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날부터 jtbc의 새로운 예능이 한 편 등장했다. <코드 비밀의 방>

사방이 막혀있는 밀실에 갇혀있는 열 명의 출연자, 각 방에서 주어진 문제를 풀어 밀실을 탈출하는 힌트를 얻고, 그 힌트를 모아 밀실을 탈출하는 '밀실 탈출 두뇌 게임'이다.

정준하, 신재평, 한석준, 김희철, 서유리, 이용진, 지주연, 최송현, 백성현, 오현민 등 열 명이 첫 번 째 밀실에 갇힌 열 명의 출연자이다.

 

위의 설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코드 비밀의 방>은 제목처럼 몇 가지 코드로 설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의 성패는 바로 프로그램이 내걸고 있는 코드의 성공 여부로 결정되어진다.

 

 

 

밀실부터 새롭지가 않다.

우선 무엇보다 <코드 비밀의 방>이 차별성을 가지고 내보이고 있는 것은 바로 '밀실'이다. 그런데, 이 밀실이란 상황이 그리 낯설지 않다. '밀실'이란 설정은 '추리' 소설에서 익숙한 상황 설정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방영되는 명탐정 코난에서 아저씨 탐정의 목소리를 빌어 코난이 추리를 할 때 가장 비장하게 내리는 범죄 상황이 바로 '밀실입니다'이다. 하지만, 그 추리의 '밀실'이란 그 어떤 비집고 들어갈 여지가 안보이는 상황같지만, 역설적으로 추리를 통해 해결해 가야 하는 고난이도 트릭을 상징한다. 그렇듯, 이미 국내에서 이제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는 지식 게임에서 '밀실'은 그리 생소한 상황이 아니다. jtbc의 또 다른 지식 게임이었던 <크라임 씬>이나, <box>에서 조차 '밀실'은 흔히 등장하는 전제 조건이었으니까.

 

그렇게 이제는 두뇌 게임에서 그리 생소하지 않은 밀실에 열 명의 출연자를 밀어넣고(?) 탈출하라고 했지만, 결국은 열 명이 문제를 풀고 그 중 한 명이 탈락하는 설정은 엎어치나 메치나 <더 지니어스>와 흡사하다. 그런 면에서 <코드 비밀의 방>은 이미 jtbc가 선점한 <크라임씬>이라는 사건 추리의 독보적 영역을 포기한 채 혹은 유보한 채, 그리고 tvn이 이미 압도하고 있는 <더 지니어스> 시즌의 아류라는 오명을 벗기위해서라도 '밀실'을 배경으로 한 두뇌 게임을 한 이유를 설득해야만 했다.

 

그걸 위해 나름 신선한 출연자 군을 마련하려 했지만, 결국 이미 <더 지니어스>를 통해 카이스트 출신의 영민함을 선보인 오현민과, <문제적 남자>에서 독보적인 활약을 보인 신재평을 재 활용함으로써 '신선함'에 있어 스스로 자충수를 보이고 만다. 첫 회에서 신재평이 보인 모습은 <문제적 남자>에서의 갓재평도, 제작진이 마련한 반전의 어눌함도 미비한 어정쩡한 모습이었으며, 그나마 활약이 많았던 오현민의 경우는 <더 지니어스>와 겹쳤다. 백성현이나 이용진 역시 이미 <box>를 통해 보였던 모습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평소 이미지와 달리 예리한 문제 풀이와 협상을 통해 이른 밀실 탈출을 선보인 정준하나 종횡무진 코드 협상에 바빴던 한석준은 신선했지만, 그렇다고 두 사람의 캐릭터가 첫 회에 뚜력하게 인상을 남긴 것은 아니었다. 그들을 통해 제작진은 '문제'를 푸는 것 이상, 밀실 탈출의 숨겨진 코드로써 '협상'을 드러내고 싶었다고 하지만, 첫 회에서 그 점이 제대로 보여지진 않았다. 또한 게임에서의 '이합집산'은 아쉽게도 <더 지니어스>를 통해 충분히 울궈질대로 울궈진 설정이다.

