서 보여지듯이,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교육에 대해 던지는 직설은 불편한 듯하다.








by meditator 2013. 7. 26. 10:10

17일 공개된 jtbc의 새 예능 프로그램 티저 영상이 공개되었다. 

영상 속 막 샤워를 마치고 나온 듯한 성시경에게 신동엽이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처음이지?'라는 질문을 던지고 머리를 쓰다듬는다. 19금의 이상 야릇한 상상을 자아내기에 충분한 이 티저 영상은, 신동엽, 성시경 등이 mc로 참여한 '마녀 사냥-남자들의 여자 이야기'의 홍보용 영상이었고, 그런 야릇한 영상을 통해 이 프로그램이 19금의 여자 이야기를 다룰 것이라는 것을 전달하고자 했다. 

여기서, 티저 영상 속 '변태스러운' 행동을 보이는 신동엽의 모습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제' '그러려니' 한다. 왜? 신동엽이니까. 그리고 저런 '변태스러운' 모습을 대체할 만한 신동엽이 아닌 다른 누군가를 떠오르기는 더더욱 힘들다. 그건 이제 신동엽의 전매특허이니까. 


신동엽은 대한민국의 몇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의 내로라하는 mc이다. 강호동, 유재석 등과 같은 세대이지만, 그들이 무명을 달리던 시절부터 이미 신동엽은 스타였었다. 하지만 일찌기 스타였고, 최고의 개그맨이자, mc이던 그였지만, 순탄치만은 않은 길을 걸어왔다. 마약 사건으로 인해 연예계 퇴출 위기에 몰렸던 적도 있었으며, 가깝게는 무리하게 벌인 사업 때문에 많은 것을 잃고 본의 아닌 공백기를 가져야 하기도 했었다. 그게 아니라도 '리얼 버라이어티'가 대세였던 시절, 그 흐름에 적응하지 못한 신동엽은, 강호동과 유재석의 투 톱 체제에서, '지는 해'로 규정당하곤 했었다. 

그러던 그가, 이젠 '변태신'으로 까지 불리며 <snl 코리아>등을 비롯한 다수의 프로그램에서 비범한 능력(?)을 뽐내고 있는 중이다. 




신동엽과 강호동은 닮았다.

우선은 sm이 아이돌 시대의 하강기를 대비해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smc&c의 쌍두마차이다. 한때는 가장 잘 나가던 mc의 최강자이지만, 또한 본의든, 아니든 구설수로 인하여 공백기를 가지게 된 것도 비슷하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꼽자면, 변화하는 예능 프로그램의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혼란기을 겪었다는 점이다. 거기서 단지 다른 게 있다면, 신동엽은 그 혼란기를 겪고, 자신만이 잘 할 수 있는 걸 찾아내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면, 안타깝게도 강호동은 혼란기의 구렁텅이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아니 이제 막 그 구렁텅이에 빠진 걸 느끼고 있는 중이라는 것이다. 


신동엽이라고 리얼 버라이어티를 하지 않은 건 아니다. mbc의 '<오빠 밴드>도 했었고, 조금은 다른 형식이지만, <골드 미스가 간다>의 mc역할을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예능 프로그램에서 내가 잘 하는 것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 야외에서 혹독하게 리얼 버라이어티를 하는 건 맞지 않는다. 소리지르며 오바하는 걸 못하고 에너제틱하지 못'한다'며, 대신 조곤조곤 이야기를 나누거자, 콩트를 하는 게 더 잘 맞는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다행히,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한 풀 꺽이고, 신동엽 자신도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는 대신에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걸 찾다보니, 오늘날, '변태신'의 경지에 오르게 된 것이다. <snl 코리아>는 워낙도 야설같은 프로그램이었지만, 신동엽이 합류하면서, 공중파에서는 감히 시도해 볼 수 없는 케이블이 할 수 있는 19금 코드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화신>이던, <안녕하세요>에서 신동엽만의 '야릇한' 특성이 살아있는 토크는 지속된다. 심지어, <불후의 명곡>도 그 진가는 숨겨지지 않는다. 


반면, 강호동은 고전 중이다. 리얼 버라이어티의 상징과도 같았던 그가, 1년 여간의 칩거 후 복귀를 하니, 시절이 바뀌어 가고 있는 중인 것이다. 물론 강호동도 변신을 하고자 했다. 지금은 땀냄새가 풀풀나는 <우리 동네 예체능>의 전신은 스튜디오에서 책을 읽고 그와 관련되 이야기도 나누고 게임도 하는 <달빛 프린스>였다. 이것이 그가 선택한 다른 길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의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건 처음부터 잘못끼워진 단추였고, 번지수를 잘못 찾아도, 한참 잘못 찾은 선택이었다. 강호동은, 신동엽이 잘 하지 못한다는, 우렁찬 목청으로, 출연자들을 강제에 가깝게 독려하며 무리한 미션을 수행하게 하는, 리얼 버라이어티에 가장 최적임자였으니까. 결국, 강호동의 <달빛 프린스>는 초라한 성적을 받아들고 강호동만, 그리고 강호동이 데리고 온 같은 소속사 식구들만 살아남긴 채 강호동이 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변경되었다. 심지어, 같은 리얼 버라이어티 <맨발의 친구들>조차 이젠 <우리동네 예체능>화 되고 있다. 심지어, 시청률까지도.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의 폐지설이 제기된 가운데 강호동이 소속사의 입을 빌려 이를 일축했다./스포츠서울닷컴DB


