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밤, 아니 새로이 하루를 시작하는 12시 20분에 지난 15년간 꾸준히 찾아온 '지식 보따리'가 있다. 바로 EBS의 지식 채널 E이다. 정보의 흡수가 보다 빨라지고 '인스턴트'화 되어가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한 꼭지당 겨우 5~6분여의 시간이다.  그럼에도 인문, 사회, 과학, 예술의 내용에 있어서는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진지하게 세상에 대한 해석을 해왔다. 코로나로 한 해를 보낼 즈음 <지식 채널 E>는 시민들과 콜라보로 '브이 로그' 11부작을 마련했다. 코로나 시대를 살아온 시민들의 삶을 그들의 목소리와 영상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한 것이다. 

 

 

코로나의 일선에서 
12월 30일 12시 20분, 아니 2020년 마지막 날인 31일 0시 20분 11부의 <지식 채널 E 연말 특집 11부작 2020을 살다>는 올 한 해 잠시도 멈출 수 없었던 사람들, 의료진들의 이야기 <#덕분에 #고맙습니다>로 마무리되었다. 

선별 진료소의 하루는 레베 D 방호복 환복에서 부터 시작된다. 6월 외부의 온도는 23도 정도지만 환복을 마치기도 전에 이미 한증막 속에 있는 듯하다고 호소하는 의료진, 하지만 한증막같은 방호복이 그들의 '업무'를 막을 수는 없다. 

감염의심자의 입장에서는 낯선 곳, 낯선 의료진에게 코와 입을 찔려야 하는 당혹스러운 상황, 그들을 의료진들은 많게는 하루 120명을 상대하며 지난 1년을 보내왔다. 일요일 35명의 방문자가 반가운 현실, 격리 병동이라고 다를까, 3명의 환자가 기쁜 소식이 되었다. 

코로나로 인한 격리 병동이지만, 간호사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몸을 감싼 방호복을 제외하면 언제나 그들이 맞이했던 똑같은 환자들이다. 십년 동안 감호사 생활을 해왔던 심수진 간호사는 올 1월만 해도 이제 그만 이 일을 그만두려 했었다.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던 심간호사가 번번히 맞이해야 하는 죽음들에 허탈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코로나가 번성하고, 심간호사는 심기일전 다시 그 현장에 파견을 나섰다. 방호복을 겹겹이 싸맨채 코로나 감염의 위험을 상대한 제 일선이지만 심간호사는 아직은 내가 도움이 되는 사람이구나란 직업적 소명 의식을 다시 회복했노라 소회를 전한다. 

그런 의료진들의 맞은 편에 코로나 확진자의 이야기 <15일, 아주 특별했던 시간>이 있다. 해외 출장 나흘 전 확진 판정을 받은 JOEY KIM님, 감염 경로도 모른채 입원을 했다. 

빵과 우유로 한 첫 식사이후 홀로 이어간 식사 시간, 이후 정해진 시간 체온과 혈압, 산소 포화도를 스스로 재서 기록하는 일과, 미각과 후각이 사라지더니 가슴, 위의 통증과 두통, 마른 기침의 증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5일차가 지나가며 어제와 비슷한 창밖, 비슷한 메뉴의 음식들, 멈추어버린 듯한 시간들, 멈출 수 없는 업무, 하지만 그 비슷한 것들이 다시 시간을 지내며 달라진 하늘로 다가왔다. 15일차, 드디어 음식 냄새가 맡아지고, 열도 떨어졌다. 홀로 싸워냈던 시간  JOEY KIM님은 그 시간이 일에 치어 들여다 보지 못했던 자신의 마음과 대화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에 감사했던 이라고. 

 

 

코로나가 멈추게 한 일상 
코로나는 우리의 많은 것들을 바꾸어 놓았다. <지식 채널 E 연말 특집 11부작 2020을 살다>의 첫 스타트를 끊은 건 <사는 건 영화 같지 않아서>이다. 

부모님이 20년째 해오던 국밥집을 의욕적으로 리모델링하고 영업을 해온지 5년 째 서용대 씨는 코로나에 직격탄을 맞았다. 오피스 상권에 휘몰아닥친 '재택 근무'는 수입을 50%나 급감시켰다. 폐업률이 66.8%인 시절에 매일 차악을 갱신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접어야 하나 고민하던 용대 씨는 그래도 단골 손님들이 찾아주시던 부모님 시절의 국밥집으로 돌아갔다. 자영업을 하는 47.4%, 직장을 다니는 22.1%가 투잡을 해야 하는 시절, 그래도 가족이 있어 이 시절을 버틸 수 있다는 용대씨,  아내가 하는 작업의 조수 일을 병행하기로 했다. 배달과 택배도 생각해 보려 한다.

투잡러를 넘어 쓰리잡러가 된 청년도 있다. <스리잡러 아시나요>의 진성 씨는 고2 때부터 아르바이트로 학원비를 댔다. 1주일에 한번 하는 분리수거물을 보니 엄청난 에너지 음료, 그 에너지 음료를 마시며 그는 2019년의 여름을 났다. 새벽부터 시작된 택배, 할부로 차를 사서 시작한 택배일은 4차 배송까지 이어진다. 그리고 집에 와서 샤워를 하자마자 바로 다시 시작된 배송 대행 아르바이트. 짬짬이 패스트푸드 점 알바도 한다. 하지만 휴가도 없이 살던 그의 일상이 멈췄다. 택배와 배송 대행 아르바이트를 하는 그가 접촉자가 많다는 우려만으로 택배 일을 짤렸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인해 멈춰진 일상은 <마지막 비행>의 이수지 씨 역시 마찬가지다. 두바이에서 항공사 직원으로 일하던 이수지 씨, 지난 9개월 간 4번 비행을 했다. 그리고 예상했던 일이 그녀에게 닥쳤다. 지난 6년 동안 빼곡하게 채워졌던 비행 수첩, 그리고 세계 각국의 동료들, 그들과 함께 이제는 꿈과 같이 여겨졌던 비행의 시간들, 그 모든 것을 뒤로하고 이제 이수지 씨는 직원이 아닌 승객으로 마지막 비행을 한다. 

 

 

코로나로 인해 달라진 것들 
<나는 이 시국에 고3입니다>는 제목 그대로 올 한 해 코로나로 인해 가장 마음을 졸였던 고3 '도나미'와 친구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미루고 미루어 더는 미룰 수 없어 꽃피는 4월의 개학, 하지만 도나미는 학교를 가는 대신 컴퓨터 앞에 앉았다. 입장에서 부터 선생님도 친구들도 '인증'부터 코메디가 되는 상황을 겪으며 그 힘들다는 고 3의 생활을 홀로 시작한다. 고 3이라는 시절 자체가 부담인데, 거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찾아온 코로나로 인해 줌 수업을 했다, 학교를 나갔다 뒤죽박죽인 1년 여를 보내고, 그래도 사상 최초로 연기된 수능 시험장에 들어섰다. 

하지만 그 어려운 수능을 마치고 대학을 입학했다고 달랐을까? <당신이 보지 못했던>은 시각장애인으로 대학생 우령 씨의 이야기를 그린다. 개강 한달 전 일찌감치 기숙사에 온 우령씨, 하지만 코로나는 시각장애인 우령 씨의 일상에 또 하나의 장애물이 되었다. 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붙여놓은 바이러스 방지 테이프가 손끝의 감각을 막아 기숙사 층을 찾아가는 것부터 혼란스럽다. 

온라인으로 시작된 개강, 화면 해설 프로그램을 통해 컴퓨터를 이용하는 우령 씨에게 온라인 강의실 입장부터가 '미션 임파서블', 결국 휴학을 해야하나 하는 고민에 빠지게 만들었다. 

 

 

코로나는 그곳에도 
코로나는 나라를 차별하지 않았다. 번잡하던 뉴욕 맨해튼도, 화려하던 파리도 멈춰서게 만들었다. <외국에서 부친 편지>는 뉴욕 생활 7년차 최이은 씨와 , 파리 생활 13년차 김지아 씨를 통해 그곳의 코로나 이야기를 전한다. 

마트에 가려면 서류와 신분증이 있어야 하는 파리, 입장 인원마저 제한이 된다. 그런가 하면 휴지도 1인당 한 개씩인 뉴욕의 마트에서는 식재료를 구하기 힘들어 내일 당장 먹을 게 없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빠지게 만든다. 확진자 동선을 알 수 없기에 마트에 가는 것 자체가 위험한 상황, 이 마트 저 마트를 전전했지만 원하던 먹거리를 얻을 수 없었던 이은 씨는 결국 눌러왔던 감정을 울컥하고 만다. 

독일 여자 줄리아와 한국 남자 최영동은 이른바 '롱디 커플'이다. 뉴질랜드에서 만난 두 사람은 독일에서 함께 지냈지만 코로나가 심각해 지는 바람에 결국 영동 씨가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애써 밝으려 했지만 결국 눈물을 보이고야 마는 공항의 줄리아, 내가 더 사랑한다고 하지만, 8시간 시차 간극의 9개월 여를 보내고 나니 서로가 없는 일상에 서서히 익숙해져 간다.

11부작의 <지식 채널 E 연말 특집 11부작 2020을 살다>는 11개의 이야기만큼 우리 사회, 나아가 해외에 이르기까지 코로나 팬데믹으로 달라진 삶을 골고루 조명한다. 폐업율, 실직율이라는 수치로만 접하던 것들이 사람들의 사연으로 엮어지니 5,6분 여의 짧은 시간임에도 코끝이 매워진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자신들이 자신이 애써 가꿔온 삶들을 '상실'했던 시절이구나 싶다. 코로나로 인해 삶이 불편해졌다지만 바이러스를 위해 붙여놓은 방역 테이프가 시각 장애인이 집을 못찾게 만드는 '장애물'이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렇게 코로나는 우리의 삶 속속들이 스며들어 지난 1년을 멈추게 했다. 그래도 그 멈춤 속에서도 학생은 공부를 했고, 선생님은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서 <보건교사 손은지, 체육교사 최지인>처럼 온라인 수업 등으로 고군분투한다. 

그래도 브이로그의 시민들은 꿋꿋하다. 가족이 있기에, 그래도 찾아주는 단골 손님이 있기에 행복하고 감사하다 한다. 홀로 버틴 15일의 입원 기간을 '감사'로 마친다. 미친 듯 한달 내내 일을 구해 애완견에게 다시 수박을 사줄 수 있어 스리잡러는 행복하다고 한다. 때로는 이렇게 사는 게 맞나 싶지만, 그래도 힘든 시기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고 한다. 아마도 올 한 해 우리 모두 그렇게 지내왔을 것이다. 이만하기가 어디냐고. 그래도 내게 가족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고. 그간 당연하다고 여겨왔던 것들이 코로나로 인해 더 이상 당연하지 않은 것들이 되어갔다. 하지만 사람들은 주저앉는 대신, 그래도 자신들이 아직 가진 것에 감사하며 이 한 해를 보낸다. 그래서 11부의 마지막 제목이 <#덕분에 #고맙습니다>이다. 

by meditator 2020. 12. 30. 04:12

2020년이 저문다. 2020년을 되돌아 보는 '트렌드 로드', 그 2회가 28일 밤 방영되었다. 화두는 '코로나', 코로나로 인해 '언택트'한 삶이 이어져왔던 지난 1년의 시간 동안 과연 '트렌드'마저 '언택트'하게 바뀌었을까? 과연 서로와 서로가 소원해지는 시간 사람들은 무엇으로 그 틈을 메꾸며 살아왔을까? 1회에 이어 트렌드 전문가 김난도 교수와 함께 MZ세대 대표 셀럽 에릭남이 참여하여 2020년의 트렌드를 살펴본다. 

