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윤 피디는 7월15일부터 jtbc에서 <시트콩 로얄 빌라>를 시작하였다. 시트콩? 말 그대로 시트콤과 콩트의 콜라보레이션을 추구하는 이 프로그램은, <그래콘서트>의 달인팀 김병만, 노우진, 류담을 비롯한 개그맨 이병진과 신봉선을 비롯해, 안내상, 우현 등의 연기자 등이 출연해 로얄 빌라의 각 집을 배경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전개시킨다. 이미 <올드 미스 다이어리>를 통해 시트콤의 대명사가 되었고, 이미 2011년 jtbc에서 <청담동 살아요>란 시트콤으로 jtbc를 궤도에 올리는데 공헌한 바 있던 김석윤 피디가 이번에 들고나온 것은 보다 실험적인 장르, 시트콩이다.

김석윤 피디만이 아니다. 이미 <1박2일>을 통해 그 이름을 보장받은 나영석 pd 역시 안주하지 않고, 할아버지들의 여행 리얼리티라는 <꽃보다 할배>를 들고 나왔고, <성균관 스캔들>이후 와신상담의 길을 걷던 김원석 피디가 들고 나온 것 역시 이른바 뮤직 드라마 <몬스타>이다.

 

 

대세를 거스르다; 나영석

흔히들 예능의 유재석, 강호동의 2강 체제니, 거기에 덧붙여 신동엽, 김구라의 4강 체제니 하는 말들을 한다. 강호동의 복귀 후 낮은 시청률로 인해 프로그램 이름조차 바뀌는 상황 속에서도 강호동만이 고고하게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 '강'이라 이름 붙여진, 스타 mc의 존재감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리고 나영석 피디는 그 강호동과 함께 오랜 시간 <1박2일>을 이끌며 이 프로그램을 이른바 '국민 예능'으로 올려놓은 장본인이었다.

그러던 그가 kbs를 퇴사하고 tvn에 들어가 내놓은 첫 작품이 <꽃보다 할배>이다.

<꽃보다 할배>는 여러보로 파격적이다. 이른바 예능에서 강호동, 유재석을 차치했다 하더라도, 예능이라고 하면 아이돌 몇 명 쯤은 끼워넣어야 하는게 요즘 예능의 정석처럼 여겨지는 세상이다. 아이돌이 아이더라도 그저 젊은 사람들이 땀 흘리고 부대끼는 와중에 빚어지는 다양한 상황이 곧 예능이 진리였던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런 예능의 '정석'을 나영석 피디는 보기 좋게 깬다. 할배들이 그 주인공이다.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할배들을 데리고 여행을 간단다. 그것도 배낭 여행. 그런데, 이미 예고편에서 할배들은 나피디가 하자고 하는 번지 점프 같은 건 가볍게 묵살해 버린다. 물병에 술을 담아 파리 한 가운데 까페에서 여유롭게 건배를 즐긴다. 삼겹살에 된장 찌개를 먹자며 앙탈을 부리는가 하며, 아픈 무릎 때문에 번번히 걷는 게 곤욕이 된다. 나이먹음으로 인한 딜레마와 나이에서 오는 자유로움 혹은 뻔뻔함이 고스란히 <꽃보다 할배>의 색깔이 된다.

시작 전부터 과연 할아버지들을 주인공으로 한 이 프로그램이 될까란 의미에서 관심의 대상이 되기 시작했다가, 이젠 마치 네 할배들을 정말 '꽃' 처럼 각자 취향에 맞춰' 호불호를 가리며 좋아하는 붐을 일으킨 <꽃보다 할배>의 성공으로 '나영석'이란 이름은 ' 대세가 나와서 성공한 예능이 되는 것이 아니라, 누가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성공한 예능이 된다'는 새로운 신화의 대명사가 되었다,

 

 

 

