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강호동에겐 야생의 들판에서 뒹구는 것이 어울리는가 보다. 같은 시간대 방영되는 <화신>을 누르고 일반인 탁구 동아리를 상대로 한 탁구시합을 다룬 <우리 동네 예체능>이 상승세란다. 그런데, 두번 째 방영된 <우리 동네 예체능>은 0.5% 상승된 시청률과는 별개로 이 프로그램의 장점과 단점을 이미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엄밀하게 말해서, 뻔해도 너무 뻔한 <화신>을 제치고 동시간대 1위라, 겨우 시청률 6% 대를 가지고 자부하기엔 아직은 너무 초라한 모양새가 아닐까?

 

<우리동네 예체능>은 강호동의 예능이 아니다.

'예체능' 팀의 민호가 첫 경기를 벌이는 도중, 강호동이 그 특유의 설레발을 치며 경기장으로 들어섰다. 하지만, 그는 곧 탁구 경기장의 난입으로 심판의 제재를 받았고, 주섬주섬 뒤로 물러날 수 밖에 없었다. 그후 경기 내내, 강호동은 스스로 경기를 치루는 분량 이외에, 덩치가 커서 카메라에 잘 잡히는 것 외에, 중간중간 진행을 하는 것 말고는 특별한 존재감이 없었다.

즉, <우리 동네 예체능>은 굳이 강호동이 아니라도 여타의 연예인들을 모아놓아도 프로그램의 재미를 뽑아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그도 그럴 것이 출연자들이 스스로 말했다시피 동호인들간의 탁구 시합임에도 막상 카메라가 돌아가니 '국가대표급' 긴장감이 흐르는 상황에서, 강호동이든, 이수근이든, 그 누구의 예능감이 굳이 필요가 없었고, 오히려 과도한 예능감은 프로그램을 망칠 수도 있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경기 중간, 점수를 냈을 때나, 실점을 했을 때 연예인팀의 반복된, 과도한 리액션도 상대팀에 비해 너무 과하다 보니, 오히려 승부에 너무 집착하는 듯이 보여 좋지는 않았다. 막상 경기에 들어가니, 이 프로그램이 예능이란 것을 잊은 채 다들 승부에만 몰두하는 모습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실제 경기에서 돋보인 화제가 되었던 조달환이나 혹은 탁구의 도를 가르쳐 줄 정도의 박성호, 아직은 초보티가 역력하지만 눈에 불을 켜고 덤벼든 민호 등의 활약상이 두드러졌다. 아니다. 이들의 활약상이 두드러진 것이 아니다. 그들과 함께 했던 상도동 탁구팀의 점수가 뒤지는 상황에서도 결코 경기를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화이팅 정신과 자세가 프로그램을 빛나게 했던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강호동은 빛날 수도 없었고, 빛나서도 안되는 거였다. 그런 의미에서, 이 프로그램을 강호동의 예능이라고 말하기엔 어불성설이다.

또한 어제는 다행히 초보 최강창민과 그보다 나은 김병만이 연예인팀의 이른 패배로 경기를 치루지 않았지만, 이처럼 예능이라기엔 '국가대표급' 치열함을 드러낸 경기에서, 과연 제대로 치지도 못하는 팀원의 존재는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라는 결론을 다시 한번 도출한 시간이기도 했다.

 

(사진은 동아닷컴)

 

중계가 아닌 예능이 되려면?

함께 <우리 동네 예체능>을 시청하는데, 나와 남편의 반응이 다르다. 그도 그럴 것이, 난 겨우 똑딱똑딱이나 하는 탁구 초보요, 남편은 드라이브니, 스매쉬니 탁구를 제법 아는 사람인 것이다. 강호동의 경기를 보면서, 1편을 시청한 나는 강호동이 탁구를 처음 배웠다고 프로그램에서 본 대로 곧이 곧대로 믿는데, 탁구를 좀 쳐본 남편은 강호동의 채를 잡는 자세 부터가 처음 배워서는 나올 수 없는 자세라며 탁구 좀 쳐본 사람이라고 우긴다.

이런 식이다. <우리 동네 예체능>이란 프로그램의 재미는 마치 유홍준 교수의, '알면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면 더 사랑하게 된다'는 그 명언과도 같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박진감도 잠시 경기가 몇 순배가 돌아서면서 탁구를 잘 모르는 사람은 그 경기가 그 경기 같은데, 탁구를 제법 아는 사람이 보기엔 경기마다 다른 재미를 주면서, 점점 더 재밌어 지게 되는 것이다. 이는 <우리 동네 예체능>이 가진 한계가 될 수도 있다. 다음 주에도 또 탁구를 한다는데, 과연 탁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계속 관심을 보일 수 있을까? 결국 특정 종목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아니 애초에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 보여진다.

경기가 끝나고 유일하게, 그것도 82세의 할머니를 이겨버린 이수근을 두고 실버 탁구의 싹을 잘랐다느니, 밉다느니 우스개 소리를 강호동이 하는 중에, 조달환이 할머니는 애초에 탁구채부터 다르고, 경기 운영이 수준급이었단 이야기를 던졌다. 즉, 할머니가 못해서 이수근을 이긴 것이 아니라, 이수근이 성실하게 최선을 다했기에 이겼다는 것이다. 이렇게 경기 중간에 집어 줄 수 있는 내용을, 막상 출연자들이 시합에 임하느라, 혹은 시합으로 인한 긴장감에 짚어주지 못하게 되는 것이 있다.

왜 축구 경기에 경기 진행을 알려주는 아나운서와 해설이 있을까? 해설이 없는 축구경기는 어떨까? 예전에 <축구왕 슛돌이>란 프로그램이 주구장창 어린 아이들이 축구경기만 했었다. 그럼에도 이 프로그램이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그것을 경기 이상으로 담아내었던 장외 중계와 해설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다. 출연자들조차 자기 경기, 혹은 우리팀 경기에 매몰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일반인 상대팀에 방해가 될 정도의 리액션보다는, <우리동네 예체능>의 재미, 혹은 의미를 찾아줄 수 있는 객관적 해설이 필요하지 않을까?

by meditator 2013. 4. 17. 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