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회 더 뮤지컬 어워즈 소극장 창작 뮤지컬 상, 18회 한국 뮤지컬 대상 베스트 창작 뮤지컬 상에 빛나는 <왕세자 실종 사건>은 성남, 부천 등의 아트 센터를 통해 장기 공연 중이다. 제목에서도 이미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조선'이라는 시대를 배경으로 삼아, 하룻밤 사이에 '실종'된 왕세자, 즉 왕과 중전의 아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미스터리 멜로'를 내건 뮤지컬답게, 뮤지컬은 실종된 아들을 찾기위해 맹목적인 '중전'과 이런 중전에 맞대응하여 지킬 것이 많은 임금과 측근의 긴장감넘치는 대결로 이어진다. 길고도 지리한 궁궐의 밤을 견디기 위해 하릴없이 술잔이나 기울이던 어미 중전은 하지만 아들의 '실종' 앞에 지아비인 국본 임금은 물론이요, 그간 자신의 측근이라 생각했던 모두에게 '의심'을 던진다. 아들을 잃은 어미이기에 가능하다. 물론 뮤지컬 <왕세자 실종 사건>은 이렇게 맹목적인 어미의 아들 실종 사건으로 시작하여, 뜻밖에도 연극이 표방하듯 '미스터리 멜로'로 장르를 전환한다. 하지만, 연극이 종료된 이후에도, 그래서 왕제자는? 이라는 물음표를 지울 수 없듯, 기꺼이 멜로의 떡밥이 된 '아들의 실종'과 '애타는 모정'은 이 연극으로 발길을 돌리게 만든 가장 큰 변수였다. 




자식잃은 어미들이 만들어 가는 스릴러 
연극만이 아니다. 손예진의 영화 인생의 변곡점이라 칭해지는 <비밀은 없다> 역시 마찬가지다.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남편 종찬(김주혁 분)의 내조에 바빴던 아내 연홍(손예진 분)은 딸이 실종되자 오로지 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 와중에도 자신의 정치 행보에 바쁜 남편에 실망하고 분노하며,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주변 사람들의 벽 앞에서 엄마 연홍은 하루하루 돌아오지 않는 혈육의 부재에 미쳐가며, 그러면서도 딸을 찾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드라마로 오면 '모정'의 시련은 더 익숙하다. 22일부터 방영이 시작된 <원티드> 역시 잠시잠깐 사이에 7살 먹은 아들을 잃은 최정상의 여배우 정혜인(김아중 분)이 주인공이다. 아들을 데려간 유괴범은 그녀의 아들을 볼모로 삼아, 그녀에게 '리얼리티 쇼'를 방영할 것을 요구하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은퇴를 선언했던 정혜인은 자신의 은퇴를 번복하고, 아들을 찾는 리얼리티 쇼의 주인공으로 다시 돌아온다. 매회, 유괴범의 미션에 따라 아들을 찾기 위해 고군부투하는 그녀, 그녀는 아들을 찾기 위해 맹목적 모정과 그로 인해 빚어지는 때론 부도덕할 수도 있는 수단 사이에서 고뇌하고, 그런 그녀를 돕기 위해 나선 주변인들의 엇갈기는 이해는 고스란히 우리 사회의 단면으로 상징된다. 

이런 아들을 잃은 엄마의 고군분투는 드라마로 처음이 아니다. 2014년 방영되었던 이보영 주연의 <신의 선물-14일> 역시 그 시작은 시사프로 방송 작가인 김수현이 딸을 잃어버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역시도 여기에서 '방송'이 배경으로 등장하며, 엄마는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주변 사람들을 차치하고, 홀로 아이를 찾기 위해 '사지'로 뛰어든다. 하지만, 그녀에게 돌아온 것은 차가운 딸의 주검, 통곡하는 그녀에게, 뜻밖에도 '신의 선물'처럼 되돌려진 14일의 시간이 주어지고, 그 시간을 되돌리기 위해 엄마는 다시 '폭주'한다. 

위의 두 드라마처럼 자식을 잃은 경우는 아니지만, 2015년 방영된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에서 주요한 극의 동인 역시 '모성'이다. 자식을 잃고 그 잃은 아이를 찾기 위해 맹목적인 모정과 달리,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은 우리가 관성적으로 알고 있는 '모정'의 또 다른 면을, 우리 사회가 가진 비윤리적은 속내의 상징으로 차용한다. 



스릴러 속의 '모성', 가족이 허물어져가는 사회를 반증하다. 
이렇게 뮤지컬, 영화, 그리고 몇 편의 드라마들이 '모성'을 엔진으로 삼는다. 또한 이들 작품에서 '어미'는 '어미'로서 존재감의 의미가 되는 아이를 잃고, 절규하며, 그 스스로 아이를 찾기 위해 '스릴러'의 주인공이 된다. 이렇게 분야를 막론하고, 스릴러에서 '모성'이 '엔진'으로 추진되는 것은, 바로 우리 사회가 '가족'이라는 기본 단위 위에 세워진, 특히나 사회적 안전 장치가 미흡한 대한민국에서 '가족'은 한 사회 속에서 사람이 기대어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안식처이기에 '대중적 흡인력'을 가지기 때문이다. 엄마의 실종을 다룬 <엄마를 부탁해>가 센세이셔널한 베스트셀러가 되었듯이,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엄마'란 존재는 가치 판단 이전의 수호신과 같은 존재로 '대중적'인 접근을 용이하게 하는 주요 장치가 된다. 

동시에, 최근 '모성'이 스릴러의 주인공이 된 것은, 역설적으로 '모성'의 위기, '가족'의 위기를 상징한다. <왕세자 살인 사건>의 중전은 아들이 실종되는 그 시각, 임금이 찾지 않는 처소에서 홀로 궁인을 상대로 술잔을 기울이다, 아들의 실종조차 놓쳤으며, <신의 선물-14일>이나, <원티드>의 엄마는 아이를 자상하게 살피기에 너무 바빠던 커리어 우먼이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이 미처 다하지 못한 '모성'에의 후회를 짊어지고, 자식의 실종에 '순교자'가 된다. 

또한 아이러니한 것은, 이들 '엄마'들이 그 불리한 사회적 조건 속에서도 여전히 '모성'의 신화를 써내려 가는 반면, 정작 아이에게 유전자적 정보를 물려준 '아비'의 존재는 무기력하거나, 오히려 '적'이 된다. <왕세자 살인 사건>의 임금은 실종된 왕세자보다 자신의 위신이 더 중요하고, <비밀은 없다> 국회의원 후보 아버지는 자식의 실종조차 국회의원 당선의 디딤돌로 여긴다. 그리고 그의 부도덕함은 종내 그를 '비속 살해범'으로 몰고 간다. 드라마에서 아버지들도 다르지 않다. <신의 선물-14일>에서도 딸의 실종과 죽음의 귀책 사유는 궁극적으로 양심적인 변호사연했던 아버지 한기훈(김태우 분)로 귀결된다. <원티드>의 아버지는 친아버지가 아니라는 이유로 아들의 실종과 아내의 절박함에 팔짱을 끼고 관전할 뿐이다. 아비는 있으되, 무기력하거나, 자신의 사회적 위신이나 이기적 욕심으로 자식마저 희생하는 존재가 된다. 마찬가지로, 엄마와 아이를 '사회'는 전혀 보호해 주지 않을 뿐더러, 자식잃은 어미가 기댈 언덕조차 되지 않는다. 

