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시민들에게 묻는다. 당신의 노후를 어떻게 보내고 싶냐고? 대부분 지금 먹고 사느라 할 수 없었던 취미 생활을 즐기는 여유로운 노후를 떠올린다. 과연? 남녀를 가리지 않고 아직 노후를 맞이하지 않은 사람들의 천진난만했던 답을 뒤로하고 이어진 다큐, 그 어떤 지옥의 묵시록보다 처연하다. 그런데 그게 바로 2017년 노령인구 14% 고령사회에 진입한 대한민국의 민낯이다. 


새해를 맞이한 mbc스페셜은 특별히 새해맞이 특집이라 이름을 내걸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주 <나 혼자 산다>에 이어, 이번 주 <노후, 생각해 보셨나요?>는 1인 가구 520만 시대, 노령인구 14%의 대한민국을 가감없이 진단해 보려는 시도들이다. 거리에선 촛불을 들고 희망을 소망하지만 그 희망이 닿아야 할 지면의 구체성을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랄까? 마치 다큐판, 아니 리얼 한국판 <나, 다니엘 블레이크>처럼 다큐는 평범한 대한민국의 갑남을녀로 성실하게 살아왔던 대한민국 노년의 처연한 삶을 그려낸다.  



평생을 목수로 성실하게 살아온 다니엘 블레이크 일하다 쓰러져 심장 이상을 진단받은 후 요양 급여를 받으려 하지만 신자유주의 하 영국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그는 자신의 자존을 주장하지만 그 자존이 증명되기엔 그의 병은 너무 깊었다. 아니 영국의 복지는 성실하게 살아온 노년을 보상하기엔 너무 편협하달까? 그래도 명목 상이나마 영국의 복지는 그 통과 의례를 지난다면 요양 급여를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시작은 49, 회사에서 명퇴를 하며 사회로 튕겨져 나온 중년의 끝자락에서 시작된다. 그래도 무언가를 해볼 수 있는 나이, 그 다음은 50대, 60대, 70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여전히 먹고 살아야 하는 '먹고사니즘'은 물론 때론 '부양의 의무'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평균 은퇴 연령 53세, 그러나 늘어만 가고 있는 기대 수명은 82.2세 은퇴 후 생존하는 기간이 30여년 가까이 된다. 1인 최소 노후 생활비 99만원 부부를 기준으로 하면 160만원, 적정한 생활을 유지하려면 225만원, 그렇게 따지면 노년에 최소한 필요자금은 5억5천만원, 적정한 필요 자금은 8억 1천만 원.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웬만하지 않고서는 일을 해서 벌어먹고 살아야 하는 노년이다. 이렇게 '돈'이 드는 노년 우리의 부모님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돈이 드는 노년, 하지만 돈이 없는 가난한 노인들
다큐는 몇몇 노인들의 하루를 쫓는다. 움직이는 않는 손으로 쇼핑백을 접어가며 돈을 버는 70대, 처음부터 그가 이런 생활을 한 건 아니었다. 노년에 들어설 때까지만 해도 버젓이 집칸이나 지닌 중산층이었다. 아이들도 내로라하는 대학까지 보냈다. 그러나 자식 중 한 명에게 닥친 루게릭 병, 자식의 병마는 그가 노후 자금으로 마련한 집칸을 들어먹었다. 이제 그는 노숙자 쉼터에서 살며 움직이지 않는 손으로 쇼핑백을 붙이며 자식까지 뒷바라지하는 처지다. 

공공근로로 학교 화장실 청소를 하는 노년의 여성 사례라고 다르지 않다. 사립대학을 나와 논현동에서 풍족하게 살던 전업주부, 하지만 삼십대 남편이 암으로 세상을 뜨자 그녀는 가장이 되었다. 동네 주부들을 상대로 밍크 코트를 팔고, 오십이 넘어 보험모집인을 하며 그래도 돈을 좀 만졌다던 그녀, 하지만 그 돈을 자신의 노후 자금 대신 자식들 교육비에 투자했다. 이제 자식은 커서 떠나가고, 그녀에게 남은 건 그런 곳이 있냐고 했던 비닐 하우스 단지, 공공근로의 일자리다. 

