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우리 국민 들 중에서 '삼성 반도체'를 다니는 노동자들이 백혈병 등 직업병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민영화 11년 동안 살인적인 노무관리로 인해 자살자 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오히려, KT의 자살은 몰라도, 애플 대만 자회사의 자살자 증가 사실을 더 잘 알지 않을까? 

그렇다, 그 이유는 <한겨레> 등 몇몇 신문이 보도를 하고, 특집으로 다루어 심각성을 보도해도, 공중파를 비롯한 사람들이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언론 매체에서 이와 관련된 사실 보도에 침묵을 지키기 때문에, 사람들은 정작 같은 하늘을 지고 사는 사람들이 어떤 고통을 받는지 무감하게 지내다, 자기에게 그 문제가 닥쳐야, 세상이 이렇게 무섭구나 하게 되는 것이다. 

(사진; 시사저널)

그러기에,  [시사저널] 2013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언론인 부문에서 47.1%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한, 라디오라는 매체를 떠나, 비록 종편이지만, 파급력이 좀 더 큰 매체로 옮겨, 야심차게 '사실만을 보도하겠다'던 손석희 JTBC사장의 <뉴스9>에 대한 기대를 접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바로미터는 바로 JTBC의 사주인 '삼성'을 어떻게 다루는가였다. 

그리고 드디어, 9월25일 <JTBC뉴스9>은 삼성과 관련된 보도의 말문을 터트렸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이 삼성전자 본과 앞에서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유엔 인권이사회 특별절차에 삼성전자와 정부의 직업병 피해자 인권침해에 대한 진정서한을 제출했다는 기사를 단신으로 다룬 것이다. 

물론 중요한 꼭지들 사이에 슬쩍 전해진 단신 보도에, 그래도 역시 삼성의 눈치를 본다며 비판의 날을 세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 어느 공중파에서도 다루지 않았던 '삼성 직업병'과 관련된 보도를 처음으로 한 것의 가치는 그것만으로 낮아지지 않는다. 
뿐만 아니다. 메가박스에서 상영이 중단된, 다큐멘터리 <천안함 프로젝트>에 대한 보도도 했다. 천안함이 뭐? 라고 하겠지만, 중앙일보 계열 제이콘텐트리가 메가박스 지분의 절반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역시 쉽지 않은 결단인 것이다. 손석희의 JTBC<뉴스9>은 사실 보도라는 사명을 가지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삼성전자 직업병' 근로자들, 유엔에 진정서 제출
(사진; 연합 뉴스)

 생뚱맞은 예이지만, 얼마 전, <라디오 스타>에는 아이돌 그룹 카라의 멤버들이 나왔었다. 여기서 아이돌 그룹 카라는 <라디오 스타>에서의 태도와 관련하여, 혹독한 복귀 신고식을 치뤘다. 한 마디로, 그날, <라디오 스타> MC들의 태도는 '니들이 뜨면 얼마나 떴다'고 하는 식으로 카라를 다루었고, 그들의 온갖 구설수와 약점을 들추어 내고, 그걸 울음을 터트릴 때까지 놀림 거리로 삼았다. 하지만 이렇게  뜯어 먹기에 신이 나던 <라디오 스타>가, 아니 뜯어 먹는 것을 자신의 장기로 삼는 <라디오 스타>가 MC 규현이 소속된 SM의 소속된 연예인들이 나올 때면 태도가 천양지차로 달라진다.  김민종 등이 나왔을 때는, SM 홍보 방송이 아니냐는 평가를 들었을 정도였다. 심지어, 같은 소속사의 다나가 규현에 대해 뭐라 하려하자, 다나의 입을 막으며 규현을 옹호하는 태도를 보이고, 그것을 당연시 한다. 심지어 예능 조차도 내 편은 당연스레 챙기고 접어주는 것이 인지상정인 상황인 것이다. 

그런 방송가의 관례에서, 그래서, 더더욱 민감하고 파급력이 큰 보도 부문에서, 자신이 속한 회사의 허물을 단신으로라도 들추어 내는 용기에 박수치고, 응원해 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 삼성 직업병과 관련된 보도는 단지 삼성을 다루었다는 사실 이상의 의의가 있다. 삼성 반도체 노동자의 백혈병 등 직업병과 관련된 기사는 현재 돌아가고 있는 많은 쟁점이 된 사안들에서 한 발 비껴난, 하지만, 인간답게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결코 좌시해서는 안될 뉴스거리들이다. 
바로미터가 되었던 삼성, 그 중에서도 소외된 사안이었던 노동자의 직업병과 관련된 보도를 했다는 것은, KT의 자살도, 그리고 고공 농성을 벌이고 있는 노동자들의 외로운 외침에도 기사의 볕이 들 날을 기대해 볼 수 있게 만들었다.  

