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김숙, 김신영, 김지민, 김영희 등 여성 멤버들이 <인간의 조건> 고정 멤버가 되었다. 그와 함께 새로운 게스트로 천이슬과 김민경이 합류했다. 

지난 해 연말 kbs 연예 대상 우수상에 빛나는 개그우먼 김민경은, 아마도 자신과 같이 덩치있는 사람을 합류시킨 걸 보고 개그맨 동료들이 다이어트와 관련된 미션이라고 했다는 말이 그리 틀지지 않듯이, 처음 고정 멤버가 된 <인간의 조건>의 첫 미션은, 밀가루와 고기 없이 살기였다. 

방송의 시작과 함께 아침 밥을 먹고 모이라는 전갈에 각 멤버들은 자기만의 아침 식사하는 보여준다. 빵 가게로 가서 갓 나온 따끈한 빵에 황홀해 하는 김숙, 그리고 엄마가 삼겹살까지 구워 갖가지 반찬까지 잔뜩 차린 밥상을 받은 김영희에, 간밤에 먹고 남은 치킨에, 즉석밥, 거기에 컵 라면으로  아침을 때우는 김민경까지 각양각색의 아침 먹는 모습이 등장했다. 

(사진; 뉴스엔)

아침을 먹고 새로운 아지트로 합류한 멤버들은 새로운 미션이 밀가루와 육식 없이 사는 일주일이라고 하자, 당연히 '멘붕'에 빠진다. 
천이슬이나 김지민처럼 날씬하건, 혹은 이미 각고의 노력을 통해 다이어트에 성공을 한 김신영이건, 다이어트가 필요한 김민경이나 김숙이건, 모두 입을 모아 자신들에게 육식과 밀가루는 절대적이라고 탄원을 한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미션은 가혹한 실행을 기다릴 뿐, 그 어느 때보다도 힘들 것 같은 미션 과정을 위해, 제작진은 이번 미션을 3명씩 밀가루와 육식 차단의 팀으로 나눠 실천하는 아량을 베푼다. 그리고 출연진의 기대와 전혀 반대로, 밀가루를 원하던 팀에겐, 밀가루 없이, 육식을 원하던 팀에겐 육식이 없는 일주일의 시간이 주어진다.

물론 자신들이 가장 좋아하던 밀가루와, 흰쌀, 설탕의 이른바 3백(白) 식품없이, 그리고 소고기, 돼지 고기, 닭고기 등의 육식 없는 일주일을 선포당했을 때만 해도, 멤버들은 밀가루라면, 그저 좋아하던 과자나, 라면, 국수를 안먹으면 되는거려니 했다. 육식도 마찬가지다. 그저 불판 위에서 지글지글 소리내어 자신들을 유혹하던 고기만 참으면 되는 거려니 했었다.

하지만, 막상 미션에 돌입하면서 멤버들은 지금까지 생각했던 미션의 폭과 규모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고기 만두는 안되니, 김치 만두라도 먹겠다던 김민경은 김치 만두 속에 들어있는 고기에 냄새만 맡고 만두를 후배에게 돌려준다. 
배가 고파 식당을 찾은 김숙과 천이슬은 식당 간판에 있는 음식 사진을 보고 고르다, 결국은 밀가루가 들어있지 않은 음식은 과일 모둠 밖에 없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심지어 먹을 거리를 찾아 마트에 들어간 밀가루 없이 살아야 하는 일행은, 하다못해 된장, 고추장에도 들어있는 밀가루 성분에 좌절하고 만다. 하다못해 쥬스 한 잔, 두유 한 봉지에도 들어있는 설탕 성분은 경악을 불러온다. 
고기 없는 사는 일행도 마찬가지다. 밀가루는 된다면 희희낙락하는 것도 잠시, 라면 소스 성분 표에 들어있는 사골 양념 분말, 조미 육수에 생각보다 자신들이 먹을 것이 없을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고 만다. 

새로 시작된 <인간의 조건> 밀가루, 흰 쌀, 설탕의 3백(白)식품 없이 살기와, 고기 없이 살기 미션이 보여준 점은 충격적이다.
일단은 마르고 살찌고 사람들의 몸집에 상관없이 대다수의 사람들이 얼마나 아무 생각없이 밀가루와, 육식의 삶에 길들여져 있는가를 보여준다. 
특히나, 아침부터 어제 남은 치킨을 뜯는 김민경이야 그러려니 하지만, 게스트로 합류한 천이슬의 경우, 보기에도 상당히 마른 모습이지만, 그런 사람들조차, 과자나, 밀가루에 거의 중독 수준이라는 건, 살찌고, 마르고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 일반의 식습관, 그 중에서도 특히 여성들의 식습관이 얼마나 문제가 있는가를 보여준다. 특히나 천이슬과 젊은 여성들이 스트레스가 쌓이면 폭식으로 마구 단 것이나 탄수화물을 쏟아 붓고, 그리고 굶는 다이어트를 반복하는 생활을 하고 있는 모습은 충격적이다. 또한 김숙처럼 자신이 고지혈증으로 치료 받아야 할 상황에 있으면서도 입에 당기는 빵식을 멈추지 못하고 있는 먹거리의 중독 역시 남의 일이 아닌 것처럼 여겨진다. 

또한 단 한 회지만, 미션을 시작하면서 놀라움을 준 것은, 우리 먹거리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밀가루 등과 육식의 영향이다.
그저 국수나 흰 쌀 밥을 안 먹는 것으로 끝날 수 없는, 가장 기본적인 양념인 된장, 고추장에서 부터 시작된 하얀 탄수화물의 공격은 생각보다 그 범위가 넓다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육식 역시 마찬가지다. 그저 고기 반찬이 문제가 아니라, 라면에서 부터, 우리가 사서 먹는 모든 것들의 기본 육수를 장악하고 있는 육식의 존재감에 새삼 고개를 내두르게 만드는 것이다. 
그저 밀가루 음식을 좋아하고, 고기를 많이 먹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영역까지 점령하고 있는 3백(白) 식품과 육식의 존재에, 새삼 우리 먹거리 전반을 돌아보게 만든다. 

(사진; 동아닷컴)

방송 초반만 해도, 그저 양상국의 애인으로만 알려져 있는 천이슬의 등장은 생뚱맞았다. 하지만, 첫 방송이라는 설레임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것에 최선을 다하려는 모습만으로 그녀의 선정에 대한 논란은 사그러들만 하다. 그저 지병이 있는 김숙이나, 보기에도 정말 다이어트가 필요해 보이는 김민경이라는 특수한 조건이 아니라, 그리고 천이슬로 상징되는, 이른바 날씬함을 지향하는 요즘 여성들의 모습이 그녀의 모습을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질 수 있어 캐스팅의 의문을 1회 만에 어느 정도 해소되게 되었다. 누구를 캐스팅하느갸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의 묘미로 인해, 캐스팅의 논란을 잠재울 수 있었던 제작진의 역량을 보여준 한 회였다. 


by meditator 2014. 4. 13. 1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