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라디오스타>는 예능 최초로 일반인인 송호준이 게스트로 초대 되었다. 이날의 <라디오 스타>의 게스트는 장동민, 신봉선, 크리스티나 등으로, '왜 저래?' 특집이었다. 한 마디로 일반인들이 보기엔, '돌아이'로 보이는 이상한 사람들 특집인 것이다.


특집 제목이 '왜 저래?' 인 것처럼, 당연히 <라디오 스타>는 게스트들의 면면 중에서 '왜 저래?' 하는 측면에 촛점을 맞추어 게스트 들을 다루었다. 신봉선이 이제 나이도 들었으니, 드센 여자 라는 것 외에 다른 면이 부각되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히었지만, 그녀가 새로 낸 노래 '브런치 처럼'을 부르는 짧은 순간 외에 신봉선이 그녀의 소망 대로 드센 신봉선 외의 다른 면을 부여받는 시간은 거의 없었다. 다른 게스트들도 거의 마찬가지였다.
일반인이었던 송호준은, 그가 누구인가? 라는 궁금증에서 시작해서, 왜 '왜 저래?' 특집에 나왔는가라는 의문에서 시작되어, 홀로 인공위성을 띠운 이상한 사람으로 시작해서, 결국은, 인공 위성을 띄우기 위해, 그저 평범한 면티를 3만5천원에 팔려고 애쓰는 의류업자 따위로 결론을 맺었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사진; tv 데일리)

물론, <라디오 스타>의 말미, 그날의 소감을 묻는 장면에서, 송호준은 자신을 영웅시하는 프로그이나 인터뷰에 대해 불만을 느낀다며, 이렇게 웃고 편하게 이야기하는 <라디오 스타>가 좋았다라는 소회를 밝힌다. 그런데 그 소감이 긴 시간 동안 촬영장이 아니라, 편집이 완료된 방송으로 나간 <라디오 스타>를 보고도 여전히 이어질까?

<라디오 스타>는 송호준의 인공 위성을 우선 과연 그걸 송호준의 인공 위성이라 부를 수 있는 가라는 면에서 트집을 잡기 시작했다. 러시아에서 쏘아준, 겨우 본인은 30만원을 들여 설비를 만든 걸 자신의 것이라 할 수 있느냐는데 집중했다. 그리고, 그걸 만들기 위해 면티를 만들어 판 것을 두고, 그것이 더 좋지 않았느냐, 사실은 그게 더 본질이 아니냐는 식으로 몰아갔다. 
물론 송호준의 소망대로, 그가 한 일을 심각한 시선이 아니라, 가볍게 바라봐 주는 것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그것을 예능적으로 즐기는 것과, 그것이 가진 의미를 폄하하는 것은 다르지 않을까?

송호준은 자신을 작가라고 부른다. 인공 위성으로 상징이 된 그의 작업은, 인공 위성처럼 중요한 정보가 국가 등 권력 기간에 편향되거나, 집중되어 있고, 일반인들이 배제된 상황, 정보 내셔널리즘을 비판하기 위한 일종의 퍼포먼스였을 것이다. 
하지만, <라디오 스타>의 mc들은 그런 그의 작업에 대한 이해를 하기에 앞서, 그를 그저 '돌아이'로 몰아가기에 급급했다. 작가라고 하자, 무슨 작가냐며 반문한다. 아마도, 돌아가신 백남준 작가도 <라디오 스타>에 출연했다면 그저 텔레비젼을 가지고 뚱땅거리는 돌아이로 취급받았을 거라는 게 예상이 될 정도로, <라디오 스타>는 이제 현대 예술에서 중요한 장르로 자리잡고 있는 설치 예술, 혹은 퍼포먼스를 한낯 젊은 청년의 치기 이상으로 다루지 않는다. 아니 애초에 그런 장르에 대한 이해에 무지했다. 
그러니, 당연히 그가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려 했던 의도, 크게 보자면, '정보의 민주화'로 이어지는 예술적 지향을 다룬 소향은 더더욱 없는게 당연하다. 왜 카이스트 등에 소속된 사람들이 그의 시도에 한결같은 공감과 동조를 보내는지 이해하려고 조차 들지 않았다. 
그저 무얼 가지고 웃길까만 급급했던 것이다.

