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출연진이었던 박미선, 김신영을 하차시키고, 새로운 멤버 전현무, 김풍을 합류시킨 <해피 투게더3>, 유재석의 말대로 7년만에 찜질방 옷을 벗은 채 작업복을 입고 변화를 시도했다. 방송 말미 이 변신이 그야말로 '미흡한 점'이 많은 첫 회임을 강조하며 앞으로 좀 더 노력할 것을 강조했지만, '첫 술에 배부르랴'라는 속담이 무색하게, 변화된 <해피투게더3>의 시청률은 그 이전회 4.3%보다 떨어진 3.7%를 기록하였다. 최근 저조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4~5%를 오가던 시청률에 비하면 폭락에 가까운 수치이다. 




전현무가 과연 대세일까? 
오랫동안 함께 해왔던 박미선을 하차시키고, 요즘 대세라 불리우는 전현무, 김풍을 합류시킨 <해피 투게더3>, 찜질방옷을 벗어 던진 채 작업복을 입고, 출연자의 집에서 들고 온 헌 '물건'을 스튜디오에 정리하느라 쩔쩔매는 출연진들을 보고 있노라면, 유재석을 비롯한 <해피 투게더3> 제작진이 이 새로운 포맷을 위해 얼마나 고심을 했는가가 전해진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뿐이다. 애썼다. 하지만, 그 노력이 가상하다고 재미없는 걸 봐줄 수는 없지 않겠는가 말이다. 

이날 합류한 전현무에 대해 김풍은 말미에 안쓰럽다는 표현을 숨기지 않는다. 늘 케이블 방송 등에서 펄펄 날던 전현무가 그의 고향이라 할 수 있는 kbs, 그것도 유재석의 곁에서 어색해 하며 말 한 마디 제대로 하지 못해 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나보다. 그런 김풍의 평가에 대해 전현무는 명쾌하게 정리한다. 아마도 내일의 시청률이 안나오면 그건 오로지 자신의 탓일 테고, 혹시나 시청률이 잘 나오면 유느님 탓일 거라고. 

그런 전현무의 자조적인 평가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그간 온라인 상에서 회자되던 예능 신4대 천왕이라 지칭되는 사람들에 대해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견을 표시한 사람이 다름아닌 전현무였고, 전현무에 대한 과대 평가에 문제 제기가 많았음에도, 정작 kbs는 물의를 일으키고 나간 전현무를 '금의환양'식으로 추석 특집 <전현무 쇼>에 이어, <해피 투게더3>에 합류시킴으로써, 그의 아직은 미흡한 자질을 빠르게 드러내고 말았다. 



유재석 옆에 선 전현무는 그의 말처럼 그간 어느 방송에서보다 어색했다. 아니, 정확하게 전현무에게 어울리는 방송이 아니라는 것이 정확한 평가다. 그간 전현무가 빛을 발한 경우는 <히든 싱어>처럼 양념같은 진행이 어울리는 프로그램이었다. 그것 조차도 과연 전현무가 아니라면 안되었을까 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프로그램들이었다. 오히려, 신 예능 4대천왕에 김성주가 빠진 것을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처럼, 전현무는 김성주의 마이너한 대체재에 가까운 존재라는 것이 정확한 평가가 아닐까. 아니 대체재라기에도 부족한 점이 많다. <해피 투게더3> 첫 방송에서 본인조차 갑갑해 하는 것이 드러나듯, 유재석처럼 그 누군가의 곁에서 그와 함께 방송을 꾸려가기에는 전현무라는 캐릭터는 미흡하거나, 적합지 않은 존재이다. 늘 어느 자리에서거나 '자뻑'혹은 '안하무인'에 가까운 자기애로 튀어오르는 캐릭터로 두각을 나타낸 것이 전현무였으니까, 그 튀어오른 캐릭터의 도드라짐으로 그가 대세가 되었을 지는 몰라도, <전현무 쇼>에 이어, <해피 투게더3>에서도 보여지듯이, 그가 진짜 4대 천왕이 될 길은 아직 요원한 듯 보인다. 



지금 유재석에게 필요한 것은? 
하지만 유재석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전현무냐 아니냐가 아니다. <해피 투게더3>의 mc진 유재석, 박명수, 조세호, 전현무, 김풍의 전열을 보면 기시감이 느껴진다. 20부작으로 종료된 <나는 남자다>가 떠오른다. 그 당시 한창 대세라 지칭되던 장동민에, 허경환, 배우 임원희 등이 합류한 집단 mc 체제와 너무 비슷하지 않은가 말이다. 당시에 예능 블루칩이라 지칭되는 인물에, 타 예능 프로그램에서 좀 재밌었다고 평가받던 사람들을 불러다 만든 어색한 조합, 그 팀웍을 만들기에도 한참이 걸렸던, 아니 유재석과 예능을 하면 오래할 지는 몰라도, 온리 유재석만 남는다는 박명수의 평가처럼, 유재석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기억되지 않는 그런 조합의 연속이다.

이렇게 대세라, 혹은 예능에서 좀 화제가 된다는 인물들을 모아 새로운 군단을 만든, 거기에 누군가의 안쓰는 물건을 가져다 그것을 매개로 토크를 나누고, 재발견해주고, 나누어 준다는 의도는 좋은 예능, <해피 투게더3>는 안타깝게도 강호동의 <달빛프린스>가 떠오른다. 의도는 좋지만, 재밌지도, 어울리지도 않았던. 

헌 물건을 가져다 애써 늘어놓고, 그걸로 퀴즈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그것의 의미를 재조명하는 새로운 포맷이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고 있노라면, 안타깝게도 그 이전 목욕탕에서 나누던 이야기와 그리 다르지 않다. 이제는 한류가 돠었다는 지석진이지만, 유재석에게는 언제나 나이많은 철부지같은 형이다. 심지어 개리는 kbs 첫 출연이 무색하게 신선하지 않다. 결국 포맷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제 아무리 옷을 바꿔입고 장소를 달리 해봐도, 여전히 지석진은 유재석에게 여전히 유에프오나 믿는 기러기 아빠이기를 즐거워 하는 철딱서니없는 형이요, 개리는 런닝맨의 동료일 뿐이다, 제 아무리 주변에 기지 넘치는 김풍이 있고, 자뻑인 전현무가 있어도, 포맷이 달라져도 <해피 투게더3>는 유재석에 의한, 유재석의 쇼이기에, 그가 바라보는 게스트, 그가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프로그램을 채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차라리 이럴 바에 그런 우수리를 다 떼어 버리고 이 즈음에 유재석의 홀로서기를 해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제 아무리 유재석이 새롭게 하는 프로그램들마다 시원찮은 성적을 내세워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 조사에서 유재석은 여전히 예능의 선두주자이다. 해마다 연말 시상식이 열리면 스테디셀러 유재석에게 어떤 상응을 해주어야 할지 방송국들은 고심한다. 심지어 대상을 받은 사람들이 유재석에게 민망해 하는 상황이다. 상황이 아직도 그럴진대, 유재석은 새로운 프로그램을 할 때마다, 자신을 내세우는 대신, 여전히 낯선 포맷과 어색한 조합의 출연진들과 씨름을 한다. <힐링 캠프>가 김제동으로 승부수를 내세웠듯이, 이제 <해피 투게더>도 어차피 유재석에 의한 프로그램이라면, 유재석 한 사람으로 프로그램을 이끌어 가는 것이 어떨까? 정 불안하다면, 그래도 그와 가장 호흡이 잘 맞았던 박명수나, 박미선 정도의 보조는 괜찮을 듯하다. 포맷도 꼭 목욕탕 옷을 입거나, 작업복을 고집할 필요도 없다. 출연진에 따라, 셰프복을, 운동복을 입을 수도 있는 유연한 컨셉으로 가면 될 터이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대한민국에서 게스트로 나온 출연자의 이야기를 가장 잘 들어주고, 그의 장점을 가장 예능에 맞춰 잘 끄집어 내주는 능력에 있어서는, 그리고 게스트에게 한바탕 놀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는데 있어서는 유재석만한 mc가 없다. 그런 그의 능력에 이즈음이라면 자신감을 가지고 한번 밀어붙일 때도 되지 않았을까? 저 웃지못할 10월 8일의 <해피 투게더3>의 조합보다야 적어도 나을 듯하다. 전현무도, 김풍도, 가장 빛을 발할 때는 게스트로 나올 때였다. 그리고 그걸 만들어 준 사람은 바로 유재석이다. 이제, 유재석 자신을 믿고 나설 때다. 

다만 우려되는 점이 있다면 유재석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노회해가는 유재석이다. 10월 8일 방송에서 보여지듯이 개리의 자기 개발서에 반색을 하고, 지석진의 ufo에 면박을 주는 유재석의 시각인 것이다. 더 이상 자기 계발서가 좋은 책이라 평가받지 않는 세상에서, 유재석의 토크 내용은 그의 나이와 함께 진부해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지 메이킹'이 아니라, '필요 없어서' 명품이 필요없는 유재석이라면, 그 본연의 진솔한 모습으로 그만의 쇼를 기대해 볼 가치가 있을 듯하다. 
by meditator 2015. 10. 9. 14:43

언제부터인가 대신 '책'을 읽어주는 프로그램들이 등장했다. kbs의 <tv, 책을 말하다>에서 <tv, 책을 보다>로 면면히 이어지는 프로그램이 그것이요, <이동진의 빨간 책방>을 위시한 팟 캐스트의 여러 책 관련 프로그램들이 그것이다.  처음엔 '책'을 소개해 준다고 하던 취지들이, 어느샌가 바쁜 생활 속에서 진득하게 책을 붙들고 앉아있기 힘든 사람들을 위해 '정보'로서, 혹은 '힐링'으로 대신 책을 읽어주겠다고 입장이 바뀐 프로그램들이다. <tv, 책을 보다>는 '책 소개 프로그램의 틀을 벗어나 책에 대한 서로 다른 시선 or 책에 대한 색다른 주장을 다룬 강독쇼로 시청자와 공감의 폭을 충분히 넓히고 이해를 공유함으로 인문학적 재미의 확대를 목표로 한다'며 '독서 권장'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하고, 9월 15일 첫 선을 보인, tvn의 <비밀 독서단> 역시 책 읽을 시간 없는 시청자들 대신 책을 읽어 주겠노라 당당히 밝힌다. 


