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메이크' 작품은 어쩔 수 없이 '원작'과의 비교를 피할 수 없다. '다니엘 헤니'의 출연으로 화제가 된 시즌 13을 앞두고 있는 미국의 장기 시리즈 <크리미널 마인드>라면 더더욱. 그런 부담을 피하기 위해서였을까? 제작발표회의 제작진과 배우들은 입을 모아, '한국적 정서'를 강조했다. 그렇다면 이제 1,2회를 마무리한 <크리미널 마인드>는 과연 미드의 한국적 토착화에 안착했을까?




친숙해진 프로파일링
평가에 앞서, 최근 범죄 수사 드라마라면 약방의 감초처럼 빠짐없이 등장하는 '프로파일링'에 대해 짚어보아야 한다. 범죄 심리 분석, 혹은 범죄자 프로파일링(offender profiling, criminal profiling )은 심리학, 사회학, 범죄학 등의 인문 사회학적 접근을 통해 범죄자의 심리 및 행동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범인상을 추정, 범죄 유형 분류, 피의자 신문 전략을 지원하는 수사 기법이다. 사건 현장 조사와 추적에 더해, 그 증거를 가지고 '인문사회학적' 분석으로 범죄자에 보다 용이하게 접근하고자 하는 수사 방식인 것이다. 이런 프로파일링 기법의 가장 극단적인 반대 방향에 <살인의 추억> 식의 '감'으로 잡아, '족치면' 다불도록 하는 '전근대적'인 수사 방식'이 있을 터이다. 

프로파일러 출신으로 국회의원이 된 표창원 의원 등의 빈번한 언론 접촉은 물론, 영드<셜록>, <시그널> 등을 통해 이제는 매우 익숙한 분야가 되었지만, 우리나라에 프로파일링 기법이 수사에 도입되기 시작한 건 2000년 권일용 경위 한 사람에서 부터, 2004년 경찰청 과학 수사과 내에 폭력적 범죄 분석팀이 설치되고, 2005년에서야 김리학, 사회학 전공자 중 범죄 분석 요원을 뽑기 시작하면서 부터였다. 2015년 현재 40여명의 요원이 있고, 각 지방 경찰청에 1~2명 정도의 인원이 배치되어 있는게 우리의 현실이다. 

이토록 장황하게 대한민국 프로파일링의 현실을 구구절절 설명한 이유는 바로 이것이 '한국적 현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는 '한국적'인 이런 현실에서 바로 건너 뛰어 미드와 동일하게 국가 범죄 정보국(nci)와 그 소속 범죄 분석팀의 정예화된 프로파일러 집단을 내세운다. 그리고 미드와 거의 유사한 캐릭터의 등장인물군을 배치한다. 



곡진한 사연으로 포문을 연 드라마
첫회 드라마를 연 것는 폭발물 범죄 현장에서 마주친 강기형(손현주 분)과 김현준(이준기 분)이다. 이제 폭발을 앞두고 마지막 선택을 해야 할 순간, 자신의 프로파일링에 근거하여, 예측된 결과를 뒤집으려는 강기형을 현장의 윗선이 저지하고, 결국 폭발을 막지 못한다. 그리고 그 폭발로 인해 가장 아끼는 후배를 잃게된 김현준, 그 자신도 프로파일러 출신이지만, 잘못된 프로파일링에 대한 불신을 쌓게되고...... 이렇게 '이성'을 무기로 범죄자와 싸우고자 하는 드라마는 한국 범죄 드라마에서 가장 익숙한 얽히고 섥힌 인간 관계와 사연으로 포문을 연다. 그리고 당연히 그 '상처'를 입은 주인공 김현준은 사건을 통해 자신의 후배를 죽인 것이 강기형의 판단이 아니었음을, 그리고 그 프로파일링이 자신이 사랑하는 후배의 여동생을 구할 때까지 '반항적'으로 폭주한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이 김현준의 반항은 그가 가는 곳곳마다 nci 범죄 분석팀과 그 중에서도 하선우(문채원 분)와 부딪치며 결국 공동 작전 하에 범인을 검거하고, 진실을 깨닫게 된 김현준은 강기형 측의 청을 받아들여 nci에 합류하게 된다. 1, 2회에 여성 연쇄 납치 살인 사건이 등장하지만, 드라마가 전면에 부각시킨건 바로 김현준이 합류한 범죄 분석팀의 합체였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 과정은 이미 우리나라의 범죄 드라마에서 조금 보태 한 열 번도 넘게 보아본 흔한 설정이다. 오해와 불신, 하지만 수사 과정을 통한 합류, 이 과정말이다. 그렇다면, 이 뻔한 한국 수사 드라마의 클리셰를 넘어, 리메이크 작으로 <크리미널 마인드>가 새로운 지점을 제시하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이 지점에서 1,2회의 드라마는 시청자들 설득하는데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앞서도 구구절절 설명하듯, 프로파일링은 기존 범죄 수사학에 심리학, 사회학의 도입이듯이, '이성적이고 분석적'인 수사 방식이다. 예를 들어 <셜록>에서 셜록의 프로파일링이 설득을 얻는 것은, 그의 소시오패스적인 '무감정'이다. 즉, 범죄자나, 범죄 사실에서 '거리를 둔', 그의 객관성이, 그의 프로파일링에 설득력을 더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셜록>의 예를 따라, <시그널>에서도, 혹은 <너를 기억해>에서도 프로파일러로 등장한 인물들은 상대적으로 이성적이며, 그래서 그들의 분석의 객관성에 신임을 얻게 된다. 비근한 예로, <비밀의 숲>에서 오로지 법에 의하며,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황시목이 설득력을 얻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갓쓰고 오토바이 탄 프로파일링 드라마 
그런데 <크리미널 마인드>는 이와 반대의 길을 걷는다. '한국적 정서'를 내세우며 가장 인간적인 모습의 수사관들의 사연을 전면에 배치한다. 아끼는 후배와 그 동생마저 잃을 뻔해 폭주하는 수사관, 수사 현장에서 자신의 주저함으로 현장을 멀리하지만 사랑하는 가족 앞에서는 자상한 가장인 수사관, 그리고 여전히 한 소녀의 살인 사건으로 밤마다 악몽을 꾸는, 이런 장황한 '인간적'인 설정은 각자의 인물에 대한 설명을 풍성하게 할 수는 있지만, 안타깝게도 '프로파일링 수사극'이라는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을 설득해 내는데는 미흡하다. 

그렇게 사연에 집중하는 반면, 드라마는 마치 누르면 나오는 프로파일링 자판기처럼 범인과 관련된 '프로파일링' 내용들을 줄줄이 읊는다. 분명 미드에서도 이런 식으로 하고, 그 만능의 능력치들이 <크리미널 마인드>의 결정적 매력일진대, 어쩐지 태평양을 건너온 <크리미널 마인드>에선 그 '프로파일링'이 선무당의 말처럼, 아니 마치 컨닝한 답안지를 외워되는 수험생처럼 신뢰가 가지 않는다. 그 신뢰가 가지 않는 프로파일링이라도 범죄와 결합되면 좀 나을 수도 있으련만, 안타깝게도 범죄 수사 드라마의 가장 기본 요건인 범죄와, 그 추적, 검거의 과정에서의 긴장감을 <크리미널 마인드>는 전혀 살려내지 못한다. 덕분에, 소년원 출신의 범죄자 박재민과 그들의 보호 관찰자이자, 최종 보스인 안상철(김인권 분)의 존재감은 휘발되고 만다. 그래서 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이 드라마가 추구하는 것이, 주인공들의 곡진한 사연인지, 폼나는 프로파일링인지, 아니면 범죄 수사인지.

김영철, 손현주, 이준기, 문채원, 그 이름의 면면 만으로도 쟁쟁한 출연진,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들의 조합은 그리 성공적이지 않아 보인다. 원작을 본 이들이라면, 원작의 인물들과의 비교에서, 아니 원작을 보지 않은 이들이라도, 이미 타 작품에서 각자 너무도 강하게 각인된 이 주인공들의 연기가, nci 범죄 분석관으로서 이들에게 집중하는데 방해가 된다. 차라리 조금 더 낯이 덜 익은 배우들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마저 들 정도로. 손현주, 이준기, 문채원의 연기가 너무도 낯익다. 

그래도 이 정도에서는 제 몫이나마 성실하게 해낸다. 팀장 강기형의 포스는 강력하고, 이준기의 성실함이나, 무미건조한 문채원의 연기는 김현준과 하선우에 이질감을 주지는 않는다. 그런데, 정작 미드 <크리미널 마인드>의 인기 요소 중 하나인 꽃미남 리드 의 배역을 맡은 이한이나, 정보화 요원 페넬로페 역의 나나황에 이르면 '귤이 회수를 건너 탱자'가 되어버린 상황을 목도하게 된다. 정작 한국적 정서를 고려한다면서, 이런 손도 발도 펼 수 없는 캐릭터의 나열이라니! 이런 말도 되지 않는 캐릭터의 접선은 이미 <안투라지>를 통해 혹독한 평가를 받았음에도 여전히 고질적으로 도용되고 있다. 

진짜 심각한 건, 남용되는 총기 사용
하지만 그 뻔한 한국 드라마의 사연팔이나, 싱크로율 제로에 육박하는 캐스팅, 혹은 전작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한 연기보다 더 심각한 것은, 사건의 전개이다. <크리미널 마인드>는 미국의 드라마이다. 미국은 '총기 규제' 법안을 매번 상정시키지만 아직도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한 총기 자유화의 국가이다. 그러기에 <크리미널 마인드> 속 대다수의 범죄자들이 사용하는 범죄 수단에서 '권총'의 사용이 하등 이질감을 주지 않는다. 그런데, 이제 1,2회, 한국으로 온 <크리미널 마인드>는 어땠을까? 뜻밖에도 보호 감찰관 안상철도, 그리고 이제 다음 회에 본격적으로 등장할 열차 살인범도 범죄 수단으로 '권총'을 자연스레 들고 등장한다. 

아마도 다른 드라마에서라면, 범죄자의 프로파일링 만큼이나 그가 어떻게 총기를 취득하게 되었느냐 여부가 중요한 수사 내용일텐데, 정작 '프로파일링'에 방점을 찍은 <크리미널 마인드>는 이 지점에 너무도 안일하다. 태평양을 건너 한국으로 온 범죄 드라마가 신경써야 할 지점은 '한국적 정서'라는 명목의 사연 팔이가 아니라, 프로파일링이 현재 한국 사회에서 어떤 현실적인 활약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한국 사회의 범죄는 어떤 유형으로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지점에서, <크리미널 마인드>의 '한국화'는 갓쓰고 오토바이 탄 격처럼 보인다. 

by meditator 2017. 7. 28. 14:24

2026년 인구 20%가 노인, 대한민국이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다. 이른바 인류의 염원이던 100세 시대가 우리에게도 도래한 것이다. 그런데, 코 앞으로 다가온 이 '장수의 시대'는 마냥 오래 살아 행복할까? 마치 암초처럼 준비되지 않은 채 우리의 삶을 좌초시킬 지도 모를 '장수의 시대'를 <ebs다큐 프라임>이 발빠르게 맞이했다. 