애초에 송호준 자신이 <라디오 스타>에 나왔을 때는, 그 자신이, 그리고 그가 한 일이 예능의 먹잇감이 될꺼라는 각오를 가지고 나왔을 것이다. 즉 우스개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웃음거리가 되는 것에도 수준이 필요하다. 그의 작업과 취지를 이해하는 선에서 보여지는 웃음의 소재와, 그저 뜯어 먹을꺼 없나 하고 달려드는 건 엄청난 차이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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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mbn)

비단 <라디오 스타>만이 아니다. 사회적 문제, 혹은 사안을 마주친 예능은 대부분 한결같이 단세포적인 반응만을 보이기에 급급한다. 
24일 방송된 <화신>은 일본 방사능 오염과 관련하여, 방사능의 위험 때문에 생선 섭취를 줄이거나, 먹지 않게 된다는 김지훈을 극성스런 사람으로 몰아갔다. 방송 말미에 여론 조사 결과 68%의 사람들이 김지훈의 생각과 같이, 줄였거나 안먹는다는 생각을 보인 것과 달리, 24일 <화신>을 이끌어 가는 mc들은 현재 진행중인 방사능 위험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딱 jtbc의 손석희 앵커로 부터 '안일하다'는 평가를 받은 윤진숙 해양 수산부 장관 수준이었다. 
심지어 임창정은 일본 방사능 오염 수산물 등을 탄 음식에 빗대면서, 마음 편히 먹겠다는 수준을 보였다. 비슷한 시기에, 일본 아이돌 그룹 멤버가 자국의 농수산물을 아끼겠다면서 1년간 후쿠시마산 음식을 먹다가 피폭된 뉴스가 보도된 상황에서, 김지훈의 생각을 과민하다 몰며, 스트레스 받지 않고 먹으면 엔돌핀때문에 건강이 나빠지지 않을 거라는 의견을 거르지 않고 내보낸 것은 무신경이라고 해야할지, 무지라고 해야할지.

사회적 사안들은, 연예인 개개인의 사생활과는 다르다. 
그걸 연예인 가쉽 파내기와 동일한 방식으로 접근하면, 결국 그 사안이 가진 본질을 왜곡하거나, 사안의 본질에 대해 눈을 감게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송호준이란 사람을 인공위성을 빌미로 옷장사나 하는 돌아이로 몰아가거나, 김지훈을 방사능에 과민 반응을 보이는 건강염려증 환자로 몰아가는 것처럼 말이다.


by meditator 2013. 9. 26. 11:00

이효리 vs. 김구라

<화신>은 마치 k1시합 홍보처럼 지난 주 내내 이효리와 김구라의 만남을 홍보했었다. 그리고 그 화제성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다른 때와 다르게 방송 15분전부터 서로 마주치지 않으려 하거나, 서먹서먹하거나, 정적이 흐르는 스튜디오를 보여줌으로써, 아직도 얼마나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해 껄끄러워하고 있는가를 가감없이 전달해 주려고 했다.

그리고 방송이 시작되자, 어쩔 수 없이 이효리와 김구라는 말을 섞을 수 밖에 없게 되었고, 결국 땀을 뻘뻘 흘리는 김구라의 사죄와 대인배 이효리라는 수식어로 이효리와 김구라의 악연은 훈훈하게 포장되었다.

<라디오 스타>에서 밝혔듯이 이효리는 예능을 순회 중이지만, 그녀와 껄끄러운 누군가가 출연하는 방송은 피하고 있다고 했다. <라디오 스타>에서 그녀가 말한 그 방송은, 한때 그녀와 연애를 했다고 풍문이 돌았던 누군가가 출연하고 있는 모 프로인 것처럼 몰아갔었다. 그런데 꼭 사적인 악연만이 아니었다. <화신>에서 밝혔듯이, 이효리가 <라디오 스타>에 출연한 것도, 이어서 <화신>에 출연하고자 했던 것도 모두 김구라가 그곳에 없을 때였다고 한다. 다행히, <라디오 스타>에서의 조우는 피했지만, <화신>에서 결국 원수를 외나무 다리에서 만나고야 말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문희준이 김구라의 사과에 이어 형님으로 모시며 그와 방송을 함께 하게 되기까지의, 목구멍이 포도청인 것처럼, 이효리 역시 '홍보'라는 '밥벌이의 숙명'이 그녀로 하여금 방송을 통한 화해 모드를 강요하게 만들었다.

