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금, 토요일 tvn을 통해 방영되었던 <연애 말고 결혼>이 16부작으로 마무리 되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당연히 두 주인공은, 결혼을 하였다. 하지만, 첫 회부터 얽히기 시작했던 두 주인공은 16부작 내내 거짓 결혼을 가지고 실랑이를 벌였으며, 거짓 결혼이 사라진 이후에는 진짜 결혼을 하기 위한 '산고'의 시간을 견뎌냈다. 그리고 드디어, 결혼식날, 역시나 그 조차도 이 커플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모든 하객이 폭포수처럼 내리는 비를 피해 사라지고, 비를 쫄딱 맞은 두 주인공들, 우리가 그럼 그렇지 한다. 그럼 그렇지, 결혼은 역시 쉬운 게 아니다. 


<연애 말고 결혼>의 가장 큰 미덕을 들자면, 첫 회 1년간 사귄 남자 친구와 결혼을 하기 위해 이벤트를 벌이는 주장미(한그루 분)의 솔직담백함에서도 보여지듯이, 때로는  도를 지나쳐'진상'이 되기도 하는, 여주인공 주장미의 캐릭터에서 오는 매력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자신의 재판에 다짜고짜 나타나 스토커로 몰린 자신을 변호해준 공기태(연우진 분)에게 얽혀 동정과 연민에서 시작된 그와의 거짓 결혼 해프닝이 결국 사랑으로 변모되어 결혼에 이르기까지, 해프닝과 해프닝으로 이어져가는 드라마의 스토리를 이끈 상당 부분은 배우 한그루의 몸을 던진 연기에서 비롯되었다. <따뜻한 말 한 마디>를 통해 언니의 불륜으로 인해 자신의 사랑에 고통을 받는 동생 역을 실감나게 연기했던 한그루는, <연애 말고 결혼>에서 혼신의 연기라 할 만큼 그녀의 모든 매력을 아낌없이 드러내며 극을 이끈다. 또한 그런 한그루의 연기에, 연우진 역시 어색하지 않을 만큼 호흠을 맞추며 공기태라는 안하무인 캐릭터를 연주해 낸다. 그런 두 주인공의 발군의 연기는, 그들과 함께 하는 아이돌 출신들 배우들의 정형화된 연기가 보여주는 갑갑함을 덮으며, <연애 말고 결혼>을 생동감있는 드라마로 마무리할 수 있게 만들었다. 


도대체 연애 드라마에 무슨 '혼신의 연기'가 필요하겠느냐는 질문이 우문이 될 만큼, <연애 말고 결혼>은 우연히 필요에 의해 부모들에게 거짓 연인 행세를 한 두 사람이 말려드는 해프닝에 상당 부분 스토리를 의존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솔직한 연애담을 말하려한 듯이 보였던 이 드라마는 16부작의 상당 부분을 부모님을 상대로 한 자신들의 거짓을 덮기 위한 두 사람의 어쩌지 못한 상황의 연속으로 끌어간다. 
가장 연애에 당당할 것 같은 이십대 후반의, 삼십대 초반의 두 사람, 하지만 정작 두 사람이 함께 하는 계기가 공기태의 아파트를 유지하기 위한 거짓 연인 행세였던 만큼, 두 사람은 내내 자신들이 한 거짓을 들키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심지어, 그 과정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사랑을 느꼈음에도 그 감정조차 부인한 채 자신들에게 부여된 '미션'에 충실하고자, 혹은, 그 미션이 가진 부도덕함에 짖눌린 채 거기서 헤어나오기 위한 발버둥에 드라마는 상당한 시간을 소비한다. 문득 도대체 법적으로 당당하게 결혼을 할 수 있는 나이도 훌쩍 지나버린 저 나잇대의 젊은이들이 왜 저렇게 부모와의 관계에 연연한 걸까? 라는 의문이 들만큼.