번듯한 대학이라면 고려대학을 나온 정대윤 할아버지를 따를 사람이 있을까? 대학을 나와 두 달만 벌면 집 한 채를 살 수 있던 엘리트로 살던 할아버지, 80년대 국제 그룹 해체로 평생 직장이던 그곳을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그 후에 집을 지어 파는 사업을 하며 돈을 모을 필요도 없이 풍족하게 살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다시 한번 불어닥친 IMF, 두 번의 경제 위기는 그에게서 노년의 여유로움 따위를 앗아가 버렸다. 이제 월세 17만원의 임대 아파트에서 기초 생활 보장 40만원, 노령 연금 20만원으로 살아가야 하는 처지. 1인 최소 노후 생활비에는 한참 모자르다. 

다큐가 보여준 노년의 사례는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다. 평범하게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성실하게 살아왔던 이들, 자신의 축적보다는 자식을 키우기 위해 애를 썼던 그들, 하지만 이제 노년의 그들은 '빈곤하다. 노인 빈곤율 48.4%, 0ecd 최고인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그래서 나이가 들어서도 돈을 벌어야 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벌 수 있는 일자리가 없다. 노인들의 단골 직업 아파트 경비원, 한 달에 150만원 남짓을 벌 수 있는 아파트 경비원을 하는 인구가 23만 2천 명에 이른다. 그게 아니라면 택시 기사? 70대 김영철 어르신은 말한다. 그 나이대 할 수 있는게 경비원 아니면 택시 기사 밖에 없다고. 지하철을 이용해서 택배 기사로 일하는 70대 어르신이 두 시간을 걸려 배달하고 받은 돈은 2만원 남짓, 그 조차도 택배 업체와 나누어야 하는. 하지만 어르신에겐 80대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아쉬운 처지일 뿐. 십년을 내다보고 벌어놓은 과일 도시락 노점 점포는 하루 수입이 2만원이 안될 정도로, 노년의 벌이는 위태롭다. 



그래도 새해 소망난에 공공 근로 재계약을 쓸 수 있을 정도로 몸이 건강하면 다행이다. 65세 노인 인구 중 만성 질환자가 89.2%, 노인 1인당 만성 질환 평균 2.6개, 노인과 약봉지는 대한민국에선 너무 익숙한 구도이다. 그래도 정신이라도 멀쩡하면 아직은 견딜만하다. 치매라도 온다면? 하지만 노년과 치매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7.1%이던 60대 치매 환자가 70대가 되면 21%로 늘어나고 80대 중반을 넘어서면 거의 1/3 수준을 넘는다. 더구나 치매로 인한 가정 파탄은 물론 입원비 등 경제적 부담도 가장 크다. 하지만 우리 노년의 치매와 병은 온전히 그 개인과 가족의 부담분이다. 

다큐는 덤덤하게 때론 처연하게 노년의 일상을 그려낸다, 그 흔한 다큐의 데코레이팅같은 외국의 사례조차 없다. 2017년 새해, 해가 바뀌었지만 하루하루 늙어가고, 그렇지만 가난하고, 할 일조차 줄어들고, 이젠 몸조차 아픈, 그러나 한 때 건설입국의 견인차였고, 새마을 운동의 동력이었으며, 홈 스윗 홈의 주역이었던 대한민국 근대사의 주인공들은 이제 병들고 가난에 시달리며 노년을 맞이한다. 그들에겐 다니엘 블레이크가 벽에 자기 이름을 쓰며 항변할 패기조차 사치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신고
by meditator 2017.01.10 12:04

2010년 기준 한국의 다이어트 관련 산업은 3조원에 육박한다. 그 '다이어트'의 강박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간 국내 비만 인구는 오히려 1.6배 늘어났고, 그중 초고도 비만 인구도 2배 넘게 증가했다. 2025년이 되면 인구 17명 중 한 명이 비만이 될꺼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만이 아니다. 전세계적으로 '비만'과 '비만'으로 인한 각종 질병에의 부담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오죽하면 '비만은 전염병'이며, '비만세' 도입이 현실화되고 있을까? 이런 상황에서 여러 시사 프로그램이 '건강' 혹은 '다이어트'에 눈을 돌리는 것은 당연하다. 