 

관련사진

(사진; 한국일보)

 

그런데, 굳이 방송에서 마주치고 싶지 않았던 김구라와 함께 방송을 해야 하는 '수모'를 겪어내면서 참여한 <화신>이 이효리가 원하던 바의 홍보 효과를 충분히 얻어냈을까?

언제나 그렇듯, '풍무으로 들었소?"라는 걸 통해 <화신>측은 이효리에게 이상순과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졌다. 이제 많은 프로그래을 통해 널리 알려진 두 사람의 관계 외에, 자칭 기자 모드라는 봉태규의 치밀한 조사를 통해, 이젠, 이상순의 실체, 이상순의 집안에 대한 뒷조사 까지 들어갔다.

이효리 자신도 방송을 통해 말한다. 자신이 예능에 출연하는 이유는 홍보를 위해서인데, 막상 방송에 나가면, 음악에 대한 이야기는 안물어보고 오로지 자신의 연애사에만 모두들 촉각을 곤두세운다고. 자기 역시 방송이니, 때로는 과장하는 것도 있게 마련인데, 그것을 함께 보고 나면 이상순이 속상해할 때도 있다고. 그에 대해 mc 봉태규도 공감했다. 자신도 공개 연애를 해봐서 아는데, 상대방보다 자신이 더 알려져 있다보니, 상대방이 어쩔 수 없이 피해를 입게 된다고. 정말 이효리가 나온 예능만 따라가다 보면, 인간 이효리보다, 인간 이상순에 대한 학습 효과가 커지니, 본인이 그걸 즐기는 사람이 아닌 바에야, 이효리와 사귄다는 이유만으로, 이상순은 그의 모든 걸 본의 아니게 대중들에게 쏟아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효리의 말에 대한 공감도 잠시, 다시 열심히 그가 찾아낸 풍문에 몰두하는 봉태규의 모습에서 이상순의 인신 보호권이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듯했다.

 

 

 

 

 

(사진; 일간 스포츠)

 

그렇게 해서라도 출연한 방송을 통해 자신의 음악을 알릴 수 있다면 그나마 '홍보'라는 걸 했다고 할 수도 있겠다.

공교롭게도, 25일 <화신>의 출연자 중 세 사람, 이효리, 씨엘, 이준은 본인이나, 그가 소속한 팀이 새로운 신곡을 최근에 선보였었다. 하지만, 25일 방송 중 음악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없었다. 기껏해봐야, 이효리를 Bad girl에 비유한 정도에, 씨엘의 뮤직 비디오 의상이 여러 벌이었다는 정도? 그 대신 이른바 풍문을 들었다는 이효리의 연애 이야기, 이준과 현아의 열애설 몰아가기가 프로그램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심지어 씨엘은 몇 마디 하지도 못한 채. 2회분에 걸쳐 방영되는 이 게스트들의 조합, 다음 주는 '홍보'를 기대해 봐도 될까? 하지만 지금까지의 <화신>의 성격 상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순위제로 바뀐 음악 프로에서, 후배들과 나란히 서서 저를 찍어주세요 하는데 무안하다는 이효리가 자신의 음악을 알릴 곳이 공중파에서는 거의 없다. 이효리 뿐만이 아니다. 소속사와 방송국의 불화로 sbs를 제외하고는 음악 프로에 출연하지 않는 씨엘도 마찬가지다. 순위제가 아닌 공중파 유일의 진짜 고품격 음악 방송 <유희열의 스케치 북>이 있다고? 금요일 밤 1시가 다 되어서야 방송을 하는 이 프로그램에 나가느니, 예능에 나와 신상털이라도 하는 게 그래도 더 홍보가 된다고 생각하니까, 이효리를 비롯한 가수들이 신곡이 나오면 예능 프로그램을 순회하는 것이다. <가요 무대>가 유구한 전통을 뽐내며 고정적 시청층을 확보해 가고 있는 것과 달리, 가수들은, 더구나 아이돌이 아니라면 제 아무리 좋은 곡을 가지고 나와도 자신의 음악을 알릴 기회가 없다.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을 억지로 용서하고, 그와 함께 웃으며 방송을 하고, 음악 얘기는 커녕, 자신의 연애 이야기만 속속들이 털어야 하는 '홍보'의 고달픔, 그래도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했으니, 어느 정도 성과는 얻은 건가?

by meditator 2013. 6. 26. 09:47

결국 이야기쇼<두드림>이 폐지의 수순을 걷는다.

