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위원회 위원의 조사가 다가오자, 용현자 교장 선생님은 마여진 선생이 더 이상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교육 방식을 바꿀 것을 촉구하며 말한다. 

"제가 선생님을 받아들인 건, 선생님의 교육 방식이 맘에 들어서가 아니예요. 전 선생님의 교육 방식이 맘에 들지 않아요. 단지 선생님이 그 어떤 선생님보다도 아이들을 사랑하는 걸 알기에 우리 학교로 모신 겁니다"라고.


(사진; 스포츠 월드)


마여진 선생의 교육 방식은 '독선적'이고, '억압적'이다. 교육 위원의 질문에 아이들은 아니다 라고 대답할 추호의 여지도 없이. 그리고 14회에 이르른 <여왕의 교실>은 마여진 선생님이 왜 그런 방식으로 아이들을 가르쳤는가가 드러나고 있다. 

부모들이 하라고 하니까 공부를 하고, 잘 되야 한다니까 더 좋은 학교를 가기 위해, 이담에 좋은 직장을 가지기 위해 공부를 하고,그렇게 공부만 하다보니 자기 자신 밖에 모르는 아이들은 호시탐탐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을 외면하고 상처를 주고 왕따나 시키는. 이것이 바로 마여진 선생님이 진단한 6학년 3반의 현재이고, 텔레비젼 밖에 우리 아이들의 현실이다. 

그렇게 친구의 소중함, 나아가 인간의, 생명의 소중함을 모른 채, 입시 교육에만 매달려 고사당하는 아이들을 제대로 세우기 위해, 마여진 선생이 선택한 방식은 역설적이게도 가장 반교육적인 방식이다.



마여진 선생은 결국 쓰러지게 될 만큼 자신을 혹사해 가며 아이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하나를 비롯해, 오동구, 서현이, 보미, 그리고 전학온 도진이에 이르기 까지 각 아이별 맞춤 교육 해법을 실행했다. 

그런데, 부모들은 어떤가? 

드라마 속 부모들은 내 자식을 좋은 대학을 보내기 위해 매진하는 맹목적인 부모의 모습으로 드러난다. 그리고 아이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좋다는 학원에 아이들을 보내고, 아이들의 친구 관계를 코치하고, 학교 생활의 모든 것조차 장악하고자 한다. 

자녀의 일에 지나치게 간섭하며 자녀를 과잉보호하는, 특히 교육과 관련된 문제에 지나치게 관여하는 헬리콥터 맘이요, 통제와 관리, 한 치의 흐트러짐도 용서하지않는 엄격한 규칙을 강요하는 타이거맘들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런 과잉 보호와 간섭은 다 아이들을 사랑해서이다. 제 아무리 마여진 선생이 아이들을 사랑한다 해도, 부모들만 할까.

이런 적극적인 부모들의 교육열 덕분에 대한민국이 이 정도로 발전했다는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최근의 현실에 비추어 보면, 바로 이런 부모들의 과도한 교육열로 인해 아이들의 온실 속 화초처럼 자생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닮지 않았는가? 비난의 대상이 된 마여진 선생의 교육 방식과 현재 학부모들의 교육 방식이.

부모들 역시 아이들이 경쟁 사회 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이유로, 그저 너를 생각해서 그런다는 토를 달면서, 아이들을 냉험한 경쟁의 교육 체계 속으로 밀어넣는다. 그리고 마여진 선생은, 부모들이 해오던 방식, 그리고 초반에도 드러나듯이, 부모들이 가장 원하던 방식을 더 혹독하게 밀어부침으로써 아이들이 튕겨져 일어설 때까지 아이들을 밀어부친다. 

철을 제련할 때 구부러뜨리고 싶은 반대 방향으로 쳐야 철이 제대로 원하는 방향으로 돌아가듯이, 경쟁 교육 속에 고사 당하는 아이들이 스스로 서기 위해, 마여진 선생이 택한 방식은 '매우 혹독하게 더 세게' 아이들을 다루는 것이다. 마여진 선생님마저 동의하지 않을 정도로 마여진 선생의 교육 방식은 옳지 않지만, 14회에 이르러 달라진 아이들의 모습에서도 알 수 있듯이, 결국 아이들은 그 정도의 충격 요법이 필요할 정도로 심하게 왜곡된 삶을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마여진 선생의 교육은 불편해 하지만, 사실은 그것만큼 불편하게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는 사실엔 무감하거나, 외면하고 싶어하거나, 사랑의 이름으로 혹은 세상을 핑계로 둘러대고 싶어한다. 


(사진; tv리포트)


교육 위원의 참관 수업 시간, 달라진 아이들은 당당하게 마여진 선생에게 질문한다. 

왜 배워야 하는 거냐고. 그러자, 교육은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고 마여진 선생은 대답한다. 물론, 이런 그녀의 교육론에 여러가지 동물의 사례를 들어,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지만, 마여진 선생이 말하고자 한 취지가 무엇인지는 알 수 있다. 

생명이 있는 것들 중 가장 무능력하게 태어난 인간은 그러기에 그 어떤 생명체보다 교육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그것은 일찌기, 공자님이 말씀하시듯이,' 배우고 때로 익히지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라는 원론적 해석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왜, 이런 배움의 즐거움을 잃게 만들었는가? 굳이 <여왕의 교실>을 시청하지 않아도, 누구나 무엇때문이라는 걸 다 안다. 하지만, <여왕의 교실>은 그 이 시대의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생존을 향한, 경쟁 사회의 교육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마치 왜 살아야죠? 하는 것처럼, 왜 배워야 하죠? 공부는 해서 뭐해요? 라며.

그리고 그 질문의 방향은 10시에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에게 향해있다. 비슷한 방식으로 아이들을 교육하는데, 아이들을 온실 속 자기 밖에 모르는 화초로 만드는 부모님이랑, 그런 아이들을 다시 자생력을 가진 주체적 인간으로 되돌려 놓는 마여진 선생의 교육을 보며, 나의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까, 아니 어떻게 키우고 있나?를 질문하게 만든다.. 이게 <여왕의 교실>이 어린이 드라마가 아닌, 10시에 방영되는 미니시리즈인 이유이다.   하지만 여간해서는 오르지 않는 시청률에서 보여지듯이,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교육에 대해 던지는 직설은 불편한 듯하다.








by meditator 2013. 7. 26. 10:10

17일 공개된 jtbc의 새 예능 프로그램 티저 영상이 공개되었다. 

영상 속 막 샤워를 마치고 나온 듯한 성시경에게 신동엽이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처음이지?'라는 질문을 던지고 머리를 쓰다듬는다. 19금의 이상 야릇한 상상을 자아내기에 충분한 이 티저 영상은, 신동엽, 성시경 등이 mc로 참여한 '마녀 사냥-남자들의 여자 이야기'의 홍보용 영상이었고, 그런 야릇한 영상을 통해 이 프로그램이 19금의 여자 이야기를 다룰 것이라는 것을 전달하고자 했다. 

여기서, 티저 영상 속 '변태스러운' 행동을 보이는 신동엽의 모습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제' '그러려니' 한다. 왜? 신동엽이니까. 그리고 저런 '변태스러운' 모습을 대체할 만한 신동엽이 아닌 다른 누군가를 떠오르기는 더더욱 힘들다. 그건 이제 신동엽의 전매특허이니까. 


신동엽은 대한민국의 몇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의 내로라하는 mc이다. 강호동, 유재석 등과 같은 세대이지만, 그들이 무명을 달리던 시절부터 이미 신동엽은 스타였었다. 하지만 일찌기 스타였고, 최고의 개그맨이자, mc이던 그였지만, 순탄치만은 않은 길을 걸어왔다. 마약 사건으로 인해 연예계 퇴출 위기에 몰렸던 적도 있었으며, 가깝게는 무리하게 벌인 사업 때문에 많은 것을 잃고 본의 아닌 공백기를 가져야 하기도 했었다. 그게 아니라도 '리얼 버라이어티'가 대세였던 시절, 그 흐름에 적응하지 못한 신동엽은, 강호동과 유재석의 투 톱 체제에서, '지는 해'로 규정당하곤 했었다. 

그러던 그가, 이젠 '변태신'으로 까지 불리며 <snl 코리아>등을 비롯한 다수의 프로그램에서 비범한 능력(?)을 뽐내고 있는 중이다. 




신동엽과 강호동은 닮았다.

우선은 sm이 아이돌 시대의 하강기를 대비해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smc&c의 쌍두마차이다. 한때는 가장 잘 나가던 mc의 최강자이지만, 또한 본의든, 아니든 구설수로 인하여 공백기를 가지게 된 것도 비슷하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꼽자면, 변화하는 예능 프로그램의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혼란기을 겪었다는 점이다. 거기서 단지 다른 게 있다면, 신동엽은 그 혼란기를 겪고, 자신만이 잘 할 수 있는 걸 찾아내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면, 안타깝게도 강호동은 혼란기의 구렁텅이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아니 이제 막 그 구렁텅이에 빠진 걸 느끼고 있는 중이라는 것이다. 


