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대에 합격할 정도의 실력이라는 AI가 있다. 이 대학에 갈 수준이라는 AI와 우리의 고등학생들에게 같은 유형의 국어 문제를 풀도록 했다.

' 알렉스는 남자와 여자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쓰이는 애칭이다. 그렇다면 알렉산드라라는 여성의 애칭은 다음 중 어느 것일까?'

남자, 여자, 알렉산드라, 알렉스 등 예시의 4문항 중 정답은 알렉스이다. 이 기사를 읽은 여러분들은 맞추셨는가? 대학가는 AI는 이 문제를 비롯하여 9문제를 풀었다. 그렇다면 우리의 고등학생들은 어땠을까? 이런 유형의 문제를 푼 학생들의 30%가 정답을 비껴갔다. 무엇을 물어보는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학생들, 애칭이라는 단어가 무슨 뜻이냐고 반문하는 학생들, 선생님은 요즘 학생들의 경우 교과서의 글을 읽고 요약을 하라고 하면 그런 요약은 인터넷에 치면 다 나온다며 하려 들지 않는다고 안타까워 하신다. 인터넷에 치면 다 나온다는 중심 내용, 거기에 있어서일까? 중심 내용을 정리할 수 있는 학생들을 쉽게 찾을 수 없단다. 

 

 

독서하면 뒤쳐져요. 
실제 중학생이나 고등학생만 되도 당당하게 밝힌다. 자신들은 책을 읽지 않는다고. 심지어 도서관에 와서 수다를 떨면서도 책을 왜 읽느냐며 해맑게 반문한다. 다큐를 연 유치원도 아직 다니지 않을 것같은 유아들을 상대로 한 독서 수상 광경, 엄마 품에 잠든 아기에게 500권의 독서 상장이 주어진다. 아마도 지금 책을 안읽는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아이들도 저 시절은 아니더라도,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시절에는 '책'과 친근했을 것이다. 집안의 서가에는 엄마가 사모은 각종 전집류가 쌓여 있었을 것이며 빈번하게 도서관에 엄마 손을 잡고 다녔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러던 아이들이 왜?

우리나라 국민들의 독서 관심도는 저 어린 시절을 넘어서면 급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한다. 어른이 되면 더한다. 유치원 초등학교 시절만 해도 읽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부모님들은 아이들의 독서 교육에 관심을 가진다. 하지만 중학교만 가도 그 '독서 교육'의 관점이 달라진다. 그저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그 책이 교과와 연결되어 가시적 교과가 있기를 바란다. 

그러다 입시 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하면, 강남 국어 학원에 밤새 줄을 선 학부모의 말처럼 '독서'를 하면 뒤처진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수학, 영어 문제 한 문제라도 더 읽어야지, 어디 책을 하는 시기가 되는 것이다.

책읽을 시간이 없는 입시 교육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자발성이 없고 반강제적으로 책읽기를 시작했던 우리나라의 독서 교육이 문제다. 기생충 박사로 유명한 서민 박사, 책을 안읽어도 되는 우리의 교육 환경에서 서민 박사는 책을 읽지 않고도 대학에 갈 수 있었다고 한다. 박사의 진단에 따르면 초등학교 시절 많이 읽어라 하는 독서조차 숙제로 만드는 우리의 교육 환경이 아이들로 하여금 책에 학을 떼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그 시절 많이 읽어라 해서 질려버렸다는 것이다. 

청소년의 경우 국가간 학력 비교 평가(PISA) 읽기 영역에서 2006년 읽기 영역에서 1등을 했던 한국, 하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급격하게 순위가 떨어지고 있는 형편이다. 그런데 문제는 전체 순위가 아니다. 하위권 학생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체의 32.9%가 하위권에 속한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교과서를 읽고 이해하기 힘든 비율이 전체의 1/3에 이른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지난 2018년 수능 국어 파동같은 해프닝이 벌어진다. 당시 너무 어려워 문제가 된 국어 문제, 

 

 
일반적으로 수능 1등급 커트라인이 90점을 상회하는데 2018년에는 80점을 겨우 넘어 문제가 됐었다. 출제 기관에서는 이 정도는 충분히 풀 수 있으리라 냈던 문제, 하지만 점점 떨어지고 있는 우리 고등학생들의 독해력은 이런 문제 앞에 '멘붕'이 되고 만다. 그러다 보니 이제 수학, 영어 외에 국어도 중요하다며 학부모들은 강남의 유명 입시 학원에 밤을 새워 줄을 선다. 훌륭한 국어 강의를 들으면 해결이 될까?

그 유명한 국어 강사의 강의 시간, 한참 한국 단편에 대해 설명하는 중, 한 학생이 진지하게 질문을 했단다. '그런데 선생님, 역마살은 어떤 부위예요?' 수능 국어는 어휘력, 이해력, 사고력, 독해력이 필요한데 어린 시절부터 부모들이 일일이 떠먹여준 주입식 교육을 받아온 결과물은 이제 국어 학원마저 줄을 서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디지털 시대의 난독증 
어른이 되면? 가끔 읽기는 읽는데 승진 등에 도움이 되는 목적형 독서를 하게 된다. 한국 성인 중1/4가 일년에 한 권도 책을 읽지 않는다.  세종대왕이 창제하신 과학적인 한글 덕분에 문자 해독률은 높지만 문맥을 이해하는 능력(문해력)은  OECD 평균 이하이며, 그중 22.4%는 초등학생 수준 이하이다. 

대학생인 이수민씨는 이와 관련된 고민이 있다. 책은 당연히 읽기가 힘들고, 기사문도 길어지면 이해가 안된다. 그러다 보니 세 줄 이상 넘어가면 읽지 않는 습관이 들어 버렸다. 당연히 쓰는 것도 힘들다. 간단한 글도 쓰다 보면 걸리고, 하다못해 자소서 등의 문항을 쓰다가도 #버튼에 의존하게 된다고 한다. 