상대적으로 한가했던 토요일 밤에서 겁도 없이(?) <라디오 스타>가 버티고 있는 수요일로 격전지를 옮기고 차별화되지 않는 연예인 게스트 모시기에 신선하지않은 포맷으로 개편을 하더니, 결국 몇 회를 견뎌내지 못한 채 종영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 결과는 어설픈 <두드림>의 무모한 도전의 소산이기는 하지만 크게 보면 범람하는 연예인 게스트 쇼의 당연한 결론이기도 하다.

 

공중파에서만 아침 방송을 제외하고 연예인이 토크 게스트로 등장하는 프로그램이 <라디오 스타>, <힐링 캠프>, <무르팍 도사>, <해피 투게더> 등이 있다. 각 방송국 별로 집단 토크쇼 하나, 개인 토크쇼 하나인 셈이다. 홍보 등으로 방송에 출연할 수 있는 연예인은 한정되어 있고, 토크쇼는 넘쳐나다 보니, 이번에 복귀한 2pm처럼 방송마다 닉쿤이 나가서 심각하게 음주 운전과 관련된 해명성 방송을 남발한 것처럼 '좋은 것도 하루 이틀이지'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상황이 연출되곤 한다. 그러기에, 대부분의 연예인 게스트 토크쇼가 10%를 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전의 <화신>이나 지금의 <무르팍 도사>처럼 3% 대의 치욕스런 시청률을 보이는 경우조차 생기는 것이다.

반면 <우리동네 예체능>이나 <안녕하세요>나 <짝>처럼 일반인들이 게스트로 출연하는 프로그램들은 꾸준히 동시간대 1위를 수성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두드림>의 폐지는 현명한 판단이라 보여진다. 단지, 한국어판 'TED'(유명인사들이 멘토링의 취지하에 십여분의 짧막한 연설을 하는 프로그램)에 토크쇼를 합체한 본래 표방했던 '멘토링'이 강조된 포맷은 제대로만 했다면 좋은 프로그램이 되었을 텐데, 그저 그런 연예인 토크쇼로 전락한 <두드림> 제작진의 협소한 안목이 안타깝기는 하다.

 

KBS 2TV 예능 프로그램 이야기쇼-두드림이 다음 달 5일 방송을 마지막으로 폐지된다. / KBS 제공

 

 

여기서 문제는 야심차게 공중파로 복귀한 mc김구라가 복귀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1패의 전적을 얻게 되었다는 것이다.

강호동처럼 프로그램은 망해도 강호동은 살아남아 리뉴얼할 수 있는 권력자라면(?) 모르지만, 김구라의 경우는 애초에 자숙의 사안이 다른 만큼 아직까지 그에 대한 호불호가 오고가는 상황에서 , 복귀 후 그의 성적 여하에 따라 '공중파는 무리다' 라는 섣부른 결론이 도출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또 모르는 일이긴 하다. 김구라도 강호동처럼 smc&c로 들어가 오뚝이처럼 쓰러져도 또 일어나는 힘을 득템할 지)

<두드림>으로 합류한 김구라는 예외였지만, 막말의 대명사가 아니라, 조영남이란 변칙 플레이어와 함께 온건한 메토링 프로그램도 진행할 수 있다는 능력을 보이고 싶을 거라는 그의 심정이 이해가지 않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결론은 '폐지'요, 그보다 더 지금 김구라에게 발등에 떨어진 불은, <화신> 역시 마음 놓을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화신>이 상승세이긴 하다.

3%대의 치욕을 딛고, 김구라가 합료한 이래 계속 시청률이 상승하고 있는 중이긴 하다. 하지만 여전히 낮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동시간대 1위를 <우리동네 예체능>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좌불안석이긴 마찬가지인 것이다.

 

확실히 김구라가 합류한 이후, <화신>은 재미있어졌다.

어정쩡한 꽁트를 없애고, 김구라의 특기(?)에 봉태규의 열의를 살린 듯한 '풍문으로 들었소'도 회를 거듭할 수록 자리를 잡아가는 느낌이다. '한줄의 요약'도 종종 오글거리기는 하지만 위트있게 끌어가려고 mc들이 고군분투하는 느낌이 전해진다.