이는 성인 세 명 중 한 명이 한 해 동안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실질 문맹률 oecd 꼴찌의 대한민국의 현실을 반영한, 자구지책이다. 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시기마다 사람들을 위로하고 길을 밝혀준' '책'을 포기할 수 없는 문화적 안간힘이기도 하다. 거기에, 책은 읽지도 않으면서, '인문학'에는 솔깃한 기이한 '인문학 열풍'의 편승이기도 한 것이다. 그렇게 '책을 읽지 않는 문화 속에서 탄생한 '책 읽어주는 프로그램'에 또 하나의 새 프로그램이 얹혀졌다. tvn의 <비밀 독서단>이 그것이다. 





익숙한 듯 새로운 독서 프로그램

tvn의 <비밀 독서단>은 기존 대신 '책'을 읽어주는 프로그램의 전통을 따라하면서, 그 '교양'적 성격을 조금 더 희석시키고자 노력한, 즉, '예능화'한 책 읽어주기를 시도한 프로그램이다. '예능화'한 책 읽어주기 프로그램이라니, 잊혀진 슬픈 전설인 2013년 3월 종영된 강호동의 <달빛 프린스>가 떠올려진다. 그리고 보면, <달빛 프린스>는 최근 범람하고 있는 '인문학적 열풍'에 혜안이 밝았던 거였다. 단지, 그 혜안의 방향과 코드가 잘못되었을 뿐, 그렇게 첫 단추부터 '근육질 강호동'을 내세워 불협화음을 빚어 실패했던 책읽기의 예능화가 tvn으로 오면 어떻게 달라질까?


새로인 시작한 <비밀 독서단>, 그런데 이 프로그램은 새 프로그램인데 낯설지 않다. 우선은 단원들이 모여 앉은 스튜디오가 이미 tvn에서 선보인 인문학적 토크쇼 <젠틀맨 리그>와 유사하다. 심지어 그 구성도 크게 달라보이지 않는다. 인기를 끌었던 <킹스맨>을 패러디 한 듯한 젠틀맨들을 등장시켜, 매너 대신, '인문학적 지식'이 사람을 만든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젠틀맨리그>처럼, 마치 원탁의 기사들을 연상시키는 중세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스튜디오에 비밀 단원들이 모여 각자 준비한 책을 소개하는 방식이 크게 이물감을 주지 않는다. 그렇게 '인문학적 지식'을 통해 '매너'가 사람을 만들 듯 제대로된 젠틀맨이 되어가고, 비밀의 책을 통해, '기사'가 되어가는 어떤 제식이, '교양'으로서의 격을 만든다. 그렇게 '인문학적 지식'이나, '독서'는 거창한 목적이나, 필수불가결한 효용대신, 거리의 양아치가 젠틀맨이 되어가듯, 멋들어진 삶의 한 방식으로 접근되는 것이다. 


프로그램을 이끄는 사람들의 구성도 대동소이하다. 연예인 + 전문가의 적절한 콜라보레이션을 추구한다. <젠틀맨 리그>가 정재형과 장기하라는 실질적 면모와 상관없이 좀 '지적'이어 보이는 mc  두 사람에 인하대 로스쿨 교수 홍승기, 경제 전문가 이진우, 역사 교사인 김준우를 합세시켰다면, <비밀 독서단>은 개그맨 정찬우에, 데프콘, 예지원, 미술에 일가견있는 아나운서 김범수, 기자 신기주, 베스트셀러 저자 조승연을 합류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엎어치든 메치든 결국 '책'과 관련된 프로그램은 책을 소개하고, 그 내용을 함께 공유하는 형식을 벗어날 수 없다. 과연 이런 천편일률적일 수 밖에 없는 '책소개'의 형식을 <비밀 독서단>은 어떻게 변화시켰을까?





책읽기의 진부함을 극복하기 위한 비법은?

이런 진부한 형식에 대한 <비밀 독서단>의 해법은 '책으로 입털기'이다. 한 시간 여의 프로그램 동안 다섯 명의 단원이 다섯 권의 책을 소개하듯이, 책에 대한 소개는 짧고 간결하게, 그리고 마치 요리비법의 '킥'처럼, '생명줄'을 통해, 단 한 줄로 책을 설득하고자 한다. 대신, 그 짧은 소개의 부족분을 채우는 것을, 그 책을 두고 '설왕설래'하는 출연자들의 입담이다. 


조승연이 소개한 라 로슈프코의 <잠언과 성찰>을 두고 벌인 데프콘, 신기주 기자와의 설전이 그 대표적인 것이다. 전문가로서 야심차게 <잠언과 성찰>을 소개했지만, 그런 소개에 아랑곳하지 않고, 데프콘은 책이 너무 어렵다고 논박한다. 그리고 그 논박에 이어, 이런 잠언 식의 책은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거나, 생각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신기주 기자의 반박이 뒤따라 조승연 단원을 무색하게 한다. 심지어 이 날의 책으로 뽑힌 신기주 기자가 소개한 발로 쓴, 사례가 풍부한 말콤 글래드웰의 <다윗과 골리앗>과 비교가 되면 <잠언과 성찰>의 자리는 더더욱 협소해 지고 만다. 하지만, 바로 이것이 그저 교양으로서의 책 소개를 넘어, '책을 가지고 물고 뜯는 재미를 주는 <비밀 기사단>의 묘미이다. 


이를 통해 시청자들은 자신은 읽지도 않았으면서, 마치 그 책을 읽은 양 프로그램에 소개된 책들을 '소비'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것은 바로 이런 책 소개 프로그램의 장단점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렇게 맛깔나게 혹은 감질나게 소개되는 과정을 통해 결국 내 스스로 읽어보게 만들고 싶은 것이 그 장점이라면, 결국 '남의 말'에 불과한 소개를 듣고, 마치 자신이 읽은 것인양 '만족'하게 되는 단점이 그 반대편에 자리한다. 책을 안읽은 사회에서 그나마 이렇게라도 책을 점하게 되면 다행이지만, 그냥 그렇게 책을 소비하고 말 가능성도 남는 것이다. 




by meditator 2015. 9. 17. 16:28

<수요 미식회>와 <무비 스토커>는 tvn의 수요일 저녁을 책임지는 대표적인 토크쇼이다. 공중파의 예능들이 기존에 있는 프로그램들이건, 새로인 런칭되는 프로그램들이건 '지리멸렬'한 상황에서, 이들 두 프로그램은 각각 '음식 비평'과 '영화 비평'이라는 '비평'이라는 전문적 영역을 내세우면서 대중과 호흡할 수 있는 토크쇼로 접목하는데 있어 성공적인 대표적 프로그램들이다. 


먹방과 음식점 홍보가 난무하는 가운데, 먹방을 내세우지 않고, 음식 그 자체에 대한 평가를 내세운 <수요 미식회>는 '먹방' 트렌드 속에 독보적이다. 또한 영화 프로그램이라 하면, '소개'를 넘어서기 힘들었거나, 그게 아니면 모든 사람들이 잠든 그 어느 시간을 틈타 조용히 그림자처럼 찾아들던 존재감을 넘어 당당하 주중 저녁 시간대를 떠억 하니 차지하고, 영화를 매개로 '수다'를 떨고자 하는 시도에서 <무비 스토커> 역시 신선한 기획이다. 두 프로그램 모두,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즐기는 먹거리와, 가장 손쉽게 다가가는 취미 생활을 매개로 한 현실적인 토크쇼라는 점에서 그 가치를 지니고, 공중파에서 시도되지 않은 새로운 영역이라는 점에서 독보적이다. 



<수요 미식회>의 진검승부
그간 죽기 전에 찾아봐야 할 음식점이라는 주제를 내걸고, 다양한 음식들과 음식점에 대한 비평을 선보였왔던 <수요 미식회>는 최근 방송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스타 셰프들의 본진, 그들이 소속되어 있거나, 운영하고 있는 레스토랑에 대한 비평을 선보였다. 그 대상이 된 것은 스타 셰프의 대표주자 최현석과 오세득, 마치 톰과 제리처럼 <올리브쇼> 등을 통해 예의 '허세'와 그에 못지 않은 깨알같은 '언어 유희'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그리고 그에 못지 않게 그들의 화려한 요리로 눈길을 사로잡은 두 사람이 <수요 미식회>의 칼날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방송을 통해 알 수 있지만, <수요 미식회>는 이들 방송가에 화제가 된 두 사람 외에, 또 한 사람 우리나라에서 '셰프' 1세대로 칭송을 받고 있는 프렌치 셰프인 전경수 셰프를 초빙하여 어쩌면 애초에 결과가 예견되는 비평의 장을 펼친다. 즉, 이제는 그저 유명한 '셰프'를 넘어 '장인'의 경지에 이르른 전경수의 존재감은, 화려한 언변으로 대중을 매료시킨 두 사람에 비해 '방송적' 인지도는 떨어질지언정 그의 진솔한 한 마디 말에 최현석이 무색해지는 것처럼, '스타'라는 말로서 다 설명할 길이 없는 '세프'의 진정한 면모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아마도 방송가에서 이미 유명해진 대표적 셰프 두 사람 외에 전경수를 초빙한 것은, 대중들이 현혹된 '스타'로서의 '셰프'의 진정한 존재감을 드러내고자 한 의도였고, 그런 의미에서 9월 2일 <수요 미식회>의 기획은 성공적이었다. 그 자리에 출연한 모든 사람들이 입을 모아, 전경수의 음식을 '힐링'처럼 극찬하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스타'라는 명망 속에 가려진 '셰프'의 본질을 드러내고자 한 것 외에, 어쩌면 <수요 미식회>9월 2일 기획의 또 하나의 촛점은, 최근 강레오 셰프의 인터뷰 해프닝에서 드러난 것처럼 최현석이라는 가장 대표적인 스타 셰프의 본진 '레스토랑' 음식이 '비평'의 차원에서 가치가 있느냐는 것일 것이다. 오세득 셰프와 칼과 방패처럼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입배틀'과 '요리 배틀'을 벌이지만, 대중적 지명도에서 훨씬 앞서가고 있는 최현석, 그의 존재감의 실체가 이날 방송의 실체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수요 미식회>는 냉정했다. 40대의 혈기, 혹은 20대 청년의 기 라는 표현이 난무했지만, 함께 비교 대상이 된 전경수, 오세득에 비해, 최현석의 본진이 선보인 음식은, 냉정한 <수요 미식회> 비평가들의 눈에는, '강강강강'으로 점철된 화려한 눈요기와, 정작 본론인 스테이크의 맛에 있어서는 아쉬운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에 비해 오히려, 오세득의 경우는 그의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지명도를 상쇄할 만큼 후한 '정통'과 퓨전 양 측면에서 그저 아쉬운 점이라면 '양'일 정도로 후한 점수를 받았다. 

