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8일 63년만에 민법 915조 자녀 징계권 조항이 삭제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학대'가 한 해 3만 9백여 건에 이른다. 하루 85명의 아이들이 '학대'당하고 있다. 아이들을 '학대'하는 이의 82%는 부모이다. 부모이기 때문에 쉽게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폭력',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ebs 다큐 프라임이 <어린 人권>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자신을 신고한 엄마 -아동 학대 자진신고 1년의 기록 
'저도 제 자신이 무서워요', 여기 스스로 경찰서로 걸어들어가 '아동 학대'를 자진신고한 엄마가 있다.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엄마와 아이가 있다. 11살, 아들을 혼자 키우는 엄마는 회사를 마치고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온다. 집 문을 열자 달려드는 세 마리의 개들, 그 뒤로 쭈볏거리는 아이가 있다. 

아이는 엄마가 오기 전에 빨래도 하고, 숙제도 해놓고, 청소도 하지만 지친 엄마의 눈에는 그저 어질러진 집이고, 제 할 일을 제대로 해놓지 않은 아들일 뿐이다. 세탁기에서 빨래를 꺼내 너는 엄마, 엄마 주변에서 눈치를 살피며 빨래 너는 걸 도우려는 아이, 하지만 엄마는 그런 아이가 외려 걸치적거린다. 결국 터져나오는 짜증, 아이는 바짝 쫄아붙는다. '언제 불똥이 튈지, 진짜 많이 무서워요.'

시작은 훈육이었다. 8살 무렵 엄마의 지갑에 손을 댄 아들, 그런 아들의 버릇을 고치겠다고 시작했는데, 자진신고한 경찰서에서 '학대가해자'가 된 자신을 발견하고 엄마는 눈물을 쏟는다. '내 아들'이라는 '편안한 존재'가 어느덧 '만만한 존재'가 되어 엄마의 '분노'를 받아내고 있었다.

엄마도 노력한다. 상담도 받고, 아들을 때리던 도구도 함께 버리고, 대화도 하려 한다. 하지만 어릴 적 연탄집게로 딸을 때리던 친정 엄마의 등장처럼 엄마 주변의 상황이 급변하면 엄마는 '분노'는 다시 고스란히 아들에게 향한다. 결국 '아동학대 즉각 분리 제도'에 의거 아들을 '학대'당하는 집으로 부터 '구출'했다. 

'엄마라는 가면을 쓴 악마'라던 아들, 엄마 생각은 나지 않지만 강아지들 때문에 집에 가고 싶다던 아이,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아이는 전화해 보고 싶다고 한다. '무서운 걸까? 보고싶은 걸까?' 유일한 보호자이자, 자신을 학대한 엄마에 대한 '양가적'인 감정에 혼란스러워한다. 

'학대'는 아이에게 감정적 트라우마만을 남긴게 아니었다. 학교 생활에 제대로 적응을 못하던 아이, 검사를 해보니 편도체에 과부하가 걸렸다. 지속적인 두려움이 아이로 하여금 그 어떤 자극에도 무뎌지도록 만들었다. 결국 '뇌손상'에 이른 것이다. 

보호 관찰 6개월, 234일 만에 아이는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떠날 때랑 달리 훌쩍 커버린 아이, 엄마는 아이의 귀가가 두렵고 반갑다. 학대 아동 83.7%, 10명 중 8명이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나는 아동학대 생존자 
1부, <내 이웃의 아이>에서 엄마는 어떻게든 '학대'의 늪에서 스스로 벗어나고자 노력을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5월 10일 방영된 2부 <살아남은 아이들>은 '학대'의 경험을 가진 '어른'이 된 아이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요셉의 친구는 몰랐단다. 가장 친한 친구였는데, 그의 눈에 요셉의 아버지, 어머니는 좋은 분처럼 보였단다. 챙겨주고 예뻐해주는 것같았는데, 하지만 그건 사람들이 볼 때 뿐이었다. 

그의 집은 지옥보다 더한 지옥이었다. 그는 말한다. 신체적 학대는 '맷집'을 키웠다고. 맞으면서 버티면 시간이 흐르면 끝이 있었다고. 하지만, 자기 자신이 바라봐도 자신의 존재가 싫어지게 만드는 정신적 학대는 차라리 지옥을 택하고 싶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자살 시도도 했다. 부모의 나이가 30대 초중반 무렵부터 시작된 학대, 그래서 요셉은 30대의 사람들이 무서웠다. 부모의 나이가 40대가 되고, 50대가 되고, 세상 사람들이 무서워졌다. 지하철도 탈 수 없었다. 잘못됐다는 걸 알았지만 어린 요셉은 너무 약하고 어렸다. 

 

 

'부모'가 만든 세상, 학대당하는 아이들은 그 세상이 전부이다. 임연(필명)씨가 14살 되던 해 친구가 전해줬다. 우리 엄마가 그러는데 반찬을 바닥에 뿌려놓고 주워먹게 하는 거 부모라면 그럴 수 없는 거라고. 먹을 걸 주지 않고 몇 시간 씩 매질을 해도 '학대'의 발견율은 4%에 불과하다. 그만큼 대부분의 학대는 '가정'이라는 공간 안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진다. 그래서 15년에서 27년까지 '학대'의 시간은 길다. 아이들에게는 끝이 없는 터널이다. 