최근 1년 사이 여러 다큐 프로그램들이 이와 관련된 내용을 방영했지만 그 중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것은 <mbc스페셜>과 <sbs스페셜>이다. 이들 다큐는 기존 우리가 건강과 건강 관리에 대해 가졌던 고정관념을 깨는 신선한 기획을 통해 우리 사회 건강이데올로기의 새 장을 열었다. 첫 포문을 연 것은 sbs였다. 



비만의 주범, 얼굴이 바뀌다.
2015년 9월 <콜레스테롤을 허하라>라는 획기적인 기획으로 기존 건강에 대한 선입견을 깨뜨렸다. 기존 건강에 대한 상식은 단적으로 '기름진 음식에 대한 극단적 터부'였다. 건강 검진 기록부에 등장하는 총콜레스테롤, HDL, LDL, 중성 지방 등은 비만의 지표였고, 그로 인한 부작용의 증거였다. 하지만, 미국 식생활지침 자문위원회가 콜레스테롤을 우려 목록에서 제외한다는 발표에 근거하여, 이 다큐는 음식으로 섭취하는 콜레스테롤과 혈중 콜레스테롤 사이에는 연관이 없음을 주장했다. 그에 따라 그동안 콜레스테롤의 주범으로 몰린 '계란, 버터' 등에 대한 인식 전환을 유도했다. 
이렇게 포문을 연 SBS에 맞대응한 것은 11월 <MBC스페셜-채식의 두 얼굴>이다. 역시나 비만을 피하기 위해 선호되는 '채식'에 대해 '건강식'이 아니며 오히려 몸의 균형을 깨뜨릴 수 있다는 주장을 방영했다. 
이렇게 기존의 건강관에 의문을 제기한 다큐는 2016년 4월 <SBS스페셜-설탕 전쟁>과 마찬가지로 4월에 방영한 <MBC스페셜-밥상을 뒤집다. 탄수화물의 경고>로 이어지면, 기존 비만의 주범이라 여겨졌던 콜레스테롤 등 대신 '탄수화물'과 '당'이라는 새로운 주범을 찾아냈다. 이들 다큐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비만의 원인은 바로 혈중에서 지방으로 전환되는 '당'에 있다고 지적한다. 즉 우리가 '과다'하게 섭취하는 당은 몸안에서 뇌와 에너지를 위해 쓰여지는 약간의 부분을 제외하고 대부분 지방이나 콜레스테롤로 바뀌는데, 이 과정에서 과중한 '당'의 섭취를 소화해 내기 위해 과도한 인슐린 분비 등의 몸의 호르몬 체계가 무너지고, 그 결과 당뇨 등의 합병증이 생겨난다고 이들 다큐는 밝히고 있다. 즉 그동안 우리가 알던 비만의 주범, 그 얼굴이 바뀌는 순간이다.  



호르몬이 문제라는데
다큐들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지난 7월 방영된 <SBS스페셜-다이어트의 종말, 마인드 풀 이팅>은 호르몬에 집중한다. 즉 과도한 다이어트는 오히려 몸의 호르몬 체계를 파괴하여 제 아무리 식단을 조절해도 살이 찌는 최악의 요요를 불러오며, 결국 자신의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신체의 균형을 맞춰가는 호르몬 조절 다이어트를 주장한다. 이런 몸의 균형, 나아가 먹는 것 자체에 대한 철학적 접근을 한 SBS와 달리, 지난 19일에 이어 26일 방영된 < MBC스페셜-밥상 상식을 뒤집다, 지방의 누명 1,2부>는 역시나 파괴된 호르몬 체계를 되돌리는 다이어트 방식으로 '고지방 식이요법'을 주장한다. 