100세를 쇼크라 진단하기 전에, 다큐는 '프롤로그'처럼 '나이듦', 즉 노화에 대해 정의내리고자 한다. 일찌기 공자께서 50이 되면 하늘의 뜻을 알고(지천명 知天命), 60이 되면 경륜이 쌓이고 사려와 판단이 성숙하여 남의 말을 알아들으며(이순耳順 ), 70이 되면 하고 싶은 대로 하여도 도덕적으로 어긋나지 않는 경지에 오른다(종심 從心)고 하였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바라보는 '노인'은 이런 공자님 말씀과는 전혀 다르다. 젊은이들과 노인들이 함께 '노인'에 대한 이미지를 측정하는 실험에서 젊은이도, 노인들도 모두 노인에 대해 부정적으로 반응했다. 



나이듦이란 무엇인가?
무엇보다 우리 사회가 노인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결정적인 이유는 산업화 사회에서의 '인간'에 대한 존재 가치 잣대가 '생산성'이기 때문이다. 전근대적 사회에서 '경험많은 어른'으로 대접받던 노인들은 이제 더 이상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없는 무능력자로 치부받는다. 하지만 그런 사회적 무능력에 더해, 나이든 사람들이 나타내는 공통적인 태도가 다른 세대에겐 소통 불능의 '고집 불통'으로 낙인 찍혀 가는게 요즘 세상이다. 왜 그럴까?

그런 노인들의 '고집'을 다큐는 '정서적 최적화'라 정의 내린다. 홀로 살아가는 100세의 할아버지 스스로 빨래를 하고 일상 생활을 해결해 나간다. 하지만 옆집 아주머니는 들여다 보고 질색을 한다. 말이 빨래지 비눗물에 담궜던 옷가지를 헹구기는 커녕 짜지도 않고 걸어놓고, 방안은 씻지도 않은 젓가락이며 그릇이며 먹고남은 막걸리 통까지 발 디딜 틈이 없다. 하지만, 외부인의 눈으로 보면 이 지저분하기 그지 없는 상태가 사실은 이제 100세가 되어 활동력이 현격하게 떨어진 할아버지에게 살아가기에 최적화된 환경. 이런 것이다. 바로 나이가 드신 분들은 그분들의 '스타일'대로 자신에 맞는 최적의 상태를 추구하려 하지만, 그것이 '현재'의 시대에 늘 '불화'한다. 



그러면 젊은이들은 말할 것이다. 좀 '시대'에 맞추라고. 하지만 나이가 들었다고 사람이 쉽게 변하진 않는다.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자신들의 입장을 '인정'받고 싶고, 스스로 자신의 삶을 '독립'적으로 살아가고 싶으니, 어쩌면 이 세대간 '부조화'는 '숙명적'이다. 

재앙이 되어 가는 장수 
이렇게 숙명적으로 이미 '불화'할 수 밖에 없는 노인 세대, 그런데 그들이 살아가야 할 시간이 점점 늘어만 간다. OECD 국가 노인 빈곤율 1위, '빈곤과 질병과 고독'과 싸워야 하는 장수는 재앙이다. 

부산 쪽방촌 문에는 이름들이 쭈욱 내려 써있다. 무연고로 장례를 치르지도 못하고 납골당에 모셔져 있는 노인들의 이름이다. 이른바 '고독사'이다. 해마다 늘고 있는 고독사, 2016년에는 1232명, 그중 48%가 60대 이상의 노인들이다. 

사회 관계망에서 일찌감치 방출된 사람들, 특히나 일반적으로 남성에 비해 10년 정도 평균 수명이 더 길며, 남편 사후 빈곤층 추락 가능성이 더 높은 여성 고령자의 경우 더욱 '고독사'의 위험이 높다. 한때 우리 나라 최초 사립 유치원 선생님 출신의 여성 엘리트였지만 이혼후 급격하게 추락하여 이젠 저녁 한 끼를 우유에 밥 한 술 말아 때우고 마는 조경숙씨(80)처럼, 우리 사회 노인들의 노후 문제는 곧 여성 노인의 빈곤 문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우리 사회 노년의 장수가 재앙이 되는 이유중에는 자식의 성공이 곧 나의 성공이라며 자신이 일할 수 있는 기간 동안 번 경제적 능력을 온통 자식에게 쏟아붓고마는 한국인 특수한 문화도 한 몫을 한다. 심지어 두 노년의 부부가 하루에 700원 남짓 폐지를 줏어 생활을 하면서도 8평 남짓 자신들 소유 빌라를 손주에게 상속해야 한다며 꾸역꾸역 쥐고 앉은 이 '상속'의 문화는 고질병 수준이다. 

물론 모두가 노년에 대해 무방비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방비'를 해서 문제가 되기도 한다. 은퇴를 맞이한 베이비붐 세대의 상당수가 은퇴후 일자리가 마땅치 않자, 빚을 내서 자영업에 뛰어든다. 60대 은퇴자의 52%가 창업을 하고, 그 중 2/3이 폐업을 하며 퇴직금까지 날리고 '노후 파산',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유엔이 조사한 노인 소득 90위(91개국 중, 아프가니스탄이 91위), 꼴찌의 현실이다. 

하지만 추락하는 '노년'에 날개를 달아줄 자녀는 이제 없다. 자녀세대는 이제 더 이상 부모에 대해 부양해야 할 의무감을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은퇴 시기를 맞이한 베이비붐 세대들에겐 아직 부양해야 할 부모님이 계시는 경우가 많다. '전통적 효'사상에서 자유롭지 않은 이들은 의료 복지 시설에 대한 인식이 낮아 스스로 그 짐을 떠앉아 버리는 경우가 많아, 이중고에 시달린다. 

이런 노년의 문제에 대해 연구자는 노년의 리스크를 세 가지로 정의한다. 그 첫 번째로 무의미함, 살아온 시간, 그리고 살아갈 시간에 대한 허망함이다. 두번 째는 살아가야 할 시간에 대한 부담, 즉 삶의 지루함이다. 그리고 세 번 째, 가난, 그런데 여기서 가난이란 물질적 가난만이 아니라, 시간적 가난도 함께 포함된다. 노인 빈곤율 OECD 1위의 현실에서 다큐가 주목하고 있는 건, 물질적 가난 보다는 '노년에 대한 인식 제고'이다. 

어쩌면 물질적 가난보다 더한 인식의 가난, 그 개선에서 부터 
서울의 한 교회, IMF 때부터 시작한 일주일에 한번씩 500원씩 주기, 거기엔 새벽부터 장사진을 친 노인들로 북적인다. 그러나 정작 인터뷰를 해보면 정말 끼니를 걸러서 나온 분들이 대다수가 아니다. 오히려 남아도는 시간 소일 거리 겸 용돈 벌이로 나온다는 분들. 대부분 노인들의 취미 생활이 TV 시청이듯, 노인들 대부분이 무료한 몇 십년씩 삶을 이어간다. 

'노년의 물질적 가난도 문제지만, 어쩌면 지금 100세 시대 더 심각한 것은 그저 죽을 날만 기다리며 다 살았다고 생각하는 노인들의 인식 제고라고 다큐는 지적한다. 그리고 바로 그 점에 대한 '개선'을 시도하고자 한다. 

1분에 대해 시간 측정을 해보는 실험에 참가한 노인들, 실험은 약간의 트릭을 써서, 노인분들이 생각한 시간보다, 더 긴 시간을 1분이라 답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실험에 참가한 노인분들은 이후 노년에 대한 인식 실험에서 인식이 달라진다. 즉, 남은 노년의 시간에 대해 '다 살았다'가 아니라, '그 시간이나 남았다'라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 



인식의 변화는 생활의 변화를 낳는다. 경남 양산의 효암 고등학교에는 학교에서 어슬렁거리며 휴지를 줍고 다니는 노인 한 분이 있다. 아이들이랑 스스럼없이 농담을 주고받는 이 노인,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자신들을 도와주는 할아버지라는 이 분, 알고보니 이 효암 학원의 이사장이다. 젊어 흥국탄광등 스무 개가 넘는 기업을 이끌었던 거부, 하지만 그는 모든 것을 사회에 환원한 후 학교 한편 방 한 칸에서 생활하며 학교를 어슬렁거린다. 췌장암 치료를 받지만, 그에겐 암이나 당뇨병이나 매한가지일 뿐. 그는 말한다. 노인은 늙는 것이 아니라, 젊게 산 것의 결과라고. 기자 은퇴 후 여행작가로 <나는 걷는다>의 베르나르 올리비에는 노년을 '완전한 자유'를 갖는 순간이라 명명한다.

물론 여전히 절대적인 가난에 시달리는 다수의 노인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 대한 문제 제기에 그친 점은 아쉽다. 하지만, 그 '가난'한 노인들 조차도 돈 만원이 있으면 삼일을 버틸 수 있지만, 외로움은 견딜 수 없다는 '시간'의 벽에 대해 '방점'을 찍은 다큐의 시각은 의미있다. 은퇴 후 20년, 하지만 그걸 시간으로 환산하면 10만 시간이다. 생산적이지 않은 사회의 유휴 노동력으로 죽을 날만 기다리기엔 너무 긴 시간이다. 그 시간이 '재앙'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사회적 시스템은 물론, 그 시간을 맞이한느 노인들 자신들이 '다 산 사람'이 아니라, '아직 무대에서 내려오지 않은 주인공'으로 자신의 작품을 완주해야 하는 '인식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 역시 100시대를 맞이한 우리에게는 절실한 '주문'이다. 

 






by meditator 2017. 7. 27. 16:04

새로운 수목 대전이 시작되었다. kbs2의 <7일의 왕비>가 아직 마무리가 되지 않았지만, sbs의 <다시 만난 세계>와 mbc의 <죽어야 사는 남자>가 동시에 방영을 시작했다. sbs의 <다시 만난 세계>는 <옥탑방 왕세자>, <냄새를 보는 소녀>, <공심이>로 신선하고 대중적인 스토리로 시청률은 따논 당상이라 말할 수 있는 이희명 작가의 작품이다. 이미 <냄새를 보는 소녀>, <공심이>로 호흡을 맞춘 백수찬 피디와의 작품이니, 당연히 '기대작'이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본 결과가 무색하다. 당연히 1위를 하리라 믿었던 이희명 작가의 작품을 가뿐히 누르고 1위를 차지한 작품은 그 이름조차도 생경한 사이드 파드 알리 백작(한국명 장달구, 최민수 분)이 주인공으로 나선 <죽어야 사는 남자>다.(<죽어야 사는 남자> 9.6%, <다시 만난 세계> 7.2%, 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 심지어 <죽어야 사는 남자>는 기존 미니시리즈와 달리 24부작(기존 12부작) 작품이다. 




그렇다면 당연했던 기대작이었던 <다시 만난 세계>와 <죽어야 사는 남자>의 희비를 엇갈리게 한 가장 큰 요인은 무엇이었을까? 무엇보다 '배우들의 연기력'이 아니었을까? 