조희정 씨의 첫 기억은 유치원 때였다. 술취한 엄마가 내복 바람의 희정 씨 오누이를 집 밖으로 내쫓았다. 기침만 해도 맞았다. 모든 행동이 학대의 이유가 되었다. 머리채를 잡아당겨 뒤로 넘어져 뇌진탕을 일으켜 고통받는데, 엄마는 꾀부린다고 했다. 결국 아픈 희정 씨가 무릎을 끓고 빌었다. '내가 사라지면 우리 가족이 행복할까'. 자신이 문제라고 생각했었다. 

입양된 5살 부터 시작된 새엄마의 폭력은 결혼을 하고 임신 3개월에 이를 때까지 지속되었다고 전안나 작가는 고백한다. '수저없이 태어났다'고 이제는 웃으며 말하는 전작가이지만, 여전히 문이 열려있으면 그 문으로 엄마가 들어와 자신을 때릴까봐 불안하다고 한다. 그녀의 기억하는 스킨십은 '폭력', 이거나 '약을 발라주는 것'뿐, '너는 다를 거냐'며 폭언을 퍼붓었던 양모,그 반대로 사는 게 복수라 생각해서 좋은 엄마가 되려고 공부에 공부를 했다고 한다. 50대 50, 하지만 세상은 폭력의 대물림만을 주목한다. 살아남은 아이들은 어떻게든 그 '대물림'의 고리에서 자신을 끊어내려고 노력한다. 

엄청난 양의 음식을 주고 시간을 쟀다. '3분 줄게 다 먹어, 팽이채가 날아들었다. 차라리 죽고 싶었다.' 학대의 경험을 책으로 엮은 임연 작가의 <그래도 나는 살아야겠다>속 내용이다. 학대의 연은 질겼다. 가해자인 부모와 인연을 끊기 위해 임연 작가는 등초본 열람도 제한했고, 가족관계부도 정리했다. 그녀가 얼굴을 공개하지 못하는 이유이다. 부모의 동의가 없어 학자금 대출을 받지 못해 주 70시간을 일하며 2년이 더 걸려 대학을 졸업했다. 

20대가 되서도 여전히 '엄마랑 잘 살아보면 안될까'하던 아버지, 조희정 씨 역시 굳게 마음을 먹고 '연'을 끊었다. 자신의 아픔을 되풀이 하지 않고자 희정 씨 역시 사회복지사가 되었다. 3년에 걸쳐 자신의 학대 경험을 역시나 책으로 남긴 전안나 작가 역시 18년 경력의 사회복지사가 되었다. 그들은 자신의 '학대'를 넘어 '세상의 학대'에 맞선다. 



by meditator 2022. 5. 11. 19:22

'이제 그만 잊으라고 합니다. 그래요, 잊어야 하지요. 잊어야 한다는 거 압니다. 하지만 아직 그럴 수가 없어요. 전 그 아이의 부모이니까요.' 


2014년 대한민국의 가족은 과연 행복한가?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족의 의미를 돌아보고 가족 모두가 행복해 지는 가족의 방향을 모색해보고, 새로운 가족의 '패러다임'을 제시하고자, ebs 다큐 프라임은 11월 17일부터 9부작으로 <가족 쇼크>를 마련했다. 
그리고 그 1,2회로 세월호 부모님들의 이야기를 다룬, 1부 나는 부모입니다와, 2부 당신의 가족은 안녕하십니까를 방영했다. 

세월호 참사 217일 11월 18일 사고 수습을 담당했던 '범정부사고 대책본부'가 해체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세월호 인양과 관련된 문제도 해결이 되지 않았다. 심지어 세월호 추모관 건립조차 불투명해 졌다. 차가운 광화문 광장 바닥에서 여전히 세월호 부모님들은 '진상 규명'을 외치며 시민들의 호응을 부탁한다. 광화문만이 아니다. 전국 방방곡곡들을 돌아다니며 서명을 받고 다닌다. '특별법'이 통과된 이즈음 더 이상 무엇을 받아내려 하느냐며 이들 부모님들에 대한 시선이 따가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부모님들은 '광화문 광장이 세월호 진상을 지켜가는 유일한 보루이며, 특별법이 진실되게 수행되고, 성역없는 진상이 밝혀질 수 있는 지키미가 되기에 그곳을 떠날 수 없다고 한다. 영화 <다이빙벨>의 상영조차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이즈음, 부모님들이 차가운 도시의 바닥을 쉬이 떠날 길은 보이지 않는다.


<다큐 프라임- 가족 쇼크>는 우리 시대 가족의 의미에 대해 말문을 떼면서, 제일 먼저, 가족을 잃은 세월호 부모님들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자식을 잃은 이야기를 다시 꺼내는 것 자체가 상처를 후벼파는 것이지만, 아이들이 잊혀지지 않기 위해, 세월호 사건이 국민들의 뇌리 속에서 잊혀지는 것을 막기 위해, 부모님들은 어렵사리 인터뷰의 자리에 앉는다. 