부도덕한 아버지, 뒤늦게나마 '모성'의 이름으로 자식을 위해 '헌신'하는 어머니, 이들은 부도덕해진 '가부장제'와, 사회, 그리고 그에 대항하는 존재로서의 '본원적 모성'이란 대립각을 세운다. 그를 통해 이제 우리 사회를 버티어 가고 있는 '가족'이란 존재가 얼마나 무기력하며, 허울뿐인 단위인가를 드러내고 있다. 본의 아닌 '모계 사회'로의 귀결이다. 


by meditator 2016. 7. 1. 06:11

공교롭게도 이틀 연속 드라마 속에서 두 분의 대통령이 하야를 선언했다.


4월22일, <신의 선물-14일> 마지막 회, 자신의 비서실장과 부인이 아들이 저지른 살인 사건을 덮기 위해 지난 10년간 기동찬의 형 기동호를 범인으로 몰고, 그에 관련된 많은 사람들을 고통에 빠뜨리거나, 죽음에 이르게 만들고, 그것도 부족해 이제 어린 샛별이까지 유괴하여 죽이려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대통령 김남준(강신일 분)은 스스로 대통령 직에서 물러난다. 그간 용의자 중 한 사람으로 몰렸던 대통령이었고, 그간 벌어진 모든 사건이 대통령의 결심 하나로 해결되어 버리는 허무한 결론이었지만, 그래도, 결국 <신의 선물-14일> 속 이 나라의 최고 책임자는 그 진흙탕같은 권력의 비리에 발을 담그지 않은 채 스스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이보영이 국가의 의무에 대해 물으며 대통령과 면담을 요청하고 있다./SBS 신의 선물-14일 방송 캡처
(사진; 스포츠 서울)

그에 이어, 4월 23일, <쓰리데이즈>에서 대통령 이동휘는 경호관 한태경에게 하야 선언이 담긴 usb를 남긴다. 더 이상 자신때문에 죽는 사람이 생겨서는 안된다는 결심에서 비롯된 하야이다. 팔콘의 앞잡이가 되어 협조한 양진리 사건을 시작으로, 그리고 16년이 지나, 그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또 그 사건으로 인해 김도진의 농간에 휘말려 죽어간 사람들이 이동휘의 뇌리 속에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그리고 이제, 김도진은 자신의 앞길을 막는다면, 이동휘의 곁에 있는 사람들을 다 죽이겠다고 협박한다. 이차영 경호관은 납치가 되었고, 윤보원 순경은 부상을 입었다. 이동휘를 지키려는 이유만으로 한태경도, 그리고 다른 경호관들도 위험하다. 그래서 이동휘는 결심한다. 자신이 나서기로.(물론 그의 하야 선언이 진짜 하야로 곧바로 이어질 지는 마지막 회까지 두고 볼일이다. 하지만, 하야라는 선언 속에 담긴 이동휘의 책임 의식은 하야를 하든, 하지 않든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똑같이 하야를 선언했다는 공통점 외에, <신의 선물-14일>의 김남준과 <쓰리데이즈>의 이동휘의 또 하나의 공통점은 바로 책임이다. 아니 '하야'라는 외형적 형식이 담보해내는 본질이 책임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즉, 하야는 책임의 극단적 상징이다. 
물론, 그 책임의 성격은 다르다. <신의 선물-14일>의 김남준의 경우, 자신의 아들이 살인범이요, 자신의 비서실장과 부인이 그 살해 사건을 덮기 위해 국가 권력을 이용한 측근 비리에 연루된 사례다. 
그에 반해, <쓰리데이즈>의 담론은 거창하다. 일신의 영달을 위해 다국적 기업의 컨설턴트로 일하는 과정에서, 다국적 기업과 국내 기업이 이익을 극대화 하기 위해 북한의 도발을 조장하고 그 과정에서 다수의 선량한 시민이 죽어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대통령의 결자해지이다. 그리고 그 결자해지의 과정은 결국 더 많은 돈을 위해 이 나라를 쥐고 흔드는 자본과 그에 결탁한 정관계 세력과의 전쟁이 된다. 

그것이 왜곡된 국가 권력의 행사였든지, 혹은 자신의 잘못으로 인한 국민의 목숨을 앗아가게 된 과거사였던지, 드라마 속 대통령들은 한결같이 자신이 책임을 지겠다고 한다. 물론, 따지고 보면 <신의 선물-14일>의 김남준이 하야까지 할 일일까 되묻게 될 수도 있다. 왜? 그가 한 일은 아니니까, 그는 지난 10년간의 일을 몰랐으니까. 하지만, 김남준은 책임지겠다고 한다. 
<쓰리데이즈>에서 죽은 신규진 비서실장은 이동휘 대통령을 설득한다. 지금에 와서 16년전 일을 밝힌다고 누가 알아줄 거 같냐고, 그런다고 경제가 더 좋아지는 것도 아닌데, 왜 굳이 끄집어 내서 밝히려고 하냐고. 하지만 이동휘는 반문한다. 그래야 하는 거잖아요. 그게 옳은 일이잖아요? 라고.

그리고 그걸 보는 시청자들은 울컥한다. 왜? 잘못을 했으면 책임을 지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유치원을 다니기도 이전에 배웠던 사람들이, 그저 한 나라의 대표자가 책임을 지겠다는 그 말 한 마디에 감동을 받는다. 

<신의 선물-14일> 속 대통령이나, <쓰리데이즈>의 대통령은 청와대에 살지만,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그저 그들도 대통령이라는 직을 수행하는 우리와 같은 사람일 뿐, 그래서 그들도 우리처럼 자신들이 잘못을 하면 책임을 지는 보통 시민의 한 사람으로 드라마에서 표현된다. 


하지만, 현실에서 우리가 만나는 지도자들은 다르다. 늘 대부분의 그들은 자신의 잘못을 책임지지 않았다. 잠시 책임 지는 척 눈가리고 아웅하고서는 몇 수십년이 지나도 국가가 부과한 벌금조차 내지 않으려 갖은 애를 쓴다. 혹은 한 나라를 책임지는 대표자라는 말이 무색하게, 나라 안에서 벌어지는 모든 잘못들은 다 아래 사람탓이라고 한다. 아랫 사람 몇 사람 쳐내면, 다 해결된 듯, 여전히 청와대 안의 그 분은 국민 위에 군림해 왔다. 사과 한번 받아보기도 하늘의 별따기다. 
멀리 청와대까지 갈 것도 없다. 크고 작은 집단을 가릴 것없이, 우리가 만나는 지도자들은 늘 그래왔었고, 그러려니 했다. 