이른바 최근에 불거지고 있는 '강호동 위기론'이 그렇다면 단지 리얼 버라이어티 라는 장르의 부침 때문일까? 하지만 다른 프로그램도 있다. <무르팍 도사>도 있고, <스타킹>도 있다. 하지만, <힐링 캠프>에 1인 토크쇼 제왕의 자리를 넘긴 <무르팍 도사>는 최근에 보면 게스트 섭외조차 여의치 않아 보이고, <스타킹>은 이제 화제에 오르지 조차 않는다. 

강호동 위기론의 실체는 오히려 시청률에 있지 않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뻔함'이다. 강호동이 진행하고 있는 몇 개의 프로그램을 나란히 놓고 보면 거기에 나오는 강호동은 똑같다. 샤우팅 하는 것도 똑같고, 리액션도 똑같고, 다음에 어떤 행동을 할 지도 예상이 될 정도다. 심지어 그가 자숙하기전 1년 전과도 똑같다. 


그리고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감의 상실'이다. 예전과 똑같은 상황에서 똑같은 행동을 하는데 강호동이 예전의 강호동이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본인은 예전과 같이 하려고 하는데, 돌아오는 반응이 다르니까. 위축이 된다. 웅크러든 시베리아 호랑이는 호랑이가 아니다. 예전에는 무엇을 해도 '국민 mc'였는데, 이제는 무엇을 해도 안된다. 

그런 강호동의 자신없음은 함께 하는 사람들에서도 드러난다. 신동엽은 단촐하다. smc&c소속이지만, 신동엽의 프로그램에서 그 소속사의 냄새를 느끼기는 쉽지 않다. 종횡무진 어디서 누구와도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강호동은 어디를 가나, 자신의 소속사 식구들과 함께 한다. <맨발의 친구들>에는 은혁, <우리 동네 예체능> 이수근, 최강 창민, <무르팍 도사> 이수근, 장동혁 등 노골적이다. 그러기에, sm의 예능 장악의 교두보 역할을 한다 더 욕을 먹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것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오히려, 강호동의 자신감 부재가 낳은, 그리고 달라진 예능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안일한 판단의 결과가 더 클 것이다. 원래 아이들이 자신감이 없을 때 붙잡고 늘어지는 것이 엄마 치마폭이다. 


강호동은 1박2일을 통해 '국민mc'란 칭호를 얻었다. 그리고 여전히 그 시절의 컨셉을 놓지 못하고 있다. 이수근을 옆에서 놓지 못하는 것도 그러하거니와, 그 예전 젊은 이승기와 콤비 플레이를 해서 얻어냈던 효과를 최강창민이나, 김현중, 은혁 등을 통해 재현하고자만 한다. 심지어, <맨발의 친구들>의 구원 투수로 은지원을 다시 불러냈다. 시청률의 문제가 아니다. 이제 강호동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화제가 되지 않는다. 예전에 그가 어디가서 무엇을 먹어도 그게 동이나곤 했는데, 이젠 두려움을 참고 높은 다이빙대에서 뛰어내려도, 코트의 바다을 땀으로 적셔도 관심을 끌지 않는다. 강호동, 이수근이 좋았던 건 옛날이다. 은지원도 마찬가지다. 젊은 청년과의 호흡으로 뭘 어떻게 해보겠다는 건, 이제 아이돌만 데리고 무얼 한다고  보아주지 않는다. 할배들이 예능을 하는 시대다. 시대는 바뀌었는데, 강호동은 지난 영광의 자락을 잡고 매달리고만 있다. 


신동엽이 처음 <snl코리아>에서 변태 콩트를 했을 때, 혹자는 신동엽이 갈 때까지 갔다고 혹평을 하기도 했었다. 최고의 mc 자리를 스스로 내려 놓았다고까지 평가를 했었다. 물론 늘 잘 돼지는 않았다. <화신>에서도 19금 콩트를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않았다. 하지만, 신동엽은 멈추지 않았다.  요즘 신동엽은 활기가 넘친다.  예전의 최고의 mc라 칭해지던 시절과는  또 다른 '맛'이다. 그건 시청률이나, 화제성과는 별개의 문제다. 자신이 잘 하는 건, 혹은 잘 해보고 싶은 것을 하는 사람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다. 지금 신동엽은 다시 전성기다. 

그리고 강호동에게 필요한 건, 섣부르게 욕심낼 제왕의 자리가 아니다. 조금 에돌아 가더라도,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걸 모색하는 시간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거대 소속사에 기대어, 예전 동료들에 기대어, 안이하게 꼼수를 부리는 강호동에게 시간이 그리 많이 주어져 보이지는 않는다. 







by meditator 2013. 7. 25. 10:15

상어가 벌써 18회가 끝났다. 

