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13회 마지막 더 이상의 희생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 제물이 되어 청와대를 떠나는 대통령, 그런 그를 수행하는 경호실장(안길강 분)이하 경호관들. 하지만 시청자들이 그런 그들의 모습에 조마조마했던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그런 그들 중 누군가가 김도진과 한 편이 되어 대통령을 사지로 몰아넣는데 조력자라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13회의 마지막 부분에서 가장 의심스러운 인물은 바로 대통령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새로운 경호실장이었다. 그가 통화를 끝내면서 한 한 마디 '오케이'는 해석 여하에 따라 암살 작전의 완료처럼 보였으니까.
(사진;텐아시아)
다행히 14회 시작과 더불어, 그의 '오케이'는 대테러특공대와의 암살 시도 척결을 위한 작전 준비 완료의 시그널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우스개지만, <쓰리데이즈>가 시작한 이래, 매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첫 회부터 14회에 이르기까지, 아마도 시청자들에게 가장 많은 의심을 받은 이를 들라면, 바로 새로운 경호실장 역을 수행하고 있는 안길강이란 배우가 아닐까 싶다. 대통령의 저격 음모가 있을 거라는 그 시점부터 사람들은 믿음직스런 풍모를 지닌 장현성이 분한 전직 경호실장 함봉수가 아니라, 그의 옆에서 눈치가 수상한 안길강을 의심했었다. 하지만, 그런 일관된 의심을 받으며 14회를 버텨온 그는 오히려, 믿음직스럽던 전직 경호실장이 대통령의 암살범으로 목숨을 잃고 사라진 그 자리를 대신 수행하며, 13회에서 14회에 이르는 과정에서 대통령이 홀로 맞선 김도진의 암살 시도를 막아내는 일등 공신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 그런 그에게 흔쾌히 의심해서 미안해요라는 말을 전하면서, 국무회의장에서도 홀로 회의실을 지키던 이동휘에게 경호실장 휘하 경호관들이 남아있다는 사실에 듬직함 이상의 감정이 든다.
<쓰리데이즈>의 첫 회, 화면을 가득메운 사람들은 멋들어진 검은 정장에, 이어캡을 쓰고, 무표정의 엄중한 눈빛으로 대통령을 수행하던 경호관들이었다. 그들 중 한 사람이었던 한태경은, 아버지가 병실에서 사경을 헤매는 순간에도, 자신의 직분을 다하기 위해 대통령 경호에 나섰고, 결국 아버지의 임종도 지키지 못했다. 하지만 아버지를 잃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함봉수 비서실장은 그런 한태경에게 호된 질책을 마다하지 않았다. 만약 네가 놓친 것이 폭탄이었으면 어떻게 했냐면서 그러면 우리는 vip를 잃었을 거라고. 그리고 한태경은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그랬다는 변명도 하지 않은 채 시말서까지 쓰면서 기꺼이 자신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책임을 감수한다.
드라마 <쓰리데이즈>가 한편에서 재벌과 그들과 결탁한 정관계의 세력들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반성하는 대통령 이동휘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면, 또 다른 이야기의 축은 그런 이동휘의 곁에 끝까지 남아있는 경호관들의 이야기이다. 한태경은 그런 그들의 대변자요, 상징이다.
대통령을 저격하려는 함봉수 실장에게 한태경은 울부짖으며 말한다. '대통령이 어떤 사람인지 중요하지 않다고 가르치지 않으셨냐'고. 그리고 그런 함봉수를 쓰러뜨리고 난 후 대통령의 입을 통해 진실을 알게 된 한태경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어야 하는 경호관의 직을 수행할 자신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결국 에돌아, 대통령의 진심을 알게 된 한태경은 결국 '대통령에게 지켜드리겠다'는 약속을 하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경호관의 직으로 돌아온다.
한태경의 약속처럼, 14회 초, 대통령이 저격 위기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한태경은 홀로 서있는 대통령을 향해 몸을 던진다. 그의 저격을 자신의 몸으로 막기 위해. 그런 그의 모습이 처음이 아니다. 동료 이차영 경호관을 향해 킬러가 총을 겨누었을 때, 한태경이 한 일 역시 그녀를 몸으로 막은 것이었다.
부디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말고
소임을 다 할 수 있도록 지혜와 용기를 주소서.
이 생명 육신이 신의 소용에 의해 쓰여지더라도
오직 한 분의 생명은 지켜주소서
한태경이 그의 방에서 홀로 읽었던 경호관의 기도처럼.
드라마 중간에 종종 삽입되는 한태경을 비롯한 경호관들의 훈련 장면에서 그들은 보통 인간의 본능에 반하는 훈련을 거듭한다. 즉, 생명에 위협이 느껴졌을 때 인간은 본능적으로 그 위험을 피하는 방향으로 몸을 피하지만, 경호관들은 오히려 그 반대로 위험이 있는 방향으로 몸을 던진다. 자신이 지키는 vip를 지키기 위해. 그렇게 훈련받은 그들은 14회 초반 자신들의 눈 앞에서 사라지는 대통령을 향해 애닳아 달렸고, 한태경과 함께 대통령을 에워싸 지켰다. 그리고 14회 마지막, 양진리 위령비 앞에서 위기에 빠진, vip를 향해 자신의 몸으로 막아선다. 번번히 그들은 자신의 몸을 방패로 그들의 vip를 지킨다. 이동휘의 말처럼, 그들 역시 하나 밖에 없는 소중한 생명일진대.
아마도 그런 그들의 모습이 유독 더 눈에 들어오는 이유는, 바로 우리가 자신의 직분을 다하지 않은 사람들때문에 희생이 더 커진 일련의 사건들 속에서 아픔을 겪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마치 그런 사실이 있기를 예견이라도 한듯, <쓰리데이즈>의 작가 김은희는, 자신의 목숨을 내걸고 자신의 직업을 완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경호관들을 드라마의 주인공들로 내세웠다. 그녀의 전작 <싸인>의 검시의가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진실을 밝혀내려 했다면, 이제 <쓰리데이즈>의 주인공 경호관들은 상시적으로 자신의 목숨을 걸고 vip를 지키고자 한다. 한태경이 마음에 들어온 윤보원 앞에서 경호관들은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기에, '다녀올게'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며, 정확하게 다음을 기약할 수 없다고 덤덤히 말하는 그 직업 정신이, 이제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 <쓰리데이즈>의 굵직한 주제의식이다.
(사진; mbn스타)
한 나라에서 가장 주목받는 대통령, 권위의 상징이자, 절대 권력이었던 그가, 기득권을 가진 그들의 편에 서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그의 편에 들었던 사람들이 모두 죽어나가고, 홀로 남았다. 그리고 그런 그의 곁에서 그를 지키는 사람들은, 신념이 아니라, 자신의 직업으로 그를 보호하는 경호관들이다. 그림자처럼 존재하던 그들만이, 직업적 사명감을 가지고 이동휘의 곁에 남아있는 14회에 이른 <쓰리데이즈>는 그래서 더 감동적이다. 바로 다음날이면 대통령 직을 끝낼 지도 모를 사람이지만, 그들은 한결같이 그가 위험에 빠지자 그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몸을 내세운다. 누군가가 재신 그룹의 초대장 하나에 자신을 파는 순간에도, 직업으로서의 자신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목숨까지 바치는 사람들, <쓰리데이즈>가 현재의 우리들에게 주는 또 하나의 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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