이런 저런 수식어가 따랐지만 결과론적으로 전경수의 압승과 그 뒤를 따르는 오세득, 그리고 화려함으로 덧입혀 보지만 아직은 그에 모자른 최현석이란 평가는, <수요 미식회>이기에 가능한 자신감의 영역이다. 하지만, 최현석에 대한 평가가 냉혹했지만, 한편의 쇼와 같다는 그의 레스토랑, 그리고 일년에 한번 정도는 가서 먹어보며 그의 미래를 함께 하고 싶다는 평가는, 아직은 완성되지 않은 가능성으로서의 최현석에 대한 미덕이자, <수요 미식회> 혹은 스타 셰프들을 아직 소비할 여지가 남은 매체로서의 말 줄임표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날의 평가에서 빛난 것은 당대 최고 셰프조차 '쾌도난마'( 드는  헝클어진  가닥 자른다 으로, 어지럽게 뒤섞인  명쾌하게 처리함 비유적으로이르는 말)'할 수 있다는 <수요 미식회>의 내공이다. 


개편이 개악으로 <무비스토커>
<수요미식회>가 보인 운영의 묘 중 하나는, 가장 엄정한 비평가 황교익의 맞은 편에, 이른바 초딩 입맛이라는 전현무를 배치하는, '비평'의 전문성과 대중성의 눈높이를 맞추고자 한 것이다. 9월 2일 방송에서 보여지듯이 프렌치 레스토랑의 주요 코스 중 하나인 '푸아그라'를 두고, 서로 엇갈린 평가를 내리는 모습은 앞서 최현석의 정의처럼 '입맛'에는 왕도가 없고, 각자의 '개성'도 소중하다는 제작진의 균형감의 소산이다. <수요 미식회>의 매력은, 그리고 대중적 토크쇼로서의 비평 프로그램의 성공 여부는 바로 이 '비평적 관점'과 대중적 입맛의 균형점을 절묘하게 맞추어 가는 것이라 하겠다. 

그런 면에서 <무비 스토커> 역시 편집장박혜은과 영화 기자 이지혜, 그리고 전문적이지 않은 김구라, 윤상, 김정민이 합류하여 그 균형점을 맞추어 왔다. 하지만, 영화는 음식과 다르다. 음식은 누구나 다 먹는 것이지만, 영화는 그래도 함께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영화를 보고 좋아하는 기본이 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무비 스토커>의 차별성이 존재한다. 그런 점에서, <무비 스토커> 속 김구라와 윤상의 존재감은 예상 외로 빛난다. 김구라는 <썰전>에서와 달리, 다양한 영화와 영화인들에 대한 그의 토대가 충분히 대화 가능한 수준이고, 영화 음악 전문 기자로 합류한 윤상의 활약은 영화 전문인들을 웃돌 정도로 조예가 깊어 그의 평이 기대될 정도였다. 그래서 김정민의 멀뚱멀뚱함조차 애교로 넘어갈 만큼, <무비 스토커>는 정말 영화를 좋아하고, 영화를 좀 아는 사람들의 수다로서의 면모를 제대로 느끼게 해주었었다.

그간 <무비 스토커>의 구성은 매회, 잡지를 만든다는 컨셉으로, 하나의 주제를 놓고 각 출연자들이 각각 하나의 영화나, 컨셉을 잡아 코너를 만들고, 마지막에 그 중 하나를 그 주의 커버로 선정한다는 방식이었다. 이를 통해 스파이, 히어로 등 다양한 영화를 하나의 주제를 통해 새롭게 접근할 수 있는 신선한 이야기 방식을 선사했다. 

그런데 이 방식의 문제점은 '시의성'이다. 하나의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가다 보니, 이미 봤던, 혹은 보지 못했던 영화를 새롭게 알아갈 수 있는 장점은 있지만, 최근 개봉되는, 혹은 트렌드가 되는 부분을 놓치게 되는 함정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9월 2일 새로인 개편된 <무비 스토커>는 객원 기자석을 강화하여, 개봉될 영화의 인물들을 초대하는 공간을 만들고, 그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자로 박지윤을 등장시켰다. 

박지윤이 등장을 보고 김정민의 말한 듯이, 새롭게 등장했는데 굉장히 익숙한 느낌은 그렇다 치고, 박지윤의 등장이 가져온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지금까지 <무비 스토커>를 이끌어 왔던 비평과 대중성의 균형점이 깨졌다는 것이다. 박지윤의 소개에서 한때 영화를 좋아했지만, 지금은 육아에 전념하느라 영화보기를 소홀히 했다는 그 소개는 그날의 방송에서 역력히 드러난다. 영화 속 악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대부분의 이야기는 영화 전문 기자 이지혜와 김구라,를 중심으로 풀어져 가며, 이야기가 단선적이 되어가게 된 것이다. 이전에 있던 이병헌 감독과 윤상이 합류하여 풀던 다양하고 맛깔난 이야기들은 상실되고, 오히려 박지윤보다, 객원으로 참석한 마동성의 이야기가 훨씬 더 풍부하게 토크를 구성해 나감으로서 전체적으로 <무비 스토커>가 평범해졌다는 것이 가장 아쉬운 점으로 드러났다. 

대본을 보고 읽는 듯한 김정민이 그간 애교로 비춰졌지만, 박지윤까지 두 명이나, 그렇게 되어 버리니, 프로그램의 활기가 없어진 것이다. <무비 스토커>의 박지윤의 모습은, 여성 방송인의 활약을 아쉬워 하기에 앞서, 그 소양의 문제점을 생각해 봐야 할 만큼 심각한 모습이었다. 2일 방송의 박지윤은 <썰전> 속 드라마를 즐겨보는 아줌마의 모습보다도 못한 준비되지 못한 모습이었다. 그러기에 이런 인물들이 두 명이나 있는 <무비 스토커>의 개편이 여러모로 아쉽다. 모처럼 영화 소개 프로그램을 넘어, 영화를 매개로 한 토크쇼의 가능성을 열어보인 <무비 스토커>가 스스로 그 가능성을 닫아버리지 않은 운영의 묘를 보여주기를 바란다. 
by meditator 2015. 9. 3. 15:32

8월 31일 방영된 <힐링캠프>의 게스트는 500회를 맞이한 <그것이 알고싶다>의 mc 김상중이었다. 7년째 단 한번도 거르지 않고, 혹여나 시사프로그램의 mc로써 이미지가 흐트러질까봐 드라마 배역 선택에서 조차 신중한 김상중이 <그것이 알고 싶다> 500회를 맞이하여 <힐링 캠프>를 찾았다. 




김상중의 존재감으로 메운 <힐링 캠프>
이제는 <그것이 알고싶다>가 곧 김상중의 다른 이름인 것처럼, 김제동의 표현처럼 시사프로그램 mc로는 전무후무한 '그런데 말입니다'라는 유행어까지 가지고 있는 김상중, 역시나 그가 게스트로 출연한 <힐링 캠프>의 출발점은 <그것이 알고싶다> mc로서의 김상중이다. 

낮고 유려하면서도 그 누구보다 진지한 설득력을 가진 목소리로 김상중은 <힐링 캠프>의 포문을 연다. 그리고 <그것이 알고싶다>의 예의 날카로운 분석력으로, 마치 탐정처럼 '유행어'를 유추 추리해 내기도 한다. 또한 드라마와 달리, 온전히 자신의 옷으로, 자신만의 분위기를 연출해 왔다는 그의 정성에선, 그저 시사프로그램 mc를 넘어 <그것이 알고싶다>가 김상중의 정체성의 일부분이 되었음을 느낄 수 있게 하였다. 심지어 슈트핏을 위해 하루에 한끼만을 먹는다는 그의 자기 관리는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다. 또한 그저 프로그램의 mc로서의 소극적 자세를 넘어 '그런데 말입니다'를 탄생시킬 정도로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에 기여한 김상중의 면모도 드러낸다. 

과연 무엇이 김상중으로 하여금 7년을 올곧이 한 프로그램에 자신의 시간과, 정성을 온전히 쏟게 만들었을까? 시청자들의 사연을 상담해 주면서도 꼭 <그것이 알고싶다>를 보았냐고 재차 확인하는 그의 애정도와,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건들을 다루었지만, 그 많은 사건들을 소개만 해주었을 뿐이라는 아쉬움, 그리고, 같은 사건을 되풀이하여 다루어야 하는 프로그램의 한계를 토로할 때, 오히려 그의 신념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게한다. 거기에 <그것이 알고 싶다>가 계속될 수 있는 것은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이라는 마지막 말까지 잊지 않는 그의 책임감이 화룡점정을 이룬다. 

그렇게 <힐링 캠프>는 프로그램의 상당 부분을 <그것이 알고 싶다>을 7년간 올곧이 이끌어 온 김상중의 매력에 치중한다. 아니, 김상중이란 인물의 '마력'으로 <힐링 캠프>는 순항한다. 하지만, 김상중이 어디 <그것이 알고싶다> mc만으로 규정될 수 있는 배우인가, 이어 <힐링 캠프>는 다채로운 그의 매력을 탐구해 나가고자 한다. 김상중 역시 진지한 시사프로그램 mc로서의 공감대를 걱정하면서도, 중년의 소탈한 매력을 어필하는데 몸을 사리지 않는다. 
이렇게 8월 31일 <힐링 캠프>을 채운 것은 김상중의 진지함과, 그 진지함을 무너뜨리지 않는 애교같은 소탈한 매력이다. 



