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꼬리가 올라 가는 걸 보니, 자기 감정을 숨길 줄 모르는 군, 좋은 패가 들어 온 게 틀림없어'

12월 11일 방영된 8회 <왕의 얼굴>에서 김귀인의 오빠 김공량(이병준 분)과 장수태(고인범 분)의 장부를 놓고 내기를 하게 된 광해(서인국 분)의 나레이션이다. '관상'에 능통해진 광해가 상대방의 얼굴 표정만으로 그가 가진 패를 읽어내는 순간이다. 

영화 <관상>의 설정을 허락도 없에 베꼈다 하여 방영 전부터 논란이 되었던 <왕의 얼굴>은 막상 드라마가 시작되자, 영화에 대한 논란은 수그러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왕이 될 얼굴이란 설정의 시작은 비슷하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영화 <관상>은 역적이었던 조상때문에 벼슬길에 나서지 못해 관상쟁이가 된 주인공이, 왕의 얼굴을 판가름할 수 있는 능력 때문에, 역사의 풍파 속에 휩쓸리게 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의 굵직한 흐름은 단종과 세조 대의 피비린내 나는 정쟁이지만, 결국 그 안에서 무기력하게 당하고마는 민초의 이야기를 근저에 깔고 간다. 

그에 반해, 드라마 <왕의 얼굴>은 대놓고, 왕이 될 관상을 지니고 있지 않아 컴플렉스를 가진 왕 선조(이성재 분)를 등장시킨다. 영화<관상>에서 왕이 될 얼굴이 아님에도 왕의 자리를 노리는 수양대군과는 같은 듯 다른 캐릭터이다. 한 사람은 왕이 될 얼굴이 아니지만, 스스로 왕의 자리를 쟁탈하는 자요, 또 한 사람은, 운명적으로 왕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신이 왕이 될 깜냥이 아니라는 컴플렉스에 시달리는 정신병리학적 증후군의 인물이다. 왕이 될만하지 않은 인물로 인해 일어나는 역사적 갈등을 다루었지만, 영화 <관상>이 제목이 관상임에도, 등장인물들이 '관상'이라는 운명론적 세계관에 휩쓸리지 않는 것과 달리, 드라마는 시작부터 거기에 사로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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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런 자격이 없는 아비에게서 왕이 될 얼굴을 가진 광해가 태어나고, 그의 등장은 아버지와 갈등의 원인이 된다. 자신이 왕실의 적자가 아니기에 늘 불안감에 시달리는 왕 선조, 하지만 그에게는 정작 정실 부인인 의인 왕후에게서 난 자손이 없다. 그래서 공빈 김씨의 소생인 두 아들들이 가장 유력한 왕의 계승자이지만, 그런 것이 선조에게는 늘 마땅찮은 구석이 된다. 더구나 그 중에서도 난 놈인 것 같은 광해가 그의 눈에 걸린다. 드라마 <왕의 얼굴>은 이렇게 자신의 아들이지만, 애증의 대상이 되어버린 광해가, 아버지 선조와의 갈등을 일으키며, 그리고 그런 수난을 겪는 와중에 백성들의 삶에 눈을 뜨고 진정한 군주의 상으로 거듭나는 성장드라마를 그리고자 한다. 

이렇게 태생적 아니, 왕재로 태어나지 않았지만 왕이 되어야 했던 선조의 컴플렉스를 '관상'이란 운명론적 세계관을 통해 설명하고자 했던 시도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드라마는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과연 왕의 얼굴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라는 데 대한 의문을 가진 광해가 스스로 관상에 입문 능통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드라마 속 '관상'은 전가의 보도처럼 씌여진다. 11일 방송에서 처럼, 광해는, 그에게 닥친 위기의 순간마다, 게임의 필승 아이템처럼 '관상'을 꺼내 무기로 써먹는다.  마치 인간계에 등장한 마법사처럼 말이다. 당연히 상대방의 운명과 얼굴을 읽을 줄 아는 그의 능력 앞에 보통 사람은 나가 떨어질 밖에. 어디 광해 뿐인가, 궁중에 떠억하니 자리잡은 관상감하며 과거 시헙보듯이 관상 시헙을 보고 궁중에 입궐하는 김도치(신성록 분)까지. 

11일 방영된 김공량과 광해의 투전 대결은 게임 관전처럼 흥미진진하게 진행된다. 하지만, '관상'이라는 능력을 탑재한 광해 앞에 김공량은 그저 밥에 불과하다. 이런 식으로 광해 앞을 가로막은 장애들은 제거된다. 이러다, 광해와 김도치가 조우하게 된다면, 마치 중국 무술 영화의 각종 비기를 장착한 무림 고수들이 장풍을 쏘며 대결하듯, '관상'대 '관상'의 환상적인 대련이 보여지는 건 아닌지. '관상'이란 요소는, 대중적으로 흥미를 느낄 소재이긴 하지만, 여전히 운명론적이며, 중국 무협 영화의 장풍만큼이나, 막연한 요소인 것이다. 

드라마는 대동계의 역모에 휩쓸려 목숨을 잃은 가희와의 인연 때문에, 그녀를 보호하고자 하다, 폐서인으로 되어 궁궐 밖으로 내처지게 된 광해의 이야기를 다룬다. 한 여인을 보호하고자 했던 그의 마음은, 그녀가 살던 세상, 그리고 백성들이 사는 세상에 대해 눈을 뜨게 되는 계기를 이루게 된 것이다. 그래서, 가희, 그녀를 구하려는 광해의 시도는, 나아가 백성들의 삶을 구제하는 계기가 되어간다. 

이는 최근 역사학계에서도 새롭게 해석되고 있는 개혁군주로서의 광해에 대한 밑그림으로 그리 나쁘지 않은 구상이다. 하지만, 그런 광해가 가진 '관상'이란 능력은 지금은 전가의 보도처럼 쓰여지지만, 딜레마가 된다. 갖은 곡절을 이겨내고 왕의 자리에 오르지만, 그 자신이 결국 왕의 자리에서 내쫓기는, 그래서 '왕의 이름' 한 자리 지니지 못한 채, 광해군이란 이름으로 역사에 남을 이 존재를 어떻게 해명할 것인지. 정작 자신의 운명은 헤아리지 못한 '관상'의 능력자 광해라니. 그가 왕의 자리에 오르기까지는 에스컬레이터가 되었던 능력을 과연 이 드라마는 어떻게 설명해 낼 것인지. 

그런 능력자 광해에는, 최근 종영한 드라마 <비문>에서도 등장했지만, 정통성을 가지지 못한 아비와, 정통성에, 진취적 세계관까지 가진 능력자 아들이라는 단선적인 갈등 구조도 한 몫 한다. 왕의 깜냥이 아님에도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권신들의 비리를 눈감아주며, 능구렁이 된 아비와, 그런 아비와 달리, 권신들의 비리를 척결하고자 의지를 다지며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유토피아같은 세상을 꿈구는 아들이라는 대결 구도가 극을 이끌어 가다보니, 등장한 아이템이 아닐까 싶다. 

역사적으로 광해는 왕의 계승 서열에서 그의 아비 선조와 같이 정통성을 가지지 못한 인물이다. '임진왜란'이라는 역사적 사건이 없었다면 결코 왕이 되기 힘든 인물이었다. 역사는 그의 형 임해가 광폭하여 왕이 될 깜냥이 되지 못한 듯 그려내지만, 그 역시 폭군 광해처럼 후대의 해석일 뿐이다. '임진왜란' 때 도망간 아비를 대신하여, 전쟁터에서 성실하게 왕자의 자리를 지킨 그의 공로가 그를 왕의 자리에 까지 올렸다. 드라마는, '왕의 얼굴'이라는 운명적 요소로 그의 왕좌를 설명하지만, 정작 그를 왕위에 올린 건, 전쟁터를 지킨 그의 책임감이자, 능력이다. 

이렇게 우연과, 우연 속에 드러난 광해라는 인물의 신실한 캐릭터를, 굳이, '관상'이라는 운명론적 요소를 개입시켜, 개연성을 부풀릴 필요가 있을까? 8회까지 진행된 드라마에서, 가희와 얽히면서 폐서인이 되기까지 광해의 파란만장해진 삶 만으로도 드라마는 충분히 내적 동력을 가지고 있는데, 굳이, 김공량과의 투전 대결에서 등장한 '관상' 아이템처럼, 절대 무한 능력까지 장착시켜, 운명론을 배가시켜야 했는지, 이건, 마치, 조선 건국을 '용비어천가'로 설명하는 식처럼, 광해란 인물을 입지전적 인물로 형상화하기 위해 둔 무리수는 아닌지. 하지만 제 아무리 이제 와 개혁 군주로서의 면모가 재조명된다 한들, 그 역시 장단점을 가진 역사적 인물에 불과할 진대, 드라마 <왕의 얼굴>은 정통성을 가진 아비에 대비하기 위해, 광해를 너무 '완벽한 캐릭터'로 키워가고 있는 건 아닌지. 진취적 성향을 가진 개혁 군주라는 또 하나의 볼모에 잡히고 있는 건 아닌지. 이제 본격적인 광해의 활약이 시작되는 즈음, <왕의 얼굴>에 덧붙이는 아쉬움이다. 


by meditator 2014. 12. 12. 11:11

mbc수목 드라마 <미스터 백>이 끝나갈 무렵이면 늘 등장하는 ost가 있다. xia(준수)가 부르는 '널 사랑한 시간에'가 그것이다. '하루 지나도 어제만 남아서 나는 그댈 보고 싶어 눈을 감아요. ....널 사랑한 시간에 머물수는 없는지, 너의 향기가 지워지지가 않아'라며 애절한 김준수의 목소리가 최신형(신하균 분)과 은하수(장나라 분)의 안타까운 사랑을 배경으로 흘러나온다. 가사인 즉 두 사람의 관계, 그리고 최신형의 마음을 잘 드러내고 있지만, 막상 드라마를 보고 있노라면, 최신형과 은하수가 데이트 같은 걸 하는 장면에게 어김없이 흘러나오는 '청춘을 돌려다오'라며 거의 비명처럼 지르는 ost가 <미스터 백>에는 딱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쩌면, '널 사랑한 시간에'는 가사는 맞지는 어쩐지 겉돌고, '청춘을 돌려다오'가 맞춤 옷같은 상황, 바로 <미스터백>이란 드라마가 처한 딜레마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점쟁이를 찾아가 물어보니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최고봉(신하균 분)이 우주에서 떨어진 운석 조각을 삼킨 덕분에 젊은 최신형으로 거듭나, 젊은 인생을 다시 살아보게 되는 이야기가 <미스터 백>의 주된 줄거리이다. 
주인공을 연기하는 배우 신하균의 원맨쇼에 가까운 연기에도 불구하고, 사실 매회 그다지 별다른 스토리의 전개가 없음에도 동시간대 미니 시리즈 1위를 수성해 왔던 건, 아마도 바로 그 되찾은 젊음이 펼쳐가는 환타지에 대한 관심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젊어진 최신형의 가슴을 우선 채운 건, 되찾은 젊음에 대한 찬사가 아니라, 자식도 나 몰라라라 하며 사업에만 매진해왔던 허무한 70평생에 대한 회한이었다. 가장 믿을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거의 사기꾼급으로 자신의 회사를 농단할 생각이나 하고, 피붙이라고는 한 술 더 뜨면 더 떴지, 그에 밀리지 않는 상황,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은, 어머니와 자신을 외면한 채 돈 버는 일에만 몰두했던 아버지에 대한 원망으로 삶을 내던져 버리니, 젊음을 되찾고 본 자신의 인생은 한심하다. 심지어 그가 자부했던 자신의 사업조차 이제 동생댁의 음모로 비리 사업가로 남게 생겼다. 