그래서 늘 사람들은 지도자에 대한 결핍을 차곡차곡 쌓아왔고, 그런 현실 속 결핍을 해소해 주는 드라마 속 지도자들에게 울컥 마음이 울린다. 최근 빈번하게 지도자에 담론을 그려내는 tv는 결국 고이 접어둔 환타지이자, 억눌린 소망의 참을 수 없는 발설이다. 의도치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이 참담한 시간들 속에서, <신의 선물-14일>든 <쓰리데이즈> 든 사적이든, 공적이든, 현재의 사건이든, 과거사든 책임을 다하는 그 누군가를 드라마에서라도 본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by meditator 2014. 4. 24. 01:40

허무하다.

아마도 16부까지 숨가쁘게 달려 온 <신의 선물>에 대한 한 마디 소감을 말하자면 이 단어가 가장 적절할 듯 싶다.

16부 마지막 강력하게 주사된 알콜 성분 때문에 정신이 혼미해진 동찬은 샛별이를 안고 강물로 들어간다. 자신의 어머니로 위장된 전화 목소리에 속아, 10년전 자신을 대신하여 죄를 뒤집어쓴 형처럼 어머니의 죄를 대신하여 샛별이를 강물로 던지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타임워프 하긴 전의 기억이 돌아온다. 자신이 보았던 환상, 즉 누군가를 안고 물 속으로 들어가던 그 환상이 환상이 아니었음을, 결국 자기가 샛별이를 강물에 유기한 당사자였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 순간, 동찬의 옷깃을 잡는 손, 다행히 샛별이는 죽지 않았다. 하지만, 샛별이가 죽지 않았다는 기쁨도 잠시, 동찬은 깨닫는다. 자신이 타임워프하여 돌아와 달려온 그 시간 동안, 결코 운명은 바뀌지 않았음을, 죽어야 할 사람은 늘 죽어갔음을. 그리하여, 결국 샛별이가 죽지 않기 위해서는, 대신 누군가 죽어야 한다는 운명을. 두 사람 중 누군가는 죽어야 한다는 수현의 그 두 사람이 바로 자신과 샛별이였음을 동찬은 깨닫는다. 그리고 풍덩!

(사진; 뉴스엔)

1회, 수현이 우연히 마주친 카페 여인의 예언에서 부터 시작된 드라마의 수많은, 이른바 떡밥들은 16부 마지막 회에 이르기까지 모두 순차적으로 정교하게 회수되었다. 결국 기동찬이 운명을 거스르지 않고, 샛별이 대신 죽음을 택하기 까지(물론 드라마 상에서 기동찬의 죽음을 분명하게 명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전후의 맥락으로 보아, 과거에 살인에 휘말리게 된 기동찬이 결국 타임워프를 통하여 죽음으로 속죄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작가가 풀어놓은 모든 사건들은 명확하게 회수되었다. 그런데, 박수를 치게 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래서 어쩌라고 라는 생각이 들기까지 한다.

무엇보다 기동찬의 희생 자체가 석연치 않다. 
결국 16부에 이르러 밝혀진 과거 기동찬에 의한 샛별이의 죽음은 이명한과 영부인의 올가미였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런데 기동찬 역시 해리성 기억 상실에 의한 우발적 행위였건 희생자인 것이다. 그런 그가 타임 워프하여 한 일은 줄곧 몸이 부서져라 자신의 형과 샛별이를 위해 뛰어다닌 일 밖에 없다. 그런 그의 고군분투가 무색하게, 결국 그는 또 한번 희생양이 되어버리고 만다. 그의 죽음을 단지 운명을 거스를 수 없다는 말로 단정짓기엔 억울하다. 오히려, 진정 운명과 속죄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면, 기동찬이 자신의 형의 무죄 증거로 손에 넣었던 귀걸이와 반지를 수현에게 넘겨 준 순간, 기동찬은 용서받았어야 진정한 '신의 선물'이 아닐까. 결국은 단호하게 마무리된 기동찬의 속죄에는 감동도, 여운도 없이, 그저 운명에 이용만 당했다는 느낌에, 단호하다 못해 잔인한 작가의 떡밥 회수만이 느껴진다면, 지나치게 드라마를 감상적으로 바라본 시점이 되는 것일까. 

기동찬의 희생은 수미쌍관의 일관된 작가 정신이나 결국은 운명을 거스를 수 없다는 운명론적인 세계관에 압도된 작가 세계라 치자, 하지만 그런 결론을 차치하고서라도, 16부의 전개는 그간 장르물로서 이 드라마를 본방 사수해온 시청자들의 허무함을 달래주지 못한다. 

아이를 버린 미혼모를 잔인하게 죽인 연쇄 살인범 차봉섭의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유괴범 장문수를 거쳐, 기동찬의 어머니, 헤파이토스를 넘어선 사건은 결국 샛별이 유괴 사건의 실체로서 대통령 비서실장 이명한(주진모 분)과 영부인(예수정 분)을 밝혀냈다. 
하지만 밝혀내기만 할뿐 대통령의 아들의 자백과도 같은 병실 장면에서 그 흔한 장르물의 클리셰인 녹음 따위는 하지도 않은 채 울분만 터트리던 기동찬과 김수현의 해결 방식은 전직 형사요, 공개 수배라는 프로그램의 작가라는 직업이 무색하게, 기동찬은 그 자신이 살인범이라 자백을 하는 것이고, 김수현은 대통령을 찾아가 사실을 밝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사실을 알아챈 양심적 대통령은 일사천리로 사건을 해결한다. 10년 동안 많은 사람들이 그 사건으로 인해 짖눌려 자살을 하고, 죽어가는 가고, 이제 어린 아이까지 죽음의 위기에 몰렸던 그 사건이 대통령의 단호한 결심으로 해결된다. 그럴 꺼였으면 그 고생고생하지 말고, 진작에 대통령에게 모든 걸 말하지 그랬냐는 불평이 나올만큼. 

자기 아들이 살인범이라는 걸 알고 그걸 덮기 위해 자신의 비서실장과 부인이 공모하여 많은 사람들을 고통에 빠뜨렸다는 사실을 안 후 하야를 결심한 양심적 대통령은 수목 드라마<쓰리데이즈>의 대통령과 비슷하다. 하지만, 어쩐지 <쓰리데이즈>의 이동휘의 신념이 드라마를 이끌어 가는 큰 주제로 부각된다면, 마지막 회에서야 등장하는 김남준(강신일 분)의 강직함은 뜬금없다. 
그도 그럴 것이, 16회 마지막에 그가 김수현을 만나기 전까지, 그는 내내 용의자였다. 드라마는 장르물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각 캐릭터를 모두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게 함으로써 극적 긴장감을 살려왔겠지만, 그런 결과로 마지막 회 대통령의 반성은 반전이라기 보다는 어쩐지 해프닝처럼만 여겨졌다. 더구나, 16부 내내 김수현과 기동찬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달려온 노력이 무색하게 대통령의 한 마디로 해결되는 사건은 허무하기 까지 하다. 사유화된 권력이 그 보다 더 큰 권력의 한 마디로 해소되는 과정은 운명론만큼이나 조악하다. 