뜬금없는 아이돌 출현이 흐트러뜨린 김상중과 <그것이 알고싶다>에 대한 모색 
하지만 김상중이란 인물의 매력이 충만한 가운데 여전히 프로그램 자체로서의 아쉬움은 남는다.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뜬금없는 '아이돌 하니'의 출현이다. 이미 500명이나 되는 이른바 일반인 mc를 포진해놓고, 그들에게 제대로 말 한 마디 시켜주지도 않은 상황에서 하니가 등장하여 프로그램의 분위기는 급전환된다. 지금까지 <그것이 알고싶다>를 이끌어 온 진중하고 소신있는 남자 김상중은, 그저 아이돌을 좋아하는 중년의 아저씨로 탈바꿈한다. 물론 그저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진지한 모습 이외의 뜻밖의 소탈한 모습을 내보이려 했던 의도는 공감한다. 왜 중년의 남자의 색다른 모습은 '아이돌'을 좋아하는 것을 통해서만 발현되어야 하는 것일까? 오히려 김상중이 즐겨하는 '바이크'를 통해서도 그의 색다른 모습을 끌어낼 수 있고, 하니가 아니더라도, 그 자리에 함께 한 '이른바 500명의 mc'들을 통해서도 '버카충 알아맞추기'처럼 신선한 재미를 끌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과연 김상중의 하니 춤 따라하기랑, '버카충 알아맞추기'를 놓고 보았을 때 어느 쪽이 더 신선하게 김상중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을지. 생각해 보면 그 답은 분명해 진다. 

아니 그것보다는, <그것이 알고싶다> 500회 특집을 기념하여 <힐링 캠프>에 출연한 당 프로그램의 mc 김상중인데, 과연 그 500회의 무게를 제대로 살렸는가에 대해 질문을 던져 보아야 할 것이다. 물론 그의 이야기 중간 중간, 시사 프로그램의 중요성, 그리고 한계에 대해 진지한 토로가 등장했지만, 배우 김상중과, 연예인 김상중에 대한 모색에서, <그것이 알고싶다> 500회는 어쩐지 구색처럼 얹혀간다. 아마도 자신의 또 다른 작품을 언급하는, 혹은 개인적인 사연을 의논하고자 하는 시청자 mc를 향해 끈질기게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보냐고 질문하는 김상중이 없었다면, 아마 그 자리에 김상중이 나온 의미를 어느덧 잊어버릴 프로그램의 분위기였다. 

그리고 그것은 아마도 개편이 된 이후, 아니 개편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거나, 달라지지 않은 <힐링 캠프>의 한계이기도 하다. 실제 김상중이 <힐링 캠프>를 통해 보여준 모습, 이야기들은 그가 <한겨레> 등의 신문 지면 인터뷰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힐링 캠프>에서 김상중의 <그것이 알고싶다>을 향한 신념은 아이돌 하니와, 시청자 mc들의 사연을 통해 분산되어 흐트러진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500명의 mc와 연예인이 함께 하는 새로운 <힐링 캠프>의 현실이다. 차라리 <그것이 알고싶다> 500회를 기념하기 위해서였다면, 아이돌 하니의 출현이나, 어설픈 구색맞추기 시청자 사연이 아니라, <그것이 알고싶다> 500회를 함께 이끌어 온 피디나, 작가가 등장하는 것이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피디가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것이 더 이상 이상하지 않는 시대에, 굳이 <그것이 알고싶다> 500회를 기념하여 초대한 자리에, 구색 맞추기 사연 풀이와 아이돌의 출현이라니. 진지하고 특별한 이야기도 어느덧 그저 평범한 연예인 쇼가 되어버린 <힐링 캠프>의 현실이다. 김제동조차 여전히 <톡투유>의 김제동이기보다는 이경규와 함께 하던 그 시절의 김제동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점 또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by meditator 2015. 9. 1. 14:13

198회 <힐링 캠프>는 4대 천왕-정형돈 편이 방영되었다. 

최근 연예계 이슈로 회자되고 있는 '4대 천왕', 그 첫 번째 편의 테이프를 정형돈이 끊은 것이다. 사실 말이 4대 천왕이지,(정형돈처럼 굳이 누구라 밝히지 않는 것을 전제로) 이 '4대 천왕'이란 화두의 요점은, 급이 어울리는가 여부를 두고 화제를 되는 한 명의 인물을 제외하고, 당연히 천왕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두 사람을 차치하고, 당연히 이제는 천왕급이 된 정형돈의 존재이다. <무한도전>에서 '웃기지 못해' 고전하던 그 정형돈이 이제는 그 누구와 파트너가 되도, 빵빵 터지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는 '명불허전'이 된 정형돈이, 4대 천왕 시리즈의 첫 회를 장식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지사다. 

하지만 막상 500명의 mc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그리고 그들과 함께 한 시간 여의 프로그램을 해낸 정형돈은 예능 대세 정형돈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보다는 그의 말대로, 좋아하는 일이, 이제는 가장 잘 하는 일이 되어버린, 프로페셔널한 방송인의 가장 진솔한 모습을 보여준 방송이었다. 4대 천왕으로서의 자부심, 성취감 대신, 두 아이를 둔 가장으로 사회 생활의 전성기를 누리는 잘 나가는 남자의 뒤안길을 슬쩍 드러낸 진솔한 방송, 어찌보면 개편된 <힐링캠프>이래, 가장 '힐링'의 본질에 다가간 방송이었다. 



대세가 된 연예인 정형돈의 우유부단함(?)
24일 방송 중 정형돈이 김제동이 무심코 내뱉은 4대강, 대통령 등의 용어 자체에 '알레르기'반응을 보인 것에 대해 논란이 되었다. 하지만, 막상 방송을 보면, 정형돈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것은, 그 단어 뿐만이 아니다. 자신을 '규정'하는 그 어떤 정의에 대해서, 정형돈은 일관되게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마치 24일의 컨셉이 '자기 부정'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등장한 4대강, 대통령이란 단어에 대한 반응은 오히려, 그런 일련의 '자기 부정'의 과정에서 발생한 해프닝에 불과했다. 오히려, 그런 단어에 조차 '화들짝' 조심스레 해야 하는 모습을 보인 정형돈의 모습은, 그런 단어 조차 거르고 조심해야 하는 연예인의 숙명을 '셀프디스'한 역설적 표현이라 보는 것이 옳다. 

그렇게 시종일관 정형돈은 '우유부단'이라는 자막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자기 자신에 대한 어떤 규정이나 정의에 대해 불편해 했다. 그리고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세상이 그 누군가, 혹은 어떤 것에 대해 예단을 내리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방청객 mc들은 그런 정형돈에 대해 겉은 유재석을 닮으려하지만 속은 박명수라는 정의를 내리기도 하고, 자신을 내보이길 주저하는 정형돈에 대해 500명을 앞에 두고 떨고 있다 우스개로 퉁치려고 김제동이 나섰지만, 정형돈은 그 어떤 규정에 대해, 쉬이 수긍하지 않는다. 

오히려 정형돈의 본 모습은 '죄송하지만 오늘 결코 끝까지 자신의 솔직한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할 것'이라는 그의 고백에서 부터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대학생들을 앞에 두고 한 두번 째 강연에서 '내가 뭐라고?'하는 직시와, 그 뒤로 단 한번도 강연에 나서지 않았다는 자기 결단이, 어쩌면 오늘날 그 누구와도 좋은 호흡을 이루어 예능을 이끌어 가는 4대 천왕이 된 정형돈의 저력을 엿보게 한다. 

그리고, 예능계의 대세가 된 정형돈이지만, 가장 좋아하는 일이 가장 잘 하는 일이 되어버린 처지, 그리고 언젠가 자기에게 시간이 주어진다면 자신의 생각을 물건으로 구현해내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소망에서, 무형의 언어에 기탁하여 인기를 끄는 연예인의 슬픈 숙명, 나아가 '밥벌이의 고달픔'마저도 엿보게 된다. 그래서 500명의 mc들은 '솔직하지 못한' 정형돈에게 그 어느때보다도 공감하고, 함께 힐링하게 된다. 



500명과의 공감, 김제동의 딜레마
24일의 방송 중 가장 빛을 발한 장면은 아이러니하게도, 29살 먹은 직장인의 사연을 함께 하지 못한 순간이었다. 새롭게 개편된 <힐링 캠프>의 방식대로 출연한 연예인은 방청객으로, 그리고 MC라 지칭되는 일반인의 사연을 듣고 '멘토링'을 해주는 시간을 갖는다. 거기서 등장한 사연, 29살 먹은 보육 교사는 바로 오늘 직장에 사표를 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 사연에 대해 정형돈은 이의를 제기한다. 자기가 뭐라고 남의 인생에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를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그가 강연을 하지 않게 된 사연, 혹시라도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로 인해 영향을 받을까 함부로 이야기 하지 않는다는 정형돈의 생각에, 김제동은 웃으며 사람들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고 했지만, 이 장면은 <힐링 캠프>의 새 포맷의 장단점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낸 순간이었다. 

방청객이 MC가 된다는 <힐링 캠프>의 새로운 포맷, 불난 집에 불구경 하는 걸, 최고의 재미로 치는 우리네 정서에 걸맞게, 방청객 MC들은 자신들이 미디어를 통해 접한 정보를 통해 게스트로 등장한 연예인과 소통하고자 한다. 자신을 드러내길 혼란스러워하는 정형돈에게 겉은 유재석이지만 속은 박명수이기 때문아니냐고 질문한 방식이 그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연예인들은 그런 방청객 MC들의 질문에 적당히 호응하며 자신들의 이미지메이킹을 한다. 그래서, 소통과 공감을 하는 듯이 보이고, 또 그래서 천편일률적이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정형돈 편의 재미는 그런 <힐링 캠프>가 가지고 왔던 일련의 스테레오 타입을 벗어난 일탈의 즐거움이다. 정형돈은 방청객 MC가 내린 규정에 자신을 딱히 이렇다 정의 내리기 힘들다고 '소통'을 거부한다. 그리고 자신의 사연을 들고 나온 방청객에게, 당신의 삶에 대해 왜 내가 왈가왈부하느냐고 반문한다. <힐링 캠프>의 존재론에 대한 반격이다. 하지만, 그래서 24일의 <힐링 캠프>는 그 어느때보다도 신선했고, 정형돈의 인간적인 매력이 돋보였다. 그가 이 시대의 4대 천왕으로 자리 매길할 만큼의 내공과 자기 색깔이 충분히 드러난 한 회였다. 