뉴스엔

그렇게 젊어졌다 좋아했던 것도 잠시 지나온 삶에 대한 회한으로 고통받던 최고봉, 아니 최신형 앞에 한 줄기 서광이 비치니, 그건 바로, 타인에 대한 배려로 똘똘 뭉친 은하수의 등장이다. 이미 젊어지기 직전부터, 그녀가 자꾸 마음에 쓰이기 시작한 최신형은 젊은 몸으로 은하수 앞에 등장, 드디어 그녀의 마음을 얻기에 이른다. 
그런데 웬걸, 그녀를 마음에 둔 사람은 최신형만이 아니다. 그처럼, 아니 아버지인 그로 인해 상처받고 비틀려 살아왔던 아들 최대한(이준 분) 역시 은하수를 마음에 들어 한 것이다. 
돈을 버느라 사람의 마음 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살아왔던 최고봉과, 아버지로 인해 마음을 닫고 살았던 아들 최대한이 누군가의 아픔을 결코 그냥 지나치지 않는 따스한 마음의 소유자 은하수를 통해 위로받고 끌리게 되는 건 어찌보면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드라마는 '인지상정'을 넘어, 최신형과 은하수가 '러브라인'을 형성하고, '키스'까지 하는가 싶더니, 그런 두 사람의 마음을 아는 최대한이 은하수에 대한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명하고 나선다. 결국 식구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아들 최대한과 아버지 최신형이 한 여자를 두고 갈등을 드러내고, 은하수의 손을 잡고 그 자리를 뛰쳐 나오려는, '멜로드라마'의 정석까지 보이고 만다.

은하수가 함께 해보고 싶은 일 첫 번째로 아버지와 함께 갔던 낚시를 하자고 하고, 함께 낚시를 간 곳에 방해하러 아들 최대한이 등장해서 아버지 최신형과 아웅다웅하는 상황이, 삼각관계로 시작하여, 결국 아버지와 아들의 미처 다하지 못한 '추억 만들기'로 이어지듯이, <미스터 백>의 애정 전선의 노림수가 그저 '막장'의 코드만은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막상, 한 여자를 두고 멱살잡이 하는 아버지와 아들을 보니, 어쩐지 껄쩍지근한 것이다. 사람구실 못하는 아들에 대한 불철주야 걱정과, 젊어진 선물과도 같은 사랑 사이에서 갈피를 못잡는 최신형의 최대의 딜레마가, 어쩐지 <미스터 백> 자체의 딜레마가 된 듯하다. 

최신형과 은하수의 애정 행각은 참 달달하다. 마치 은하수가 삶의 유예 기간이 얼마 안남은 사람처럼 느꺼지듯이, 은하수는 최신형과 함께 자신이 해보고 싶은 것들을 함께 누리고 싶어하고, 그런 은하수를 사랑하는 최신형은, 그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그간 자신이 미처 되돌아 보지 못한 삶의 행복과 함께, 유한한 시간에 대한 회한에 젖어든다. 
그렇게 젊어졌지만, 늘 노년이 함께 공존하는 최신형과 은하수의 관계는 그래서 그저 젊은 연인들의 관계로만 보이지 않고, 항상 70 노인 최고봉이 공존한다. 그래서 어쩐지, 은하수와 달콤한 시간을 보내고, 키스까지 나누는 순간이 그가 누려보지 못한 행복이어서 안타깝고, 또 그러면서도, 70 노인과 이십대 아가씨인데 라는 불편함이 공존하게 되는 것이다. 

솔직히 <미스터 백>에서 최신형이 배려넘치는 은하수에게 마음이 끌리는 건 이해가 가지만, 11회에 이르른 지금에 이르기까지, 은하수라는 젊은 여성이 왜 시대 착오적인 행동을 보이는 할아버지 같은 최신형을 먼저 키스를 할 정도로 사랑하게 되었는가에 대해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마치 그녀는, 젊어진 최신형을 위해 준비된 선물처럼 최신형 옆에 머물다, 그를 사랑해준다. 

<미스터 백>이란 드라마는 그래서 늘 이런 딜레마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으려고 해왔다. 행복의 만끽을 넘어서 70 평생에 대한 회한을 놓치지 않았고, 은하수에 대한 사랑 앞에서도 아들 최대한에 대한 우려를 덮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젊어져서도, 노인 최고봉의 포지션을 놓치지 않은 듯하던 드라마는, 11회 결국 사랑에 굴복하고 만다. 
11회는 <미스터 백>의 클라이막스에 해당되는 회차였다. 아버지와 아들의 은하수에 대한 감정은 극에 달해, 두 사람을 갈등으로 이끌어 가고, 그러면서 한편으로, 아들 최대한을 바라보던 홍지윤(박예진 분)의 감정이 드러난다. 서로가 주저하고 조심하던 감정들이 노골적으로 전면에 등장한 것이다. 하지만 시청률만으로 다할 것은 아니지만, 시청률에서 보여지듯이(전회 평균 10.1%에서 이번 주 평균 9,4%로 하락) 시청자들은, 그런 최신형과 최대한의 갈등이 어쩐지 불편한 듯 싶다. 

사실 <미스터 백>은 젊어진 최신형의 일과 사랑을 다루지만, 최고봉 회장의 사업을 둘러싼 음모와 갈등은 늘 해프닝 수준이고, 사랑은 썸인 듯 사랑인 듯 미적이면서 별 다른 스토리의 기복이 없다. 이렇게 별 다른 스토리가 없음에도 동시간대 1위를 해온 것은, 젊음에 대한 '환타지'가 컸던 탓이요, 그런 돌아온 젊음과 공존하는 노인을 연기하는 배우 신하균의 실감나는 연기에 의존한 바가 크다. 거기에 덧붙이자면, 환타지와 '회한'의 균형점을 아슬아슬하게 지켜왔던 균형감이랄까. 

하지만 11회에 이른 <미스터 백>, 여전히 극적 갈등은 해프닝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아버지의 사랑은, 아들의 멱살잡이까지 하며 '막장'을 넘보는 중이다. 과연, 지금까지 놓치지 않던 삶에 대한 회고와, 돌아온 젊음이 준 선물이 낸 파열음을 어떻게, 선물처럼 주어진 십여일 동안 잘 수습해 낼 것인지가 사랑놀음 '막장'이 아닌 훈훈한 드라마<미스터 백>의 관건이 될 것이다. 

'회고'와 돌아온 젊음에 대한 이야기로는 '회춘'한 판타지 <미스터 백>처럼 젊음을 다시 되찾지는 않지만, 최근 베스트 셀러로 인기를 끌고 있는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 있다. '이젠 죽어야지' 하다가 창문 밖 세상으로 떠나 경찰의 추적을 받으며 모험을 즐기는 노인, 그리고 그런 노인의 모험의 행간에서 드러난, 지난 100년간 역사에 본의 아니게 개입하여 온 노인의 삶, 그것을 통해, 어떤 정치적 상황 속에서도 자신만의 삶의 여유와 낙관을 놓치지 않은 알란이란 인물을 읽어 낼 수 있다. 
<미스터 백>도 비록 짠돌이 회장님 최고봉이지만, 그 자신이 이렇게 죽을 수는 없다고 했던 그의 삶에 대한 애착이, 그저 돌아온 젊음을 기회로 삼은 한 여자와의 사랑 놀음만이 아닌, 몸만 젊어진 회장님의 '회춘' 프로젝트 로코가 아닌, 그래도 '책'도 좀 남겼던 열심히 살아왔던 한 인물에 대한 회고이자, 유종의 미가 되길 바란다. 그저 젊어졌다고 사랑 놀음이나 하다 가는 아버지는 아니었으면 하는 것이다. 


by meditator 2014. 12. 11. 10:44

지난 주 yg 양현석 대표의 '가슴이 뛰는 일을 하라'던 충고가 어쩐지 공허하게 들린 이유를 알았다. 그 해답은 바로, 12월 8일 방영된 <힐링 캠프> 김봉진, 김영하 편에 있었다. 그 중에서도 베스트 셀러 작가 김영하는 대놓고 말한다. 스펙에 창의성까지 요구하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는 꿈을 꾸는 게 허용되지 않는다고. 만약 자신이 2%의 저성장을 기록하는 이 시대에 태어났다면, 실직한 아버지와, 빛으로 남은 대학 등록금이 있었다면, 몇 년의 습작 기간을 거쳐 작가로 등단할 수 없었을 거라고. 작가로 먹고 살기가 버거운 시대, 그래서, 쉽게 누군가에게 작가의 길을 가라고 충고할 수 없다고. 여전히 젊은이들에게 쉬운 희망과 노력을 말하는 시대에, 12월 9일의 두 멘토들은 차가운 현실을 전해준다. 그리고 그 현실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자신을 지켜나가는 방법을 제언한다. 그래도 현실감있는 힐링이다.


배달 음식이 먹고 싶으면 뒤적뒤적 전단지를 찾기 시작해야 했던 삶의 관행을 통채로 뒤바꿔 놓은 이가 있다. 더구나 배우 류승룡의 개인기가 도드라져 보이는 광고로 단박에 다른 배달앱을 제친 이 배달앱은 이제 배달앱의 대명사가 되었다. 바로 최근 가장 각광을 받고 있는 신종 사업, 배달앱의 ceo 김봉진씨가 <힐링 캠프>를 찾았다. 

힐링캠프 김봉진
(tv데일리)

자신을 경영 디자이너라고 소개한 ceo 김봉진씨는 한때 디자이너였고, 오래도록 디자이너이고 싶은 소망으로 창업을 해 첫 사업을 망하고, 이제 다시 경영 디자이너로 배달앱을 성공시킨 입지전의 인물이다.
하지만, 성공의 아이콘이 된 그의 소회는 솔직하다. 중년을 넘어서도 디자이너로 생존할 수 없었기에 사업을 벌였다고 말하고, 사업 실패 후 내 자식이 다른 집 아이들보다 못한 기회를 얻는 것이 두려웠다고 말한다. 그래도 그에겐, 그를 밀어주는 '아내'가 있었다. 아내가 시간을 준 덕분에 그는 대학원에 갔고, 많은 책을 읽으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솔직하게 고백한다. 대한민국에서 사업 실패 후 재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고.
신선한 영감의 원천을 '책'이라고 말한 그 답게, 매번 토크의 고비마다 한 권의 책을 매개로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평생을 디자이너로 살고 싶은 자신의 목표는 80이 넘어서도 내일 더 스시를 잘 빚고 싶은 일본 스시 장인의 이야기를 빌어오고, 사업가로서 50억이라는 어마어마한 투자금을 유치한 비결을 위해서는 책을 통해 얻은 사람의 가슴을 떨리게 하는 것은 책략이 아니라, 진심이라며, 인간대 인간적 관계의 소중함을 피력했다. 