얼마전 우리나라에서 화제가 되었던 일본 에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처럼 <다시 만난 세계>는 시간을 거슬러 만나게 된 두 남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 첫사랑이었던 소년, 하지만 그 소년은 자신의 생일날 뜻밖의 사고로 목숨을 잃게 되었는데, 바로 그 소년이 31살 첫사랑 소녀 앞에 다시 나타난다는 이야기로부터 드라마는 시작된다. 그런데, 소녀가 31살이 되도록 여전히 19살 소년인 성해성(여진구 분)의 상대적으로 안정된 연기와 달리, 이제는 중견이라 말할 수 있는 여주인공 정정원(이연희 분)과 최근 구혜선과의 신혼일기로 예능에서 화제성을 얻은 차민준의 안재현의 연기가 누가 더 어색한가로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주인공들 중 한 사람이라도 문제가 되는데 무려 두 사람의 연기가 문제가 되고 보니, 이희명 작가가 잔뜩 차려놓은 <옥탑방 왕세자> 못지 않은 아련한 서사도, 백수찬 감독의 감성어린 연출도 무기력해져 버리고 마는 것이다. 

1위 <죽어야 사는 남자>, 그 매력은? 
그에 반해, <죽어야 사는 남자>는 생뚱맞은 스토리로 시작된다. 중동에 있는 가상의 이슬람 왕국 보두아티안 왕국의 백작이 된 남자 장달구, 이 어색한 설정을 드라마는 외국 로케 한번 없이 사막의 모래 바람을 그럴 듯하게 만들어 내더니, 최민수의 연기로 개연성을 설득해 버린다. 이제는 그 존재 자체로 '기인'인 되어버린 최민수가 거기에 연기를 입혀 중동 국가 백작이 된 장달구를 설명해 내는 것이다. 




그런 희한한 설정을 최민수가 설득해 버리고, 그 위에 그의 딸일지로 모를 이지영 1(강예원 분),과 이지영2(, 그리고 그 둘 사이에 남편과 불륜남으로 얽힌 익숙한 치정사가 토핑처럼 얹히는데, 이를 강예원, 이소연, 신성록이 또 기가 막히게 살을 입힌다. 이미 2회만에 신성록은 <별에서 온 그대>의 사이코패스 이재경보다 더 얄미워졌고, 강예원은 <백희가 돌아왔다> 이래 또 한번 몸에 딱 맞는 옷을 입은 듯 보인다. 거기에 '그래 내가 유부남 사귄다'는 이소연의 '이 구역 미친 년은 나야'라는 당당함이라니! 심지어 백작의 비서(조태관 분)에서 부터, 호림의 동창 저축은행장 최순태(차순배 분), 지영의 친언니같은 한방병원장 왕미란(배해선 분)까지 등장인물들의 연기 하나 놓칠 것이 없다. 

거기에 그저 백마 타고 온 왕자님 만나기를 벤틀리 타고 온 석유 재벌 아버지로 바꾼 듯한 뻔한 신데렐라 이야기는 동명이인 이지영으로 인한 해프닝으로 이야기의 갈래가 풍성해진다. 사생사 이지영 2에, 아버지 실종 이지영 1의 서사는 각자의 사연으로 '오해'를 더욱 그럴듯하게 풀어놓는다. 또한 그저 한 남자를 둔 치정극일 것만 같던 이야기는 시댁의 갖은 갑질에도 불구하고 방송 작가로서의 자신의 꿈을 접지 않는 이지영 1의 '캔디'같은 스토리로 '신데렐라' 이상의 가능성을 열어제친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수목극 전체 시청률 파이가 20%를 웃돌 정도로, 1위가 9%를 겨우 넘는 공중파 미니 시리즈의 위상은 초라하다. 충분히 흥미로운 설정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24부작이라는 바튼 일정에도 벌써 2회만에 되풀이되는 서사는 20부작이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는다. 하지만 흥미로운 이야기와, 그 이야기들을 감칠맛나게 연기해내는 배우들의 호연은 때로는 코믹하게, 때로는 진지하게 <죽어야 사는 남자>라는 색다른 이야기를 설득해 낸다. 부디, 유종의 미를 거두어 미니 시리즈라면 기존의 16부작, 20부작이어야 한다는 고정 관념을 가뜬하게 1위로 시작한 <죽어야 사는 남자>를 통해 제고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면 좋겠다. 그리하여 좀 더 자유로운 형식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미니 시리즈'라는 시간을 통해 시청자들을 만날 수 있기를. 


by meditator 2017. 7. 21. 16:01

2017년 3월 '헌법'에 의거하여 '탄핵'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역설적으로 '헌법'의 존재 가치를 증명시켜주었다. 하지만, 지금 일각에서는 바로 그 '박근혜 전대통령 탄핵의 근거가 된 '헌법'이 '개헌' 논의가 불붙고 있다. 즉 '박근혜 대통령'과 같은 제왕적 대통령이 가능토록 한 87년 체제의 헌법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지금 필요한 것이 '개헌'일까? 그리고 '개헌'을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제 대해 sbs스페셜은 우리 헌법의 지난 과정을 짚어보는 <헌법의 탄생>을 통해 현 시기 '개헌론자'의 속내와, 만약 개헌을 한다면 그 새로운 헌법이 담보해야 할 내용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87년 '직선제 개헌', 그건 2017년 촛불 광장의 기억처럼, 4.13 호헌 철폐에서 6월 항쟁, 그리고 6.29 선언으로 이어진 '쟁취해낸 역사'로서의 감동이 서려있다. 시청 광장을 중심으로 거리를 메웠던 넥타이 부대의 물결, 이한열 열사 등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쟁취해낸 '민주'의 기억. 4.13일 전두환 전 대통령은 '개헌 불사 호헌'을 주장했고, 이에 사람들은 거기로 쏟아져 나와, 헌정 사상 처음으로 여야 합의 하에 '체육관이 아닌 국민의 손으로 직접 뽑는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쟁취해 냈다. 



그런데 다큐는 그렇게 승리의 역사로 기록된 당시의 시대사를 다시 한번 들춰본다. 과연 '승리'만의 역사인가? 그들은 왜 '대통령 직선제'를 내주었을까? 무엇보다 가장 큰 계기가 된 건 서울 거리를 채워낸 민심이다. 서울은 광주와 같이 '고립'시킬 수 없는 '대한민국의 수도'였기에, 그 거센 민심을 쉽사리 '총칼'로 제압해낼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민심'의 요소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개헌의 역사, 그 진정한 의미는? 
87년 개헌의 의미를 짚어보기에 앞서 다큐는 그에 앞선 8차례 개헌 과정을 짚어본다. 과연 지난 9차례 개헌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우리 역사상 첫 개헌 아직 전쟁이 채 마무리도 되지 않은 1952년 이승만 대통령은 자신의 재선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상정했다. 하지만 이에 국회가 반대를 하자, '관제 데모'등을 조작하는 한편, 국회의원 12명 등을 '공산주의 혐의'로 체포하는 등 '트루먼 대통령 등 국제 사회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하였다. 하지만 결국 '국회의원안'을 발췌한 내용으로 경찰에 포위된 국회의원들의 기립 투표로 '이승만 대통령의 재선'이 가능한 '개헌'을 찬성 163표, 기권 3표로 통과시켰다. 

바로 이 첫 개헌은 지난 우리나라 개헌의 역사적 의미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권력자의 입맛에 맞추어 '정권 연장을 위한 개헌', 바로 이게 우리 헌법 개정의 역사인 것이다. 그 다음 2차 개헌은 더 기가 막힌다. 초대 대통령에 한해 '영구 집권'을 가능하게 하는 중임제 철폐 등의 내용을 담은 개헌은 이른바 '사사오입'이라는 어불성설의 수학적 논리로 개헌 정족수에 1표 미달한 135 찬성을 '개헌안 가결'로 밀어붙였다. 

하지만 밀어붙인 권력은 역시나 이때로 거리로 쏟아져 나온 젊은 학생들을 주축으로 한 4.19 혁명을 통해 붕괴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내각책임제와 대통령 국회 간선제, 그리고 부정 선건 관련자 처벌 등의 3.4차 개헌으로 귀결된다. 하지만 그런 4.19 혁명의 결과문은 61년 5.16 쿠데타에 이은 5차 개헌으로 다시 대통령 직선제로 돌아서게 된다. 

박정희 정권 개헌의 역사는 더욱 자명하다. 대통령 중임제 범위를 3번으로 연장하는 6차 개헌, 통일 주체 국민회의에 의한 대통령 선출, 임기 6년의 중임 제한 철폐의 사상 최대의 '유신 헌법'의 7차 개헌이 이루어 지면 박정희 영구 독재의 길을 터주었다. 하지만, 그렇게 헌법을 뜯어고치며 영구 집권을 획책한 박정희는 역사의 심판을 받았고, 하지만 역시나 그 역사의 심판의 결과물은 5.17을 거쳐 군화발로 정권을 탈취한 전두환 정권으로 이양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다시한번 체육관에서 벌어진 대통령 선거였다. 



87년 직선제 개헌은 민중 항쟁의 결과물?
이렇게 짚어본 대한민국 개헌사는 정권의 연장사요, 집권의 획책사였다. 그렇다면 6월 항쟁을 통해 얻은 8차 직선제 개헌은? 다큐는 안타깝게도 8차 개헌 역시 많은 이면의 진실을 가지고 있다고 '폭로'한다. 4.13 호헌 조치를 발표했지만 좀처럼 수그러들기는 커녕 나날이 거세어져 가는 민심의 이반에 대해, 당시 정권은 '직선제' 개헌 카드를 이미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전한다. 마치 민심에 대한 완전 항복같았던 6.29 선언 당시, 이미 전두환, 노태우 측은 '직선제 개헌'을 해도 자신들의 정권 연장이 가능하다는 '데이터'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즉, 야권의 두 거대한 잠룡 김영상, 김대중이라는 두 세력은 결코 단일화를 이루어 내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은 적중했고, 6월 항쟁은 '보통 사람 코스프레'를 하는 노태우 정권으로 넘겨지게 된 것이다. 여기서 문제는 노태우 정권 자체보다. 오히려 87년 개헌 협상 과정에 있다고 다큐는 짚는다. 여야 8인이 모여 합의 하에 준비한 개헌, 하지만 불과 그 준비 기간은 40일에 불과했고, 야당의 경우 오로지 '대통령 임기'등의 '잿밥'에만 눈이 어두워 87년 체제의 본질을 간파하거나,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즉 김영상, 김대중, 노태우 등의 정권 돌려먹기에 눈독을 들인 다시 협상단은 직선제로 대통령 한번씩 돌려먹기 하는데만 관심을 쏟았다는 것이다. 

즉, 시간이 쫓겨 권력 구조에만 정신이 팔렸던 87년 개헌은 박정희 대통령의 5차 개헌 내용을 거의 대부분 수용했다.  심지어 '군인 국가 배상 금지법'. '대통령 긴급 명령권', '공무원 노조 금지', '대통령 대법관 임명권' 등 유신 헌법의 잔재도 고스란히 온존한다. 이에 심용환 연구가는  여전히 우리는 '박정희가 설계한 시대, 박정희의 세계 속에 살고있다' 정의내린다. 