이수민씨는 자신들이 책을 읽다가 안읽은 세대라 정의내린다. 초등학교 고학년, 중학교 때부터 책을 안읽은 세대, 더 이상 책을 읽으라고 잔소리를 듣지 않은 시절부터 책으로 부터 자유로워진 세대, 대신 스마트폰을 손에 쥔 세대이다. 

한때 독서광이었다먼 김귀희씨 이제 아이 둘의 엄마가 되어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으려 해보지만 좀처럼 책에 집중하기가 힘들다. 그 이유를 알기 위해 시선이 머무르는 시점이나 시간을 통해 읽는 방식을 검사하는 아이 트래킹에 참여했다. 

그 결과 한때 책을 즐겨 읽었다던 김귀희씨는 어느덧 그녀가 즐겨보는 스마트폰을 보듯이 시선을 세로로 하여 스냅샷을 찍듯이 책을 읽고 있었다.  문장을 따라 꼼꼼하게 보지 않고 Z자형, F자형으로 건너뛰며 전형적인 디지털 읽기 방식으로 책을 읽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책의 내용을 깊게 이해살 수 없으니 당연히 책에 집중할 수 없게 된다. 

또한 독서는 인간의 진화적 특성에 어긋난다. 인간종으로의 진화는 20만년 전, 하지만 문자의 발명은 6천년 경, 늘 주변을 살펴야 하는 산만한 DNA를 가진 인간들에게 책읽기 자체는 쉽지 않은 미션이다.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그럼에도 진화적 특성을 이겨내면서까지도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미 UCLA 난독 연구 센터 매리엔 울프 박사, 하루에 5~10만 단어를 처리하는 디지털 시대, 하지만 그 디지털의 방식은 '깊은 독서'를 할 수 없다고 안타까워한다. 

<책은 도끼다>의 저자 박웅현씨는 우리 삶에 도움을 줄만한 한 영혼이 우리에게 들려주고픈 말을 정리해놓은 것이라 책을 정의한다. 읽는 행위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것을 통해 내 속에서 어떤 변화가 오느냐가 중요한 것이라는 것이다. 바로 그 '책을 통해 얻어지는 공감', 그것이 깊은 독서의 첫 번째 관건이다. 저자, 혹은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을 통해 우리는 여러가지 '추론'을 하며 '생각'을 하게 된다고 메이앤 박사는 주장한다. 

책을 읽는 순간 우리의 뇌는 변화한다.  전두엽이 활성화되며 사고력, 창의력, 기억력, 감정 조절 능력이 깊어진다. 이를 통해 쌓이는 배경 지식, 많이 읽을 수록 더 많은 배경 지식이 쌓이고, 이는 다음 독서의 기반이 된다. 그리고 그 배경 지식와 함께 뇌의 회로는 보다 정교해지고 복잡해지며 견고해진다. 

예전에는 나이가 들면 머리가 굳는다고 했다. 하지만 이제 그렇게 말하는 뇌과학자들은 없다. 하다못해 저글링만 해도 뇌의 회로는 변화한다. 노인이 되서 굳는게 아니라, 안써서 굳는 것이다. 뇌를 활성화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 그건 두말할 필요도 없이 '독서'다. 



난독의 시대, 어떻게 읽을까? 
물론 이견도 있다. 책을 사지 않을 뿐, 책을 읽지 않는 건 아니라는 주장이다. 웹 소설 작가 문화류씨 아예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는 레이아웃에 맞춰 디지털 세대의 작가로 최근 각광받는 문화류씨는 자신들의 독자의 경우 한 달에 7,8권의 웹 소설을 소비한다며 종이로 된 책을 안살 뿐 자신들의 세대는 웹 소설 등으로 다른 '독서'의 세계를 열고 있다고 반박하기도 한다. 

디지털의 시대 책은 좋고, 디지털은 나쁘다라는 이분법 자체가 무의미한 시대다. 매리엔 박사는 5살에서 10살 시절에 책읽기에 재미를 붙이고, 11살에서 15살 무렵테 책과 디지털의 세계를 접목해 나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식이라 권유한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독서'가 낯설어지는 시대, 과연 어떻게 다시 책과 친해질 수 있을까? 

<책은 도끼다>의 저자 박웅현 씨는 친구가 되려면 시간이 걸리듯 책과 친해지기 위해 시간을 투자하라고 권유한다. 일년에 몇 권을 읽어치우려 하지 말고 한 권이라도 꼭꼭 씹어 먹듯이 읽으라고 권한다. 

기생충 박사 서민 박사의 주장은 파격적이다. 이미 어릴 적 반강제적인 독서 교육으로 책을 멀리하게 된 시절, 차라리 어릴 적에 '규제'를 하여 책을 읽고픈 욕망을 극대화시켜야 된다는 것이다. 

손승훈 교사는 책을 읽으며 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진다고 한다. 교과서를 보거나 EBS 문제집을 풀면서 고단하던 눈빛이 책을 읽고 거기서 재미를 느끼게 되면 변한다며, EBS 문제집을 적당히 보고 시간을 나눠 책도 좀 읽는게 수능 성적이 향상되는 지름길이라며 팁을 제시한다. 실제 박성경 학생의 경우, 처음엔 공부 시간을 빼서 책을 읽는게 부정적이었지만 3개월 정도 꾹 참고 책을 읽다보니 문제 푸는 시간이 늘어났다고 자신의 성공 사례를 덧붙인다. 

단,  손교사는 서울대 권장 도서목록 이런건 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신이 좋아할만한 책을 골라야 한다는 것이다. 독서를 한다면 대번에 50권을 사들이는 것도 피해야 할 일 중 하나란다. 일주일에 두 권씩 사 들이면 어느 틈에 그 책들을 읽고 있는 아이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같이 읽는 것도 한 방법이다. 보령의 '책읽는 마을', 대전의 '백북스', 전국에 여러 독서 모임이 활동중이다. 스마트폰을 보던 지하철의 시간을 활용하여, '지하철에서 책읽기 모임'도 있다. 