'성공'의 열매를 움켜쥔 그의 성공 전략은 때론 소박했다.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거리를 헤매며 전단지를 줏어 모았고, 학력에 대한 질문에는, 서울대를 나오지 않은 자신만이 솔직하게 말할 수 있다며, 자신이 고등학교 때 담배피고 놀 때 공부를 잘 하는 아이들은 하루 두 세시간 자며 공부했다며, 그 노력의 시간들은 인정해 주어야 한다고, 그래서 그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그 시간에 맞먹을 노력이 필요하다고 현실적인 충고를 한다. 아직은 충분히 자리잡지 않은 배달앱에 대해 조금 더 시간을 달라고 토로한다. 미래에 대해서는, 솔직히, 3년 후, 10년 후를 알 수 없다고 고백한다. 

그렇게 현실적인 사업가 김봉진의 뒤를 이어, 책꽂이 뒤에서 툭 튀어나온 이는, 소설가 김영하이다.  
단 한번 간 군부대 강연에서 장병 모두에게 달콤한 잠을 선물했다던 김영하는 그 어느 때보다도 정신이 번쩍 드는 멘토링을 선사한다. 
향후의 삶에 대해 질문한 군인에게, 아마도 쉽게 성공하기 힘들 거라고 솔직하게 말하는 바람에, 장병들의 달콤한 잠을 달아나게 한 경험 그대로, <힐링 캠프>에서도 소설가답지 않게, 구체적인 수치를 들며, 꿈을 꾸기 어려운 이 시대를 설명나간다. 
자신이 살던 80년대, 그 시대는 연평균 성장률이 10%를 상회해, 무엇을 해도 먹고는 살겠지라는 낙관이 충만했던 시대였다고 말한다. 하지만, 2%의 저성장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시대는 그렇게 삶을 낙관할 수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꿈을 꾸는 것이 사치인, 자신의 내면조차 기꺼이 돈을 벌기 위해 바쳐야 하는 그런 시대라고 정의내린다. 

그렇다면 자신조차 희생해야 겨우 돈을 벌까 말까한 이 시대에 자신을 지키며 살아가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을 '소설가'답게 김영하는 '감성 근육'에서 찾는다. 남들과 다른 자신만의, 아니, 남들의 기준에 쉽게 흔들지지 않은 자신만의 감성을 가진다면, '자기'조차 헌신해야 하는 자본주의 시대에서 '자신'을 지켜낼 수 있다고 말한다. 그것을 위해 소설을 일고, 오감을 이용해 글을 써보면서 세파에 흔들리지 않는 자신만의 감수성을 키워나갈 것을 요구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당대 최고로 성공한 ceo 연예 기획사 yg의 대표는 꿈을 가지라고 말할 때, 그 보다 사회적으로 덜 성공해 보이는, 두 사람, 김봉진과 김영하는, 우리 사회가 제공하는 현실을 말한다. 사업에 실패하면 자신은 물론, 가족까지 나락에 빠질 수 있는 현실, 꿈은 커녕, 현실에 맞춰가는 것도 버거운 세상, 최고의 ceo가 말했던 가슴뛰는 일은 현실에서 쉽게 만나기 힘들 것이란 걸 이들은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두 사람의 이야기를 곰곰히 들여다 보면 또 한 가지 공통점을 찾아낼 수 있다. 바로, 그들이 제시한 해결책들이 모두, 개인적이며, 어떻게 보면 고립적이다. 
사업에 실패한 김봉진이 선택한 길은 공부를 하고 책을 읽는 개인적 충전의 시간이었다. 김영하가 제시한 감성 근육도, 이런 김봉진의 해법과 통한다. 철벽과 같은 세상, 쉽게 흔들리지 않는 자본주의 체계에서, 이들은 각자 세상에 휩쓸리지 않는 자신만의 무기를 장착하고, 세상과 홀로 싸우라고 말한다. 
대신, 그들은, '성공'의 담론을 버릴 것을 요구한다.  '성공'보다는 자신의 '성장'을 목표로 하라고 한다. '성공'이 아니라, 세상과 다른 자신만의 가치 기준을 세우라고 말한다. 
어찌보면 자족적이고, 또 다른 의미에서 보면, '성공'이 화법을 전복시키기 시작한 것일 수도 있다. 김영하는 말한다. 어차피 '성공'하기 힘들다고, 거기에 매달리지 말고, 당신들만의 삶의 의미를 찾으라고. 
그렇게 다른 삶의 의미는, 대기업과 경쟁하기 위해 도시의 바닥을 휩쓸고 다니며 전단지를 주운 성과가, 기념일의 마음대로 퇴근이요, 무한정 제공되는 책값의 복지로 보상된다. 그것도 괜찮지 하다가, 그것 밖에 없을까 란 질문이 슬며시 든다. 

(스포츠 동아)

2주에 걸쳐, '물음 특집'을 선보인 <힐링 캠프>는 모색의 시간이다. 이제는 고갈된 게스트군들에 대항해, 이미 출연했던 여러 게스트들을 모아놓고 집단 토크를 하거나, '물음 특집'처럼 젊은이들의 멘토가 될만한 게스트들을 불러다, '멘토링성' 강연과 질의 응답을 시켜 보는 중이다. 때론 면죄부가 되었지만, 이제는 토크 소재의 한계와 출연자 고갈에 시달리는 <힐링 캠프>로서는 지금까지보다는 나쁘지는 않았다. 
더구나, 다수의 젊은이들을 동원한 질의 응답 시간은, 종종 정곡을 찌르는 솔직한 질문들이 등장하며, 이제는 한계에 봉착한 mc진의 진부함을 보완해 준다. 다만 아쉽다면 아쉬운 것이고, 혹은 그래서 그것이 어쩌면 현실의 솔직한 징후일 수 있는 것이, 여전히 젊은이들이 제시한 질문들이, 스펙과 학력 혹은 창업이라는 현실적 경계를 쉽게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때로 등장하는 '사랑'에 대한 질문이 뜬금없어 보일 만큼, 젊은이들에게 드리워진 현실은 짙고, 희망은 멀어보인다. 

모색에 들어간 <힐링 캠프>에 필요한 것은 솔직한 질문이겠다. 2%의 저성장 시대, 스펙에 창의성까지 요구되는, 꿈을 꾸는 것이 사치인 세상에서, 사람들을 진정 '힐링'시킬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이제, 꿈을 꾸는 것이 사치인 현실 진단까지 나왔다. 하지만, 여전히 그 해법은, 각자 알아서 잘 살자라는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다. 이런 해법을 넘어설 진정한 '힐링'은 없을까? '성공' 대신 '성장'으로 얼버무리는 어쩐지 한 수 접고 들어가는 듯한 썩 개운치 않은 대안 말고는, 사람들을 구원할 길은 없을까? 아마도 이에 대한 고민이, <힐링 캠프>가 생존할 길이기도 할 것이다. 


by meditator 2014. 12. 9. 10:44

12월 1일과 2일 그리고 7일 종합으로 방영된 <다큐 프라임>에는 두 가지의 죽음이 등장한다. 7부 마지막 식사와 8부 청춘, 고독사를 말하다가 그것이다. 한 사람의 생명이 이승과 이별하는 죽음, 하지만, 그 마지막 순간은 그가 살아온 삶에 따라, 그리고 그 주변에 있는 가족에 따라 참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7부 '마지막 식사'는 호스피스 병동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환자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 누구도 사랑하는 사람을 자기 앞에서 떠나보내고 싶지 않지만, 환자도, 그리고 환자의 가족에게도, 그 순간은 찾아온다. 그리고, 그런 순간을 가장 아름답게 보내기 위해, 가족간의 마지막 교감을 위해 마지막 식사가 준비된다. 


이혼 후 아들과 서로 의지해서 살아오다 암에 걸린 엄마, 그리고 그렇게 자신을 놔두고 갈 엄마를 받아들일 수 없는 아들은, 호스피스 요리사가 준비한 식사를 매개로 마지막 교감을 나눈다. 찾아온 다 큰 아들에게 베게춤에 두었던 오만원을 전해주며 맛있는 거 사먹으라며 안쓰러워 했던 엄마도, 그런 엄마를 보낼 수 없었던 아들도 한 시름을 덜고, 이별을 준비할 마음의 자세가 생긴다. 
엄마와, 세 자녀를 두고 갈 40대의 가장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고통보다도, 아버지로서 다해주지 못하고 가는 것이 마음에 걸려하는 그와, 그의 가족들이 어렵게 결정한 제주도행, 그리고 엄마가 없을 때 아버지랑 함께 해먹던 비빔밥을 다시 해 먹으며 나눈 마지막 식사, 그리고 아이들의 스케치북 사랑 고백까지, 가족이 함께 나눈 시간이, 무거운 가장의 마지막 발걸음을 조금은 홀가분하게 해준다. 
고된 요리사의 길을 반대했던 부모님, 그런 부모님의 뜻을 꺽고 된 요리사의 길, 하지만, 텔레비젼 출연까지 하는 전성기는 찰라의 시간이 되고, 마흔 살의 그녀는 70대 부모 앞에서 죽음의 길을 재촉하고 있는 중이다. 한 집에 살면서도 밥을 같이 먹지 않는 그녀와 그녀의 아버지, 그렇게, 죽음 앞에서도 쉽게 풀리지 않는 서운함이, 모처럼 다시 요리사가 되어 준비한 그녀의 만찬 앞에서 풀어지고, 아버지는 이제 딸을 보낼 수 있다. 

더 이상 이 세상을 함께 할 수 없다는 '죽음'은 슬프지만, 그럼에도, 마지막을 함께 하고, 죽음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은, 가족에게 소중하다. 가는 사람의 발걸음은 가벼워지고, 남겨진 사람들의 무게는 한결 덜어진다. '가족'이란 이름으로 보낼 수 있어 행복한 시간, 그것이 '마지막 식사'의 미덕이다. 

그렇게 다시 볼 수 없는 이별이지만, 그 이별을 행복하게 맞이할 수 있는 '마지막 식사'와 달리, '가족'의 의미를 진지하게 고민해 볼 수 밖에 없는 이야기가, '청춘, 고독사를 말하다'를 통해 전해진다. 국정 감사 기간, 2014 보건 복지부 국가 정책 자료집의 형태로 전달된 내용이, '청춘 고독사'를 통해 풀어진다. 

23개 대학 67명의 학생들이 206명의 무연고 죽음, 고독사를 추적한다. 주변 사람들조차 다시 끄집어내기 싫어하는 홀로 죽어간 이들의 이야기를 다시 추적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저, 동료 학생들보다 더 많은 사연을 알아내어, 좋은 성과를 내야지 하며 시작했던, '청춘'들은, 취재를 하면 할 수록, 무연고 죽음을 통한 질문이 자신들에게로 향해져 고민스러워 한다. 

이 사회에 발 붙이지 못해 홀로 세상을 등진, 하지만 죽음 이후에도 그 누구도 그의 시신조차 인수해 가지 않아, '사체 포기 각서'의 주인공이 되거나, 10년간 찾는 이 없어, 10년이 지나서야 땅에 묻힐 수 있는 고독사의 주인공들, 그들은 어떤 사람일까?