공교롭게도 <연애 말고 결혼>의 두 주인공의 결혼관은 모두 그들 부모님의 불행한 결혼 생활에서 기인한다. 그러니, 두 주인공이 결혼에 대한 '카르마'를 풀기 위해서는 결국 드라마는 두 사람 부모님의 불행한 결혼 문제가 해결되어야만 하고, 16부에 가서야 두 부모님들은 자신들의 거짓 원망이 사실은 사랑이었음을 알고 화해하고, 또 반대로 자신들의 위선으로 점철된 결혼을 풀고 이혼을 선택하는 결론에 이르른다. 
결국 드라마는 여전히 당당한 젊음을 구가한다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부모 세대의 '카르마'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며, 그들에게 정신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여전히 의존적인 세대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증명한다. 젊은 세대의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그들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에 앞서, 부모 세대의 결자해지가 필요한 것이 선결 과제가 되는 것이다. 
즉, 가장 트렌디한 연애 이야기를 다룬 2014년의 드라마에서조차, 여전히 대한민국은, '가족중심'의 공동체적 국가라는 걸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인도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결혼을 둘러싼 두 가족의 시끌벅적한 해프닝이 남의 나라 이야기만이 아닌 것이다. 단지 스타일만 다를 뿐이지, 여전히 우리의 현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게 16부작의 상당 부분을 부모 세대의 카르마를 풀기 위해 진력했던 두 주인공이지만, 그 사이사이에서 드러난 젊은 사람들의 솔직한 연애 담론은, 지루한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많은 젊은 사람들을 <연애 말고 결혼>에 붙잡아 놓은 매력 포인트이다. 
진짜 자신이 누구를 사랑하는지는 드라마 중반이 흐르도록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간순간 자신의 감정에는 그 누구보다 솔직한, 그래서 어쩌면 진짜 요즘 여자같은 주장미의 솔직한 매력에, 그런 여주인공에 부응이라도 하듯, 가장 이기적인 캐릭터로 등장하여, 가장 주변의 눈치를 보며, 그의 결정 하나하나가 자신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결국은 주변을 배려한 것이 되어버린, 전형적인 여성 중심 로코의 남자 주인공 캐릭터였던 공기태의 호응 역시, 이 드라마를 많은 젊은 사람들의 워너비 드라마로 만들게 한 요인이다. 

거기에 백화점 직원인 여성이, 병원장 딸인 여자 친구를 가진 성형외과 의사인 남자 주인공을 만나고, 프렌치 레스토랑 사장인 전 남친을 차버리는 직업으로서의 '환타지'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어디 그뿐인가. 부모가 술 장사를 한다던 트라우마를 그녀 자신이 레스토랑 알바였지만 사실은 능력있는 쉐프였던 또 다른 남자를 만나 신세대 주점을 개업함으로써 멋지게 해소해 버린 성공기는 드라마의 매력적인 '토핑'이다. 
사랑은 하지만 결혼에 얽매이기 싫다며 아기를 가지고 싶다는 '육아 환타지'에, 다시 만난 두 남녀가, 결혼에 얽매이지 말자며 연애를 하기 위해, '동거'에 가까운 생활을 보이는 '연애 환타지' 역시 이 드라마의 빠질 수 없는 재미요소이다. 

가장 트렌디한 연애가 가장 진부한 가족이라는 '함정'에 빠져 허우적 거렸던 16부, 어쩌면 그게 가장 현실적인 대한민국의 연애사일지도 모르겠다. 


by meditator 2014. 8. 24. 11:51

8월 18일 kbs2의 월화 드라마가 새로 시작되었다. <연애의 발견>

제목에서부터도 알 수 있듯이, 이 드라마는 헤어진 연인과, 지금 한참 만난고 있는 연인 사이의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을 빌어 샅샅이 검토해보는, 진짜 말 그대로 '연애'를 조사하고 발견하는 드라마이다. 덕분에, 이 드라마를 보는 누군가는, 연애를 '톺아보는' 이 드라마의 어느 지점에선가 무릎을 치게 된다. 맞아, 내 연애도 그랬어, 맞아, 저런 감정이었어! 라며, 그런데, 마치 납량 특집극에서 나온 귀신처럼 물어 보고 싶다. 정말, 저 연애가 니 연애처럼 보이니? 라고. 