박정희 시대의 완전 종결을 위한 개헌 논의
그러기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그리고 87년 체제의 종식은 궁극적으로 '박정희 시대'의 공식적 폐막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다시 '개헌'일까? 이에 헌법 학자는 이의를 제기한다. 역사적으로 짚어보았다시피, 대한민국 헌법의 역사는 '권력'의 정권 연장 획책의 역사이고, 그것은 곧 민심 이반의 치욕의 역사였다. 그 이유는 바로, 개헌이 매번 '권력 구조 개편'에만 눈독을 들이기 때문이었다. 또 그러기에 지금 야당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새로운 권력 구조 개편으로서의 개편 역시 다시 한번 '개헌의 악몽'에 우리를 끌고 들어갈 여지가 크다고 다큐는 짚는다. 

그렇다면 과연 이제 그 수명을 다한 87년 체제를 어떻게 해야 할까, 서구 민주주의 사에서 '개헌'이란 민중 투쟁의 결과물이었다. 반면 우리 개헌의 역사는 집권자의 혹은 어떤 기득권 세력의 정권 연장 음모였다. 이런 '악몽'의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권력 구조냐가 아니라, 누구를 위한 개헌이어야 하는가, 어떤 사회적 합의의 내용이 담겨야 할 내용인가에 대한 논의가 전제 되어야 한다고 다큐는 주장한다. 어떤 권력 구조라는 블랙 홀이 아니라, 누구글 위한 개헌, 이것이 개헌의 진짜 전제 조건이다. 
by meditator 2017. 7. 17. 15:18

비록 1위는 아니지만 sbs의 수목 드라마 <수상한 파트너>는 사극인 <군주>에 이어 2위를 수성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로 종영했다. (9.5% 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 지하철 치한과 피해자, 검사와 검사 시보, 그리고 변호사와 변호사, 그리고 검사와 변호사라는 해프닝과 다양한 직업을 오가며 성장하고 사랑하는 두 주인공의 신선한 이야기가 궁금해 작가가 누굴까 하고 혹시나 찾아봤던 사람이라면 권기영이라는 작가의 이름이, 자신이 전에 재밌게 봤던 그 작품들, <너를 기억해>, <내연애의 모든 것>, <보스를 지켜라>의 그 작가와 동일인이라는 사실에 반가움을 느꼈을 지도 모른다. 이제는 '장르' 드라마가 대중적 인기를 얻는 것이 '특별'할 것이 없는 시절, 혹은 '사이코패스'란 말이 더 이상 생소하지 않은 시대, 하지만 일찌기 권기영이란 작가가 그것을 시도할 때만 해도 '장르물'이나, 구체적 정신병력을 가진 등장인물은 생소하기 이를데 없었다. 그러기에 권기영의 작품은 늘 그 앞서가는 덕분에 '대중적'이기 힘들었고, 그래서 '눈밝은 호청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개성강한 남자 주인공
만약에 내가 남자 배우의 팬이라면 아마도 내 배우가 권기영 작품을 한번쯤 하기를 원할 듯하다. 이른바 '대박'은 아니지만, 남자 배우라면 팬들에게 오래도록 기억될 매력적인 캐릭터를 하나 남기는 셈이니. 그렇듯, 권기영의 작품 속 남자 주인공들은 그 어디서도 다시 보지 못할 독특한 포지션을 가지고 있다. 

배우 지성에게 '연기파'란 명예를 안겨준 작품은 뭐니뭐니해도 <킬미힐미(2015)>이다. 무려 일곱 명의 다중 인격을 가진 주인공이라니! 하지만, 번듯하고 정의로운 주인공 역할의 단골이었던 지성이란 배우에게 '연기'의 스펙트럼을 열어준 계기가 된 정확한 작품을 꼽으라면, 2011년작 <보스를 지켜라>라고 말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거기서 지성은 어린 시절 엄마를 잃어버린 트라우마로 인해 일종의 공황장애라 말할 수 있는 '광장 공포증'을 가진 차지헌으로 등장한다. 물론 차지헌은 그 흔한 로맨틱 코미디(이하 로코)의 주인공 단골인 재벌 2세다. 하지만, 좀 부족하긴 해도, 혹은 가끔가다 신체적 질병을 가지고 있다 해도, 그래도 재벌 2세에게 히키코모리일 수 밖에 없는 대인 공포에 발작까지 포함한 '가오'라고는 1도 없는 찌질한 캐릭터를 부여한 것은 신선함을 넘어선 시도였다. 



2013년 정치적 상황이 암울할 당시, 시대를 너무 앞서갔던 보수정당 남성 국회의원과 진보정당 여성 국회의원의 연애 이야기 <내 연애의 모든 것> 주인공 김수영(신하균 분) 역시 막말 작렬에 결벽증이 극심한 그다지 사랑스럽지 않은 로코의 주인공이었다. 
2015년 <너를 기억해>는 한 술 더 뜬다. 드라마 초반 <셜록>의 분위기를 잔뜩 내며 등장한 이현(서인국 분)은 범죄학 교수 출신으로 뉴욕 경찰 범죄 컨설팅해주던 전력으로 이제 특수범죄 수사팀의 조력자가 된다. 셜록 뺨치게 프로파일링을 하고 사건 현장을 분석하지만, 김수영 저리가라 할 오만함에 독설을 장착, 그것만으로도 부족하여 '알고보니 니가 사이코패스'일 지도 모를 어린 시절 아버지로 부터 잠재적 살인마란 평가를 받고 감금되었던 '경력(?)의 소유자다. 

그렇게 너무 시대를 앞서갔던 차지헌, 김수영, 이현에 비하면 <수상한 파트너>의 노지욱(지창욱 분)은 제법 멀쩡해 보인다. 물론 검찰 내 평가 꼴찌지만 현직 검사니까. 하지만 권기영이 그저 그런 뻔한 설정에 만족할리가. <너를 기억해>를 통해 '니가 사이코패스냐 내가 사이코패스냐?' 헷갈리며 주인공과 주인공의 동생을 두고 시청자들을 헷갈리게 했던 권기영은 이제 <수상한 파트너>의 절정에서 검사인 노지욱과 연쇄 살인범 동하의 과거 트라우마로 인한, 기억 장애, 그리고 기억 조작을 엇물리며 '기억에의 상흔'을 주목한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죽어가는 것을 목격한 노지욱이 당시 검사였던 장무영(김홍파 분)에 의해 조작된 기억을 가지고 불면증에 시달렸다면, 역시나 좋아했던 또래 여고생의 죽음에게 무기력한 방관자였던 동하는 자신의 기억을 스스로 조작하여 법망을 피해간 당시 가해자들의 '처단자'로 살인을 저지른다. 

이렇듯 권기영의 남자 주인공들은 늘 너무도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여 막말을 내뱉어 주로 주변과 불화하며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로 인해, '애정'보다는 '의심'을 사기 쉬운 캐릭터들이다. 기존의 한국 드라마보다는 '미드'에서 본듯한 트러블메이커들이다. 그래서 낯설고, 그래서 신선하여 그 캐릭터의 이름으로 호청자들에게는 오래도록 기억되는 그 한 사람이다. 



어쩌면 주인공보다 더 기억에 남을 그 사람, 혹은 그들
<수상한 파트너>에서 두 주인공을 제외하고 가장 크게 기억이 될 한 사람을 꼽자면 아마도 이 드라마를 본 대다수의 시청자들이 연쇄 살인범으로 나왔던 동하 역의 정현수를 꼽을 것이다. 그가 까페 벽에 붙어있던 메모를 이용하여 기억을 천연덕스럽게 만들어 내 법망을 피해가는 장면은 아마도 <유주얼 서스펙트>의 마지막 장면 못지않은 전율을 주었다. 눈빛 하나, 표정은 더더욱 천연덕스러운 이 이십대 청년이, 자신이 학창 시절 연모했던 소녀를 그리워하다, 다음 순간 자신의 범행에 방해가 되는 그 누구라도 얼굴빛하나 변하지 않고 무표정하게 그리고 너무도 당연하게 가차없이 제거해 버리는 그 모습에 이젠 그 뻔하다는 '사이코패스'의 또 다른 유형을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그가 마지막, 알고보니 자신이 그 범행의 조력자였다는 것을 분노하며 부인하다 깨닫게 되는 '아이러니한 순간'은 아마도 <수상한 파트너>란 드라마의 백미 중의 백미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동하라는 사이코패스는 <너를 기억해>의 이준호(최원영 분) 앞에서 한 수 배우겠습니다 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배우 지성이 <보스를 지켜라>을 통해 연기파의 지평을 넓혀갔듯이, <백년의 유산>을 통해 최원영이란 이름 석자를 알렸던 그에게 역시나 '이런 면'이라는 감탄을 불러일으키게 했던 건 <너를 기억해>에서라고 해도 무방하다. 이미 <쓰리데이즈>에서 소시오패스 재벌 역을 했던 최원영, 그러나 <너를 기억해>에서 그는 <터널>의 범인처럼 법의학자로 여주인공 차지안의 든든한 조력자로 등장하지만 이현과 정선호(박보검 분) 형제의 어린 시절부터 때로는 그들의 보호자로, 때로는 그들이 가진 '잠재적 범죄 성향'의 보스로서 다양한 얼굴을 매력적으로 표현하여 때로는 주인공보다 더 멋진 '악역'으로 기억을 남긴다. 또한 일찌기 될 성부른 나무였던 박보검의 또 다른 모습 역시 그가 분한 정선호라는 캐릭터를 통해 충분히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권기영의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그저 악역'이 없다. 그렇다고 '악역'에 빙의하여, 그의 사연에 천착하지도 않는다. 물론 극의 중심에 악행이 있고, 그 악행의 근원에는 매력적인 악인이 있지만, 전지전능한 심판자연했던 동하가 알고보니 방관자이듯, 최종 보스 사이코패스였던 이준호 역시 어린 시절 학대의 결과물이지만, 결코 그것을 '천착'하진 않는다. 



그렇다고 매력적인 악역만 있는 것은 아니다. 권기영 속 등장인물들은 그저 그런 뻔한 인물이 하나도 없다. <수상한 파트너>에서는 주인공 두 명과 그 들의 연적, 사무장, 로펌 대표이자 의붓아버지까지 각자의 서사를 가지고 극중에서 열심히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보스를 지켜라>의 찌질하기 그지없던 재벌가 사람들이 그러했고, <내 연애의 모든 것>에서 주인공보다 때론 더 열렬히 응원하게 되었던 문봉식(공형진 분), 고동숙(김정난 분)의 다이내믹했던 연애 역시 마찬가지다. <너를 기억해>의 허우대만 멀쩡했던 팀장을 비롯한 특수수사 팀원들의 개성강한 모습들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아쉽다면 이렇게 개성강한 남자 주인공들에 비해, <너를 기억해>의 차지안(장나라 분), ,보스를 지켜라>의 노은설(최강희 분), <내 연애의 모든 것>의 노민영(이민정 분), 그리고 <수상한 파트너>의 은봉희(남지현 분)는 묘하게도 다들 하나같이 씩씩하고 형사로서, 국회의원으로, 변호사로 제 몫을 해내지만, 어쩐지 종종 '복제인간'같은 개성강한 남자 주인공에 비해 평범한 캔디형의 인물이라는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늘 범죄와 사랑, 성장과 사랑, 정치와 사랑이라는 두 마리 토끼의 포석을 야심차게 벌여놓은 권기영 작가의 작품은 시대를 너무 앞서간 주제로 인해 대중성에서 딜레마를 안는 것과 함께, 이 두 마리의 토끼의 회수에 '고전'한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하지만, 그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권기영의 작품을 접하는 건 마치 얼리어답터가 되는 느낌이다. 그래서 늘 다음이 더 기대된다. 

by meditator 2017. 7. 16. 02:21

중간 광고 덕분에 16부작에서 32부작으로 건너뛴 <파수꾼>이 종영했다. 남녀 연애사인 <쌈마이웨이>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회 10.2%(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 하지만 중간 광고까지 꾹 참으며 '닥본사'를 했던 애청자들은 윤승로(최무성 분) 중앙지검장의 구속 이후 31, 32회차 <파수꾼>은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았던 호청자들에게 혼란을 주었다. 과연 내가 지금까지 지켜본 <파수꾼>이 이 <파수꾼>이 맞는가 싶어서. 