대학생 취재진들이 찾아나선 그들의 과거 행적, 하지만, 종종 취재 과정에 밝혀진 그들의 과거는 놀라움을 안긴다. 
노숙자로 부산 용두산 공원을 배회하다 죽어간 60대의 노숙자, 알고보니 그는 한때 멋쟁이 초등학교 교사였었다. 정년 퇴임후, 아내가 암 투병을 하다 죽고, 퇴직자금마저 날린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건, 노숙의 생활이었다. 50대의 최운규씨는 한때 춘천에서 손꼽히는 기술자였다. imf가 그에게서 생활을 빼앗아 갔다. 기역자로 꼬부라진 할머니 같은 외모의 오명희씨에겐 앨범 속에 생기발랄했던 20대가 있다. 
살기 바쁜 세상에서 한번 튕겨져 나온 그들은 쉽게 세상의 수레 바퀴에 엇물려 들어가지 못한 채 때론 술에 짙이겨진 채, 때론 병에 시달리다 홀로 세상을 등졌다. 


백골 상태로, 냄새를 통해 그의 죽음이 알려진 55세의 김영철씨에는 30년째 연락이 두절된 동생이 있긴 하다. 역시나 폐암에 허리 골절로 투병하다 부패 상태로 발견된 마흔 살의 중년 여성에게도 일찌기 소식이 끊긴 오빠가 있다. 서른 한 살에 집 앞에 쓰러져 이송 중 사망한 젊은이게겐 유일하게 기댈 수 있었던, 하지만 이제 돌아가버리신 어머님 한 분이 계셨다. 죽은 지 일주일 후 발견된 오십대의 중년에게는 역시나 돌아가신 아버님이 계셨다. 
그들에게 세상과 연결된 유일한 끈이었던 가족은 관계가 끊어지거나, 먼저 세상과 등졌다. 그렇게 세상과 연결된 끈을 잃어버린 그들은 쉽게 세상 속에 편입되지 못했다. 한 다리 건너 아는 사람들은 있지만, 그들의 죽음을 갈무리해줄 지인은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래봐야, 뒤늦게 2013년 40번째 무연고 사망자라는 의미의, 12/40의 묘비가 있는 가묘를 찾아가 꽃 한 송이를 남겨줄 뿐.
미연고 사망자의 40%가 결혼을 하지 않았고, 노인보다, 50대의 중년이 많았고, 남자가 78% 이상인 통계가 보여주는 현실의 내막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해마다 이들 무연고 사망자가 증가 추세에 있으며, 그 연령대도 50대에서 40대, 30대로 점점 낮추어 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유일한 가족의 끈이 끊어진 사람들은, 그 중에서 남자들은 쉽게 다른 관계를 다시 맺지 못한 채 세상에서 멀어져 간다. '눈을 감으면 내일을 걱정하는 삶'의 고단함을 토로하는 오명희씨의 가계부에 씌여진 글씨들은, 그저 그들이 나태하거나 게을러서 세상에서 벗어난 것만이 아닌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그래서 그들을 취재하던 청춘들은, 막연하게 보았던 고독사에서, 외동이라 크게 다르지 않은 자신의 처지와, 아버지 한 사람에게 짐지워진 가족의 그림자를 느끼며 자신들의 삶을 되돌아 본다. 혼자일 수 있는 건, 내 주변의 관계가 유지되기 때문이라며, 가족의 존재를 다시금 되짚어 보고, 주변 사람들이 내게 기댈 수 있는 좋은 어른이 되겠다는 다짐으로 취재는 마무리된다.

죽음은 어찌되었든 슬프다. 하지만, 그 죽음의 주변이 어떤가에 따라, 가족의 존재와 상태에 따라, 아픈 죽음이 무게가 때론 조금 덜어질 수도, 혹은 '고독에 몸부림치는' 죽음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다큐 프라임> 7,8부가 보여진다. 
가족의 해체를 논해지는 사회, 오히려, 사회적 안전망이 미비한 우리 사회에서, 원자화된 개인을 구제하고 보호해 줄 수 있는 건, 역설적으로 '가족'이란 걸, 죽음을 통해 설명해 내고 있다. 
그래서 2014년 대한민국에서 여전히 가족은, 유의미하다 못해, '험한 세상의 유일한 다리'임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2014년 11월 17일부터, 12월 3일까지 총 9부의 '가족 쇼크'가 방영되었다. 
황망하게 아이들을 잃은 세월호 부모님들의 이야기로 시작하여, 우리 속의 이방인인 외국인 노동자들의 가족 이야기를 통해, 상처받은 이 시대의 가족들의 이야기로 '가족 쇼크'는 말문을 연다. 
그리고 1인 가구가 늘어나는 현상의 대안으로, '식구'로서의 대안적 가족을 모색해 보고,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며, 이 시대 부모 자식의 관계를 다시금 생각해 보고자 한다. 
마무리는 가족이면서, 가족이 아니어지는 죽음으로 맺는다. 호스피스 병동의 마지막 식사, 고독사의 사연을 통해, 역설적으로 여전히 우리에겐 가족이 절대적인 존재임을 밝힌다. 
그렇다면 여전히 절대적일 수 밖에 없는 우리 사회의 가족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9부, '엄마의 땅, 키리위나'는 파푸아뉴기니의 공동체에서 오늘의 가족의 미래를 찾아보고자 한다. 
대족장의 집 앞 창고에 수확한 얌의 1/3을 모아 어려운 이웃을 위해 대비해 놓는 키리위나 부족, 이들에게 가족은, 핵가족이 아니라, 부족 전체의 공동체를 뜻한다. 아이를 함께 키우고,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홀로 남겨진 노인을 돌보는 것이 당연한 사회, 그것이 키리위나가 말하는 대안적 가족의 형태다. 
문명이 세워진 이래, 남성 중심의 사회를 꾸려왔던 인간 사회가, 이제 가족의 위기와 붕괴 시기를 거치면서, 모계 중심의 원시 공동체에서 그 해법을 찾는 것은 아이러니하면서도, 남성 중심 사회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부계냐, 모계냐가 아니라, 부모와 자식 2세대로 이루어진 허약한 핵가족이 아니라, 확대된 가족, 확산된 형태의 가족, 공동체가, 이 시대 가족 위기의 해법이라는 사실은, 주목할만 하면서도, 1인 가족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이 시점에 환타지 같은 해법같기도 하다. 하지만, 성산 공동체 등, 우리 사회에서도 조금씩 모색되고 있는 공동체적 가족을 보면, 그리 불가능한 일만 같아보지만은 않는다. 한 사회에 살아가는 그 모두가, 가족의 품 안에서 보호받으며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공동체, '큰' 가족이, ebs 다큐 프라임의 결론이다. 



by meditator 2014. 12. 7. 19:16

2014년 12월 4일 국내 유일의 지역 평론가 그룹인 부산 영화 평론협회가 수여하는 '부산영평상' 시상식이 있었다. 지난 일년간 우리나라에서 제작된 영화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총 13개 부문에서 수여하는 부산 영평상에서 장률 감독의 <경주>가 대상을 수상했다. 

한국 평론가 협회가 수여하는 34회 영평상에서, 올해의 10대 영화와, 장률 감독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것에 이은 성취이다. 
하지만, 영화 <경주>는 박해일과 신민아가 주인공으로 발탁되었다는 소식 이후, 6월 12일 조용히 개봉하고, 조용히 사라졌던 작품이다. 영화 평론가들이 인정한, <경주>를 그래서 아쉬워하며 다시 한번 되돌아 보고자 한다. 

영화 <경주>는 어찌보면 제목이 다한 영화이다. 하지만, 막상 영화가 개봉되면, 제목 경주는 내내 영화를 지배함에도 불구하고 잠시 젖혀두게 된다. 왜? 그놈의 '춘화' 때문이다. 
영화 <경주>는 친한 형의 장례식 참석 차 한국을 찾은 북경대 교수 최현(박해일 분)이 7년전 그와 보았던 춘화를 찾아 충동적으로 경주를 다시 찾는 것으로 시작된다.
죽음의 이유가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은, 그래서, 그의 아내를 둘러싼 불미스러운 소문이 흥건한 장례식장에서 시작된 영화는, 홍상수와 같은 '화법'의 영화인가(?) 라는 의심을 들게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홍상수 영화의 지식인적, 하지만 도무지 속내를 알 길 없는 북경대 교수 최현이 다짜고짜 '춘화'를 찾아 헤매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춘화를 찾아서 간 미모의 여주인 공윤희(신민아 분)가 있는 찻집 아리솔에서 보이는 박해일의 행동도, 예의 홍상수 영화에서 이쁜 여주인을 넘보는 놈팽이 지식인의 그 모습과 그리 달라 보이지 않는다. 거기에, 하루 종일 찻집에서 몇 잔의 차를 마시며 무위도식하던 최현이 결국 공윤희의 술자리까지 쫓아가고, 마침내 그녀의 집까지 도착하는 여정에 이르면 더더욱, 의심은 깊어진다. 

STILLCUT

하지만, 정작, 영화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최현이 지나치는, 그리고 최현과 공윤희가 밤마실을 간 경주의 풍경이다. 
2014년의 현재라기엔 현실감이 없는, 70년대의 풍경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도시, 그리고, 윤희의 말처럼, 창문을 열면 언제가 거기에 '능'이 존재하는, 삶은 정체되어 있고, 거기에 죽음이 함께 늘 공존하는 경주가, 내내 자신의 존재를 나지막히 드러낸다.
하지만, 영화에서 자전거를 탄 최현을 통해, '아, 나도 저렇게 고즈넉한 경주를 자전거로 여행해 보고 싶다' 정도의 감상을 가지게 만들던 조용한 도시 경주는, 최현이 윤희의 집을 찾아들며, 전혀 다른 공기의 도시로 바뀐다. 

그리고 영화 자체도, 예의 홍상수 식 긴듯 아닌듯하며 '남녀 상열지사'를 향해 가는가 싶었던 방향을 정반대로 튼다. 
찻집 여주인이라기엔 너무나 해맑아보였던, 그래서 최현이 '춘화'에 대한 질문을 하는 걸로 그를 변태로 규정해도 이견이 없어 보였던 윤희에게는 홀로 지내는 집에 숨겨진 아픈 사연이 있다. 
그리고 그 사연은 최현이 여행지 경주에서 우연히 만난 엄마와 딸의 죽음으로 이어지고, 결국, '춘화'를 찾아헤맨 최현과 선배의 인연으로 이어진다. 

창문을 열면 죽음을 담은 공간 능이 항상 거기에 보이듯, 영화는 바로 우리 곁에서 숨쉬고 있는 죽음을 이야기 하고자 한다. 
장례식장, 고분의 도시 경주, 그리고 남편의 죽음으로 트라우마를 지닌 여자 공윤희, 여행지에서 만난 모녀의 죽음, 그리고 선배와 함께 농했던 '춘화'를 찾아헤맨 최현의 속내까지, '해명'되어지지 않은, 그리고 해명할 수 없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영화<경주>는 건넨다. 
그래서 가장 무료하게 시작된 경주의 여행은, 영화 말미에 가면 가장 둔중한, 죽음을 함유한 삶에 대한 고찰과 천착으로 귀결된다. 