이 드라마에서 화근이 되는 핵심 인물은 한여름(정유미 분)이라는 여주인공이다. 현재 성형외과 의사인 남하진(성준 분)을 사귀고 있는 그녀는 남친이 선을 본다는 말을 듣고 다짜고짜 그 자리에 찾아갔다가, 오래 전 헤어진 전 남친 강태하(에릭 분)를 만나게 된다. 그와 얼굴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하다는 그녀, 하지만, 그런 그녀와 달리, 전 남친은 그녀에게 미련이 남은 듯 보고 싶었다고 말하고, 다시 잘해 보면 안되겠냐고 말한다. 우연히 술을 마시고 전 남친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된 그녀, 이 피치못할 해프닝으로 지금 사귀고 있는 남친에게 거짓말을 하게 되고, 졸지에, 이중 생활을 하는 어장관리녀가 되어가는데........


한때 사귀었지만 이제는 보는 것도 싫다는 그녀,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그에게 '화'를 낸다. 반면, 그녀가 그토록 매달렸음에도 잔인하게 끊어버렸던 '그'는 사업적 수단을 이용해서라도 그녀에게 다시 접근하고자 한다. 마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처럼, 두 사람이 지내 온 연애의 역사는, 그 장마다, 서로가 사랑했지만, 얼마나 달랐는가, 그래서 서로가 교감하기보다, 사랑하기에 외로웠는가를, 그리고 지금도 상반된 태도를 보이지만, 그들의 연애가 진짜 끝나지 않았음을 증명한다. 그러니 당연히, 세상에 연애 한번 정도라도 해본 사람이면, 그들의 궁상스런 혹은, 달콤했던 연애사의 어느 지점에선가 자신의 연애를 비춰 볼 여지가 생긴다. 

그런데, 착각하지 마시라. 돈이 없어 결혼하기 싫은 척 한다는 찌질한 여주인공이 나오는 이 평범한 연애담이 정말 내 얘기 같다고. 등록금 융자금 고지서가 메시지로 날라오고, 꼬박꼬박 방세를 받는 엄마의 독촉 메시지도 거기에 얹어지고, 친구와 함께 연 공방의 밀린 웰세가 독촉되어 마치 평범한 여느 사람같은 그녀는, 사실 친구와 함께, 카페 못지 않은 풍광을 가진 멋진 공방의 주인이다. 뿐만 아니라, 그 못지 않게 폼나는 이층집에서 친구들과 함께 사는 싱글라이프를 즐긴다. 그녀가 만나는 사람은 또 어떻고? 그녀의 현재 애인은 우연히 소개팅 자리에서 만나 첫 만남에서 키스를 나눈 로맨틱한 남자라는 설정을 가진 성형외과의사이고, 5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된 전 애인, 하지만 '그 남자랑 헤어지고 나에게 올래?'하는 그 남자는 건설사 대표이다. 심지어 이 건설사 대표는 돈 문제로 고민(?)하는 그녀에게 자기 회사에서 건설 중인 건물의 와인바 인테리어를 맞기며 접근해 온다. 현실에서 한 사람도 만나기 힘들 것 같은 스펙의 남자가 한 사람도 아니고, 두 사람이나?

그런데 제 아무리 강남 한 복판에 가면 한 건물에 수두룩 성형외과라지만, 최근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주인공 중 두 명이나 '성형외과' 의사인 건, 우연치고는 좀 노골적인 우연같지 않나? 아니, 성형외과 의사만이 아니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연애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 직업들을 통계 내어 보자면, <운명처럼 널 사랑해>의 이건(장혁 분), <마이 시크릿 호텔>의 조성겸(남궁 민 분), <연애의 발견>의 강태하가 다 ceo들이다. 집안 사업을 물려 받았건, 능력으로 거머쥐었건 그들은 한 회사를 좌지우지하는 능력자들이며, 현재는 그 능력을 회사 사업보다는 '연애'에 집중하고 있다. 심지어 사업마저도 '연애'를 위해 활용하면서. ceo만 있는게 아니다. <연애의 발견>의 또 다른 남자 주인공도, <연애 말고 결혼>의 주인공도 하필이면 의사 중에 돈을 제일 잘 번다는, 성형외과 의사이다. 이분들 역시 드라마 상에서 본업보다, '연애'에 치중하고 계신다. 심지어 <연애 말고 결혼>의 공기태(연우진 분)는 연애를 하느라 자신의 본업인 성형외과도 날려먹을 판이다. 아니, 이들 못지 않게 멋들어져 보이는 직업 건축가도 있고(<마이 시크릿 호텔>의 구해영(진이한 분)), 디자이너도 있다(<운명처럼 널 사랑해>의 다니엘(최진혁 분)). 찌질한 남주인공이라면, <잉여공주>의 백수 이현명(온주완 분) 정도이다. 마치 훈남 남자 연예인을 총망라한 듯한 이 멋지 배우들이, 다 우리나라에서는 남자 스펙 중 되기도 힘들고, 되기만 하면 돈을 마구 번다는, 직종들이다. 우연치고는 너무 노골적인 우연이 아닌가. 

