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스타> 시청률이 상승했다. 닐슨 코리아 기준으로 전국 7.1%의 시청률을 기록했고, 이는 전주 대비(5.9%)보다 2.1%나 상승한 것이다. 그렇다면 8월 6일의 <라디오 스타>는 2.1%의 시청률 상승을 가져올 만큼 재미있었을까?


이날의 주인공은 올 여름 개봉할 공포 영화 <터널>을 홍보하러 나온, 손병호, 연우진, 정유미, 도희였다. 영화 홍보하러 나온 주인공들의 면면에서 그리 웃길 가능성이 없어 보였는지 제목부터 아예 '생각보다 웃긴'이었다. 하지만 손병호가 누구인가. <해피 투게더>에 나가 손병호 게임을 창안하고 전파시킨 바로 그 '소문이 자자한' 게임의 주인공 아닌가. 단지 재밌는 게임을 생각해 내서가 아니라, 그 게임이 유포되기 까지, 그 과정에 악역을 밥 먹듯이 한 배우 손병호가 아니라, 소탈한 삶의 재미를 느낄 줄 아는 손병호가 있었고, <해피 투게더>는 바로 그 지점을 제대로 포착해 낸 것이다. 그리고,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라디오 스타>의 손병호는 '또 다른 손병호 게임'을 제안하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거기에 분위기를 추동시킨 것은 바로 질릴 정도로 반복해서 내보낸 손병호의 웃음이었다. 처음에 잘 웃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다음엔 왠만하면 웃는다로, 마무리에 가서는 할 말 없으면 웃는 걸로 때운다며 손병호의 웃음을 이날의 웃음 키로 잡았다. 덕분에 방송 분량의 상당 부분은 손병호의 웃음과 관련된 것이었다. 손병호가 너털 웃음을 터트리고, 그런 손병호를 보며 함께 나온 연우진과, 정유미에게 웃음이 전파되고, 도희까지 함께 미소를 짓는 모습이 종종 화면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정작 화제가 된 것은, 처음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연우진이었다. <터널>의 홍보차 나왔지만, 정작 요즘 <연애 말고 결혼>을 통해 화제를 뿌리고 있는 청춘 스타의 예능 나들이가 화제가 된 것이다. 첫 예능이라고 했지만, mc진이 시키는 서태지의 울트라 맨이야를 열창하고, <연애 말고 결혼>의 상반신 탈의 사진을 보고, 그나마 몸을 만든 게 그 정도라며 털털하게 시인했으며, 정유미가 이상형이라며 '썸'을 타기를 마다치 않은 '보기보다 웃긴'이 아니라, 보기보다 더  매력적인 진솔한 매력을 드러냈던 것이다. 

(사진; 뉴스핌)

그런 연우진에 정유미도 뒤지지 않았다. 손병호처럼 대놓고 너털 웃음을 터트리지는 않았지만, 시종 일관 '눈웃음'을 지우지 않고, 자신의 주량에서부터, 데뷔 시절의 이야기, 그리고 제작진들이 연우진과의 '썸'을 강요할 때까지도 여유롭게 넉살 좋게 10년이 넘는 연예계 경력의 내공을 선보였다. 그런 내공 앞에 <응답하라 1994>를 통해 깜짝 스타가 된 도희가 말 한 마디 제대로 못하고 씁쓸한 미소만 띠다 돌아가게 만들 만큼.

그런데 이렇게, 원래도 웃긴, 거기다 방송 분량에 맞춰 최선을 다하고자 몸을 사리지 않았던 손병호에,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는 두 주인공의 출연에 <라디오 스타>가 특별히 두드러지지 않는다. 오히려, 방송 초반, 고승덕 코스프레를 하며, 특정인을 방송을 통해 언급하고, 사생활을 거론했던 자신들의 행적을 반성했다. 그리고 그런 반성에 짖눌려서 그랬는지, 다른 방송 분보다도 한결 출연자를 물고 뜯는 것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었다. 과거 <화신>에 출연했을 당시 정유미 외모에 대한 논란에 대해서도 김구라는 고개를 숙이고 논란을 피하고자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렇다면, <라디오 스타>는 '미안하다'며 손까지 휘저으며 사과를 한 것처럼, 정말 달라졌을까? 아쉽게도, 8월 6일의 방송 분량을 보면, 여전히 <라디오 스타>를 이루는 8할은 냉소와 조롱이 아닐까 싶다. 방송이 시작하자마자, 제작진은 다짜고짜, 연우진의 본명 '김봉회'를 물고 늘어진다. 그리고 이 본명에 대한 물고 늘어짐은 잊을만 하면 등장한다. 손병호가 '주차 단속반'이라고 지적했던 규현은 음식으로 '회' 이야기가 나와도, 연우진의 본명으로 연결짓는 것에서 부터 시작하여, 틈날 때마다 하던 식으로 그의 외모와 어울리지 않는 본명을 들먹인다. 초등학생들이 이름가지고 놀리는 것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손병호의 웃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언제나 웃음을 짓는 사람좋은 사람이라 보는가 싶더니, 결국은 할 말없으면 웃음으로 때운다는 식으로 정의는 변색된다. 좋은 사람을 좋은 사람으로 보아 넘기지 못하고 어딘가 트집을 잡아 걸고 넘어져야 직성이 풀리는 방식이다.
화제가 되고 만, 연우진과 정유미의 '썸'도 마찬가지다. 정유미의 이상형을 냅다 연우진에게 연결시켜 두 사람의 '썸'을 만들지 못해 안달이다. 다행히, 연우진도, 정유미도 오랜 연예계 생활을 한 덕분인지, 그러려니 심지어 끝나고 술이라도 한 잔 할까 여유있게 넘어갔으니 망정이지, 또 한번 제작진의 몰아가기에 민망한 상황이 등장할  뻔했다. 

mc진은 반성을 하고, 김구라는 한결 몸을 낮춘 듯 하지만, 기본적으로, <라디오 스타>라는 프로그램을 끌어가는 기본 기조가, '조롱'과 '논란 만들기'라는 점에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단지 수위를 어디까지 하는가, 그 조롱과 논란을 그 자리에 있는 사람에 국한 시키는가, 애먼 사람까지 끌어들이는가 하는 차이가 있을 뿐. 
8월 6일 방송분을 보면서, 과연, '미안하다'를 소리 높여 외치지만, 누군가의 치부를 들추고, 실수를 꼬투리잡고, 웃음을 웃음으로 넘기지 못하는 <라디오 스타>의 8할의 발목 걸기식 진행이 달라지지 않는 한 어쩌면 논란은 '잠수 중'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벌써 논란이 되고, mc진이 사과하고 이런 식이 몇 번째인가 말이다. 즉, 논란이 반복되는 것은, 방송 초반 씁쓸한 김구라의 표정에서도 드러나듯이, 김구라라는 mc 개인의 성향이나 취향이 아니라, <라디오 스타>라는 프로그램의 기조가 그렇기 때문에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논란의 중심에 서는 것이 괴롭다면, 프로그램을 운용하는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재고가 필요하리라 본다. 


by meditator 2014. 8. 7. 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