홍천고등학교, 학생들에게 독해력을 높이기 위해 독서 동아리를 장려했다. 친구랑 함께 책을 읽고 노는 시간이라고 시작한 아이들, 자신이 주체적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라는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 어느덧 전교생의 70%가 참여하는 83개의 독서 동아리가 활동중이다. 심지어 고3이 되어서도 여전히 주말 오후에 함께 책토론을 즐긴다. 동아리의 학생은 말한다. '책을 싫어하는 이는 없다. 단지 좋아하는 책을 만나지 못했을 뿐'이라고. 

by meditator 2019. 7. 22. 16:52

새로운 수목 드라마들이 시작되었다.  일찌감치 9시에 포문을 연 건 로맨스 사극이다.  조선 시대 연애 소설가가 된 대군에 여자 사관이 된 당시의 세상 관심 많은 노처녀, 조선 시대에는 불가능할 것같은 이 캐릭터들을 내세워 <솔로몬의 위증>팀의 강일수, 한현희 피디와 김호수 작가가 다시 뭉쳤다.  티저만 보면 <성균관스캔들>이요, <해를 품은 달>같다. 앞서 <봄밤>이 시청률과 화제성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종영한 상황에서 가장 유리한 고지,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야기를 펼쳐보기도 전에 '사극'이라는 장르에 맞지 않는 주연 배우의 연기가 발목을 잡으며 방영 2회차 만에 선두 자리를 내주고 만다. 

kbs2는 손현주, 최진혁 두 배우을 앞세워 <추적 60분>을 10여년간 쓴 내공의 정찬미 작가가 <우리가 만난 기적>의 조웅 피디와 함께 장르물 <저스티스>로 돌아왔다. <추적자> 이후 믿고 보는 장르물의 배우가 된 손현주가 이번에는 '악마'같은 재벌이 되었다. 그리고 복수를 위해 '악'과 손을 잡은 변호사로 최진혁이 나섰다. 배우들의 면면은 믿을만한데, 이젠 법정을 배경으로 재벌과 진실을 파헤치는 변호사의 이야기가 신선하지 않은게 문제다. 결국 그 '신선하지 않은 소재'를 어떻게 요리하느냐가 문제인데, 주연 배우의 연기가 아쉽다는 평에도 불구하고 선방했던 <단 하나의 사랑>을 선택했던 시청자들에게 <저스티스>의 요릿법은 진부했을까? 아니면 난해했을까? 안타깝게도 첫 방의 6%대 시청률은 2주차에 바로 4%대로 떨어지고 만다. (1회 6.1%, 4회 4.8%, 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

 

   

 

닥터 탐정, 산업 안전 의학 장르물의 선방 
뜻밖에도 방영 2주차만에 선두 자리를 탈환한 건 sbs의 <닥터 탐정>이다. <리턴>의 박진희, 봉태규라지만, 상대작들에 비해 캐스팅이 제일 약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작품, 심지어 전작 <절대 그이>는 2%로 소리소문없이 종영했다 할 만큼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았기에 이른바 전작의 혜택도 아쉬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역시 드라마는 누가 나오느냐, 어떤 소재이냐를 떠나 잘 만들고 볼 일, 새로 시작한 수목 드라마 중 그나마 서사와 연기 등  완성도 면에서 나았다고 평가를 받는 <닥터 탐정>의 1위는 그래서 드라마의 존재론을 역설한다. 

<저스티스>가 <추적 60분>작가라면, <닥터 탐정>은 <그것이 알고싶다>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 <sbs스페셜>, <궁금한 이야기 Y>를 통해 다큐 연출에 잔뼈가 굵은 박준우 피디의 첫 드라마 도전이다. 그리고  박피디와 함께 산업  의학 전문의 출신 송윤희 작가가 자신의 장기를 살려 <사회 고발 메디컬 수사극>으로 첫 도전을 했다. 

그렇게 '다큐'의 경험이 풍부한 제작진답게 <닥터 탐정>의 장기는 바로 생생한 현실감이다. 굳이 4회 말미에 덧붙인 '에필로그'가 아니더라도, <그것이 알고싶다>등을 통해 쌓인 '현실'의 결과 산업 의학 전문의만이 그려낼 수 있는 UDC, 미확인 질환 센터의 '닥터 탐정'들의 미시적 세계가 '드라마'를 통해 풍성하게 그려진다.

덕분에 어쩌면 또 하나의 <검법 남녀>? 인가 혹은 또 한편의 재벌 비리 드라마인가 싶었던 드라마는 산업 현장이라는 현실감을 살려내며 새로운 장르물의 탄생을 예고했다. 특히 3,4회 방영된 지하철 하청업체 재해 사망 사고는 여전히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잊혀지지 않는 구의역 사망 사고 사건을 복기하게 하는 한편, 거기에 그들을 산업 재해의 피해자로 되도록 만드는 각종 불법 유기 용제의 오남용을 강요하는 하청업체의 현실을 낱낱이 고발해낸다. 

거기에 중간에 투입돼음에도 불구하고 퇴장한 배우가 떠올려지지 않을 만큼 열연으로 연기력을 증명했던 박진희가 한때 TL그룹 며느리였지만, 이제는 딸조차 빼앗긴 '닥터 탐정'으로 돌아왔다. 천재적인 능력에 놀라운 집중력을 가진 직업 환경 전문의,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의 그런 능력은 1회, 기업이 정부의 법망을 피해가는, 노조의 반발을 무마하는 '수단'으로 등장한다. 깊은 밤 모두가 퇴근한 현장에 도둑 고양이처럼 등장한 닥터 탐정 도중은은 셜록급으로 '법망'을 피할 수 있는 산업 안전의 꼼수를 전파하고 돈을 받는다. 