되돌아보면, 김준이 나타난 이후 두 사람이나 죽었고, 한 사람이 크게 다쳤으며,  해우의 아버지와 해우가 할아버지의 실체를 아는 등 많은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18회 라는 자막을 본 순간, 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분위기만 잡다가 끝나는 거 같을까?


17,8회의 거의 대부분은 복수의 주체 김준, 즉 한이수의 아버지의 과거에 대해 한이수와 조해우 등 관련된 사람들이 알아가는 것으로 메워졌다. 

한이수의 아버지가 책방 주인과 함께 광주 진압군이었으며, 그 이후에 고문 기술자인 그림자로 암약했었다는 캐릭터 설정은 무시무시하다. 그리고 과거를 덮어두라는 조상국 회장(이정길 분)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복수에 한 발, 한 발 다가서던 김준, 즉 한이수는 결국 아버지의 과거와 조우하게 되고, 강이수의 살인범이 아버지일 지도 모른다는 결론에 이르르며 절규한다. 그토록 집요하게 추구했던 복수의 의미가 퇴색되는 순간이다. 




여기서 문제는, 시청자들은 이 사실을 이미 첫 회에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시청자들은 이미 오래 전에 안 사실은 말로만 잔뜩 위협하다, 17,8 회에 가서야 주인공의 발목을 잡는 결정적 사안으로 써버리니 보는 사람들 심정은 어떨까? 서, 설마 저 이야기만 하고 말지는 않겠지 했으나, 언제나 그렇듯, 상어는 1회 1떡밥의 대 명제를 절대 벗어나지 않고 담백하게 한이수 아버지 과거를 가지고 마지막회 전주차를 보냈다. 

심지어, 그간, 시청자들이 궁금해 마지 않던 김준의 친구, 수현(이수혁 분)이 강이수의 아들이었다는 사실이 뜬금없이 툭 튀어 나왔다. 그간 전혀 어떤 조짐도, 복선도 없다가.  그리고, 한이수 아버지의 과거로 인해, 강이수의 아들은 김준과 소주 한 잔을 나눠마시더니, 대뜸 복수의 노선을 바꾸는 듯 하다. 이미 시청자들은 알고 있는 전후 좌후 사정을 드라마 속 등장인물들만 모른 채, 단세포 동물처럼, 이번에는 니가 원수야? 내 칼을 받아라 하는 식이다. 이건 개그 콘서트 용 개그감 아닐까.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한이수의 복수는 지지부진하다. 


<상어>가 답답한 가장 큰 이유는, 드라마가 시청자들에게 던진 이른바 떡밥, 즉, 드라마를 이끌어 가기 위해 던진 질문들의 답이 너무나 느리게 전개된다는 것이다. 

앞서의 경우처럼, 시청자들은 이미 드라마가 시작될 때 안 한이수 아버지의 과거사를 드라마가 다 끝나가는 이제서야 터트린다던가, 조상국 회장의 생모가 거창에 살아있었다는 사실은 안건 지난 주 였는데, 이번 주에야 겨우 찾아가고, 그리고 그 생모가 가진 짐은 다음 주나 되어야 해우의 손에 들어올 듯하다. 자이언트 호텔 사장으로 김준이 나타나 그럴싸 하게 자이언트 호텔이 합병하려던 호텔을 먹어치우는가 싶더니, 정작 가야 호텔은 아직도 조의선 사장을 붙들고 물밑 작업 중이다. 그 역시 마지막 회나 가서야 윤곽이 드러날 듯하다. 


조해우가 알고, 조의선 사장이 알게 되지 않았냐고, 18회 쯤 되다보니, 억하심정으로, '그래서 뭐?'란 반문이 올라온다. 심지어 조상국 회장의 과거가 '그래서 뭐?'라고 까지. 

드라마에서 그려낸 조상국 회장의 과거사가 역대 모 대통령과 비슷하다 하여, 조상국을 누군가를 상징적으로 그려낸 캐릭터라는 풍문이 떠돌기도 했지만, '친일 반민족 행위 진상 규명 위원회' 등의 활동을 통해 이미 우리 사회에서 누가 과거에 어떤 일을 했는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누군가의 업적이 미화되고, 박물관이 세워진다 하는 상황에서, <상어>가 조상국 회장의 과거 사실 자체만을 가지고 전전긍긍 많은 시간을 끌어온 것이 과유불급이다 싶기도 하다. 범죄를 저질러도 우리 집만 부자로 만들어 준다면 그 사람을 뽑아주는 그런 사회가 된 사회에서, 과거가 무슨 소용이 있나 싶은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18회라는 긴 시간을 드라마 <상어>는 무엇을 했을까?

'딴딴딴딴~' 하는 전주에 맞춰 흘러나오는 보아의 간드러진 목소리가 덧입혀진 OST에 맞춰 조해우와 김준이 사랑을 했다. 