그런데, 풍문으로 들었든, 한 줄로 요약을 하던, <화신>을 보다보면, 자꾸 <라디오 스타>가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다. 비록 지금 그의 자리는 <화신>이지만, 김구라를 김구라로 인정받게 만든 대표적 프로그램이 공중파에서는 <라디오 스타>인 만큼, 복귀 후 그가 예전 <라디오 스타>만큼 해낼 수 있을까(지금의 라스가 잘 하던 못하던 상관없이)란 암묵적 비교가 자꾸 드는 건 어쩔수 없는 일인 것이다.

김구라가 예전의 <라디오 스타>처럼 출연자들을 물고 늘어지려는 의욕은 여전하다. 그의 옆에서 받쳐주는 봉태규의 '봉기자' 스타일도 나쁘지 않다. 김희선과 아웅다웅하는 모습도 생각보다 어울리고. 문제는 신동엽이다.

 

 

심하게 말해서 <화신>은 두 개의 프로그램을 보는 듯하다. 신동엽의 19금 판 <화신>이랑, 김구라의 <라디오 스타>, 두 사람은 프로그램 내내 몇 마디를 나누지 않는다. 같은 화면에 잡히는 적도 거의 없다. 신동엽은 자신이 잘 하는 것만 던지고, 김구라도 역시 자신만의 직설로 게스트를 끌고 가려고 한다. 두 사람은 각자의 영역에서 일인자이지만, <화신>에서 두 사람은 그저 신동엽, 김구라일 뿐, 그로 인한 시너지는 없다.

물론 <화신>을 보다 보면 웃기다. 하지만, 화요일 밤, 동네 사람들의 땀 흘리는 진정성을 이겨낼 웃음은 아직 아니다. 다음날 <라디오 스타>를 보면 되지, 굳이 채널을 돌릴 충성도는 약하다.

 

<화신>이 그저 그런 <라디오 스타>의 아류가 아니기 위해서는, <화신>만의 그 무엇이 필요하다. 그것은 김구라 혼자서도 안되고, 신동엽 혼자서도 안된다. 두 사람이 합을 맞춰 이룬, 새로운 미지의 그 무엇이 발생될 때, 그때가 비로소 <화신>이 神으로 거듭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두 사람 친해지는 것부터 할 필요가 있다!

by meditator 2013. 5. 29. 10:09

3월 26일 <화신>에는 지드래곤, 대성, 김경호, 가희, 노사연 등이 출연하여, 남녀대첩이란 주제로 만남과 이별에 있어서의 출연자 각자의 노하우(?) 혹은 사연을 나눴다. 그런데, 이날 출연한 출연자들중 노사연을 제외하고, 전세계 솔로 투어를 앞둔 지드래곤, 일본 투어를 앞둔 대성, 솔로 앨범을 낸 김경호와 가희 등 모든 출연자가 자신의 개인 스케줄과 관련된 홍보 일정이 있었다. 심지어 마지막에 따로 시간을 내서(물론 '이 봄에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명목하에) 이들의 개인 홍보 시간까지 주어질 정도로. 이제 와 새삼스레 홍보를 목적으로 한 연예인들의 방송 출연을 왈가왈부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인 상황이지만, 과연 <화신>이란 프로에 지드래곤과 대성의 출연이 시의적절했는가, 혹은 곧 결혼할 약혼자가 있는 김경호의 출연이 적절했는가는 생각해 볼 문제다.

 

지드래곤은 최초로 솔로 월드 투어를 앞두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인지 부쩍 요즘들어 예능 프로그램의 출연이 잦다. 3월15일과 22일에는 <땡큐>의 게스트로 나왔고, 26일에는 <화신>에 출연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지드래곤 자신으 예상하지 못했을 지 모르겠지만 두 프로그램을 다 시청한 팬이 아닌 일반인 입장에서 지드래곤이란 사람에 대해 이미지 분열을 일으킬 만큼 전혀 다른 면모를 보여주었다.