2014년  12월2일자 한겨레의 이명수의 사람 그물은 세월호 부모님들의 심리 치유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이제는 세상에 없는 아이의 생일상차리는 엄마, 그런 엄마와 함께 아이의 존재를 기억해주는 사람들, 세상의 사람들은 아이의 존재를 '무'로 돌리기에 급급하지만, 아직 아이와의 정신적 탯줄을 끊어내지 못한 엄마는 아이를 잊을 수 없다. 그래서 사람들이 아직도 아이를 잊지 않고 함께 기억해 주는 것만으로도 엄마는 위로를 받는다. 이명수는 말한다. 하나밖에 없는 아이를 잃고 '왜 살아야 하나'란 질문에 답을 얻지 못하는 부모님들이 아이가 돌아올 시간 현관문을 열지 않고 버티는 시간, 이별과 슬픔에 집중할 수 있는 그 시간을 함께 해주는 것이 치유라고. 

다시 영화<경주>로 돌아와서, 장례식장에서 시작된 영화는 내내 죽음의 존재를 배경으로 깔면서도 능청스럽게 삶의 일상을 밀고 간다. 하지만, 밤이 드리워지고, 홀로 남은 윤희가 괴로워하듯, 죽음을 배제시킨 온전히 삶으로만 충만된 삶은, 죽음을 겪은 사람들에게는 더 고통이다. 더구나 영화 속 죽음들은 '병명'은 있되, 이유는 분명치 않다. 장률 감독은 말한다. 죽음은 결국 그렇다고. 
영화<경주>는 도시를 품은 드리워진 고분들을 통해 말한다. 죽음을 배제하지 말라고, 우리 곁의 죽음을 받아들이라고. 그리고 그건, 장례식장 조문이 아닌, 선배의 진심이 흘러든 '춘화'를 찾아들은 최현의 행보에서 찾을 수 있다. 

물론 영화는 잠시 만난 전 애인의 남편의 추적을 피해 허겁지겁 경주를 떠나는 최현의 행보로 마무리된다. 뭔가 사연을 이룰 것같았던 최현과 윤희의 사연도 최현 아내의 전화로 중지된 채그뿐이다. 삶은 여전히 그렇게, 속물적인 듯 지속된다. 하지만, 즉물적 삶의 창문을 열면, 거기 미처 해명되지 못한 채 숨쉬는 죽음이 있다. 현재 우리의 삶은 그렇다. 


by meditator 2014. 12. 5. 18:07

'학력이 뭐 대단한 건가, 진실하게 살면되지

 인생, 가던 길을 다시 되돌아와서 다시 시작하는 것도 괜찮은 거 같구나!'

이 시는 불과 2년 전 처음 한글을 배운 오승주(68세)가 할머니가 쓴 시이다. 오승주 할머니는 시를 쓰면서 마음의 그림자를 옮겨 적어, 고단한 인생, 원망스러웠던 과거와 비로소 이별할 수 있었다고 한다. 또한 인생에 자신감이 생겼고, 그 어느 때보다 인생을 즐겁게 살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자식들에게조차 한글을 모르는 걸 숨겼던 오승주 할머니를 변화시켰을까? 
바로 '인문학'이다. 라틴어로 휴마니타스(humanitas), 인간을 탐구하는 학문, 그것이 바로 인문학이다. kbs1에서는 12월 2,3,4일, 밤 11시 40분, <세상을 바꾸는 생각 후마니타스>를 3회에 걸쳐 방영, 이 시대 인문학의 존재를 들여다 보고자 한다. 


총 3부로 나뉘어진 <세상을 바꾸는 생각 후마니타스>의 1부는 '우리 동네 소크라테스'이다. 경북 칠곡군의 작은 마을 학상리와 어로 1리의 인문학적 변화를 다큐에 담는다. 
2004년 평생 학습 도시로 지정된 칠곡군의 정책에 따라, 칠곡군의 마을들은, 각 마을 별 특색을 살려, '인문학적' 학습들을 지속해 왔고, 그 결과 '기적'이라 할만한 놀라운 변화를 가져왔다. 
흔히 마을 회관, 노인정이라고 하면, 노인분들이 모여, 낮이면 심심풀이 화투나 치는 곳으로 인식되는 것과 달리, 학상리의 마을 회관은 '카페'가 되었다. 어로1리는 '학당'이다. 
이곳에서 벼농사를 짓던 60대 이상의 노인들은, 글을 배우고, 시를 짓고, 연극을 한다. 이를 통해, 고달팠던 인생을 진솔하게 되돌아 보고, 자신의 삶에 자부심을 가지게 되었다. 8살에 식모살이를 시작했던 72세의 박정숙 할머니는 먹고 사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 '쓸데 없는' 인문학을 배우면서, 그녀 자신이 궁금해졌다고 한다. '마을 해설사'란 새로운 직업도 얻었다. 여전히 '도서관'을 드나들며, 배움을 멈추지 않는다. '명랑 소녀 성공기'란 시집에 담긴 그녀의 인생은, 고난과 역경이 아니라, 자부심의 결정체다. '인문학'이 없었다면 도달 할 수 없는 결과물이다. 

2부에서는 '인문학으로 상상하다'를 통해 우리 사회 각 분야 인사들의 '인문학'을 다룬다.
샤워기 제조업체 류인식 대표는 시간이 나면 경기도 도자 박물관을 찾아, 이제는 너무 봐서 낡은 해설서를 보며, 전시물을 감상한다. 매주 월요일 서른 명 남짓의 직원을 모아놓고 시을 읽고 인문 공부를 한다. 그런가 하면 매주 수요일 ceo를 위한 인문학 교실도 거르지 않는다. 사무실 한 켠에 빼곡이 꼿혀있는 낡은 시집이 보여주듯, 인문학에 대한 그의 애정은, 사업에 대한 그와 그의 직원들의 생각을 전향적으로 변화시켰다. 덕분에, 샤워기라는 단일 품목을 생산하는 이 업체는 독특한 디자인과 다양한 성능을 구비한 샤워기로, 1억불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컬럼비아 대학 영문학과 수석 졸업의 영광을 누린 박정현의 인문학 사랑도 여전하다. 일찌기 '빨강 머리 앤'으로 부터 시작된 그녀의 영문학에 대한 사랑은, 손때가 묻은 톨킨의 저서로 이어지고, 교포 친구들과 하는 독서모임으로 이어진다. 이런 가수의 인문학 사랑은, 팬클럽의 '박정현이 읽으면 우리도 읽는다'라는 취지의 '박정현 북클럽' 탄생을 낳는다. 그녀에게 '문학에 대한 사랑'은 거창한 영감이라기 보다는, 익숙한 삶의 일부분이자, 늘 내면 세계를 자극하는 상상력이다. 
실크로드를 떠돌며 변경의 삶을 다룬 사진 작가 이상엽은 말한다. 사진은 찍는 사진기와 기술에 따라 더 잘 찍을 수는 있찌만, 무엇을 찍었는가 그 핵심은, 대상을 잘 알고 모르는가에 따라 차이를 이룬다고. 그래서 이상엽은 자신이 찍는 피사체를 이해하기 위해 역사 등 인문학을 공부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스포츠 월드

마지막 3부는, '인문학의 놀이터'를 통해 인문학을 잉태해내는 여러 도서관과 인문학 모임을 살핀다. 
우리 나라의 도서관 이용율을 oecd 여타 회원국들에 비해 현저히 낮은 편이다. 사느라 바쁘고, 이용 필요성을 구태여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 통계로 드러난다. 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택한 이유도 대부분 공부를 위해서이다. 하지만, 도서관은, 입시 준비나 취직 준비를 하는 곳이 아니다. 우리 삶에 대한 질문과 해답을 주는 곳, 그곳이 바로 도서관이다. 
이를 위해 세계 각국의 특색있는 도서관을 찾아본다. 핀란드의 도서관은 어릴 때부터 예술 교육을 담당하고, '시생성기'등, it 블루오션과 결합된, 재미있는 신세계를 누릴 수 있는 곳이다. 실업자들이 즐겨 찾는 곳이 된 영국의 도서관에서는 실업자들에게 필요한 지식은 물론, 그들을 위한 각종 취업 정보도 전해준다. 그런가 하면 이제 막 걸음마을 뗀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매개로 한 각종 노래와 게임을 통해, 책에 친숙해 지도록 만드는 곳이기도 하다. 쇄락해 가는 도시 스코틀랜드의 부흥을 이룬 근거지는, 바로 스코틀랜드의 오래된 도서관이다. 경북 영주의 공공 도서관은 '길 위의 인문학'프로그램을 통해, 우리 고전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곳 그 어느 곳이던 마다치 않는다. 
알랭 드 보통 등이 만든 '인생 학교'에서는, 상대방에게 거절하는 법 등 삶에는 구체적으로 필요한 인문학 강좌를 연다. 길담서원에서는 클래식강좌에서 부터, 사람들이 배우고자 하는 그 무엇이든 '배움의 대상'이 된다. 

이렇게 시골 구석의 할머니에서 부터, 명사들, 그리고 해외 여러 곳을 누비며 찾아다닌 '인문학'의 흔적을 통해 다큐가 모색하고자 하는 것은, 왜 인문학일까? 하는 것이다. 식당을 하는 주부는 바쁜 틈틈이 소설 책을 읽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아픈 남편과 생활고를 시달린 그녀를 버티게 해준 것은, 바로 그 '인문학'이었기 때문이다. '인문학'을 접한 할머니는 말한다. 먹고 사는데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쓸데없는' 인문학으로 인해 '삶의 내면을 채우고 싶은 욕구'가 들었다고, 그러면서, 스스로 자신의 즐거움을 찾을 힘을 가졌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런 자신이 행복하다고도. '쓸데없다'는 인문학이 삶의 의미를 재부여하고, 삶의 활기를 되찾아 준다. 사진작가 이상엽은, 그래서 인문학을 사람답게 사는 삶에 대한 욕망과 갈망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인문학'을 통해, 무의미한 삶에 의미를 찾고, 그 사람들이 모여, 쇄락해 가던 도시와 마을이 새로운 이름을 찾아간다. 

다큐를 통해 본 '인문학'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할머니들이 글을 배우고, 시를 짓고, 연극을 한다. 아이들이 이야기를 모티부로 한 노래를 하고 그림을 그린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기왕이면 좋은 일'을 하기 위해, '인문학'이 가미된 사업은, 헌 옷을 새롭게 업사이클하여 패션을 만들고, 거리로 나선 학자는 사람들에게, 우리의 역사를 알린다. 공익을 위한 건축물에 광고를 곁들여 사업이 되기도 한다. '사람사는 재미'가 바로 인문학이다. 

물론, 인문학에 대한 극찬만이 이어지는 건 아니다. 일찌기 '인문학 열풍'이전부터, 자신의 건축에 인문학적 사고를 결합해 온 건축가 승효상은, '열풍'과, '트렌드'가 된 인문학을 경고한다. 상업화된 인문학, 속물화된 인문학을 경계한다. 삶의 의미를 충만하게 해줄 '인문학'은 필요하지만, '유행'이어서는 곤란하다고 안타까워 한다. 

