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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얼굴에 해당되는 글 4건
- 2015.04.15 왜 선조인가? 리더의 자격을 묻다- <화정>, <징비록>. <왕의 얼굴> 3
- 2015.02.06 <왕의 얼굴> 불운의 왕세자, 광해를 통해, 정치적 리더의 의미를 짚다 2
- 2015.01.02 <왕의 얼굴> '임란'에 대처하는 세 사람의 '운명론적' 자세
- 2014.12.12 <왕의 얼굴> 광해에게 '관상'은 절대반지인가? 2
4월13일 첫 선을 보인 mbc 월화 드라마 <화정>, 50부작의 포문을 연 것은 다름아닌 단 한 회만에 생을 마감한 '선조'(박영규 분)였다. 자신의 아들 중 하나였지만 광해군(차승원 분)이 누군인지 알아보지도 못한 아비, 사랑하는 애첩의 아들 대신 죽어도 될 만만한 존재로 세자를 책봉한 얍삽한 아비, 야반도주를 하다시피 궁을 버리고 떠나는 자신을 대신해 백성을 독려하고, 왜군에 맞서싸우던 자신보다 더 '임금님' 같던 세자를 정적으로 여기던 아비, 그는 명의 고명을 핑계로 16년이나 된 나이가 지긋한 세자 대신, 왕후의 몸에서 난 어린 대군을 세자로 다시 옹립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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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회, 광해(서인국 분)를 폐서인 시키고자 하는 선조에게 광해가 일갈한다.
"아버님은 평생, 왕의 얼굴에 매달리셨습니다. 하지만, 군주가 진정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군주 자신의 얼굴이 아니라, 바로 백성들의 얼굴입니다"
광해의 이 단호한 왕의 얼굴에 대한 정의가, 바로 드라마<왕의 얼굴>이 끈질기게 추구하고자 한 주제 의식이다.
그리고, 그 주제 의식에 걸맞게, 선조(이성재 분)의 급작스런 죽음으로 왕이 된 광해가 제일 먼저 한 일은 그간 백성들의 등골을 휘게 만들었던, 방납의 폐해를 없애고자 대동법을 실시한 것이다. 객주 장수태(고인범 분)의 단적인 예처럼, 산골에 부과된 전복이라는 말도 되지 않는 공물을 내기 위해 백성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장수태와 같은 상인의 전횡과, 관료들의 이권을 견뎌내야 했는데, 이렇게 가장 백성들을 고통스럽게 만든 방납을, 토지 소유에 근거하여, 각 얼마를 정하는 대동법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광해가 방납의 폐해를 들고 나오자, 그를 지지했던 대북파의 거두 이산해(안석환 분)는 만류한다. 조선이 세워진 이래 모든 왕들이 그 폐단을 없애고자 하였으나, 그 어떤 왕도 성공치 못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런 이산해의 저지에, 광해는 단호하게 말한다. 그는, 바로 공과 같은 대신들이, 방납의 이권에 개입되어 있기 때문이 아니냐고. 그러면서, 각자 소유한 토지에 근거하여, 공평하게 쌀로 세를 대신 부과하는 대동법을 실시하겠다고 밝힌다.
the fact
드라마의 한 장면이지만, 보는 시청자들은 이 장면에서, 우리가 사는 현재가 고스란히 짚어진다.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가 되고 있는 이른바, 증세 논란이 그것이다. 즉, 복지 국가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결국 증세를 해야 하는데, 과연 그 대상이 누가 되어야 할 것인가를 두고, 갑론을박 각 입장별로 의견이 갈리는 것이다. 연초가 되자마자 급락한 대통령의 지지율의 상당 부분이, 유리 지갑이라 일컬어지는 월급쟁이들의 연말 정산의 달콤한 즐거움을 앗아갔던 탓이 큰데, 거기서 사람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바로, 정작 돈을 내야 하는 부자들에게는, 각종 혜택을 주면서, 정작 만만한 사람들에게 다시 세금을 뜯어 가고 있다는 불만이 표출된 것이다. 결국, 날이 갈수록, 빈부의 격차가 극심해 지고 있고,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결국, [21세기 자본론]의 피케티의 주장처럼, 부유세만이 해결책인데, 그 해결책은 외면한 채, 엄한 담뱃세 등으로, 서민의 등골을 다시 빼먹는다 생각하니, 사람들의 마음이 다 얼어붙어 버리는 것이다. 바로 이런 우리가 처한 상황에 대해, 드라마 <왕의 얼굴>은 이른바 불운의 왕세자 광해를 통해, 진정한 리더가 추구해야 할 바가 무엇인가를 찾아가고자 했다. 그리고 마지막 회 보란듯이, 광해는 가진 땅에 근거해 세를 부과하는, 이른바 부자 증세의 효과가 드러내는 대동법을 통해, 이 시대의 리더가 추구할 해법을 제시한다.
