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부 마지막 불곰파에게 연쇄 살인범 차봉섭(강성진 분)이 남긴 증거들을 빼앗은 기동찬(조승우 분)는 이제야 비로소 사형의 위기에 놓인 형을 구할 수 있는 증거가 생겼다는 사실에 눈물겨워 한다. 하지만, 그도 잠시, 그의 앞에 수현(이보영 분)이 달려온다. 증거를 달라고, 그 증거가 있어야 자신의 아이 샛별이를 살릴 수 있다고. 죽을 위기에서 2주 전의 시간으로 돌아온 그들에게 주어진 신의 선물은 가혹하다. 기동찬의 형 기동호와, 수현의 딸 샛별 중 한 사람만을 선택해야 한다.
부부임에도 각자 자신의 일에만 돌아치느라 따귀는 때렸어도, 대화다운 대화를 해보지 못한 수현과 그의 남편 한지훈은 결국 수현이 기동찬의 어머니(정혜선 분)의 어머니에게서 샛별이를 납치한 사람이 자신이며, 결국 샛별이가 아픈 바람에 아버지 한지훈에게 딸을 넘겼다는 진실을 알아내고서야 서로 마주보고 대화를 아니, 일방적인 수현의 추궁에, 한지훈의 자백이 이어진다.
그리고 그 대화의 결과는 샛별이의 납치 사건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사건에서 발화점은 결국 아버지 한지훈 변호사라는 것이 밝혀진다.
처음 검사로 발령받은 무진에서 일어난 부녀자 연쇄 살인을 조사하던 중 사건에 석연치 않은 점을 발견한 한지훈은 지금 대통령 비서실장인 당시의 상관이던 이명한(주진몬 분)에게 보고하였지만 거부당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차봉섭의 집에서 발견된 반지와 귀걸이를 보고 차봉섭을 협박한다. 수현이 다시 살아돌아오기 전의 시간에서, 결국 한지훈은 샛별이가 유괴가 되는 상황에서도 반지와 귀걸이를 넘기지 않아, 샛별이를 죽음에 이르게 만든 결과를 만든 주범이 되고 만다. 마치 대화를 하지 않는 부부는 위험하다 가 <신의 선물-14일>의 또 다른 주제라도 되는 것처럼, 한지훈과 김수현의 불통은 결국 딸의 유괴 사건을 더욱 꼬이게 만들고, 결국 기동호냐, 샛별이냐라는 양자 택일의 기로에 놓이게 만들고야 말았다. (물론, 다음 주에, 기발한 수현의 아이디어로, 혹은 기동찬의 아이디어로 둘 다 살려낼 기지를 발휘할 수도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수현과 기동찬의 활약으로 보건대, 그 가능성이 더 높기도 하다)
과연 한기훈이 했던 협박의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검사를 그만두고 인권 변호사가 되어 유족들에게 토마토 세례를 맞아가면서 그가 지키고자 했던 사형 반대라는 신념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자신의 딸 샛별이의 목숨이 경각에 달린 순간에도 그가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은, 그의 첫 사건 기동호의 무죄를 증명하고자 했던 것일까? 상관의 거부로 덮어버렸던 불의에 대한 자기 반성이었을까? 아니면 끝내 샛별이조차 죽음에 이르게 만들면서, 대통령의 최측근을 협박하여 얻어낼 입신양명이었을까?
그 결과가 무엇이든, 14부에 까진 이른 과정에서, 그리고 남은 2회의 어떤 해명을 한다해도, 한지훈이란 인물은 아내 모르게 불륜을 저지른 것도 모자라, 그것이 어떤 의도였던 자신의 이해 관계를 추구하다 딸을 죽음에 이르게 만든 가장 파렴치한 인물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만약에 그가 기동호의 구명을 위해 그리한 것이라면 결국 기동찬과 목적이 다르지 않았음에도, 극 중 두 사람은 한번도 협조하지 못한 채 각자의 목적에만 골몰한 것이 되어버리니, 그 또한 아쉽다 못해 어이없는 상황이 된다.
하지만, 신념인지, 야합인지 모를 이유로 자신의 딸을 죽음으로 몰고간 한지훈말고도 또 파렴치한 아버지가 등장한다. 아직은 그 전모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헤피아토스(최민철 분)란 이름으로 등장한 범인이 바로 그 사람이다.