이전의 상어에 대한 리뷰에서, 복수가 달콤한 이유는, 그것을 머리에 상상하는 순간 달콤쌉싸름한 초콜릿을 먹을 때 느끼는 것 이상으로 뇌세포를 자극하기 때문에, 자신이 파괴되는 것을 감수하면서 까지 복수에 달려들 게 된다는 진화론적 연구를 소개했었다. 그런데, 그 달콤쌉싸름한 초콜릿보다도, 자신을 파괴할 지도 모를 이성적 판단조차 마비시키는 복수의 쾌감을 앞지르는 것이 있다. 그것이 바로, 사랑이다. 복수 위에 사랑. 그래서 늘 영화 속에서도, 드라마 속에서도 복수의 화신을 파멸에 이르게 하는 것이 사랑인 것이다. 

그리고 <상어>도 김준과 조해우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만나자 마자 다시 치명적으로 사랑을 한다. 대학 때 만난 첫사랑도 다시 만나면 생뚱한 이 시절에 무려 청소년기 풋사랑 때문에, 김준은 자신의 목숨을 건 복수를 엉크러뜨리고, 해우는 남편을 배신한다. 

하지만 어설프게 쌓여진 축대 위의 집이 장마에 견디지 못하듯이, 안타깝게도 <상어> 초반부 이수와 해우의 사랑이 지금의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사랑을 설득해 낼 만큼 치명적이지 않았다. 게다가, 제 아무리 오랜 정으로 한 결혼이라고 해도, 이제 막 결혼을 한 신혼의 신부인데. 접어주고 보려고 해도, 김준과 조해우의 사랑은 무식하게 맹목적이다. 오히려, 동생 이현과의 짦은 조우, 이현의 납치로 인해 고통받는 이수의 감정이 짧은 에피소드였지만 훨씬 더 공감이 갈 정도다.

<상어>란 드라마가 가진 플롯의 단순함, 그리고 전개의 빈 공간을 메워줄 것이 바로 두 사람의 사랑이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그 사랑이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으니, 딜레마도 이런 딜레마가 없다. 




게다가, <상어>는 두 남녀의 사랑을 복수와 함께 쌍두마차로 끌어가면서, 복수극의 역할 조차도 나누어 맡게 된다. 여주인공이 검사가 되고, 남주인공은 사건의 열쇠를 던져주고, 정의의 여검사, 그리고 남주인공에게 부채감을 가진 여검사는 그걸 밝힌다는 설정. 그런데 그러다 보니, 정작 복수의 주체인 김준, 즉 한이수는 조상국 회장의 과거를 폭로하고 싶어도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도 대부분의 시간을 호텔 객실에서 고독한 분위기를 잡고 있고, 조해우 검사가 현장을 뛰는 식이다. 그러다 보니 극의 흐름이 자꾸 갈라진다. 사실은 한 사람이 찾아 나서야 할 일을 또 다른 누군가가 함께 하다보니, 몰입을 방해할 뿐더러, 해우는 알아도, 김준은 모르는, 혹은 김준은 아는데, 조해우는 모르는 사안들로 인해 극의 흐름은 또 한번 에돌아 가게 되는 것이다. 두 사람만이 아니다. 두 사람의 주변 사람들도 중구난방으로 흩어져 사실에 접근해 들어가면서 그 사실을 아는 시점으로 인해 극은 꼬이게 되고 답답해지는 것이다. 

18회, 조해우는 김준의 아버지 그림자가 고문을 할 때 그 옆에 누군가가 있었다는 것을 알지만, 그걸 모르는 김준, 그리고 강이수의 아들 수현은 그로 인해 다시 한번 혼란에 빠져들 게 될 것이라던가, 조해우는 알고 있는 지검장 살해 음모의 배후를 해우의 남편 준영이 뒤늦게 아버지와의 필담을 통해 알게 된다던가 하는 식이다. 과연 지금 해우가 남편에게 만나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이야기가 김준과의 관계였을까? 목숨이 경각에 달린 시아버지 였을까? 인지상정에서 시청자는 갑갑해지는 것이다. 


<상어>는 '사실'이 중요한 드라마이다. 누군가, 그 중에서도 내 앞서 간 사람들의 과거를 안다는 것이 중요한 드라마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2013년의 대한민국은 그것만으로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해타산적인 사회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혹자는 5년전에 기획된 <상어>의 그 너무도 달라져 버린 5년이 안타깝다고도 한다. 하지만 흘러간 시간이 안타깝다고 덕담을 해주기엔 18회 까지 흘러온 <상어> 너무 분위기만 잡고 있는 게 아닐까.

by meditator 2013. 7. 24. 10:12

한때 '아이러브스쿨'이란 사이트가 유명세를 날리던 적이 있었다. 거기에 가면 초등, 아니 국민학교이던 시절의 동창부터 모든 동창을 만날 수 있다고 해서, 너도 나도 거기에 가입을 해 동창을 만났었다. 그런가 하면 요즘 청소년들이 즐겨 찾는 어플에도 동창을 찾을 수 있는 어플이 있다고도 한다.