물론 그런 사안의 내용을 차치하고라도, 늘 정공법으로 그날의 가장 핵심이 되는 사안을 심도깊게 다루는 <뉴스9>은 재밌다. 지난 선거 때 종편의 갑론을박을 빙자한 노골적 여당 편들기  시사 프로에 혼을 빼앗긴 사람들이라도 충분히 매력을 느낄 만큼. 그리고, 25일자 방송에서 보여지듯이, LH공사의 부당한 직원 재교육 과정을 폭로한 기사처럼, 스스로 발로 뛰어 찾아내는 기획 기사의 품새도 만만치 않다. 그리고 그것을 단지 LH의 문제만이 아니라, 국민의 돈으로 움직이는 국영 기업 전체의 부조리한 관행으로 파악하는 점에서, 뉴스를 보는 시선도 예리하다. 
손석희의 <뉴스 9>은 볼 만하다. 


by meditator 2013. 9. 26. 09:39

사례1; 16일 보도전문 채널 ytn은 채동욱 검찰 총장과 관련된 기사 꼭지를 보도할 때마다, '스폰서 검사 사건'의 박기준 전 부산지검장과, '별장 성추문 사건'의 김학의 전 차관 등 연수원 14기 에이스의 몰락을 꼭 함께 다룬다.


사례2; 9월17일 아침 sbs 뉴스, 역시나 채동욱 검찰 총장과 관련된 뉴스 꼭지에서 이 모든 사태의 해결책은 결국 채동욱 총장과 그 혼외 자식이라는 아이의 유전자 검사 만이 해결책인양 그래서 일선의 검사들도 그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양 보도를 한다. 

사례1,2의 보도를 통해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게 될까? 사례1의 보도는  사람들로 하여금, 아직 밝혀지지 않은 채도욱 검찰 총장의 혼외 아들 혐의(?)를 짐짓 사실로 추정하게 만드는 효과를 낫는다. 또한 사례2의 보도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채동욱 사표와 관련된 사건이 청와대와 국정원이 합작한 채동욱 검찰 총장 찍어내기라는 사건의 또 다른 측면을 배제한 채 정부측이 의도한 채동욱의 개인 비리라는 측면으로만 사건을 축소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는다. 
사례1도, 사례2도 모두 사실만을 보도했다. 사실이 아니지 않은 건 없다. 하지만, 여기서 다루고 있는 사실은 사실이기는 하지만, 진실은 아니다. 

jtbc 사장으로 간 손석희씨가 드디어 jtbc 뉴스9의 진행자로 나섰다. 첫 뉴스를 진행하기에 앞서, 손석희 앵커는  프랑스의 유명 언론인 위베르 뵈브메리의 말을 인용해 '진실을, 모든 진실을, 오직 진실만을 다루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채동욱 검찰 총장의 사건은 매우 미묘한 사안이다. 정치적 측면에서 보자면, 정권의 심기를 거스른 채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고, 원세훈 국정원장을 구속한 채동욱 검찰 총장 찍어내기라는 배경이 있는 반면, 그것이 현실에 드러나는 양상은 채 검찰총장의 개인 비리라는, 마치 시위 참가자에게 손해 배상 혐의를 들어 엄청난 벌금을 뒤집어 씌우는 비열한 방식의 처리 수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제나 세상의 진정한 진실에는 쉽게 눈감지만, 만만한 사람들의 개인적 부도덕 혐의에는 동네 방네 나발을 불기에 바쁜 대부분의 언론, 그리고 특히나 특정한 종편들은 신이 나서 채동욱 검찰 총장의 개인 비리로 하루 종일 노래를 부른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장단에 발맞춰 결국은 개인의 사생활에 불과한 사안을 가지로 분개를 하고. 그러는 사이, 정작 촛점을 맞추어야 할, 짚고 넘어가야 할 정치적 쟁점을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어가 버리고 마는 것이 대부분의 언론의 방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쉽게 구설은 확대대고, 음모는 퍼져나갈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되었다. 