그리고, 법률 사무소 임시직이거나, 등록금 융자 빛에 시달리는 여주인공, 혹은 심지어 결혼 경력이 있는 여자들에게 목을 맨다. 그리고 그들과 당당하게 밀땅을 하며, 나의 사랑을 찾아가는게, 요즘 '범람하고 있는' 연애 드라마의 '주제'들이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마치 드라마계는 상반기와 중반기가 같은 나라가 맞는가 싶게 달라도 너무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공중파에서는 <개과천선>의 조기 종영을 끝으로, 그리고 케이블에서는 <갑동이>의 종영과 함께, 그 어느 곳에서도 진지한 사회적 의식을 가진 드라마가 사라졌다. 마치 짜기라도 한 것처럼, 그리고 동시에 입을 모아, 연애를 하자, 연애가 중요해, '로맨스가 필요해'라고 외치고 있는 것 같다. 
 sbs의 월화 드라마 <유혹>, 수목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kbs2의 월화 드라마<연애의 발견>, mbc의 수목 드라마<운명처럼 널 사랑해>, 그리고 tvn의 <마이 시크릿 호텔>에, <연애 말고 결혼>, <잉여 공주>까지, 죽도록 연애만 한다. 솔직히 <야경꾼 일지>도 귀신잡는 척하면서 연애하는 드라마 아닌가. 
<쓰리데이즈>가 가졌던 국가관에 대한 진지한 문제 의식이나, <빅맨>, <개과천선>, <골든 크로스>가 가졌던 날카로운 사회 해부와, 비판적 의식은, 마치 일장춘몽인양 드라마계에서 사라져 버렸다. 대신, 시시콜콜 연애사를 해부하며, 연애를 할 때라고, 너의 연애를 되돌아 보고, 드라마 속 연애를 검증하며, 남녀 관계에 집중하라고 설득한다. 세월호로 인해 방송이 정지된 지, 몇 개월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어떻게 이렇게 흔적도 없이, 우리 사회를 진지하게 논하는 드라마들이 사라지고 없어진 건지, 어떻게 한결같이, '연애'가 지상 최대의 과제인 양 그럴 수 있을까?

그것도 사실은 현실에서는 길에서 조차 마주치기 힘들 것같은 상위 1%의 남자들이, 평범한 여자들에게 목을 매며, 너도, 나도 사랑한다고 달겨드는 그런 한결 같은 내용으로 말이다. 이 정도면, 평범한 사람들의 눈과 귀를 마취시키고자 하는 불순한 목적을 가진,  '연애 드라마' 음모론이 나올 만도 하지 않은가?


by meditator 2014. 8. 20. 12:10

그녀들은 그저 평범한 여자들이었다. 

<운명처럼 널 사랑해>의 김미영(장나라 분)과, <연애 말고 결혼>의 주장미 말이다. 
우리 주변 어디엔가 있을 법한 그런 여자들 말이다. 어디 내놓을 것없지만, 그렇다고 남에게 손벌리고 살 정도는 아닌 멸치 쌈밥집에, 치킨집을 하는 부모에, 내로라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내 밥벌이 정도는 할 줄 아는, 로펌 계약직 직원에, 백화점 판매원의 직업을 가진 그녀들이다. 거기에 우리 시대를 사는 여성들이 겪었을 법한 경험 한 가지씩은 장착하고 있다. 마음이 약해서 자신이 부탁을 거절한 그 누군가의 낙담을 견뎌내지 못하는 김미영은 거절불능 증후군을 가졌고, <마녀 사냥>에 나올 법한 연애사를 겪은 주장미는 그 덕분에 즉결 재판 처분까지 받는다. 사회에서 대인 관계에 취약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그녀의 평번한 생각들이 그녀들을 곤란한 처지에 이르게 만드는 그 묘한 기시감도, 우리 시대 젊은 여성들의 트라우마에 닿아있다. 