신동엽이라고 리얼 버라이어티를 하지 않은 건 아니다. mbc의 '<오빠 밴드>도 했었고, 조금은 다른 형식이지만, <골드 미스가 간다>의 mc역할을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예능 프로그램에서 내가 잘 하는 것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 야외에서 혹독하게 리얼 버라이어티를 하는 건 맞지 않는다. 소리지르며 오바하는 걸 못하고 에너제틱하지 못'한다'며, 대신 조곤조곤 이야기를 나누거자, 콩트를 하는 게 더 잘 맞는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다행히,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한 풀 꺽이고, 신동엽 자신도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는 대신에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걸 찾다보니, 오늘날, '변태신'의 경지에 오르게 된 것이다. <snl 코리아>는 워낙도 야설같은 프로그램이었지만, 신동엽이 합류하면서, 공중파에서는 감히 시도해 볼 수 없는 케이블이 할 수 있는 19금 코드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화신>이던, <안녕하세요>에서 신동엽만의 '야릇한' 특성이 살아있는 토크는 지속된다. 심지어, <불후의 명곡>도 그 진가는 숨겨지지 않는다. 


반면, 강호동은 고전 중이다. 리얼 버라이어티의 상징과도 같았던 그가, 1년 여간의 칩거 후 복귀를 하니, 시절이 바뀌어 가고 있는 중인 것이다. 물론 강호동도 변신을 하고자 했다. 지금은 땀냄새가 풀풀나는 <우리 동네 예체능>의 전신은 스튜디오에서 책을 읽고 그와 관련되 이야기도 나누고 게임도 하는 <달빛 프린스>였다. 이것이 그가 선택한 다른 길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의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건 처음부터 잘못끼워진 단추였고, 번지수를 잘못 찾아도, 한참 잘못 찾은 선택이었다. 강호동은, 신동엽이 잘 하지 못한다는, 우렁찬 목청으로, 출연자들을 강제에 가깝게 독려하며 무리한 미션을 수행하게 하는, 리얼 버라이어티에 가장 최적임자였으니까. 결국, 강호동의 <달빛 프린스>는 초라한 성적을 받아들고 강호동만, 그리고 강호동이 데리고 온 같은 소속사 식구들만 살아남긴 채 강호동이 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변경되었다. 심지어, 같은 리얼 버라이어티 <맨발의 친구들>조차 이젠 <우리동네 예체능>화 되고 있다. 심지어, 시청률까지도.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의 폐지설이 제기된 가운데 강호동이 소속사의 입을 빌려 이를 일축했다./스포츠서울닷컴DB


이른바 최근에 불거지고 있는 '강호동 위기론'이 그렇다면 단지 리얼 버라이어티 라는 장르의 부침 때문일까? 하지만 다른 프로그램도 있다. <무르팍 도사>도 있고, <스타킹>도 있다. 하지만, <힐링 캠프>에 1인 토크쇼 제왕의 자리를 넘긴 <무르팍 도사>는 최근에 보면 게스트 섭외조차 여의치 않아 보이고, <스타킹>은 이제 화제에 오르지 조차 않는다. 

강호동 위기론의 실체는 오히려 시청률에 있지 않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뻔함'이다. 강호동이 진행하고 있는 몇 개의 프로그램을 나란히 놓고 보면 거기에 나오는 강호동은 똑같다. 샤우팅 하는 것도 똑같고, 리액션도 똑같고, 다음에 어떤 행동을 할 지도 예상이 될 정도다. 심지어 그가 자숙하기전 1년 전과도 똑같다. 


그리고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감의 상실'이다. 예전과 똑같은 상황에서 똑같은 행동을 하는데 강호동이 예전의 강호동이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본인은 예전과 같이 하려고 하는데, 돌아오는 반응이 다르니까. 위축이 된다. 웅크러든 시베리아 호랑이는 호랑이가 아니다. 예전에는 무엇을 해도 '국민 mc'였는데, 이제는 무엇을 해도 안된다. 

그런 강호동의 자신없음은 함께 하는 사람들에서도 드러난다. 신동엽은 단촐하다. smc&c소속이지만, 신동엽의 프로그램에서 그 소속사의 냄새를 느끼기는 쉽지 않다. 종횡무진 어디서 누구와도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강호동은 어디를 가나, 자신의 소속사 식구들과 함께 한다. <맨발의 친구들>에는 은혁, <우리 동네 예체능> 이수근, 최강 창민, <무르팍 도사> 이수근, 장동혁 등 노골적이다. 그러기에, sm의 예능 장악의 교두보 역할을 한다 더 욕을 먹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것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오히려, 강호동의 자신감 부재가 낳은, 그리고 달라진 예능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안일한 판단의 결과가 더 클 것이다. 원래 아이들이 자신감이 없을 때 붙잡고 늘어지는 것이 엄마 치마폭이다. 


강호동은 1박2일을 통해 '국민mc'란 칭호를 얻었다. 그리고 여전히 그 시절의 컨셉을 놓지 못하고 있다. 이수근을 옆에서 놓지 못하는 것도 그러하거니와, 그 예전 젊은 이승기와 콤비 플레이를 해서 얻어냈던 효과를 최강창민이나, 김현중, 은혁 등을 통해 재현하고자만 한다. 심지어, <맨발의 친구들>의 구원 투수로 은지원을 다시 불러냈다. 시청률의 문제가 아니다. 이제 강호동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화제가 되지 않는다. 예전에 그가 어디가서 무엇을 먹어도 그게 동이나곤 했는데, 이젠 두려움을 참고 높은 다이빙대에서 뛰어내려도, 코트의 바다을 땀으로 적셔도 관심을 끌지 않는다. 강호동, 이수근이 좋았던 건 옛날이다. 은지원도 마찬가지다. 젊은 청년과의 호흡으로 뭘 어떻게 해보겠다는 건, 이제 아이돌만 데리고 무얼 한다고  보아주지 않는다. 할배들이 예능을 하는 시대다. 시대는 바뀌었는데, 강호동은 지난 영광의 자락을 잡고 매달리고만 있다. 


신동엽이 처음 <snl코리아>에서 변태 콩트를 했을 때, 혹자는 신동엽이 갈 때까지 갔다고 혹평을 하기도 했었다. 최고의 mc 자리를 스스로 내려 놓았다고까지 평가를 했었다. 물론 늘 잘 돼지는 않았다. <화신>에서도 19금 콩트를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않았다. 하지만, 신동엽은 멈추지 않았다.  요즘 신동엽은 활기가 넘친다.  예전의 최고의 mc라 칭해지던 시절과는  또 다른 '맛'이다. 그건 시청률이나, 화제성과는 별개의 문제다. 자신이 잘 하는 건, 혹은 잘 해보고 싶은 것을 하는 사람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다. 지금 신동엽은 다시 전성기다. 

그리고 강호동에게 필요한 건, 섣부르게 욕심낼 제왕의 자리가 아니다. 조금 에돌아 가더라도,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걸 모색하는 시간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거대 소속사에 기대어, 예전 동료들에 기대어, 안이하게 꼼수를 부리는 강호동에게 시간이 그리 많이 주어져 보이지는 않는다. 







by meditator 2013. 7. 25. 10:15

상어가 벌써 18회가 끝났다. 

되돌아보면, 김준이 나타난 이후 두 사람이나 죽었고, 한 사람이 크게 다쳤으며,  해우의 아버지와 해우가 할아버지의 실체를 아는 등 많은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18회 라는 자막을 본 순간, 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분위기만 잡다가 끝나는 거 같을까?


17,8회의 거의 대부분은 복수의 주체 김준, 즉 한이수의 아버지의 과거에 대해 한이수와 조해우 등 관련된 사람들이 알아가는 것으로 메워졌다. 

한이수의 아버지가 책방 주인과 함께 광주 진압군이었으며, 그 이후에 고문 기술자인 그림자로 암약했었다는 캐릭터 설정은 무시무시하다. 그리고 과거를 덮어두라는 조상국 회장(이정길 분)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복수에 한 발, 한 발 다가서던 김준, 즉 한이수는 결국 아버지의 과거와 조우하게 되고, 강이수의 살인범이 아버지일 지도 모른다는 결론에 이르르며 절규한다. 그토록 집요하게 추구했던 복수의 의미가 퇴색되는 순간이다. 




여기서 문제는, 시청자들은 이 사실을 이미 첫 회에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시청자들은 이미 오래 전에 안 사실은 말로만 잔뜩 위협하다, 17,8 회에 가서야 주인공의 발목을 잡는 결정적 사안으로 써버리니 보는 사람들 심정은 어떨까? 서, 설마 저 이야기만 하고 말지는 않겠지 했으나, 언제나 그렇듯, 상어는 1회 1떡밥의 대 명제를 절대 벗어나지 않고 담백하게 한이수 아버지 과거를 가지고 마지막회 전주차를 보냈다. 