그렇게 정형돈의 매력이, 그 스스로의 내공에 의해 빛을 발하는 순간, 하지만 종종 그런 정형돈의 존재론을 흐트러트리는 존재가 있었다. 다름아닌 김제동이다. 김제동하면 떠오르는 예의 스타일로 김제동은 정형돈 편을 이끌어 가고자 했다. 하지만, 정형돈은 완강히 그런 김제동 식의 진행에 거부한다. 정형돈이 한 말에 대해 어느 틈에 김제동이 '예단'하고 '정의' 내리려 하면, 정형돈은 그게 아니라 '정정'하고 '정의 내림'을 거부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김제동의 쇼가, 진솔한 듯 하지만, 보다보면 뻔한 그 딜레마가 드러난다. 김제동의 이야기 쇼는, 진솔한 듯 하지만, 김제동에 의해, '네이밍'된 규정성이 강하다는 단점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24일 <힐링 캠프>의 재미는 그런 '네이밍'된 김제동 쇼에 정형돈이 휩쓸려 들어가지 않고, 자기 색을 분명히 드러내며 충돌하는 지점에서 발생한다. 그리고 이것은, <힐링 캠프>의 가능성이자, 동시에 숙명적인 과제로 남는다. 
by meditator 2015. 8. 25. 14:57

jtbc에서 새로이 선보인 <연쇄 쇼핑 가족>은 이제는 취미 생활이자, 절대 반지로 등극한 현대인의 '쇼핑'을 예능의 주제로 선택한다. 


먹거리에서 부터 시작하여 뷰티, 남성용품까지 필요한 제품을 소개해 주는 쇼핑 정보 프로그램은 이미 케이블을 통해 범람하고 있는 실정이다. 거기에 또 하나의 프로그램을 얹는 것일까? 라는 의문에 <연쇄 쇼핑 가족>은 한 발 더 나아선다. '소비 욕망'을 분석해 주고 '공감'과 '조언'을 해준다는 것이다. 



토크와 시트콤의 결합 신선한 포맷으로 쇼핑을 충고하다
첫 선을 보인 <연쇄 쇼핑 가족>의 포문을 연 것은 이영자, 박명수, 박지윤, 써니, 박원 등 다섯 명의 mc군단이다. 마치 세대별 대표라도 되는 듯 연령대별로 골고루 모아놓은 다섯 명의, 그래서 콩가루 집안처럼 이질적인 mc군단이 쇼핑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첫 코너는 매주 mc들이 쓴 소비을 함께 들여다 보며 그들의 소비 패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겠다는 <영수증토크>가 선보였다. 보기와 다른 49만원짜리 이영자의 폴리플랍에서부터, 박명수의 백화점에서 산 두 장에 60만원이 넘는 티, 그리고 박지윤의 신개념 물놀이 가방, 써니의 해외 직구 피규어까지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영수증이 등장한다. 자신의 실 소비 품목까지 드러낸 mc들의 살신성인, 하지만 몇 십만원을 쉽게 쇼핑하는 그들의 경제적 수준에, '공감'보다는 아마도 역시나 이래도 저래도 연예인이라는 이질감으로 포문을 연 것이 아닐까. 세대별 공감을 위해 '써니'는 홈쇼핑에 지름신을 운운하고, 이영자는 덩치와는 다른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물품에, 그리고 박원의 신개념 '크라우드 펀딩'까지 등장했지만, <연쇄 쇼핑 가족>은 좀 사는 사는 사람들의 '쇼핑' 이야기라는 범주 제한을 은연중에 드러낸다. 

영수증을 보며, 각자 무심히 자신의'부'를 드러낸 연예인 mc들에 이어, 봉천동에 사는 가상의 한 가족 시트콤을 배경으로 본격적인 첫 회의 주제가 등장하였다. 야심차게 선보인 <연쇄 쇼핑 가족>의 첫 번째 이야기는 '교육도 쇼핑하는 시대'이다. 

그리고 이어진 교육 쇼핑의 이야기, 전세 대란 속에 졸지에 친정 살이를 하게 된 봉천동 가족의 첫 째 딸, 월수 320을 받는 직장인 남편을 둔 큰딸은 내년에 학교에 입학할 큰 딸을 위한 교육 쇼핑에 나선다. 이제 곧 출산할 둘째도 있지만, 처음 학교에 입학하는 큰 아이를 좀 더 좋은 교육 환경에서 키우고 싶어 들뜬 큰 딸, 그녀의 쇼핑 바구니에 들어가 있는 것은 서울 지역의 내로라 하는 사립 초등학교 들이다. 근처 흑석동에서 부터 종로구, 그리고 재벌가의 자제들이 다닌다는 곳까지 곳곳의 사립 초등학교들을 큰 딸은 만삭의 몸으로 훑고 다닌다. 하지만 그런 아내의 교육 쇼핑에 아이의 교육비로 한 달에 100여만원을 지출하는 바람에 한 달 용돈 20만원에 쪼들리는 남편은 결국 불만을 토로하고, 서로 의견이 다른 아내와 남편은 부부싸움을 하기에 이른다. 

이렇게 시트콤같은 봉천동 가족 이야기가 펼쳐진 가운데 스튜디오에서 mc들은 교육 평론가 이범을 초빙하여, 본격적인 '교육 쇼핑'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역시나 박명수와 박지윤이 자신있게 영어 유치원에 다닌다는 자랑 아닌 자랑을 시작으로 하여, 봉천동 가족을 배경으로 한 상세한 서울 시내 사립 초등학교에 대한 '카달로그'식 설명, 거기에 마무리로 이범의 '해법'아닌 '해법'같은 교육 쇼핑 해결책이 얹어진다. 



누구를 위한 쇼핑 공감인가?
'공감'과 '조언'을 지향한 <연쇄 쇼핑 가족>하지만, 대뜸 연예인 mc들의 티 한 장에 몇 십만원에서 부터 시작된 쇼핑 품목은, 유치원 하니, 영어 유치원을, 초등학교에 들어간다며 사립 초등학교의 면면을 알려주는 자상한 교육 쇼핑 정보로 이어진다. 스스로 '옷을 좋아한다'는 박명수의 명품 백화점 쇼핑 스타일은 이미 케이블에서 등장했던 '쇼퍼홀릭'을 강요하는 몇몇 패션 프로그램이 떠올려지고, 박원으로 구색을 맞춘 '크라우드 펀딩'까지 들먹이는 신세대 쇼핑은 역시나 케이블의 '남성들의 잇아이템'을 다룬 모 프로그램이 떠올려진다. 거기에 박지윤은 이미 tvn의 <성적 욕망>에서 했던 교육 쇼핑에서 운운했던 '돼지 엄마'를 다시 들고 나온다. 나름 가족적 구성의 mc라지만 정작 교육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젊은 써니와 박원의 입은 닫혀있고, 그 세대가 이야기할 때는 이영자나 박명수는 눈이 땡그래진다. 가족처럼 모두가 공감하는 쇼핑에 대해 이야기을 풀어 가겠다고 하는데, 가족처럼 그, 누구도 쉽게 공감하기 힘들 수도 있는 구성이다. 

무엇보다 첫 회 야심차게 교육도 쇼핑하는 시대라고 포문을 연 <연쇄 쇼핑 가족>의 상당 시간을 채운 것이 서울 시내 겨우 세 개에 불과한 사립 초등학교의 면면을 세세히 설명하는 것이다. 이는 앞선 영수증 토크에 이어, 영어 유치원, 그리고 사립 초등학교까지, 결국 대한민국 중산층이라면 이 정도쯤은 쇼핑 장바니구니 안에 들어 있을 것이라는 전제를 깐다. 결국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쇼핑이라며, '그사세'로서의 쇼핑을 들고 나온다. 아니 마치 케이블의 패션 프로그램이 눈요기처럼 몇 백만원짜리 옷가게를 들락거리듯이, <연쇄 쇼핑 가족>도 맛이라도 보라며 사립 초등학교을 등장시킨 것이었을까?

봉천동 큰 딸의 처지에 공감하는 나이든 박명수, 박지윤 등 학부모 층 mc진의 교육 쇼퍼 홀릭의 증상을 완화한 것은 어쩌면 그 자리에 어울리지 않은 듯한 교육 평론가 이범의 존재였다. 한동안 너도 나도 사립 초등학교의 품목을 가지고 선택 장애에 빠져 있을 때, 이범은 '자식에게 좋은 교육 기회를 주는 것이 이제 더 이상 노후 자금은 커녕 앞날이 보장되지 않는 한국 사회에서 투자가 아니며, 자기 살을 깍아 먹듯 사립 초등학교에 보낼 것이 아니라, 교육 환경이 개선된 혁신초나 농어촌 초등학교를 선택할 것을 권유한다. 그런 이범의 권유 뒤에 부부 싸움을 물베기라고, 아이를 위해 좀 더 나은 대안을 다시 생각해보자며 하지만 사립학교 입학 시즌인 11월까지라며 여운을 남기고  봉천동 시트콤 속의 부부도 화해를 한다. 