 

 

코로나 - 공간에 대한 열망을 키우다 
코로나 시대, 이제 집은 그저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돌아와 휴식을 취하던 공간이 아니다. 수업을 듣고, 재택 근무를 하는 기능이 '다층적'으로 증가했다. 이른바 '레이러드한 룸'이라는 공간의 새로운 기능이 주목받게 된 시기이다. 

집을 떠나 직장에서 하루를 보내고, 까페에서 휴식을 취하고 공연장을 들르던 '동선'이 줄었다. 1주일 동안 누리던 공간이 1/5 정도 줄어든 셈인데, 이를 사람들은 마치 자기 자신이 1/5 줄어든 것처럼 느끼게 된다고 건축가 유현준 교수는 진단한다. 이렇게 공간이 축소는 '코로나 블루'와 같은 현상을 낳으며 사람들이 공간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받으며 살아왔는가를 역설적으로 증명했다.

바깥 세상이 위험해진 만큼 내 공간에 대한 열망은 외려 커져갔다. 미국에서는 인공지능 시스템으로 필요에 따라 모듈을 사용하여 천장에서 필요한 가구를 올리고 내리는 공간의 적극적 '창조'가 새로운 공간 디자인으로 등장했다.  하지만 '비싼' 집은 언감생심, 꿩 대신 닭이라고 '차'라도? '차' 소비가 늘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단절'되었다지만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고자 하는 '열망'은 잦아들지 않았다. 그러한 사람들의 본능적인 '속성'이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남의 집 프로젝트'이다. 

온라인을 통해 취향을 공유한 사람들이 집들이처럼 남의 집을 방문하는 모임이다. 한 달에 한 두 번 코로나 시대 불가능해진 여행을 '남의 집'으로 잠시 떠난다. 이 잠시 동안의 '방문'이 뭐라고 그 전날 잠을 못자고 설레이기도 한단다. 가드닝을 한 정원에서 '소풍'과 같은 시간, 그램책을 통해 낯선 이와 속마음을 터놓고 서로 위로를 나누는 시간, 이러한 소규모의 '취향'을 매개로한 내밀한 교류가 언택트가 트렌드가 되어가는 세상에서 여전히 관계에 대한 인간의 갈망을 증명한다. 

 

 

나를 증명하는 시간 
사회적 접촉이 한층 줄어든 시간 사람들은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 이에 대해 김난도 교수는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타자의 시선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증명받아왔는데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존재론적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고 말한다. 나를 증명해줄 타자가 없는 상화, MBTI처럼 자기 정체성을 증명해주는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었다. 

드라마로도 제작된 <계룡 선녀전>의 웹툰 작가 장혜원씨는 색다른 공부를 시작했다. 바로 '수학'이다. 장혜원 씨가 함께 수학을 공부하는 모임, 참가자들은 이 수학 공부의 포인트는 바로 시험을 안보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었다는 희열보다는 수치를 통해 참과 거짓을 판단할 수 있다는 사실이 매력이라고 한다. 

이들만이 아니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면 수학 관련 서적이 39.8%나 증가했다. 지난 5년 사이 처음있는 일이다. 이렇게 수학에 대한 수요는 어디로 부터 비롯되었을까?알 수 없는 세상 수학처럼 정답이 있고, 노력을 통해 그 답을 얻을 수 있다는 '쾌감'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또한 그에 더해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자신을 증명해낼 수 없는 사람들이 수학처럼 몰두할 수 있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성장'을 견인해내고자 한다고 김난도 교수의 정의한다. 불확실한 세상을 살아가는 무기이자, 도구로서의 수학이다. 

어제보다 나은 '나'를 만들어 가는 방식으로 '산'을 택한 사람도 있다. 미대에 들어간 김강은 씨는 졸업 무렵 그림으로 먹고사는 게 쉽지 않다는 '장벽'에 봉착했다. 코로나로 인해 활동마저 제한됐다. 여행을 갈 수도 없고, 여력도 없던 시절 무작정 동네 앞산을 올랐다. 

숨이 차올랐지만 산봉우리에 오르니 생생하게 자신이 살아있다는 느낌을 '확인'받았다. 그때부터 강은 씨는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이 오른 산을 그렸다. 산을 통해 느낀 삶의 즐거움을 그림을 통해 표현했고, 그런 그녀의 그림음은 'SNS를 통해 인기를 끌었다. 

강은씨만이 아니다. 코로나 시대 등산 인구가 늘었다. 그 중 20대는 87%나 증가했다. '등린이', '산린이'와 같은 신조어가 탄생했고, 산과 관련된 해시태그가 280만 개에 이를 정도로  MZ 세대에게 뜨거운 관심을 얻었다. 

 

 

산을 오르고 수학을 공부하며 자신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젊은이들 하지만 그들이 견뎌야 하는 시절을 혹독하다. 2008년 금융 위기에 이은 코로나 팬데믹은 젊은이들에게 기회를 앗아갔다. 해고와 직업난, 직업 훈련의 기회라는 3중고가 젊은 세대에게 얹혀졌다. 부모보다 못하는 첫 번 째 세대라는 불명예스런 타이틀을 얻었다. 우리나라 만이 아니다.

한때는 잘 나갔던   LA의 UX-UI 디자이너(앱과 웹을 구성하는 디자인을 하는 사람) 크리스 준은 6개월째 실직 중이다. 미국에서는 지난 4월 실업률이 폭등하며 2차 대전 이후 최고의 실직자 사태를 낳았다. 그 중 밀레니얼 세대가 500만 명에 달한다. 유럽에서 실업률이 가장 높은 프랑스에서는 전체 청년 중 1/4이 구직중이다. 일자리를 얻는다 해도 대부분 시간제나 임시직인 경우가 많다. 어느 나라라 할 것 없이 코로나로 MZ세대는 기회마저 얻기가 쉽지 않다. 인류 전체의 시련이다. 이제 해가 바뀌면 2021년 우리의 삶은 길을 찾을 수 있을까? 그 어느 때보다도 새해의 '희망'을 옅보기 쉽지 않은 시간, 그래도 이 길고 긴 터널의 끝을 기원하며 한 해가 저문다. 

by meditator 2020. 12. 28. 03:06

1970년대 후반 서구 경제는 신자유주의 체계에 들어서며 호황을 누렸다. 그 경제적 호황은 최근 '레트로'붐을 일으키고 있는 1980년대의 문화적 융성기를 낳았다. <원더우먼 1984>는 바로 펑크와 파워숄더로 대변되는 1980대의 정점에 시선을 맞춘다. 

 

 

레트로붐을 타고 있는 최근 드라마 속 여주인공들처럼 영화 속 여주인공 원더우먼(갤 가돗 분) 다이애나 프린스는 그녀의 직장인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출근하기 위해 어깨에 심이 잔뜩 들어간 상의에 통이 넓은 바지를 입고 출근을 한다. 

영화 속 여주인공 원더우먼 만이 아니라, 빌런 맥스 로드(페트로 파스칼 분) 역시 어깨심을 넣어 각이 잡힌 스트라이프 정장으로 그 시대를 대변하지만 그런 그의 의상보다 한층 더 강조된 다이애나의 의상들은 70년대 후반 자신의 목소리를 높인 '페미니즘'의 영향을 통해 사회적으로 한층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자 한 여성들의 모습을 부각시킨다. 

욕망의 시대
그 존재만으로도 당당한 여전사 원더우먼, 그녀는 자신의 고향인 아마존 데미스키라 왕국을 떠나 조종사였던 트레버 대위(크리스 파인 분)와 함께 참전했던 인간들의 전쟁에 참전했었다. 그리고 그 세계 제 1차대전의 와중에서 사랑하게 된 연인 트레버 대위를 잃은 그녀는 1984년 세월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그를 잊지 못한다. 그런 그녀에게 기적처럼 죽었던 트레버 대위가 다른 남자의 몸을 빌어 그녀에게 돌아오게 된다. 다이애나가 오로지 바라던 일, 하지만 그토록 바라던 일이 바로 <원더우먼 1984>의 가장 큰 '딜레마'가 된다. 

사랑하는 이를 다시 만나고자 하는 '희망', 하지만 그 '희망'이 불가능한 욕망이라면? 영화는 원더우먼의 사랑을 통해 1980년대의 시대 정신, '욕망'을 조망하고자 한다. 

우리나라의 88년 올림픽 당시 정부 시책에 의해 여러 건전 가요가 만들어졌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아, 대한민국'이다. '저마다 누려야 할 행복이 자유로운 곳,....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고, 뜻하는 것은 무엇이든 될 수가 있어,'라는 가사, 하지만 그 시절 무엇이든 될 수가 있다던 그 시절의 거리에서 젊은이들은 민주적인 국가를 쟁취하고자 최류탄을 마시며 시위를 했고, 고층 아파트를 짖기위해 가난한 동네의 주민들은 철거민이 되었다. <원더우먼 1984>는 미국의 '아, 대한민국'같은 시대를 '욕망'이란 화두를 통해 들여다본다. 

다이애나가 걸어가는 거리 상점 속 tv에서는 맥스 로드가 나와 자신이 개발 중인 유전에 투자하라는 홍보성 광고를 한다. 구구절절한 홍보성 멘트 뒤에 맥스 로드는 '아, 대한민국'의 가사같은 명쾌한 한 마디로 대 '아메리칸 드림'을 부추긴다.  

'무엇을 원하고 꿈꾸던지 그것을 가질 수 있어요.'


하지만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거액의 후원금을 내며 너스레를 떨던 맥스 로드를 반긴건 성처럼 거대한 '블랙 골드 인터네셔널' 건물 안에 텅빈 사무실과 체불과 체납의 영수증 더미이다. 그리고 그의 가장 유력했던 투자자 한 명이 찾아와 그가 후원하라는 유전이 석유 한 방울 나오지 않은 '사기극'이었다며 빚을 독촉한다. 그가 대중을 현혹했던 말은 '신기루'였다. 