<땡큐>에서의 지드래곤 모습이 새삼 감동적이었던 것은, 자신 보다 나이 많은 어른들 앞에서 손을 떨며 음식을 하는 수즙은 젊은이의 모습, 그리고 한때 양현석 사장이 '악의 근원'이라 지칭했다고 하는 빅뱅의 많은 사건 사고의 꽤많은 지분을 차지했던 과거의 자신의 모습을 오만과 만용이라 반성하면서 젊은 나이임에도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누님'처럼 자신을 반추할 줄 아는 원숙한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무이다. 그래서 많은 구설수에도 불구하고 지드래곤이란 사람을 음악을 사랑하는, 무대에서 완벽하지 않을 때 거침없이 그곳을 떠날 '뮤지션'의 모습으로 그를 되새김할 여지를 만들어 주었다.

 

 

그런데 그런지 며칠이 지나지 않아, '마음을 지배하는 자'란 미명 하에 노골적으로 남녀 관계를 도마 위에 올리고, 19금은 아니지만, 거의 노골적으로 19금을 지향하는, <화신>에 나온 지드래곤의 모습은 지난 주 그에게 새로 품었던 '순수한' 지드래곤 이란 이미지를 확 깨게 만들었다. 그 나이의 남정네가 연애 고수인 것 쯤이 무슨 문제이겠는가마는 타 프로에 나가 자신의 지난 날을 참회하던 사람 혹은 그런 이미지를 만들고 싶던 사람에게, 연애 고수인 양 자신의 연애 스킬을 다종다양하게 설파하는 이 프로그램은 물의를 일으켰던 지드래곤을 떠올리게 해 애써 돌려논 기억의 시계는 과거로 다시 향해지는 듯 했다.

더구나, 물론 법적으로야 아무 문제가 없지만, 지드래곤이나, 대성이나 대중들에게 심리적 사면을 받은 게 애매한 상황에서 (아직도 그들을 보면 어떤 사건이 떠오르는) 과연 <화신>이란 프로에 나와 예전처럼 자유분방하게 자신들의 연애 이야기를 '웃고 까발리는' 상황이 적절했을까? 물론 많은 프로그램에 나와 자신의 일정을 홍보하는게 연예인들에겐 중요한 일이지만, 그가 지향하고자 혹은 개선하고자 하는 이미지와 프로그램의 성격이 맞는가에 대해 좀 더 고민해 볼 필요를 지드래곤 편 <화신>은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또 한 사람, 김경호는 <화신>에 나와 결혼까지 생각하는 약혼녀가 있음을 발표했다. 그런데 그 말을 끝마치기가 무섭게, <화신>은 그의 지나간 연애 경험을 들춘다. 그런 프로그램에 취지에 맞춰 김경호는 8번의 연애 경험과, 양다리를 걸쳤던 사실, 심지어 돈을 뜯기기도 했던 과거의 연애사를 풀어 놓게 되고. 한번은 지금 결혼할 사람에게 영상 편지를 보내더니, 다음엔 지난간 연인에게 영상 편지를 쓰고, 웃자고 보는 프로그램이지만, 술 먹는 사석에서도 하지 않을 '연애의 상도덕'을 <화신>은 마구 넘나든다. 출연자의 이미지따위는 상관없이.

 

<화신>을 보다 보면 몇 년 전 <야심만만>을 보는 듯한 기시감에 빠져드는 건 누구나 예외가 아닐 것이다. 아니 멀리서 찾을 것도 없다. 종영까지 <놀러와>에서도 남녀의 심리 탐구 이런 걸 했었다. 거기에 상황극을 더 얹는다고 해서 '탱자'가 '귤'이 되지 않듯이, <화신>은 그저 어디선가 보던 프로그램이다. 단지 신동엽, 윤종신이라는 조금 더 성인용 토크를 통해 프로그램의 차별성을 가져가려는 MC와 그 화사함으로 프로그램을 덮으려는 김희선에, <야심만만>에서 이미 한번 쯤은 본, 하지만 <야심만만>보다도 신선하지 않은 토크 주제에, <강심장>보다 적은 출연자로 인해 속속들이 까발려지지만 이상하게도 지루한 시간까지, 굳이 <강심장>을 없애면서까지, 아니 굳이 이 시간에 저 연예인들의 신변잡기를 장황하게 들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라는게 자꾸 떠올려지는 시간이다. 그러느니 <김국진의 현장 박치기>를 보던가, <엄지의 제왕>이 낫단 생각이 들지 않을까?

by meditator 2013. 3. 27.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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