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0일 밤 10시 50분에 방영된 다큐 공감은, <글로벌 리포트- 파리, 뉴욕, 그리고 서울>이라는 제목으로 세계 속의 대한민국 여성의 현주소를 다룬다.


왁자지껄한 화장품 시연장, 그곳에 모여든 중국 등 외국 여성들은 한국 여성들의 화장 비법에 관심을 쏟고, 그 비결이 되는 화장품을 사기 위해 지갑을 연다. 최근 <별에서 온 그대> 등 한국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우리나라 여성들의 캐릭터가 인기를 끌면서, 그 주인공들의 패션, 화장 등 스타일 비법 등도 함께 화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파리지엔느'나 '뉴요커'처럼 '서울여성'도 이제는 그 자체로 하나의 문화적 상품이 되어 세계 시장에 당당하게 자리매김할 가치가 있는 것이 되었다는 것이 <글로벌 리포트-파리, 뉴욕, 그리고 서울>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글로벌 리포트-파리, 뉴욕, 그리고 서울>에서 문화적 가치를 지녔다고 평가한 이른바 '서울 여성'상이란 어떤 것일까?
그것을 설명하기 위해 다큐는 우리 사회에서 성공한 여성상으로 자리매김한 몇몇 유명 인사들을 찾아나선다. 

우선 오랫동안 슈트트가르트 발레단 수석 무용수로 활약하다가 최근 국립 발레단 단장에 취임한 강수진, 그녀는 말한다. 어제의 내가 바로 오늘의 나 자신의 경쟁 상대라고. 발표회 날 단 하루를 위해, 345일 연습을 한다는 그녀는, 바로 그 '자기 계발'이라는 말로 대신할 345일이 자신의 행복이라고 말하는 여성이다. 

또 다른 여성상으로 등장한 이는, 아나운서에서 여행 작가로, 이제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음악회 주최자가 된 손미나이다. 그녀는 앞날이 보장된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내던진 채 무작정 여행을 떠났던 시절을 회고하며, 인생이 늘 장밋빛 일 수 없으며, 힘든 일이 있을 때는 더 좋은 일이 있으려고 그런다는 자신의 긍정 마인드가 자기 삶의 원동력이 되었음을 확신한다. 

외국 유학 경험이 없이도 영어 동아리 경험 만으로 CNN기자가 되고,  아이랑 TV 사장까지 역임한 손지애에게 일만큼 중요한 것은 아이 셋의 엄마라는 사실이다. 직장을 다니면서도, 엄마라는 위치를 놓지 않은 그녀는 불굴의 의지로 세 아이들의 모유 수유를 성공했던 것처럼, 늘 자기 삶의 또 다른 한 축으로 성공한 엄마를 놓지 않았다.

디자이너 최지형 역시 미혼의 그녀도 멋진 사람이었지만, 결혼을 한 이후의 자신은 일과 삶의 균형을 완성한 느낌이라 자신있게 말한다. 


거침없는 자유로움의 뉴요커나, 쿨한 멋스러움을 내세운 파리지엔느와 달리, <글로벌 리포트-파리, 뉴욕, 그리고 서울>이 내세운 서울 여성상은 진취적이며 열정적이면서 동시에 현명한 여성상을 의미한다. 
진취적이면서 열정적인 여성상은 이른바 우리 사회가 일반적으로 그려내는 슈퍼 우먼으로 연상되는 바로 그 모습이다. 그 어떤 장애물도 꺼리낄 것없이, 모든 분야에서 성공을 향해 도전하는 여성,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서울 여성'은 거기에 또 하나의 요소를 더한다. 역사적 인물로서 신사임당이나, 허난설헌에 까지 그 유래를 거슬러 올라가며, 전통적 여성들이 가진 현명한 미덕을 서울 여성의 장점으로 덧붙인다. 즉, 손지애처럼 사회적 성공을 거두었으면서도, 여전히 엄마로서의 역할을 놓지 않는 모습이라던가, 최지형처럼 결혼을 인생의 완성이라 여기는 가치관을, 한국 여성이 가진 또 하나의 미덕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런 조화을 추구하는 '서울 여성'의 스타일은 그들이 추구하는 외향에서도 드러난다고 한다. 가장 세련된 화장을 추구하면서도, 그것이 남들이 보기에 화장을 한 듯 보이기보다, 자연스러운 본연의 매력처럼 드러나기를 원하는 '서울 여성' 스타일이, 바로 진취적이고, 열정적이면서도, 현명한 서울 여성의 진면목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다큐는 정리한다.

<글로벌 리포트-파리, 뉴욕, 그리고 서울>을 통해 본 '서울 여성'은 한류 붐을 타고 인기를 끄는 드라마 등을 통해 인식의 저변을 넓히고, 거기에 활발하게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여성 인사들의 성취를 더해, 하나의 문화적 캐리터로 자리잡았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해석의 이면은 존재한다. 진취적이고 열정적인 면은, 자본주의 사회 속 경쟁에서 유리 천장을 뚫고 살아남아야 하고 살아남기 위한 슈퍼 우먼의 생존 본능으로 해석될 수도 있으니까. 또한 '서울 여성'의 또 다른 매력적 요소로 등장한 '현명한 지혜'란 여전히 전근대적인 가족 제도의 틀이 압박하고 있는 슈퍼 우먼의 또 다른 그늘로써 풀이 될 여지가 있는 것이다. 

<글로벌 리포트- 파리, 뉴욕, 그리고 서울>을 통해 문화적 상징성을 띤 '서울 여성'은 충분히 그러할 만 하다 하지만, 정작 그것이 현실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가에 있어서는 아이러니한 측면이 있음을 다큐도 숨기지는 못한다. 

대기업의 입사 시헙에 면접관으로 자주 참여했다는 이상봉 디자이너는, 입사 지원자들의 얼굴이 서로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비슷해져가는 상황을 애석해 하면서, 성형이 일반화되는 우리의 실정이, 트렌드를 따라가는 데 있어서는 발빠르지만, '획일화'의 함정이 있음을 짚고 넘어간다. 

<글로벌 리포트- 파리, 뉴욕, 그리고 서울>은 자랑스레 서울 여성이라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문화적 상품으로서 서울 여성을 내세우지만, 정작 다큐의 도입부, 서울 거리에서 만난 우리의 젊은 여성들에게서, 그렇게 세계가 인정한 서울 여성에 대한 자부심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서울 여성하면 떠오르는 질문을 던졌을 때, 화면에 비춰진 대부분의 여성들은, 된장녀, 성형이란 단어를 떠올리며, 그런 단어에 부합되는 자신을 부끄러워했다. 

문화적 상품이 되고, 세계적 트렌드가 되어간다는 '서울 여성', 하지만, 그 이면에는 성형 중독에, 된장녀라는 부끄러운 소비 사회의 풍조가 숨겨져 있다. '소퍼 홀릭'이라는 이면을 가진 '뉴요커'처럼 말이다. 남들에게는 자랑스레 팔 수 있는 상품 가치를 지닌 여성사이라도, 우리 시대의 젊은이들이 스스로 자부심을 가진 여성상이 될 수 없다면 생각해 볼 여지을 남긴다. 문화적 상품으로서의 '서울 여성'과, 현실의 '서울 여성' 사이의 괴리는 우리 시대의 남겨진 숙제이다. 


by meditator 2014. 6. 1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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