2017 mbc 극본 공모 당선작 시리즈로 <자체 발광 오피스>에 이어 방영된 <파수꾼>은 장려상을 받은 김수은 작가의 작품이다. <파수꾼>은 이태원 살인 사건, 대구 여대생 성폭행 살인사건 등 최근 우리 사회에서 이슈가 되었던, 하지만 정작 공권력이 '포기'한 이 사건들을 피해자의 가족들이 앞서서 '해결'하는데 앞장선 사건에서 힌트를 얻어 이야기의 실마리가 펼쳐진다. 사랑하는 딸 유나를 잃은 형사 엄마 조수지(이시영 분), 실종된 엄마를 찾는 해커 공경수(샤이니 키 분), 하룻밤에 모든 가족을 잃고 24시간 생중계되는 cctv로 트라우마를 달래는 서보미(김슬기 분)는 의문의 인물 대장의 주도 아래 피해자 스스로 사건을 해결하는 '파수꾼'으로 뭉친다.


  
피해자들이 뭉쳤다, 
서로 다른 사건의 피해자인 줄 알았던 세 사람, 하지만 그들 앞에 대장이 제시한 사건을 따라가던 이들은 서로 다른 사건들이 가르키고 있는 사람이 바로 검찰 총장으로 하마평이 오르내리고 있는 서울지검장 윤승로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리고 그와 함께 지금까지 자신들의 리더였던 '대장'이 바로 그 윤승로의 하수인이자 오른팔 노릇을 하던 장도한(김영광 분)이라는 사실도 알게 된다. 

이렇게 <파수꾼>은  피해자의 가족이 스스로 '공권력'을 이용하여 '범죄'를 저지른 부도덕한 인물들을 '징죄'한다는 신선한 설정으로 시작된다. 파수꾼의 리더이지만, 자신의 본래 목적을 숨기고, 검사장의 심복 노릇을 하는 대장에, 딸을 잃고 복수심에 도망자가 된 형사, 그리고 가족을 잃은 트라우마로 cctv와 컴퓨터의 능력자가 된 서보미와 공경수까지, 완벽한 팀웍으로 '법'의 경계를 넘어 그들 각자가 가진 능력을 팀으로 조합해 내며 이 시대의 '히어로'로 거듭나는 것이다. 

또한 이젠 클리셰이다시피한 '검찰'의 우두머리가 곧 '부패한 적폐'의 원횽이라는 설정에 있어서도 <파수꾼>은 이제 곧 검찰 총장으로 성공의 정점을 찍은 그 인물의 전사를 통해 우리 사회 부패 권력의 내력을 낱낱이 고발한다. 즉 윤승로는 과거 '나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간첩 사건'을 조작했고 그 과정에서 일가족을 파멸로 몰아넣었고, 그 주변 인물 역시 제거해 버렸다. 그 자신은 '사람' 보다 '국가'가 먼저라는 자신의 신념에 의거했다고 했지만, 그 결과 윤승로는 '출세의 승승가도'를 달렸고, 명문가 출신의 아내와 이제 자신을 따라 서울대에 갈 아들을 둔 남부럽지 않은 부귀 영화를 누리고 있는 중이다. 그렇게 드라마는 오늘날 '적폐'의 성장사를 윤승로와 그 하수인이 된 남병재(정석용 분), 오광호(김상호 분) 등을 통해 그려간다. 뿐만 아니라, 조수지의 딸 유나 사건을 통해 자신의 아들 시완(윤솔로몬 분)을 덮으줌으로써 '적폐'의 가족사를 완성시킨다. 

하지만 그렇게 완벽하게 완성되어 가던 윤승로의 성공담은 그의 오른팔이자, 그가 벌인 과거 간첩 사건의 희생자 아들인 장도환이 대장이 된 '파수꾼'에 의해 이제 사사건건 발목이 잡힌다. 그가 시완을 구하기 위해 조수지를 쫓으면 쫓을 수록, 사건은 점점 큰 파장을 일으키며, 현재의 그와, 과거 그가 벌인 사건들의 실체를 드러내기에 이르른다. 그리고 결국, 장도환의 '커밍 아웃'과 함께,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윤승로에게 '법적 처벌'의 길이 열린다. 






부도덕한 주인공을 어찌할꼬? 
여기까지는 <파수꾼>이란 드라마는 시청률의 덕을 보진 못했지만, 좋은 주제 의식을 신선하게 풀어간 드라마로썬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입봉 작가의 뒷심 부족이었을까? 아니면 생방 촬영에 가까운 촬연 스케줄의 압박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보다 근본적으로 애초에 <파수꾼>이란 서사로 32부작의 전작은 무리였을까? 야무지게 애초에 펼쳐놓은 주인공들의 사연을 풀어내던 드라마는 윤승로 검사장의 구속 이후 급격하게 방향을 잃는다. 그리고 이 놓친 방향은 애초에 이 드라마의 시작이었던 조수지 딸의 죽음에 그 원죄가 있다.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윤승로의 오른팔 노릇을 하던 장도환, 그는 윤승로의 아들 시완이 조수지의 딸 유나를 데리고 건물로 들어가는 것을 목격한다. 그가 뛰어 들어가면 유나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상황, 하지만 그 댓가는 자신의 신분조차 이복형제인 관우(신동욱 분)와 바꾸며 오로지 윤승로에 대한 복수로 달려왔던 지난 시간이 고스란히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그리고 시완의 범죄로 윤승로를 얽어맬 수 있다는 욕심이 유나의 죽음을 방조하기에 이르른 것이다. 

바로 이런 파수꾼의 리더인 대장의 원죄는 내내 드라마 <파수꾼>의 발목을 잡는다. 즉 스스로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방조자가 된 '부도덕한' 늪에 한 발을 내딛은 주인공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란 딜레마가 내내 드라마 <파수꾼>의 숙제가 된 것이다. 즉 드라마를 보다 극적으로 만들기 위해 장도환을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정의를 이루기 위해, 윤승로의 오른팔 노릇을 기꺼이 하듯, 악의 늪에 한 발을 내딛은 경계의 인물로 설정했지만, 막상 '징죄'의 과정이 끝난 후 그 주인공에 대해 어떤 마무리를 지어야 할지 드라마는 혼돈에 빠지고 만 것이다. 





그래서 31,32회 마무리에서 드라마가 선택한 건, 가장 최악의 선택, 더한 악을 통해 선을 구제하고자 한 것이다. 그래서 아버지가 구속된 이후, 아버지에 대한 복수심까지 더해진 시완은 유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광수대 이순애 팀장(김선영 분)의 딸을 납치하고 그의 목숨을 담보로 조수지의 목숨을 '딜'한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내내 수많은 난관에도 늘 탁월한 팀웍을 자랑하던 파수꾼 팀과, 늘 조수지의 든든한 인맥이 되주던 이순애 팀장 등의 캐릭터 라인이 마지막 회에 가서 대번에 무너져 버리고 말았단 것이다. 자신이 아끼던 후배였지만 광수대 팀장이란 자신의 직분에 충실하던 이순애 팀장도, 어떠한 위기에서도 적들의 머리 꼭대기에서 놀던 파수꾼 팀도, 시완의 손아귀에서 너무도 자연스레 '놀아나버린다'. 조수지가 그렇게 납치는 당하는 동안 파수팀웍은 무기력하다. 조수지를 시완에게 데리고 가며 이순애 팀장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건 물론, 그 이순애 팀장이 자신을 겨누었을 때 스스로 그 총구를 당긴 조수지를 넘어, 마지막 그 둘을 향해 달려드는 장도환에 이르르면, 마지막 회의 '카타르시스'가 아니라, 내가 이러려고 이 드라마를 '닥본사'했나 하는 자괴감이 느껴진다. 

'법적 정의'를 넘어선 부도덕한 권력을 징죄하기 위한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주인공의 '정당성'이다. <파수꾼>의 장도환 캐릭터는 그 정당성에서 태생적으로 경계를 넘나드는 부담을 안고 시작했다.  자신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기꺼이 악의 편에 선 인물, 그러면서 음지에서 정의를 도모한 인물은 매력적이지만, 유나의 죽음을 방조한 그의 원죄가 너무도 무겁고 컸다. 그렇다고 그걸 굳이 '살신성인'이라 자부하며 한 판의 신파극 끝에 자살에 가까운 죽음의 방조로 마무리지어야 했는가에 대해, 제작진의 안이함을 묻고 싶다. 심지어 장도환은 자신의 도덕적 부담을 안고 '자살'에 가까운 죽음으로 사라져 버렸지만, 정작 그 상황을 만든 사이코패스 고등학생의 이후 향방은 드러나지도 않는다. 차라리 이럴 바에는 무리하게 32부까지 끌고오지 말고, 윤승로의 구속과 함께 깔끔하게 법적 처벌을 받았더라면 깔끔하지 않았을까. 애초에 법적 처벌로도 무리한 설정으로 주인공을 밀어넣고 '자살'로 마무리한 정의의 드라마를 보는 건 파수꾼을 응원했던 호청자의 입장에서는 입맛이 씁쓸하다. 

by meditator 2017. 7. 12. 13:52

<안녕하세요>의 sbs 버전으로, 유재석과 김구라의 신선한 조합으로 관심을 끌었던 <동상이몽>은 하지만, 매회 출연자의 사연과, 그 사연에 대한 패널들의 조언이 논란이 되며 첫 시즌을 마무리했다. 7월 10일 새롭게 돌아온 <동상이몽>은 어색한 조합이었던 유재석 & 김구라의 조합의 유혹을 물리치고, 김구라와 서장훈이라는 익숙한 조합에, 김숙을 얹어 돌아왔다. 또한 논란을 불러일으키던 일반인 참가자 대신, 최근 '트렌드'가 되고 있는 유명인들의 개인사 엿보기의 또 다른 버전인 '너는 내운명' 유명인사 커플의 일상사 관찰 예능으로 궤도를 수정했다. 그 시즌2의 첫 번 째 출연자 중 한 명은 놀랍게도 지난 대선에서 대통령 후보로 나섰던 '이재명 성남 시장'이다. 