심지어, 그간, 시청자들이 궁금해 마지 않던 김준의 친구, 수현(이수혁 분)이 강이수의 아들이었다는 사실이 뜬금없이 툭 튀어 나왔다. 그간 전혀 어떤 조짐도, 복선도 없다가.  그리고, 한이수 아버지의 과거로 인해, 강이수의 아들은 김준과 소주 한 잔을 나눠마시더니, 대뜸 복수의 노선을 바꾸는 듯 하다. 이미 시청자들은 알고 있는 전후 좌후 사정을 드라마 속 등장인물들만 모른 채, 단세포 동물처럼, 이번에는 니가 원수야? 내 칼을 받아라 하는 식이다. 이건 개그 콘서트 용 개그감 아닐까.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한이수의 복수는 지지부진하다. 


<상어>가 답답한 가장 큰 이유는, 드라마가 시청자들에게 던진 이른바 떡밥, 즉, 드라마를 이끌어 가기 위해 던진 질문들의 답이 너무나 느리게 전개된다는 것이다. 

앞서의 경우처럼, 시청자들은 이미 드라마가 시작될 때 안 한이수 아버지의 과거사를 드라마가 다 끝나가는 이제서야 터트린다던가, 조상국 회장의 생모가 거창에 살아있었다는 사실은 안건 지난 주 였는데, 이번 주에야 겨우 찾아가고, 그리고 그 생모가 가진 짐은 다음 주나 되어야 해우의 손에 들어올 듯하다. 자이언트 호텔 사장으로 김준이 나타나 그럴싸 하게 자이언트 호텔이 합병하려던 호텔을 먹어치우는가 싶더니, 정작 가야 호텔은 아직도 조의선 사장을 붙들고 물밑 작업 중이다. 그 역시 마지막 회나 가서야 윤곽이 드러날 듯하다. 


조해우가 알고, 조의선 사장이 알게 되지 않았냐고, 18회 쯤 되다보니, 억하심정으로, '그래서 뭐?'란 반문이 올라온다. 심지어 조상국 회장의 과거가 '그래서 뭐?'라고 까지. 

드라마에서 그려낸 조상국 회장의 과거사가 역대 모 대통령과 비슷하다 하여, 조상국을 누군가를 상징적으로 그려낸 캐릭터라는 풍문이 떠돌기도 했지만, '친일 반민족 행위 진상 규명 위원회' 등의 활동을 통해 이미 우리 사회에서 누가 과거에 어떤 일을 했는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누군가의 업적이 미화되고, 박물관이 세워진다 하는 상황에서, <상어>가 조상국 회장의 과거 사실 자체만을 가지고 전전긍긍 많은 시간을 끌어온 것이 과유불급이다 싶기도 하다. 범죄를 저질러도 우리 집만 부자로 만들어 준다면 그 사람을 뽑아주는 그런 사회가 된 사회에서, 과거가 무슨 소용이 있나 싶은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18회라는 긴 시간을 드라마 <상어>는 무엇을 했을까?

'딴딴딴딴~' 하는 전주에 맞춰 흘러나오는 보아의 간드러진 목소리가 덧입혀진 OST에 맞춰 조해우와 김준이 사랑을 했다. 

이전의 상어에 대한 리뷰에서, 복수가 달콤한 이유는, 그것을 머리에 상상하는 순간 달콤쌉싸름한 초콜릿을 먹을 때 느끼는 것 이상으로 뇌세포를 자극하기 때문에, 자신이 파괴되는 것을 감수하면서 까지 복수에 달려들 게 된다는 진화론적 연구를 소개했었다. 그런데, 그 달콤쌉싸름한 초콜릿보다도, 자신을 파괴할 지도 모를 이성적 판단조차 마비시키는 복수의 쾌감을 앞지르는 것이 있다. 그것이 바로, 사랑이다. 복수 위에 사랑. 그래서 늘 영화 속에서도, 드라마 속에서도 복수의 화신을 파멸에 이르게 하는 것이 사랑인 것이다. 

그리고 <상어>도 김준과 조해우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만나자 마자 다시 치명적으로 사랑을 한다. 대학 때 만난 첫사랑도 다시 만나면 생뚱한 이 시절에 무려 청소년기 풋사랑 때문에, 김준은 자신의 목숨을 건 복수를 엉크러뜨리고, 해우는 남편을 배신한다. 

하지만 어설프게 쌓여진 축대 위의 집이 장마에 견디지 못하듯이, 안타깝게도 <상어> 초반부 이수와 해우의 사랑이 지금의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사랑을 설득해 낼 만큼 치명적이지 않았다. 게다가, 제 아무리 오랜 정으로 한 결혼이라고 해도, 이제 막 결혼을 한 신혼의 신부인데. 접어주고 보려고 해도, 김준과 조해우의 사랑은 무식하게 맹목적이다. 오히려, 동생 이현과의 짦은 조우, 이현의 납치로 인해 고통받는 이수의 감정이 짧은 에피소드였지만 훨씬 더 공감이 갈 정도다.

<상어>란 드라마가 가진 플롯의 단순함, 그리고 전개의 빈 공간을 메워줄 것이 바로 두 사람의 사랑이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그 사랑이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으니, 딜레마도 이런 딜레마가 없다. 




게다가, <상어>는 두 남녀의 사랑을 복수와 함께 쌍두마차로 끌어가면서, 복수극의 역할 조차도 나누어 맡게 된다. 여주인공이 검사가 되고, 남주인공은 사건의 열쇠를 던져주고, 정의의 여검사, 그리고 남주인공에게 부채감을 가진 여검사는 그걸 밝힌다는 설정. 그런데 그러다 보니, 정작 복수의 주체인 김준, 즉 한이수는 조상국 회장의 과거를 폭로하고 싶어도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도 대부분의 시간을 호텔 객실에서 고독한 분위기를 잡고 있고, 조해우 검사가 현장을 뛰는 식이다. 그러다 보니 극의 흐름이 자꾸 갈라진다. 사실은 한 사람이 찾아 나서야 할 일을 또 다른 누군가가 함께 하다보니, 몰입을 방해할 뿐더러, 해우는 알아도, 김준은 모르는, 혹은 김준은 아는데, 조해우는 모르는 사안들로 인해 극의 흐름은 또 한번 에돌아 가게 되는 것이다. 두 사람만이 아니다. 두 사람의 주변 사람들도 중구난방으로 흩어져 사실에 접근해 들어가면서 그 사실을 아는 시점으로 인해 극은 꼬이게 되고 답답해지는 것이다. 

18회, 조해우는 김준의 아버지 그림자가 고문을 할 때 그 옆에 누군가가 있었다는 것을 알지만, 그걸 모르는 김준, 그리고 강이수의 아들 수현은 그로 인해 다시 한번 혼란에 빠져들 게 될 것이라던가, 조해우는 알고 있는 지검장 살해 음모의 배후를 해우의 남편 준영이 뒤늦게 아버지와의 필담을 통해 알게 된다던가 하는 식이다. 과연 지금 해우가 남편에게 만나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이야기가 김준과의 관계였을까? 목숨이 경각에 달린 시아버지 였을까? 인지상정에서 시청자는 갑갑해지는 것이다. 


<상어>는 '사실'이 중요한 드라마이다. 누군가, 그 중에서도 내 앞서 간 사람들의 과거를 안다는 것이 중요한 드라마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2013년의 대한민국은 그것만으로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해타산적인 사회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혹자는 5년전에 기획된 <상어>의 그 너무도 달라져 버린 5년이 안타깝다고도 한다. 하지만 흘러간 시간이 안타깝다고 덕담을 해주기엔 18회 까지 흘러온 <상어> 너무 분위기만 잡고 있는 게 아닐까.

by meditator 2013. 7. 24. 10:12

한때 '아이러브스쿨'이란 사이트가 유명세를 날리던 적이 있었다. 거기에 가면 초등, 아니 국민학교이던 시절의 동창부터 모든 동창을 만날 수 있다고 해서, 너도 나도 거기에 가입을 해 동창을 만났었다. 그런가 하면 요즘 청소년들이 즐겨 찾는 어플에도 동창을 찾을 수 있는 어플이 있다고도 한다.

동창, 때로는 일면식도 없으면서도 같은 학교를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괜시리 친근해지고 뭐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은 한국인의 '우리'라는 감성에 참 어울리는 단어다. 그런데 또 동창이란 단어만큼, 종종 사람을 초라하게 만들고, 난 뭘 하면서 살았나 하게 만드는 단어도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동창회란 곳이 나이가 들면 들수록 만나서 꼭 좋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종종 자기 자랑 경연대회 같은 식이 되버려 반가운 마음에 참석했던 누군가의 마음에 스크래치만 굵게 남기는 아픈 추억이 되기도 하는 것이니까. 실제로, '아이러브스쿨'이란 사이트가 첫사랑을 만날 수도 있다는 환타지를 심어주며 인기를 끌다 어느틈엔가 흐지부지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런 동창회의 부작용 때문이기도 하리라. 그런데, 동창회의 아이디얼 타입을 보여준 방송이 있다. 바로 <힐링 캠프> 100회 특집 힐링 동창회이다. 



지난 주부터 이어진 <힐링 캠프> 100회 특집은 그간 힐링 캠프를 출연했던 게스트들 중 인기를 끌었던 게스트들을 다시 한 자리에 모이게 했다. 그리고 법륜 스님, 윤도현, 김성령, 백종원, 고창석 등이 동창생이란 이름을 달고 등장했다. 100회를 기념하는 자리 답게 왁자지껄 백종원 대표가 법륜 스님을 배려해 만든 '두부 자장면'도 나눠 먹고, 윤도현이 즉석에서 '행복송'도 만들며 잔치 분위기를 한껏 북돋았다. 