단 한번도 거역할 수 없었던 아비 선조에게, 백성의 얼굴을 일갈하고, 왕이 되자마자, 대동법을 통해, 백성들의 밝은 얼굴을 살폈던 광해, 그가, 그렇게 백성을 진심으로 생각하는 리더에 도달하기 위해, 거쳐왔던 길은 험란했다.
그 자신이 적통이 아니기에, 늘 왕의 자격이 부족하다 생각했던 아비 선조의, 노회한 정략에 휘말려, 적통도 아니고, 심지어 장자도 아닌 처지에, 혹여나 왕의 자리를 넘볼까 시험의 대상이 되고, 밀려드는 왜군 앞에 먹잇감처럼 왕세자가 되었던 광해, 하지만, 그는 오히려 아비의 시험에 들어 폐서인이 되어 궁밖에 내처지고, 홀로 한양에 남아 왕가의 대표자로서 백성을 돌보며, 진정한 리더로서 성숙해 간다. 그래서, 마지막, 평생을 나라를 좀먹은 선조가 나보다 나은 것이 무엇이 있냐며, 왕의 자격에 타고난 신분이 무슨 소용이 있냐며 반문하는 김도치에게 당당하게, 그것은, 권력과 재물이 아니라, 책임이라며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드라마 <왕의 얼굴>은 최근 학계에서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개혁 군주로서의 광해군에 대한 연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거기에, 우리가 사는 현실에 대한 거울로서, 진정 백성을 생각하는 리더로서의 광해를 완성하였다. 그리고, 인조 반정을 통해 비운의 왕이 되고만 광해의 운명이, 우리가 역사를 통해 배우듯, 폐륜이 아니라, 어쩌면, 그가 왕이 되자마자 실시했던 진정 백성을 위한 대동법 등의 개혁적 정책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드라마의 여운으로 남긴다. 그것을 위해, 인목 대비는, 자신의 아들을 왕으로 만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권력의 화신이 되었고, 이산해 등의 관료들은 가렴주구에 물든 권신 세력으로 묘사되었다. 이렇게 왕이 되었지만 여전히 그의 개혁적 정책과, 정통성을 승인하지 않는 무리들이 결국 광해를 왕좌에서 밀어냈을 것이라는 것을, 23회의 여정 속에서 충분히 공감할 수 있도록 드라마는 광해라는 인물을 구현해 낸다.
그리고 이렇게 백성을 생각하는 리더로 재탄생되는 광해의 맞은 편에, 평생, 왕의 얼굴을 가지고 싶었지만, 정작 왕의 얼굴에 집착만 했을 뿐, 전란이 나자마자 자기 한 몸 살고자 내빼기 바빴던, 심지어 자신의 왕좌를 지키기 위해 피붙이조차 의심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던 편협한 인간 선조를 대비시킨다. 또한, 자신의 가족을 국가에 의해 잃고, 타고난 운명을 거부하며 스스로 왕이 되고자 했던, 하지만, 결국은 그것이 개인의 야욕으로 귀결되고만 김도치란 또 다른 인물을 대비시킨다. 이렇게 왕이고, 왕이 되고자 했고, 결국 왕이 된 세 인물들의 행적을 통해, 올바른 리더의 길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볼 수 있게 만들었다.
물론, 이렇게 반면교사로 삼을 만한 좋은 주제 의식에도 불구하고 사극으로서 <왕의 얼굴>이 가진 아쉬운 점은 남는다.
무엇보다, 굳이 '관상'이라는 소재를 들어 왕의 얼굴에 천착함으로써,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어렵사리 에둘러 돌아와야만 했다. 선조를 왕의 관상에 집착하는 인물로 그려낼 것이 아니라, 담백하게 정통성을 지니지 못해 의심과, 변덕으로 자신의 보위를 유지하는 불완전한 인간으로 그려냈었다면 좀 더 드라마적 개연성이 분명해졌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관상'이란 픽션을 끌어 들임으로써, 광해라는 캐릭터가 뜬금없이 관상감의 과거를 보게 만든다거나, 결국 김개시가 되는 가희를 그려내는데 있어 역사적 사실을 비껴가는 묘사를 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들게 된 것이다. 심지어, 광해군대에 이르러서까지 그 권세를 유지했던 김개시를 선조를 독살하고, 광해의 곁에서 물러나는 순정의 주인공으로 만듦으로써 왜곡의 수순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 사극 <왕의 얼굴>의 옥에 티이다.