(사진; OSEN)

그렇게 평범하기 이를데 없는 그녀들에게  뜻밖의 사건들이 닥쳐온다. 
운좋게 뽑힌 마카오 행에서 그녀와 함께 동행했던 로펌 변호사가 그녀를 이용했던 것과 달리, 우연히 아니, 불행하게 하룻밤을 보내게 된 해프닝을 통해 재벌가의 이건(장혁 분)을 만나, 그와의 결혼 소동에 꼬이게 된 것이다. 
주장미 역시 마찬가지다. 그녀가 결혼하겠다고 마음 먹은 이훈동 때문에 스토커로 몰렸지만, 그 과정에서 훈동의 친구였던 역시나 교수집 자제에, 현재 잘 나가는 성형외과 의사인 공기태(연우진)을 만나 결혼 소동을 벌이게 된다. 

공교롭게도, <연애 말고 결혼>과, <운명처럼 널 사랑해>의 두 여주인공은, 가장 평범한 여성들이지만, 드라마틱한 사건에 휘말리면서 주장미가 자신의 부모님이 잠시 꿈이라도 꾸실 수 있는게 어디냐며 자위하듯이 평소라면 어울릴 수 없는 상류층 남자와 어우러지게 되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 <연애 말고 결혼>과 <운명처럼 널 사랑해>가 새로운 해프닝과, 그 해프닝을 그려내는 실험적 양식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통한 계층 이전이라는, 전통적인 로맨틱 코미디가 가진 전형적 구조에 맞닿아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덕분에, 결국은 주장미와 공기태의, 그리고 김미영과 이건의 사랑 찾기로 결론이 나겠지만, 대부분의 스토리는 '결혼'을 매개로 이어진다. 
잘 나가는 성형외과 의사 공기태, 하지만 그가 머무는 집이 주인은 어머니이고, 집을 담보로 어머니와 공기태 사이에 결혼에 관한 밀땅이 생겨나고, 그 과정에서, 결혼을 원하는 어머니와 달리 결혼에 회의적인 공기태는 자신의 생각을 관철하기 위해 주장미를 이용한다. 
이씨 문중의 9대 종손 이건 역시 처지가 당장 1년 안에 결혼을 하지 않으면 문중이 중요한 권한을 행사하는 회사 대표직 조차 위태로운 상황에서, 하룻밤을 보낸 김미영의 원치않는 임신은, 그에게 닥쳐온 위기를 모면하고, 인간적 책임을 다할 묘수로서의 결혼을 부른다. 

드라마의 배경은 2014년 서울이지만, 트렌디한 드라마의 주인공들의 갈등을 부추키는 건, 전통적인 제도 결혼이다.
그리고 이 난센스 결혼이 의미하는 바는 상징적이다. 성형외과 의사, 기업 대표라는 그럴 듯한 사회적 지위의 남자 주인공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모의 인큐베이팅 시스템에서 완벽하지 벗어나지 못한 채, 하지만, 벗어나고 싶어하면서, 결혼을 이용한다. 부모들이 제시한 전통적 제도를 당당하게 벗어날 의지도, 능력도 없는 그들은, 대신 결혼할 상대방 여성들에게 '협잡'을 요구한다. 물론, <운명처럼 널 사랑해>의 원작이 2008년 대만 드라마라는 점도 있지만, 2014년에 여전히 일정한 공감을 얻고 있는 이 드라마의 설정은, 또한, 집에서 쫓겨나기 싫어서 결혼할 여자가 있는 척하는 공기태의 상황은, 결국은 부모의 힘에 의존하여, 부와 지위를 거머쥔 이 시대의 능력남들을 상징하고 있는 것이다. 