 

 

하지만 그렇게 산업 안전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던 도중은이 그녀를 따스하게 대해주었던 이웃 정하랑(곽동연 분)이 TL메트로 하청 업체 직원으로 과도한 업무와 산업 재해로 추정되는 병에 걸린 것을 목격하고 이기적인 태세를 전환한다. 결국 그 병으로 인한 지하철 사고로 하랑이 숨을 거두고 그의 죽음을 놓고 TL이 갖은 꼼수를 부리며 사건을 은폐하려 하자 도중은은 떨쳐 일어선다. 자신의 딸을 한번이라도 더 보기 위해 거절했던 UDC의 팀장 자리를 수락한다. 

다만 그 어떤 드라마도 흉내낼 수 없는 독보적인 산업 현장과 다큐의 현실감이 <닥터 탐정>의 장점이라면, '다큐'에 '감정'만 불어넣는다고 드라마가 되는 건 아닌 법, 현실보다도 더 현실같은 이야기를 강조하기 위해 드라마가 불을 지핀 '신파'가 때로는 드라마의 집중도를 떨어뜨리며 '입봉'의 과욕을 드러낸다. 그럼에도  잠시 출연했음에도 존재감을 드러냈던 곽동연을 비롯하여 <리턴>에서도 그랬지만 캐릭터로 승부하는 봉태규와 함께 박지영, 류현경 등 '한 연기'하는 출연진들의 연기가 그런 아쉬움을 보완해 주지 않을까.

 

 

기간제 교사가 된 변호사 
돈을 위해 산업 안전을 이용하던 닥터 탐정이 한 청년의 죽음을 기화로 정의의 산업 안전의 수호자로 변신했다면, 여기 승리를 위해서 '편법'쯤이야 껌처럼 여기던 대형 로펌의 간판 변호사 기무혁(윤균상 분)는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기간제 교사로 변신한다. 

자신이 소속된 로펌 대표가 던져준 사건, 천명고의 한 여학생이 사고를 당하고 사고 현장에서 잡힌 남학생이 유력한 용의자가 되었는데, 로펌대표는 적당한 선에서 형량을 정하고 마무리하라고 했는데, 의욕이 앞선 기무혁은 '무죄'를 주장한다. 그나 법정에서 그의 변론에 뜻밖에도 용의자였던 남학생이 부정을 하고 심지어 옥상에서 추락하며 사건은 미궁에 빠지게 된다. 그 과정에서 기무혁은 변호사로써 윤리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정직'처분가지 당하게 된다.  

보육원에서 자라 가진 것 없는 사람은 자신조차 지킬 수 없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 기무혁이 갖은 고생으로 얻게 된 대형 로펌의 변호사, 그는 그렇게 얻은 것을 한 순간에 허망하게 허물어 뜨린 천명고 사건, 이제 여학생의 죽음으로 살인 사건이 된 사건에 의혹을 느끼는데, 그 의혹을 안고 찾아간 여학생의 장례식장에서 만난 천명고 학생들의 위선적인 태도는 그로 하여금 기간제 교사라는 모험의 계기가 된다. 변호사 출신의 명석한 기간제 교사와 위악적인 학교, 학생들간의 살인 사건을 둘러싼 진실 게임은 장르물의 신선한 지평을 연다. 

알고 보니 로펌의 대표 아들이 다니는 사립고, 거기에 학교의 주인이 '재단'이라는 신참 기간제 교사 기무혁의 아부에 통쾌하게 호응하는 재단 이사장, 그리고 해도 되니 한다며 대놓고 가난한 아이를 폭력적인 싸움에까지 이용하며 '왕따'시키는 아이들, 거기에 어른 뺨치게 위선적인 학생들까지, <솔로몬의 위증>의 암울한 사립고와 <스카이 캐슬>의 위악적인 교육 현실이 다시 한번 소환되며 거뜬히 2회만에 두 배의 시청률로 뛰어올랐다. (1회 1.814%, 2회 2.413% 닐슨 코리아 전국 케이블 기준)


by meditator 2019. 7. 19. 15:59

얼마 전 지인이 하소연을 했다. 초등학생인 아들이 유투브를 즐겨 보길래 책을 좀 읽으라 했더니, 아들 왈, 엄마는 석기 시대의 도구를 가지고 21세기를 살아갈 수 있느냐며 되레 반문을 했단다. 말문이 막힌 엄마, 그 분이 아니더라도, 집집마다 아이들이 있는 집이라면 '핸드폰' 사용을 둘러싼 갈등을 한번 이상 겪어보지 않은 집이 없을 듯하다. 

우리나라 만이 아니다. 애플의 주주들이 들고 일어났다. 학생들의 스마트폰 사용량이 3시간을 넘으면 자살율이 35%가 증가하고, 5시간을 넘으면 71%가 증가한다며 애플은 이런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중독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이렇게 전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청소년의 스마트폰 사용을 넘어선 중독, 과연 그에 대한 해결책은 어디에서 부터 시작해야 할까? 

이런 사회적 고민에 대해 <시사 기획 창>은 색다른 실험을 통해 답을 찾고자 한다. 기존의 많은 과학적 실험들이 스마트폰이 인간에게 끼치는 해악에 대해 접근했던 것과 반대의 시도를 해본 것이다. 

 

 

스마트폰 없는 3개월 
초등 저학년이 37%, 고학년이 74%, 중학생이 92%, 고등학생이 되면 93%의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들 중 상당수가 신체의 일부처럼 스마트폰과 함께 한다. 학생들은 스마트폰을 가지고 게임을 하거나(30.8%), 메신저을 하거나(24.1%), 웹툰을 보며 (16.6%) 시간을 보낸다. 2018년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중 29.3%가 스마트폰 과의존 증상을 보이고 있으면 남학생 28%에 비해 여학생 30.7%로 그 비율이 높다. 