 

 

1980년대를 상징하는 대표적 인물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 영화배우 출신의 훤칠한 외모로 인기몰이를 하여 당선된 로널드 레이건은 그 이전의 카터 대통령과 달리 '강한 미국의 전성기'를 주창했다. 하지만 그 강한 미국의 전성기를 위해 미국이 가장 열을 올렸던 던 바로 '무기 산업'이었다. 그들이 판 무기는 1980년 이란 이라크 전쟁을 위시하여 이스라엘과 아랍, 레바논 내 종교적 분쟁, 베트남과 캄보디아 등 전세계 곳곳에서 지역간 분쟁과 갈등의 '불쏘시개'가 되었다. 그리고 미국은 소련과 신냉전주의 체제를 구축, 긴장을 격화하며 다시금 군비 경쟁에 나선다. 무기를 팔고 석유로 받는 새롭게 구축되어가는 '신자유주의' 체제는 영화 속 되돌아온 트레버 대위가 신은 '나이키'로 대변되는 문화 산업으로 거리를 휩쓴다. 

영화 속 '빌런'이 되는 맥스 로드의 욕망처럼 원하고 꿈꾸는 것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던 미국의 시대였다. 맥스는 가난한 이방인이었다. 그는 새 신발을 살 돈조차 없어 낡고 구멍난 신발을 신고 어린 시절을 보냈다. 가지고 싶은 것은 그에게 너무도 요원했다. 그가 꿈꾸던 일은 외면받았다. 하지만 그가 살던 시대는 풍요로웠고, 그 풍요로운 성장의 시대에서 맥스의 욕망은 제어되지 않았다. 결국 나지도 않은 석유를 볼모로 대중들의 욕망에 걸터앉는다. 그리고 그 제어되지 않는 욕망에 스미소니언 박물관에서 굴러다니던 신비의 금속이 불을 지핀다. 

그리고 그런 맥스에게 결정적 조력자가 되는 건 다이애나의 동료이자, 당당한 그녀를 가장 부러워하는 바바라 미네르바(크리스틴 위그 분)이다. 알고보면 능력있는 고고학자였지만 펑퍼짐한 옷차림으로 가려진 그녀의 외모는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한다. 하지만 두툼한 맨투맨티와 헐렁한 치마 속에 바바라는 주목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욕망을 숨겼다. 그녀의 욕망은 그녀 앞에 등장한 바바라를 통해 구체화되었고, 신비의 돌이다. 

신비의 돌이 발견된 문명마다 결국은 '멸망'으로 이끌었던 그 돌이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등장했고, 그 돌의 쓰임새를 알아본 맥스가 바바라를 유혹하여 손에 넣는다. 그리고 맥스는 그 돌에 자신의 욕망을 동일시시킨다. 망해가던 블랙 골드 인터네셔널을 다시 일으켜세우려 했던 욕망은 그가 만난 사람들의 욕망과 함께 상승하며 대통령, 나아가 세계의 운명을 좌우하게 된다. 그렇게 그저 한탄 사기꾼에 불과했던 맥스의 욕망이 세계의 멸망으로 치달을 수 있는건 바로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이루고 싶은 모든 이들의 '열망'이다. 

원더우먼 다이애나 역시 다르지 않았다. 그녀가 오랜 세월 오로지 바래왔던 '사랑', 그 하나만을 놓치고 싶지 않았지만, 그 '열망'을 포기하지 않는 한 세계를 파멸로 이끄는 욕망의 가속화된 엘리베이터를 멈출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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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의 '반면교사'
욕망이 자연스러웠던 시대, 욕망을 드러내는 것이 산업이 되고 문화가 되었던 시대, 그 시대의 정점 1984년, 그 중심에 있는 미국에서 <원더우먼 1984>는 여전히 그칠 줄 모르는 욕망의 열차를 추동시키고 있는 자본주의 문명의 욕망을 묻는다. 특히 대다수의 마블과 dc 코믹스의 히어로 영화들이 '코로나'로 인해 개봉을 미루고 있는 시점에 개봉한 <원더우먼 1984>는 코로나 시대 우리의 반성과 궤를 같이 한다. 결국 빌런이 되어버린 맥스를 진정시킬 수 있었던 것이 가장 소박한 가장으로서의 소망이었음을 상기시킨 영화는 그칠 줄 모르고 달려오다 멈추어버린 코로나 시대, 진정 우리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되새겨보게 한다. 

화끈한 히어로물을 기대하고 모처럼 극장을 향했다면 초반 쇼핑몰에서의 활약을 제외하고는 이렇다할 영웅적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채 '사랑'에 발목 묶여버린 원더우먼의 모습은 아쉬울 지 모르겠다. 더구나, 절정의 장면에서조차 그녀는 여전사로서의 씩씩한 모습 대신 설득과 애원을 했으니. 그렇게 영웅담으로서의 <원더우먼 1984>의 면모는 아쉬웠지만 대신 시대적 욕망을 통한 반성의 담론으로서 <원더우먼 1984>는 코로나 시대 '반면교사'로서의 메시지는 충실하게 전한다. 

by meditator 2020. 12. 26. 17:27

누적 조회수 12만 뷰로 인기를 끌었던 황영찬 그림 김칸비 글의 네이버 웹툰 <스위트 홈>이 이응복 연출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돌아왔다. 

김은숙 작가와 이응복 연출이 호흡을 맞춘 <태양의 후예>, <도깨비>와 <미스터 선샤인>을 애청했던 시청자들은 김은숙 작가의 차기작 <더 킹; 영원한 군주>에 이응복 연출이 합류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안타까워했다. 로맨틱한 김은숙 작가의 필력에 아우라넘치는 세계를 구축했던 이응복 감독의 연출이 아쉬웠기 때문이다. 

그런 이응복 연출이 김은숙 작가와의 협업 대신 선택한 것이 웹툰 <스위트 홈>이었다. 그에 앞서 이응복 감독이 연출했던 장르가 <비밀>이나 <연애의 발견> 등이었기 때문에 장르물인 <스위트홈>의 선택이 더더구나 의아했다. tv를 통해 만나리라 기대되었던 <스위트 홈>은 회당 제작비 30억의 대작으로 넷플릭스를 통해 개봉되었다. 도깨비에서 보았던 그 스케일 큰 연출은 그린홈을 배경으로 한 괴물에 사로잡힌 세계를 풀어내는데 손색이 없다. 신선한 등장인물들의 연기와 호흡 역시 흡인력있게 극을 이끈다. 

 

 

괴물이 나타났다. 
이야기의 시작은 오래된 아파트로부터 시작된다. 고등학생 현수는 홀로 그린홈 아파트로 이사 들어온다. '히키코모리'였던 그는 그를 제외한 전가족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고 재산마저 빼앗긴 채 '죽음'을 위해 이 아파트를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죽음은 쉽지 않았다. 곧 죽을 거라며 '라면'으로 끼니를 때웠지만 허기를 때우려 주문했던 '라면'박스가 송두리채 뜯겨나가버린다. 그리고 그걸 확인하기 위해 방문을 열고 나간 현수가 발견한 건 핏자국, 그리고 그 끝에 애지중지하던 옆집 고양이의 머리통이 나뒹군다. 그리고 그 머리통마저 끌어당기는 '괴물'의 손. 조금 후 현수의 집 앞에 찾아와 도와달라던 옆집 여자는 괴물로 변하여 그를 탐한다. 

그렇게 그린홈에 사는 이들이 괴물로 변하기 시작한다. 그린홈만이 아니다. 누군가에 의해 쇠사슬로 잠겨진 그림홈을 벗어나 세상으로 나가려던 거주민들 앞에 영화 <미스트>의 마지막 장면 속 괴물들처럼 긴 촉수를 가진 괴물이 그들을 향해 팔을, 촉수를 날름거린다. 그래도 믿을 건 '정부'밖에 없다며 tv 앞에 모여든 이들 앞에 '정부'를 믿으라던 대통령마저 코피를 줄줄 흘리더니 순식간에 괴물이 되어 끌려나간다. 그 누구도 믿을 수 없고, 그 누구라도 괴물이 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함께 살아가던 공동체의 일원들이 '변'하여 괴물이 되어버린 상황은 이제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부두교에서 유래했던 좀비가 서양 영화를 넘어 우리 영화와 드라마에서 넘쳐난다. <월드 워> 속 거침없이 떼로 뭉쳐 끝없이 달려드는 좀비의 등장에 대해 눈밝은 비평가들은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해 거리로 내몰린 사람들을 상징한 '신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외된 대중의 모습이라 진단했다.

흥행작이었던 <부산행>에서 떼를 이뤄 부산행 열차를 탈취하려 했던 좀비들, 대부분 그 근원을  '바이러스'에서 찾는다. 전세계를 휩슨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무분별하게 자연을 파괴한 인간 탐욕의 역사가 동물을 숙주로 하던 바이러스의 변종을 결국 인간 사회를 파멸로 이끌어 낸다는 '묵시론적'인 주제 의식에 있어서는 일맥상통한다. 

그렇게 '바이러스' 유래설의 크리처 장르물( 은 '오염'이나 '전염'을 통해 퍼져나간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전염되는 '희생자'이면서 동시에 '가해자'가 되는 양면적 속성을 가진다. 그렇게 무작위적인 바이러스의 전염은 오늘날 대중사회가 가진 맹목적인 속성을 고스란히 내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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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 괴물을 낳다
그런데 스위트 홈 속 괴물들은 그간 좀비 콘텐츠가 가졌던 맹목성 탈목적성을 비껴선다. 드라마는 이미 초반 괴물을 탄생시키는 것이 바로 인간의 '욕망'임을 '선포'한다. 

현수의 옆 집에 살던 여성, 고양이에게 자신도 먹지 못하는 비싼 먹이를 준다며 챙기지만 돈을 벌기 위해 그 무엇이라도 하겠다던 그녀의 어긋난 욕망은 그녀가 에지중지하던 고양이마저 안중에 없다. 그래서 등장한 괴물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욕망을 극대화시킨 모습으로 나타난다. 손이, 혀가, 덩치가 저마다의 욕망으로 팽창한다. 

얼마전 상영된 <#살아있다>처럼 대부분 크리쳐 장르물 속 주인공들은 그렇게 괴물로 변하는 자신을 제외한 타자들을 상대로 '생존 투쟁'을 벌인다. <스위트홈> 역시 처음에는 그랬다. 자신의 집을 두드리던 옆집 여성 괴물을 상대하여, 그리고 복도를 활보하는 괴물들로부터 자신을 지키리 위하여 피하던 주인공 현수였다. 그런데 그러던 현수가 코피를 쏟는다. 그리고 '혼절'한다. 

그게 시작이었다. 코피를 쏟고 쓰러지고, 그리고 눈동자 전체가 검은 색으로 변하며 현수 안의 욕망이 뛰쳐나오려 한다. 그렇게 <스위트 홈>은 주인공 자신을 '괴물'의 '골든 타임'에 던져 넣으며 '욕망'을 묻는다. 

우리가 살아가는 '자본주의' 사회는 '욕망'의 시대이다. 그린홈을 피해 나가려던 사람들 눈에 거리의 모든 이들이 저마다 개성을 가진 괴물이 되어 활보하듯이 우리 사회의 모든 이들은 저마다의 '욕망'을 실현시키는 것을 살아가는 과정이라 여긴다. 그런데 바로 그 삶의 동인이라는 '욕망'이 '괴물'을 만든다니! <스위트 홈> 속 괴물은 결국 우리의 삶을 '투사'한다. 우리의 삶이 투사한 괴물, 기존의 탈목적적인 좀비가 반성했던 자본주의 사회의 삶에 대해 한 발 더 들어가 묻는다. 