 

아마도 제작진은 자칭 '평화'를 사랑한다는 우주 대스타 김희철을 통해 프로그램의 차별성을 경쟁이 아닌 또 다른 코드로서의 프로그램의 차별성을 가져가려고 했었지만, 김희철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에서의 그의 존재감이 그렇듯, 자칭 우주 대스타와, 자칭 평화주의자, 혹은 자칭 넓은 인맥의 체감은 멀었다. 게임 중에서 그의 '평화주의'와 그의 '인맥'은 '만장 일치' 그 한 순간 외에는 드러나지 않았으니까

 

 


 

이제는 진부해져 버린 두뇌 게임

그런 면에서 같은 날 첫 회를 선보인 나영석의 <꽃보다 청춘>과 <코드 비밀의 방>은 비교가 된다. 그저 아이슬란드에 도착하여 하룻밤을 보낸 세 청춘의 이야기이지만, 단 첫 회만에 시청자들은 출연자인 세 명의 배우에게 흠씬 빠져들도록 나영석 pd는 세 사람을 그려내는데 고심한다. 그저 방을 제대로 예약하지 못한 것만으로 조정석이란 사람의 성격을 그려내 버리는 상황이, 바로 나영석pd의 불패를 만드는 전제 조건인 것이다. <코드 비밀의 방>은 성격이 다르지 않냐구? 결국 게임을 하건, 여행을 하건 '사람'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시청자들은 다음 회를 기약할 테이까.

 

그런 면에서 <코드 비밀의 방>이 보여준 첫 회는 분명 제작진은 나름 자기 만의 그림을 그려놓았는데, 그 그림이 마치 밤새 대본만 줄줄 외어 온 연기자와 같달까? 시청자들이 제작진이 만들어 놓은 혹은 풀어놓은 대사 속에서 프로그램의 맛을 느껴야 하는데, 한 시간 여의 시간 동안 열 명의 출연자가 저마다 무언가를 하려고는 했지만, 과연 정말 그들이 마지막 엘리베이터를 타게 된 그 결정적 요인을 설득하는데 미진했다고 보여진다. '평화주의자' 김희철은? 반전의 두뇌 정준하는? 그리고 멘붕에 빠졌던 최송현은? 심지어 마지막 남은 네 사람이 모두 알게된 코드의 비밀은 어떻게? 그런 두뇌 게임의 기승전결조차 첫 회에선 제대로 보여지지 않았으니까. 이미 <더 지니어스> 지난 시즌을 통해 개그맨 장동민이 유수한 두뇌들을 물리친 기적을 행해보인 두뇌 전쟁에서 더 나아가 어떤 새로운 것을 보여줄 준비가 되어있는지 <코드 밀실의 방> 제작진은 스스로 질문을 던져 보아야 할 듯하다.

 

아니 어쩌면 상황의 미진함, 혹은 캐릭터의 미흡함보다 <코드 비밀의 방>의 발목을 사로잡는 것은 이젠 피로도가 느껴져가는 서바이벌 두뇌 게임일지도 모른다. 이미 <더 지니어스>를 통해 충분히 학습된 상황을 '밀실'이라는 결국은 비슷하지만 다르다고 주장하는 상황을 통해, 그리고 <문제적 남자> 유형의 힌트들을 통해, 그리고 나름 '불꽃튀는 심리 싸움'이라고 하지만, 그 조차도 지식 서바이벌 게임에서는 흔해진 서로 살아보겠다고 아웅다웅하는 정황을 되풀이하는 데서 오는 진부함, 그 자체가 <코드 비밀의 방>의 가장 큰 딜레마다. 과연 2015년 한 해 질리도록 '경쟁'과 피말리는 '심리전'에 지친 시청자들이, 새로와 보이지도 않은 이들의 두뇌 심리전에 함께 할까?

 

 

 

by meditator 2016. 1. 2. 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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