손석희가 첫 앵커로 나온 JTBC 뉴스 9이 손석희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JTBC 뉴스 9 방송 캡처
(사진; 스포츠 서울)

그런 가장 예민한 사안에 대해, 손석희의 뉴스9은 진실에 접근하는 정공법을 쓴다. 채 검찰 총장의 개인 비리에 촛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이 사건 뒤에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한 정권의 불편한 심기가 있음을 분명히 밝혀주고, 그와 관련된 검찰청 의 동정을 살피고, 법을 전공한 교수의 해석까지 곁들인다. 그리고 그와 관련된 여론의 반응까지 곁들인다. 단지, 다른 곳에서 말하지 않은 것을 말했을 뿐인데도, 보는 시청자들은 모처럼 속이 시원하다. 손석희씨가 특정한 편을 들지도 않았고, 사안에 대해 가타부타 개인의 입장을 표명하지도 않았으며, 그저 사안을 사안의 진실대로 밝혀주려 했을 뿐인데도, 굉장히 진보적인 느낌조차 받게 되는 것이다. 마치 진실의 힘은 이런 거야 하며 알려주기라도 하는 듯이. 

뉴스9은 진행방식에 있어서도 획기적이었다. 
마치 이전에 손석희씨가 했던 라디오의 '시선집중'을 텔레비젼 화면으로 옮겨와, '보이는 시선집중'인 것처럼, 스튜디오에서 바로 양쪽에 스크린을 통해 현장을 연결해 인터뷰도 하고, 보도를 전해들어 현장감을 살리는 식이다. 
게다가 군더더기 없이, 바로 가장 중심 사안으로 들어가, 거기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함으로써 마치 작은 토론회를 보는 듯한 재미를 주었다. 이미 '시선 집중'을 통해 오랜 시간 생방송에서 단련된 손석희씨는 곧 상대방이 안철수 씨라도 여유있게 '한번 만나기가 어디 쉬워야 말이죠', '현실성이 없다'는 식의 촌철살인을 놓치지 않아 시청자들의 속을 시원하게 긁어주었고, 전병현 민주당 원내 대표에게, 비둘기파를 빗대 소극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게 아니냐며 사태를 정확하게 지적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런 방식은 이미 미드 <뉴스룸>을 통해 알려졌듯이 미국 보도 프로그램에서 인기를 끄는 방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미 1회에서 보여지듯이 생방송 도중 여유롭게 인터뷰를 하고, 대화를 통해 보도의 사안을 헤집어 보는 방식은 앵커의 능력이 출중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방식인 것이다. jtbc가 뉴스 9을 통해 이런 방식을 선보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손석희라는 걸출한, 그리고 지금까지 그 누구보다도 공명정대하다고 인정받고 있는 당대의 앵커가 있기 때문이다. 

뉴스9은 첫 방송의 첫 번째 인터뷰 주자로 안철수 국회의원을 초대했다. 
안철수 국회의원이 첫 출연은 여러모로 상징적이다. 아직까지도 차기 대통령 후보로 가장 유력하게 손꼽히는 사람이라는 점이 그 첫 번째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쉽게 주목할 수 있는 그 점만이 아니다. 최근 안철수씨와 관련된 일련의 보도는 다가올 보선이 2~3개 지역에 불과하다면 출마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정작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건 그게 아니다. 최근에 벌어지는 일련의 정치적 흐름에 대해 차기 대통령 주자가 될 사람은 어떤 입장을 가지는 지가 궁금한 것이다. 하지만, 어떤 방송에서도 안철수의 입장은 밝혀지지 않았다. 
실제 방송에 출연한 안철수씨의 인터뷰가 손석희 앵커의 발언처럼 분명한 것이 없는 것은 그 다음의 판단이다. 그간 청와대의 동정과, 야당의 반발 만이 그득한 뉴스 현장에서, 생각해 볼 대안 세력의 존재를 부각시켜 준 만으로도 또한 jtbc의 선택은 의미가 있다. 

물론 이미 <썰전>에서 허지웅씨가 언급한 것처럼, 삼성이란 그림자가 드리운 jtbc에서 사장으로 있는 손석희씨, 그리고 그가 진행하는 jtbc의 바로미터는 바로 삼성을 얼마나 비판적으로 다룰 수 있는가 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 거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최소한 첫 방송만으로도 손석희의 뉴스9은 막무가내 막가파 종편 방송과 안그런 듯 하면서도 길들여진 앵무새같은 보도만을 일삼는 타 보도프로그램들 속에서 이제 뉴스 좀 봐볼까 하는 마음이 들게 하는 정도의 성과는 얻고 있다. 


by meditator 2013. 9. 17.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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