49제, 18살 아들의 영전에 마흔이 넘은 아버지가 절을 올린다. 이 말도 안되는 불효막심한 상황을 낳은 것은, 이 사회가 낳은 세월호 참사이다. 무뚝뚝한 아버지가 눈물을 흘린다. 아버지가 돼서 해줄 것이 없어서, 아빤데, 그래도 아빤데, 사건이 난 이래, 팽목항에서 기다리며 수습을 기다리고, 재판을 지켜보고, 진상이 규명되기를 바라는 것 말고 해줄 것이 없는 아빠라서 무능력한 아빠라서 서럽다. 그래서 아빠는 아들의 옷을 입고, 아들의 신발을 신고, 아들의 죽음이 잊혀지지 않기 위해 나선다.

부모님들은 자식들의 번호를 줄줄이 왼다. 반 번호가 아니다. 주검이 수습된 번호다. 첫번째 주검을 수습한 아빠는, 아들을 데리러 간건데, 아들의 주검을 수습하러 간 게 아니었는데, 라며 말문을 잇지 못한다. 하지만, 번호가 이른 부모님들은 그래도 수습된 아이들의 주검을 만져보기라도 하고, 뺨을 대보기라도 했단다. 하지만 어느 틈에, 팽목항에서 아이들을 기다리는 부모님들은 먼저 주검을 수습한 부모님들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건네는 처지가 되었다고 한다. 100번대가 넘어간 부모님들은 가린 얼굴을 차마 보지 못했단다. 살이 흐트러질 까봐, 만져 보지도 못했단다. 그리고 아직, 그런 시신조차 만나지 못한 부모님들이 있다. 
부모님들은 말한다. 다시 한번만 만져보고 싶다고, 안아보고 싶다고. 그저 그렇게 한번만이라도 해봤으면 좋겠다고. 예전처럼 아이의 두툼한 볼을 꼬집고, 고춧가루낀 이빨을 놀려보고 싶다고, 자식과 나누는 평범한 것들을 해보고 싶다고 말한다. 

몇 달이 흐른 후 유류물처리반이 찾아 보내온 물에 젖은 아이의 가방 앞에 어머니는 물에 빠진 아이를 다시 본듯 목놓아 오열한다. 그리고, 바닷 기운을 빼기라도 한듯 빠득빠득 빨아 볕 좋은 곳에 말린다. 마치 바닷속에서 죽어간 아이에게서 바닷물의 음습한 기운을 빼기라도 하듯이. 
남은 엄마는 아침이 제일 힘들다고 한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세상은 변한 게 없는데, 우리 아이만 없는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게 힘들다고 한다. 생존한 아이들이 다시 학교로 돌아오는 날 아이를 잃은 부모님들은 너희라도 살아서 돌아와서 반갑다고 하면서도, 결국 눈물을 감추지 못한다. 내 아이만 이곳에 없다. 이렇게, 남은 세상을 어떻게 살아내야 할 지 도무지 엄마는 감당할 자신이 없다. 아이를 잃고 집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오지 않은 채 세상과 담을 쌓아버린 엄마도 있다. 
아들의 얼굴도 보지 못한 채 가족을 위해 해외에서 돈을 벌던 아빠는 이제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할 지 모르겠단다. 재판을 보기 위해 혈압약까지 챙겨 먹으며 걸음을 재촉했던 아버지는, 재판이 끝난 뒤 무기력한 자신에 담배를 피워문다. 
아이의 누나는 학교도 휴학한 뒤, 아빠와 함께 전국을 돌며, 진상 규명 서명을 받기 위해 분주하다. 


아이의 생일날, 엄마와 아빠는 단원고 아이들 100명이 잠든 하늘 공원을 찾는다. 아직 따스한 밤과 미역국, 생일 케잌, 하지만 생일 케잌에 촛불을 불 아이는 사진 속에 있다. 엄마는 눈물이 앞을 가려 차마 생일 노래를 부르지 못한다. 
매일 아침 한겨레 신문에는 단원고 아이들의 얼굴이 박재동 화백의 스케치로 등장한다. 사람들이 잊고 싶어하는 그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아이들은 매일 아침, 말간 얼굴과, 착한 아들과 딸의 이야기로 우리들을 찾아온다. 그리고, 그런 아이들을, 가슴에 묻고 살아가야 할 500명의 부모들이 지금 대한민국에 있다. 아직도 고스란히 남아있는 아이들의 방, 때때로 들어가 빨지 않아 다행이라며 아이의 체취가 묻어있는 옷에 얼굴을 파묻는 부모들, 이것이, <ebs다큐 프라임-가족쇼크>가 제시한 대한민국 가족의 첫번 째 얼굴이다. 다큐는 말한다. 이것이 부모라고, 그리고 묻는다. 그렇게 이 상처난 가정을 잊고 싶은 당신의 가정은 얼마나 안녕하시냐고?


by meditator 2014. 11. 19.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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