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회 <수요 미식회>에서는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짬뽕라면' 편을 다루었다. 프로그램 도중 황교익 맛칼럼니스트는 시판되고 있는 짬뽕라면 모두가 너무 맵고 '달아' 자극적이라는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그런 황교익 평론가의 지적에 스타 쉐프 최현석도, 요리연구가 홍신애도, 나름 운치있는 미식 평가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이현우도, 그 자리에 있는 그 누구도 동감의 눈길을 보내지 않는다. 짬뽕이 그런게 아니냐며. 그리고 4월 3일 방영된 <sbs 스페셜>에서 황교익 평론가는 그렇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쉐프와 요리 연구가조차 투항한 단맛 중독이 80년대 이후 한국 사회의 보편적 병폐임을 지적한다. 그리고 이날의 <sbs스페셜>은 우리 사회가 젖어들고 있는 '단맛 중독'의 실상을 몇 가지 실험을 거쳐 드러낸다. 




설탕 중독의 현실
프로그램의 시작은 개그맨 남희석의 가정에서 부터이다. 이미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는 아내가 치과 의사인 남희석의 가정, 하지만 치과 의사인 엄마를 둔 이 집 둘째 딸내미의 입속은 충치로 인해 여기저기 때우고 씌우고 난리가 아니다. 도대체 어쩌다가 이가 썪었을까?란 질문에 어린 딸은 맛있게 하드를 빨며, 단 걸 많이 먹어서 그렇다고 답을 한다. 그렇다면 치과 의사집 딸도 충치를 피할 수 없는 우리나라 아이들의 하루 당류 섭취량은 어떨까? 우리나라 6세에서 11세 사이 아이들의 하루 평균 당 섭취량은 77.4g, 이해를 돕기 위해 3g 자리 각설탕을 기준으로 무려 26개 분량이다. 

더욱이 쿡방 열풍, 그 중에서도 '슈가보이'란 별명까지 얻은 백종원의 요리 열풍에 힘입어 우리 사회에서 '설탕'으로 대표되는 '당'에 대한 저항은 점점 무디어져 가고 있다. 아니, 무디단 말론 부족하다. 황교익 평론가의 지적에 따르면 80년대 이후 경제적으로 한결 풍족해진 우리네 삶은 설탕 가격의 상대적 하락과 함께 당 소비의 가속화를 불러 일으켰다고 한다. 거기에 최근 불어닥친 쿡방 열풍은, '더 맛있게'란 모토 아래, 설탕을 마구 들이붓는 경지에 이르렀다. 



무설탕 프로젝트& 슈거 사이즈 미 
이게 왜 문제가 되냐고? 그게 왜 문제가 되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다큐는 두 가지 실험에 돌입한다. 딸의 충치를 걱정하는 남희석과 그의 딸 하령이, 그리고 다이어트 식단에 엄청난 운동을 하고 있지만 살이 빠지지 않아 고민하고 있는 26살의 김예린 씨, 날씬한 몸매에도 불구하고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보인 미스코리아 출신 신지수 씨, 그리고 부부가 모두 잠재적 당뇨 위험군이란 진단을 받은 유형근, 박현재 부부가 4주간 무설탕 라이프를 실천에 옮긴다. 

이렇게 한 편에서 설탕을 배제한 식생활을 통해 우리 건강에 설탕이 미치는 영향을 실험하는 반면, 유진아, 심재호 두 명의 의사는 그와 정반대로 4주간 설탕 공급을 늘인 '슈거 사이즈 미' 실험을 해 과도한 당섭취의 결과를 스스로 증명하고자 한다. 