‘신의선물’ 김유빈 유괴사건, 배후에 대통령 부인있었다 ‘충격’

허긴 되돌아 보면 16부에 이르른 동안,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사건의 박진감 넘치는 전개와 별개로, 등장했던 인물들에게 그다지 친절한 드라마는 아니었다. 오히려 범인으로 등장했던 차봉섭이나, 장문수, 그리고 헤파이토스의 배경 설명은 친절했지만, 기동찬을 제외한 김수현, 그녀의 남편 한지훈(김태우 분), 딸 샛별이(김유빈 분) 모두에게 가혹한 드라마였다. 딸을 살리기 위해 직접 뛰어 다니는 엄마가 되기 위해 김수현은 정작 엄마로써 딸을 돌보지 않는다는 오명을 뒤집어 썼고, 한지훈은 으뭉스런 캐릭터를 위해, 토마토를 맞는 것도 불사하며 수호했던 인권 변호사라는 직업을 땅에 팽개치고, 불륜에, 일신의 영달을 위해 딸의 유괴 사건 앞에서도 딜을 하는 비열한 인간이 되었다. 어린 딸 샛별은 겨우 아홉 살의 나이에 스타의 뒤를 쫒아 다니다, 저러니 유괴가 되지라는 비호감의 대상이 되었다. 16부의 허무한 결론에 이르렀을 때, 굳이 그들을 그렇게까지 만들 이유가 무엇이었나 반문하게 된다. 그런 그들의 이율배반적인 캐릭터가 이중적인, 혹은 유혹에 약한 인간의 모습에 대한 천착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16라는 극의 전개를 위해 희생된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16부에 이르러 들게 되는 것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16부라는 긴 호흡의 장르물로써 <신의 선물-14일>을 단호하게 실패라 몰아붙일 수는 없다. 운명론에 빠진 결론과, 그것에 이르른 조급한 결말, 그리고 사건의 늪에 빠져버린 캐릭터들이라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16부의 내내 다음 회에 어떤 이야기가 이어질까 시청자들의 가슴을 졸이게 했던 이야기의 맛은 반감되지 않는다. 마치 까도 까도 또 깔게 남은 양파의 속살처럼, (물론 그래서 다 까고 보니 아무것도 남지 않은 것이 또한 양파와 같지만) 흥미진진하게 이어진 사건의 사슬들은 분명 묻혀서는 안될 <신의 선물-14일>의 장점이었다. 마지막은 아쉬웠지만, 그렇다고 장르물의 실험 자체가 묻혀서는 안될 일이다. 부디 좀 더 충분한 준비와, 캐릭터에 대한 집중도를 높여, 다음에 좀 더 충실한 장르물로 돌아와 주길 바란다. 


by meditator 2014. 4. 23. 02:21

4월 21일 하루 종일 검색어에 오른 19살 소년이 있었다. 그 소년의 아버지는 서울 시장 후보로 나섰고, 대통령 후보로도 나섰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의 아들이, 제발 자기 딸을 좀 찾아달라고 국무총리에게 애원을 하는 사람들에게 '미개하다'는 표현을 내뱉었다. 

저 표현은 보통, 우리와는 다른 종족의 사람들에게 쓰던 표현이다. 그런데 그 표현을 같은 나라, 더구나 온 국민이 함께 가슴아파 하고 있는 그 사건의 부모들에게 거침없이 내뱉은 그 소년에게 느끼는 감정은, 분노에 앞서 어이없음이다. 그리고, 우리를 미개하다고 바라보는 그 소년이, 그들이 사는 다른 세상이다. 그저 한 소년의 감정적 한 마디였지만, 그건 다수의 국민들의 마음에 또 한번의 상처를 남긴다. 
하지만, 현실같은 드라마 속 대통령의 아들은 마음의 상처로 끝나지 않았다.  이수정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자신의 잘못을 덮기 위해 많은 사람들을 불행에 빠뜨리고 결국 샛별이와 기동호를 죽음에 이르게 만들려고 한다. 

(사진; osen)

지금까지 <신의 선물-14일>의 이야기 구조가 그래왔듯, 절대 악처럼 보였던 경수(최민철 분)는 그저 비서실장 이명한(주진모 분)의 하수인이었음이 밝혀졌다. 결국 최종 보스는 권력이었다.
자신의 아들을 장난감처럼 데리고 놀다 죽인 살임범이 법의 보호를 받으며 감옥에서 살아있는 것을 견디지 못한 경수는 스스로 이명한의 하수인이 되는 조건으로 아들의 살인범에 대한 사형 확답을 얻어낸다. 그리고 그 살인범을 사형에 이르게 만들기 위해, 이명한이 만들어 가는 또 하나의 음모에 가담한다. 그래서 그의 적극적 가담 아래, 연쇄 살인범 차봉섭은 빼돌려 졌고, 죽음에 이르게 된 것이고, 그는 이제 자기 아들의 살임범을 사형시키기 위해 남의 딸을 유괴하는 처지에 이르게 되었다. 

15회를 통해 이명한 등이 찾고자 했던 연쇄 살인범의 증거물과 샛별이 사이의 줄다리기는 결국 증거물도 잃고, 샛별이도 잃어버리는 결과가 되어버린다. 증거물을 가지고 가면, 샛별이를 돌려주겠다는 약속이 무색하게, 김수현이 시간을 거슬러 오기 전 그때도, 그리고 시간을 거슬러 온 지금도 샛별이는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그 이유는 바로 증거물이 사라져도, 과거 사건의 숨겨진 범인, 즉 대통령의 아들이 찍힌 사진을 샛별이가 보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말미에 밝힌다. 

대통령의 아들이 자신을 절름발이라며 밀쳤던 수정이를 죽음에 이르게 만든 단순 살인 사건은(물론 수정이의 몸에 남은 아홉 번의 칼자국때문에, 결정적 살해 과정에 대해 이론의 여지는 있다) 그가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그것을 덮기 위해 자신의 동생이 한 일인 줄 알고 자수했던 기동호를 사형수로 만들고, 지금에 이르러 그 사실이 밝혀지면, 그저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결국 그 사실을 덮은 대통령에 위해가 되기에, 대통령의 파트너라 자임하는 이명한은 연쇄 살인범이었던 차봉섭을 비롯하여, 그 사건의 실체에 다가가는 모든 사람들을 없애고자 한다. 그리고 그의 그런 행위는, <쓰리데이즈>에서 대통령을 협박했던, 그래서 정권에 위기를 조성한 합참의장을 없애버린 신규진 비서실장의 행위와 궤를 같이한다. 그 당시 신규진 비서실장도 자신이 대통령의 파트너이자, 이 정권을 자신이 만들었다 자부한다. 바로, <쓰리데이즈>의 신규진과, <신의 선물-14일>의 이명한이 가진, 권력의 사유화가 모든 사건의 원인이었음을 15회에 이르른 <신의 선물-14일>은 밝힌다. 