​​​​​​고양시의 덕양 중학교, 전교생이 900여 명이 넘는 이 학교 역시 학생들의 스마트폰 사용이 골치꺼리다. 그에 따라 2016년 학교와 학생들이 모여 만든 생활 협약에 따라 학교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하기로 결정하고 매일 아침이면 학생들의 스마트폰을 걷는다. 하지만 이런 협약에도 불구하고 일부 학생들은 불만을 제기하기도 한 상태, 결국 다시 협약을 유지하기로 하였지만 학교에서 사용을 하지 못하게 함에도 불구하고 하루 5~6시간, 심지어 주말에는 10시간에 이르는 학생들의 스마트폰 중독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중2 성원이의 경우, 방학이 되자 사용 시간이 부쩍 늘었다. 게임, sns, 유투브, 메신저 등의 용도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성원이, 수시로 울리는 알림을 들여다 보느라 해야할 과제를 다 못하기 했다는 성원이는 오늘도 이어폰까지 연결한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져 가족과의 대화는 물론, 식사 시간에도 집중을 하지 못한다. 친구가 와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마주 보며 대화는 커녕 둘이 나란히 누워 게임을 하다 간다. 

지원이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엄마가 지원이를 깨우는 시간은 오후 4시, 그나마 오늘은 빠른 편이다. 겨울 방학에 들어서면서 밤새 스마트폰을 하느라 낮밤이 바뀐 지원이, 나가는게 귀찮고 할게 없다며 스마트폰만 하느라 엄마조차 귀찮아질 지경이다. 엄마도 지원이의 상태가 심각한 건 알지만 괜히 잔소리하다 관계가 더 나빠질까 마찰을 피하다 보니 이렇다하게 제재를 못하는 상황. 

 

 

 

 

이에 <시사 기획 창>과 학교는 연세대 의대 정신 과학 교실의 도움을 얻어 3개월간 스마트폰 절제하기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전교생을 상대로 하여 이 프로그램에 참여자를 신청한 결과 다행히도 16명이 지원을 했고, 박나린, 장성원, 강산, 이찬영, 변평화, 신지원, 지준영 등 최종 7명이 참여하기로 했다. 

또한 이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3개월 동안 뇌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알아보기 위해 영상 촬영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기로 했다. 
영상 촬영 그 대상은 우리의 뇌, 그 중에서도 전두엽이다. 전두엽은  학습 능력을 담당하는 우리가 인간으로 인간다움을 드러내는 이성적 사고 판단을 담당하는 부위다. 전두엽 내 혈액 속 산소 포화도 변화를 측정하여  자기 조절과 억제 능력, 작업 기억 능력을 데이터화 한다. 

실험은 참가한 학생들과 부모들이 함께 스마트폰이 없는 시간을 어떻게 보낼 지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스마트폰 뿐만이 아니라 다른 미디어 기기 역시 평일 1시간, 주말 2시간으로 실험의 효과를 강화시키는 약속도 했다., 아이들만이 아니다. 아이들의 효율적인 실험을 위해 부모들 역시 집에서는 필요할 때만 스마트폰을 쓰기로 했다. 그리고 각자 핸드폰을 '보관 상자'에 담고, 대신 전화, 문자만 가능한 이른바 효도폰을 받는 것으로 실험이 시작되었다. 

28일째 되는 4월 17일 중간 점검이 이루어졌다. 지하철 탈 때 심심하다는 등 스마트폰이 없는 생활의 불편함이 토로되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서서히 다른 활동을 찾아내기 시작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부모와 아이들이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를 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엄마가 아이에게 접근하는 것이 한결 쉬워졌다며 웃는다. 가족끼리 스마트폰을 하는 대신 야외 활동하는 시간이 늘어났단다. 

그리고 71일이 되는 5월 30일, 그간 아이들의 전두엽 이미지 촬영한 결과가 발표되었다. 실험에 참가한 학생들과 그냥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대조군의 학생들을 함께 촬영한 결과, 자기 조절 억제 능력에서 대조군의 학생들이 파란 색인 것과 달리, 실험에 참가한 학생들은 노랑 색을 띠며 자기 조절 억제 능력이 향상되었음을 보였다. 반면 작업 기억 능력의 경우 실험군의 학생들이 파란 색, 대조군의 학생들이 노란색을 띠었다. 이는 실험군의 학생들이 머리를 덜 쓰고도 과제 수행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즉 정보 처리의 효율성이 증가한 것이다. 

불과 몇 달 사이 스마트폰을 쓰지 않았을 뿐인데 학생들의 전두엽 기능은 눈에 띄게 향상되었다. 이는 곧 우리 학부모들이 가장 관심있어 하는 학업 능력의 향상을 위한 전제 조건이 된다. 지금까지 해왔던 실험과 반대로 해본 실험, 불과 몇 달 사이에 달라지는 아이들의 뇌를 통해 지금이라도 더 늦지 않게 우리 아이들의 건강한 뇌를 향한 시도가 이루어 져야 한다는 결론은 명확해 진다. 

 

 



디지털의 격차는 접근 금지의 격차로 부터 
학자들은 사춘기가 전두엽 발달이 활발뇌가 재건축되는 시기라 정의한다. 그런 시기에 뇌발달이 불균형은 이후 학업은 물론 미래의 삶에 있어서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기에 일상의 통제력을 찾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 즉 정신적 항체를 키우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것이다.  

페북의 좋아요 기능을 만들었던 저스틴 로젠스키, 그는 바로 이런 sns의 기능이 '가짜 즐거움의 맑은 종소리'라며 반성한다. 그리고 페북을 나와 구글에서 일했던 트리스탄 해리스와 함께  '인도적 기술 센터'를 만들어 디지털 중독 사회의 해법에 앞장서고자 한다. 

