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각 방송사 별로, 연예, 가요, 연기 부문의 시상을 한다 하여 시끌벅적하다. 이렇게 각종 시상식이 즐비한 가운데 차분하게, 하지만 엄정하게 한 해를 마무리하고자 하는 프로그램들이 있다. 바로 시사프로그램들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사건 사고가 많았던 올 한 해를 마무리하며, <이영돈의 현장 속으로>와 <그것이 알고싶다>는 2014년의 사건, 사고들을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가졌다. 


jtbc는 12월 13일 발생한 세트장 화재 사건으로 방영이 불확실시 되고 있는 드라마 <하녀들> 대신 이적한 이영돈 pd의 <현장속으로>를 편성했다. 이영돈 pd가 예의 그다운 방식으로 2014년의 사건, 사고가 발생했던 현장을 직접 발로 뛰어 사고의 위험성을 체험하고, 그 해결책을 모색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세월호 사고를 비롯하여, 판교 환기구 참사, 잠실 싱크홀 등 지난 1년 우리 사회를 경악에 빠뜨렸던 사건, 사고들의 현장에 이영돈 pd가 나섰다. 
사건들의 보도 이후, 이pd는 '하인리히 법칙'을 제시한다. 하나의 결정적 사건이 일어나기까지, 300여 개의 전조 증상과 29개의 작은 사고들이 있다는 것이다. 즉, 300여 개의 전조 증상과, 29 개의 작은 사고들이 도미노 게임이 되어, 결국 하나의 대참사를 불러 일으켰다는 것이다. 
그 실례로 삼풍 백화점 참사 사건을 든다. 개발과 발전이 중심 화두 가 된 사회, 건설 과정에서 보다 높은 건물을 빨리 짓기 위해, 몇 개의 부속이나, 몇 개의 기둥 정도 빼먹는 것은 쉽게 눈감아주는 관행이, 결국, 삼풍 백화점이라는 이 거대한 건물을 버티는 기둥이 몇 개 밖에 되지 않는 괴물을 만들어 내고, 그것이 결국 참사로 이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성수 대교를 비롯한 각종 사건 사고들이 삼풍 대참사를 예언했지만, 정부와 지자체는 여전히 관행적으로 부실을 눈감았고, 사업자들은 이익에만 눈이 멀었으며, 시공자들은 공기를 단축하는데만 급급하여, 결국 수많은 인명을 살상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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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런 삼풍 참사의 전례는 고스란히 세월호 사고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 pd가 제시한 세월호와 같은 회사가 운영한 세모 유람선의 실태와 사고는 소름끼치게 세월호의 그것과 흡사함을 보인다. 쭈르륵 밀려 쓰러지는 도미노들, 그 중 단 하나의 도미노판이 제거 되어도 결정적 참사 한 건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고가 나야 문제점이 뭔지 알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말처럼, 성수대교 20주기 대한민국에는 여전히 후진국형 사건 사고가 빈발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이런 사고는 계속 일어 날 거'라는 예언이 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데서, 2014년을 보내는 마음이 착잡해 지는 것이다. 
부산 고층 건물 사고 이후 여전히 화마의 이동 통로가 되고 있는 각종 배관 통로의 눈 가리고 아웅하는 땜질식 처방이나, 방화문의 부실한 관리, 그리고, 판교 참사 이후 개선되지 않는 환풍구 관리와, 싱크홀 이후에도 잠실 땅을 파대는 각종 공사들이 또 다른 도미노 게임의 시작을 보여주고 있다. 

<이영돈 pd의 현장속으로>가 예의 이영돈 pd의 현장성을 살려, 2014년의 사건 사고를 되돌아 보았다면, <그것이 알고 싶다>는 지난 1년간 이 프로그램을 통해 방영되었던 각종 사건 사고를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그저 지난 1년간 이러이러한 사건이 있었다는 식의 나열이 아니다. 프로그램의 시작은 올해 초 방영되어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형제 복지원' 사건이었다. 왜 형제 복지원인가? <그것이 알고싶다>에 걸려온 전화 한 통, 이 프로그램을 통해 방영된 형제 복지원 사건을 보다, 한 남자가 통곡을 했다고 한다. 바로, 열 살 먹은 해 부산 역에서 형제 복지원에 잡혀 가 청소년 시절까지 무려 5년을 각종 구타와 고문, 노역에 시달렸던 당사자였기 때문이다. 그의 부러진 어깨뼈가 흉터로 남듯, 그의 마음에도 지울 수 없는 상흔이 중년이 된 지금에도 남아있다. 하지만, '사죄'만이라도 해주기를 바란다는 그의 아내의 말처럼, 형제 복지원 당사자들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부랑아'라는 꼬리표를 단 채, 피해자가 아닌 죄인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그것이 알고 싶다>가 형제 복지원 사건으로 말문을 연 이유다. 