이재명 성남 시장의 반전 부부 생활
지난 2월 대선이 아직 마무리되지도 않은 시점, 자신에게 출연 섭외가 왔다며, 이미 자신이 대통령이 되지 않았을 것을 알았던 것 아니냐고 이재명 시장은 푸념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그런 오랜 출연 모색이 무색하게, 이재명 성남 시장의 동상이몽은 이제는 돌싱이 된 김구라와 서장훈이 이런 것까지 보여주냐며 볼멘 비명이 절로 터져나온 침실씬부터였다. 

나름 아내를 위해 많은 것을 노력한다는 시장님 남편과, 그런 남편을 위해 늘 준비된 삶을 사느라 어느새 식사 준비에서 부터, 옷차림, 모니터까지 일인다역을 하느라 걸음걸이도 총총, 밥도 후다닥 먹는 게 일상이 되어버린 희생적 아내 김혜경씨의 일상은 26년이라는 함께 살아온 시간이 무색하게 정겹다. 

물론 아버지와 자식들에게 상을 주고, 홀로 옆에서 바가지에 밥을 떠넣으시던 어머니의 시대를 살아온 이재명 시장은 여전히 그릇 하나 부엌에 들어다 주는 것도 어색할 만큼 요즘식으로 말하자면 '간이 배밖으로 나온' 남편이다. 하지만 '시장', 그리고 한때는 대통령 후보였던 그를 잠자리에서 깨우는 것에서 부터 시작하여, 식사, 옷차림, 정치 일정까지 보살피며, 짬짬이 스킨쉽을 마다하지 않는 이 부부의 모습은 아내라는 과중한 업무에도 불구하고 사랑스러워 보인다.

 

그 덕일까? 프로그램 방영 시간부터 검색어에 등장한 이재명이란 이름 석자는 하루가 지나서도 쉬이 내려오려 하지 않는다. 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이라는 지난 대통령 선거 운동 기간, 이재명 성남 시장은 후발 주자임에도 열렬한 지지자들을 모으며 선방했다. 그의 주장은 명징했고, 그 주장은 젊은 층들을 기반으로 하여 굳건한 지지층들을 결집했다. 하지만, 그 주장의 명징함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노동자 출신에 가장 친노동적인, 그래서 반기업적인 이 정치인에 대한 반발 때문이었을까. 이재명 성남 시장의 지지층은 좀처럼 확산 속도를 내지 못했다. 아마도 그 지지층 확산에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는 선거 기간 중 그의 가족과 관련하여 시중에 유포된 각종 불미스러운 사건들이었고, 그 과정에서 보여진 이재명 시장의 '감정적인 태도'였을 것이다. 그로 인해 이재명 시장은 토론 등에서 가장 명쾌하고 해박한 주장을 펼쳤음에도 '정서 조절 장애' 등의 불미스러운 꼬리표가 따라 다녔다. 심리학자의 대통령 후보 중 가장 안정적인 심리적 기제를 가지고 있다는 평가는 이미 유포된 '편견'을 뛰어넘지 못했다. 

그래서 였을까.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이재명 시장이 첫 발을 내딛은 정치 행보는 뜻밖에도 예능 <동상이몽2>의 출연이었다. 그리고 그 출연은 최소한 첫 회를 봐서는 매우 성공적인 듯 보여진다. 프로그램 속 이재명 성남 시장은 '분노 조절 장애자'는 커녕, 매우 스윗하고, 그럼에도 여전히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의 전통적인 모습을 벗어나지 못하지만, 종종 귀엽기까지한 26차 남편으로 등장했다. 토론이나 시사 프로그램에 나와서 자신의 주장에 한 치의 양보도 없던 그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아내가 뿌려주는 향수에 팔을 너펄거리며 한 바퀴 돌며 뽀뽀까지 빼먹지 않는 '애완견' 같은 모습이었다. 관찰 카메라 앞에서는 물론 그 동영상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도 내내 미소를 잃지 않는 이재명 시장의 모습은 넉넉했다. 선거 기간 동안 내리 그를 괴롭히던 그 '강고한 편견'이 프로그램 한 시간만에 스르르 허물어졌다. 

정치인들의 미디어 프렌들리가 우려되는 건
선거가 마무리 되고, 선거에 참여했던 유수한 후보들은 저마다의 행보를 시작했다. 그 중에서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sbs스페셜의 <꼴찌 심상정이 남긴 것>을 통해 '러블리한 심상정'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 바른 정당 유승민 전대표 역시 <냄비 받침>에 출연하여 선거 후일담을 비롯하여 소탈한 모습을 공개하며 좋은 이미지를 이어갔다. 그리고 이제 거기에 한 술 더 떠서 이재명 시장은 부부가 관찰 예능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이런 정치인들의 발빠른 행보는, 아마도 지난 대선 기간을 통해 선거에 있어, 정치인에 있어 '이미지 메이킹'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실감했기 때문이다. 이미 그 전 선거에서 후보로 등장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선점했던 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이란 대중에게 각인된 이미지에 대한 한계에 부딪쳤고, 대중 연설 열 차례보다, 유포된 '가짜 뉴스' 하나의 전파 속도와 그로 인한 이미지 붕괴가 선거에 더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또한 실제 주장도 중요하지만, 그 주장의 전달 방식이 후보자 각자의 표 이합집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증명된 시간이기도 했다. 그래서 였을까, 차기 대선 주자로 예정되어 있는 세 사람은 발빠르게 자신들의 이미지를 변화 혹은 쇄신시키고자 발빠르게 움직이고 그런 그들의 전략은 일정 정도 유효한 듯 보인다. 



그러기에, 더 우려가 된다. 새롭게 차기 대선을 준비하는 대통령 후보들에게 가장 중요한 전략이, '미디어' 전략이라는 사실이. 즉, 우리 사회에서 대형 기획사 등이 자사의 연예인들을 '이미지 메이킹' 전략으로 포장하듯, 이제 우리는 '대통령 선거' 조차 '미디어전'으로 치뤄야 하는 것이 명실상부해지는 것같아서. 아니 이미 명실상부한 것을 체감시키는 것같아서. <동상이몽2>에 출연한 이재명 시장이 자신은 보다 자상한 남편인데 제작진이 자신의 자상한 면을 '악마의 편집'을 통해 없애버렸다며 우스개로 말한 장면은 그러기에 중요하다. 

사람들이 '사실', 혹은 '진실'이라 믿는 '미디어'는 편집된 진실이다. 관찰 카메라를 통해 수집된 수많은 사실 중 제작진의 의도에 따라 보여주고 싶은 사실만이 가려 방송된 것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대중에게 전달되는 정치인의 이미지는 그러기에 '방송'이라는 '권력' 혹은 '유착된 권력'을 통해 가공될 소지가 더욱 다분해 진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동상이몽2>의 이재명 편은 분명 그간 이재명 시장의 억울한 이미지를 풀어주는 시간이었지만, 그러기에 정치인들의 빈번한 방송 출연에 대한 우려를 쌓는 시간이 된다. 무엇보다, '호모 헌드레드 시대, 그럼에도 너는 내 운명'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보여준 시간들은, 제작진이 말하듯, 혼밥과 싱글족들의 시대에 '염장'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청와대에 들어간 문재인 대통령, 김정숙 여사를 비롯하여, <꼴찌, 심상정이 남긴 것>의 심상정네 가족은 물론, 유승민 전대표도, 그리고 이제 이재명 시장까지도 미디어를 통해 보여지는 정치인들은 하나같이 화목하고, 행복한 부부이다. 아내는 정치인 남편을 위해, 혹은 남편과 자식들 역시 정치인 아내를 위해 당연히 헌신적이고, 그 아낌없는 헌신 위에 가정은 공고한 위상을 뽐낸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시장의 발목을 붙잡았던 건 그의 불우한 가족사였다. 그리고 이제 <동상이몽2>을 통해 증명한 건, 그 불우함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한 안온하고 행복한 가정이다. 미디어를 통해 유포되는 이 '행복한 가정'주의, 과연 이런 '주의' 아래에서 우리 사회에서 아버지가 전직 대통령이 아니고서는 '싱글 대통령'이나 심지어 돌싱 대통령이 등장할 수 있을까? 

by meditator 2017. 7. 11. 14:18

과로사'라는 말이 이젠 더 이상 우리 사회에서 생소한 단어가 아니다. 그런데 7월 8일 방영된 <그것이 알고싶다>는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과로 자살'을 조명한다. 과로가 심해서 자살을 한다고? 그러면 열에 아홉은 이렇게 말하기 쉽다. '그만두면 돼지, 뭐하러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거두냐'고. 하지만 프로그램은 답한다. 과로사의 한 영역으로서 '과로 자살'을 인정해야 한다고. 




인간 무한 요금제, 과로 자살을 부르다. 
명문 카이스트를 나와 대기업인 삼성중공업의 과장인 이창헌씨는 부모님이 사시는 아파트에서 몸을 던졌다. 결혼 한 지 일년여, 두 달된 딸내미를 둔 가장의 결정이라기엔 너무도 참혹하다. 자상한 가장이었던 남편의 죽음을, 성실한 직장인이었던 아들의 죽음을 수긍할 수 없어 가족은 회사에 항의를 하지만 '개인적 결정'인 자살 앞에 대기업인 회사나, 직장 상사들은 냉담하다. 

하지만 삼십대의 젊은 나이에도 체력이 딸려 간호사였던 아내가 수액을 놔줘야 할 만큼 매일 야근의 연속이었던 그의 일상, 심지어 연구직 출신이지만 사업부로 보직이 변경되어 희망 퇴직의 위협에 하루하루를 보내던 그의 마지막 선택은 세상을 버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회사의 입장대로 이런 선택이 이창헌씨만이 선택이었다면 '개인적 결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소기업 입사 1년만에 꺼리는 베트남 지사에 홀로 배치되어 새벽까지 업무를 보던 젊은 사원이나, 실적이 날 때까지 근무하는 '크런치 모드'의 와중에 지난 해 한 해에만 4명이 자살한 잘 나간다는 게임 업계, 2013년부터 지금까지 사망자 70여명 중 돌연사 15명에, 자살 15명의 집배원등, 밥먹듯하는 야근과 과중한 업무 사이에서 결국 '자살'을 선택하는 직장인들이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업계를 막론하고 '비일비재'한 일이라는데 <그것이 알고싶다>의 문제 의식이 있다.

똑같이 주는 월급, 한도 끝도 없이 부려먹는 직장인의 현실을 '인간 무제한 요금제'라 스스로 자조하는 현실, 특히 1961년 생긴 근로시간 특례 제도 법은 통신, 의료, 광고, 운수 등 집배원을 포함한 26개 업종의 경우 사업자가 근로자와 합의만 되면 법정 근로 시간과 상관없이 초과 근무를 시킬 수 있는 법적 현실 속에 설사 이곳을 떠난다 해도,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없다는 절망감과 과로로 인한 판단력 상실, 우울증 등이 극단적 결정으로 오늘의 직장인들을 이끈다.

