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3일 새로이 시작된 ocn의 장르물, <동네의 영웅>의 배경은 말 그대로 동네이다. 거기에 중앙정보부 활동 중 명령 불복종으로 수감 생활을 마친 요원 출신의 백시윤(박시후 분)가 등장한다. 그리고 그는 팔려서 폐점 위기에 놓인 바 '이웃'을 사들여 동네 주점 사장 노릇을 시작한다. 그런데, 말 그대로 '동네 장사'를 시작한 이 전직 요원, '복수'를 꿈꾸는 그에게, 그가 사들인 주점 '이웃'도, 그가 웅크리고 앉은 이 동네도 심상치 않다.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으로 시작된 현실감있는 서사의 시작
예고편 영상에서 동네 유치원 아이들 앞에서 발 차기를 선보이며, 로봇 태권 V음악을 깔며, 유치한 동네 영웅으로 시청자를 '호객'했던 <동네의 영웅>, 하지만 이제 2회를 마친 이 드라마가 가진 포부가 심상치 않다. 
우선 1편의 시작은 한국 경제계에서 포식자로 등장한 중국 검은 돈의 뒷배를 캐기 위해 투입된 백시윤을 비롯한 중앙 정보부 요원들의 활약으로 시작된다. 상대측 인물의 핸드폰에 스파이웨어를 깔고, 여성 요원을 투입하여 그를 파악해 들어가며 승승장구하던 것도 잠시, 알고보니 이미 '미인계'로 다가섰던 요원의 정체는 들통나있었고, 몰래 추적해 가던 백시윤의 차에는 트럭이 들이닥쳤다. 심지어 그 이후 이들을 협박하는 과정에서 백시윤이 아끼는 동료가 살해되고, 백시윤은 그 일련의 책임을 지고 수감 생활을 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감옥에서 나온 백시윤은 말로는 그동안 벌어놓은 돈을 놀고 먹겠다고 하지만, 자신의 동료를 죽인 자를 향해 복수의 칼을 간다. 그런 그가 선택한 곳은 우연히 들르게 된, 그런데 우연치 않게 그와 같은 전직 요원들의 안식처인 바 '이웃'이다. 은퇴를 앞둔 황사장(송재호 분)의 술집을 사들여, 그곳에서 그를 도와줄 전문 요원들을 결집하고자 하는데, 정작 사들인 '술집 동네'의 자질구레한 사건이 그의 발목을 잡는다. 

그곳에서 알바로 일하는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 배정연(유리 분)의 친구가 하는 카페에 '철거'를 명목으로 깡패들이 드나들며 24시간 괴롭히는데 무술 좀 하는 백시윤이 그걸 두고 볼 수 없어 나서며, 말 그대로 '동네의 영웅'으로 첫 테이프를  끊게 되는 것이다. 

허름한 동네의 폐점 위기의 술집이 전직 요원들의 암묵적 아지트라는 신선한 설정으로 시작된 <동네의 영웅>, 하지만 2회에 들어서며 정작 이 드라마를 끌고가는 동력이 되는 건, 바로 그 '동네의 영웅'이다. 즉, 바 '이웃'이 자리잡은 동네에 중국 자본이 투입된 한류 쇼핑몰이 들어서고, 그걸 건설할 세력들은 동네에서 스스로 터전을 잡은 토착 상인들을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몰아내고 한다는데 바로 장르물 '동네의 영웅'이 탄생한 근거가 되는 것이다. 