현실을 더 닮은 드라마<신의 선물-14일>에는 나는 당신을 위해 대통령이 되지 않았다고 선언하는 대통령이 없다. 또한 결국은 국민들의 희생을 막기 위해 피 흘리며 진실을 밝히는 비서실장도 없다. 대신, 내가 누군데 감히 니가 나를 건드려 하며  이기죽거리는 파렴치한 대통령의 아들과, 오히려 재벌조차도 그의 피붙이를 이용해 협박하고, 어린 아이를 없애야 한다는 결정을 내리는 권력의 개, 비서실장이 있을 뿐이다. <신의 선물-14일>이 건드리고 있는 것은 권력의 부도덕, 내적 모순이자, 자기 궤멸이다. 

(사진; tv리포트)
자신의 삐뚫어진 자의식으로 인해  충동적을 누군가의 목을 조이는 대통령의 아들, 그를 보호하고, 권력을 지키기 위해 애꿏은 사람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권력, 그리고 자신의 사적 복수를 위해 기꺼이 그런 권력의 하수인이 된 사람, 그런 사람들을 <신의 선물-14일>은 이기적 사랑과 집착으로 규정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진전된 극의 전개로 보건대, 그런 위악을 해소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자신보다, 남을 배려하는 이타적인 사랑으로 귀결될 듯이 보인다. 

15회 초반, 사형을 당할지도 모를 자신의 형을 지켜야 한다는 기동호와, 샛별이를 살려야 한다는 수현은 증거물을 가지고 대립한다. 하지만, 결국 기동호는 샛별이와 한 약속을 기억해 내고는 수현의 손에 증거물을 쥐어준다. 그 바로 전에, 샛별이는 흙더미에 묻히는 기동찬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 유괴범의 손을 끌어 당긴다. 그리고 형을 찾아간 기동찬에게 형은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나는 괜찮다고, 니가 사람을 죽인게 아니라면 자신은 죽어도 괜찮다고 말한다. 바로 그런 사랑만이, 저 이기적 권력에 대응할 무기라고 드라마는 15회를 통해 슬며시 비춘다.  기동찬이 혼잣말한 누군가 한 사람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예언이 그래서 더 의미심장하다. 


by meditator 2014. 4. 22. 01:55

14부 마지막 불곰파에게 연쇄 살인범 차봉섭(강성진 분)이 남긴 증거들을 빼앗은 기동찬(조승우 분)는 이제야 비로소 사형의 위기에 놓인 형을 구할 수 있는 증거가 생겼다는 사실에 눈물겨워 한다. 하지만, 그도 잠시, 그의 앞에 수현(이보영 분)이 달려온다. 증거를 달라고, 그 증거가 있어야 자신의 아이 샛별이를 살릴 수 있다고. 죽을 위기에서 2주 전의 시간으로 돌아온 그들에게 주어진 신의 선물은 가혹하다. 기동찬의 형 기동호와, 수현의 딸 샛별 중 한 사람만을 선택해야 한다. 


부부임에도 각자 자신의 일에만 돌아치느라 따귀는 때렸어도, 대화다운 대화를 해보지 못한 수현과 그의 남편 한지훈은 결국 수현이 기동찬의 어머니(정혜선 분)의 어머니에게서 샛별이를 납치한 사람이 자신이며, 결국 샛별이가 아픈 바람에 아버지 한지훈에게 딸을 넘겼다는 진실을 알아내고서야 서로 마주보고 대화를 아니, 일방적인 수현의 추궁에, 한지훈의 자백이 이어진다. 

'신의 선물'의 주진모가 김유빈 유괴사건의 배후자로 밝혀졌다. ⓒ SBS 방송화면

그리고 그 대화의 결과는 샛별이의 납치 사건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사건에서 발화점은 결국 아버지 한지훈 변호사라는 것이 밝혀진다. 
처음 검사로 발령받은 무진에서 일어난 부녀자 연쇄 살인을 조사하던 중 사건에 석연치 않은 점을 발견한 한지훈은 지금 대통령 비서실장인 당시의 상관이던 이명한(주진몬 분)에게 보고하였지만 거부당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차봉섭의 집에서 발견된 반지와 귀걸이를 보고 차봉섭을 협박한다. 수현이 다시 살아돌아오기 전의 시간에서, 결국 한지훈은 샛별이가 유괴가 되는 상황에서도 반지와 귀걸이를 넘기지 않아, 샛별이를 죽음에 이르게 만든 결과를 만든 주범이 되고 만다. 마치 대화를 하지 않는 부부는 위험하다 가 <신의 선물-14일>의 또 다른 주제라도 되는 것처럼, 한지훈과 김수현의 불통은 결국 딸의 유괴 사건을 더욱 꼬이게 만들고, 결국 기동호냐, 샛별이냐라는 양자 택일의 기로에 놓이게 만들고야 말았다. (물론, 다음 주에, 기발한 수현의 아이디어로, 혹은 기동찬의 아이디어로 둘 다 살려낼 기지를 발휘할 수도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수현과 기동찬의 활약으로 보건대, 그 가능성이 더 높기도 하다)

과연 한기훈이 했던 협박의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검사를 그만두고 인권 변호사가 되어 유족들에게 토마토 세례를 맞아가면서 그가 지키고자 했던 사형 반대라는 신념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자신의 딸 샛별이의 목숨이 경각에 달린 순간에도 그가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은, 그의 첫 사건 기동호의 무죄를 증명하고자 했던 것일까?  상관의 거부로 덮어버렸던 불의에 대한 자기 반성이었을까? 아니면 끝내 샛별이조차 죽음에 이르게 만들면서, 대통령의 최측근을 협박하여 얻어낼 입신양명이었을까? 
그 결과가 무엇이든, 14부에 까진 이른 과정에서, 그리고 남은 2회의 어떤 해명을 한다해도, 한지훈이란 인물은 아내 모르게 불륜을 저지른 것도 모자라, 그것이 어떤 의도였던 자신의 이해 관계를 추구하다 딸을 죽음에 이르게 만든 가장 파렴치한 인물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만약에 그가 기동호의 구명을 위해 그리한 것이라면 결국 기동찬과 목적이 다르지 않았음에도, 극 중 두 사람은 한번도 협조하지 못한 채 각자의 목적에만 골몰한 것이 되어버리니, 그 또한 아쉽다 못해 어이없는 상황이 된다. 