중산층이 붕괴되어 가고 있는 대한민국, 계층간 소비의 격차가 심화되어 가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아마도 그럴 듯한 대학을 나와 방송가에 종사하는 정규직 방송국 관계자들, 그리고 프로그램을 이끄는 mc 수준의 중상층을 대상으로 한 <연쇄 쇼핑 가족>, 하지만 방송을 보며 문득 든 생각은, 저 프로그램을 위해 발로 뛰는 계약직 작가들이나, 스탭들은 과연 이 프로그램을 보며 자신의 쇼핑에 도움을 받을 꺼라고 생각할까?란 의문이 든다. 야심차게 쇼핑을 내세우면서 교육이란 화두를 들고 나온 것은 참신했지만, 사립초등학교 쇼핑으로 시작된 <연쇄 쇼핑가족>의 쇼핑 범주는 분명해 진다. 가지 못할 것이라고 맛이라도 보라는 심정으로 연예인들의 화려한 영수증과 그 보다 한 술 더 뜬 교육 쇼핑을 시청하라기엔 주말의 밤이 너무 아깝지 않을까. 

by meditator 2015. 8. 23. 16:52

당대의 베스트셀러 작가 김영하는 말한다. 자신이 그 어떤 소설가보다 잘 써서 베스트 셀러 작가가 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시대가 자신을 선택했기에 베스트 셀러 작가가 되었다고. 김영하의 말처럼, 한 시대를 대표하는 문화는 역사라는 수많은 페이지 속에서 길어올려진 시대적 산물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렇게 한 시대를 빛내던 음악, 미술 등 다양한 콘텐츠는 그 시대와 함께 운명을 한다. 


말릭 벤젤룰의 영화 <슈가맨을 찾아서>는 남아공에서는 엘비스 프레슬리보다 더 유명한 스타이지만, 정작 본고장 미국에서는 단 두 장의 앨범을 남기고 사라진 가수 로드리게스를 찾아가는 여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정작 이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느껴지는 것은 슈가맨인 로드리게스를 찾는 여정도 여정이지만, 그 여정을 채우는 로드리게스의 음악이다. 음유 시인과도 같은 그의 음악, 그런데 왜 이 음악이 로드리게스의 고향은 미국에서는 사랑받지 못했을까 라는 의문이 들게 하는 가슴을 울리는 음악, 여기서 결국 앞서 말한 김영하가 말한 '문화의 슬픈 운명'이 상기된다. 

남아공에서 당대 최고의 음악인 로드리게스의 음악이 정작 본고장 미국에서는 외면을 받았듯, 한 시대를 풍미했으나, 이제는 기억 속에서 사라진 음악을 추적하는 '또 하나의 음악 탐정' 프로그램을, '<크라임씬>의 윤현준 피디가 들고 돌아왔다. 당대 최고의 mc라는 유재석, 그리고 유희열과 함께. 이미 <무한도전 가요제>를 통해 절묘한 궁합을 선보인 두 사람이, 가요제에서 못다한 콤비를 신선한 투유 프로젝트와 함께 돌아왔다. 



추억 현실 버전으로  업그레이드 하다. 
<슈가맨을 찾아서>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2회 파일럿으로 마련된 투유 프로젝트는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에 활동했던 가수들을 추적하는 양식으로 시작된다. 그런데, 그 시절 추억의 가수를 찾는다면서, 정작 스튜디오를 채운 패널들은 그 시절의 가사를 제 아무리 풀어 줘도 알아맞추지 못하는 젊은 세대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이래서야, 그들을 찾는다 해도 무슨 추억을 함께 나눌 수 있을까 싶은데, 다 이유가 있었다. 

<투유 프로젝트 -슈가맨을 찾아서>는 과거와 현실에 각각 한 발씩 담근 모양새를 갖춘다. 아직 <불유의 명곡>에 나갈 연배는 아니거나, 나갈 정도로 히트곡이 많지도 않은, 그저 9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 이른바 <응답하라> 시대를 잠시 풍미하고 사라진, 그러나, 그, 혹은 그녀가 불렀던 노랫말과 멜로디를 떠올리면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은 웅얼거리게는 되는 '유행가'의 주인공을 추리하고, 추적하는 것이 프로그램의 한 축이다. 

그렇게 노랫말을 알아 맞추고, 그 시절 지인들을 들쑤셔 그의 현 존재를 찾아내기까지의 과정을 거쳐, 드디어 한 20년만에 그 시절의 가수 본인이 무대에 등장하여 그 시절 히트곡을 부르는 것이, <슈가맨을 찾아서>의 전반전이다. 

하지만, 유재석과 유희열이 마치 딱지 치기를 하듯 번갈아 과거 슈가맨의 자랑 배틀을 하며, 그 시절 추억과, 그들의 최근 동정을 엮어 가는가 싶더니, 프로그램의 분위기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궤도를 튼다. 장막을 거두고 등장한, 슈가맨의 노래를 들어본 적도 없는 말 그대로 '영'한 일레븐의 심사위원들이 등장하고, 도대체 왜 이들이 이 자리에 있는가 싶은 후배 가수들과 작곡가들이 슈가맨의 히트곡을 2015년 버전으로 들고 무대에 올라 배틀을 벌인다. 

전체적인 구성으로 보자면, <불후의 명곡>의 90년대판 같은데, '음악판' '탐정 놀이'을 끼얹고, 유재석, 유희열의 맛갈진 토크 배틀을 더하니, 신선한 예능 한 편이 등장한다. 심지어, 어설프지만 랩을 하며 분위기를 조성하는 유재석과 유희열을 보고 있자니, <무한도전 가요제>의 기시감마저 느껴진다. 과거의 곡을 오늘에 되살리는 배틀은 분명 익숙한 것인데, 신사동 호랭이와 신혁이라는 유명 작곡가의 자존심 대결이 더해지니 색다른 긴장감이 조성된다. 



첫 술에 배부르랴
초반에 슈가맨을 찾는 '탐정' 놀이는 아직은 어설펐다. 유재석과 유희열이 칠판에 쓰는 가사는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고, 흥얼거리는 멜로디는 도무지 힌트 깜냥도 되지 않았다. 게다가 후반부를 위해 준비된 어린 혹은 젊은 패널들에게, 유재석, 유희열이 내는 문제들은 그저 딴 나라 말처럼 보였다. 남아공의 엘비스 정도는 아니더라도, 슈가맨에 궁금증을 유도할 좀 더 치밀한 '탐정' 놀이가 필요해 보인다. 이어진 개그맨들의 장황한 슈가맨 찾기도 뻔해 보였다. 

그에 반해, 역시 유재석, 유희열이라는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첫 방송임에도 유재석과 유희열의 콤비는 마치 오래전부터 해왔던 사람들처럼 시너지를 냈다. 첫 방송의 어설픔마저도 토크의 부분처럼 승화시켜가는 두 mc의 노련함이, 첫 방송의 무리수를 둔화시켰다. 특히나 오랜만에 방송에 등장한 슈가맨들과 함께 하는 토크에서 두 사람은 발군의 역량을 보인다. 뿐만 아니라, 이미 <무도 가요제>를 통해 익히 알려진 바 유재석의 열정과, 음악인 유희열의 존재가, 후반부 2015년 버전으로 승화된 슈가맨의 음악에 활기를 더한다.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을 찾아서>는 새로울 것이 없는 것들의 조합이다. 하지만, 전혀 새롭지 않은 요소들도 잘 모아놓으면 전혀 새로운 예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을 찾아서>는 보여준다. 그리고 이런 익숙한 듯 신선한 조합은 얼마든지 제작진의 변주에 따라, 토크가 강화된, 혹은 무대가 강조된 다양한 모습을 띨 수 있다는 것이 <슈가맨을 찾아서>의 가능성이다. 또한  jtbc로 간 유재석, 그것은 그저 공중파의 제왕으로 군림하다 jtbc로 행차한 것이 아니라, 이른바 <나는 남자다>에서도 포기하지 못했던 이른바 유재석 군단을 포기하고 홀홀단신 새롭게 시작한 유재석의 제 2라운드의 도전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 신선하다. 
by meditator 2015. 8. 20. 01:43

유투브, 아프리카 tv 등 나날이 확장되어 가고 있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뉴 미디어들의 영역은 방송가의 화두이자 과제이다. 제작 여건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kbs 단막극의 경우, tv 방영한 내용을 시간차를 두고 바로 인터넷을 통해 재방영함으로써, 제한적인 단막극의 처지를 극복하고자 하기도 한다. 2014년 tvn에서 시도된 <공유 tv 좋아요> 역시 인터넷에서 회자되는 동영상이나 화제의 인물을 방송 포맷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였다. 이런 간헐적인 움직임들을 뒤로 하고, 파일럿 방송에서 백종원이란 화제의 인물를 부각시키며 토요일 밤의 강자로 자리잡은 <마이 리틀 텔레비젼>은 아마도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포맷을 정규 방송의 포맷을 변환시킨 가장 성공정인 사례가 되었다. 


그리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마이 리틀 텔레비젼>성공의 뒤를 쫓아 2인자의 자리를 노리는 프로그램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이제는 대놓고 선발 주자의 프로그램을 베끼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닌 방송가에서, 올리브 tv에서 매주 목요일 밤 방영되는 <주문을 걸어>는 <마이 리틀 텔레비젼>이 없었다면 등장할 수 없는 프로그램이다. 다음 팟을 배경으로, 시청자가 주문하는 음식을 직접 만들어 배달까지 해준다는 이 프로그램은 <마이 리틀 텔레비젼>에서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백종원의 고급진 레시피'에 이미 <마이 리틀 텔레비젼>을 통해 호평을 받은 바 있는 아이돌 키와, 배달을 해준다는 토핑을 얹은 포맷이다. 하지만,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고, 백종원의 고급진 레시피를 그럴 듯하게 베낀 듯한 <주문을 걸어>는 그저 어수선하기만 할 뿐, 아직까지 화제성에서도, 정보성에서도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웬만한 요리 프로그램이라면 화제가 되는 올리브 tv 프로그램에서도 유독 이 프로그램만큼은 요리를 하는 것인지, 예능을 하는 것인지 그 정체성을 알 수 없는 프로그램으로 고전 중이다.



<18초>, 동영상을 중계하겠다는 무리한 시도 
그런 가운데 sbs가 11일과 18일에 걸쳐 파일럿으로 <18초>라는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8명의 출연자들이 정해진 시간 동안 18초 분량의 동영상을 올려 '조회수'를 놓고 대결을 벌이고, 그 과정을 이경규, 배성재, 그리고 카이스트의 이원재 교수가 함께 중계를 하겠다는 것이 <18초>의 취지이다. 

