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으로 방영되었던 <잘 먹고 잘 사는 법, 식사하셨어요?>가 정규 편성되어 토요일 아침 8시 40분에 첫 방영되었다.


포맷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설 특집 방송 때처럼 방랑 식객 임지호씨와 mc가 함께 '밥상이 바뀌면 인생이 바뀐다'라는 취지 하에 전국 방방 곡곡을 다니며 사람들에게 치유와 치료의 밥상을 차려주는 것이다. 
단지 달라진 것이 있다면, 설 특집 방송에서 mc의 자리에 있던 김혜수가 이젠 게스트의 자리로 옮겨 앉아 첫 회를 빛내주었다는 것이다. 대신 mc의 자리는 이영자가 대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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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고수부지에서 첫 만남을 가진 방랑식객 임지호씨와, 이영자, 김혜수는 방랑 식객 임지호씨의 특성에 맞춰 그곳에서 나고 자란 풀들을 이용하여 첫 만찬을 즐긴다. 
여의도 고수부지에 즐비하게 자란 조팝나무와 소루쟁이, 결코 임지호씨가 아니라면, 그것들이 감히 음식이 될 거라 상상할 수 없는 고수부지의 지천인 식물들이, 방랑 식객의 손을 거쳐 땅의 미역이라 이름 붙여진 소루쟁이 된장국과, 참기름내가 진동하는 조팝나무순 주먹밥으로 재탄생된다. 

먹방 도중, 이영자는 묻는다. 여의도라면 차도 많이 다니고, 먼지도 많은데 이런 걸 먹어도 되냐고.
그런 우문에 대해 임지호씨는 현답을 내린다. 이미 그 오염된 환경에서 뿌리내린 식물은 이미 그 오염된 환경을 이겨낸 결과물이라고, 그러니, 사람들이 이 환경 속에서 살아가듯, 그렇게 살아가는 식물들에 대해 선입견을 가질 필요 없다고 단언한다. (물론 설 특집 방송을 통해, 자동차가 너무 많이 다니는 곳은 피해야 한다는 말도 하셨다. 1회 방송된 여의도는 보리를 키우는 등 식물들이 충분히 자랄 만한 여건이었다) 늘 사람이 사는 주변 환경의 식물이 바로 그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음식이라는 그의 생각처럼, 한강 고수부지의 그 식물들은, 서울 하늘 을 함께 이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역시나 필요한 식물이라는 그의 생각이다. 

그렇게 첫 만찬을 통해 다시 한번 방랑식객 임지호 씨의 생각과, 그의 그런 취지에 발맞춘 프로그램의 성격을 드러내 보인 <잘 먹고 잘 사는 법, 식사하셨어요?>는 차를 달려 첫 번 째 의뢰인을 찾아나선다. 

가는 길에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아주머니들을 방아간에 모셔다 드리며 그 짧은 시간의 이별이 서운해 눈물을 비출 만큼, 아주머니들의 사연과 자식들에게 보내는 영상 편지까지 알뜰하게 담아낸 <잘 먹고 잘 사는 법, 식사하셨어요?>는 드디어 의뢰인이 있는 군산에 도착한다. 의뢰인은 김재민, 23살의 대학생, 청년은 자신의 부모님들께 밥 한 끼를 대접해 드리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청년이 인도하는데로 찾아간 곳에서 정작 마주친 것은, 그의 친 부모님이 아니었다. 그가 가슴으로 맞아들이 부모님. 청년의 선배였던, 고 문광옥씨의 부모님이었다.

고 문광옥씨는 해병대에 입대한 후 2010년 11월 11일 연평도에 배치를 받았다가, 11월 23일 연평해전 교전 중에 전사한 해병대원이다. 그리고 김재민씨는 그렇게 세상을 떠난 문광옥씨의 뒤를 따라 입대한 친구, 후배 23명 중 한 사람이었다. 

아들을 잃은 대신 23명의 아들을 다시 얻었다고 말하는 문광옥 씨의 아버지지만, 아들이 죽은 후 5개월 동안 밥을 먹지 않은 채 술로 세월을 보내는 바람에 위가 수축되어 지금도 밥을 잘 못먹는다고 했다. 오늘 아침에도 꿈에서 아들을 만났다고 하는 어머니는 아들이 첫 휴가때 사가지고 온 쌀을 아직도 뜯지도 못한 채 보관한다. 아버지를 닮아, 아버지가 평소 좋아하던 돼지 고기를 좋아했던 아들, 하지만, 부모님은 아들이 죽은 후 돼지 고기를 먹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런 부모님에게 임지호씨는 말한다. 
아들이 사가지고 온 쌀을 놔두지 말고, 그의 기일에 밥을 해서 함께 먹으면서 풀어내라고, 그러면서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좋아했던 돼지고기를 이용해 만찬을 차린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잠시라도 잊을 수 있도록. 봄의 생기를 머금은 과일과 이제 막 움트기 시작한 군산의 벚꽃 봉오리가 요리의 하일라이트다. 
굳이 벚꽃을 사용한 이유에 대해, 임지호씨는 열매라는 건 꿈, 그래서 열매를 이용한 요리는 미래를 지향하는 의미를 담는다고 덧붙이며. 