현수는 삶을 포기했었다. 아니 그 이전에 이미 사회로 부터 자신을 격리시켰었다. 그런데 그런 현수가 가족과 '불화'했다. 그런데 그 '죽어버려'라던 가족이 정말 죽어버렸다. 거기서 한 술 더 떠서 친지들은 현수가 병상에 누워있던 사이 그의 집 재산을 꿀꺽했다. 그는 삶을 포기하려 했지만, 그의 내부에서는 가족을 잃은, 그리고 가족의 것을 잃은, 그리고 그런 모든 것들에 무방비했던 자신에 대한 깊은 분노가 '괴물이 된 그의 속에서 튀어 오른다. 

그런데, 아직 현수는 괴물이 되지 않았다. 그가 구하려 했던 아래층 아이들을 향한 '선의'가 그의 괴물화를 막는다. 아기 엄마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단백질 덩어리 같은 덩치의 괴물이 아이들을 향해 달려들었을 때 온몸으로 막아선 건 아기 엄마였다. 그리고 괴물에 의해 바닥에 패대기쳐졌던 그녀가 괴물이 되려 한다. 지난 봄 아기를 잃었다고 한다. 봄 볕이 좋아서 산책을 나갔다 잠시 한 눈을 파는 사이 가파른 길을 달려내려간 유모차는 아이의 목숨을 빼앗았다. 그래서 빈 유모차를 아이처럼 끌고 다니던 그녀는 결국 그 상실의 욕망을 못이겨 내는 듯했다. 하지만 그녀 눈 앞에서 다시 지켜야 할 아이들이 그녀에게 '괴물'이 되는 골든 타임을 유보한다. 

드라마는 저마다의 짖눌려왔던 욕망이 괴물을 탄생시키지만 모두가 괴물이 되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 그들의 욕망이 에스컬레이션하여 괴물이 되어버릴 수도 있지만, '아이들은요'라며 아이들을 구하려는 '선의'에 자신을 맡긴 현수와 아이엄마의 괴물화는 유보된다. 

하지만 드라마가 보여주는 건 괴물만이 아니다. 괴물이 아직 되지 않았지만, 언제라도 괴물이 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수도 있는 사람들, 심지어 괴물이 되고 싶어 안달난 사람까지 '이웃'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괴물과 괴물이 되지 않는 이들, 그들의 차이는 종이 한 장처럼 얇다. 

그럼에도 드라마는 ' 가장 짙은 어둠도 흐린 빛에 의해 사라지는 것'이라며 시작한다. 우애령 작가는 말한다. 제비 다리를 분지른 것도, 고쳐준 것도 인간이라고. 하지만, 먹고 살기 힘든 어려운 상황에서도 다친 제비 다리를 보고 그저 지나치지 못하는 인간의 마음, 그 '다른이의 어려움을 염두에 두는 마음'의 측면에 드라마는 '흐린 빛'의 희망을 건다. 그 흐리지만 괴물이 되는 것조차 막아내는 인간의 '선한 의지'를 풀어내기 위해 드라마는 고심한다. 괴물과 인간 사이에서 시청자들은 존재론적인 질문을 던지게 된다.왜 이응복 연출이 인기 멜로물을 마다하고 이 작품을 선택했는지 알 수 있는 지점이다. 

by meditator 2020. 12. 21. 17:19

매주 토일 방영되는 <경이로운 소문>은 ocn 장르물의 부진을 말끔히 씼어내며 7% 대의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무엇이 이 드라마를 늦은 시간 시청자들로 하여금 '닥본사'를 하도록 만들었을까.

 

 

이미 작품이 되기 전에 입소문이 자자했던 원작 웹툰 덕이 클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다. 소문이 조병규를 비롯하여 가모탁 유준상, 도하나 김세정, 추매옥 염혜란에서부터 심지어 악역 지청신 이홍내에 이르기까지 누구 하나 빠지지 않는 찰떡같은 캐스팅에 원작을 잊을 정도의 매력적인 연기들이 인기의 견인차가 되었다. 

'겨우 고삘이야?' 라는 가무탁의 탐탁치 않은 첫 마디와 함께 악귀를 잡는 카운터 신참으로 등장했던 소문이, 고등학생이었던 소문이의 '신참례'는 그가 다니던 학교의 왕따 사건으로 화끈하게 드라마의 초반을 이끌며 '카운터'들의 능력치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소문이의 놀라운 능력으로 평정한 학교의 일진들, 그리고 그런 소문이가 학부모들 사이에서 난처한 상황에 빠지자 나타나 그의 재력으로 모두들 입다물게 만든 최장물(안석환 분)의 활약으로 학교에서의 '사건'은 일단락 되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카운터로서 활동을 이어가게 되며 그동안 베일에 가리워졌던 등장인물들의 과거사가 하나둘씩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된다. 과연 왜 이들은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카운터'가 되었을까? 그리고 왜 뇌사 상태도 아니었던 소문이는 '카운터'가 되었을까? '우연'이었던 네 카운터들의 관계는 회차를 거듭하며 '운명적 만남'이었음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가무탁과 소문, 그리고 도하나의  인연 
우선 그 시작은 기억을 잃은 가모탁이다. 전직 형사였던 그는 기억을 잃었다. 온몸이 난자된 채 건물에서 떨어진 그는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적'의 실마리를 찾고자 하지만 쉽지 않다. 그때 그의 앞에 소문이 나타났다. 처음 본 소문이가 어쩐지 낯이 익어 자신을 어디서 본 적이 있지 않느냐고 물었던 가무탁, 그런데 그가 뒤늦게 되찾은 핸드폰의 마지막 발신자가 바로 소문이의 아빠 소권이었다. 그리고 소문이의 아빠 역시 형사였다. 

가무탁의 사라진 기억을 헤집어 가는 과정, 그리고 소문이 자신의 부모님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는 과정에서 두 사람의 공통 분모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소문은 자기 때문에 죽은 줄 알았던 부모님이 알고보니 '사고'가 아니었다는 사실에 경악한다. 자신에게 진실을 알려주지 않았다는 사실에 서운해하는 것도 잠시 도하나의 도움으로 찾아든 기억에서 카운터들이 쫓는 3단계 악귀 지청신을 목격하게 된다. 심지어 사고 현장에서 죽은 소문이의 부모님은 악귀 지청신에게 '흡수'되었다. 악귀를 쫓는 카운터로서 사람 세상의 일을 간여해서는 안되는 '룰'로 고민한 것도 잠시 '지청신'의 등장은 카운터들로 하여금 보다 본격적으로 '사건 수사'에 뛰어들도록 만든다. 

뿐만이 아니다. 가무탁과 소문이 부모님을 죽인 자들, 그리고 그들의 뒤에 있는 '거악'의 사슬이 드러나며 거기서 도하나의 '해원'인 이른바 '삼촌'이 등장한다. 중소기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돈줄을 죈 다음 다시 돈을 빌려주고 그 돈을 하루라도 못갚으면 회사를 집어 삼키는 방식으로 도하나 아버지의 회사는 '삼촌'에게 넘어간 것이다. 그리고 그 '삼촌'은 저들의 하수인이 되어 그들의 '자금줄' 노릇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가무탁과 소문, 그리고 도하나는 그저 '우연'이 아니라 중진시의 구조적인 '악'의 희생자들로 '카운터'가 되어 만나게 된 것이다. 

 

 
누구의 이익을 위해 사람들은 죽어갔는가 
그렇다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희생시킨 그 중진시 '악'은 누구에게로 수렴될까? 시작은 가무탁과 소문이의 아버지 소권 형사의 죽음이었다. 그런데 이들은 죽기 전까지 김영님이란 여성의 실종 사건을 수사하고 있었다. 예전의 파트너이자 연인이었던 김정영(최윤영 분)과 김영님의 집에 가서 다시 사건의 흔적을 찾던 가무탁은 그곳에서 김영님의 피와 ab형 남성의 혈흔을 발견한다. 

그런데 김영님은 사라지기 전까지 중진시 시장이 된 신명휘(최광일 분)의 운동원으로 일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김영님 사건을 수사하던 가무탁과 소문의 아버지 소권은 각각 신명휘의 심복인 태신 그룹의 노항규 동생인 노창규와 또 다른 심복이었던 배상필의 수하였던 지청신에 의해 '살해'되었다. 자신을, 그리고 아버지를 죽인 자들의 뿌리를 캐낸 가무탁과 소문은 그 곳에서 중진시의 시장 신명휘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을 해꼬지하기 위해 찾아온 노창규를 통해 그들이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 '저수지'라는 것과, 그들이 그토록 많은 사람들을 죽이는데 있어 거침이 없는 것이 바로 그저 구청장이었던 신명휘가 승승장구 시장을 거쳐 '대권'까지 바라보는 '야망'에 기인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신명휘는 드라마 초반 소문과 소문의 친구들을 괴롭히던 신혁우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융의 부름을 받아 '악귀'를 쫓는 카운터들의 '무용담'으로 시작된 드라마는 이제 카운터들의 '사연'을 풀어내며 중진시라는 '구조적이고도 거침없는 욕망', 시장 신명휘와 그의 하수인들의 '복마전'을 드러내기에 이른다. 한 사람의 권력을 향한 욕망, 그리고 거리에 파리처럼 꾀어든 전직 조폭과 마약상, 그들은 그럴듯한 대중을 향한 사탕발림과 정책으로 자신을 포장하지만, 그 뒤에서는 보다 높은 권력을 향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들의 욕망을 향한 에스컬레이션에 소문의 아버지, 가무탁을 비롯한 다수의 사람들이 희생된 것이다. 그리고 이제 '대권'마저 손아귀에 넣으려 하는 상황, 거기서 카운터로 돌아온 가무탁과 소문에 의해 그들이 꽁꽁 숨기려했던 '죄악'의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한다. 이제 본격적으로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한 '거악' 신명휘와 그 하수인들, 그리고 하늘의 부름을 받은 '카운터'들의 본격적인 대결이 시작된다. 

by meditator 2020. 12. 20. 18:53

1년만에 다시 트렌드 전문가 김난도 교수와 밀레니얼 셀럽 대표 조승연 씨가 만났다. 달라진 게 있다면 지난 해와 달리 두 사람 모두 마스크를 쓰고 만난 것, 서로의 동정과 안부에서 '격리'의 소회가 빠지지 않는다. 11월 24일부터 시작된 tvn shift는 1부 재난의 불평등, 2부 2030 부의 미래에 이어 금요일로 시간대를 옮겨 2019년에 이어 트렌드 로드 2부작을 방영한다. 무엇보다 코로나로 인해 우리 시대의 소비 트렌드조차 변화했는가가 촛점이다. 