동창, 때로는 일면식도 없으면서도 같은 학교를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괜시리 친근해지고 뭐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은 한국인의 '우리'라는 감성에 참 어울리는 단어다. 그런데 또 동창이란 단어만큼, 종종 사람을 초라하게 만들고, 난 뭘 하면서 살았나 하게 만드는 단어도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동창회란 곳이 나이가 들면 들수록 만나서 꼭 좋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종종 자기 자랑 경연대회 같은 식이 되버려 반가운 마음에 참석했던 누군가의 마음에 스크래치만 굵게 남기는 아픈 추억이 되기도 하는 것이니까. 실제로, '아이러브스쿨'이란 사이트가 첫사랑을 만날 수도 있다는 환타지를 심어주며 인기를 끌다 어느틈엔가 흐지부지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런 동창회의 부작용 때문이기도 하리라. 그런데, 동창회의 아이디얼 타입을 보여준 방송이 있다. 바로 <힐링 캠프> 100회 특집 힐링 동창회이다. 



지난 주부터 이어진 <힐링 캠프> 100회 특집은 그간 힐링 캠프를 출연했던 게스트들 중 인기를 끌었던 게스트들을 다시 한 자리에 모이게 했다. 그리고 법륜 스님, 윤도현, 김성령, 백종원, 고창석 등이 동창생이란 이름을 달고 등장했다. 100회를 기념하는 자리 답게 왁자지껄 백종원 대표가 법륜 스님을 배려해 만든 '두부 자장면'도 나눠 먹고, 윤도현이 즉석에서 '행복송'도 만들며 잔치 분위기를 한껏 북돋았다. 

그리고 이어서, 지난 번 법륜 스님 출연 방송에서 인기를 끌었던 '즉문 즉설'을 100회 특집으로 모든 게스트들을 상대로 고민을 풀어주는 방식으로 다시 진행시켰다. 

백종원 대표가 '당연한 말씀이신데'라며 서두를 뗀 것처럼 혹은 마지막에 고창석이 '귀여미'에 대한 자신의 고민이 풀어졌는지 잘 모르겠다는 솔직한 결론처럼, 법륜 스님의 직문직설은 결론으로만 보자면 새삼스러울 것이 없는 이야기들이었다. 모든  사람의 사랑을 혹은 인정을 받으려는 욕심을 버리고, 나의 자리가 어디인지 제대로 알 것이며, 내가 가진 것들에 대해, 내가 키우는 내 아이들에 대해 부모로서의 제대로 된 자세를 가지라는 교훈적인 결론이었다. 잔뜩 움켜쥔 것은 덜어내고, 나누고, 배려하라는 원칙적인 이야기인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가 정신과 상담을 하거나, 심리 상담사를 만나 이야기를 하고 나면 뭔가 가슴이 뻥 뚤리는 거 같듯이, 법륜 스님의 직문 직설은 '이중 멤버쉽'아이라는 기막힌 비유와 종교인이지만 전혀 종교의 색깔을 드러내지 않는 그리고 난처해하거나, 돌려말하지 않는  솔직한 언어 구사로 보는 이의 마음을 홀린다. 듣고 나면 당연한데 고개가 끄덕여진다. 


<힐링 캠프>의 말미 제일 연장자인, 그리고 김성령의 지적처럼 항상 톱의 자리를 유지해왔던 이경규가 진지하게 묻는다. 50을 넘어서도 자꾸 사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그러자, 법륜 스님이 말한다. 전제가 잘못되었다고. 사는데 이유가 있는게 아니라, 사니까 이유가 만들어 지는 것이라고. 즉 사람이 태어나는데 이유는 없다. 그러니까. 무엇이 잘못되어서 태어나는 사람도 없는 것이다. 단지 태어났기 때문에 그때부터 자신의 삶의 이유를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그것이 제대로 되지 않고, 이유를 찾으니까 회의주의에 빠져서 자살같은 것을 하게 된다고 법륜 스님은 단호하게 정의를 내린다. 

이 직문직설에서, 법륜 스님의 명쾌한 '삶의 이유론'에 흔들리던 마음이 놓이기도 했지만, 어쩌면 그 대답에 앞서 더 위로가 된 것은 그 자리의 가장 연장자인, 가장 잘 나가고 있는 이경규가 그런 질문을 던졌다는 것이다. 살 만큼 살았고, 이룰만큼 이룬 사람조차도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듯한 그 솔직한 '직문이 사실, '직설'의 울림을 끌어내는 전제가 되는 것이다.


(사진; tv리포트)


 여배우로서는 가장 듣기 참아내기 힘든 말인 '늙었다'는 평가를 감수하며 오십이 된 여배우의, 아들을 키우는 엄마의 고민을 솔직하게 터놓은 김성령,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데 고민이 많은 이경규, 맑고 착하기만 해서 오히려 고민이 생긴 한혜진, 그리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고민인 김제동까지, 그 어느 누구하나, 들었을 때 '에이 거짓말~'이라고 일말의 의심도 할 수 없는 고민들을 털어 놓았다. 누군가는 미래의 시어머니로, 누군가의 또 미래의 며느리가 되어, 그리고 또 누군가는 남편의 입장이 되어, 남편이 되고 싶은 혹은 될 수 없는 입장으로 보통 사람들이 살면서 부딪치는 범사들을 똑같이 고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법륜 스님이 자신의 힐링이 자신과 같지 않은 삶을 사람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주며 그게 위로가 된다는 말처럼,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도, 그리고 시청자들도, 그래도 나름 잘 나가는 사람들이 저마다 한 꾸러미씩 꿍치고 있는 고민의 허심탄회한 고백에 우선 마음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일반적인 동창회가 대부분 '사촌이 땅을 사서 배가 아픈' 원리로 입맛이 소태인 경우가 대부분인 경우라면, '100회 특집 힐링 동창회'는 그 반대 급부의 원리로 모두를 힐링 시키는 것이다. 


