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는 육아 일기! 미운 우리 새끼(이하 미운 우리 새끼)>는 사실 동시간대 mbc 예능 프로그램인 <나 혼자 산다>와 그리 다르지 않은 프로그램이다. 홀로 사는 연예인의 싱글 라이프를 카메라를 통해 시청자들의 '관음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나 혼자 산다>에 옥탑방에 사는 육중완이 나와도, 그리고 생후 584개월에 이르는 김건모가 나와도, 사실 그들은 시청자들이 그 이름만으로도 그들을 알 수 있는 이미 검증된 연예인이다. 그런 알려진 연예인의 삶은 우리 이웃의 필부의 삶과 다르게 정해진 프레임 속에서 생존의 전투에서 일정 정도 보장된 삶을 사는 '프레임' 속의 삶이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그들의 거꾸러질 일 없는, 하지만 인간이기에 겪는 희로애락의 공감대를 유지하며 적당히 '편안하게' 엿볼 수 있는 즐거움을 준다. 원래 즐거움 중에 가장 짜릿한 것 중 하나가 '엿보기' 아닌가. 그 부담없는 엿보기가 <나 혼자 산다>를 스테디셀러로 만들었고, 이제 그 아류인 <미운 우리 새끼>를 순탄하게 정규 방송화시키고 있다. 




<나 혼자 산다>와는 다른 질감의 <미운 우리 새끼>의 싱글 라이프 
그런데, 똑같이 싱글 라이프인데 거기에 '엄마'라는 존재가 곁들여 지면서 <미운 우리 새끼>는 다른 질감을 가져오기 시작한다. 프로그램의 명칭인즉슨 생후 몇 백 개월을 들먹이며, 육아 일기를 다시 쓴다는 명목을 내세웠지만, 사십 줄, 오십 줄의 홀로 사는 아들의 삶을 전혀 몰랐던 엄마들에겐 그들의 싱글 라이프가 '깜짝 쇼'가 되어버린다. 그리고 그런 엄마들의 '충격'파는 <나 혼자 산다>와 다르게, 가족적 공감대라는 신선한 볼거리의 지형을 연다. 
하지만 회를 거듭하며 아들들의 싱글 라이프가 전개되고 그리고 그런 아들들에 대한 엄마들의 입장이 분명해 지면서 <미운 우리 새끼>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다. 

세 mc 신동엽, 서장훈, 한혜진과 함께 스튜디오에 자리잡은 어머니들, 어머니들의 일관된 입장은 우리 전통의 가족관을 벗어나지 않는다. 아들이 마흔이 넘었건 오십이 넘었건, 여전히 '육아'의 관점에서 아들을 바라보는 어머니는 여전히 맹목적으로 아들의 결혼과 안정된 결혼 생활을 바란다. 하지만 첫 회만 해도 어머니가 원하는 대로 소개팅도 하고 그러던 아들들은 회를 거듭하면서 슬슬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정규 편성과 함께 합류한 박수홍, 방송에서의 반듯한 이미지와 달리, <미운 우리 새끼>의 박수홍은 클럽을 좋아하는 반전의 모습을 보인다. 미스코리아를 만날 수 있다는 친구의 말에 평소 집에서 아저씨처럼 뒹굴던 모습을 뒤로 하고 말끔하게 꽃단장(?)을 하고 외출한 박수홍, 친구의 집에 시커먼 사내들만이 포진해 있자, 노골적으로 실망을 표시한다. 하지만 그도 잠시 주도적으로 클럽 행을 부추키고 일행을 이끌고 밤 나들이에 나선다. 

이런 박수홍의 모습을 본 박수홍의 어머니는 당혹감을 넘어 어머니의 뒷배경으로 등장하는 분출하는 화산처럼 화를 좀처럼 누르지 못한다. 무려 마흔 일곱의 아들, 그 아들의 클럽 행이라는 '취미 생활'에 어머니는 여전히 스무 살 아들을 대하듯 못마땅해 한다. 이런 식이다. 프로그램의 제목 그대로, 스튜디오에 나란히 앉은 어머니들은 여전히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몇 십년의 생을 살아온 아들들을 '육아'의 관점에서 애를 끓인다. 아들들은 우리 사회에서 다 저마다의 커리어를 가지고 이제는 중견조차 넘어선 위치에 있는 인물들인데, 여전히 어머니에게는 '품안의 자식'인 것이다. 이게 좋게 말하면 '모성'이자, '가족애'이지만, 달리 보자면, 성인이 된 아들과 어머니가 서로를 객관화시키지 못하는 지점인 것이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미운 우리 새끼>의 예능적 재미는 바로 이 지점에서 빚어진다. 출연자들과 모두 안면이 있는 신동엽은 때론 어머니들의 그런 '노심초사'를 부추키고, 때론 진화를 시키며 적절하게 아이러니한 가족애를 조장한다. 

가족주의를 말하려 하지만, 오히려 가족에의 일탈이 드러나는 
하지만 그 조장에도 불구하고, 9월 2일 방송에서 보여지듯, 이제 마흔 줄, 오십 줄에 넘어선 아들의 삶은 이미 어머니가 그토록 바라는 '가족주의'의 울타리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드러낸다. 