그러나 더 안타까운 건, '유행'이 된, 트렌드가 된 인문학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책 읽을 시간도 없는, 책 살 시간도 없는, 제 값 받고 책을 팔기 힘든 우리의 현실이다. 그리고, '인문학 열풍'이라며, 그것을 다룬 다큐를, 드라마 끝나고, 예능이 끝나갈 밤 11시 40분이나 되어야 볼 수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이래서야, 인문학의 '人'자나 제대로 향유해 보겠는가. 


by meditator 2014. 12. 5. 11:30

'외딴 곳에 모인 다섯 쌍의 커플, 그들에겐 이상한 과제가 주어진다. 그건 바로, 본인의 연애 상대가 누군인지 숨기는 것! 누구보다 가깝게 지내던 그 혹은 그녀와의 낯선 3일이 시작된다'

스릴러 소설, 혹은, 라이어 게임의 한 단계와도 같은 이 문구는 새로 시작한 jtbc의 예능<비밀 연애>의 기획의도이다. 프로그램의 부제도 '사라진 연인들'이라니, 무시무시하다. 

외딴 곳의 아름다운 팬션, 그 거실에 모인 다섯 명의 여자들, 딩동 벨이 울리고, 한 남자가  그녀들 앞에 나타난다. 그는 바로 사진을 통해 그녀들이 뽑은 호감 1순위, 1위를 한 그는 당당하게 소파에 앉은 다섯 여자 중 한 명을 선택해 그녀의 옆에 앉는다. 그가 선택한 그녀, 그녀가 그의 연인일까? 진실은 누구도 모른다. 차례차례로 등장한 남자들이 한 명씩 여자를 선택하고 그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에 맞춰 그녀의 옆에 앉는다. 그들의 이름도 모른다. 그저, 사진을 보고, 그녀들이 떠올려 낸, 고지용, 강백호, 이적, 김지훈, 온유 등이 그들의 닉네임이 된다. 여자들도 다를 바 없다. 커플이 정해지고, 그녀 앞에 놓여진 이름표를 뒤집으니, 거기엔, 정니콜, 구하라, 박규리, 강지영, 한승연 등 다섯 카라 멤버들의 이름이 쓰여있다. 

선남선녀들이 짝을 이뤘으니, <짝>이라도 찍는가 싶었는데, 그게 아니란다. 그들 중 누가 진짜 연인인지를 밝혀내라는게 미션이다. 함께 장을 보고, 음식을 하고, 서로의 얼굴을 그려 주고, 사연을 읽어가면서, 은연 중에 드러난 커플의 징후를 예리하게 포착하여, 그들 중 한 커플을 하루에 한 팀을 탈락시키는 것이 그날의 미션이다. 만약 커플을 잡아내지 못한다면? 그렇다면 그들 중 한 사람이 그곳을 떠나야 한다. 떠나기 아쉬운 이유는? 상금, 바로 최후의 생존 커플 남겨진 천 만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상금때문이다. 물론 커플에게만이다. 둘 중 한 사람만이 생존하면, 상금은 훨씬 줄어든다. 

tv리포트

덕분에, 선남선녀들이 새롭게 만나 한 커플이 되었는데도, 자신의 짝은 물론, 상대방 짝의 동정까지 하나라도 놓칠까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 '고지용'을 안다는 이유를 들어, 예리하게 나이를 추적하고, 때로는 상대방을 떠보는 말도 불사하고, 어림짐작으로 눙쳐보는 건 예사다. 실제 하루를 보내고 나서 한 팀의 커플을 탈락시키는 시간이 되어 합의를 하는 과정에서 나온 증거는 사소한 말 실수, 상대방의 말이나 행동에 숨길 수 없었던 사소한 반응들이었다. 하루 종일 촉각을 곤두세웠던 열 명의 남녀들을 기가 막히게, 자신이 아닌 실제 커플의 징후들을 예리하게 읽어냈다. 

첫 선을 보인, <비밀 연애>는 <짝>인가 싶었는데, 일반인들이 참가한 <지니어스 게임>에 가까웠다. 단지, 누가 커플인가를 밝혀내는가가 미션으로, 실제 연인들인 그들의 사랑이 게임의 화두가 되었을 뿐, 서로를 탐색하고, 속고 속이기 위해 진력하는 과정을 통해, 다음 단계로, 최종 우승 상금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다르지 않다. 그래서, 자신의 연애를 하소연하는 사연에 대해 연애 상담을 하는가 싶으면서도, 서로 누가 진짜 연인인지 짝대기를 긋느라 여념이 없다. 용의자가 된 출연자가 가장 그럴듯하게 자신의 결백을 둘러대던 <크라임씬>과 계보를 같이 하는 프로그램이다. 드라마 <라이어 게임>, 그리고 그것을 모티브로 하여 만들어져 시즌을 계속하고 있는 <지니어스 게임>의 일반인 버전, 연애 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 

첫 회, <비밀 연애>를 보면서 든 첫 번 째 생각은, 천 만원의 상금은 어마어마하지만, 그걸 위해, 진짜 커플들이 자신들의 연애를 속이면서 이 게임에 참가하는 이유는 어쩐지 씁쓸하다. 이미 첫 회에서 등장했지만, 카톡을 너무 자주 해 피곤하다든가, 모임이 너무 많아 만나니가 힘들다던가, 심지어 엄지 손가락으로 코를 쑤신다던가 하는 식의 연애 사연이 커플 자신들의 위기로 작용할 수도 있는, 그리고 진짜 연애 상대자가 아닌 다른 사람과 눈빛을 교환하는 그 이상의 미션이 주어질 수도 있는 그 상황을 선택한, '요즘'의 연애가 이해하기 힘들었다. <마녀 사냥>의 위조된 목소리로 연인의 사연을 들려주는 건 양반인가 싶다. 
연인이기에, 첫 번째 탈락한 커플에서도 보여지듯이, 떨어진 사람들이 오히려 홀가분해 하고, 자신들의 사랑은 속일 수 없었음을 자부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탈락해야, 더 사랑하는 증거가 되는 이 묘한 게임의 우승 상금이 어느 커플에게 주어진다 해도, 자신들의 연애를 깜쪽같이 속인 그들이 정말 부러운 연인이 될까? 연인 같지 않아 주어진 천 만원의 상금, 이들의 연애를 성공적이라 말할 수 있을까?

가상의 스토리가 아닌, 진짜 자신들의 연애사를 속이면서까지 우승 상금을 거머쥐기 위해 달려가는 커플들의 해프닝은 리얼리티 쇼의 또 한번의 진화다. 하지만 어쩐지 웃픈 진화다. 드라마 <라이어 게임>의 매 단계 승자였고, 최종 우승자가 된 것은, 거짓말을 못하는, 그리고 자신보다 남을 더 생각하는 남다정이었고, 그런 남다정을 둘러싼, 하우진과 강도영의 진실 게임은 바로 '진실'을 향해 가는 <라이어 게임>의 묘미였다. 속고 속이는 <지니어스 게임>이나, <크라임 씬>도 서로가 치열하게 속고 속이지만, 그것이 만들어진 상황, 가상의 게임이라는 것이 바람막이가 된다. 하지만,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간, <비밀 연애>는 그, 그녀들의 진짜 연애를 담보로 삼는다. 그것이, 이 프로그램의 묘미가 되고, 재미가 되지만, 그래서, 위험하고, 아쉽다. 그렇게 이젠 누군가의 연애사까지 담보로 한 오락 프로그램이 만들어 져야 하나 하고. 재미로 하는 건데, 라지만, 재미로 그런거 까지 해? 라는 반문이 떠오르게 된다. 

<라이어 게임>, <지니어스 게임> 그리고 <크라임 씬>에, 이제 <비밀 연애>까지 '추리'와 '유추'라 프로그램의 관건이자, 재미라지만, 그 과정에서, 중요 매개가 되는 건, 서로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속고 속여야'하는 그것이, tv  프로그램의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인간세상의 가장 적나라한 속살을 드러내기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묘미를 가지지만, 낱낱이 드러내는 속살들이 민망한 건 어쩔 수 없다. '속고 속이는' 인간의 한 속성이, 시대적 상황에 부응하여 더욱 부각되고, 강조되는 것 같아 아쉬운 것이다.  


by meditator 2014. 12. 4. 11:11

12월 2일 8시 50분 kbs2tv를 통해 또 하나의 파일럿 프로그램이 찾아왔다. 다행히도 이번에는 예능이 아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 예능 못지 않게, 아니 종종 예능이 아냐? 할 정도로 재미지다. 바로 <발칙한 사물 이야기, 다빈치 노트>이다.

 

<발칙한 사물이야기, 다빈치 노트>는 인문학 토크쇼이다.

그런데 kbs의 인문학 토크쇼는 <발칙한 사물이야기, 다빈치 노트(이하 다빈치 노트)>가 처음이 아니다.

2011년 1월부터, 2012년 5월까지 방영되었던 <명작 스캔들>은 당시 인기있었던 문화 심리학자 김정운 교수와 조영남이라는 두 문화계 거두를 필두로 하여, 미술의 명작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인문학적 이야기를 풀어냈었다.

또한 , 김정운 교수는 같은 해 소설가 이외수씨와 함께, <두 남자의 수상한 쇼, 야동>이라는 야릇한 제목으로, 우리 시대의 다양한 화두를 '삐딱하고 독특한 시선으로' 풀어내고자 한 바 있다.

이렇게 '인문학적 토크쇼'에 나름 전통을 가진 kbs가 이번엔 '사물'을 토크쇼의 주제로 들고 나왔다.

 

 

그리고 그 '사물'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사람들로, 역시나 요즘 트렌드가 되고 있는 인문학계의 인물들을 등장시켰다.

그 첫 번 째 인물은,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책은 도끼다' 등을 통해, 광고에 인문학적 사고를 부여한 것으로 화제가 되고, 그의 책을 통해 젊은이들의 당대 멘토로 등장한 광고기획자 박웅현씨다.

그에 이어, 두번 째 인물은, 요즘 한참 인기를 끌고 있는 '진화론'을 연구하고 있는 서울대 과학 철학 교수 장대익씨다. 10 여년에 걸쳐 침팬지 언어를 터득한 그는, 다짜고짜 mc인 김민정 아나운서에게 침팬지의 언어로 인사하며 딱딱할 것이라는 학자의 선입관을 넘어선다.

다음의 인물은 그의 독특한 이름보다, 그의 일러스트가 더 우리에게 익숙한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작가인 밥장이다.

마지막 인물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이, 그의 성적 취향을 넘어서, 종횡무진 <마녀 사냥>을 비롯한 각종 토크쇼의 양념으로 그 입지를 톡톡히 다지고 있는 홍석천이다.

이렇게 광고, 학계, 미술, 그리고 연예계 까지 다양한 분야의 '핫'한 인물들을 모아, 하나의 사물을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를 펼쳐가고자 한다.

 

그런데 어쩐다. 네 명의 패널이 다 아저씨들인데, 파일럿으로 방영된 방송의 첫 번째 주제가 립스틱이다.

레드와 핑크 말고는 립스틱 색깔도 구분할 줄 모르는 네 명의 '아저씨'들이 '멘붕' 에 빠졌음은 두 말할 나위없다.