<힐링 캠프> 100회 특집은 언뜻 보면  왁자지껄 잔치판이었지만, 보고 나면 어쩐지 보는 시청자조차 마음의 짐 하나를 덜어 놓은 것같은 집단 힐링 카운셀링이었다. 역시나 힐링 캠프다운, 힐링 캠프만의 묘미이다. 부디 오래도록 이 정신을 지켜나가시길~









by meditator 2013. 7. 23. 09:54

7월 20일 <불후의 명곡>, 이미 5승을 거둔 문명진이 이제 막 노래를 마친 하동균과 악수를 나눈다.

그리고 이어진 문명진의 인터뷰, 자신이 오랜 무명 후에 <불후의 명곡>을 통해 세상에 나왔듯이 하동균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말이 이어진다. 그때 자막엔 '10년의 무명 문명진, 그리고 6년의 칩거 하동균'이란 멘트가 적혀 있었다. 


<불후의 명곡>엔 늘 대세가 있다. 그런데 그 대세라는게 우리가 일반적으로 정의를 내리는 '대세'와 좀 다르다. 

흔히 대세라고 하면, 거대 기획사에서 기획에 따라 만들어지고 알뜰하게 밀어주는 아이돌이거나, 단박에 주인공을 꿰어찬 신예 배우라거나 하는 경우가 많은데, <불후의 명곡>의 대세는 그런 기성품(?)들과는 좀 다른 느낌이다. 

아마도 처음 <불후의 명곡>을 통해 대세로 등극한 것은 '알리'였을 것이다. 그토록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노래를 잘 한다고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했지만 언제나 세상이 외면했던 그녀를 대세로 만들어 준 것이 바로 <불후의 명곡>이다. 그녀 이후로도 여러 명의 대세가 등극했다. 이미 슈퍼스타 k를 통해 인정을 받았지만 높은 공중파의 장벽을 넘지 못했던 '허각'과 '울랄라 세션'이 그 진가를 인정받고, 뮤지컬 가수였던 임태경이 광고를 찍을 정도의 인지도를 얻기도 했다.  


(사진; tv 리포트)



그리고 100회를 찍고, 안정기에 들어선 <불후의 명곡>은 좀 더 자신감있게 묻혀진 여러 가수들을 발굴하거나, 다양한 장르의 숨겨진 재주꾼들을 섭외한다. 그런 의미에서 21일의 <불후의 명곡>은 상징적이다. 

mc 신동엽은 문명진을 이렇게 소개한다. 오십 먹은 아줌마를 처음으로 가수의 팬까페에 가입을 하게 만든 요즘 대세라고, 그리고 그 말에 대기실의 모든 사람들은 당연하다는 듯 문명진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이 문명진은 파죽의 5연승을 거둔다. 문명진이라는 사람이 평상복같은 차림으로 외로이 무대에 서서 그간의 설움을 토해내듯이 노래를 불렀던 것이 그리 멀지 않은 시간이다. 그런데 그 머지 않은 시간 동안, 이제 문명진은 그가 무대에 나오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얼굴이 밝아지고, 환호를 하게 만드는 가수가 되었다. 이제 지나가면 사람들이 알아봐주는 사람이 된 문명진은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하동균에게 자신처럼 세상으로 나오길 바란다고 덕담을 남길 수 있는 처지가 되었다. 문명진이라는 가수의 저력이요, 그 저력을 알아보고 띄워준 <불후의 명곡>의 힘이다. 


20일 방송의 대미는, 문명진의 바램(?)처럼 문명진의 뒤를 이어, 문명진을 이기고 하동균이 2승을 거두며 새로운 대세로 등극할 조짐을 증명했다는 것이다. 여전히 집 밖에 웬만해서는 나오지 않는다는, 한때 가장 촉망받던 그룹의 일원이었으나 동료의 죽음으로 인해 날개를 꺽여버렸던 하동균, 말수도 적고, 세상 물정에 어두운 그를 대세로 만들기 위해 <불후의 명곡>대기실은 분주했다. 하동균의 모창을 하동균에게 시키는 해프닝을 벌이는가 하면, 매번 모든 질문의 향방이 하동균을 향해, 세상과 담쌓은 그의 칩거를 순수함과 고독함의 표상으로 이미지메이킹한다. <불후의 명곡> 현장의 관객들은 무대를 보고 판단하겠지만, 집에서 텔레비젼을 통해 보는 시청자들은 이미 그가 무대에 오르기 전 문명진을 꺽고 새롭게 대세로 등극할 적임자로 하동균을 마음에 두도록 프로그램은 분위기를 만들어 간다. 그리고 그에 보답이라도 하듯, 문명진의 짙은 소울과는 다른, 짙눌러 가두지만 그 벽을 뚫고 나와 호소하는 하동균만의 '절창'으로 새로운 대세의 탄생을 알렸다.