그리고 이어서, 지난 번 법륜 스님 출연 방송에서 인기를 끌었던 '즉문 즉설'을 100회 특집으로 모든 게스트들을 상대로 고민을 풀어주는 방식으로 다시 진행시켰다. 

백종원 대표가 '당연한 말씀이신데'라며 서두를 뗀 것처럼 혹은 마지막에 고창석이 '귀여미'에 대한 자신의 고민이 풀어졌는지 잘 모르겠다는 솔직한 결론처럼, 법륜 스님의 직문직설은 결론으로만 보자면 새삼스러울 것이 없는 이야기들이었다. 모든  사람의 사랑을 혹은 인정을 받으려는 욕심을 버리고, 나의 자리가 어디인지 제대로 알 것이며, 내가 가진 것들에 대해, 내가 키우는 내 아이들에 대해 부모로서의 제대로 된 자세를 가지라는 교훈적인 결론이었다. 잔뜩 움켜쥔 것은 덜어내고, 나누고, 배려하라는 원칙적인 이야기인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가 정신과 상담을 하거나, 심리 상담사를 만나 이야기를 하고 나면 뭔가 가슴이 뻥 뚤리는 거 같듯이, 법륜 스님의 직문 직설은 '이중 멤버쉽'아이라는 기막힌 비유와 종교인이지만 전혀 종교의 색깔을 드러내지 않는 그리고 난처해하거나, 돌려말하지 않는  솔직한 언어 구사로 보는 이의 마음을 홀린다. 듣고 나면 당연한데 고개가 끄덕여진다. 


<힐링 캠프>의 말미 제일 연장자인, 그리고 김성령의 지적처럼 항상 톱의 자리를 유지해왔던 이경규가 진지하게 묻는다. 50을 넘어서도 자꾸 사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그러자, 법륜 스님이 말한다. 전제가 잘못되었다고. 사는데 이유가 있는게 아니라, 사니까 이유가 만들어 지는 것이라고. 즉 사람이 태어나는데 이유는 없다. 그러니까. 무엇이 잘못되어서 태어나는 사람도 없는 것이다. 단지 태어났기 때문에 그때부터 자신의 삶의 이유를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그것이 제대로 되지 않고, 이유를 찾으니까 회의주의에 빠져서 자살같은 것을 하게 된다고 법륜 스님은 단호하게 정의를 내린다. 

이 직문직설에서, 법륜 스님의 명쾌한 '삶의 이유론'에 흔들리던 마음이 놓이기도 했지만, 어쩌면 그 대답에 앞서 더 위로가 된 것은 그 자리의 가장 연장자인, 가장 잘 나가고 있는 이경규가 그런 질문을 던졌다는 것이다. 살 만큼 살았고, 이룰만큼 이룬 사람조차도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듯한 그 솔직한 '직문이 사실, '직설'의 울림을 끌어내는 전제가 되는 것이다.


(사진; tv리포트)


 여배우로서는 가장 듣기 참아내기 힘든 말인 '늙었다'는 평가를 감수하며 오십이 된 여배우의, 아들을 키우는 엄마의 고민을 솔직하게 터놓은 김성령,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데 고민이 많은 이경규, 맑고 착하기만 해서 오히려 고민이 생긴 한혜진, 그리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고민인 김제동까지, 그 어느 누구하나, 들었을 때 '에이 거짓말~'이라고 일말의 의심도 할 수 없는 고민들을 털어 놓았다. 누군가는 미래의 시어머니로, 누군가의 또 미래의 며느리가 되어, 그리고 또 누군가는 남편의 입장이 되어, 남편이 되고 싶은 혹은 될 수 없는 입장으로 보통 사람들이 살면서 부딪치는 범사들을 똑같이 고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법륜 스님이 자신의 힐링이 자신과 같지 않은 삶을 사람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주며 그게 위로가 된다는 말처럼,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도, 그리고 시청자들도, 그래도 나름 잘 나가는 사람들이 저마다 한 꾸러미씩 꿍치고 있는 고민의 허심탄회한 고백에 우선 마음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일반적인 동창회가 대부분 '사촌이 땅을 사서 배가 아픈' 원리로 입맛이 소태인 경우가 대부분인 경우라면, '100회 특집 힐링 동창회'는 그 반대 급부의 원리로 모두를 힐링 시키는 것이다. 


<힐링 캠프> 100회 특집은 언뜻 보면  왁자지껄 잔치판이었지만, 보고 나면 어쩐지 보는 시청자조차 마음의 짐 하나를 덜어 놓은 것같은 집단 힐링 카운셀링이었다. 역시나 힐링 캠프다운, 힐링 캠프만의 묘미이다. 부디 오래도록 이 정신을 지켜나가시길~









by meditator 2013. 7. 23. 09:54

7월 20일 <불후의 명곡>, 이미 5승을 거둔 문명진이 이제 막 노래를 마친 하동균과 악수를 나눈다.

그리고 이어진 문명진의 인터뷰, 자신이 오랜 무명 후에 <불후의 명곡>을 통해 세상에 나왔듯이 하동균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말이 이어진다. 그때 자막엔 '10년의 무명 문명진, 그리고 6년의 칩거 하동균'이란 멘트가 적혀 있었다. 


<불후의 명곡>엔 늘 대세가 있다. 그런데 그 대세라는게 우리가 일반적으로 정의를 내리는 '대세'와 좀 다르다. 

흔히 대세라고 하면, 거대 기획사에서 기획에 따라 만들어지고 알뜰하게 밀어주는 아이돌이거나, 단박에 주인공을 꿰어찬 신예 배우라거나 하는 경우가 많은데, <불후의 명곡>의 대세는 그런 기성품(?)들과는 좀 다른 느낌이다. 

아마도 처음 <불후의 명곡>을 통해 대세로 등극한 것은 '알리'였을 것이다. 그토록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노래를 잘 한다고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했지만 언제나 세상이 외면했던 그녀를 대세로 만들어 준 것이 바로 <불후의 명곡>이다. 그녀 이후로도 여러 명의 대세가 등극했다. 이미 슈퍼스타 k를 통해 인정을 받았지만 높은 공중파의 장벽을 넘지 못했던 '허각'과 '울랄라 세션'이 그 진가를 인정받고, 뮤지컬 가수였던 임태경이 광고를 찍을 정도의 인지도를 얻기도 했다.  


(사진; tv 리포트)



그리고 100회를 찍고, 안정기에 들어선 <불후의 명곡>은 좀 더 자신감있게 묻혀진 여러 가수들을 발굴하거나, 다양한 장르의 숨겨진 재주꾼들을 섭외한다. 그런 의미에서 21일의 <불후의 명곡>은 상징적이다. 

mc 신동엽은 문명진을 이렇게 소개한다. 오십 먹은 아줌마를 처음으로 가수의 팬까페에 가입을 하게 만든 요즘 대세라고, 그리고 그 말에 대기실의 모든 사람들은 당연하다는 듯 문명진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이 문명진은 파죽의 5연승을 거둔다. 문명진이라는 사람이 평상복같은 차림으로 외로이 무대에 서서 그간의 설움을 토해내듯이 노래를 불렀던 것이 그리 멀지 않은 시간이다. 그런데 그 머지 않은 시간 동안, 이제 문명진은 그가 무대에 나오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얼굴이 밝아지고, 환호를 하게 만드는 가수가 되었다. 이제 지나가면 사람들이 알아봐주는 사람이 된 문명진은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하동균에게 자신처럼 세상으로 나오길 바란다고 덕담을 남길 수 있는 처지가 되었다. 문명진이라는 가수의 저력이요, 그 저력을 알아보고 띄워준 <불후의 명곡>의 힘이다. 


20일 방송의 대미는, 문명진의 바램(?)처럼 문명진의 뒤를 이어, 문명진을 이기고 하동균이 2승을 거두며 새로운 대세로 등극할 조짐을 증명했다는 것이다. 여전히 집 밖에 웬만해서는 나오지 않는다는, 한때 가장 촉망받던 그룹의 일원이었으나 동료의 죽음으로 인해 날개를 꺽여버렸던 하동균, 말수도 적고, 세상 물정에 어두운 그를 대세로 만들기 위해 <불후의 명곡>대기실은 분주했다. 하동균의 모창을 하동균에게 시키는 해프닝을 벌이는가 하면, 매번 모든 질문의 향방이 하동균을 향해, 세상과 담쌓은 그의 칩거를 순수함과 고독함의 표상으로 이미지메이킹한다. <불후의 명곡> 현장의 관객들은 무대를 보고 판단하겠지만, 집에서 텔레비젼을 통해 보는 시청자들은 이미 그가 무대에 오르기 전 문명진을 꺽고 새롭게 대세로 등극할 적임자로 하동균을 마음에 두도록 프로그램은 분위기를 만들어 간다. 그리고 그에 보답이라도 하듯, 문명진의 짙은 소울과는 다른, 짙눌러 가두지만 그 벽을 뚫고 나와 호소하는 하동균만의 '절창'으로 새로운 대세의 탄생을 알렸다.