그래서 <다빈치 노트>가 준비한 것은, 이렇게 인문학적 식견은 가졌지만, '남성'적 한계에 갇힌 패널들을 보충하기 위해, 모델 송해나, 방송인 김정민, 메이크업 아티스트 한우리, 뷰티 에디터 피현정이 등장했다.

이들은 때로는 '아저씨'들의 편협한 식견을 위협하고, 때로는 '인문학적'교감을 나누며, <다빈치 노트>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평균 길이 7cm, 필요에 따라 길어지며'라고 선정적인 소개로 시작한 립스틱에 대한 이야기는, 프랑스 루이 15세의 애첩 퐁피두르 부인에서 부터, 세계 제 2차 대전까지 종횡무진 역사를 다루는가 하면, 카이스트 학생들을 상대로 립스틱을 바르기 전, 후의 여자에 대한 심리 실험을 진행하고, 남미의 연지 벌레 등 성분 분석까지, 립스틱을 매개로 하여 할 수 있는 모든 이야기를 풀어내는 듯했다.

그 과정에서, 프랑스에서 개발된 립스틱이, 미국으로 건너오면서, 대중들의 전유물이 되었으며, 전쟁 통의 립스틱은, 남성들에게는 사기 진작의 효과로, 여성들에게는 남성들을 대신한 노동 인력으로서의 고됨을 달래주는 진정제라는 양면의 효과를 가졌었으며, 여전히 여성들에게는 자부심과, 위로의 효과를 주는 제일의 화장 도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즉, 립스틱이라는 사물을 통해, 과거와 현재의 사회를 짚어보게 되는 시간이 된 것이다.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은, 주제가 립스틱이었던 관계로, 때로는 방송인 김정민이 진행했던 '겟잇뷰티'같기도 했고, 홍석천의 진한 농담이 흥건해지면, 졸지에 '마녀사냥'이 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박웅현씨의 해박한 지식이 등장하면 'sbs지식나눔 콘서트 아이러브 人'이었다가, 장대익 교수의 진화론적 해석이 등장하면 흥미진진한 강의실이 되기도 하였다.

딱히 어느 한 성격을 고집한다기 보다는, '립스틱'이라는 주제로, 때로는 질펀한 농담이 오고가다, 진지하게 학문적인 분석을 해보고, 그런가 하면, 제시된 다큐 속의 진실을 파헤치기도 한다. 퐁피두르 부인의 립스틱을 가져다 달라는 유언을 단지 '미'에 대한 집착이 아니라, 당대 최고의 문화적 상징으로서의 자기 존재 확인이라는 면을 짚어 보듯이, 재미와, 그 재미를 넘어선 촌철살인의 묘미를 놓치지 않는다.

 

 

덕분에, 어설픈 그 어떤 예능보다도 <다빈치 노트>는 재밌었고, 재미를 넘어선 지식을 선사한다. 그 지식이 물론, '수능'시험에 필요한 그 어떤 것은 아니지만, 웃고 떠들고 그만인 것을 넘어, 우리 주변의 사물을 다시 한번 바라볼 수 있는 여유와 혜안을 선사하는 시간이 된 것이다. 이른바 '에듀테인먼트'의 전형적인 사례이자, 최근 다시 각광받고 있는 '스튜디오 토크쇼'와 '인문학'의 바람직한 결합이라 보여진다. 시청률과 상관없이, kbs2의 인문학적 토크쇼의 전통을 잘 이어가는 프로그램으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by meditator 2014. 12. 3. 10:01

12월 1일 <힐링 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이하 힐링 캠프)>에는 yg엔터테인먼트의 양현석 대표가 출연했다. 그의 말대로, '공황장애' 등 병적 장애와 사람들을 만나기 힘든 그의 성격에도 불구하고, <힐링 캠프> 여타 출연자 중 가장 빠르게 두번 째 출연의 기회를 맞이한 것이다. 그런 그의 빠른 출연에 대해 그는, 최근 승승장구하고 있는 yg 엔터테인먼트의 대표로서 기업, 학교 등 각종 강연 청탁의 요구를 대신하는 자리로 <힐링 캠프>를 선택했다고 출연의 변을 대신하고 있다.

 

각종 강연의 초청 요구가 빗발쳤다는 양현석 대표의 말에 어울리게, 12월1일 <힐링 캠프>는 그 이전 강신주 편처럼, 다수의 학생들을 모아놓고 질의 응답을 받는 강연의 형식으로 이루어 졌다. 그 자신의 말대로, 일찌기 중학교 이래 춤에 빠져 공부를 제대로 해본 적이 없고, 책은 거의 '난독증' 수준인 하지만 당대 둘째 가라면 서운할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대표와, 한 눈에 보기에도 대학 강의실을 고대로 옮겨 놓은 듯, 모범생의 분위기가 줄줄 흐르는 학생들의 '언밸런스'한 조합이라니!

 

거기에 경영학과 강의에서 나올 법한 질문이, 아니 언제나 그래서 이젠 제법 진부한, 성공 키워드 식는 무엇인가 라는 식의 질문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 질문에, 양현석 대표는 그 무엇도 아닌, 자신의 가슴을 여전히 뛰게 만드는 설렘을 든다. 그리고, 그가 살아온 이력에 어울리게 '스펙'을 고민하는 학생에게, (도대체 왜 애초에 양현석 대표에게 이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 모르겠지만)스펙을 고민하기에 앞서, 자신이 가장 잘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돌직구를 날린다. 심지어, 학점을 고민하는 디자인과 학생에게 이렇게 강의실에서 강의나 듣고 대기업에 취직을 고민하니 우리나라에 세계적인 디자인 그룹이 없다는 말로 도발한다. 쭈뼛쭈볏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이 두렵다던 그의 말과 달리, 학생들의 어느 멘토링 강의에서나 나올 법한 뻔한 질문에, 돌직구를 날린다. 엔터테인먼트 업계 주식 1위, sm, jyp와 함께 어깨를 겨루다, 따지고 보면 올 한 해 가장 실속있는 성과를 올린 연예기획사의 대표 답게.

 


	'힐링캠프' 양현석, 사진=SBS '힐링캠프' 방송 캡처

(조선닷컴)

 

하지만 그의 그런 돌직구가 그저 편할 리가 없다. 왜냐하면, yg 엔터테인먼트가 올 한 해 가장 풍성한 수확을 올린 것과 달리,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가장 많은 사건 사고의 당사자들이 소속되어 있는 곳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 각종 사건 사고는, 그 사고를 만약 다른 사람들이 일으켰다면 전혀 다른 형행 절차가 진행되었을 법한, 특별한 혜택을 입은 듯 보였기에, 많은 사람들의 의혹을 사기에 충분했었던 것들이었다. 그런 연예인들의 소속사 대표로서, 그의 말대로 '사과' 한번 제대로 한적이 없는 그가, 당당하게 나와, 이 시대의 대표적 멘토로서 젊은이들 앞에서 성공을 논하고 있다니 충분히 껄끄러울만 하다.

 

그런 의혹의 시선을 예상하기라도 한 듯, <힐링 캠프>는, 아닌 양현석 대표는 기존의 <힐링 캠프> mc군단을 대신해, 그와 함께 <k팝스타>를 이끄는 유희열을 '일일 보조'로 등장시켜, 세간의 껄끄러운 질문을 대신하게 한다. 일일 보조 답게 학생들이 앉은 관객 석으로 자리를 옮긴 유희열은 대번에 손을 번쩍 들며, 사람들이 사실 궁금해 하는 그 질문을 던진다. 올 한 해 yg 엔터테인먼트의 잦은 사건 사고들, 그리고, 그 사건, 사고의 해결 과정에서 보여진 석연치 않은 의문들을, 날카롭게 한 치도 피해가지 않고 묻는다.

그리고 그런 유희열의 질문에, 양현석 대표는, 그간 여러 사건에도 불구하고 변변한 사과의 자리 한번 마련하지 못했음을 다시 한번 사과하고, 어린 나이에 스타가 된 이들의 자질 부족을 시인하면서도, 한번 실수는 병가지상사이니, 너그러운 마음으로 봐주시길 바란다고 마무리한다. 또 거기에 곁들인 집안 관련 특혜 논란은,  그 자신에게 부과된 경찰서 출두 명령서를 예를 들어 전혀 그런 '특혜'와 무관함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이제는 그 설득력에서 약빨이 다한 <힐링 캠프>의 mc 군단을 대신하여, 대중적으로 공신력을 얻고 있는 유희열이란 카드를 내밀며, 그의 입을 통해 가장 궁금해 하던 질문을 서슴없이 하게 만드는, '연출' 만으로도,  양현석, 아니 yg를 둘러싼 각종 의혹은 마치 공신력 있는 해명 과정을 거친 듯 보이게 만들었다. 그저 인터넷이나, 사람들의 입과 입 사이에서 떠돌던 이야기들이, 믿음직한 유희열이란 사람의 입을 통해 드러난 것만으로도, 마치 의혹은 의혹이 아닌게 되어 버리는 효과를 낳은 것이다.

사실, 유희열의 질문에, 양현석 대표의 사과는 여전히 요식 행위와 같았고, 한번 실수를 운운한 부분은 어쩐지 낯부끄러웠으며, 경찰서의 출두 명령서로 대신한 해명은 교묘한 형식 논리같았다.

 

<유나의 거리>에 출연했던 김옥빈은, 10년 전 한 토크쇼에 출연하여 신용 카드와 관련한 물색없는 대답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그로 인해 오랫동안 벽안시되었던 자신의 처지를, <유나의 거리> 속 전과자들의 처지를 대신하여 대답한다. 그로 부터 10년 동안 어느 곳에서도 다시는 그와 관련된 발언을 하지 않은 그가, 여전히 경원시의 대상이 된 전과자들의 처지와 같았음을 하지만, 그들에게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하듯이, 자신 역시 그러해야 하지 않을까 라며, 10년이 지난 이즈음에야 에둘러 말하고 있다.

아마도, 양현석 대표의, 한번 실수 병가지상사 라는 식의 '두둔'은 김옥빈과 같은 처지에나 어울릴 법한 상황이 아닐까. 여전히 당대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그리고 당대 최고의 엔터테이너들로 당당히 존재하는 그들에게, 젊은, 아직 서툰 그들의 한번 실수란 말로는 어쩐지 눈 가리고 아웅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더구나, 형행 절차에 있어 한껏 특혜를 받은 듯한 그 과정에 이르면.

 

무엇보다 그런 일련의 과정들을 보여준 기획사의 대표가, 과연 이 시점에, 당대 청년들의 멘토로서, 굳이 두번 째 출연 기회를 <힐링 캠프>를 통해 얻은 것은, 그의 말대로 귀찮을 정도로 잦은 강연 청탁 기회로만 보이기보다는, 이른바, 논란을 공식화 함으로써 가져지는 유연 효과와, 립서비스 같은 '물타기' 효과를 노린 것은 아닌지 여전히 의혹의 눈길를 접을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씁쓸한 것은, 이후 질문에서도 보여지듯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현석 대표의 부동산 투자 비법과, 엔터테인먼트 사업 이외의 문어발 식 확장에 대한 관심에서 보여지듯이, 그 어떤 도덕적 물의에도 상관없는, 혹은, 설레임이란 말로 시작된 그의 사업적 화법과 논리적으로 전혀 궤를 같이 하지 않는, 사업적 영역에 대해서도 여전히 눈을 반짝이며 필기까지 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은, 여전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를 쟁취하는 것이 최선이자, 최고인 우리 사회 성공 신화의 속살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했다. 물론 당대 최고 엔터테인먼트의 대표로서 그가 문화적 콘텐츠에 대한 혜안을 가진 것에 대한 배움은 중요하지만, 부동산 투자와 문어발식 확장에 대한 합리화라니, 이것이 한국적 '부'의 현주소인가 싶은 것이다.

