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회도 아니고, 20회를'

'하이퀄리티 예능 미디어 비평 '예능 심판자' 중 멘트를 하다 그만 20회를 200회라 잘못읽어버린 박지윤은, 그런 자기 자신이, 그리고 그 보다도 더 20회를 기념하는 <썰전>이 민망하여 썩소를 짓는다. 그도 그럴 것이, 세상에, 20회를 했다고 잔치를 벌이는 프로그램이라니!

 

하지만 강용셕의 tv출연에 대한 찬반론이 거세지는 이 즈음, 초기 <썰전>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만큼이나 겨우 20회만에 초창기(?)의 <썰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 <썰전>에게 있어서, 자화자찬이든, 20회 생존에 대한 의미 부여이든, 20회 기념식은 '주위 환기'에 있어서 꽤나 '발랄한' 발상이다.

 

(사진; 일간 스포츠)

 

 

1. 논란이 된 출연자를 <썰전>의 방식으로 구제하다

무엇보다 요즘 <썰전>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강용석이다. <예능 심판자> 코너의 미디어 분석 과정에서도 드러나듯이, <썰전>에서 가장 관심을 받고 있는 인물은 다름 아닌 강용석이기 때문이다. sbs아나운서 실장을 비롯하여 의식있는 많은 사람들이 최근 강용석에 대한 사람들의 호감도가 높아가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고, 이에 대해 강용석이 보답이라도 하듯, NLL사안에 대해 그것을 문제 삼았던 여당 국회 의원의 책임론을 내세우자, 이른바 자칭 '남들이 다 너를 욕할 때도 너의 편이었다'던 사람들이 강용석을 질타하기에 이르른다. 11일 <썰전>에 출연한 강용석은 외양에서부터 숱한 구설수에 시달린 흔적이 역력하게 등장했고, 그 어느 때보다도, 자신의 입장을 드러내 보이는데 소심한 자세를 보였다.

그리고 <썰전>은 그런 프로그램을 통해 가장 많은 수혜를 얻은 강용석에 대한 대중들의 '뭇매'를 가감없이 고스란히 노출시킴으로써 강용석을 구제해간다.

그 전주에도, 이번주에도 <썰전>을 통해 강용석의 고뇌(?)를 가감없이 보여준다. 심지어, 20회 기념으로 안철수 국회의원을 목소리 출연시켜, 한때, 그리고 여전히 안철수의 저격수이고 싶어 하는 강용석을 더더욱 난처하게 만듬으로써, 역설적으로 강용석이란 희화화된 예능 캐릭터를 완성시키는데 일조한다. 또한 '빅 데이터'를 통해, '정치만 하지 않으면 괜찮을' 사람이요, 논란이 되고 있는 '세탁'조차 본인의 입으로 '긍정적'이다란 평가를 통해 강용석을 구제한다. 세간의 논란에 대해 직접적으로 논하지는 않지만, 교묘하게 프로그램의 수혜자이자, 프로그램을 화제성있게 만들고 있는 강용석과 함께 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논란이 되면, '하차'나 '사과 후 잔류'라는 두 가지 방식 밖에 없었던 출연자들의 해법을 '썰전'만의 방식으로 구제한 것이다.

 

(사진; tv리포트)

 

 

2. 앞으로 <썰전>이 나아가고 싶은 방향은?

20회 자축쇼를 벌이는 <썰전>에서 주목해야 할 점이 몇 가지 있다. 우선은 늘 정치적 사안만 다루던 <썰전> 내의 '썰전' 코너에서 처음으로 정치적 사안이 아닌, 기성용 선수의 SNS문제를 다루었다는 것이다. 김구라는 농담식으로 이효리-이상순의 결혼도 다루고 싶었다고 했지만, 이어서 다루어진 기성용 선수의 문제는, 분명 지금까지 <썰전>이 추구해온 정치 중심의 지향과는 궤를 달리한다.

'예능 심판자' 코너에서 손석희씨의 JTBC사장 취임과 관련하여, '삼성을 깔수 있느냐 마느냐' 라는 허지웅의 평가를 가감없이 내보낼 수 있는 곳이 <썰전>이라는 자부심을 내보이고, <썰전>의 제작진들이 JTBC 내에서도 내놓은 자식이란 식으로, <썰전>의 청렴함(?)을 자부했지만, 분명 기성용 선수를 다룬 것은 그간 정치적 사안에 치중했던 썰전에게 있어서는 의미심장한 사안이었다.

더구나, <썰전> 자신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했지만, 초창기 날이 선듯한 정치적 사안에 대한 예리한 시각과 달리 회를 거듭할 수록, 정론보다는, 뒷담화, 혹은 가쉽성 내용에 더 힘을 실어가는 듯한 <썰전>이 이제, 사안마저도, 정치를 넘어 이른바 다양한(?) 문제를 다루겠다고 하는 것은 본인의 자화자찬에도 불구하고 알아서 기어가는게 아닐까 하는 우려를 접을수 없다.

 

거기에 더해, '예능 심판자' 코너에서, 김구라는 시청자들이 '재미'를 추구한다며, 라디오 스타에서 처럼 보다 '막 던지는' 즐거움을 전해드리겠다고 다짐을 한다.

그런데 사실 '예능 심판자' 코너의 빅 데이터를 통해 이 프로그램이 시청률에서 겨우 2%를 넘나들지만, 그외에 다운로드 등을 통해서는 무한도전이나, 라디오 스타를 따라갈 만큼의 관심도를 유지하고 있다지만, 그 상당 부분은 <썰전> 중의 '썰전'코너에 의지하는 바가 크다. '예능 심판자' 코너의 경우, 허지웅의 날선 표현들이 그대로 전파를 탔다고 자부했지만, 그의 비평은 단말마적 외침으로만 편집될 뿐, 아직도 '예능 심판자'의 내용은 다양한 기획에도 불구하고, 심판이라기 보다는 감상 정도의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정도이다. 그런데 거기에 '재미'까지 추구한다면, 예능 비평판 '라디오 스타'를 지향하겠다는 건지.

 

많은 사람들이 흔쾌히 <썰전>을 찾아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지난 대선을 통해 편협한 시각의 극을 달렸던 종편과 달리, 예민한 정치적 사안에 대해 나름 균형잡힌 시각을 전달하려 애썼기 때문이다. 하이퀄리티하건, 그렇지 않건, 이른바 예능을 연예 가쉽 수준이 아니라, 비평의 입장에서 보려 했기 때문이었다. 재미는 그 다음에 발생하는 2차적 효과였다. 그런데, 20회를 맞이한 <썰전>의 각오는 무언가 핀트가 어긋난 듯하다.

낯부끄러운 20회, 혹은 살아남아 장하다 20회, <썰전>의 중간평가가, 이런 사람들이 <썰전>을 찾는 가장 본원적인 이유를 잊지 않고 기억하기를 바란다.

by meditator 2013. 7. 12. 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