클럽 애호가인 박수홍, 하지만 주말 저녁 그의 클럽 행은 결국 예약 혼선으로 실패하고 만다. 그리고 친구들과 결국 해장국 집에서 늦은 저녁인지, 야식인지를 먹게 되는데, 그런 클럽 행 이전에 친구의 집에서 박수홍은 어머니의 간곡한 바램에도 불구하고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그리고 그 생각은 해장국집에서도 변함없다. 오랜 연애에도 불구하고 집안의 반대로 결혼할 수 없었던 상처를 가진 그는 그 과정에서 믿었던 사람들로 인해 고통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당시 반대를 무릎쓰고 결혼을 했더라면 하고 반문해 보면, 과연 행복한 결혼을 유지할 수 있을까란 회의가 든다고 한다. 그러기에 박수홍은 사랑은 감정이지만 결혼은 현실이라며 회의론에서 한발 도 나서지 않는다. 



박수홍만이 아니다. 상처로 인한 어려운 터득이라는 점에서 허지웅도 그리 다르지 않다. 모처럼 남자 친구들과의 여행, 오랜 지기들과의 격의없는 대화에서 허지웅은 연애는 가능하지만 결혼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no라며 선을 긋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아이'는 바란다. 허지웅만이 아니다. 오십이 넘어서도 여전히 철이 없는 소개팅 자리에서도 개구장이처럼 굴다 끝내버린 김건모의 속내도 외롭지만 그렇다고 결혼은 글쎄다. 찾아온 후배 김종민이 이리저리 그의 생활을 들쑤시자 못견뎌하는 김건모, 남들이 외로워 보인다 하건 말건, 이미 그의 삶은 김종민이 함부로 흐트러 놓을 수 없는 그의 물건처럼, 나름의 궤도를 가지고 움직인다. 때론 외롭지만, 그래도 나날이 게임을 하든, 피아노를 치든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는 그. 

프로그램은 어떻게든 어머니들의 입장과 그 어머니들의 입장에 맞춘 프레임 속에서 아들들을 마치 예전 어른들이 장가를 못가면 영원히 성인 취급을 못해주듯, 생후 몇 백 개월을 들먹이며 철이 덜 난듯이 취급한다. 이는 '결혼'이라는 제도를 삶의 단계로 규정짓는 '가족주의'의 편견이다. 프로그램은 그 편견을 '모성'이라는 잣대를 들이밀며, 엄연한 자기만의 궤도를 가진 아들들의 삶에 덜 떨어짐이라는 시선을 얹는다. 

하지만, 9월 2일 방송에서 드러난 것은, 흔히 '세대 차이'라고 규정할 수 있는 간극이다. 어머니는 그 예전 어머니의 어머니들이 살아왔던 방식대로 아들들이 살아가길 바라지만, 이미 아들들이 사는 세상은 어머니들이 살던 세상과 다른 세상이 되었음을 아들들은 증명한다. 오십이 넘은 아들은 비록 외롭지만, 그 외로움을 여백으로 삼으며 음악과 게임, 그리고 자신만의 취미 생활로 나날을 이어간다. 또 다른 마흔 후반의 아들은 나이가 무색하게 클럽을 적극적으로 즐긴다. 한번의 실패를 겪은 또 다른 아들은 연애는 하고, 아이는 갖더라도 결혼은 아니라고 선을 긋는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서 키워야 '정상'인 세상과 다른 세상을 이미 아들들은 오래전부터 살아왔고, 프로그램이 그리려고 하듯, 이 철없는 아들들만이 아니라, 이미 우리 사회는 상당히 오래전부터 어머니들이 '정상'이라고 생각했던 '가족'이라는 테두리를 벗어나 왔던 것일 지도 모른다. 

아이러니하게도 프로그램은 '육아일기'라며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어머니의 관점에서 아들들을 예단하려 시도하지만, 오히려 그 결과로 회를 거듭할 수록 드러나는 것은 이미 자신만의 삶의 구조가 탄탄해진, '가족' 밖의 아들들이다. 문자를 자주 하고, 수시로 아들의 집에 쳐들어가 보지만, 하지만 이미 아들들은 어머니의 세대가 만들어 놓은 '가족'의 울타리에서 한참을 벗어나있다. 프로그램은 '가족'의 언어로 이야기하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 보면 아들들의 언어는 다른 세상의 언어다. 프로그램은 '육아'를 통한 '연대'와 '관계'를 끊임없이 모색하지만, 그 속에서 보여지는 것은 서로 다른 세대의 가치관과, 그 불협화음이다. 물론 그렇다고 아들들이 어머니의 입장에 노골적으로 반기를 들거나 거부하지 않는다. 여전히 아들들은 어머니의 메시지에 바로 답을 하는 순종적 아들이다. 하지만 아들의 달디 단 대답과 달리, 아들들의 삶이 말한다. 이미 우리는 어머니와 다른 세대를 산다고. 그러나 아들의 외국인과의 결혼조차도 양보할 수 없는 어머니, 여전히 양갓집 규수와의 반듯한 결혼 생활을 꿈꾸는 어머니와 아들의 공감은 평행선이다. 그리고 이는 프로그램 속 모자의 평행선이 아니라, 바로 우리 사회 어머니 세대와 아들 세대의 평행선이기도 하다. 

by meditator 2016. 9. 3.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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