 

양현석 대표의 여러 발언은 진솔해 보였다. 에둘러 말하지 못한다는 그의 성격처럼,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최대한 솔직하게 표현한 듯 보였다. 하지만, 그 솔직함이 곧 객관적인 것은 분명 아니다.

강준만의 [감정 독재]를 보면, 그가 소개한 다수의 심리학적 이론의 기저에 깔린 것은, 인간은 자신이 겪은 상황은 주관적으로 해석하는 반면, 타인의 상황에 대해서는 그 행동을 중심으로 냉정하게 평가한다는 것이었다.

양현석 대표의 경우가 딱 그것이 아니었을까? 철물점을 하시던 아버지의 성실함을 배운, 그리고 타고난 감으로 승부수를 던져 오늘의 자리에 오른, 이제는 당대 최고라 해도 어색하지 않을 그의 이야기들은, 어쩐지 수능 1위를 한 학생의, 그저 교과서를 보고 열심히 했어요 같은 발언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이미 당대 '권력'과 '권위'가 된 그의 조촐한, 그리고 도식적인, 때로는 아이러니한 성공기는 당장에는 달콤하지만, 돌아서면 '진짜?'라는 질문을 던지게 하는 시간이었다.

더구나, 자신의 꿈을 쫓다가는 굶어죽기 십상,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봐도 취직 조차 하기 힘든 불황과 청년 실업이 한껏 짖누르고 있는 청춘들에게, 입지전적인 그의 성공기와 도발적인 그의 선택들이 과연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런지. 그리고 정말 그의 말대로 그런 담백한 성공 스토리만이 해법이었는지, 진짜 꿀딴지는 다른 곳에 숨겨 놓은 것은 아닌지, 자꾸 그런 생각이 들게 했던 양현석 대표의 두번 째 <힐링 캠프> 방문이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아쉬운 것은, 최근 <힐링 캠프>의 행보이다. <무르팍 도사>가 사람들의 시선에서 멀어지기 시작한 것은, 각종 물의를 빚은 사람들의 '면죄부'를 주기 시작하면서 부터이다. 사람들은 무르팍 도사의 청천벽력같은 질문을 그 언제부터인가, 면죄부를 향한 요식 행위로 여기기 시작하면서 부터 <무르팍 도사>의 신기에 대한 믿음은 줄어들기 시작했다. <힐링 캠프>도 마찬가지다. 이경규의 돌직구로 부족해서, 이제 유희열이란 대중의 신망을 얻은 이미지까지 동원한 돌직구들이, 진솔한 해명이 아닌, 누군가의 면죄부를 위한 요식 행위가 된다면, 그리고 그런 일들이 지난 번, 손연재의 출연처럼, 거짓 요식 행위로 판명된다면, <힐링 캠프> 스스로 어쩌면 이미 다한 생명력을 더욱 고사시키는 길을 자초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by meditator 2014. 12. 2. 10:48

다이어트와 성형이 21세기 대한민국의 가장 잘 나가는 사업이 되었다. 이미 충분히 말라보이는 여성들은 그럼에도 불구하여 여전히 '살을 빼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고, 성형은 이제 젊은 여성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중년의 여성도, 남성도, 젊은 남성도, 이제 '시술' 정도는 성형이 아니라 입을 모아 말한다. 

왜 이런 세상이 되었을까? '아름다움'이 이 시대 '적자 생존'에 필수품으로 자리잡기 시작했기 때문이 아닐까? sbs스페셜은 창사 특집으로, 우리 시대가 골몰하고 있는 '아름다움'에 대해 논해보고자 한다. 

첫번 째 서두를 땐 것은, '권력이 된 아름다움'이다. 11월 16일 11시 15분에 방영된 1부, 美, 권력을 탐하다는 소비 문화의 확산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확산 일로에 있는 아름다움에 대한 탐미적 집착의 현재와 과거를 짚어본다. 


아름다움의 정점은 정점은 미인대회에서 찾아볼 수 있다. 미인대회 수상자를 많이 내기로 유명한 베네수엘라의 아이들은, 우리 나라의 아이들이 입신양명을 위해 입시 학원을 찾듯, 미인 양성 학원을 찾는다. 미인 대회에서 우승만 하면 바로 돈과 권력이 찾아들기 때문이다. 미국 시카고 부촌에 이십대의 켄이 살 수 있는 건, 바로 그가 성형을 통해 획득한 바비 인형 남친을 닮은 외모 때문이다. 
하지만, 아름다움이 돈과 권력을 낳는 것일까?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와네트가 사용했던 불편하기 짝이 없는 가발과 코르셋은 당장 귀족들 사이에 유행이 되곤 했다. 일본 귀족들 사이에 유행한 검은 먹물로 칠한 이도 마찬가지다. 돈과 권력이 오히려 개연성없는 아름다움을 부추키기도 한다. 
이렇게, 아름다움과 부와 권력은 서로 밀고 당기며, 인간의 역사를 꾸려왔고, 많은 사람들이 그 물결에 기꺼이 자신을 내맡겨 왔다. 

그렇다면 왜 인간은 아름다움에 집착하게 되었는가? 그 유래를 11월 23일 방영된 2부 생존의 비밀이 밝힌다. 
아름다움과 생존의 관계에 대한 서론은 코소보의 신부 화장으로 시작된다. 결혼식날 화려한 베일이 벗겨지고 나타난 신분의 얼굴, 잔뜩 회칠을 한 듯한 허연 얼굴에, 점점이 얼굴을 가득 채운채 분포되어 있는 빨갛고 파란 점들, 그리고 양쪽 볼 중앙을 채운 문양, 아름답다기 보다는 이방인의 눈에는 기괴하다고 느껴지는 이 화장에 신부의 친구들과 신랑, 친척들은 감탄을 금치 못한다. 거기엔 평범한 아름다움의 시각으론 설명할 길이 없는, 코소보 문화의 사연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 화약고 발칸 반도에 자리 잡은 코소보에서도 소수 민족에 속하는 신랑과 신부, 이 소수 민족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생존, 그것을 위해, 그들이 신성한 결혼을 통해 비는 것은, 다산과 생명이다. 그리고 기괴하게 보이는 신부의 화장은, 바로 그런 그들의 소망을 가장 상징적으로 표현한 결과물이다. 
이렇게 문화에 따라 달리 나타나는 '아름다움'의 근원을 찾아들어가면 궁극적으로 만나게 되는 것은, 바로 '생존'이라고 다큐는 말한다.
아프리카 에디오피아 보디족의 남성이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거대한 배를 유지하고자 하는 것도, 타지마할의 완벽한 대칭도, 그리고 인도 락슈미 축제의 갖가지 문양도, 모두 인간의 안전한 생존과 유지를 지향한다. 먹고 살기 힘든 시절의 육중한 몸, 균형잡힌 신체가 지니는 건강성, 그리고 오랜 삶을 누리는 갖가지 것들의 모사는, 딱히 다른 동물군에 비해 특출난 신체적 특징이 없는 인간이 험난한 역사 속에서 생존할 수 있었던 지혜의 원천 중 하나이다. 신석기 시대를 살던 인간의 유전자가, 여전히 생존을 위해 '비만'을 지향하듯, 선사 시대 이래 생존에 성공한 인간의 문화는 저마다, 생존의 지혜를 문화의 흔적으로 남긴다. 



생존의 흔적이요, 그래서 부와 권력의 증표가 된 아름다움, 하지만, 그 아름다움은 인간의 역사가 흘러감에 따라, 질곡이 되어 나타난다. 어린 시절부터 미인대회에 몰려드는 아이들처럼, 아름다움에 탐닉한 인간들은 그 아름다움에 짖눌리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그에 대한 대안은 없는가. 그것을 3부, '美는 자유다'가 말하고자 한다. 

네팔의 살아있는 여신이 된 아이 쿠마리, 여신으로 칭송받기 위해 겨우 다섯 살 남짓한 아이를 자유를 포기한다. 말도 하지 못한 채 하루 종일 사원에 갇혀 여신처럼 화장을 한 채 하루를 보내야 하는 것이다. 아이에게 성장은, 곧 여신의 지위 박탈이다. 자유는 주어지지만, 여신으로 길들여진 아이에게, 적응해야 할 사회는 버겁다. 
이렇게 여신과 그녀에게서 빼아겨진 자유를 통해, 美와 자유를 대비시키며 다큐는 시작된다. 그리고, 아름다움 대신, 자유를 택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넘어간다. 55세의 도날루와 친구들은 나이든 자신들이 육체를 한껏 내보인 뮤직 비디오를 선보여 유투브에서 화제에 올랐다. 평생 날씬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느라 섭식 장애를 겪은 도널루는 세상이 요구하는 미의 기준이 자신과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됨으로써 비로소 자유로워졌고, 그런 자신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세상 사람과 공유하고자 한다. 
美에 대한 자유는 기준의 자유를 의미한다. 영국을 대표하는 작품을 전시하는 트리팔가 광장에, 밀로의 비너스와 실제로 닮은 구족화가 앨리슨 래퍼의 임신한 나신상이 전시되었기 때문이다. 처음에 반대를 하던 사람들도, 시간이 흐르자, 그녀의 몸을 인정하고 각자가 가진 편협한 美에 대한 기준을 달리하기 시작했다. 밀로의 비너스처럼 양 팔이 없이, 거기에 짧은 다리를 가진 앨리슨 래퍼의 당당한 삶은 그 자체로 새로운 자유로운 美의 기준을 제시한다. 
8월의 네바다 사막 40도가 넘는 기온을 넘나드는 이곳에서 일주일 간 갖가지 전시물을 선보이는 사람들, 마지막 날 자신들의 작품을 불태우며 '자유'의 궁극을 누린다. 이들이 추구하는 자유는, 작품이 아니라, 작품을 하는 과정에서 사람들과 나누었던 행복한 교감,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3부작 '아름다울 美'3부작은 미에 대한 인류학적 보고서다. 미의 유래로 부터 시작하여, 미의 의미, 그리고 그 미래적 담론까지, 전세계를 누비벼 거시적, 혹은 미시적으로 훑어 내린다. 특히 다양한 지향, 혹은 통념을 거스른  미적 가치에 대한 재고, 그리고, 미적 성취물이 아닌, 과정으로서의 '자유'가 된 美는 생각해 볼 여지를 많이 남기는 철학적 화두로 남는다. 단지 아쉽다면, 그런 거시적 담론이, 지금, 현재 대한민국이란 곳에서 어떤 의미로 공유되고 있는가를 함께 짚어 주었다면, 조금 더 현실적인 美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거란 점이다. 전세계 거기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야기들이, 우리의 이야기가 될 수 있는, 아름다울 美의 한국편을 기대해 본다. 



by meditator 2014. 12. 1. 1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