 

 

운동화도 투자가 된다.
2017년 20만원이던 운동화가 800만원이 됐다. 사서 신고 닳으면 버리던 소모품인 줄 알았던 운동화로 투자를 한다. 바로 오세건 씨다. 한정판 플랫폼을 운영중이다. 

리셀, 정가보다 비싸게 팔리는 희소성 있는 한정판 제품을 뜻하는 말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운동화이다. 운동화가 투자의 대상이 된다는 생소하지만 소더비 경매에서 사인된 운동화가 5억에 팔리고, 오리지널 제품이 수 천만원에 거래가 되는 세상이다. 마치 주식을 사듯이 스니커즈 러셀은 금융 거래 플랫폼을 진화 중이다. 2025년 60억 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추정된단다. 

우리나라 만이 아니다. 미국 콜로라도 주의 마이클 미첼은 현재 스니커즈 러셀 관련 채널을 운영 중이다.  대학 때 중고 운동화 거래를 시작으로 그 해에만 115,000 달러를 벌었다고 한다. 트래비스 스콧 등 랩퍼들과의 협업한 제품들은 10배나 가격이 상승했다. 그 중 인기있는 제품은 한 켤레에 5000 달러를 호가한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 사람들은 취미 생활로는 물론, 투자가 될만한 '꺼리'에 관심을 더 기울이기 시작했다. 덕분에 스니커즈 러셀 시장에 투자가 거의 10배나 더 증가했다. 운동화에 관심없는 사람들조차 돈이 될까 싶어 뛰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른바 n차 신상이 그 대상이다. 여러번 거래가 되더라도 신상과 같은 제품이 돈이 되자, 이제 '짝퉁' 대신 구하기 어려운 진품을 사는 '투자'에 젊은이들이 나서기 시작했다. 

운동화 뿐일까. <나는 샤넬백 대신 그림을 산다>의 저자 윤보형 변호사는 예술품 투자 전문가로 활약 중이다. 물론 처음부터 투자를 했던 건 아니다. 퇴근하고 조용히 자신의 머릿속을 '정화'시켜 주는 장소로 미술관을 찾았다. 그곳에서 만난 그림에서 '자신'을 찾았다. 자신을 위로해주거나 대변해주는 그림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그녀는 그 그림을 적극적으로 감상하기 위해 '소장'했다. 그런데 그 '소장'이 돈이 되었다. 김난도 교수에 따르면 내가 소유하고 사용하는데 가격까지 오른다는 점에서 그림은 부동산과 같은 속성을 지닌 투자 상품이다. 

'아트 테크'가 신조어로 등장했다. 취미도 되고, 돈도 되는 이색 재테크이다. 아트 컬렉팅의 분야는 광범위하다. 원화 그림만이 아니라 판화, 각종 아트 상품, 아트 토이 등이 그 대상이 된다. 소더비 경매에서 아트 담요도 대상이 되었다. 투자의 대상이 다양한 만큼 컬렉터의 연령대도 낮아졌다. 

이 시대의 젊은이들은 자본주의의 가치에 '민감'하다. 소비가 경제를 만드는 원동력이라는 사실을 일찌기 몸소 체험하며 살아온 세대인 것이다. 소비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익숙한 세대는 소비하는 삶에 거부감이 없다. 희소성이 있거나 자산 가치가 있다 하면 투자 대상으로 삼는 것에 거침이 없다고 김난도 교수는 설명을 더한다. 

이러한 젊은이들의 '자본주의적 삶'은 파이어 운동과도 일맥상통한다. 자신의 삶에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를 해서 자본주의의 굴레로부터 빨리 벗어나겠다는 '파이어 운동'은 모순을 알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젊은이들의 투자 심리와 맥을 같이 한다. 

 

 

자본주의로 부터 '독립'하자 
그래서 2019년 '파이어 운동'에 앞장섰던 잭 시티를 1년 만에 다시 찾는다. 경제적 자립을 이루고 30대가 되면 은퇴하겠다던 그의 목표는 이루어졌을까? 다시 만난 그는 코로나라는 변수로 인해 은퇴가 약간 미뤄져 30대 중반 이후에나 가능하겠다고 답한다. 

하지만 코로나가 그를 위축시키지는 않았다. 외려 코로나 이후 휴대폰 앱을 통한 식료품 배달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열려 지난 1년간 4억4천만원 가량을 벌었다고 한다. 25달러를 버는데 1시간 가량이 걸린다는 그는 코로나로 인해 집에서 벗어나는 것이 두려운 사람들을 위해 마트에서 장을 보고 배달해 주는 일로 분주하다. 

이렇게 잭과 같은 일을 알선해주는 플랫폼 노동이 미국에서 코로나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중이다. 무엇을 하든 돈을 벌면 되는 사람들이 이 플랫폼의 주된  '노동자'다. 

이러한 '노동'의 형태는 21세기에 활성화되고 있는 '긱경제' 형태이다. 대표적인 플랫폼인 '인스타카트'의 영향력이 48%에 달한다. 이러한 플랫폼 노동이 새로운 기회라는 측면도 있지만 '착취의 새 기술적 방법'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직업'이 사라지고 있는 시대,  우리 사회 최근 등장하고 있는 인디펜던트 워커 역시 새로운 트렌드이다. n잡러, 프리랜서, 잦은 이직은 이제 낯설지 않은 이 시대 젊은이들의 풍경이다. 

다양한 직업군의 인디펜던트 워커들은 그러한 자신들의 선택이 바로 부모님의 삶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입을 모은다. 평생 직장을 여전히 소망하는 부모님들과 달리, 그들은 자라면서 IMF를 겪으며 부모님이 그 평생 직장으로부터 버림받는 것을 지켜보았다고 한다. 그래서 어떤 조직이 나를 책임져주지 않는 사회를 실감하게 되었다는 젊은이들은 자신을 의탁하는 평생 직장 대신, 자기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 내고 자신을 표현해내는 인디펜던트 워커로서의 삶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전세계적으로 20008년 금융 위기가 프리랜서의 기점이 되었다. 기업이 망하고 거기서 풀려나온 인력들, 그리고 그 즈음에 활발하게 대두된 스타트업이 요구하는 파트 타임 인력들이 프리랜서라는 직업군의 서막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프리랜서들의 증가는 코로나가 가속시켰다. 코로나 이후 41%나 늘어나고 있는 중이다. 

김난도 교수는 우리 사회의 메가 트렌드의 변화를 직업군이 반영하고 있는 현실이라 짚는다. 지식과 사회 구조의 변화 과정에서 소속된 '직'이 의미를 상실하고 '업'이 중요시되는 세상이 대두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정규직의 기회를 얻지 못한 청년 실업의 징후라고 정의내리기도 한다. 플랫폼 경제로의 변화 결국 '공정한 환경'이 관건이다. 

직장이 없는 걸 직업이 없는 걸로 치부되는 게 아쉽다는 인디펜던트 워커들, 정규직, 비정규직, 프리랜서, 자영업자 등 다양한 직업군으로 자신들을 바라봐주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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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의 트렌드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격리는 '줌' 화상 회의를 일상화시켰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줌피로증이 대두되고 있다. 2차원의 규격화된 화면을 통해 상대의 '감정 단서'를 헤아려야 하는 피로감의 호소 사례가 증가한 것이다. 

이러한 줌의 한계를 새로운 산업이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바로 미국 뉴욕의 휴먼 터치 대표인 이진하 씨다. 스*이얼이라는 제품으로 알려진 그의 제품은 바로 증강 현실과 가상 현실을 결합한 것으로 원격으로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화상 회의 서비스다. 즉 아바타로 서로가 가상의 공간에서 만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촉감을 느끼며 악수도 하고, 입체적인 프레젠테이션이 가능하게 된다는 것이다. 

코로나로 인한 '언택트'가 외려 '사람의 존재감'에 대한 절실함을 불러 일으키고 이에 트렌디한 산업에 호응한 케이스다. 인간의 온기와 존재를 느끼게 하는 이 기술은 코로나 이후 10배나 매출이 증가하며 '온택트'의 갈증을 해소시켜 주고 있다. 

이처럼 '온택트'한 산업만이 아니다. 코로나는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온 삶의 방식에 대한 '반성'을 낳았다. 무분별한 인간의 탐욕과 환경 파괴가 현재의 상황을 낳았다는 '반성'이 소비 트렌드로 이어졌다. 

그러기에 코로나 이후 건강과 동물윤리, 생태계 보호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중이다. 특히  채식주의에 대한 관심이 늘었고, 비건이 독일을 중심으로 주류 문화로 자리잡아 가는 중이다. 이른바 '비거노믹스'는 산업으로 경쟁력을 제고시켜 보다 더 대중적이고 값싼 제품으로 문턱을 낮추는 한편, 기후, 인구증가, 질병 등에 대한 대안으로 코로나 이후 주목받고 있다. 

패션도 그러한 '비거노믹스'에 빠르게 발맞추고 있는 중이다. 지미유, 예능에서 유재석이 입은 시그니처 셔츠는 가죽, 모피, 울 등 동물성 재료를 쓰지 않음은 물론, 동물을 학대하지 않는 재료를 쓰는 비건 패션의 선두주자 양윤아 씨의 작품이다. 그리고 이런 양윤아 씨의 작품은 연예인 등 셀럽을 중심으로 젊은 층에 열광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내가 무엇을 쓰고 입는지가 곧 나를 말해준다.'는 젊은 층의 소비 트렌드가 화답한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경제 활동은 줄었지만, 코로나는 세상을 바쁘게 변화시키고 있는 중이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보다 더 적극적으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한 '각자도생'의 삶이 대두되고 있는 한편, 코로나를 초래한 우리 사회의 미래에 대한 대안을 모색되고 있다. 코로나 이후 예전으로 더는 돌아갈 수 없다는 현실 인식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발빠른 변화를 낳고 있는 중이다. 




by meditator 2020. 12. 19. 02:53

SBS스페셜은 지난 12월 2일 방영된 <나를 찾아줘>에서부터 이른바 MZ세대라 하는 요즘 젊은이들에 대한 '탐구 보고서'를 방영 중이다. 12웧 2일 방영분에서는 요즘 유행하는 MBTI 붐을 분석하였다. 이어진 12월 14일 방영된 <N잡시대 부캐로 돈 버실래요?>에서는 최근 유행어가 되고 있는 '부캐'로 이어지는 N잡러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MZ세대,  1980년대에서 2000년대에 태어난 밀레니엄 세대와 1990년대에서 2000년대에 태어난 Z세대를 합친 세대를 뜻하는 말이다. X세대 처럼 2020년대의 젊은이들을 대표하는 단어이다. 이 MZ 세대를 중심으로 '부캐(부캐릭터)'라는 단어가 심심치않게 등장한다. N잡러라는 단어도 더는 생소하지 않다. 평생 직장의 시대를 살아오던 아버지 세대와 다른 선택을 하는 젊은이들, 그 이유는 뭘까 다큐가 찾아든다. 