하지만, 신념인지, 야합인지 모를 이유로 자신의 딸을 죽음으로 몰고간 한지훈말고도 또 파렴치한 아버지가 등장한다. 아직은 그 전모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헤피아토스(최민철 분)란 이름으로 등장한 범인이 바로 그 사람이다. 
드라마의 처음 사형 제도를 둘러싸고 대통령과 토론을 벌이고 나오던 한기훈에게 토마토를 던졌던 여자의 남편이자, 자신의 아들을 유괴로 잃은 아버지 헤파이토스는 정작 자신의 신념 사형제도를 부활시키기 위해 대통령의 편에 서서 샛별이를 유괴하는 범죄자가 되었다. 물론 그에게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무진 사건의 가담 여부 역시 남아있기도 하다. 그러나 과거의 여죄를 차치하고, 자신의 신념을 위해 범죄자가 되는 딜레마에 빠진 인물이다. 자신의 신념인지, 야망인지를 위해 딸을 희생하고만 남자, 그리고 죽은 아들의 회한을 풀기 위해 남의 딸을 유괴하는 남자, 그들의 활약(?)으로 인해, 샛별이의 유괴 사건은 보다 복잡해지고, 악랄해졌다.  

하지만 14회에 이르기까지 밝혀진 한지훈의 이해할 수 없는 집요함, 그리고 그에 필적할만한 헤파이토스의 맹목성은 사실 진실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다. 대통령과, 그의 측근 이명한, 그리고 아직 그의 속내가 밝혀지지 않은 차회장, 그리고 그 아들들이 벌인 사건의 진실은 마지막 회에 가서야 드러날 것이다. 그리고 그 실체 여부에 따라, 그리고 샛별이의 생사 여부에 따라 두 아버지가 치뤄야 할 대가도 달라질 것이다. 그런 아버지들의 음험한 의도는, 대통령의 딸에게 가해를 한 듯 했지만 그 무기가 결국 바나나에 불과했던 수현의 해프닝이나, 자신의 아들 기동호를 살리고자 샛별이를 유괴했지만, 결국 아픈 샛별이를 아버지에게 돌려보내주는 동찬 모의 갸륵함과 더더욱 대비가 된다. 

(사진;osen)

굽이굽이 돌아 14회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범인의 윤곽과, 가장 모호했던 인물의 속내를 밝힌 <신의 선물-14일>은 하지만 여전히 그 전모는 마지막에 가서야 알 수 있는 해녀 정도는 되야 따라갈만한 긴 호흡의 드라마이다. 

13회에도, 14회에도 굳이 주먹들이 우르르 달려드는데, 기동찬이나, 현우진(정겨운 분)을 보고 있노라면, 제 아무리 벚꽃아래 현우진이 각목 세례로 쓰러지는 씬이 멋있다 한들, 씁슬한 웃음이 나오게 된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차문을 잠궈놓지도 않아서, 기껏 애써서 정신병원에서 빼낸 증인을 빼앗기는 건 그렇다 치자다.  대통령 주변에서는 핸드폰을 사용할 수 없다는 <쓰리데이즈>의 설정은 <신의 선물-14일>에서는 무색하게, 수현은 버젓이 대통령 앞에서 핸드폰으로 기동찬과 통화를 한다. 그에 앞서 샛별이의 엄마란 말만으로 만찬장에 무사통과는 애교일 정도로. 그렇게 매회 <신의 선물-14일>의 세부적인 설정들은 개연성을 떨어뜨린다. 14회에 와서야 밝혀진 남편의 속내와, 그 과정에서 또 다시 잃어버린 딸, 그리고 결국 두 주인공이 마주 서서 형이냐, 딸이냐를 갈등하는 마지막 장면은 극적이지만, 그  이전의 설정들이 개연성있는 흐름이 아니라, 그 극적인 장면을 위한 그저 하나의 장치가 아니었을까 싶게 드라마의 매듭은 꼬이고 또 꼬여왔다. 드라마는 인물의 속내를 들여다 보는 대신, 장르물의 복선과, 반전에 몰입하느라 기동찬을 제외한 대부분의 인물들은 단선적으로 묘사된다. 심지어 가장 애끓는 수현조차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의 선물-14일>이 애초에 던진 결국 차봉섭의 것으로 밝혀진 반지와 귀걸이라던가, 샛별이의 피묻은 운동화와 가방처럼 다수의 실마리들이, 고가도로 밑 두 주인공의 대화만으로 풀어내던 어떻든, 결국에는 풀리고야 마는 그 쾌감은 장르물이 아니고서는 맞볼 수 없는 중독성이다. 필요에 따라 주인공 캐릭터 정도는 마구 널뛰듯하던 근자의 드라마들에게서 볼 수 없는, 여전히 이 드라마를 놓을 수 없는 이유다. 물론 거기에는 마지막 회에 가서야 해결 될 것같은 마지막 퍼즐에 대한 갈증도 남겨져 있다. 


by meditator 2014. 4. 16. 02:30

10회, 사건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무진으로 떠난 김수현(이보영 분)과 기동찬(조승우 분)은 딸 샛별이 스네이크의 테오(노민우 분)의 집에서 찾은 사진 속 인물들에 대해 추적을 하기 시작한다. 드디어 수정을 죽인 범인이 기동호가 아닐 수도 있다는, 그 사진 속 누군가가 수정을 죽였으며, 그 사실을 덮기 위해 지금의 사건을 벌이고 있다는 사건의 진실에 한 걸음 더 다가가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제야 드디어 사건의 실체에 접근하는가 싶었던 드라마는 10회 말 수현의 집에 뜬금없이 등장한 주민아(김진희 분)의 샛별이 가해 및 자해 소동으로 궤도를 이탈한다. 졸지에 주민아의 상해범으로 경찰에 잡힐 뻔한 수현은 딸 샛별을 데리고 친정 어머니가 있는 강릉까지 가게 된 것이다. 미리 친정 어머니를 매수(?)한 남편으로 인해 졸지에 수현은 정신병원 행이 되어버렸고, 갑자기 등장한 검은 무리 사내들을 피해 샛별과 외할머니는 하고많은 차 중에서 냉동 탑차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다. 


그간 타 드라마에서 익숙하게 등장해 왔던 냉동탑차의 클리셰는 아니나 다를까 외할머니를 사경에 헤매게 만들었고, 어린 소녀 샛별이를 맥가이버로 탄생시켰다. 제 아무리 외할머니가 자신의 옷을 벗어 덮어 주었다 한들, 외할머니가 장시간 냉동탑차에 갇힌 덕분에 정신을 잃는 상태가 되었는데도, 어린 샛별이는 기력이 쇠진하기는 커녕 기동찬과 게임을 하며, 그의 지시에 따라 해물 중 문어를 골라, 가지고 있는 라이터를 이용해 냉동 탑차 문을 여는 신기를 선보인다. 물론, 탑차 구멍에 문어 먹물을 넣고, 그것이 어는 것을 이용해 탑차 문을 여는 방식은 신기했다. 하지만, 단 한 순간에 먹물이 얼어버릴 정도의 상황에 여전히 쌩쌩한 샛별이의 상황은 조소를 금치 못했을 뿐만 아니라, 지난 회에 범인들의 윤곽을 거의 잡아가는 듯한 드라마에서 뜬금없이 이런 장면을 넣은 이유을 알 수 없게 만든 회차였다.