또한, 백성을 생각하는 군주로 거듭나는 리더로 구현하기 위해, 광해라는 인물을 지나치게 도덕적인 히어로로 그려낸 것 역시 아쉬운 점이다. 불가피하든 어쨌든 결국, 자신의 형을 비롯하여, 인목왕후, 영창대군, 그리고 결국 자신의 동지와도 같던 허균까지 죽음으로 몬 군주가 광해일진대, 폐주로서의 그를 새롭게 모색하는 것이, 정반대로 영웅으로 미화하는 경지에 이른 점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흑백 논리적인 비약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차라리, 깨닫고 고뇌하는 인간 광해였다면, 조금 더 현실감있는 역사적 인물로 기억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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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임진왜란'이 터지고야 말았다. 풍전등화 앞의 조선, 하지만, 나라의 흥망이 눈 앞에서 오고가는데도, 그 속에서 사람들은 각자 저마다 자신의 입장을 놓을 수 없다. 그렇게 왜적이 침입한 상황에서도 저마다 다른 속내를 펼치는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왕의 얼굴>은 갈리는 운명으로 풀어낸다.
왜적이 '파죽지세'로 북상하여 수도 한양을 위협하는 상황이 다가오자, 선조(이성재 분)는 파천을 결정한다. 대신들에게 내건 명목이야, 좀 더 명에 가까운 곳으로 옮겨, 명에게 원병을 청하겠다는 취지였지만, 왕의 파천 행렬을 막아선 백성들의 분노에서 알 수 있듯이, 결국 자기 한 몸 살겠다고 도망가는 거였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우리의 역사 속에서 도망가는 위정자의 모습은 너무도 익숙하다. 6.25 전쟁이 나고, 수도 서울을 버리고 한강 다리까지 폭파해버린 채 도망가던 이승만 대통령은 도망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수도 서울의 사수를 내세웠다. 심지어, 후에 서울이 수복된 후 자신들이 다리를 끊어버리는 바람에 공산치하에 내던져졌던 사람들을, '사상검증'의 잔인한 '인민 재판'앞에 던져 버린다.
tv데일리
그렇게 도망가는 선조가 자기 대신 왜적의 총알받이로 내세운 것은 다름아닌 '광해'였다. 명목이야, 맏아들 임해가 왕재가 아니요, 신성군은 너무 어린 탓이요, 왕자 들 중 가장 왕의 재목에 어울리는 현명함을 가졌다지만, 결국 왜적들의 손에 잡혀 목숨을 잃어도 어쩌지 못할 만만한 대상이었음을 드라마 <왕의 얼굴>은 밝힌다.
하지만 그런 선조의 '응큼한' 속내에 아랑곳없이, 나라의 운명이 경각에 달렸는데도, 큰 아들 임해군과 신성군은 자신들이 세자가 되지 못함이 먼저이다. 왜적이 들이닥치건 말건, 나라가 없어지건 말건, 자신들의 '자리'가 먼저인 그들은 어떤 면에서 가장 아비를 닮은 아들들이다.
그런 형, 동생들과 달리, 드라마 속 현명한 왕재 광해는, 그런 자신의 운명을 익히 알고 있으며서도 기꺼이 아비를 대신해 수도 한양에 남겠다고 말한다. 그의 얼굴에 드리운 '왕재'가 그저 헛운명이 아님을 스스로 증명해 내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임란 속에서 위기에 빠진 왕가의 궁여지책으로 세자가 된 광해와 달리, 스스로 '왕의 길'을 가겠다고 나선 또 한 사람의 인물이 있다. 바로 김도치(신성록 분)다. 대동계의 수장으로, 평등 세상을 꿈꾸는 그들의 앞에 나선 모든 일들을 진두 지휘하던 김도치, 하지만 정작 선조를 암살하려던 대동계의 일원을 스스로 죽여버리면서까지 선조의 총애를 얻으려 했던 그의 속내가, 13회에 분명해졌다. 자신의 부모 형제가 억울하게 죽어갔던 분노를 '대동 세상'을 만드는 것을 통해 '승화'하는 대신, 그 자신이, 왕이 될 '역심'을 품는다. 왕의 재목이 별거냐며, 도망간 왕이 비운 자리에 자신을 앉혀본다.
국난의 시기에도 나라를 지키기보다는 일신의 안녕을 우선하여, 발빠르게 도망했던 왕, 스스로 국경을 넘어 명으로 건너가려 했으나, 신하들의 만류로 겨우 국경 근처에 머물렀던 왕, 비겁한 왕 선조와, 그런 아비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세자가 되었던 광해, 그리고 결국 궁여지책이 그를 왕으로까지 만들었던 운명의 이야기를 <왕의 얼굴>은 '관상'이란 운명론적 서사를 통해 풀어내고자 한다.