이 다큐가 주장하고 있는 다이어트 방식은 스웨덴 국민 20%가 실천하고 있다는 저탄수화물 고지방 다이어트식(LCHF)이다. 즉 몸에서 지방으로 축적되는 탄수화물을 극단적으로 제한하거나 먹지 않고, 그 반대로 유일하게 먹어도 혈당이 변화하지 않는 지방을 통해 몸에 필요한 에너지를 충당하는 것이다. 이 다이어트의 장점은 그간 '다이어트'라면 굶거나 식단을 조절하는 등 정신적 고통을 동반했던 것과 달리, 탄수화물을 제한하는 것 외에는, 버터를 듬뿍 넣어 고기를 볶고, 국에 치즈를 더하는 등 포만감을 충족시키는 다이어트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지난 1년간 양 방송사를 통해 방여되었던 다큐는 그간 우리 사회에서 신봉시되었던 콜레스테롤에 대한 신앙에 대한 문제 제기를 시작으로, 비만의 원인에 대한 새로운 조명, 그리고 그 해결책으로서의 몸의 균형, 호르몬의 균형과 조절을 내걸며, 탄수화물이나, 지방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제고하고자 한다. 



백가쟁명의 귀결점, 그 아쉬움
이를 위해 다큐는 문제를 제기하고, 이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그 해결책에 의거하여 비만한 사례자들의 다이어트 과정을 통해 자신들의 문제 제기 방식이 옳았음을 보여주고자 하는 한결같은 방식을 전파한다. 심지어 <밥상을 뒤집다>는 그간 신봉되어왔던 심장병 발병 원인 데이터가 편의적 결과물이었음을 밝히고, <콜레스테롤을 허하라>는 세계적 의약품 1,2위를 다투는 심장병약 스타딘의 음모론을 제시하며 기존의 '건강 이데올로기'의 허상을 짚는다. 

문제 제기와 해결책 제시, 그 해결책에 따른 사례자의 성공이라는 방식을 공통적으로 답보하는 건강 다큐들이 이제 도달한 '호르몬 균형 및 조절'을 위한 심리 치료나 고지방식이라는 지점은 신선하지만, 그 역시 되돌아 보면 또 다른 다이어트의 도정이다. '콜레스테롤을 허라라'라는 문제 제기에서부터 '고지방식'까지 불과 1년의 과정에서 의견은 일취월장하고, 그 해결책은 '백가쟁명'이다. 어찌보면 건강한 문제 제기이지만, 하버드식 건강 식단에서부터, 호르몬 조절 요업, 그리고 이제 고기를 기름에 찍어먹는 과격한 고지방식까지 저마다 유일한 해법인 양 제시하는 것들이 완벽한 마침표는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날씬한 건강'을 원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건강 요법'을 제시하는 다이어트가 등장할 때마다 솔깃할 수 밖에 없다. 그러면서 드는 의문점, 결국 문제는 탄수화물, 혹은 당의 과도한 섭취로 인한 비만이라는데, 과연 그간 우리가 알아왔던 풍족한 식생활과 그로 인한 비만을 '탄수화물'탓으로만 돌리는 것이 옳을까?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일년에 고기 한 두번이나 먹을까 말까 하던 식생활이 상다리가 부러지게 떡 벌어진 진수성찬으로 변해가는 과정이 '탄수화물' 탓이라는 지적은 어쩐지 자가당착이란 물음표가 뒤따른다. 오히려 진짜 문제는 사나바의 원시인을 운운하기 전에, 무엇을 먹더라도 '과잉'이 된 현대인의 딜레마가 문제가 아닌 건지. 

뿐만 아니라, <지방의 누명> 등에서 제시된 새로운 식이요법의 방식도 그렇다. 추어탕에 밥 대신 집어넣는 치즈 몇 장, 그리고 프라이팬에서 지글지글 녹아내리는 버터 등, 외국에서 실용화되고 있는 식재료들을 '다이어트'의 명약인 양 보여주는 그 '무신경'이 안타깝다. 최근에야 우리에게 알려진 카카오닙스니 코코넛오일에서 부터, 브로콜리, 버터, 치즈 등, 우리 땅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건 들기름 밖에 없다. 우리 조상들이 먹던 먹거리에선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이 식재료들이 오늘의 비만을 구하는 전도사들이라니, 어쩐지 또 따른 '황제 다이어트'를 보는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끊임없이 등장하는 새로운 담론, 그것을 발빠르게 소개해야 하는 사명감, 그리고 그에 발맞춰 변화하는 검색어, 하지만 이제 추어탕에 치즈를 넣어먹는 방식을 권장하는 기괴한 만병통치식 식이요법 대신, 우리 땅에서 나는 우리가 쉬이 찾을 수 있는 것들에서 건강의 전도사를 찾아봄이 어떨까? 스웨덴이나, 미국의 명성에 기대기전에.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신고
by meditator 2016.09.27 12:48