 

과연 이렇게 인간을 마지막까지 몰아붙이며 일을 시키는 관행과 적폐에 대한 대안은 없을까? <그것이 알고싶다>가 제시한 것은 대형 광고 회사 덴츠에서 하루 20시간씩 일을 하다 '자살'을 한 다카하시 미츠리로 부터 시작된 문제 의식이 <과로사 방지법>(2014)으로 이어진 일본에서 그 해답을 찾고자 한다. 

그렇게 <그것이 알고싶다>가 '법'을 통해 최악의 노동 현실을 돌파하려 했다면, 다음 날 방영된 <sbs스페셜- 회사를 바꾼 괴짜 사장>은 사용자의 의식 혹은 태세 전환으로서의 '일터 민주주의'를 제시한다. 

일터 민주주의의 선두주자, 괴짜 사장님들
프랜차이즈 업주의 갑질이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고, 법정 구속까지 가는 요즈음 그 정반대의 '사장님'들을 <sbs스페셜>이 다룬다. 그 첫 번째 인물은 직원에 의해 '사장' 자리에서 쫓져나 동거숙서가식(東家宿西家食오늘은 북유럽으로, 어제는 중국으로 다니는 여행사 사장님 신창연 대표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불황의 여행 업계에서 해마다 뛰는 매출 실적을 자랑하는 회사의 사장님이었던 신창연 대표, 직원들을 위한 갖가지 복지 제도를 마련하다, 2013년 80%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사장 자리를 내놓겠다는 과욕을 부렸고, 단 한 명이 부족해 사장 자리에서 짤리는 처지가 되었다. 처음 투표의 결과를 받아들고 잠시 '멘붕'에 빠지기도 했다는 그였지만, 곧 진정한 회사 내 민주주의를 위해 기꺼이 자리를 내놓았고, 그 이후 그의 삶은 180도 바뀌었고, 지금은 세계를 오가며 자유롭게 살고 있는 중이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그렇게 '사주'가 사라진 회사는 성장을 거듭했고, 그의 후임 사장 역시 지금은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 영업 본부장으로 현직을 이어나가는 등, 자리가 아닌 일로써 '사장' 자리와 '사장'이 없어도 자율적으로 자신의 일을 즐기는 기업 문화를 정착시켜냈다. 



신창연 대표만 괴짜가 아니다. 한때 몇 개의 요식업소를 운영하던 '갑'이었던 사장님은 이제 수유동 작은 일식당의 '해피님'이 되어있다. 커다란 식당 대신 사람 몇 명만 들어가도 꽉 차는 작은 식당, 수많은 직원 대신 이 식당이 열던 그 시절부터 함께 하던 직원 대신 사람들, 그리고 화장실 청소부터 온갖 허드렛일은 '해피님'이 도맡아 하고, 식당의 대소사는 모두 직원 회의를 거쳐 결정되는 이곳은 '해피님'이 원하던 진짜 일터이다. 이곳엔 알바 대신, 이익금을 나눠받는 직원이 있고, 언젠가 더 좋은 조건을 찾아 떠나는 직원 대신, 이곳에서 뼈를 묻을 각오가 되어있는 주인들이 있다. 

한 술 더 떠서 일주일에 4일만 근무하는 직장도 있다. 돈을 주면 무제한으로 부려먹는 것이 관행이 된 대한민국에서 불금을 회사 대신 가정에서 맞이하는 직장, 오후 6시만 되면 뒤도 안돌아 보고 모든 직원이 회사를 비우는 직장, 그래서 아내의 말을 듣고, 남편의 인도로 사내 커플이 증가하는 직장, 더 아이러니한 것은, 그렇게 주 4일 근무한 이래 이 회사의 실적이 비약적 발전을 해낸 직장 역시 그 결단은 사장님으로부터 이다. 밤 거리를 빛내는 건물의 불빛, 그 불빛을 보고 직장인들은 '상사의 눈치로 인한 불가피한 태업'이라고 자조한다. 즉 그 시간까지 할 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전근대적 업무 관행으로 인해 할 일이 없어도 자리를 지켜야 하는 관행이 늦은 퇴근과 '그로 인한 피로의 축적, 업무 효율의 저하를 낳는다고 것을 회사원들은 알고 있다. 하지만 최근 '창의성'과 '기발한 아이디어'가 화두가 되고 있는 새로운 산업 생태계에서 과연 우리의 전근대적 업무 관행이 우리 산업을 계속 승승장구하게 할 것인지, 다큐가 찾아간 미국 it 업계 신생 기업의 자유로운 사내 문화가 제시하고 있는 바가 크다. 



결국 <회사를 바꾼 괴짜 사장>이 내세운 것은 '갑'의 변화이다. 프로그램의 마지막 30년동안 이끌었던 회사를 퇴임하는 회장님, 퇴임하는 회장님이라는 우리 사회에서는 이율배반으로 들리는 이 정의를 실천하는 회장님을 통해, 회사는 새로운 전통을 일궈나간다. <그것이 알고싶다>가 말하고자 한 것도 그것이다. 법과 제도가 있더라도, 그것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그것을 '유용하고자' 마음 먹는다면, 인간을 돈을 주면 무제한 부리는 대상으로 간주한다면, '과로사와 과로 자살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과로사처럼 과로 자살 역시 '산재'로 인정하는 사회적 경각심도 필요하지만, 일을 하다하다 자신이 도피할 곳은 죽음 밖에 없다는 절박한 상황으로 몰고가는 '과로 사회', 그 자체에 대한 법적 방지와 인식의 제고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가능성'의 하나로써 <sbs스페셜>의 괴짜 사장님들이 제시된다. 
by meditator 2017. 7. 10. 15:44

7월 2일 방영한 <sbs스페셜-성선제의 달콤한 인생>은 지난 4월 14일 방영한 <나의 빛나는 흑역사>의 스핀오프에 해당하는 프로그램이라 해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나의 빛나는 흑역사>를 통해 여러 사람들의 '실패'의 전사를 훑어보았던 프로그램은 그 중 특히나 이목을 끌었던 성선제 씨의 이야기로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본다. 


실패주의자 성선제
이제 성선제 씨는 기업에 강의를 다닌다. 그가 하는 강의의 주제는 '나만큼 실패해 본 사람 있는가?'이다. 지금까지 아홉 번 실패를 하고, 그는 지금까지 실패를 밑거름삼아 성공할 일만 남았다고 하지만 어쩌면 열 번 째 실패를 할 지도 모를(?) 그가 잘 나가는 기업이 한참 열의를 가지고 일을 하는 직원들을 상대로 '실패'를 강의한다. 왜?

방영 과정에서 * 처리를 했지만, 그 시그널과 로고만 봐도 피자를 먹어봤던 사람이라면 다 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나가는 피자 브랜드의 첫 한국 지사장이었다. 서른의 성선제씨는. 하루 일과가 지나고 집에 지폐 세는 기계를 놔두고 돈을 세어야만 하루 매출을 측정할 수 있을 정도로 돈을 긁어모았다던 그, 방송에 나가 100억 정도라 웃으며 말을 하던 것이 그 시절의 그였다. 





그렇게 한국에 첫 발을 내딛은 피자가 선풍적 인기를 모으자, 본사에서는 그 대신 본사 직영으로 그 브랜드를 넘기도록 했다. 그게 시작이었다. 비록 얼마간 보상을 받았지만 하루 아침에 자신이 애써 일구던 사업을 송두리째 넘겨야 했던 그는, 보란듯이 해외 유명 브랜드의 덕이 아닌 자신의 힘으로 또 다시 성공을 증명해 보이고 싶었단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당시 한국에서는 역시나 드문 로스팅 기법의 치킨, 케니 로저스란 해외 유명 가수를 내세웠지만 모험이었다. 그 모험의 발목을 잡은 건, 뜻밖에도 국가의 경제 상황, IMF는 빚을 얻어 사업을 시작한 그를 다시 실패의 늪으로 몰았다. 그렇게 다시 두 번째의 실패를 하고 자신이 살던 궁궐같은 집을 헐값에 넘기고, 높은 빌딩에 올라 죽을까도 해보다, 온 몸이 성한 데가 없을 정도로 각종 암에 병에 수술을 몇 번씩 하고, 그렇게 이제 일흔 줄이 되었다. 

예전 우리 소설에 '아버지'란 존재의 단골 캐릭터, 이른바 사업을 한답시고 땅 팔고, 집 팔고 가산을 탕진하고, 집안을 거덜내던 그 '아버지'를 멀리서 찾을 것도 없다. 심지어 일흔 줄 지금도 여전히 사업을 한다고 얼마전 역시나 해외 브랜드 덕을 볼까싶어 넓은 건물을 얻어 시작했다 망한 컵케이크를 아직도 붙들고 있다.

그렇게 사업하다 다 말아먹은 아버지 성선제씨가 왜 기업에 강의를 나갈 정도가 되었을까? 실패도 하다보니 이골이 나서? 이제는 마음을 비웠다 했지만 예전에 자신들이 살던 동네에 간 일흔의 성선제씨 부부는 결국 눈시울을 적시고 만다. 남들이 쉽게 말하는 아홉 번의 실패가 그리 쉽게 아무는 것이 아니다. 

최근 <미운 우리 새끼>를 통해 화제가 된 이상민 씨가 7월 2일 다큐의 나레이션을 맡았다. 이상민 씨도 아직 나이가 성선제씨만큼 안되서 그렇지, 실패의 경력으로 치면 만만치 않다. 그런데 이상민과 성선제, 이 두 사람, 묘하게도 닮았다. <미운 우리 새끼>를 통해 이상민에 대해 사람들이 호의적 반응을 보이는 것은 그가 과거에 벌였던 일들을 잘했다고 칭찬하는 것이 아니다. 마찬가지다. 성선제씨 역시 집기들을 다 놔두고 이제는 월세를 내며 살아가야 하는 현실이 좋아서 그를 다시 조명하는 것이 아니다. 



실패, 아름다운 꿈, 그리고 여전히 현재형인 삶
지난 4월 14일 <나의 빛나는 흑역사>에서 어쩌면 진짜 짚어야 했지만, 미처 짚지 못했던 지점을 이상민 나레이션의 <성선제의 달콤한 인생>을 통해 다큐는 제대로 짚고자 하는 것이다. 다년간의 투병과 수술로 인해 옷이 남아도는 마른 몸으로 그는 여전히 상호도 없는 개장하지 않은 점포를 지키며 날마다 컵케이크와 씨름한다. 보기에 그럴 듯해 보이는데 이건 아니라고 다 만든 컵 케이크를 쓰레기통에 쑤셔 넣는다. 그가 요식업에 종사한 이래, 그의 좌우명은'나 자신이 먹을 만한가'였고, 아홉 번의 실패를 겪었어도 그런 그의 좌우명은 변하지 않았다. 그저 새 사업을 하는 게 아니라, 아홉 번의 실패에도 여전히 변하지 않는 초심, 그러나 새로운 시대에 맞춰 끊임없이 자신을 변화시켜 나가려는 도전, 그 순간 성선제씨는 아홉 번의 실패자가 아니라, 다시 새로운 꿈을 꾸는 희망에 찬 도전자이다.