드라마의 처음 사형 제도를 둘러싸고 대통령과 토론을 벌이고 나오던 한기훈에게 토마토를 던졌던 여자의 남편이자, 자신의 아들을 유괴로 잃은 아버지 헤파이토스는 정작 자신의 신념 사형제도를 부활시키기 위해 대통령의 편에 서서 샛별이를 유괴하는 범죄자가 되었다. 물론 그에게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무진 사건의 가담 여부 역시 남아있기도 하다. 그러나 과거의 여죄를 차치하고, 자신의 신념을 위해 범죄자가 되는 딜레마에 빠진 인물이다. 자신의 신념인지, 야망인지를 위해 딸을 희생하고만 남자, 그리고 죽은 아들의 회한을 풀기 위해 남의 딸을 유괴하는 남자, 그들의 활약(?)으로 인해, 샛별이의 유괴 사건은 보다 복잡해지고, 악랄해졌다.
하지만 14회에 이르기까지 밝혀진 한지훈의 이해할 수 없는 집요함, 그리고 그에 필적할만한 헤파이토스의 맹목성은 사실 진실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다. 대통령과, 그의 측근 이명한, 그리고 아직 그의 속내가 밝혀지지 않은 차회장, 그리고 그 아들들이 벌인 사건의 진실은 마지막 회에 가서야 드러날 것이다. 그리고 그 실체 여부에 따라, 그리고 샛별이의 생사 여부에 따라 두 아버지가 치뤄야 할 대가도 달라질 것이다. 그런 아버지들의 음험한 의도는, 대통령의 딸에게 가해를 한 듯 했지만 그 무기가 결국 바나나에 불과했던 수현의 해프닝이나, 자신의 아들 기동호를 살리고자 샛별이를 유괴했지만, 결국 아픈 샛별이를 아버지에게 돌려보내주는 동찬 모의 갸륵함과 더더욱 대비가 된다.
(사진;osen)
굽이굽이 돌아 14회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범인의 윤곽과, 가장 모호했던 인물의 속내를 밝힌 <신의 선물-14일>은 하지만 여전히 그 전모는 마지막에 가서야 알 수 있는 해녀 정도는 되야 따라갈만한 긴 호흡의 드라마이다.
13회에도, 14회에도 굳이 주먹들이 우르르 달려드는데, 기동찬이나, 현우진(정겨운 분)을 보고 있노라면, 제 아무리 벚꽃아래 현우진이 각목 세례로 쓰러지는 씬이 멋있다 한들, 씁슬한 웃음이 나오게 된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차문을 잠궈놓지도 않아서, 기껏 애써서 정신병원에서 빼낸 증인을 빼앗기는 건 그렇다 치자다. 대통령 주변에서는 핸드폰을 사용할 수 없다는 <쓰리데이즈>의 설정은 <신의 선물-14일>에서는 무색하게, 수현은 버젓이 대통령 앞에서 핸드폰으로 기동찬과 통화를 한다. 그에 앞서 샛별이의 엄마란 말만으로 만찬장에 무사통과는 애교일 정도로. 그렇게 매회 <신의 선물-14일>의 세부적인 설정들은 개연성을 떨어뜨린다. 14회에 와서야 밝혀진 남편의 속내와, 그 과정에서 또 다시 잃어버린 딸, 그리고 결국 두 주인공이 마주 서서 형이냐, 딸이냐를 갈등하는 마지막 장면은 극적이지만, 그 이전의 설정들이 개연성있는 흐름이 아니라, 그 극적인 장면을 위한 그저 하나의 장치가 아니었을까 싶게 드라마의 매듭은 꼬이고 또 꼬여왔다. 드라마는 인물의 속내를 들여다 보는 대신, 장르물의 복선과, 반전에 몰입하느라 기동찬을 제외한 대부분의 인물들은 단선적으로 묘사된다. 심지어 가장 애끓는 수현조차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의 선물-14일>이 애초에 던진 결국 차봉섭의 것으로 밝혀진 반지와 귀걸이라던가, 샛별이의 피묻은 운동화와 가방처럼 다수의 실마리들이, 고가도로 밑 두 주인공의 대화만으로 풀어내던 어떻든, 결국에는 풀리고야 마는 그 쾌감은 장르물이 아니고서는 맞볼 수 없는 중독성이다. 필요에 따라 주인공 캐릭터 정도는 마구 널뛰듯하던 근자의 드라마들에게서 볼 수 없는, 여전히 이 드라마를 놓을 수 없는 이유다. 물론 거기에는 마지막 회에 가서야 해결 될 것같은 마지막 퍼즐에 대한 갈증도 남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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