다큐를 이끄는 건 우리에게는 여전히 '플라이더스카이'의 멤버로 익숙한 브라이언이다. 하지만 그는 우리에게 알려진 '가수' 외에 플로리스트와 크로스핏 코치라는 또 다른 직업을 가진 N잡러이다. 가수 활동을 하며 악플로 마음 고생을 하던 브라이언은 꽃을 만지며 '힐링'을 하게 되었고 그게 그의 또 다른 직업이 되었다. 

이렇게 브라이언처럼 또 다른 직업을 가지는 것이 더는 생소하지 않다. 직장인 10명 중 3사람이 N잡러인 시대가 되었다. 그 중 20대가 25.7%, 30대가 34.6%로 주로 2,30대 직장인이 주를 이룬다. 

 

 

MZ세대 부캐를 갖다 
회계벌인에서 일하는 윤혜진 씨의 또 다른 이름은 혜강사이다. 프리다이빙 강사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계사로 하루 종일 한정된 공간에서 한정된 자세로 일을 하던 그녀는 생활의 활력을 찾기 위해 2년전 프리 다이빙을 시작했다. 취미로 시작했던 일이지만 보다 깊은 곳으로 깊은 곳으로 향하고 싶은 그녀의 열망이 강사 자격증까지 이어졌다. 

수입으로 따지면 본캐(본 캐릭터)의 1/5~1/20에 불과하지만 좋아해서 하던 일에 수입까지 생기니 액수로 따질 일이 아니라고 혜진씨는 말한다. 물속에 들어가면 오로지 자신의 숨소리만 온갖 번뇌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자신의 내면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 그동안 '부캐'없이 어찌 살았나 싶다. 

평생 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MZ 세대에게 자기 성장은 더는 승진이 아니다. 대신 자아 성취를 위해 그들은 또 다른 '직업'을 선택한다. 공교롭게도 코로나로 인한 재택 근무의 증가가 그런 그들의 선택을 도왔다. 

 

 

회사원 이강원 씨의 '부캐'는 캐릭터 디자이너이다. 회사간 합병으로 인해 자신의 뜻과 무관하게 외국계 회사로 옮기게 된 그는 회사에 모든 걸 걸고 사는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동안 취미로 그림을 그리던 그는 코로나로 인해 늘어난 재택근무의 시간 그간의 '취미'를 '부캐'로 승화시켰다. 테니스를 좋아하던 그가 즐겨그리던 테니스 선수들을 옷에 도안으로 옮겨 이윤을 창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저 그림그리기를 좋아하던 그의 그림이 '부태'가 될 수 있었던 데는 '재능 거래 플랫폼'의 도움이 필수였다. 올 한해 프리랜서 등록건수만 작년 대비 2배나 늘었다는 플랫폼에는 이미 25만개 서비스가 등록되어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중 상당수가 직장을 다니며 '부캐'로 무언가를 해보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디자인, IT프로그래밍을 비롯하여 전자책까지 다양한 분야의 프리랜서들이 이 플랫폼을 통해 자신의 재능을 직업화시키고 있다. 

그 중에서 전자책 분야는 최근 활성화되고 있다. 각종 전문적 영역을 중심으로 한 전자책이 2000 여권 등록되어 있다. 백화점 영업직으로 12년동안 근무했던 김용환 씨도 인턴 사원을 위한 메뉴얼을 만들다, 그 내용을 '직무 기술서'로 등록했다. 일반 출판과 달리 인세의 80%를 작가가 가지는 플랫폼의 구조 덕에 김용환씨의 부캐 수입은 쏠쏠하게 늘어나고 있는 중이다. 

직장인 229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가장 선호하는 부업의 종류는 이처럼 취미나 직무 관련 분야이다. 실제 추가 수입을 올리는 부캐의 분야에서 가장 각광을 받고 있는 분야는 동영상 크리에이터나 SNS운영이 가장 많다. (44.5%) 그 뒤를 잇고 있는 건 헬스, 요가 등 운동 레슨 분야이다.(25.2%) 그 외에서도 소설 등의 창작과 요리 등도 있다. 

 

 

군대와 대학 친구들로 이루어진 오진승(정신의학과), 이낙준(이비인후과), 우창윤(내과) 세 사람은 의학 분야의 동영상 크리에이터로 활약 중이다. 63.4 만 명의 팔로워를 가진 이들 세 사람은 사람들이 궁금해 할 의학계의 다양한 이야기로 인기를 끌고 있다. 팔로워의 수만큼 수익도 늘어났지만 다양한 기부 활동을 통해 선한 영향력을 펼치며 그저 이윤을 내는 부캐 이상의 의미를 찾아가고 있다. 

또한 이들 중 이낙준 씨의 경우 홀로 지방에서 군의관으로 근무하던 시절부터 쓴 웹소설이 7편, 그 중 인기작인 <골든 아워>의 경우 다운로드 수만 1700만에 이르는 인기 작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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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캐냐? 부캐냐? 그것이 문제로다? 
대부분 '본캐'가 안정적인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역할을 담당한다면 새로이 선택하는 '부캐'의 경우 이윤만이 아니라 하고 싶었던 일에 대한 '도전'의 성격을 띠는 경우가 많다. 5년차 N잡러인 주대성 씨의 경우 컴퓨터 관련 직종이 '본캐'였지만 컴퓨터 앞에만 있는 일이 적성에 맞지 않아 음식 배달, 대리운전, 탁송, 크리에이터 등으로 변신했다. '부캐'가 본캐가 되어버린 경우, 안정적인 직장 대신 하루 대부분을 길 위에서 보내고 있지만 자유롭게 시간을 쓸 수 있다는 점에 만족한다. 수입도 만만찮다.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부캐'를 가진 사람들은 '부캐'를 위해 '본캐'를 포기해야 하나 하는 고민에 빠진다고 한다. 그러다 당장 이번 달 카드값을 걱정하며 '포기'를 '포기'하게 된다는데. 하지만 또 다른 '부캐'를 가진 사람들은 꼭 '부캐'가 '본캐'가 되어야 하는가라고 반문한다. 무엇이 더 중요한 지가 아니라 균형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본캐에 시너지 효과를 낳으면 되지 않느냐고도 한다. 

취미로 부터 시작되었든, 이윤을 위한 선택이었든 그 무엇이든 '부캐'는 미래의 나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바가 있다면 일단 해보라고 한다. 유연해지고 다원화되어 가는 사회 구조 속에서 '부캐'는 필연적인 과정이라 전문가는 해석을 더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기자는 20대도, 30대도 아니지만 본의 아니게 N잡러의 대열에 속한 사람이다. 오랫동안 아이들 논술을 가르치던 기자는 글쓰기를 가르치는 것에 한계를 느끼며 오마이뉴스에 나의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게 어언 10여 년, 코로나로 인해 정작 본캐였던 논술 수업이 멈추게 되었다. 모두가 홀로 버텨야 하는 시절, 그래도 글을 쓸 수 있어 침잠하는 나의 일상을 버티게 해주었다. 본캐와 부캐가 무색해지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그리고 코로나로 인해 본캐가 상실되는 상황에서 그림책 심리를 배우며 부캐였던 글쓰기에 새로운 '장르'를 더하게 되었다. 논술도, 글쓰기도, 그리고 그림책 심리 지도도, 말 그대로 N잡러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프리랜서의 삶은 고달프지만 다큐에서 말하듯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은 내 삶에 고스란히 통한다. 


by meditator 2020. 12. 14. 14:58

메릴 스트립, 제임스 코든, 니콜 키드먼, 출연 배우들의 면면으로만 봐도 흥미로운 뮤지컬 영화 한 편이 상영관과 넷플릭스를 통해 개봉했다. <더 프롬(The Prom)>이다 .

우리에게는 낯선 프롬(prom)은 미국 청춘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졸업 파티이다. 졸업 파티에 초대받지 못한 소녀, 아니 그 소녀로 인해 졸업 파티 자체가 무산되어버린 사건을 다룬 <더 프롬>은 이미 2018년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된 동명의 뮤지컬 넘버이다. 흥행은 미진했지만 토니상 7개 부문 후보에 오를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던 작품이다. 이 작품을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감독이자 뮤지컬 영화 <글리>의 제작자인 라이언 머피가 넷플릭스와 손잡고 선보인다. 

학부모위원회가 졸업 파티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오프닝, 그런데 이야기는 졸업 파티가 열리기도 했던 인디애나의 한 고등학교에서 브로드웨이 뮤지컬 공연장으로 옮겨진다. 

무대에 올려진 뮤지컬이 끝나고 주연을 맡은 디디 앨런(메릴 스트립 분)과 배리 글릭먼(제임스 코든 분)은 공연에 대한 흥분을 가라앉히지 않은 채 사람들과 어울려 여흥을 즐긴다. 하지만 그도 잠시 신문에 올려진 디디와 배리가 맡았던 앨리노어 루스벨트와 루스벨트에 대한 혹평은 그들은 차가운 현실로 던진다. 노익장을 과시했지만 이제 더 이상 '셀럽'이 아닌 디디와 루스벨트를 연기했지만 그 진지함이 웃음거리가 되어버린 배리, 그리고 그들만큼이나 저마다의 '딜레마'를 안고 있는 앤지(니콜 키드만 분)와 트렌트(앤드류 라넬스 분)는 자신들이 처한 '명망성'의 위기를 '사회적 이슈'를 통해 돌파하고자 한다. 바로 그때 그들의 눈에 띈 사건, 인디애나 고등학교의 프롬 좌초 사건이다. 

 

 

한 소녀의 커밍 아웃으로 무산된 프롬 
트럼프 대통령의 패배에도 불구하고 대선의 여진이 쉽게 진화되지 않는 미국의 사태는 우리나라의 정서로는 쉽게 이해가 되지 않을 듯하다. 그렇게 이미 결과가 뻔한 상황에서도 여전히 상식적 시선으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미국이라는 다양한 사회문화적 상황이 <더 프롬>의 배경이 된다. 즉 동성애가 자유로운 나라라는 미국에 대한 선입관과 달리 보수적인 문화가 지배적인 미국 남부 인디애나주의 고등학교에서는 졸업 파티에 동성의 연인을 데려가겠다는 한 소녀의 선언이 졸업 파티 자체를 무산시키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리고 자유로운 브로드웨이의 아티스트들은 바로 그런 비상식적인 인디애나 주 고등학교의 '사건'을 자신들의 명망성을 활용해 이슈화시켜 돌파하고자 한다. 

영화는 그렇게 두 가지의 갈래를 가지고 진행된다. 고등학생 에마(조 엘런 펠먼 분)의 커밍아웃 선언으로 인한 졸업 파티 무산 사건을 한 축으로 하면서, 거기에 개입한 브로드웨이 스타들의 해프닝을 얹는다.

애마의 졸업 파티 사건을 계기로 만나게 된 브로드웨이 스타들, 그들은 자신들이 인디애나 고등학교에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명망성으로 인해 어려운 문제가 쉽게 풀릴 것이라 기대한다. 그리고 그 사건을 이슈화시켜 자신들의 위기도 해결될 것이라 믿는다. 그런 기대로 화려한 퍼포먼스로 인디애나에 등장한 '뮤지컬 스타'들 무산될 뻔한 졸업 파티가 다시 '승인'되며 서광이 비치는 듯하다. 