그런 취지에 따라 8명의 출연자들은 각자 자신이 준비한 18초의 동영상을 선보인다. 에로계의 거장 봉만대 감독은, 자신이 올린 영상의 댓글에 따라 영상의 내용을 만들어 가겠다는 '네 멋대로 해라'를 준비했고, 표창원 교수의 그가 지금까지 인터넷 유저들과 함께 해왔던 바 '추리 게임'을 보여준다. 김종민은 지금까지 자신에게 씌워진 바보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인터넷에서 회자되었던 각종 코믹한 과학 실험을 시도하고, 김나영은 패션 피플인 그녀의 이미지에 맞게 '리폼'을 비롯한 각종 패션 아이디어를 선보인다. 건강 미인으로 이미지을 얻은 소유는 역시 그녀의 이미지에 맞게 요가를 비롯하여 수상 스키등 다양한 장르를 종횡무진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 잡고자 하고, 아이돌 찬열은 당구를 비롯하여 자신만의 버킷 리스트를 펼쳐 나간다. 광고 회사 직원들로 이루어진 월급 도둑들은 이미 sns 상에서 화제가 되었던 발군의 연기를 선보이고, 영국 남자는 영국에서 한국의 음식등을 실현해 보이며 화제성을 이끌어 가고자 한다. 

쭈욱 나열해 놓으면 흥미진진해 보이는 8명의 출연진들의 나만의 동영상 만들기, 하지만, 정작 <18초>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진 이들의 동영상을 만드는 과정은 흥미진진하지도, 박진감이 넘치지도 않았다. 카이스트 교수까지 초빙하여, 마치 운동 경기의 해설자처럼 각자 만들고자 하는 동영상의 콘텐츠로서의 가치를 판별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해설'은 커녕, 2회차에 이르러서는 말 한 마디 하는 장면이 없을 정도로, 콘텐츠에 대한 해석은 존재하지 않았다. 해설을 그렇다 치고, 애초에, '넌센스'와 같았던 '동영상 중계' 역시 '과욕'이었음을 <18초>는 여실히 보여준다. 

그저 <마이 리틀 텔레비젼>이 '아프리카 tv'등에서 흥하는 포맷을 성공적으로 정규 방송으로 끌어 왔으니, 그 비슷한 것을 시도하되, <마이 리틀 텔레비젼>과는 차별성을 두겠다는 '야욕'이 어설프게 '동영상 중계'라는 무리수를 두게 만든 듯하다. 아니, 18초의 분량만으로 '등재'되는 동영상의 과정을 좀 더 적나라하게 보여주겠다는 의도는 나쁘지 않았다. 실제 봉만대의 영상은 그가 올린 18초 분량보다, 그것을 준비하는 봉만대 감독의 독특한 열정과, 그것을 바라보는 출연자들의 썰렁한 반응, 그 자체가 언밸런스한 분위기로 웃음의 코드가 된다. 

하지만, 그런 준비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해프닝과 시행 착오들을 <18초>는 수렴할 준비도, 능력도 있어 보이지 않는다. 마치 19세기의 사람들이 20세기의 옷을 입고, 21세기의 콘텐츠를 활용하듯, 가장 전형적인 예능 프로그램의 방식으로, 가장 첨단의 미디어 콘텐츠인 sns를 기반으로 한 동영상 제작을 수용하고자 하니, 웃을 타이밍도, 웃길 타이밍도, 재밌을 타이밍도 놓친 채 지루하기 그지없는 동영상 제작기가 되고 말았다. 

무엇보다 <18초>의 문제점은, 8명의 출연진이 가진 차별성을 제작진은 천편일률적으로 이해하거나, 심지어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18일 방송 마지막 부분에 가서야 일본 대사관 앞의 소녀상으로 귀결되는 표창원의 추리 게임, 하지만, 1,2회 동안, 과연 방송을 보는 시청자 중 몇 명이나 표창원의 추리 게임을 따라갈 수 있었을까? 심지어, 그것이 결국 위안부 소녀상으로 귀결 되는 것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심지어 그 과정에서 배성재 아나운서는 전혀 모르겠다는 말만 할 정도로 mc진의 이해도가 낮았다. 봉만대 감독의 시도를 두고, 이경규는 <18초>의 영역을 확장시켜주는 시도라 했지만, 1,2회 방영동안 댓글에 따라 작품을 제작하겠다는 봉만대 감독의 획기적인 시도는 빛을 보지 못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젼>이나, <18초>나 모두 인터넷의 실시간 유저들의 반응에 따라 승부가 갈리는 포맷을 취하지만, 그 양상은 전혀 다르다. 똑같은 조회수를 기반으로 한 방송이지만, 그래도 <마이 리틀 텔레비젼>은 이합집산에도 불구하고, 출연자가 한 콘텐츠를 통해 연속적으로 시청자들과의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반면, 18초의 동영상은 그에 비해 훨씬 더 단편적이고, 단선적이며,  콘텐츠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힘들다. 저스틴 비버를 누르는 귀여운 강아지 영상에서 보여지듯이, 당연히 깜짝쇼같은 타 영상에 비해 표창원의 추리 게임이 관심도가 낮을 수 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지닌 것이다. 제작진은 그런 18초 영상의 한계를 중계라는 과정을 통해 보완하고자 했지만, 방송에서도 보여지듯이 '중계' 과정은 18초 영상의 한계를 충족시켜 주는데 그닥 성공적이지 못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젼>의 경우, 초반 백종원이란 화제의 인물이 부각된 것에 비해 어수선한 콘텐츠가 문제가 되었다. 하지만, 채팅창이라는 독특한 콘텐츠를 방송의 일부분으로 잘 어우러지게 하면서, 기미 작가니, 모르모트 피디니 하는 요소들을 등장시키며 인터넷 방송 영역에만 의존하지 않는 '예능'의 요소를 창출시켜 나갔다. <마이 리틀 텔레비젼>의 성공은 '인터넷 방송'이라는 필요 조건에, 제작진의 능력이라는 충분 조건이 합해진 결과이다. 

그에 반해, 후속 주자로 등장하는 <주문을 걸어>나, <18초>는 선발 주자의 장점이 무엇인지 포인트를 정확히 잡지 못한 모습이다. 그저 인터넷에서 인기를 끄는, sns 상에서 화제가 되는 그 무엇을 방송으로 끌어온다고 해서 모두 예능이 되는 것은 아닌 것이다. 그랬다면 일찌기 이경규가 김구라와 함께 했던 <공유 tv>가 성공했을 것이다. <공유 tv>는 이경규 김구라가 했던 <화성인 바이러스>이 인터넷 확장판이었다. 하지만, 확장만 했을 뿐, 그저 옷만 바꿔입은 <화성인 바이러스>였다. <18초>도 마찬가지다. sns에서 조회수가 높이 올라가는 동영상이 등장한다고 해서, <18초>가 인기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더구나, 아이돌이 1위를 먹는 동영상의 세계라니! <마이 리틀 텔레비젼>의 백종원의 고급진 레시피와 하늘과 땅 차이 아닌가. 아이돌들이 중심이 되는 <인기 가요>의 나날이 하락하는 시청률은 떠올리며, 더 흥미진진한 <18초>가 되어 돌아오려면 좀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할 듯 싶다. 
by meditator 2015. 8. 19. 02:15
전 국민 네 가구 중 한 가구가 홀로 사는 사람으로 이루어진 시대다. 1990년 9%였던 1인 가구가, 불과 20여년 사이 2010년 23.9%로 급격한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이 상태로라면 불과 10년 후 30%를 육박할 예정이다. 

홀로 사는 사람, 싱글족, 혹은 1인 가구로 지칭되는 경향은, 사회적 변화의 결과물이다. 그 중 30대 이하 청년층의 경우엔 비혼자의 증가(30.1%), 고용불안 경제 여건 악화(26.5%)라는 사회적 현상의 결과물이요, 노년층 1인 가구의 증가는 가족 가치의 약화(31.4%)나 개인주의 심화(26.7%)의 영향이 크다. 하지만, 가족 가치의 약화나 개인주의 심화는 젊은 층의 1인 가구에도 역시나 영향을 준다. 

이렇게 사회의 변화, 그에 따른 가치관의 변화로 인한 1인 가구의 증가, 하지만 사회적 문제로서 '싱글족'에 대한 근심은 '다큐'의 몫이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싱글'들은  혼자 뛰어다녀도 될 만큼 넓은 공간, 그 공간을 가득 채운 멋들어진 가구이거나, 고시촌의 비좁은 방이라는 극과 극의 대비로만 등장할 뿐이다. 그런데, 최근 등장하고 있는 '에듀테인먼트 형' 예능 <젠틀맨 리그>가  싱글'이 대세가 된 세상을 배워보고자 한다. '다큐'아 아닌 방식으로 읽어 본 '트렌드'는 어떨까?



대세가 된 '싱글 라이프'
'핫한'사회적 현안을 사회, 경제, 역사 각 분야의 '젠틀맨'들과 함께 풀어보는 본격 지식 과부하쇼 <젠틀맨리그>는 전형적인 성인들을 위한 에듀테인먼트다. 신문 한 장 제대로 볼 일이 없는 요즘 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관심을 가질 법한 주제를 선정하여 그에 대해 심도있는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주제이다. 그에 걸맞게, 그간 이 프로그램은 '전세 대란', "메이드 인 촤이나', '나 홀로 족'등 가장 현실에 와닿는 주제를 선정한다. 

하지만, 가장 민감하면서도 현실적인 주제를 접근하는 <젠틀맨리그>의 접근 방식은 생각 외로 포괄적이다. 매주 그 주의 주제에 걸맞는 키워드, 'g워드'를 통해 주제에 접근해 가는 이 지식 과부하 에튜테인먼트의 시야는 넓다. 