(사진; tv리포트)


20일 방송의 큰 줄기는 문명진의 내민 손을 잡은 하동균으로 상징되는 새로운 대세의 탄생이긴 하지만 꼭 그런 '대세론'이 아니더라도 눈여겨 봐야 할 지점이 많다. 

한때 나가수의 음악 감독이었던 유재하 음악 경연 대회 수상자였던 정지찬이 또 다른 유재하 음악 경연 대회 수상자인 박원과 함께 만든 그룹 '원모어 찬스'의 출연도 기념비적이다. 이제는 사라진 상대 방송국 음악 서바이벌의 관계자가 경연 대상자가 되어 무대에 서는 것도 묘하지만, 무엇보다 유재하를 기념하는 자리에 유재하를 추모하기 위해 만든 경연대회 수상자가 나왔다는 '역사적' 상징성 또한 의미심장하다. 십 여회를 훌쩍 넘겨버린 유재하 경연대회의 수상자들이 조금 더 많이 출연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점이다. 


뿐만이 아니다. 롤러코스터의 일원으로 전설의 언더그라운드 여자 가수로 이름을 날렸던 조원선의 등장도 주목해야 한다. 하동균처럼 사연있는 6년의 칩거는 아니지만, 조원선 역시 오랜만에 무대에 올랐었고, 파격적인 탱고 리듬의 편곡으로 조원선의 매력을 한껏 살린 '우울한 편지'를  열창해보였다. 꼭 1승이라는 성과를 논할 필요없이 이미 충분히 특정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하지만 일반 대중에겐 조금은 낯선 실력자들의 귀환은 반갑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여전히 누군가의 노래를 통해서만이 자신의 진가를 내보여야 하는 <불후의 명곡>이라는 프로그램의 특성도 그러하거니와, 또 여전히 나가수 식의 내지르고 통곡해야만이 판정단의 눈에 잘 부르는 것처럼 보이는 편곡의 딜레마 역시 여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엔 또 어떤 새로운(?) 가수가 등장해 보석처럼 빛을 발할까 하면서 <불후의 명곡>을 기대하는 마음이 덜해지지는 않는다. 



by meditator 2013. 7. 21. 10:13

늘 자체 최고 시청률을 찍고 있다고 홍보를 하는 <몬스타>의 시청률은 좀 낯부끄럽다.

그도 그럴 것이, cj 계열사 중 가장 대중적 접근도가 높은 m.net과 tvn이 동시 방영을 하는데다, 거의 채널을 틀 때마다 재방송에, m.net의 여러가지 음악 방송에서 꼭 등장하는 음악이 <몬스타>의 음악이기 때문이다. 자랑하고픈 신드롬급쯤이 되고프면, 지난 해 단 하나의 채널에서 방영되어 화제가 되었던 <응답하라 1997> 정도는 되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하여튼, 만들어지는 신드롬이라도 요즘 많은 사람들이 특히 고등학생이라면<몬스타> 한번 정도는 보아 주어야 화제에 낄 정도는 되고 있다면 나름 성공한 것이리라.

 

(칼라바의 공연)

 

 

10회, 체육 시간 커플 축구를 하는데, 첫 키스를 하고 이제 막 연인 모드에 들어간 세이(하연수 분)와 설찬(용준형 분)의 파트너가 다르다. 공교롭게도 세이의 파트너는 역시나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한 선우(강하늘 분)요, 설찬의 파트너는 선우를 좋아하는 나나(다희 분)이다. 누군가는 버겁게, 누군가는 신이 나서 달리던 축구 경기 도중, 늘 세이를 못마땅해 하던 재록(윤산호 분)이 모두가 방심하는 틈을 타 세이에게 공을 날린다.

 

감독의 전작 <성균관 스캔들>을 재밌게 본 사람이라면 이 장면 다음에 어떤 장면이 등장하게 될 지 예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공이 날라오는 걸 발견한 선우가 몸을 날렸지만, 그보다 먼저 몸을 날린 이가 있었으니, 바로 윤설찬, 당연히 마루에 몸과 머리를 쳐박은 윤설찬은 정신을 잃는다.

<성균관 스캔들>의 애청자였던 엄마는 거품을 물고, 저건 '자기 복제'야, 말도 안돼! 라고 흥분을 하는데, 옆에서 함께 열시청하던 아들이 지그시 한 마디 던진다. 엄마, 그건, 자기 복제가 아니라, 순정 만화의 클리셰야, 라고.

그렇다. 순정만화를 많이 보지 못한 엄마도,(어라, 그러는 이 녀석은 어디서 순정만화를 그렇게 많이 봤다고 ?)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런 거 같기도 하다.

하여튼, <몬스타>의 기본 줄거리는, 순정 만화에서 많이 보던 그 이야기이다. 외계에서 온듯이, 호주에서 양을 키우다 전학 온 엉뚱한 아이 세이, 그녀를 오래 전부터 짝사랑 해온 모범생 선우, 그리고 하늘에서 떨어지듯이 그녀 앞에서 툭 던져진 스타 윤설찬, 그리고 언제나 모든 순정 만화가 그러하듯, 두 남자 아이들은 그녀의 사랑을 얻고자 고군분투하고, 사랑을 얻는 것은 정석같은 남자가 아니라, 찌질하지만 언뜻언뜻 매력을 발산하는 그녀석.

 

 

그런데, <몬스타>를 보는 재미는 이런 사랑 이야기만이 아니다. 전에 기사로 썼듯이, <몬스타>의 또 다른 구성 요소, 음악이 주는 재미도 무시하지 못할 만큼 쏠쏠하다. 오늘은 또 어떤 음악의 변주가 이루어질까?가 스토리의 진전보다 더 기대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 외에 또 <몬스타>를 들여다 보게 되는 이유가 있다. 바로 보이지 않는, 아니 이제는 보이지 않던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옥상에 선 규동)

 

 

설찬, 선우, 세이가 어쩌다 보니 엮여서 함께 음악 협연을 하게 된 그룹 이름이 '칼라바'였다. 이름처럼 거기에 속한 아이들의 면면이 아롱이 다롱이이다.

지난 회차, 어린 시절 함께 나갔던 슈퍼스타k 오디션에서 친구 도남(박규선 분)을 배신하고, 그로 인한 사고로 도남이가 평생 운동을 하지 못하게 만들어 죄책감에 시달리는 규동(강의식 분)의 사연이 등장했었다. 또 그 이전 회차에는 조폭의 애인이라 소문이 났던, 친구들조차 강제로 룸싸롱에서 일한다고 오해를 했지만 사실은 조폭 두목과 룸싸롱 마담의 딸인 나나의 속사정도 드러났었다. 그리고 10회, 드디어 '칼라바'의 마지막 멤버, 심은하의 스토리가 펼쳐진다. 설찬에게 하늘의 별이 되라고 당부했던, 하지만 설찬의 팬픽을 쓸만큼 그에게 빠져있어, 그의 변화를 그 누구보다도 일찌기 감지했던, 심은하가 설찬과 세이의 사랑을 깨닫고 혼란에 빠지는 이야기가 나온다.

 

 

'선생님도 알고, 저도 알고 있었던 그 이유 때문이예요.'

규동이 며칠간 학교에 나오지 않자, 담임은 그 이유를 알아오라고 반장 선우에게 다그친다. 그러자, 이제는 그저 범생이에서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 선우는 이렇게 말한다. 선생님도 반 아이들도, 그 아이들의 존재를 알지만 모른다.

'규동이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항상 생각해, 나랑 규동이 둘 중 누가 더 보이지 않을까'라고 심은하는 말한다. 이름은 가장 이쁜 심은하지만, 누구보다 신이 나서 준비했던 칼라바의 공연에서 은하를 알아봐 주는 아이들은 없다. 심지어 아버지는 쓸데없는 짓 하고 다닌다고 은하를 때렸다.

팬이 변하면 안티가 된다고, 그간 세이와 설찬의 만남을 팬픽으로 썼던 은하는 그걸 누군가가 볼 수 있도록 벤치에 던져 버리는 복수(?)를 감행하려고 한다. 설찬에게 냉랭해지고, 세이에게 화를 내는 은하의 행동은 얼토당토 않지만, 아무도 보아주지 않는, 그래서 자기 만의 환타지를 만들어 그 안에서 행복했던 은하에겐 그 세계가 깨져나가는 아픔인 것이다.

 

(은하)

 

 

<몬스타>는 정석처럼, 아무도 보아주지 않는 아이들의 아픔을, 누군가 보아줌으로써 치유해준다. 옥상 위에 섰던 규동을 구해주는 나나, 그런 규동을 눈빛으로 응원하는 세이, 그리고 비록 나나가 원하는 사랑은 아니더라도, 나나를 알아봐 주기 시작한 선우, 미워하고 싶은데 자꾸만 은하에게 다가오는 세이.

그리고 아무 것도 아니라고 좌절하던 아이들은 무언가를 시작한다. 규동이는 어릴 적에 그마 둔 피아노를 배우고, 은하는 글을 잘 쓴다고 선생님에게 칭찬을 받고, 설찬의 피처링을 하고, 나나는 옷을 만든다.