트리스탄은 오늘날 우리는 우리 삶의 1/4를 인공 사회 시스템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통탄한다. 거대 미디어 기업은 인간의 취약한 부분을 공략하여 유혹적 방식으로 붙들어 놓는다는 것이다. 무작위로 오는 알림은 도박과도 같은 중독성이 있고, 관심에 목마른 청소년은 좋아요를 통해 마치 자신이 괜찮은 사람이라도 되는 양 착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 스마트 쉼 센터에 찾아온 상담 학생의 사례를 보면 전학으로 친구가 없던 청소년이 온라인 페친을 통해 외로움을 달래려 하고 1000 명이 넘는 페친을 통해 만족감을 느끼다 그들과의 직접적 관계를 시도하고, 그 과정에서 반대하는 부모와 갈등을 빚다 가출까지 시도하게 되었다고 한다. 

성대 의대 정신건강 의학과 전홍진 교수에 따르면 2014년 스마트폰 과다 사용으로 상담을 한 청소년 150명의 경우 밤을 새면서 까지 확인을 해야 할 정도로 불안, 초조가 극심했고, 우울증 증상까지 드러났다고 한다. 

정작 스티브 잡스의 아이들은 아이패드를 몰랐고, 빌 게이츠는 자신의 아이들에게 13살이 되어서야 핸드폰을 사줬다는데, IT 산업의 메카 실리콘 벨리에서는 오늘날 디지털의 격차는 '기술에 대한 접근 제한이 새로운 격차로 귀결된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실리콘 벨리의 사라토가 고등학교, 공립학교 중 최상위 등급에 속하는 이 학교에서는 총기 사고 등 미연에 발생할 수 있는 사고 시 알림을 위해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니는 것을 허용하기는 한다. 하지만, 교실 한 쪽에 스마트폰 포켓을 마련하여 수업이 시작되기 전에 학생들이 그곳에 스마트폰을 보관하도록 한다. 만약에 수업 시간에 스마트폰을 포켓에 넣지 않고 보면 바로 뺏기고, 교장에게 인수되어 학칙에 의거 벌을 받게 된다. 

이 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있는 한국인 인병진 교사네 집 풍경은 실리콘 벨리 사람들이 디지털 기기에 대한 접근 제한에 대한 태도를 알아볼 수 있는 좋은 사례다. 초등학교 자녀는 아예 핸드폰이 없으면 고등학생인 아들도 핸드폰이 있지만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는 인교사네 집, 노트북을 비롯한 디지털 기기는 거실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게 이집의 규칙이다.  침실에서는 전자 기기를 사용할 수 없으며, 고등학생이 되서도 다음날 학교에서의 원활한 활동을 위해 밤 10시면 취침을 해야 한다는 인교사네 집의 풍경은 아이의 스마트폰 사용을 어쩌지 못하는 우리네 가정의 풍경과 참 많이 다르다. 


by meditator 2019. 7. 17. 04:06

오늘날 '가족'은 해체 중에 있다. 개인의 안전판이 되어주지 못하는 한국 사회에서 '가족'은 개인이 믿고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최후의 보루였다. 하지만, 그 '최후의 보루'가 흔들리고 있다. 사회면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직계 존비속으로 인한 각종 사건 사고는 우리 사회 기본 안전망이었던 '가족'이 더 이상은 보호막이 되고 있지 못함을 증명하고 있다.  거기에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족만들기의 과정인 결혼을 선택하지 않겠다는 '비혼'을 젊은이들은 당당하게 선택하고 있다. 

번거러워진 가족, 하지만 홀로 사는 삶도 녹록치 않다. 해결책이 있을까? 이러한 현대 사회의 고민에 대해 '대안적'인 모색을 하는 이들이 있다. 7월 14일 <sbs스페셜>이 찾아간 도봉구 안골 마을의 간헐적 가족 공동체 '은혜'가 그 주인공이다. 

 

 

엄마를 찾지 않는 아이들 
다큐를 여는 건 여느 가정에서 볼 수 있는 아침 기상, 엄마가 아이들을 깨운다. 그런데, 아이들이 너무 많다. 한 층을 올라가 또 다른 가정인가 했는데, 거기서도 아이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온다. 그런데 이들이 '가족'이 아니란다. '가족' 대신 이들이 쓰는 명칭은 '부족', 이 부족에만 아이들이 9명이 있단다. 

가족도 사라지는 현대 사회에서, 석기 시대에나 있을 법한 부족이 있다. 이 '부족'의 아이들은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스스로 오늘 있을 '무수골 탐방' 준비를 하는 동안 '엄마'를 찾지 않는다. 심지어 어른도 지치기 십상인 산길을 오르는 내내 투정 한번 부리지 않고 어른들 사이를 누빈다. 그런데 그런 아이들을 돌보는 사람이 이번에도 엄마가 아니다. '이모'란다. 

젖은 옷을 갈아입히고, 땀에 젖은 머리를 묶어주는 유치반 아이들 4명을 오늘 보살피는 사람은 '이모', 한 달에 한번 아이들의 이모가 되어주는 정영경씨다. 이렇게 이모가 아이들을 돌보아 주는 사이 엄마는 공동체의 또래들과 여유롭게 산행을 즐긴다. 

14가구 50명의 사람들이 모여사는 안골 마을의 소행주, 거기에는 평소에는 각자 개인의 삶을 살지만 가끔씩 서로에게 가족 역할을 하는 간헐적 가족 공동체 '은혜'가 있다. 

그들이 처음부터 함께 모여살았던 건 아니다. 일주일에 한번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함께 모여 공부도 하고 밥도 먹고 하던 모임, 그렇게 시간이 흘러 그들은 이렇게 뜻이 맞는 사람들끼지 함께 모여살면 어떨까 라고 생각하게 되었단다. 

혼자 오래 살다 보니 깊이 쌓이게 된 외로움, 공부하고 경쟁하며 살아가느라 친구 관계조차 깊게 맺지 못하던 현실에서 그들은 그 어려움을 세상이 요구하는 '결혼'이라는 과정 대신에 '공동체'라는 대안을 통해 풀어내고자 하였다. 