하지만 그건 또 다른 '함정'일 뿐이었다. 여전히 애마는 학부모와 친구들에게 외면당하고, 브로드웨이 스타들의 명망성은 그들의 공연 무대가 몬스터 트럭 대회 막간 공연에서 보여지듯이 그들의 기대와 다르다. 

여전히 당대 최고의 여배우인 메릴 스트립이 연기하는 디디가 호텔 프런트에 자신의 토니상 트로피를 올려 놓으며 자신을 과시하는 장면 등에서 보여지듯 <더 프롬> 곳곳에서 보여지는 '셀프 디스'의 여유가 양념처럼 등장한다. 하지만 그런 디스가 무색하게 노익장의 메릴 스트립은 그녀가 등장했던 또 다른 뮤지컬 영화 <맘마미아> 보다 훨씬 역동적인 뮤지컬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로맨스도 빼놓지 않고. 
외려 기대에 비해 아쉬웠던 건 <시카고>의 니콜 키드만을 기대했던 모습을 애마와의 단 한 씬으로 만족해야 했다는 점이다. 아쉬움을 차치하고 보면 <더 프롬>은 대번에 귀를 사로잡는 뮤지컬 넘버는 아쉽지만 대체적으로 흥겨운 뮤지컬 영화의 흐름을 놓치지 않는다. 

 

 

흥겨운 뮤지컬 영화에 얹힌 LGBQ 교과서 
영화는 전형적인 헐리웃 영화의 궤도를 따라간다. 명망성에 기대어 인디애나 고등학교로 납신 브로드웨이 스타들은 애마를 돕겠다는 허울좋은 해프닝을 통해 외려 각자가 가졌던 '문제'를 발견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여전히 좋은 어른으로 애마의 '동지'가 되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애마는 어설픈 브로드웨이 스타들의 등장으로 고무되기도 하지만 결국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모색하여 해결한다. 영화 내내 고뇌하는 애마의 주옥같은 테마는 결국 여전히 성적으로 자유로운 나라라는 미국이라는 사회에서도 '성적인 자유'를 추구하는 것이 얼마나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인가를 드러낸다. 그럼에도 애마는 '나답게' 살아가기 위해 자신의 정체성을 포기하기 않겠다고 용기를 낸다. 그리고 이전 헐리웃 성장 영화에서 '성장의 모티브'가 <더 프롬>에서는 '성적 정체성'으로 변주되어 한 소녀의 내적, 외적 갈등으로 등장한다. 

전형적인 헐리웃 뮤지컬 영화의 궤도를 따르지만 그 과정에서 <더 프롬>이 일관되게 지향하고 있는 건 바로 '성적 다양성'에 대한 '계몽'이다. 줄리어드를 나왔다는 사실만 입에 달고 살던 트렌트(앤드류 라넬스 분)가 애마의 친구들을 상대로 보수적인 남부 사람들이 신앙처럼 믿고 있는 성경의 문구들이 얼마나 자의적인가, 결국 당신들이 신봉하는 성격이 말하고자 하는 단 한 가지는 '네 이웃을 사랑하라'라는 내용의 뮤지컬 넘버는 그런 계몽주의적 <더 프롬>의 성격을 가장 명확하게 드러내어 보여준다. 

왁자지껄했던 프롬의 소동은 결국 등장인물 각자가 가졌던 문제들을 직시하고 그것들을 과감히 받아들이는 것으로 해결된다. 여전히 '셀럽'이라는 미련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디디 앨런은 그 '셀럽'의 허울좋은 명예와 재력을 내던지고 '사랑'을 얻는다. 16살 졸업파티에서 자신의 성적 정체성으로 인해 부모도, 고향도 버려야 했던 베리는 뒤늦은 '화해'를 한다. 그렇게 애마를 빌어 자신들의 명성을 되찾으려던 한물 간 셀럽들은 애마를 통해 저마다의 고민을 풀어낸다. 애마 역시 자신처럼 용기를 내지 않는 연인의 소극적인 태도에 실망하지는 거기에 주저안지 않고 자신을 드러내는 결단을 통해 사랑도 얻고 자신감도 회복한다. 모두가 한데 어울려 춤추고 노래하는 집단 군무의 휘날레를 통해 화해하고 행복해진다. 

 

 

네임드한 배우들의 다수 출연만큼 가지가 많았던 <더 프롬>, 여전히 편견과 차별의 횡행하는 미국 사회에 대해 메릴 스트립 등의 배우가 기꺼이 출연하여 소리 높여 '성적인 자유'를 주창하는 작품이 만들어 진다는 사실이 바로 이 작품의 의의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전세계적인 콘텐츠 플랫폼 넷플릭스를 통해 퍼져나갈 수 있다는 사실이. 어수선한 스토리 라인에도 불구하고 수려한 뮤지컬 넘버들은 여전히 보는 이의 흥을 돋는다. 학교 현장에서 이 <더 프롬>을 틀어준다면 어떨까? 구구절절 설득보다 자기 자신은 물론, 세상에 용기를 낸 소녀 애마를 통해 LGBQ에 대한 인식의 담을 허무는데 조금 더 도움이 될 듯하다. 

by meditator 2020. 12. 12. 16:03

안과에 가서 검사를 하면 오른쪽 눈의 경우 잘 안보이기도 하지만 물체의 색이 바래서 보인다. 안보이는 것보다 세상의 빛깔을 잃어간다는 사실에 검사를 할 때마다 울적해 진다. 나이듦이란 세상에 태어나 누리던 것들을 조금씩 놓아가는 과정인 듯하다. 나의 경우에는 백내장 초기라지만 왼쪽 눈은 시력이 나와서 글을 쓰고 살만하니 다행이다 이러구 살게 된다. 그런데 만약에 나이가 들고 병이 생겨 자신이 직업적으로 하는 일을 더 이상 여의치 않아진다면 어떨까? 그런 질문에 대한 답을 화가 앙리 마티스가 전해준다. 

 

 

지난 10월 31일부터 마이 아트 뮤지엄에서 앙리 마티스의 탄생 150주년 특별전시회가 진행 중이다. 

앙리 마티스라고 하면 사람들에게 어떻게 기억될까? 아마도 학창 시절 미술 시험을 보기 위해 야수파 앙리 마티스 하고 외웠던 기억이 날지도 모르겠다. '야수'라는 정의처럼 선명하게 대비되는 붉고 초록의 커튼이 드리워진 방을 그린 교과서 속 그림이 떠올려 질 것이다. 그게 아니라 조금 더 미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나신의 사람들이 둥글게 원을 그리는 <춤>이나, 가위로 잘라낸 자유 분방한 푸른 여성의 나신들의 콜라주 작업인 <블루 누드> 연작 시리즈을 떠올릴 지도 모르겠다.

붓대신 가위를 든 화가 
본인 자신이 화가라 마티스의 블루 누드 연작에 대한 세간의 폄하에 대해 예술가로써의 분노를 숨기지 않았던 윤석화 도슨트의 열정적인 해설을 도움받아 접한 <앙리 마티스 150주년 특별 전시회>는 나이듦과 병이라는 걸림돌에 무너지지 않은 채 외려 그것들을 지렛대로 삼아 삶의 불꽃이 다하는 순간까지 예술혼을 불태웠던 예술가 앙리 마티스를 만날 수 있다. 

1869년에 프랑스 북부에서 태어난 앙리 마티스는 부모님의 뜻에 따라 법률가가 되었다. 하지만 맹장염으로 인해 무려 2년 동안 병석에 누워있어야 했던 그는 '법'과는 정반대인 미술로 방향을 틀게 되었다. 그렇게 앙리 마티스의 일생에서 '육체적 고통'은 그에게 삶의 '전환점'으로 작용한다.

 

 

전시회는 우리가 교과서를 통해 배웠던 야수파 앙리 마티스를 지나 노년기의 마티스로 부터 시작된다. 고흐 등 당대 인상파 화가들과 함께 교류하며 신인상주의적 그림에서 부터 선과 색이 강렬하게 그러난 야수파로서 '화가'로 인정받았던 시절을 지난 보다 안정적으로 자신의 작품 세계를 구사해 나갈 수 있었던 장년, 노년의 마티스이다. 

여기서 전환점이 되는 작품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춤>이 아닐까 생각된다.  인상주의의 등장으로 사물을 화가의 시선으로 '각색'한 그림들이 새로운 조류로 인정받았지만 아직 '구상'이 대세이던 시절, 마티스가 단순화된 형태와 명쾌한 색으로 구성된 작품 <춤>을 선보인다. 당연히 그의 첫 시도는 아직 평단과 화상,그리고 대중적 이해를 받을 수 없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화가로서 보다 안정적인 경지에 이르르며 그는 <춤>을 통해 표현해 내었던 작품 세계를 구체화하기 시작한다. 

전시회에서 가장 중심이 된 <블루 누드> 시리즈는 그러기에 그에게 찾아온 병마로 인해 병석에 누워 작품을 할 수 밖에 없는 처지에서 택한 불가피한 방식이라고만 보면 아쉽다. 도슨트의 강조처럼 누구라도 오려낼 수 있는 쉬운 작업이 아니라, 푸른 바탕의 종이를 대번에 잘라, 즉 이미 화가의 머릿 속에 작품이 구현되어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예술적 도전으로 여겨져야 할 것이다. 그러기에 오랫동안 앙리 마티스의 친구이자 경쟁자였던 피카소가 앙리 마티스가 병석에 누워서도 가위를 사용하여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에 대해 시기를 숨길 수 없었을 것이다.

말년에 '가위를 활용한 콜라쥬'를 통한 자신의 작품 세계에서 보다 자유로운 도전은 전시회의 제목 '재즈'와 통한다. 구상화된 소묘에서 오블리스크 연작 과정을 통해 보다 단순화되고 장식적인 화풍으로의 전환, 그리고 석판화집에서 보다 추상화되어 가는 대상들의 등장은 화집 표지 '이카루스'를 통해 가장 명징하게 드러난다. 작품 세계의 변화에 대한 이해를 하고 나면 앙리 마티스의 '이카루스'가 그 어떤 구상화적 표현의 이카루스보다 구체적으로 다가온다. 

모델들의 소묘로 시작된 전시회는 말년 'by 앙리 마티스'라는 말이 가장 어울릴 로사리오 대성당으로 마무리된다. 이 전시회의 흐름은 우선 얼굴이 분명하게 드러난 모델들의 데생이 로사리오 성당 벽면에 둥근 원으로 대체된 성모자상으로 이르게 된 구상에서 추상으로의 과정이다. 

 

 

중단없는 도전
개인적으로 전시를 보고 의문을 느껴 도슨트에게 질문을 하기도 했던 이 과정은 모델들의 가장 적절한 포즈가 나올 때까지 모델들을 집요하게 관찰했던 앙리 마티스가 인간을 표현하는데 가장 결정적인 이목구비를 '상실' 시키는 작업에 이르는 '추상'의 탄생이다. 구체적인 표현 대신 보다 단순화되고 선명해진 선을 통해 외려 앙리 마티스는 보다 많은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것이다. 