그리고 12회, 마치 지난 회에 한 바퀴 에돌았던 이야기를 보상이라도 하는 듯 단 한 회만에 <신의 선물-14일>은 일사천리로 많은 사건들을 해결했다. 그간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엄마라는 시청자들의 추궁을 보상하기라도 하는 듯, 샛별이가 납치 된 이후 엄마 수현은 그 어느 때보다 기동성있게, 그리고 기민하게 사건의 실체에 다가간다. 대통령을 만나 사진을 쥐언 준것이 그저, 딸을 잃고 정신나간 엄마의 해프닝이 아니라, 설사 그 사건을 공표하지 않더라도, 대통령에게 쥐어준 이상 사건을 조사할 수 밖에 없을 거라는 포석을 깔 정도의 '셜록 홈즈' 저리 가라는 수준의 두뇌 플레이를 하게 된 것이다. 



덕분에,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기 전 샛별이가 죽음에 이르른 과거와 달리, 수현과, 그녀의 조력자 기동찬은 샛별이가 생방송을 하던 그 시간에 납치가 된 것이 아니며, 우여곡절 끝에 집에 까지 갔다가 다시 집을 나섰다가 사라졌다는 사실까지 알아내게 되었다. 또한 샛별이가 발견한 사진 속 사람들이 모두 죽거나, 미쳤으며, 사진 속 인물 외에, 반지를 낀 의문이 인물이 또 한 사람 존재한다는 것을 일사천리로 알아내게 되었다. 

마치 오랫동안 기다리셨습니라 라고 하는 듯 한 회만에 많은 실마리를 풀어내고, 또 그것에 걸맞는 반지남의 등장이라는 깜짝쇼까지, 장르 드라마로서 풍성한 한 회를 12회 동안 보여주었다. 덕분에, 그간 기동찬 네 집에 들락날락거리던 추병우(신구 분) 회장의 비밀도 드러났고, 대통령의 미묘한 포지션도 밝혀 내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김수현이라는 캐릭터의 맹목적인 성격처럼 드라마는 늘 한쪽 궤도로만 직진한다. <신의 선물-14일>을 보면 가장 묘한 것이, 수현과 그녀의 남편 한지훈(김태우 분)이 샛별을 잃어버리기 까지 가장 사이가 좋아보이는 부부였음에도 드라마 상에선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이다. 그 이유는, 수현이 자신이 과거로 부터 돌아왔다는 고백을 한지훈이 믿어주지 않아서, 그리고 이어서 밝혀진 한지훈의 불륜 때문이기도 하지만, 마치 드라마는 12회에 몰아치기 위해, 11회에 장구한 궤도를 돌아오듯, 마지막 깜짝 반전쇼를 준비하기 위해 히든 카드로 한지훈을 매번 아낀다. 그래서, 그는 여전히 자신만의 비밀을 간직한 채, 샛별이가 사라진 순간에도, 자기 핸드폰에 숨겨진 번호와 통화를 시도하며, 모든 사건의 해결 현장에서 멀어진다. 정작 수현도 샛별이가 공개 수배 시간에 납치 되지 않은 걸 알아내고, 그 시간에 그런 녹음 방송을 내보낼 이유가 있었음에 의문을 가졌으면서도, 더 이상 사고를 진척시키지 않는다. 그녀와 기동찬은 가장 열심히 사건을 해결하려 분주하지만 언제나 그들이 사건을 해결하는 곳은 가장 허수인 듯한 지점이다. 12회가 모처럼 재미있었던 것은 그렇게 허수를 제거하던 그 두 사람이 모처럼 사건의 실체에 다가가려 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신의 선물-14일>은 가장 가까운 곳에서 해결될 수 있는 사건을, 가장 멀리, 에돌아 해결하는 방식을 선택한다. 마치 가족 간의 단절과 불신이 이 모든 사건의 원인이라도 되는 듯, 가장 가까운 사람의 신호와 말에 무지하다. 대신 아내는 아내대로 사건의 흔적을 쫓아 뛰어다니느라 바쁘고, 남편은 남편 대로 자신이 가진 사건의 실마리에 매달린다. 그래서 수현이 뛰어다니며 모든 허수를 제거하고, 마침내 사건의 실체에 얽어매어진 남편을 발견할 때까지, 시청자들은 두 손 놓고 기다려야 한다. 마치 한 송이 국화 꽃을 만나기 위해 봄부터 우는 소쩍새의 소리를 듣듯, 다음 주, 그리고 또 다음 주, 수현의 발로 뛰어다니며 해결해 가는 사건의 실체를 기다리기 위해, 눈 꾹 감고 남편 한지훈을 꿀떡 넘겨야 하는 것이다. 

<신의 선물-14일>을 보면, 역시나 긴 호흡을 가진 장르 드라마의 딜레마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전체적인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매회 긴박감 넘치게 장르물을 이끌어 가는 것이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가가 여실히 보여진다. 장르물에서 매회 깜짝쇼를 기대하는 시청자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아마도 11회의 '문어의 난'과 같은 무리수가 등장했을 것이다. 하지만 얼토당토 않은 11회를 인내하니, 또 속시원한 12회가 떠억하고 등장하니, 이런 것이 또한 한국형 장르물의 매력이라고 해야 하나? 명품이라기 보다는 실험작에 가까운 <신의 선물-14일>이지만 부디 마지막까지 좌초하지 않고 순항하여 다음을 기약할 수 있기를 바란다. 


by meditator 2014. 4. 9. 02:34

sbs의 주중 미니 시리즈 <신의 선물>과 <쓰리데이즈>는 동일한 스릴러 장르물이다. 

또한 두 드라마 똑같이 시작과 더불어 충격적인 사건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쓰리데이즈>가 대통령의 저격 사건으로 서두를 열었다면, <신의 선물>은 김수현(이보영 분)의 딸 샛별(김유빈 분)이가 납치되는 사건으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둘다 16부작 드라마로 중반을 넘긴 두 드라마의 진행 상황은 전혀 다르다. 

<쓰리데이즈>가 대통령 저격 사건으로 시작하여 과거 양진리 사건의 실체가 밝혀지면서 대통령과 한태경, 그리고 그들의 반대편에 김도진과, 국정원, 여당의 실세들의 명확한 전선이 형성되었다. 결전이 임박한 것이다. 
반면, 이제 10회를 마친 <신의 선물-14일>의 경우, 이제서야 샛별이의 사건이 과거 기동찬의 형 기동호가 저질렀다고 믿어졌던 기동찬이 사랑했던 여인 수정이의 살인 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하지만, 사건이 밝혀진 것과 달리 오히려, 누가 샛별이의 범인일까는 더 오리무중이 되었다. 9회에서 10회 초반에 이르기까지 기동찬까지 수현이 의심할 정도로, 여전히, 아니 오히려 회를 거듭하면 할 수록, 모든 사람들이 의심스럽다. 