 

 

뜻을 모아 '소행주'
소규모 연합 공동체들이 모여 함께 살아보자는 결의를 하고 함께 집을 짓기 시작했다. 물론 쉽지 않았다. 작게 모여살았던 사람들 중 막상 땅을 사고 집을 짓는 '자본주의적' 과정을 함께 할 수 있는 경제적 합의를 함께 할만한 여유가 없는 사람들도 있었기 때문. 그런 경제적 난관에 대해 공동체 '은혜'는 융통성 있는 방침을 마련했다. 집을 지을 수 있는 돈을 마련할 수 있는 사람들은 돈을 내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대신 매달 '월세'를 내는 것으로 뜻이 있는 곳에 길을 마련했다.

2016년 5월 지상3층, 지하 1층의 공동체 주택 소행주가 완공되었다. 싱글들의 삶, 그 특성을 존중하는 공간, 하루 종일 일하는 엄마가 돌아와 '독박 육아'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는 '공동 육아'의 시스템, 거기에 공동체의 모든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지하의 강당까지 소행주는 그렇게 '공동체'의 삶을 열었다. 

집을 짓는 것말고 난관은 또 있었다. 싱글들의 모임에서 시작된 공동체 만들기, 하지만 '소행주'를 만들며 '아이'들과 함께 사는 삶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들'이라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그래서 그들은 '이모'가 되었다. 한 달에 한번 싱글의 이모들이 아이들을 돌본다. 방과 후에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운동을 하고, 들놀이를 보살핀다. 이젠 아이들도 유치원, 학교에서 돌아오면 엄마를 찾는 대신, 오늘은 누가 날 돌보는지 묻는다. 

그런데 아이를 돌보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지하 1층, 지상3층 나무로 된 계단을 맘껏 뛰어 다닐 수 있는 아이들에게 '소행주' 자체가 무한한 놀이 공간, 아파트에서처럼 '뛰지 마라', 잔소리 할 일도 없다. 놀 꺼리가 없어 일일이 놀아줘야 하는 고달픔도 없이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어울리다보면 어느 틈에 잘 시간이 되어버린다. 꼭 '이모'가 아니라도 아이들끼리 놀다보면 지나가는 '어른'들이 끼어들어 함께 어울린다. '이모'의 역할은 그저 아이들끼리 '분쟁'의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지켜봐 주는 정도, 그러다 보면 어느덧 잘 시간이다. 그러면 돌아와 그제서야 엄마와 인사를 하고, 엄마의 몫인 시간은 한 달로 치면 4시간, 엄마에게는 '천국'인 공동체다. 

엄마로서의 시간을 빼앗기는 대신, 공동체의 뜻이 맞는 사람들끼지 모여 좋아하는 일을 한다. 여자들끼지 요가를 한다. 싱글들끼리 오붓한 옥상의 족욕 타임도 빠질 수 없다. 거기에 어른에서 부터 아이까지 함께 모여 오케스트라를 만들고, 영화 제작도 하는 등 다양한 취미 활동이 빠질 수 없다. 공동체가 함께 모이는 날은 웬만한 파티에, 행사 못지 않게 시끌벅적 '난장'이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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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이혼해도 '가족'은 남아있는 
대학을 졸업하고 내내 홀로 지내던 크리에이터 최미정 씨가 찾은 공동체 '은혜',  홀로 지낸 시간이 길어 과연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을까 라는 그녀의 의문과 달리, 공동체의 사람들은 스스럼없이 그녀를 맞이한다. 아이들에게는 그저 또 한 명의 이모다. 일주일을 공동체에서 보낸 공동체의 사람들이 바리바리 싸준 먹거리를 들고 떠나던 최미정씨는 '제가 생각했던 사람들과 많이 달랐어요, 여기 사람들은', 하며 결국 눈시울을 붉힌다. 

물론 처음 부터 다른 관계 맺기가 쉬운 건 아니었다. 습관의 차이는 원칙을 만들어 쉽게 고쳐졌지만, 각자 성격의 차이는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일주일에 한번 보던 사이가 함께 집을 짓고 사는 관계가 되었고, 이제 그런 공동체의 실험도 어느덧 3년이 되어간다. 

없던 아이가 생겨나고, 공동체의 일원으로 들어온 부부가 이혼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부부의 이혼으로 혼란을 겪던 아이가, 다른 이모 삼촌들의 위로로 자신이 버림받은 게 아니라는 결론에 이를 수 있는 곳, '이모'의 노릇은 쉽지 않지만, 대신 '가족'이 생겨나는 곳, '가족'조차 없어져 가는 시대에, '부족'을 만들어 사는 마을, 공동체 '은혜', 그 실험은 아직 진행중이지만 '고독 사회'가 가진 고민의 한 대안임에는 분명하다. 

by meditator 2019. 7. 15. 16:34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호감을 얻거나 돈독한 관계를 만들어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성폭력을 가하는 '그루밍 성폭력', 그루밍 성폭력이 심각한 이유는 그 피해자들이 미성년자나 교회 신도등 자신이 성폭력 피해자라는 것조차 인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성폭력이 이루어져 사태를 심각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미투' 운동이 확산되며 자신이 당한 부당한 성폭력에 대해 차마 드러내지 못하던 사람들이 용기를 내기 시작하고 최근 교회 내 성폭력 사건들을 빈번하게 사회면에서 만나게 된다.

<시사 기획 창>은 이러한  그루밍 성폭력 중 교회 내  성폭력 문제를 다룬다. 다큐 프로그램에서 이러한 사례를 다룬건 새로운 시도는 아니다. 하지만 <시사 기획 창>은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왜 성폭행 목사의 문제가 자꾸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가 그 원인을 기독교 교단의 온정주의적인 카르텔의 문제로 짚어보고자 한다.  또한 범람하지만 통합되지 못하는 교단 내의 문제가 이러한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목사의 권위를 이용한 성추행, 성폭력 
대부도에 자리했던 요양원, 그곳은 박모 목사가 운영하던 곳이었다. 그곳에 환자였던 장애인 여성은 오랫동안 박목사에 의해 성폭력을 당해왔다. 뺨 때리며 이곳에서는 사람이 죽어나가도 모른다. 너를 봐줄 사람이 없다며 강제로 성폭행을 하던 목사, 그에게 당한 건 요양원 장애인만이 아니다. 