2015년 삼일절 특집극으로 mbc의 <절정>과 kbs의 <눈길>처럼 걸출한 드라마가 방영되었던 것과 달리, 올해는 이렇다 할 삼일절 특집 작품들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 가운데, mbc와 kbs는 각각 삼일절 특집으로 몇 편의 다큐를 준비하여, 삼일절의 의의를 살리고자 하였다. 그 중, <mbc스페셜-일본의 다른 얼굴, 카운터스 행동대>와 kbs의 <발굴 추적, 조선 정예 부대 '타이거 헌터'>는 주목할 만한 새로운 내용을 다루고 있다. 




<mbc 스페셜- 일본의 다른 얼굴, 카운터스 행동대>
삼일절 특집으로 <mbc스페셜>이 다루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의 이야기이다. 온라인 상에서 움직임이 시작된 재특회(재일 한국인의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모임)는 급격하게 진전된 일본 정치의 우경화를 빌미로 거리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들은 '한류'가 붐을 이루어 활성화된 신주쿠를 중심으로 일본 전역의 코리안 타운에서 혐한 발언과 인종 차별적 내용이 담긴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를 무차별적으로 퍼부으며 거리를 점령했다. 

'한국인은 모두 죽여라. 남경 대학살이 아닌 코리안 대학살을 실행하자'라는 무시무시한 발언을 서슴치 않는 재특회의 도발에 반기를 든 양심적인 일본인들의 대응은 있었다. 하지만, 암묵적으로 경찰의 비호를 받는 재특회의 득세에, 이들 양심적인 일본인들의 소리는 쉬이 반향을 얻기 힘들었다. 더구나 '내 손을 더럽히지 않고 고고해야 한다'는 일본 시민 운동의 정서는 '막말'을 일삼는 재특회에 역부족이었다. 

그런데 2013년 그런 상황을 역전시킨 조직이 등장한다. 바로 카운터스 행동대-오토코구미(남자 조직)이 그것이다. 야쿠자 출신의 다카하시가 조직한, 야쿠자에서, 재일 조선인, 대학 교수까지 다양한 분야의 남자들이 결성한 이 조직은 지금까지 일본 시민 운동의 관행을 깨고, 적극적으로 제지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은 '확성기'를 이용하여 자신들의 소리를 높여 재특회의 헤이트 스피치가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막을 뿐만 아니라, 이들의 행렬을 막기 위해 도로를 점거하는 탈법적 행동도 불사함으로써 새로운 반향을 일으켰다. 

이들의 주장은 극명하다. 이미 일본 사회 내에 1만 5천명 이상의 회원을 규합하고 있으며, 유투부 채널까지 보유하며, 암묵적으로 경찰의 비호까지 받고 있는 재특회의 행동들은 바로 그것 자체가 '폭력'이며, 그 '폭력'에 대응하기 위해서 '폭력'을 쓰는 것은 '정당방위'라는 것이다. 그리고 <mbc스페셜>은 '폭력'도 불사하며 재특회에 도전한 카운터스 행동대의 결성과 활동, 해체, 그리고 그 이후의 재결성까지의 일련의 움직임과 정당성, 그리고 이들이 일본 시민 운동에 가져온 영향을 담아내고자 한다. 

대표 다카하시의 말처럼 경찰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종종 '폭력'도 불사했다는 이들의 단호한 움직임은 결과적으로 재특회의 활동을 저지하는데 효과적이었다는 보여준다. 재특회는 이들의 등장에 헤이트 스피치의 방향을 종종 잃어버리거나, 카운터스 행동대의 과격한 저격으로 함부로 헤이트 스피치를 내뱉지 못하는 상황을 초래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우려와 달리, 이들의 단호한 움직임에 소극적이었던 시민 단체는 물론, 시민들의 반응도 달라졌으며, 그 결과 재특회에 대한 사회적 대응에 대한 여론을 이끌어내는데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음을 다큐는 주목한다. 