무설탕 프로젝트에 들어간 그룹, 그들이 제일 먼저 호소한 것은 설탕 금단 증상, 기분이 오르내리는 것은 물론, 불안 증세까지 보인 그들에게서 '공인된 마약' 설탕의 존재가 드러난다. 어렵게 금단 증상을 넘겨가고 있는 그들의 발목을 다시 잡아챈 것은 뜻밖에도 먹을 음식이 없다는 현실이다. 시판되는 라면 등의 인스턴트 음식이야 당연지사고, 식당에서 파는 음식 대부분, 심지어 무설탕식이라 하는 음식의 식자래를 만드는 과정에서 들어가버린 당이 어렵게 결심을 다져가는 이들을 힘들게 만든다. 식당 주인에게 간곡하게 부탁을 해서 무설탕 음식을 먹어 보지만 이제까지 이들이 익숙했던 그 '단맛'이 없어 아쉽기만 하다. 

하지만 금단 증상을 넘어, 무설탕주의를 표방한 식당을 찾아 헤매며 4주간의 무설탕 라이프를 실천한 이들에게는 놀라운 변화가 뒤따랐다. 단맛에 중독되었던 이전에는 밋밋하다 느꼈을 콩등의 자연의 단맛을 깨닫는 등 무뎌진 미각이 돌아오고, 그와 반대로 하루가 다르게 몸무게가 줄고, 그간 그들을 괴롭혔던 각종 성인병의 증상이 가라앉았다. 그저 설탕을 줄였을 뿐인데 8kg까지 몸무게가 줄고, 피가 맑아지고, 몸 속의 병인들이 감소했다. 

이렇게 무설탕 라이프를 실천한 그룹과 반대로 슈가 사이즈 미를 실천한 두 명의 의사에게 나타난 증상 또한 놀랍다. 둘 중 한 명인 심재호 박사는 결국 단맛 증가 18일 만에 당뇨 증상이 나타나 실험을 포기하기에 이른다. 4주간의 실험을 완수한 유진아 의사의 건강 상태도 심각하긴 마찬가지다. 몸무게가 늘었을 뿐만 아니라, 내장 지방이 쌓이고 과당을 분해하는 간에 지방간 증상이 나타났다. 더구나 호르몬의 변화까지 생겨 '포만감'을 잘 느끼지 못할 지경에 이른다. 



설탕 전쟁의 선전 포고 
상반된 두 그룹의 실험을 통해 다큐는 설탕으로 대표되는 당의 섭취가 그저 충치에 머무르지 않고 우리 몸 전반을 망가뜨리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함을 설명해 낸다. 더구나, 쿡방 열풍에 설탕을 과다하게 섭취하는 것에 대해 무뎌진 우리 사회와 달리,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에서  설탕의 폐해를 알아차리고 반(反) 설탕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대표적인 인기 쉐프 제이미 올리버가 그의 요리 방송을 통해 설탕이 문제점을 지적한 이래 꾸준히 반설탕 운동을 지속해 오던 영국은 결국 지난 3월 국회에서 설탕에 높은 세금을 매기는 설탕 전쟁에 돌입했다. 세계 보건기구 WHO는 하루의 당 섭취량을 10%에서 5%로 낮추라는 권고안을 제정했다. 그에 따르면 하루 2000 칼로리를 섭취하는 성인의 당 권장량은 25g 이하가 된다. 그러니 하루에 겨우 1500칼로리를 섭취하는 어린이들이 70g이 넘는 당을 섭취하는 우리의 현실은 '가학적'이다. 

<sbs 스페셜>은 이미 여러 회차를 통해 건강한 우리의 식습관을 유도해왔듯이, 이번에도 설탕의 과도한 섭취가 우리 몸 전반을 망가뜨리고 있다는 사실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증명해 낸다. 그와 함께 '설탄 전쟁'의 선전 포고를 한다. 그리고 그 방식으로 가공 식품의 당 함유량을 알 수 있는 '찍설' 애플리케이션을 무료로 제공하여 단맛에 대한 경각심을 촉구하고자 한다. <설탕 전쟁>은 모두가 yes 라고 말하는 2016에도 여전히 그 열기가 쉬이 사그라들지 않는 쿡방 열품 속에서 강단있게 no'라며 선전포고를 한다. 
by meditator 2016. 4. 4.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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