아들이 생각나 차마 먹지 못하던 돼지고기였지만, 아들의 친구들과 함께 방랑 식객의 정성스런 손맛으로 변주된 돼지고기를 고 문광옥씨의 부모님들은 조심스레 맛을 본다. 처음 먹어보는 맛이라며. 

설 특집 <잘 먹고 잘사는 법, 식사하셨어요?>에서도 방랑 식객 임지호씨가 차린 상은, 이제는 돌아가시고 없는, 하지만, 차마 아버지가 죽었다고 자식들에게 말하지 못한 엄마와 두 남매에게 위로의 밥상이 되었다. 그저 밥 한끼가 아니라, 힘들게 버텨 온 일상 속의 선물과 같은 밥상은, 자녀들과 제대로 살아보려 버티느라 힘들었던 엄마에겐 치유를, 그런 엄마의 기대를 부응하고자 버거웠던 아들에겐 여유를 주었다. 그 밥상을 함께 하고 엄마는 힘들게 용기를 내어 아직 아버지의 부재를 모르는 딸에게 아버지의 부고를 알렸다. 
그리고 이제 첫 방송을 시작한 <잘 먹고 잘 사는 법, 식사하셨어요?>는 그 흐름을 이어받아, 가족의 부재로 고통의 시간을 보내는 고 문광옥 씨 가족에게 따스한 밥 한끼를 대접한다. 

물론 그런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이영자가 넌즈시 그래도 아드님이 자랑스럽지요 라는 상투적인 질문에 아버지는 자랑스럽다고 말을 못하겠어요 라며 말끝을 흐린다. 살아있다면 몰라도 죽은 자식을 어떻게 자랑하겠느냐고. 하지만, 마음으로 얻은 또 다른 아들들과, 방랑 식객이 차린, 익숙하지는 않지만, 오히려 그래서 어쩌면 먹을 수 있는, 아버지와 아들을 이어주었던 돼지고기 요리 앞에서, 아버지와 어머니는 잠시 시름을 잊고 수저를 든다. 

의도치 않았겠지만, <잘 먹고 잘 사는 법, 식사하셨어요?>를 보고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지금 팽목항에 자식을 기다리는 또 다른 부모님들, 그분들도 언젠가 잠시 고 문광옥 씨 부모님처럼 잠시나마 시름을 잊고 음식을 드실 그 날이 올까, 어쩔 수 없이 그런 생각에 귀결하게 된다. 그리고 언젠가, 이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그분들도, 저런 시간이 오길 바래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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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스타 투데이)

음식을 통한 치유, 나아가 음식을 통해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야무진 시도를 내보인 <잘 먹고 잘 사는 법, 식사하셨어요?>는 하지만 그 시도가 안타깝게 이 프로그램에 배정된 시간은 모두가 모처럼 늦잠을 자거나, 혹은 좋은 볕을 찾아 바깥으로 나가기 좋은 토요일 아침 8시 40분에 방영된다. 세월호와 함께 정지해버린 텔레비젼 예능 프로그램 들 속에서 조심스레 첫 발을 내보인 이 프로그램의 흔적은 그래서 희미하다. 

예능이 정지된 시간, 그저 언제 다시 시작해 볼까 눈치만 볼게 아니라, 사실 이 시간에 필요한 것은, 그간, 이 정지된 시간들을 채웠던 지난 시간들 속에서 우리가 그간 너무 흥청망청 웃고 떠들지만 않았는가 하는 반성이 아닐까. 그리고 그저 시간이 지나 조금 무뎌졌다고 다시 예전 처럼 그럴 것이 아니라, 세월호의 부모님만이 아니라, 전국민이 마음의 상처 하나씩을 얻은 이 시간을 치유하는 노력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좋은 프로그램임에도, 시청률이 잘 나올 것 같지 않아 밀쳐지게 된, 토요일 오전 이른 시간의 <잘 먹고 잘 사는 법, 식사하셨어요?>의 존재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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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tator 2014.04.26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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