본말을 전도시키다; 김원석

m.net, tvn, 올리브 tv등 cj 그룹 계열의 케이블 tv를 통해 금요일 밤 11시 광범위하게 물량 공세를 펴고 있는 <몬스타>는 묘한 드라마이다. 용준형, 하연수, 강하늘 등 이른바 청춘 남녀 배우들이 등장해, 청춘의 고통어린 성장담과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열심히 이 드라마를 '닥본사'하다 보면, 이 드라마의 실질적 주인공이 어쩌면 이 드라마가 내걸고 있는 '뮤직'이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몬스타>의 주인공들은 음악을 매개로 조우하게 되고, 음악으로 인해 오해가 풀리고, 음악으로 인해 성장하게 된다. 심지어 여주인공의 부모 세대의 상처를 상징하고, 풀어내는 것조차 음악이다. 음악을 거둬내고 보면, 순정만화에서 흔히 보던 그저 그런 이야기들이지만, 그것들이 음악을 만나는 순간, 그 어울림은 그저 더하기 이상의 감동을 전한다. 왕따 박규동(강의식)의 사연이 절절해지는 건, 그의 떨리는 목소리를 통해 불리워진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나, '나의 절망을 바라는 당신에게' 때문이고, 김나나의 외사랑이 공감이 가는 건, 그녀의 어설픈 대사가 아니라, 토해내듯 부른 '사람, 사랑'때문이었다.

<몬스타>의 성공은 그저 또 하나의 청춘 드라마의 성공과는 다르다. 음악과 드라마라는 장르의 조합, 어찌보면, 거기서 더 결정적 요건이 된 음악의 존재감, 바로 새로운 실험의 성공이고, 거기에는 김원식 피디가 있다.

 

 

 

시트콤의 변주; 김석윤

시트콤의 존재 이유는 여러가지로 설명된다. 드라마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일정한 공간을 활용하여, 보다 큰 재미를 낳을 수 있는 장르. 하지만 언제나 김병욱의 시트콤이 과연 시트콤인가 아닌가 라는 출생의 비밀(?)을 묻는 질문에 시달리는 것처럼, 시트콤은 코미디 콩트와 드라마 사이에 위험한 줄다리기를 하며 그 존재를 증명해 왔다. 하지만, mbc, sbs에 이은 kbs2의 잇다른 시트콤 폐지처럼, 시트콤의 존재는 이젠 증명 조차도 힘들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김석윤 피디의 전작 <청담동 살아요> 역시 초반에 시작 초기의 종편임에도 불구하고, <청담동 살아요>를 보기 위해 jtbc를 본다고 할 만큼 마니아들을 생성하기도 했지만, 방영 기간이 길어지면서, 늘어지는 스토리와 캐릭터의 피로도로 말미암아 '창대한 '끝으로 마무리 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런 김석윤 피디가 이번에 들고 나온 것은, 공중파에서도 한 물 갔다고 치부하는 콩트와 시트콤의 결합이다. 로얄 빌라라는 무대를 배경으로, '귀신과 산다', '무덤덤 패밀리', '신세계', '형사 23시', '시티 헌터 리턴즈', '행복한 올드 보이' 등의 코너가 진행된다.

김석윤 피디의 작품은 '허무 개그'와도 같다. 현실에 기반한 상황들, 그리고 거기에 느리게게 혹은 엇나가게 반응하는 각종 군상들의 반응에서 오는 '썩소'가 바로 김석윤 피디만의 맛이다. <시트콩 로얄 빌라>의 각 코너들은, 귀신을 보지만, 그 여자 귀신이 바로 이상형이라든가, 집에 빨간 딱지가 붙어 있는 상황에서 내일 이혼하려 가자면서도 느긋하게 과일을 까먹고 영화를 보러가는 부부라던가, 행복하다 하지만 결코 행복할 수 없는 존재감없는 50대 가장의 모습에서 가장 잘 김석윤 표 인물들의 특징이 잘 드러난다.

<시트콩 로얄 빌라>는 김석윤 표다운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난 만큼, 보다보면 중독성이 강하지만, 언제나 중독이 그렇듯, 마치 퍼즐이 맞춰지듯 그 코드에 맞춰져야 공감을 얻게 되는 마니아적인 한계 또한 가지고 있다. 이병진, 우현, 안내상 등, 김석윤의 정서를 제대로 잘 표현해낼 개그맨들과 연기자들의 조합으로 기대와 함께, 어쩌면 한 템포 그 느린 호흡이나 페이소스를 대중적 정서로 공감받을 수 있을까 지레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방영되는 곳이 아직은 시청률 사각지대로 인 jtbc라는 역설이다.

 

 

나영석, 김석윤, 김원석 피디들의 새로운 그리고 신선한 출발은, 안주하지 않는 아이디어 뱅크들의 힘찬 도약이기에 반갑다. 그리고 한편에선, 이들의 새로운 실험의 장소가 케이블이나 종편이라는 점에서, 섣부르게 ' 영원히 지지 않을 것 같은 제국' 공중파의 '지는 해'를 점쳐보게도 된다.

by meditator 2013. 7. 16.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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