장르물에서 모든 사람들이 범인의 혐의를 받는 것은 매우 매력적인 설정이다. 그만큼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은 장면 장면 그 누구도 범인일 수 있는 사람들에게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신의 선물-14일>은 10부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오리무중인 상황이 반복되면서, 이런 장르적 묘미에, 제작진이 너무 빠져있는 것이 아닌가 라는 우려가 들기 시작한다. 

사실 시청자들은 처음 기동찬이 수현과 함께 등장했을 때, 그리고 그가 수현과 함께 물에서 살아나와 2주 전의 과거로 돌아갔을 때 이미 그의 형의 범죄와 샛별이 납치 살해 사건 사이에 관계가 있을 거라는 예측을 가졌다. 두 사람이 주인공이니 당연히 그럴 밖에. 
그런데 드라마는, 그 당연한 예측에 이르기까지 무려 10회라는 시간을 보낸다. 물론 그 시간을 허투루 보낸 것은 아닌다. 처음 부녀자 연쇄 살인범 차봉섭(강성진 분)을 잡았고, 이어서 장문수(오태경 분)를 잡았다. 하지만 그들을 잡으면 조금은 분명해 질 것 같은 사건의 윤곽은 마치 그저 양파 껍질만을 벗겨낸 듯 여전히 수많은 속살을 숨긴 채 시청자 앞에 던져진다. 샛별이의 엄마 수현이 내 딸은요? 하며 절규하듯, 시청자들도, 회를 거듭할 수록 도무지 윤곽조차 알 수 없는 범죄, 혹은 범인의 윤곽에 슬슬 지쳐 가기 시작한다. 마치 제작진들이 자기 들만 맛있는 걸 숨겨놓고 나눠주지 않는 것같이 약도 오르면서. 

(사진; osen)

오히려 드라마는 회를 거듭할 수록, 외부에서 벌어진 사건이었던 것이 수현의 주변으로 오면서 수현 주변의 인물들 모두가 의심의 대상이 된다. 수현의 남편(김태우 분), 그리고 그 남편과 내연의 관계에 있었던 수현의 후배 작가 주민아(김진희 분), 그리고 딸 샛별이가 좋아하는 가수 스네이크(노민우 분)에, 수현의 납치 현장에 찾아가 증거물을 숨긴 수현의 옛애인 현우진(정겨운 분), 기동찬의 집에 뜬금없이 나타난 노인(신구 분)까지 모든 사람들이 샛별이의 사건, 그리고 과거 수정이의 살해 사건과 관련이 있는 것이 드러나면서 그들 모두가 의심스러워진다. 
그런데, 의심스럽기는 하지만, 도무지 그것이 수정이의, 그리고 샛별이의 사건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그림이 그려지지 않으니, 그저 시청자들은 수현이 못지 않게 답답함이 증가된다. 이제 드라마가 2/3의 지점을 돌 즈음이 되었으면, 대강 윤곽이 드러날 만도 하련만 여전히 제작진은 시청자들에게, 매회 새로운 떡밥을 하나씩 던지면서 요건 몰랐지? 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렇게 사건이 오리무중을 헤매게 되면서, 오히려 샛별이 모녀의 부산스러운 행보는 부각된다. 
딸을 살리기 위해 과거로 돌아왔다는 엄마는 딸을 방치하는 것만 같고, 엄마를 똑닮은 딸은 갈 수 없는 나이임에도 스네이크의 콘서트장행을 감행하는 무모한 짓을 벌인다. 딸을 방치하며 사건을 해결하러 다니는 엄마나, 그런 엄마의 손아귀를 벗어나 제 나이 또래에 어울리지 않는 사고를 치는 딸내미나, 시청자들이 그들에게 연민이나, 공감을 하기 보다, 왜 저러지? 심지어 저럴 시간에 딸을 돌보지, 혹은 쟤가 더 문제야 라는 부정적 인식을 매회 쌓아가고 있을 뿐이다. 
제 아무리 그들의 보디가드 기동찬이 매씬마다 원맨쇼에 가까운 진기명기 연기력을 보이고, 그것도 모자란 듯 직접 기타를 치며 '마법의 성'을 불러도, 비호감으로 전락한 두 여주인공들에게서 떠나가려는 마음이 쉽게 돌아오질 않는다. 

<신의 선물-14>일이 던진 패는 만만치 않다. 대통령까지 관련되어 있으며, 거기에는 사형제도라는 형행 제도의 문제점도 걸려있다. 신구가 분한 기동찬네 집에 등장한 노인이 사실은 대기업 회장이며, 그와 대통령은 한때 밀월 관계였으나 이제는 입장을 달리하는 사이라 하니 정재계의 커넥션 문제도 끼어 있는 듯하다. 어디 그뿐인가 이제는 인권 변호사로 명망을 날리지만, 윤리적으로 부도덕할 뿐만 아니라, 직업적으로도 역시나 문제가 있어보이는 한지훈(김태우 분)의 이중적 면모도 만만치 않다. 이들이 사건이 밝혀지면 마치 목걸이에 구슬이 꿰어지듯 한 줄에 쭈욱 얽힐 거 같긴 한데, 도무지 드라마는 그런 결론에 냄새만 피울 뿐 10부에 이르도록 무엇하나 분명하게 드러내 보이는 것이 없다. 마치 장기판에서 기동성 있는 차만 줄창 왔다 갔다 하고, 포 등 다른 무기들은 그저 한 발자국만 들락날락 하는 형국이다. 

가지고 있는 패를 숨기고, 위기를 조장하려다 보니, 능동적으로 사건을 해결하려 뛰어든 여주인공과 그 딸내미가 민폐가 되어버리고, 나쁜 놈인 것 같은 사람들은 어른거리기만 할 뿐이다.  그러는 동안 매회 끈질기게 따라오던 시청자들은 드디어, 10회에 이르러서야 겨우 윤곽이 희끄무레하게 밝혀질락말락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인은 전혀 감도 잡지 못하는 <신의 선물-14일>의 긴 호흡에 지쳐 나가떨어지게 되어버렸다. 저렇게 벼르다 마지막에 제작진이 이 사람이 범인이야 이걸 몰랐지? 이런 사건이었어, 하면 오히려 보던 사람들이 이까짓걸 이제야 알려줘 하면서 분노하게 될 정도로. 수현과 기동찬은 몰라도, 적어도 시청자들은 대강 돌아가는 사건의 정체라도 눈치채도록 해야 장르 드라마의 재미를 놓치지 않게 된다. 하지만, <신의 선물-14일>은 너무 꼭꼭 숨어 술래가 찾다 해가 져서 집에 가버리게 만들듯, 숨겨진 패에 대한 애착이 크다. 숨바꼭질의 재미는 찾고, 찾아지는 과정의 쪼이는 맛이다. 

부디 남은 회차 동안이라도, 시청자들과의 숨바꼭질 대신, 시청자가 지치지 않고 따라갈 수 있는 호흡으로 드라마를 끌어가 주길 바란다. 


by meditator 2014. 4. 2. 02:29
|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