(사진; tv리포트)


20일 방송의 큰 줄기는 문명진의 내민 손을 잡은 하동균으로 상징되는 새로운 대세의 탄생이긴 하지만 꼭 그런 '대세론'이 아니더라도 눈여겨 봐야 할 지점이 많다. 

한때 나가수의 음악 감독이었던 유재하 음악 경연 대회 수상자였던 정지찬이 또 다른 유재하 음악 경연 대회 수상자인 박원과 함께 만든 그룹 '원모어 찬스'의 출연도 기념비적이다. 이제는 사라진 상대 방송국 음악 서바이벌의 관계자가 경연 대상자가 되어 무대에 서는 것도 묘하지만, 무엇보다 유재하를 기념하는 자리에 유재하를 추모하기 위해 만든 경연대회 수상자가 나왔다는 '역사적' 상징성 또한 의미심장하다. 십 여회를 훌쩍 넘겨버린 유재하 경연대회의 수상자들이 조금 더 많이 출연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점이다. 


뿐만이 아니다. 롤러코스터의 일원으로 전설의 언더그라운드 여자 가수로 이름을 날렸던 조원선의 등장도 주목해야 한다. 하동균처럼 사연있는 6년의 칩거는 아니지만, 조원선 역시 오랜만에 무대에 올랐었고, 파격적인 탱고 리듬의 편곡으로 조원선의 매력을 한껏 살린 '우울한 편지'를  열창해보였다. 꼭 1승이라는 성과를 논할 필요없이 이미 충분히 특정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하지만 일반 대중에겐 조금은 낯선 실력자들의 귀환은 반갑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여전히 누군가의 노래를 통해서만이 자신의 진가를 내보여야 하는 <불후의 명곡>이라는 프로그램의 특성도 그러하거니와, 또 여전히 나가수 식의 내지르고 통곡해야만이 판정단의 눈에 잘 부르는 것처럼 보이는 편곡의 딜레마 역시 여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엔 또 어떤 새로운(?) 가수가 등장해 보석처럼 빛을 발할까 하면서 <불후의 명곡>을 기대하는 마음이 덜해지지는 않는다. 



by meditator 2013. 7. 21. 10:13

늘 자체 최고 시청률을 찍고 있다고 홍보를 하는 <몬스타>의 시청률은 좀 낯부끄럽다.

그도 그럴 것이, cj 계열사 중 가장 대중적 접근도가 높은 m.net과 tvn이 동시 방영을 하는데다, 거의 채널을 틀 때마다 재방송에, m.net의 여러가지 음악 방송에서 꼭 등장하는 음악이 <몬스타>의 음악이기 때문이다. 자랑하고픈 신드롬급쯤이 되고프면, 지난 해 단 하나의 채널에서 방영되어 화제가 되었던 <응답하라 1997> 정도는 되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하여튼, 만들어지는 신드롬이라도 요즘 많은 사람들이 특히 고등학생이라면<몬스타> 한번 정도는 보아 주어야 화제에 낄 정도는 되고 있다면 나름 성공한 것이리라.

 

(칼라바의 공연)

 

 

10회, 체육 시간 커플 축구를 하는데, 첫 키스를 하고 이제 막 연인 모드에 들어간 세이(하연수 분)와 설찬(용준형 분)의 파트너가 다르다. 공교롭게도 세이의 파트너는 역시나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한 선우(강하늘 분)요, 설찬의 파트너는 선우를 좋아하는 나나(다희 분)이다. 누군가는 버겁게, 누군가는 신이 나서 달리던 축구 경기 도중, 늘 세이를 못마땅해 하던 재록(윤산호 분)이 모두가 방심하는 틈을 타 세이에게 공을 날린다.

 

감독의 전작 <성균관 스캔들>을 재밌게 본 사람이라면 이 장면 다음에 어떤 장면이 등장하게 될 지 예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공이 날라오는 걸 발견한 선우가 몸을 날렸지만, 그보다 먼저 몸을 날린 이가 있었으니, 바로 윤설찬, 당연히 마루에 몸과 머리를 쳐박은 윤설찬은 정신을 잃는다.

<성균관 스캔들>의 애청자였던 엄마는 거품을 물고, 저건 '자기 복제'야, 말도 안돼! 라고 흥분을 하는데, 옆에서 함께 열시청하던 아들이 지그시 한 마디 던진다. 엄마, 그건, 자기 복제가 아니라, 순정 만화의 클리셰야, 라고.

그렇다. 순정만화를 많이 보지 못한 엄마도,(어라, 그러는 이 녀석은 어디서 순정만화를 그렇게 많이 봤다고 ?)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런 거 같기도 하다.

하여튼, <몬스타>의 기본 줄거리는, 순정 만화에서 많이 보던 그 이야기이다. 외계에서 온듯이, 호주에서 양을 키우다 전학 온 엉뚱한 아이 세이, 그녀를 오래 전부터 짝사랑 해온 모범생 선우, 그리고 하늘에서 떨어지듯이 그녀 앞에서 툭 던져진 스타 윤설찬, 그리고 언제나 모든 순정 만화가 그러하듯, 두 남자 아이들은 그녀의 사랑을 얻고자 고군분투하고, 사랑을 얻는 것은 정석같은 남자가 아니라, 찌질하지만 언뜻언뜻 매력을 발산하는 그녀석.