(사진; 부산일보)

어른들의 눈을 피해, 여주인공과 결혼 해프닝을 벌이자고 하는 남자 주인공들에, 김미영과 주장미는 한결같이 순응적이다. 
물론 김미영에게는 원치않던 하룻밤으로 인한 뜻하지 않은 임신이란 변수가 존재한다. 하지만, 이혼율 세계 수위의 대한민국에서, 생면부지의 남자와 원나잇을 통해 임신을 했다고 주변 어른들의 강권(?)에 못이기는 척 결혼부터 하고 보는 김미영은 거절하지 못하는 그녀의 캐릭터을 일관성있게 구현한 것이지만, 수동적이다. 
주장미 역시 다르지 않다. 어머니의 오해에서부터 시작하여, 결혼을 기대하는 어머니의 환상을 깨뜨릴 진상녀가 필요했던 공기태의 얕은 수에서 시작된 주장미-공기태의 연합 작전은, 매번 그로 인해 갖은 수모를 겪으면서도, 말로는 열번도 더 아니다 하면서도, 10회에 이르는 동안 대부분의 에피소드를 부모님에 대항한 결혼 밀땅 작전으로 허비한다.
 
그리고, 이런 김미영의 원치않는 결혼, 하지만 그 상대가 재벌남인 상황과, 마지못한 계약 약혼, 하지만 역시나 그 상대는 성형 외과 의사인 상황이, 어쩌면, 지극히 쿨해 보이는, 하지만 알고 보면 이제는 내 부모에게서도, 계약직이거나, 판매직인 내 직업에서도 위로를 얻기 힘든, 이 시대 여성들의 흔들리는 속내를 유혹하는 달콤한 환타지가 아닐까. 즉, 2014년, 흔들리는 사회적 존재로서 여성들에게 필요한 건, 내 모든 것을 내던지고 쟁취하는 진정한 사랑보다도, 어거지로 시작되었어도, 지내고 보니 내 가족이나 '도찐개찐' 그저 사람사는 곳이면 다 비슷한 혹은 그보다도 못한 견딜만한 시가에, ''재수 옴붙은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살살 정도 드는 괜찮은 능력남이 아닐까. 즉, 불안한 사랑보다는, 지금의 불안정한 존재를 잡아줄, '취집'말이다. 


by meditator 2014. 8. 7. 15:39

<갑동이> 후속으로 7월 4일 <연애 말고 결혼>이 첫 방영 되었다. 

<연애 말고 결혼>은 드라마 시작 전 홍보용 영상에서 부터, 결혼하고 싶은 여자 주장미(한그루 분)와, 결혼하고 싶지 않은 남자 공기태(연우진 분)를 대립시킨다. 하지만 정작, 1회가 시작하자, 주장미가 결혼하고 싶은 남자는 공기태가 아니라, 그의 친구 이동훈(허정민 분)라는 예상을 깬 상황 설정에서, <연애 말고 결혼>의 관전 포인트가 발생한다. 

연애만 하고 싶은 남자와, 결혼하고 싶은 여자라는 대립 지점의 설정은, 아주 오래된 로맨틱 코미디의 상황 설정이다. <연애 말고 결혼>도 다르지 않다. 집안으로부터도 모자라, 친구 어머니까지 나서서 맞선을 주선하는 상황에 놓인 공기태와, 사귄지 1년이 되자 당연히 결혼을 꿈꾸는 순수한 여자 주장미의 구도는 매우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구도이다. 하지만, 그런 원칙적 구도를 <연애 말고 결혼>은 살짝 비틀면서 볼 재미를 만들어 낸다. 주장미와 1년을 사귀었음에도 공기태와 마찬가지로 그녀와 전혀 결혼 따위는 할 마음이 없는 이동훈은, 주장미가 결혼을 하고 싶어 하자, 지금까지와의 태도를 돌변해 그녀를 밀어낸다. 그 과정에서, 헤어지는 남녀 사이에 벌어지는, 무작정 연락 안하기, 친구의 입을 빌어 혹은 문자로 이별 통보 하기를 넘어, 결국 주장미를 스토커로 신고하는 최악의 상황을 만든다. 그리고 그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된 공기태는, 지금까지 이동훈을 따라다녔던 여자들과 달리, 눈물로 진심을 내보이는 주장미에게 마음이 흔들린다. 