 

 

'사람들은 꿈이 없다면 루저 취급을 하지.'

디자이너가 될 꺼냐는 선우의 질문에 나나는 냉소적으로 대답한다. 꼭 꿈이 있어야 하는 거냐고. 하다가 잘 하면 그걸 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일찌기 무언가를 결정하고 매진해야만 대접받는 요즘 아이들의 세상에 대한 냉혹한 정의이자, <몬스타>가 제대로 기대고 있는 현실이다.

 

순정만화 환타지를 걷어내고 들여다본 <몬스타>의 또 다른 이야기는 꿈이 없는 요즘 아이들의 리얼리티이자, 환타지이다. 그리고 그 환타지는 묘한 울림이 있다. 팬의 자리에서 내려와, 설찬이와, 세이와 친구가 되는, 설찬의 노래에 피처링을 하며, 지금의 나라도 괜찮다는 가사에 눈물을 흘리는 은하의 이야기가 훨씬 더 감동적이고 좋다. 이것이 <몬스타>의 숨겨진 매력이다.

by meditator 2013. 7. 20. 09:59

예전에 <바보 엄마>란 드라마가 있었다.

하희라가 지적 장애인 엄마를 연기했고, 성폭행을 당해 낳은 그 딸로 김현주가 나와, 엄마와의 긴 세월 동안의 애증을 실감나게 보여주었었다.

그런 하히라처럼, 우리 동네에도 지적 장애인 엄마가 한 분 계시다.

커다란 남자 슬리퍼에, 옷 매무매도, 머리 스타일도 다듬지 않아 흐트러진 그런 한 눈에 보기에도 딱 알아볼 수 있는 그런 분, 벌써 그 분이 우리 동네에서 눈에 띈 지 10여년이 넘었다. 그리고 그 10여년 동안 그 분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처음엔 혼자 다니다, 언제부터이나, 배가 불러오더니, 그 다음엔, 아장아장 이쁜 아가를 포대기에 둘러 업다, 걸리다, 그러고 다니는 모습이 목격되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분들 대부분이 그 당시 나같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어휴, 저런 분이 어떻게 아기를 키우려고......그랬다. 두 팔, 다리, 정신까지 멀쩡한대도, 내가 낳아놓은 새끼 키우기가 이렇게 버겁냐던 시절이었으니, 멀쩡하지 않아(?) 보이던 그 분에게 '육아'란 더더욱 불가능할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그리고, 아주 시간이 많이 흘렀다.

마을 버스를 탔는데, 그 분이 거기 계셨다. 아주 이쁘게 다 자란 딸과 함께, 딸이 다듬어 주었을까, 외모도 그 예전 아기를 데리고 다닐 때보다 한결 깔끔해지고, 딸은 어디서 만들었는지, 멋진 종이 접기 작품을 손에 들고 엄마한테 자랑이 한참이었다. 그리고 그 분은 연신 밝은 딸의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이고.

그 훈훈한 모녀의 모습을 보고 '아이는 무엇으로 키울까?' 내 자신에게 깊게 자문해 보았다. 그리고, <여왕의 교실>을 보면서, 모처럼 다시 그 질문을 던져본다.

 

고현정 감동의 엔딩 / 사진 : MBC '여왕의 교실' 방송 캡처

(사진; 더 스타)

 

 

마여진 선생은 분명 바람직한 교육의 롤 모델일 수가 없다.

때로는 감옥의 간수처럼 혹독하게 아이들을 몰아부치고, 때로는 강남 엄마처럼 그 어떤 실수도 용납치 않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회를 거듭하면서, 그런 마여진 선생의 교육 방식이 그 예전 먼 길을 찾아온 한석봉에게 불을 끄고 글을 써보라며 떡을 썰던 석봉의 어머니의 교육 방식처럼 깊은 뜻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 조금씩 밝혀지고 있다.

일종의 충격 요법인 것이다. 호시탐탐 누군가를 왕따로 만드는 아이들, 자기 밖에 모르고, 그저 시키는 대로만 하는데 익숙해진 아이들을 주체적인 인간으로 돌려 세우기 위해 강력한 마법과도 같은 교육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많은 사연이 있었지만 그 덕분에 6학년 3반은 어느덧 왕따도, 셔틀도 없는 반이 되었다. 그리고 처음엔 저게 어떻게 교육이야? 인권 유린이지 라며 분노하던 마음도, 미묘하게 스쳐가는 마여진 선생의 미소와 더불어, 그녀를, 그녀가 지향했던 교육방식을 이해하기에 이르른다.

마치, 어릴 때 그렇게 지긋지긋해 하던 엄마의 잔소리를 철들고 나니, 그게 엄마의 사랑이었던 것을 깨닫게 되듯이. 그리고, 마여진 선생의 교육 방식에 동의를 하건, 하지않건, 자신의 생활도 없이 아이들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아이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놓치지 않는 마여진 선생의 마음, 그 진심이 바로 교육의 핵심이란 생각이 드는 것이다.

 

전학온 도진(강찬희)는 여러 번 파양의 경험을 당한 아이이다.

그리고 양부모님에게는 더 이상 파양을 당하지 않기 위해 갖은 관심을 끌 행동을 해보이다가도, 친구들에게는 그 분풀이라도 하듯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엄석대처럼 교실의 제왕으로 등극하려 한다. 시험지를 고쳐 자기 꼬붕을 만들고, 대신 숙제 시키기에서부터, 아이들의 여론을 조작해 반장이 되어 갖은 편법을 일삼는 것까지, 도진의 행태와 그것을 지적하는 마여진 선생의 일갈은 마치 '민주주의'에 대한 정치학적 논고 같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그저 몰락하는 엄석대를 그려냄으로써, 권력의 속성과 거기에 쉽게 길들여지는 인간 군상을 비판하려 했다면, <여왕의 교실>은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진정한 교유이란 무엇인가 란 질문으로 던진다. 교장 선생님이 걱정하듯이, 그리고 하나가 발견한 마선생의 목의 상처처럼 마여진 선생에겐 트라우마처럼, 도진이와 같은 아이에 대한 나쁜 기억이 있다. 하지만, 마여진 선생은, 그런 도진이의 행동을 '찌질하다고, 어리광이라'고 단정지으며, 상처받은 아이가 자신의 상처를 어쩔 줄 몰라, 자해하는 행동으로 이해하고 대처하려고 한다.

단지 다르다면, 다른 아이들에게, 문제를 던져주고, 스스로 해결하게 만들었던 것과 달리, 스스로의 머리에 손가락 총을 쏘며 자멸의 길을 걷는 도진이의 손을 놓지 않는다. 가장 도진이가 원하던 것, 너를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란 메시지를 강력하게 보낸 것이다. 그리고 그 메시지가 도진이를 죽음에서 구한다. 그리고, 드라마는 우리에게도 메시지를 보낸다. 왕따를 당하는 아이도, 왕따를 하는 아이도,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구할 수 있지 않겠냐고. 그런 따스한(?) 덕분에, 하나도, 은보미도, 오동구도, 서현이도 다시 자기의 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사진; 뉴스엔)

 

 

 

마여진 선생의 방식이 최선은 아니다.

하지만, 교장 선생님이 고뇌하는 초짜 담임 양민희에게 고민하면 답을 찾을 수 있다는 말은, 자기가 맡은 아이들을 포기하지 않고 길을 찾다보면 길이 열리지 않겠냐는 말이 아니었을까. 지난 번 학교에서 상처를 입고, 아이를 거두기에 실패했던 마선생이 이번엔 도진이를 구할 수 있었던 것처럼.

이상하다.

감옥처럼 무시무시하고 살벌하기만 했던 <여왕의 교실>이 중반을 들어서면서, 번번히 회마다 뜨거운 눈물을 흘리게 된다. 아이들의 갸륵한 마음 때문에, 마여진 선생의 희미한 미소를 일으키게 하는 결과들 때문에. 그리고 새삼 생각해 보게 된다. '교육이란 무엇인가?'하고. 뭐 정도가 있겠는가. 그저 아이들의 손을 꼬옥 잡고 놓치지만 않아도, 반은 간다. 그게 12회까지 <여왕의 교실>의 결론이다.

by meditator 2013. 7. 19. 09:55

이른바 일반인과 군인이라는 세상의 커다란 이분법이 존재하듯이, 군대는 사람사는 세상과 동떨어진 성역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런데 바로 그 성역을 콩트의 소재로 끌고와, 이른바 예능의 소재로서의 '군대 붐'을 일으킨 주역 김기호 작가가, 여름에 걸맞는 16부작 판타지 옴니버스 시리즈를 들고 돌아왔다.

 

 

물론 판타지 시리즈가 처음은 아니다.