아홉 번이나 실패를 한 남편, 그런 남편의 열 번 째 사업에서 컵 케이크 셔틀을 담당한 건 그의 늙은 아내와, 그 부부만큼 오래된 자가용이다. 부자였던 이 아니라, 잠깐 부자였던 시절을 스쳤다고 말하는 의연한 아내는 아홉 번이나 실패를 한 남편을 입만 열면 거짓말이라며 퉁수를 주지만, 여전히 형형한 그의 눈빛에대한 자부심을 숨기지 않는다. 아내는 말한다. 수술을 하고 투병을 하고 그러고 퇴원을 하면 다시 일터로 가서 자신의 일과 씨름하는 남편, 성선제씨는 그렇게 살아왔다고. 기업의 강연이 있는 날 책상 앞에 앉아 열심히 준비하는 늙은 남편을 저 사람이, 저 사람의 눈빛이 빛나기 시작했다면 자랑스러워 한다. 

그렇다. <나의 빛나는 흑역사>가 빼먹은 것이 그거다. 문제는 '실패'가 아니라, '실패, 그럼에도 불구하고'이다. 성선제 씨는 말한다. 꿈을 꿔라, 하지만 당신이 꿈을 꾸는 건 십중팔구 실패할 것이라고. 하지만, 그는 말한다. 그렇다고 꿈을 접어두고 그냥 살아가기엔 인생은 너무 길다고. 그런 그의 생각대로, 그는 일흔이 된 나이에도 새로운 도전과 탐구를 멈추지 않는다. '예전에 내가~'라며 시간을 보내는 또래의 친구들이 재미없다고 말하는 성선제 씨, 그가 멋있는 건, 무언가를 이루어서가 아니라, 끝내 포기하지 않아서이다. 그가 대기업의 직장인들에게 당당하게 실패를 말할 수 있는 건, 실패 끝에 성공을 성취해서가 아니라, 실패를 했지만, 그 실패에 자신을 내어주지 않아서이다. 이상민 나레이터가 요즘 세상에 다시 조명을 받는 것 역시 그것이다. 여전히 많은 빚이 있지만, 자신을 포기하지 않고 다시 무언가를 한다는 것. 그리고 역시 열 번 째 실패를 앞두고 있을 지도 모를 성선제 씨가 당당한 이유이다. 

by meditator 2017. 7. 3. 14:11

자신의 방을 뒤진 영은수(신혜선) 검사의 팔목을 나꿔챈 서동재(이준혁 분)의 팔을 황시목(조승우 분)가 잡는다. 하지만 그들은 곧 자신들의 뒤에서 다가오는 그 누군가의 존재감에 움찔한다. 곧이어 복도의 각 방을 열고 우르르 쏟아져 나온 검사 무리들, 조폭처럼 양 쪽으로 늘어서 그의 앞에 허리를 굽히고, 그들 앞에 이제 막 검사장이 된 이창준(유재명 분)이 우뚝 선다. 





<응답하라 1988>의 아버지, 검사가 되다, 그 첫 번째 <비밀의 숲> 유재명
<비밀의 숲> 이 장면은 상징적이다. 끝내 그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못하는 황시목 앞에 이제 검사장이 된 이창준의 존재감과 검사 조직의 생리를 단번에 설명해 주고 있다. 그 좁은 검찰청 복도 앞에 우르르 늘어서서 고개를 조아리는 검사들과, 끝내 황시목조차 고개를 수그리게 만드는 이창준, 그 장면에서 만큼은 주인공이 황시목이 아니라, 이창준이라 해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그렇게 유재명이 연기하는 이창준은 회를 거듭할 수록 그의 존재감을 뻗쳐간다. 그저 첫 회 자신에게 상납하는 여성으로 인해 전전긍긍하는 부패 검사일 것만 같았던 그가 오히려 회를 거듭할 수록 모호해 진다. '모든 것은 밥 한 끼에서 시작되었다'라는 말로 시작된 그의 묵직한 나레이션과, 그가 찢어 발겨 버린 지갑, 그리고 황시목과 서동재를, 그리고 자신의 장인과 아내마저 의심치않는 그의 눈길에서 선과 악, 그 어느 편으로 쉽게 재단할 수 없는 한낯 도청 소재지도 아닌 도시에서 태어나 재벌의 사위가 되고 이제 검사장으로 만족하지 않을 '야심만만한' 개천의 용이 된 한 인물의 복잡한 속내를 헤아려 보게 된다. 

그렇게 회를 거듭할 수록 '공직자는 너무 더러워도 너무 깨끗할 필요도 없다'며 두터워져가는 이창준의 존재감은 <비밀의 숲>이란 드라마의 안개를 더욱 짙게 만들고, 그래서 이 드라마를 즐겨 보는 이들로 하여금 황시목 못지 않게 이창준이란 존재의 매력을 만끽하도록 만든다. 그러고 보니 <응답하라 1988>에서 학주(학생 주임)이었던 그의 존재감도 만만치 않았다. 그저 어느 학교에서 한 명씩은 있을 법하던 괴팍한 학생 주임으로, 그리고 동룡이 아빠로 시작되었던 그의 스치듯한 존재감은 드라마가 마무리 될 즈음 어느 틈엔가 골목 아빠들 멤버의 고정 1인으로 확고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비밀의 숲> 이창준에 대한 재발견으로 그에 대한 관심은 거슬러 <해수탕 여인(2014)>을 비롯 <살아남은 자(2016)>까지 그가 이전에 출연했던 작품까지 이어지도록 만든다. 





<응답하라 1988>의 아버지, 검사가 되다, 그 두 번 째, <파수꾼>의 최무성
아이러니하게도 똑같은 검사인데 유재명과 전혀 반대의 의미에서 새롭게 보아지는 인물도 있다. 바로 mbc 월화 드라마 <파수꾼>에서 검찰 총장 후보 하마평에 오르내리며 국회 청문회를 앞둔 서울 지검장 윤승로 역의 최무성이다. 서울 법대 수석 출신에 '나라'을 위해, 그리고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해 하찮은 인간들의 희생쯤은 가볍게 즈려밟고 이제 검찰 총장을 앞둔 그, '파수꾼'들의 도전에도 자신의 인맥과 노회한 처세술, 그리고 그가 지난 시절 살아왔던 협박과 술수로 끄덕없이 버티는 윤승로야 말로 이 시대 '괴물'의 표본이다. 

그런 윤승로가 <응답하라 1988>에서 부성애로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만들었던 바로 순둥이 택이 아빠였다니! 이것이야말로 반전 중의 반전이다. 처음 순둥이 택이 아빠가 tv에 등장했던 건 <청담동 살아요(2011)>의 기러기 아빠 최무성 역이었다. 일반인이 아닐까 싶었던 그의 등장은 연기인지, 그의 본모습인지 헷갈렸던 그 두루뭉수리한 존재감과 달리, 이 작품에서 그의 모습은 조금씩 자신의 지분을 찾았던 것. 하지만 여기서 또 반전은 그렇게 <청담동 살아요>에서 일반인처럼 등장했던 그가 <세븐 데이즈>, <베스트 셀러>, <악마를 보았다>에서 '악마'같은 악역이었다는 건 또 하나의 반전이다. 아니, 그보다는 오히려 최무성이 연희단 거리패 출신의 도쿄 비쥬얼 아트 스쿨 영상학부 연출 전공에 <사람을 찾습니다>, <청소부> 등 다수의 연극을 연출한 사람이라는 것이 더 반전이라면 반전일 것이다. 

그렇게 '신출귀몰'하다는 표현이 걸맞는 최무성이기 때문일까? <비밀의 숲>의 늘씬한 유재명과 달리, 한 덩치하는 최무성이 '서울 지검장'의 자리에 앉아, 자신의 주변 인물들을 떠보며, 그들의 쓰임새를 이리저리 재단하고, 그러면서도 맹목적인 부성애로 '사이코패스'인 자신의 아들 범죄를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 모습은 <파수꾼>이란 드라마의 핵심 코드이다, 중심이다. 최무성이 연기하는 윤승로의 으뭉한 노회함이 이 시대 또 다른 '악'의 변주로 드라마를 이끌어 가고 있는 중이다. 




<내부자들>의 재벌 회장님, 이번엔 검찰청장으로 <수상한 파트너>의 김홍파 
이제 그의 악역은 너무도 익숙하다. <내부자들>의 오회장, <384 기동대>의 방필규 회장, 그리고 이제 <수상한 파트너>의 선호지방 검찰 청장 장무영,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 한마디는 높지 않지만 무시무시하고 비수가 되어 상대방의 가슴에 박힌다. 악역으로서 그는 '클리셰'같지만 여전히 그의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하지만 그런 김홍파 배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적인지 동지인지 모를 염석진을 두고 고뇌하는 <밀정>의 김구가 있고, 낭만적인 의료진의 울타리가 되주었던 <낭만 닥터 김사부>의 돌담병원장 여운영도 그의 몫이다. 

'피해자이면서 가해자인 집에서는 다정한 가장이나, 밖에서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발버둥치는(월간 조선 인터뷰)' 이 시대의 또 다른 가장의 모습을 그의 '악역'을 통해 표현해 내고 있다. <수상한 파트너>의 선호 지방 검찰청장으로 분한 김홍파 배우는 비명횡사의 죽음으로 아들을 잃고 그 원한을 은봉희(남지현 분)에게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쏟아붓는 맹목적 부정을 그려낸다. 그렇게 아버지로서 맹목적인 모습은 선호 지방 검찰청의 대표로서의 권위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제 드라마의 종반, 그가 그 자리에 오기까지 덮었던, 아니 스스로 조작했던 노지욱-은봉이 부친과 관련된 사건에서 '이 시대 가장'의 그늘을 대변한 '주적'으로 그 존재감을 드러낼 예정이다. 

'20대는 투쟁, 30대는 전쟁, 40대는 깨달음의 시간'이었다는 이 오랜 내공의 배우는 극단 목화 출신의 연극 현장에서 20년의 경륜을 쌓았다. 자신이 연기한 배역이라면 그가 쉬는 호흡부터 연구한다는 이 노배우의 '악역'은 그래서 언제나 극의 중심으로 확고하게 드라마를 이끈다. 


김홍파, 최무성, 유재명, '신인'이라기엔 배우 각자가 살아온 삶의 이력이 길고도 굵은 이 배우들이 연기하는 '검사장'급인사들은 김홍파 배우의 말대로 이 시대의 또 다른 아버지 상이다. 그들은 때론 출세를 위해, 혹은 나라를 위해 '불법'에 동조했고, 앞장섰으며, 그 과정에서 누군가의 인생을 짓밟고, 가정을 파괴하며, 오늘날 남들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를 받는 '일그러진 영웅'이 되었다. '밥 한끼'로 부터, 혹은 한 번의 눈 감음, 혹은 한 번의 동조가 오늘날 '기성 세대'라 말하는 '부도덕한 아버지'의 전형을 만들었고, 이제 드라마 속 그들에겐 젊은 검사들의 '도전'과 '처벌'만이 남았다. 하지만 비록 그들의 앞길엔 '처벌'만이 드리워졌을 지라도, 그와 별개로 이들 '신선한' 악역의 진기명기를 선보이는 배우들의 연기는 갈수록 더 보고싶은 매력을 발산하고 있는 중이다. 

by meditator 2017. 7. 2. 16: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