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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1일 하루 종일 검색어에 오른 19살 소년이 있었다. 그 소년의 아버지는 서울 시장 후보로 나섰고, 대통령 후보로도 나섰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의 아들이, 제발 자기 딸을 좀 찾아달라고 국무총리에게 애원을 하는 사람들에게 '미개하다'는 표현을 내뱉었다.
저 표현은 보통, 우리와는 다른 종족의 사람들에게 쓰던 표현이다. 그런데 그 표현을 같은 나라, 더구나 온 국민이 함께 가슴아파 하고 있는 그 사건의 부모들에게 거침없이 내뱉은 그 소년에게 느끼는 감정은, 분노에 앞서 어이없음이다. 그리고, 우리를 미개하다고 바라보는 그 소년이, 그들이 사는 다른 세상이다. 그저 한 소년의 감정적 한 마디였지만, 그건 다수의 국민들의 마음에 또 한번의 상처를 남긴다.
하지만, 현실같은 드라마 속 대통령의 아들은 마음의 상처로 끝나지 않았다. 이수정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자신의 잘못을 덮기 위해 많은 사람들을 불행에 빠뜨리고 결국 샛별이와 기동호를 죽음에 이르게 만들려고 한다.
(사진; osen)
지금까지 <신의 선물-14일>의 이야기 구조가 그래왔듯, 절대 악처럼 보였던 경수(최민철 분)는 그저 비서실장 이명한(주진모 분)의 하수인이었음이 밝혀졌다. 결국 최종 보스는 권력이었다.
자신의 아들을 장난감처럼 데리고 놀다 죽인 살임범이 법의 보호를 받으며 감옥에서 살아있는 것을 견디지 못한 경수는 스스로 이명한의 하수인이 되는 조건으로 아들의 살인범에 대한 사형 확답을 얻어낸다. 그리고 그 살인범을 사형에 이르게 만들기 위해, 이명한이 만들어 가는 또 하나의 음모에 가담한다. 그래서 그의 적극적 가담 아래, 연쇄 살인범 차봉섭은 빼돌려 졌고, 죽음에 이르게 된 것이고, 그는 이제 자기 아들의 살임범을 사형시키기 위해 남의 딸을 유괴하는 처지에 이르게 되었다.
15회를 통해 이명한 등이 찾고자 했던 연쇄 살인범의 증거물과 샛별이 사이의 줄다리기는 결국 증거물도 잃고, 샛별이도 잃어버리는 결과가 되어버린다. 증거물을 가지고 가면, 샛별이를 돌려주겠다는 약속이 무색하게, 김수현이 시간을 거슬러 오기 전 그때도, 그리고 시간을 거슬러 온 지금도 샛별이는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그 이유는 바로 증거물이 사라져도, 과거 사건의 숨겨진 범인, 즉 대통령의 아들이 찍힌 사진을 샛별이가 보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말미에 밝힌다.
대통령의 아들이 자신을 절름발이라며 밀쳤던 수정이를 죽음에 이르게 만든 단순 살인 사건은(물론 수정이의 몸에 남은 아홉 번의 칼자국때문에, 결정적 살해 과정에 대해 이론의 여지는 있다) 그가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그것을 덮기 위해 자신의 동생이 한 일인 줄 알고 자수했던 기동호를 사형수로 만들고, 지금에 이르러 그 사실이 밝혀지면, 그저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결국 그 사실을 덮은 대통령에 위해가 되기에, 대통령의 파트너라 자임하는 이명한은 연쇄 살인범이었던 차봉섭을 비롯하여, 그 사건의 실체에 다가가는 모든 사람들을 없애고자 한다. 그리고 그의 그런 행위는, <쓰리데이즈>에서 대통령을 협박했던, 그래서 정권에 위기를 조성한 합참의장을 없애버린 신규진 비서실장의 행위와 궤를 같이한다. 그 당시 신규진 비서실장도 자신이 대통령의 파트너이자, 이 정권을 자신이 만들었다 자부한다. 바로, <쓰리데이즈>의 신규진과, <신의 선물-14일>의 이명한이 가진, 권력의 사유화가 모든 사건의 원인이었음을 15회에 이르른 <신의 선물-14일>은 밝힌다.
현실을 더 닮은 드라마<신의 선물-14일>에는 나는 당신을 위해 대통령이 되지 않았다고 선언하는 대통령이 없다. 또한 결국은 국민들의 희생을 막기 위해 피 흘리며 진실을 밝히는 비서실장도 없다. 대신, 내가 누군데 감히 니가 나를 건드려 하며 이기죽거리는 파렴치한 대통령의 아들과, 오히려 재벌조차도 그의 피붙이를 이용해 협박하고, 어린 아이를 없애야 한다는 결정을 내리는 권력의 개, 비서실장이 있을 뿐이다. <신의 선물-14일>이 건드리고 있는 것은 권력의 부도덕, 내적 모순이자, 자기 궤멸이다.
(사진; tv리포트)
자신의 삐뚫어진 자의식으로 인해 충동적을 누군가의 목을 조이는 대통령의 아들, 그를 보호하고, 권력을 지키기 위해 애꿏은 사람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권력, 그리고 자신의 사적 복수를 위해 기꺼이 그런 권력의 하수인이 된 사람, 그런 사람들을 <신의 선물-14일>은 이기적 사랑과 집착으로 규정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진전된 극의 전개로 보건대, 그런 위악을 해소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자신보다, 남을 배려하는 이타적인 사랑으로 귀결될 듯이 보인다.
15회 초반, 사형을 당할지도 모를 자신의 형을 지켜야 한다는 기동호와, 샛별이를 살려야 한다는 수현은 증거물을 가지고 대립한다. 하지만, 결국 기동호는 샛별이와 한 약속을 기억해 내고는 수현의 손에 증거물을 쥐어준다. 그 바로 전에, 샛별이는 흙더미에 묻히는 기동찬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 유괴범의 손을 끌어 당긴다. 그리고 형을 찾아간 기동찬에게 형은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나는 괜찮다고, 니가 사람을 죽인게 아니라면 자신은 죽어도 괜찮다고 말한다. 바로 그런 사랑만이, 저 이기적 권력에 대응할 무기라고 드라마는 15회를 통해 슬며시 비춘다. 기동찬이 혼잣말한 누군가 한 사람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예언이 그래서 더 의미심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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