이미 미국의 트와일라잇 존이라던가, 일본의 기묘한 이야기, 그리고 영국의 블랙미러처럼, 드라마 장르에서는 분명하게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영역이다. 하지만, 아이디어 고갈과 함께 한국형 공포 영화가 점차 그 존재감을 빛을 일어가듯, 언제부터인가 여름이면 텔레비젼에서 한 자리씩 차지하던 이른바 '납량 특집' 시리즈 역시 어느샌가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그도 그렇듯이, 환상 거탑이 내걸고 있듯이, 미스터리, 스릴러, sf, 심지어 만화적 상상력까지 곁들인 영역들은 시청률에 목숨을 거는 공중파에서는 감히 시도해 보기 힘든 이야기들이니까. 8월에 귀신을 보는 여자와 그 곁을 지키는 남자의 이야기라는 <주군의 태양>이 선보이기는 하지만, 그 작가진이 로맨틱 코미디로 유명한 홍미란 자매 작가인 한에서, 이 드라마 역시 애정물에 방점을 찍을 가능성이 높고, 이 드라마를 기대하는 사람들도 그런 의미가 클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tvn의 판티컬 드라마 <환상 거탑>은 여름이라면 한번쯤은 보아줄 만한 아니 여름이 아니라도, 푸른 거탑 못지 않은 드라마의 영역에서 기대해 볼 만한 시도이다.

 

 

 

옵니버스 식으로 엮어진 첫 회, 두 가지의 에피소드가 등장했다.

첫 화는 [인권 존중] 17명의 여자를 파렴치하게 죽인 살인마를 무기 징역 기간을 다룬 것으로, 마지막 판결이 내려질 때가지 일말의 반성이 없는 살인마가 죽여달라고 고통스레 외치는 그 순간까지의 시간을 다룬다. 다음 2화는 [타임 은행], 만년 지각생인 김상진 대리가 타임 은행을 통해 개과천선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천사같은 여자 친구의 목숨이 경각에 달리자, 자신의 목숨을 놓고 딜을 할 수 밖에 없게되는 이야이이다.

물론 [인권 존중]과 [타임 은행]의 이야기들이 매우 새롭지는 않다. 더더구나, 이미 외국의 판타지 시리즈나 그 비슷한 류의 영화, 심지어, [타임은행]의 엔딩은 일찌기 사랑 영화 <이프 온리>를 떠오르게 조차 하는 기시감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일찌기 셰익스피어 이래 새로운 것이 없다는 냉소적인 정의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더라도, 새로운 조합의 판타지를 즐기는 맛은 이런 류의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꽤 씹고 즐길만한 꺼리가 되었다.

더구나 한 회에 한 에피소드가 아니라, 20여분만에 기승전결 스토리를 진행시켜 버리고, 분명한 메시지조차 전달하는 쌈박함은 매력적이다. 꼭 같은 장르는 아니지만, 한동안 주말 저녁을 달구었던 김국진, 김진수의 전성기 시절, <테마 게임>을 떠올리게 조차 한다.

 

 

첫 회, 판디컬 드라마 <환상 거탑>이 더욱더 볼 만했던 것은 모처럼 제 몸에 맡는 역할을 맡아 존재감을 발휘했던 중견 배우, 강성진, 남성진, 조달환의 열연이었다.

최근 <너의 목소리가 들려>가 인기를 끄는 이유 중에 악역 정웅진의 존재감을 손에 꼽는 사람들이 꽤 되듯이, 드라마에서 비중있는 조연의 존재란 이제 드라마의 성공에 결정적 요소가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실제 많은 배우들이 좋은 연기력에도 불구하고 어울리는 배역을 맡지 못한 채 세월을 타고 흘러간다.

조달환이라는 배우도 연기를 몇 년 째 제대로 하지 못하다가 엉뚱하게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인기를 얻게 된 경우이다. [인권 존중]의 남성진 역시, 그저 간수로 슬쩍슬쩍 등장하기만 해도, 얼음장 같은 그의 프로필에 호화로운 독방이 그저 호화롭지만은 않을 거란 '스포'를 느끼게 만든다. 일찌기 '베스트 셀러 극장' 등을 통해 보여주었던 그의 섬뜩한 연기가 모처럼 제 자리를 만난 거 같아 반갑기 까지 하다. 중견 배우들이 모처럼 자기 몫의 자리를 찾은 거 같아, <환상 거탑>이 또 다른 이유로 반갑다.

 

 

<푸른 거탑>에 이어, <환상 거탑>까지, 남들이 시도하지 않은 좋은 아이디어 하나로 밀어부친 김기호 작가의 거탑 시리즈가 부디 <환상 거탑>에서도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바란다. 그래야 또 다른 '거탑' 시리즈를 볼 수 있을 테니까

by meditator 2013. 7. 18. 09:45

'복수는 달콤하다'

복수에 대한 이 정의는 7월 16일자 한겨레 칼럼에서 전중환 교수(경희대 후마니타스 교수, 진화 심리학)가 내린 것이다.

복수가 달콤하다니? 그 이유는, 당할 때는 그 어떤 것보다도 분노를 일으켰던 복수가 복수를 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들어가는 순간, 뇌에는 초콜릿이나, 마약을 한 거 같은 짜릿한 흥분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술래잡기의 술래가 되어 상대방이 숨어 있는 장소를 향해 나아갈 때 느끼는 그 긴박감같은 거랄까.

 

 

그런데 술래잡기의 술래가 다가가서 상대방을 잡으려다가 술래가 먼저 덜미를 잡힐 때가 있듯이, 복수란 꼭 계획을 할 때의 짜릿한 흥분을 일으키는 그 상황대로 이어가는 것이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복수란 진화론적으로 볼 때, '복수심은 상대방의 공격을 사전에 억제한다는 뚜렷한 기능을 수행하고자, 나를 두 번 다시 건드리지 않게 하려면 상대로 하여금 앞으로 그 어떠한 도발도 털끝만한 이득조차 가져다주지 못할 것임을 똑똑히 각인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장치라는 것이다. (마틴 테일리 & 마고 윌슨) '상대방의 순이익이 0이 되기 위해, 눈에는 눈, 이에는 이가 되도록 갚아주려는 것인데, 그 과정은 대단히 소모적이고, 자기 파괴적이기 까지 하다'는 것이다. 즉 '엎질러진 우유를 다시 담을 수 없듯이, 내 가족을 죽인 원수에게 보복한다고 해서 가족이 살아돌아올리는 만무하'니까. 하지만, 진화론적으로, 그 어떤 나쁜 짓도 영원히 보존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인류는 오늘도 자기를 내던지며 복수에 헌신한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월, 화 드라마의 남 주인공들은, 이런 복수에 대한 진화론의 시뮬레이션 실행 모델이라도 되는 것처럼, 비명횡사한 아버지의 복수를 갚기 위해 스스로 불나방이 되어 복수의 화신으로 살아간다.

<황금의 제국>의 주인공 장태주(고수)는 성진그룹의 건설 공사 과정에서 철거민으로서 저항하다 목숨을 잃은 아버지의 복수를 갚기 위해 그 스스로 '황금의 제국'이라 일컬어지는 성진그룹을 향한 복수의 일전을 꿈군다.

<상어>의 김준 역시 마찬가지다. 조상국(이정길)회장이 자신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 킬러를 이용해 없애버린 자신이 아버지와 자신의 복수를 갚고자, 15년만에 김준이 되어 나타났다.

 

 

 

 

전중환 교수는 복수가 비록 자연선택에 의한 적응이라고 해도 결코 복수가 도덕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국가라는 공적 처벌 제도를 지닌 문명 사회는 바로 이 횡행하던 사적 복수를 '법'이라는 심판을 통해 제도화함으로써 안정화를 기해갔다는 것이다. 그리고 좋은 사회란 사적 복수는 엄벌에 처하지만, 복수심에 몸부림치는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회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다시 <상어>로 돌아와서, 납치당한 이현을 어렵게 구한 이수, 즉 김준에게 이현의 양아버지 변방진(박원상)은 내 손으로 너를 잡고 싶지 않다며 더는 복수를 진행하지 말 것을 호소한다. 그러나, 그에 대한 김준의 대답은 자신은 사람을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15년 전에 처럼 당하지는 않겠다고도 한다. 그런 김준에게, 변형사는 고개를 수그릴 수 밖에 없다. 미안하다고. 내가 15년 전에 조금만 더 진실을 밝히기에 노력했다면 니가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텐데라며.

 

 

 

<상어>와 <황금의 제국>을 관통하는 복수는 공적 처벌 제도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았던 우리 근대사의 피해 사례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상어>는한때는 친일파이다가, 전쟁 통에는 인민군이 되어 무차별적으로 사람들을 학살했던 자기 자신을 위해서는 그 어떤 범죄도 서슴치 않았던 조상국이라는 근대사의 전범이 오늘날의 지도층으로 살아가기 위해 저지르는 만행을 복수의 배경으로 삼는다.

<황금의 제국>은 고도 성장기의 대한민국, 돈이 되는 것이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철거민의 목숨 따위는 가볍게 거둬들였던 자본 축적기의 대한민국 재벌의 파렴치한 범죄를 역시나 복수의 배경으로 삼는다.