그래서 파천을 앞둔 전날 선조는 용상에 앉아 눈물을 흘린다. 왕이 되어 나라를 버리고 도망가는 자신의 처지가 아니라, 자신의 얼굴이 왕의 재목이 아니라, 결국 왜적들에게 나라를 내주게 되었다며.
하지만, 그렇게 자신의 관상을 통탄하고 있는 선조의 운명론의 맞은 편에 한양에 남아 광해를 돕겠다는 가희(조윤희 분)의 운명론이 있다. 왕의 후궁이 되어야 할 운명을 타고난 그녀, 하지만, 그녀는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면,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다 운명을 맞이하겠다며 광해를 돕기 위해, 남장을 하고 활과 목검을 챙긴다. 그런 그녀에게 당대의 최고 관상가 백경은 타고난 '관상'을 이겨내는 것이 '심상'이라며 그녀의 선택을 존중해 준다.
하지만 백경이 존중해 주지 않는 '심상'도 있다. 스스로 왕이 되고자 하는 도치에게 백경은 그에게 독초를 먹여 죽이려다 차마 죽이지 못했던 과거 자신의 우유부단을 후회한다. 자신의 운명을 거스르려는 도치의 결단은, 그저 왕재로 타고나지 못한 운명론을 넘어선 의지론이라기 보다는, 자신과 함께 했던 대동계의 동지들마저 자신의 의도에 따라 희생시키는 선조와 다르지 않는 '일신의 안위'로 보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타고난 운명을 거스르는 도치의 야욕 앞에 자신의 관상에 따라 진정한 왕의 재목으로 거듭나는 광해가 있다.
<왕의 얼굴>은 전란에 빠진 조선, 그 안에서 서로 다른 운명적 선택을 하는 역사적 인물들의 이야기를 '관상'을 통해 풀어내고자 한다. 그리고 이런 서사의 방식이, <왕의 얼굴>의 매력이자, 또한 한계가 된다.
서로 다른 선택을 한 인물들은, 결국 그로 인해, 다른 역사적 결과물을 낳지만, 드라마는, 그걸 원심력있는 역사로 풀어내는 대신,'관상'이라는 운명론으로 귀결시켜 버린다.
그래서 왕은, 나라를 버리고 달아나는 전날, 결국 운명을 거스르지 못하고 나라를 이 지경에 빠진 자신을 반성하는 대신, 자신의 관상탓이나 하고 있다.
bnt뉴스
그런 왕을 대신하여, 졸지에 나라를 떠맡은 광해의 운명은 애처롭고, 그 상황에서 의연한 모습은 대단해 보이지만, 어쩐지, 그런 그의 모습은, 또 다른 운명론적 영웅을 보는 듯, 단선적이다. 비록 최근 들어 광해군에 대한 역사적 조명을 새롭게 하여, 그가 우리가 알고 있는 '폭군'이 아니었음이 새롭게 부각되어지고 있지만, 정말, 적군의 총발받이로 남겨진 세자가 된 그가, 한번도 자신의 애꿎은 운명을 탓하지 않은 채, 그토록 애닮게 '백성'만을 생각하는 성군이었을까? 도망가는 아버지를 걱정하고, 자신을 음해하고, 죽이려고 드는 형과 동생을 대신하여 화살을 받고, 총알을 기꺼이 받는 광해는 '순교자'적이긴 하지만, 매력적인 역사적 인물은 아니다. 광야에서 악마에 시달리며 자신의 운명을 놓고 울부짖던 시간이 있어 하느님의 아들, 예수가 더 숭고하듯이, 인간적 고뇌조차 제껴두고, 오로지 백성만을 걱정하는 광해는, 안쓰럽기는 하지만, 그럴 수록 생동감있는 역사적 인물로서의 현실감은 떨어지는 것이다.
그런 광해에 비하면, 오히려, 타고난 운명을 거슬러 스스로 왕이 되겠다고 나선, 김도치란 인물이 드라마적 흥미를 일으킨다. 하지만, 일찌감치 대동계의 인물들을 자신의 목적을 위해 희생시킴으로써, 드라마는 하늘이 내려준 운명의 한계를 넘어서지 않으려 한다. 신분제 사회 조선을 넘어서려는 김도치란 인물을 그저 결국 나쁜 놈으로 그려냄으로써, 그리고 '왕재'의 관상을 타고난 광해를 지고지순한 영웅으로 그려냄으로써, 운명론적 역사관에 스스로 갇혀 버리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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