<발굴 추적, 조선의 정예 부대 '타이거 헌터'>
<타이거 헌터>에서 다루고 있는 것은 얼마전 개봉했던 영화 <대호>의 그 호랑이 사냥꾼이다. 흥행을 하지 못해 여러 사람에게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우리 역사 속에 사라져갔던 일제 시대 호랑이 사냥의 사회사를, '독립운동'이라는 각도에서 새롭게 조명했다. 

그 시작은 영화 <대호>에서 처럼 일제 시대 무차별적으로 벌어진 일제의 호랑이 사냥이다. 1910년 한일 한방을 전후하여 한반도에서 무차별적으로 벌어진 호랑이 사냥, 그 사건의 결과는 그저 영화 속 호랑이 사냥꾼 부자의 슬픈 사연을 넘어 우리 독립 운동사의 궤적을 변화시켰다는 것이다. 즉 일본은 한일 합방을 전후하여 자신들이 무차별적으로 호랑이를 잡아들인 것과 달리, 총기를 소지한 포수들이 혹시나 무장 독립군으로 돌변할까, 포수들의 총기 사용을 금지시켰다. 그 결과 일본에 의한 무차별적 호랑이 사냥과, 토착 포수들의 총기 압수로 인해 늑대 등에 의한 인명 살상이 늘어났고, 총기를 반납하지 않은 포수들의 만주 탈출과 독립군화가 가속화되었다는 것이다. 

바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홍범도 장군의 부대의 주요 인원이 한반도에서 총기 압수에 저항하여 건너간 '산포수'라는 것이다. 즉 1919년을 전후하여 홍범도 장군을 중심으로 한반도 북쪽, 그리고 만주에서 벌어진 무장 독립 투쟁은 바로 한반도의 산포수들이 주축을 이루었다는 것을 다큐는 밝힌다. 그 자신이 산포수 출신이었던 홍범도 장군, 그리고 역시나 산포수 출신인 차도선 의병장, 그리고 그들의 수하에 50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산을 펄펄 날아다녔던 산포수 출신의 독립군들이 호랑이를 유인하여 잡던 그 전술을 고스란히 활용하여 일본군을 섬멸한 것이 바로 무장 독립 투쟁의 숨겨진 역사라는 것을 다큐는 밝힌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다큐는 이런 일제 시대 무장 독립 투쟁 이전, 우리도 알고 있는 신돌석등이 산포수 출신이었음을 필두로 구한말 의병 운동, 그리고 그 이전 신미양요, 병인양요의 외세 에 대항한 각종 전투에서 산포수, 타이거 헌터들이 발군의 활약을 보였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행동을 앞세운 카운터스 행동대의 돌출적인 운동에 주목하다 보니, 과연 이들이 재특회에 대항하게 된 의식의 기저를 살펴보는데는 미흡하다. 왜 하필이면 재일 한국인을 보호하는 행동에 나서게 되었는가에 대한 개연성은 아쉽다. 역시나, 부족한 사료를 바탕으로 타이거 헌터를 역사의 수면 위로 부상시키고자 애쓴 '발굴 추적' 역시 타이거 헌터의 사료를 나열하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조국을 위해 무기를 든 호랑이 사냥꾼의 다음 행보는또 다른 편을 기대해야 할 듯하다. 하지만, 2016년의 삼일절을 기념하여, 독립 만세라는 상징적인 행위를 넘어, 행동으로 실천하는 한, 일 양국의 역사를 드러낸 mbc와 kbs의 다큐는 묘하게 시의적이다. 마치, 2016년의 우리에게, 이제 필요한 것은 거리로 나가 온몸으로 저지하는 카운터스 행동대의 그것이나, 총기를 빼앗기는 대신, 총구를 겨냥한 산포수의 그것이라는 것처럼.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신고
by meditator 2016.03.02 16:30
|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