보증금 5천만원을 내고 겨우겨우 자리를 잡아가던 영세 상인을 단 돈 천만원을 주며 폭력배를 동원하며 몰아내려는 중국 자본, 거기에 사람들의 발걸음이 잦은 이곳을 얼어붙게 하기 위해 '아리랑 치기범'까지 동원하는 조직적인 개입은 짜임새 있다. 특히나 최근 우리 사회 곳곳에서 자생적 문화 콘텐츠로 성장한 '홍대', '가로수길'에 이어 '북촌' '서촌' 등의 문화의 거리가, 그곳에서 고생하며 자리잡은 토착 상인들이 주인들의 집세 폭거로 인해 쫓겨나고, 이제 그 주인들조차 거대 중국 자본의 공세에 손을 들고 마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을 드라마의 배경으로 삼은 점이 무엇보다 신선하다. 매회 얼마나 더 못되어 지는가 내기라도 하듯, 사이코패스 재벌 경쟁을 벌이는 드라마들 속에서, 우리 사회 속 현실 모순을 배경과 사건의 원인으로 섬세하게 배치한 구도가 섬세하다. 

제 2의 내부자들? 아니 제 2의 추노?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렇게 짜임새 있는 설정으로 시작된 <동네의 영웅>이 드라마 그 자체의 가치로 평가 받기에 발목을 잡는 인물이 있다. 바로 주인공 백시윤으로 분한 박시후이다. 사회적 물의와 논란이 되었던 그의 개인적 사건은 결국 법적으로 해결되었고, 그 과정에서 박시후는 3년간 방송 출연을 하지 못하는 본의 아닌 자숙의 기간을 거쳤지만, 이병헌처럼 그 과정에서 박시후에게 박힌 부정적 이미지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그래서 <동네의 영웅>이란 드라마 이전에 박시후가 나오는 드라마로 이 드라마가 평가받는 것이 안타까운 점이다.

그런데 박시후의 필모를 보면, <가문의 영광>, <검사 프린세스>, <공주의 남자> 등 그가 선택했던 작품들이 평작 이상의 퀄리티를 보장해 왔다는 점에서, 그리고 이제 2회에 불과하지만, <동네의 영웅> 역시 짜임새있는 설정과 박시후를 제외하고도 기대할 만한 출연진들이 이 작품에 대한 기대를 배가시킨다. 그런 점에서 <동네의 영웅>이 <내부자들>이 이병헌의 스캔들을 덮어 주었듯이 세간의 박시후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 있을지가 이 드라마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될 듯하다. 



하지만, 진짜 기대해 봐야 하는 건, 스캔들의 박시후가 아니라, 그를 주연으로 삼아 배수진을 친 <추노>의 곽정환 피디이다. 우스개 소리로 공중파의 스타 감독으로 유일하게 실패한 인물로 꼽히고 있는 사람이 바로 곽정환 감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록 대중의 사랑을 받지 못했지만, kbs를 나온 이후 곽정환 감독의 작품은 늘 신선한 시도를 거듭했다. <추노> 이후 <도망자 플랜 b>로 악평을 들었던 곽감독은, 이후 kbs를 나와 생뚱맞게도 그가 잘하는 '액션' 대신 '농구'를 꺼내들었다. 일제 시대 농구팀와 농구 스타를 통해 그 시절 젊음을 조명하고자 했던 <빠스껫볼> 하지만, 그의 시도는 그런 포부를 뒷받침해주지 못하는 신인 연기자군의 어설픈 연기와, <추노>처럼 뒷심이 부족한 대본, 그리고 생소한 주제와 소재에 냉정한 시청자들로 인해 용두사미가 되고 말았다. 그 이후 오래도록 칩거했던 곽정환 감독이 들고 나온 작품이 <동네의 영웅>이다. <동네의 영웅>은 <추노>처럼 곽정환 감독이 잘하는 <액션>이 전면에 등장하면서도, 그 뒤를 받쳐줄 서사와 인물 관계가 촘촘히 짜여진 듯이 보인다. 과연, '박시후'라는 장벽을 넘어, 장르물의 전문가로, <추노>로만 기억된 그의 낙인을 뒤집을 기회를 가질 수 있을지, 이것이 진짜 <동네의 영웅>의 볼거리이다. 
by meditator 2016. 1. 25.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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