첫 회 최근 우리나라 사람들을 가장 현실적으로 괴롭히고 있는 '전세 대란', 하지만 <젠틀맨 리그>를 통해 본 세상은, 어느새, 아니 이미 조선시대 부터, 오늘날 전세계에 이르러서까지 '월세 시대'였다. 심지어, eu 평균 주거 비용이 30%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보면, 어쩌면 우리는 이제야 '진정한 세계인'이 되어가는 중인 듯하다. 2회의 메이드인 차이나가 훑어가는 세상도 넓다. 전세계를 싹쓸이하다시피 한 대세가 된 중국에서 부터, 하지만 어느새 섣부르게 끝물을 점쳐보는 중국 천하의 미래까지 '메이드 인 차이나'의 해부는 생각외로 예리하고 심도깊다. 
그런 면에서 3회의 싱글족 역시 마찬가지다. 네 가구 중 한 가구가 싱글족인 우리나라의 현실은 그저 우리나라 만의 '문제'가 아니다. 

즉, <젠틀맨리그>를 통해 본 '싱글족'은 전 세계적 현상이며, 결혼은 사치품이 되어간다. 남자들의 소득과 결혼율은 비례하며, 상대적 빈곤율이 높은 계층일 수록, 싱글족의 비율이 높다는 사실은 오늘날 '싱글족'의 증가가, 심해지는 빈부 격차와 소득 격차와 직접적 연관이 있음을 증명한다. 

그렇게 <젠틀맨 리그>는 자본주의가 전 지구적 체제가 되어가는 지금, 그에 따라 빈부의 격차가 늘어나고, 그로 인한 사회적 현상 중 하나가 '싱글족'의 증가임을 논리적으로 설명해 낸다. 소리 높에 우리 사회의 빈부 격차를 지적하지는 않지만, 오히려, 몇 가지 g워드의 현학적 분석만으로 결혼과 삶의 형태마저 규정하여 버리는 '자본주의' 체제를 실감케 한다. 물론, 그 마저도 조선 시대에도 여전했던 '싱글족'에 대한 고민을 통해, 언제나 가지지 못한 삶은 일생의 파트너를 구하는 그 기본적인 일에서조차 '궁여지책'이었음을 깨닫게 한다. 

'전세 대란', '메이드 인 촤이나', '싱글족', 등 가장 현실적인 사회 문제에 대해 <젠틀맨 리그>는 섣부르게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오히려 그와 반대로, 그 문제에 대한 시야를 세계적으로, 역사적으로 넓히고자 한다. 그리고 그렇게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에서 '재미'도 발생하고, '통찰'할 수 있는 눈을 키워준다. 굳이 '문제'를 지적하지 않더라도, '결혼'을 사치품이라 정의내린 미국 언론의 기사를 보면, 상대적 빈곤율과 역비례하는 결혼율을 보면, 우리가 사는 세상의 버거움을 지레 짚어볼 수 있다. 

'신문'을 더 이상 보지 않는 세상이다. 그래서 전통의 신문사들이 '종편'이란 수단을 통해 날마다 '독설'을 뿜어내는 세상이다. 그런 세상에서 젊은이들은 '포털'에 편집된 단편적인 정보나, 페북을 통해 회자되는 지식만을 습득한다. 오죽하면, 한때 진보 정치의 화두를 선점했던 진중권, 노회찬, 유시민이 한 진보 정당의 팟 캐스트를 통해 제대로 된 '여론'과 '지식'의 전파에 나섰을까. '넘쳐나는 삿된 정보와 지식의 세상에서 제대로 된 '정보' 지식'이 절실한 요즘이다. 그런 면에서, <전틀맨리그>가 추구하는 젊은이들을 위한 에듀테인먼트는 시대가 필요로 하는 예능의 긴급한 형태일지도 모른다. 아직은 1%도 요원한 시청률이지만, 부디 재미있고, 그러면서도 속깊은 지식을 잘 전달해 주는 프로그램으로 생존하기를 기대해 본다. 

by meditator 2015. 8. 14. 15:48

광복 70주년을 기념하고 메르스 등의 여파로 침체된 국내 경기의 진작 등을 위해 8월 14일이 임시 공휴일로 지정되었다. 그런데 웬걸, 진작되라는 국내 경기 대신, '해외 여행'이 늘었단다. 각 항공사의 여행편은 작년 대비 현격한 증가세를 보이는 중이란다. 국내 여행 대신 가까운 동남아로 해외 여행을 가고 보겠다는 세태, 하지만 나서 지금까지 해외는 커녕 여행 한번 제대로 다녀보지 못한 청춘들이 있다. 그리고 그 청춘들을 위한 위로 여행 프로그램이 tvn에서 등장하였다. 바로 <여행해도 괜찮아>가 그것이다. 


고달픈 청춘에게 tv가 주는 선물
<여행해도 괜찮아>가 시작하자마자 화면에는 다짜고짜 면접 시험장이 등장한다. 떨리는 모습이 역력한 응시자가 자리에 앉자 등장하는 질문, '왜 우리 회사을 선택하였읍니까?'가 아니라, '정말로 해외 여행을 한번도 가본 적이 없냐?'였다. 그리고 너도 나도 해외 여행을 가는 세상에, 그 자리에 온 청춘들은, 각자 취업과 알바, 혹은 가정 사정으로 인하여 해외에 나갈 수 없었던 이유를 설명한다. 때로는 덤덤하게, 때로는 울먹이며, 때로는 다짜고짜 눈물을 터트리며, 그렇게 이 시대의 고달픈 청춘들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tvn에서 방영하는 <여행해도 괜찮아>와 <가이드>는 모두 여행을 다룬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그 대상이 모두 일반인인 프로그램이다. <가이드>에는 연예인 가이드들이 합류하지만, 그리고 <여행해도 괜찮아> 역시 여행전문가 손미나가 함께 하지만, 온전히 그 여행의 대상자가 되는 것은 일반인, 그것도 해외 여행을 각자의 이유로 인해 한번도 가보지 못한 일반인이다. <가이드>가 그 대상이 중년의 나이가 되도록 각자 삶의 무게로 인해 해외 여행할 엄두도 내보지 못한 아줌마들이 대상이라면, <여행해도 괜찮아>는 청춘으로 대상이 달리 된다. 

예전같으면 아줌마와 청춘, 삶의 내공에서 감히 비교도 되지 않을 대상이지만, 실업과 비정규직의 시대가 어느새 아줌마와 청춘들의 삶의 무게를 비등비등하게 만든다. 그래서, 생전처음으로 미용실 문을 닫고 외국 여행을 떠난 아줌마의 사연만큼이나, 어린 시절 아빠를 잃고 취업 전선에 나선 엄마 대신 '엄마' 역할을 하며 살아온 이십대 청춘의 이야기는 또 다른 의미에서 눈물샘을 자극한다. 

그렇게 엄마 대신 엄마 역할을 하며 엄마가 돈을 벌러 나간 사이 엄마 보다 더 엄마처럼 어린 동생들을 보살피며 대학생이 된 청춘, 어느날 닥친 사고로 생과 사의 고비를 오가는 엄마로 인해 자신의 꿈을 포기하였던 켈리그라프도, 직장에 들어가며 만들었던 비자를 한번도 사용해 보지 못했다는 삼십대의 청춘도, 알바를 전전하며 살아가는 커피 전문점의 청춘도, <여행해도 괜찮아>가 베푼 난생 처음 해외 여행의 기회를 얻어 스페인으로 떠난다. 


 

그저 예능이라도 청춘들에겐 위로의 시간
그래도 해외 여행이라고 선글라스 등으로 한껏 멋을 부린 청춘, 혹은 해외에 나와서도 개량 한복을 입고 자신만의 텔리그라피를 알리느라 애쓰는 청춘, 그저 외양만 보면 그들에게 '삶의 짐'은 '청춘'을 가리지 못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스페인의 공기만으로 너무 좋아 몸을 흔들다가, 그래서 일분일초가 아까워, 그리고 돌아가서 변함없이 달라지지 않은 채 자신을 억눌러 올 일상의 무게에 몸서리치는 청춘들의 모습에서 이 시대 버거운 삶의 무게가 엿보인다. 

<가이드>가 '내 생전 잘 생긴 연예인과 여행을'이라는 호사를 한껏 누리게 해주었다면, <여행해도 괜찮아>는 대신 그녀 자신이 일찌기 해외 여행에서 낯선 노신사로부터 여행의 혜택을 입어 삶의 전환을 얻은 바 있는 여행전문가 손미나가 멘토로 나선다. 연예인 가이드와 여행전문가 멘토는 그래서 프로그램의 깊이마저 달리한다. 아줌마들은 잘 생긴 연예인들과 한풀들이 여행을 즐긴다면, 풍광이 너무 아름다워, 돌아갈 것이 두려운 청춘에게, 손미나는 '청춘'이 그런 거라 위로를 건넨다. 지금 당신들이 더 힘든 것이 아니라, 되돌아 보면, 청춘은 언제나 앞날을 알 길 없어 막막하고, 빛이 보이지 않는 상태처럼 느껴진다 위로를 건넨다. 그리고 똑같은 일상으로 돌아갈 것을 두려워하지만, 여행지에서의 좋은 시간이, 이후의 삶도 달라질 수 있게 만들 지도 모른다며 가능성을 열어준다. 공영 방송 아나운서 자리를 대신하여 홀홀 단신 스페인으로 건너가 여행 전문가가 된 그녀의 여정이, 경험이 혼돈의 청춘들에겐 진지한 위로로 다가간다.

삶이 퍽퍽한 청춘들에게 주어진 해외 여행, 어쩌면 그것은 그저 한 방송국의 예능 프로그램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저 해프닝과 같은 예능에 불과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에 질식할 듯한 청춘들에게 건네는 위로의 시간은 유의미하다. 비록 그들이 불안해 하듯, 그 '신기루'같은 여행이 끝나고 나면 다시 앞날이 막막한 일상이 그대를 기다리고 있을 지라도, 일찌기 프랑스 여행지에서 손미나에게 여행을 선물하여, 손미나의 삶의 궤도를 바꿔놓은 노신사처럼, 그저 예능의 일환이지만, 해외 여행은 엄두도 못냈던 청춘들에게 주어진 스페인에서의 며칠은 생각지도 못한 삶의 전환점이나, 지친 삶의 울타리가 되어 줄 수도 있는 것이다. 사회가 못한다면 예능이라도 괜찮겠다 싶다. 굳이 구설수에 오른 연예인들과 함께 하는 해외 여행보다는 낫지 않은가 말이다.

by meditator 2015. 8. 11. 16: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