즉 화가의 눈에 비친, 화가의 눈으로 본 대상을 '상실' 시켜  그림을 보는 이들의 주체성을 부여하는 '자유로움'을 향한 여정은 바로 미술사에서 추상의 탄생 과정에 다름 아니다.  로사리오 성당 벽면의 텅빈 얼굴을 통해 신자들을 저마다의 성스러움에 다가가기를 앙리 마티스는 유도했다. 성모자상의 얼굴을 과감하게 생략한 앙리 마티스도 마티스이지만 그런 성당을 지을 수 있도록 만든 프랑스 천주교의 예술적 유연함에 새삼 경의를 표하게 된다. 그러기에 흑백의 단순한 벽에 비친 푸른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한 햇빛의 경이로운 조화라는 천재적인 예술 작업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게 말년의 앙리 마티스는 젊어 캔버스를 통해 표현했던 자신의 작품 세계를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확장해 간다. 석판화집을 비롯하여 스트라빈스키의 무용 작품<나이팅게일의 노래> 의 무대 의상, 스스로 선정한 시인들의 작품집에 삽화, 그리고 로사리오 성당에 이르는 다양한 방식을 통해 전방위적 예술가로서 자신의 작품 세계를 확장해 간다. 2차원적 평면에 강렬한 색으로 표현되었던 마티스의 세계는 시의 해석을 통한 세계의 확장을 시도했으며, 무대 위, 그리고 건물의 벽면을 통해 3차원적 영역으로 한계를 뛰어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런 모든 작업은 그가 두 차례의 암 수술을 하며 붓조차 쥐는 것이 쉽지 않은 과정에서 이루어 진 것이다. 

<앙리 마티스 탄생 150주년 기념 특별전>은 그렇게 우리가 미술사를 통해 접했던 모더니즘의 발전, 그리고 추상의 등장을 고스란히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다. 또한 그런 미술적 이해를 넘어 평생을 병마와 우울증으로 고통받으면서도 세상에 자신의 고통을 이해받으려 하는 대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의 기쁨과 환희를 주는 작품을 그려내고자 하는 인간 마티스를 만나게 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어려서 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인간 마티스를 주저앉혔던 병마, 그리고 그가 살아온 시간 동안 겪었던 두 차례의 전쟁, 그리고 개인사까지, 마티스의 그림 속에서는 드러나지 않는다. 대신 그럼에도 죽는 날까지도 멈추지 않았던 그가 자신의 종교와 믿음이라 여겼던 예술을 향한 성실한 구도자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아마도 그가 더 생존했더라면 우리는 또 다른 마티스를 만나게 되었을 것이다. 

by meditator 2020. 12. 9. 13:00

트롯에 소크라테스라니, 가수 나훈아가 '테스 형'을 부를 때 어리둥절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열광했다. '너 자신을 알라'라는 테스 형의 그 말 한 마디가 그토록 통쾌했던가. 그런데 '너 자신을 알라'는 건 테스 형만이 아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MBTI가 붐을 이루고 있다. 인터넷의 무료 검사지에서 확인한 자신의 성향에서 부터 꽃, 별, 각종 매개를 활용한 '나' 알아가기 방식에 사람들은 자신의 경계를 허문다. 2020년 왜 사람들은 새삼스레 나를 찾는 것일까?

 

 

 

 


16가지로 구분된 인간 유형 
1) 나는 다른 사람과 자주 어울리는가? 아니면 혼자 시간을 보내는가?
2) 나는 현실적이고 실용적인가? 아니면 상상을 즐기는 창의적인 사람인가?
3) 논리적이고 분석적인가? 아니면 감정적이고 정서적인가? 
4) 일을 함에 있어 계획적인가? 아니면 주어진 상황에 맞춰 임기응변을 잘 하는가?
 
외향적(E)인지, 내향적인지(I), 감각적인지(S), 직관적인지(N), 사고형인지(T) 아니면 감정에 따라 행동하는지(F), 판단형인지(J), 인식형(P), 사람의 성향을 판단하는 8가지 서로 다른 지표를 조합하여 16가지 성격 유형이 드러난다. 

 



이러한 MBTI의 시초는 칼 융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칼 융은 사람은 저 마다 타고난 심리 유형이 있다고 있고, 이러한 칼 융의 사상을 캐서린 브릭스와 그의 딸 이사벨 브릭스가 16가지 인간 유형으로 만들었다. 우리나라에는 30년전 김정택 신부가 도입했다. 

자기 안의 어떤 특성이나 장점을 먼저 이해하고 수용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검사도구라는 김신부의 취지, 그런데 히틀러와 간디가 같은 심리 유형이라는데 과연 맞을까?

다큐에 등장한 젊은 층들은 신기하다. 소름끼친다는 말로 MBTI에 대한 반응을 보인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명확하게 짚어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뿐만이 아니라, '요즘 시대의 명함'이라는 표현처럼 사회 생활을 하는데 있어 남을 이해하는 유효한 도구가 된다고 장담한다. 특히 '연애'에 있어서는 '만능'이라는 것이다. 

 

 

세상을 보는 렌즈가 다른 사람들 
똑같은 상황이라도 전혀 다르게 반응하는 사람들, MBTI에 열광하는 사람들은 유형을 알면 그 사람이 보인다고 입을 모은다. 즉 각자가 가진 렌즈가 다르다는 걸 이해할 수 있는 '도구'가 되어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젊은 층이 '사람'을 이해하는 도구가 된다는 MBTI에 대해 정작 이를 만든 이사벨 마이어스는 '장벽처럼 사람과 사람을 갈라놓는다'는 유려를 표명한다. 즉 나를 발견하는 기쁨, 그리고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서 동질감과 위안을 얻기도 하지만, 너무도 다른 유형들에게 대한 '편견'의 색안경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즉 MBTI가 사람을 알아가는 조금 쉬운 도구지만, 정작 MBTI를 알게 되고 나니 아무나 못만나겠다는 고백도 등장한다. 

다큐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MBTI에 열광하는 현상을 세대론을 통해 분석한다. 이른바 MZ세대, 1980년대에서 2000년대에 태어난 밀레니엄 세대와 1990년대에서 2000년대에 태어난 Z세대를 합친 이 세대는 살아오며 성적과 실적으로 자신을 증명하는 게 익숙한 세대이다. 즉 끊임없이 '나'에 대한 자극과 질문을 받은 세대로 그만큼 자신을 납득시키는데 많은 노력을 경주해왔던 세대였다. 그래서 나를 찾는 MBTI'를 놀이 문화이자 트렌드로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자소서' 앞에서 내가 누구인가 스스로 질문을 던져야 했던 이 세대에게 MBTI는 스스로를 찾아가는 유효한 도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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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MBTI일까? 
또한 올 한 해 코로나로 인해 취업의 어려움과 함께 '고립감'과 싸워야 하는 시절, 학교에 가서 동아리 활동을 하고 ,친구들과 밥이라도 먹으며 자신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조차 놓친, '관계'를 통해 자신을 확인할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 MBTI는 자신을 확인해주는 거울이 된다. 

물론 '나'를 확인해주는 도구가 MBTI만 있는 건 아니다. 이전 세대의 사람들이 신뢰했던 사주, 그리고 동양 사상에서 유래된 '사상체질', 그리고 MBTI에 앞서 젊은이들에게 사랑받은 '타로' 역시 다르지만 같은 류의 자신을 확인해 주는 매개체이다. 

온라인 MBTI 무료 검사지를 통해 '나'를 알아가는 방식,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그 검사 방식이 사실은 MBTI가 아니라면 어떨까? 다큐 제작팀이 문의해본 바에 의하면 사람들이 쉽게 접하는 그 MBTI 검사는 MBTI를 만든 마이어스-브릭스 제단과는 상관이 없는 곳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이 검사의 효용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물리학자 정재승 교수는 자신의 인스타를 통해 MBTI의 효용성 자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 이유는 똑같은 사람이 검사를 할 때마다 다른 결과가 나오는 등 결과의 유효성 자체가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심리학자 최스원 교수 역시 회의적이다. 몇 개의 질문에 본인이 답을 다는 방식 자체를 심리학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인구를 유형별로 나누면 한 유형당 부산 인구만큼의 사람들이 있는데 과연 그들을 동일한 정체성으로 재단할 수 있겠냐고 반문한다. 

또 다른 심리 전문가는 MBTI 검사는 결과보다 해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전문적인 해석이 따라야 한다는 것으로 결과가 나의 모든 것이 아니라 나를 이해하는 시작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즉 평가하고 재단하는 기준이 아니며, 그 유형 안에 나를 가두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다큐를 이끈 '쭈니 형', 박준형 씨는 MBTI를 비롯하여, 사주, 사상체질, 타로를 체험하고 모두 어느 정도 자신에 대해 맞는 이야기를 해준다고 말한다. 다큐 상에서 등장한 MBTI, 사주, 타로, 사상 체질은 박준형 씨에 대해 모두 다른 정의를 내린다. 그런데 본인은 맞다고 한다. 이게 무슨 상황일까? 즉, 박준형이라는 한 사람이 가지는 다양한 면이다. 박준형이라는 사람은 MBTI로 보면 분위기를 잘 띄우는 사람이지만, 사주로 보면 또 자신의 신념에 투철한 사람이고, 타로로 보면 한번 하기로 마음 먹으면 끝까지 해내고자 하는 사람이다. 이게 서로 다른 걸까? 박준형이라는 사람이 가진 서로 다른 측면인 것이다. 그렇듯 MBTI는 우리가 가진 성격의 한 면을 반영해 주는 것이다. 

이 글을 쓰는 기자 역시 심리를 공부하며 오랜만에 MBTI 검사를 해봤다. 올초에 한번 해봤고, 올 중반에 다시 한번 해봤다. 올 초에 내향이던 성격이 중반에 이르러서는 외향으로 나타났다. 가장 기본이 되는 성향이 서로 다르게 나타난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상황이 변했던 것이다. 외향으로 결과가 나오던 시기 기자는 많은 사람들과 만나 관계를 맺던 시기였다. 당연히 사람들과 어울리며 내 자신의 생각들도 변화를 겪게 되는 상황, 그런 변화를 MBTI가 반영한 것이다. 물론 똑같이 나온 부분도 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10여 년전 검사했던 것과는 나머지 부분도 달라졌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하지만 상황에 따라, 경험에 따라 변하게 되는 부분도 있다. MBTI를 알고나면 편하다. 내가 누구인지 알게 되니 '결정'을 해야 되는 과정에서 한결 자신을 덜 혼돈하게 된다. 하지만, 그 '나'는 변한다. 아니면 내가 생각하는 '나'가 변했을 수도. 내 스스로 나에 대해 답을 정하는 MBTI, 답에 대한 내 기준이 변하면 나도 변한다.  



by meditator 2020. 12. 7.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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