 

 

그런데, <몬스타>를 보는 재미는 이런 사랑 이야기만이 아니다. 전에 기사로 썼듯이, <몬스타>의 또 다른 구성 요소, 음악이 주는 재미도 무시하지 못할 만큼 쏠쏠하다. 오늘은 또 어떤 음악의 변주가 이루어질까?가 스토리의 진전보다 더 기대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 외에 또 <몬스타>를 들여다 보게 되는 이유가 있다. 바로 보이지 않는, 아니 이제는 보이지 않던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옥상에 선 규동)

 

 

설찬, 선우, 세이가 어쩌다 보니 엮여서 함께 음악 협연을 하게 된 그룹 이름이 '칼라바'였다. 이름처럼 거기에 속한 아이들의 면면이 아롱이 다롱이이다.

지난 회차, 어린 시절 함께 나갔던 슈퍼스타k 오디션에서 친구 도남(박규선 분)을 배신하고, 그로 인한 사고로 도남이가 평생 운동을 하지 못하게 만들어 죄책감에 시달리는 규동(강의식 분)의 사연이 등장했었다. 또 그 이전 회차에는 조폭의 애인이라 소문이 났던, 친구들조차 강제로 룸싸롱에서 일한다고 오해를 했지만 사실은 조폭 두목과 룸싸롱 마담의 딸인 나나의 속사정도 드러났었다. 그리고 10회, 드디어 '칼라바'의 마지막 멤버, 심은하의 스토리가 펼쳐진다. 설찬에게 하늘의 별이 되라고 당부했던, 하지만 설찬의 팬픽을 쓸만큼 그에게 빠져있어, 그의 변화를 그 누구보다도 일찌기 감지했던, 심은하가 설찬과 세이의 사랑을 깨닫고 혼란에 빠지는 이야기가 나온다.

 

 

'선생님도 알고, 저도 알고 있었던 그 이유 때문이예요.'

규동이 며칠간 학교에 나오지 않자, 담임은 그 이유를 알아오라고 반장 선우에게 다그친다. 그러자, 이제는 그저 범생이에서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 선우는 이렇게 말한다. 선생님도 반 아이들도, 그 아이들의 존재를 알지만 모른다.

'규동이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항상 생각해, 나랑 규동이 둘 중 누가 더 보이지 않을까'라고 심은하는 말한다. 이름은 가장 이쁜 심은하지만, 누구보다 신이 나서 준비했던 칼라바의 공연에서 은하를 알아봐 주는 아이들은 없다. 심지어 아버지는 쓸데없는 짓 하고 다닌다고 은하를 때렸다.

팬이 변하면 안티가 된다고, 그간 세이와 설찬의 만남을 팬픽으로 썼던 은하는 그걸 누군가가 볼 수 있도록 벤치에 던져 버리는 복수(?)를 감행하려고 한다. 설찬에게 냉랭해지고, 세이에게 화를 내는 은하의 행동은 얼토당토 않지만, 아무도 보아주지 않는, 그래서 자기 만의 환타지를 만들어 그 안에서 행복했던 은하에겐 그 세계가 깨져나가는 아픔인 것이다.

 

(은하)

 

 

<몬스타>는 정석처럼, 아무도 보아주지 않는 아이들의 아픔을, 누군가 보아줌으로써 치유해준다. 옥상 위에 섰던 규동을 구해주는 나나, 그런 규동을 눈빛으로 응원하는 세이, 그리고 비록 나나가 원하는 사랑은 아니더라도, 나나를 알아봐 주기 시작한 선우, 미워하고 싶은데 자꾸만 은하에게 다가오는 세이.

그리고 아무 것도 아니라고 좌절하던 아이들은 무언가를 시작한다. 규동이는 어릴 적에 그마 둔 피아노를 배우고, 은하는 글을 잘 쓴다고 선생님에게 칭찬을 받고, 설찬의 피처링을 하고, 나나는 옷을 만든다.

 

 

'사람들은 꿈이 없다면 루저 취급을 하지.'

디자이너가 될 꺼냐는 선우의 질문에 나나는 냉소적으로 대답한다. 꼭 꿈이 있어야 하는 거냐고. 하다가 잘 하면 그걸 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일찌기 무언가를 결정하고 매진해야만 대접받는 요즘 아이들의 세상에 대한 냉혹한 정의이자, <몬스타>가 제대로 기대고 있는 현실이다.

 

순정만화 환타지를 걷어내고 들여다본 <몬스타>의 또 다른 이야기는 꿈이 없는 요즘 아이들의 리얼리티이자, 환타지이다. 그리고 그 환타지는 묘한 울림이 있다. 팬의 자리에서 내려와, 설찬이와, 세이와 친구가 되는, 설찬의 노래에 피처링을 하며, 지금의 나라도 괜찮다는 가사에 눈물을 흘리는 은하의 이야기가 훨씬 더 감동적이고 좋다. 이것이 <몬스타>의 숨겨진 매력이다.

by meditator 2013. 7. 20. 09: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