’연애 말고 결혼’, 연우진·한그루 케미가 빚어낸 ’특급 공감’(종합)


이렇게,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설정을 살짝 비틀면서 새로운 재미를 만들어 낸 <연애 말고 결혼>이라는 드라마의 첫 회에서 흡인력을 발휘한 것은, 바로 두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의 맛깔 나는 연기이다. 그 중에서도 주장미 역의 한그루는 첫 주연이 무색하게, 로코의 여주인공으로서, 사랑에 빠지고, 실망하고, 좌절하고, 분노하는 갖가지 감정 표현을 진솔하게 내보인다. 굳이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그녀의 눈물어린 눈망울에 공기태의 마음이 흔들리는 상황이 공감이 가도록, 그러면서도 순수함이 미련함이나 우둔함으로 보이지 않게 씩씩한 여자 주장미라는 캐릭터를 전혀 몸사리지 않고 표현해 냄으로써, 캐릭터로 승부해야 하는 로맨틱 코미디의 첫 장을 성공적으로 열어 제낀다. <스캔들; 매우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사건>의 당찬 여동생의 모습도, <따뜻한 말 한 마디>의 사랑에 몰두하는 여동생의 모습도 여전히 드리워져 있지만, 기존 한그루가 했던 캐릭터들이 좀 더 한 발 성숙해진 모습으로, <연애 말고 결혼>의 주장미는 등장한다. 

주장미만이 아니다. <보통의 연애>를 시작으로, <아랑사또전>, <남자가 사랑할 때>까지 상대적으로 정적인 캐릭터를 맡아왔던 연우진 역시, 성형 외과 의사의 직업을 가진, 이른바 '차도남'이라는 뻔한 캐릭터를, 3년 동안 집안과 인연을 끊고 사는 사연이 있는, 하지만 그러면서도 기꺼이 선 자리에 나가 물 세례를 받아주는 냉온의 양면성을 잘 표현해 냈다. 결국은 해피엔딩이라는 로맨틱 코미디의 정석은, 언제나 많은 사람들의 호의을 얻을 수 있지만, 그 호의가 이어지기 위해서는, 이른바 '케미'라고 칭해지는 두 주인공의 '열연'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로맨틱 코미디의 장르에서, <연애 말고 결혼>은 이미 성공적인 무기를 장착한 듯 보인다. 

공기태 역의 연우진 만이 아니다. 주장미와의 해프닝을 '싸가지'답게 제대로 연기해낸 이동훈 역의 허정민이 없었다면 <연애 말고 결혼> 첫 회의 흥미는 상당히 반감되었을 것이다. 잠시 멋진 미소를 짓고 등장한 한여름 역의 정진운이나, 차도녀 의사라기엔, <신의 선물, 14일>의 제니가 떠오르는 한선화의 연기는 아직 유보적이지만, 잠시 모습을 비춘 것만으로도 그 사연이 궁금해지는 부모 세대 김갑수, 김해숙, 박준규, 임예진의 포스넘치는 존재가, 어쩌면 뻔한 코스로 진행될 젊은이들의 사랑 이야기를 보완해 갈 것이란 기대를 하게 된다. 

<연애 말고 결혼>의 출발은 순조롭다. 뻔한 듯 하면서도, 상황은 뜻밖의 해프닝으로 다음 회의 전개를 기대하게 만들고, 배우들의 연기는 맛깔나게 캐릭터를 표현해 내며 그들이 어울리어 빚어내는 다음을 고대하게 만든다. 하지만, 여전히 복병은 숨어있다. 가족의 성황에 못이겨 결혼으로 내몰리는 남자, 그 남자와 친구의 애인이든 무엇이든 우연치 않게 얽혀들게 된 여자가 사랑에 빠지게 될 것이란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다. 첫 회의 뜻밖의 설정처럼, 우연한 만남이 필연적 사랑으로 이어지는 로맨틱 의 정석을 뛰어넘어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해 줄 수 있을지, 그저 그런 또 하나의 사랑 이야기를 넘어, 사랑과 그 사랑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색다른 견해를 제공해 줄 수 있을지, 그것이 흔하디 흔한, 더구나 7월에 들어서면서 우후죽순 등장하고 있는  로맨틱 코미디들 속에서 <연애 말고 결혼>의 존재감을 각인시킬 관건이 될 것이다. 


by meditator 2014. 7. 5.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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