'개인'의 잘못이었다가, 사호 복지 법인의 문제였다가, 국가 정책의 문제임이 이제서야 조금씩 드러나는, 하지만 여전히 30여년이 흐른 이후에야 본인들이 스스로 밝혀내야 하는 '끝이 나지 않는 사건'에 대해 <그것이 알고 싶다>는 말하고 싶은 것이다. 
형제 복지원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뼈동굴'로 넘어간다. 우연히 발견된 뼈 무더기가 발견된 동굴, 하지만 거기가 끝이 아니다. 6.25전쟁을 전후로, 100만명이 살상된 민간인 학살의 흔적들이, 남한 곳곳에 뼈무덤으로 남겨져 있다. 하지만 이제서 발굴되어 플라스틱 상자에 들어있는 뼈들이 돌아갈 곳이 없다. 왜냐하면 우리 사회는 여전히 그들을 받아들 일 수 없기 때문이다.
4.19 이후 사회적 환기를 불러 일으켰던 민간인 학살 사건이, 5.16 발발과 더불어, 그것을 제시한 사람들초자 '빨갱이'로 몰면서 우리 사회 '레드 컴플렉스'가 발효되기 시작했다고, <그것이 알고싶다>는 진단한다. 2005년 어렵사리 진실 화해 위원회가 발기되고, 과거사 진상 조사가 시작되었지만, 이명박 정권의 등장과 함께, 진실의 햇살은 그림자가 지고 만다. 

우리의 대통령은 일본에게 말한다. '부끄러운 과거를 직시할 수 있는 용기'를 하지만, 프로그램은 그것의 방향을 우리에게 돌린다. 우리의 부끄러움을 인정하고 반성할 수 있는 용기를. 20여년 만에 텔레비젼에서 형제 복지원 사건을 보고 통곡하는 중년의 가장의 모습에서 보여지듯이, 그리고 여전히 갈곳을 찾지 못해 플라스틱 상자 안에 채곡채곡 쌓여있는 유골들에서 보여지듯이,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이렇게, 과거사 라 해서 잊혀지고, 지워져서 되는 걸까요? 라고 묻는, <그것이 알고싶다>가 귀결된 곳은, 2014년 최대의 사고였던 '세월호', 겨울 바람이 부는 팽목항, 인적이 드문 그곳에, 여전히 돌아오지 않는 가장을 기다리는 가족들이 있다. 사람들은 지겹다, 그만하자 하지만, 돌아오지 않는 가장을 기다리는, 그리고 돌아오지 않을 가족을 가진 사람들에게 세월호는 여전히 의문 투성이의 해명되지 않은 사건에 불과하다. 

<그것이 알고싶다>는 말한다. 형제 복지원, 6.25 민간인 학살처럼, 제대로 해명되지 않고, 해결되지 않은 사건들은, 고스란히 우리 사회의 상흔으로 남겨진다고. 따박따박 짚어본다. 세상 사람들이, 세월호 사고가 있은 이후, 더 이상 세월호 이전과 우리 사회가 같아서는 안된다고, 하지만, 2014년이 마무리 되는 지금, 우리 사회는 그 이전과 달라진 것이 무엇이냐고. 사람들이 말한 그 이전과 달라진 사회는, '사람'이 중심이 되어야 하는 사회인데, 과연, 세월호 유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이 사회가, 정말 '사람'을 중심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사회냐고? 반문하며, 한 해를 마무리한다. 

스포츠 월드

흥청망청, 그래도 살만했어 라며, 수고한 사람을 찾아 상을 주며, 어떻게든 보람을 만들라며 애쓰는 연말, 시사 프로그램들만은 자신들의 본분을 놓치지 않고, 올 한 해 우리 사회의 실상을 짚어보고자 한다. 그것이 여전한 사건 나열식이든, 그것을 넘어서, 본질을 간파한 것이든, 떠들썩한 세밑에서 올 한 해 우리가 잃어버린 것, 그리고 여전히 정신 못차리고 놓치고 있는 것들을 논한다.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다' 


by meditator 2014. 12. 28. 1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