즉, 복수의 진행은 사적 복수이지만, 그 배경이 되는 피해 사례는, 근현대사의 과정에서 단죄되지 않았던, 공적 범죄들인 것이다. 그것은, 전중환 교수의 말처럼, 피해자의 눈물을 제대로 닦아주지 못한 '국가 제도'의 문제로 귀결되는 것이다. 드라마는 여전히 눈물 흘리고 있는, 공적 부조를 받지 못한 채 여전히 사적 복수를 통해서만이 억울함을 풀 수 있는 피해자 김준과 장태주를 통해, 대한민국의 현실을 짚고 있는 중이다.

by meditator 2013. 7. 17. 09:47

김석윤 피디는 7월15일부터 jtbc에서 <시트콩 로얄 빌라>를 시작하였다. 시트콩? 말 그대로 시트콤과 콩트의 콜라보레이션을 추구하는 이 프로그램은, <그래콘서트>의 달인팀 김병만, 노우진, 류담을 비롯한 개그맨 이병진과 신봉선을 비롯해, 안내상, 우현 등의 연기자 등이 출연해 로얄 빌라의 각 집을 배경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전개시킨다. 이미 <올드 미스 다이어리>를 통해 시트콤의 대명사가 되었고, 이미 2011년 jtbc에서 <청담동 살아요>란 시트콤으로 jtbc를 궤도에 올리는데 공헌한 바 있던 김석윤 피디가 이번에 들고나온 것은 보다 실험적인 장르, 시트콩이다.

김석윤 피디만이 아니다. 이미 <1박2일>을 통해 그 이름을 보장받은 나영석 pd 역시 안주하지 않고, 할아버지들의 여행 리얼리티라는 <꽃보다 할배>를 들고 나왔고, <성균관 스캔들>이후 와신상담의 길을 걷던 김원석 피디가 들고 나온 것 역시 이른바 뮤직 드라마 <몬스타>이다.

 

 

대세를 거스르다; 나영석

흔히들 예능의 유재석, 강호동의 2강 체제니, 거기에 덧붙여 신동엽, 김구라의 4강 체제니 하는 말들을 한다. 강호동의 복귀 후 낮은 시청률로 인해 프로그램 이름조차 바뀌는 상황 속에서도 강호동만이 고고하게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 '강'이라 이름 붙여진, 스타 mc의 존재감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리고 나영석 피디는 그 강호동과 함께 오랜 시간 <1박2일>을 이끌며 이 프로그램을 이른바 '국민 예능'으로 올려놓은 장본인이었다.

그러던 그가 kbs를 퇴사하고 tvn에 들어가 내놓은 첫 작품이 <꽃보다 할배>이다.

<꽃보다 할배>는 여러보로 파격적이다. 이른바 예능에서 강호동, 유재석을 차치했다 하더라도, 예능이라고 하면 아이돌 몇 명 쯤은 끼워넣어야 하는게 요즘 예능의 정석처럼 여겨지는 세상이다. 아이돌이 아이더라도 그저 젊은 사람들이 땀 흘리고 부대끼는 와중에 빚어지는 다양한 상황이 곧 예능이 진리였던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런 예능의 '정석'을 나영석 피디는 보기 좋게 깬다. 할배들이 그 주인공이다.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할배들을 데리고 여행을 간단다. 그것도 배낭 여행. 그런데, 이미 예고편에서 할배들은 나피디가 하자고 하는 번지 점프 같은 건 가볍게 묵살해 버린다. 물병에 술을 담아 파리 한 가운데 까페에서 여유롭게 건배를 즐긴다. 삼겹살에 된장 찌개를 먹자며 앙탈을 부리는가 하며, 아픈 무릎 때문에 번번히 걷는 게 곤욕이 된다. 나이먹음으로 인한 딜레마와 나이에서 오는 자유로움 혹은 뻔뻔함이 고스란히 <꽃보다 할배>의 색깔이 된다.

시작 전부터 과연 할아버지들을 주인공으로 한 이 프로그램이 될까란 의미에서 관심의 대상이 되기 시작했다가, 이젠 마치 네 할배들을 정말 '꽃' 처럼 각자 취향에 맞춰' 호불호를 가리며 좋아하는 붐을 일으킨 <꽃보다 할배>의 성공으로 '나영석'이란 이름은 ' 대세가 나와서 성공한 예능이 되는 것이 아니라, 누가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성공한 예능이 된다'는 새로운 신화의 대명사가 되었다,

 

 

 

본말을 전도시키다; 김원석

m.net, tvn, 올리브 tv등 cj 그룹 계열의 케이블 tv를 통해 금요일 밤 11시 광범위하게 물량 공세를 펴고 있는 <몬스타>는 묘한 드라마이다. 용준형, 하연수, 강하늘 등 이른바 청춘 남녀 배우들이 등장해, 청춘의 고통어린 성장담과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열심히 이 드라마를 '닥본사'하다 보면, 이 드라마의 실질적 주인공이 어쩌면 이 드라마가 내걸고 있는 '뮤직'이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몬스타>의 주인공들은 음악을 매개로 조우하게 되고, 음악으로 인해 오해가 풀리고, 음악으로 인해 성장하게 된다. 심지어 여주인공의 부모 세대의 상처를 상징하고, 풀어내는 것조차 음악이다. 음악을 거둬내고 보면, 순정만화에서 흔히 보던 그저 그런 이야기들이지만, 그것들이 음악을 만나는 순간, 그 어울림은 그저 더하기 이상의 감동을 전한다. 왕따 박규동(강의식)의 사연이 절절해지는 건, 그의 떨리는 목소리를 통해 불리워진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나, '나의 절망을 바라는 당신에게' 때문이고, 김나나의 외사랑이 공감이 가는 건, 그녀의 어설픈 대사가 아니라, 토해내듯 부른 '사람, 사랑'때문이었다.

<몬스타>의 성공은 그저 또 하나의 청춘 드라마의 성공과는 다르다. 음악과 드라마라는 장르의 조합, 어찌보면, 거기서 더 결정적 요건이 된 음악의 존재감, 바로 새로운 실험의 성공이고, 거기에는 김원식 피디가 있다.

 

 

 

시트콤의 변주; 김석윤

시트콤의 존재 이유는 여러가지로 설명된다. 드라마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일정한 공간을 활용하여, 보다 큰 재미를 낳을 수 있는 장르. 하지만 언제나 김병욱의 시트콤이 과연 시트콤인가 아닌가 라는 출생의 비밀(?)을 묻는 질문에 시달리는 것처럼, 시트콤은 코미디 콩트와 드라마 사이에 위험한 줄다리기를 하며 그 존재를 증명해 왔다. 하지만, mbc, sbs에 이은 kbs2의 잇다른 시트콤 폐지처럼, 시트콤의 존재는 이젠 증명 조차도 힘들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김석윤 피디의 전작 <청담동 살아요> 역시 초반에 시작 초기의 종편임에도 불구하고, <청담동 살아요>를 보기 위해 jtbc를 본다고 할 만큼 마니아들을 생성하기도 했지만, 방영 기간이 길어지면서, 늘어지는 스토리와 캐릭터의 피로도로 말미암아 '창대한 '끝으로 마무리 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런 김석윤 피디가 이번에 들고 나온 것은, 공중파에서도 한 물 갔다고 치부하는 콩트와 시트콤의 결합이다. 로얄 빌라라는 무대를 배경으로, '귀신과 산다', '무덤덤 패밀리', '신세계', '형사 23시', '시티 헌터 리턴즈', '행복한 올드 보이' 등의 코너가 진행된다.

김석윤 피디의 작품은 '허무 개그'와도 같다. 현실에 기반한 상황들, 그리고 거기에 느리게게 혹은 엇나가게 반응하는 각종 군상들의 반응에서 오는 '썩소'가 바로 김석윤 피디만의 맛이다. <시트콩 로얄 빌라>의 각 코너들은, 귀신을 보지만, 그 여자 귀신이 바로 이상형이라든가, 집에 빨간 딱지가 붙어 있는 상황에서 내일 이혼하려 가자면서도 느긋하게 과일을 까먹고 영화를 보러가는 부부라던가, 행복하다 하지만 결코 행복할 수 없는 존재감없는 50대 가장의 모습에서 가장 잘 김석윤 표 인물들의 특징이 잘 드러난다.

<시트콩 로얄 빌라>는 김석윤 표다운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난 만큼, 보다보면 중독성이 강하지만, 언제나 중독이 그렇듯, 마치 퍼즐이 맞춰지듯 그 코드에 맞춰져야 공감을 얻게 되는 마니아적인 한계 또한 가지고 있다. 이병진, 우현, 안내상 등, 김석윤의 정서를 제대로 잘 표현해낼 개그맨들과 연기자들의 조합으로 기대와 함께, 어쩌면 한 템포 그 느린 호흡이나 페이소스를 대중적 정서로 공감받을 수 있을까 지레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방영되는 곳이 아직은 시청률 사각지대로 인 jtbc라는 역설이다.

 

 

나영석, 김석윤, 김원석 피디들의 새로운 그리고 신선한 출발은, 안주하지 않는 아이디어 뱅크들의 힘찬 도약이기에 반갑다. 그리고 한편에선, 이들의 새로운 실험의 장소가 케이블이나 종편이라는 점에서, 섣부르게 ' 영원히 지지 않을 것 같은 제국' 공중파의 '지는 해'를 점쳐보게도 된다.

by meditator 2013. 7. 16. 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