요양보호사로 그곳에 왔던 유모씨, 술을 마시고 다음 날 눈을 떠보니 성폭행을 당한 걸 알게 되고, 가정주부였던 그녀는 목사가 가족에게 알린다는 협박으로 그로부터 8년동안 요양원에서 목사에게 폭행과 성폭행을 당하며 요양원 식구들을 보살피며 살아가야 했다. '아버지 저에게 왜 이런 시련을 주십니까'라며 중얼거렸다고 발로 밟고 폭행을 하던 목사, 오죽하면 목사가 볼모다시피 데려온 노모가 그녀가 폭행당하는 모습을 보고 실어증에 걸리기까지 하셨다. 심지어 그녀의 통장까지 압수하여 경제적 이권까지 빼앗았다. 

목회자는 하나님 아버지가 정해주신 자리라 자신의 말을 안들으면 아들 딸까지도 멸망한다며 복종하고 순종하라며  권위적으로 굴던 박목사, 다른 목사의 도움으로 탈출한 피해자들은 그 설교를 통한 세뇌에서 놓여나기가 쉽지 않았다고 하소연한다. 그의 신적 권위 앞에 하나님 말씀에 따라 다 '아멘'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폭력과 성폭행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지만, 여전히 연인 관계라 주장하며 뻔뻔하게 버티고 있는 박목사.

 

 

치유하려 찾은 곳에서 성추행 
부산 광역시에서 이모 목사는 교회 상담 센터를 찾아온 젊은 여성들을 상대로 성폭력을 하여 고소당한 상태다. 
마음이 상처를 안고 상담 센터를 찾아온 젊은 여성들, 개인적 위기를 겪으며 종교적 감화를 하는 이 목사에게 의지하게 되자, 몸이 따뜻해야 한다며 아랫배를 만지고, 애정이 필요하기에 치료한다며 스킨쉽을 하는 등 마음을 치유한다는 명목으로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이어갔다. 

심각한 건 이목사가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2년전 다른 교회에서도 성추행으로 목사직을 그만둔 사례가 있었던 것이다. 당시 사모가 찾아와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으며 평생 사죄하며 살겠다며 무마를 했었다는 정황, 그러나 그는 사죄 대신 다시 상담 센터를 열고 성추행을 일삼았다. 심지어 피해 여성이 문란하다는 식의 소문을 내며 명예훼손이라 반발하다 고소를 당하자 그제서야 목회 활동을 접었고 이후 징역 3년을 판결받고 수감중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가 면직된 상태가 아니라 수감 생활을 마치고 나오면 다시 목회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범죄를 저질러도 면직만 안되면 여전히 목사 
인천의 한 교회 매주 일요일마다 담임 목사 퇴진 집회가 열리고 있다. 이 사태의 발단은 이 교회의 담임 목사 아들로 청년부를 맡았던 김목사가 청년부 여성들을 장기간 성폭력을 해왔다는 것, 이에 충격을 받고 교회를 떠난 사람들이 이곳에서 모여 퇴진 예배를 하고 있는 것이다. 

피해 여성들이 미성년자이던 때부터 목사와 신도라는 종속 관계를 이용하여 비밀 연애라며 성적 접촉을 해왔던 김목사, 막상 그 사실이 알려지자 간통죄도 폐지된 마당에 1000 명이랑 연애를 해도 무죄라며 뻔뻔하게 주장하던 그는 심지어 피해 여성들을 꽃뱀으로 매도하기 까지 했다. 

목사라는 신뢰감을 받탕으로 심리적 지배 하에 오랜 시간 동안 인지하지 못한 채 당했던 피해자들, 중학교 때 부터 스승이라 믿고 따랐던 사랑한다, 평생 볼 사람이다라며 피해자들을 구슬렀다.  영적, 성적으로 멘토같던 그 목사로 인해 치료를 받지만 쉽게 사람을 믿지 못하며 대인 기피를 하거나 심지어 죽고 싶다며 힘들어 한다. 피해자들 만이 아니다. 딸을 교회로 인도하고 함께 그 일이 벌어진 교회 사택을 찾기도 했다던 엄마는 자신이 딸을 그렇게 만든 것같다며 고통스러워한다. 

청소년 보호법을 비롯하여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등 5가지 죄목으로 고소를 당한 상태, 하지만 그 역시 목사직에서 면직 당하지 않아 처벌을 받은 후 다시 목사를 할 수도 있다. 거기서 한 술 더 떠서 그런 김목사를 방치했던 그의 아버지 담임목사인 또 다른 김목사, 퇴진 집회를 벌이는 신도들은 물러나라 하지만 정작 교회 측 신도들은 문자 메세지를 내세우며 단지 나이차이 나는 연애라 주장하며 그루밍 성폭력을 부인하며 아버지인 목사의 사임을 반대한다. 당연히 담임 목사는 끝까지 교회를 지키겠다는 입장. 

 

 

용서하고 사과하면 품어주는 교회 카르텔 
현재 교회법에 따르면 이단을 주장하거나, 불법적으로 교목 활동을 하지 않는 한 면직되지 않는다. 일반 직장들이 금고 이상의 형벌을 받았을 때 면직시키는 방침과는 다르다. 그러기에 중범죄로 징역을 살아도 목사직을 계속 이어갈 수 있다. 물론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중대한 사안이라면 목사들의 모임인 노회에서 재판을 거쳐 면직될 수 있다. 하지만, 목회자 성범죄 중 면직된 사례는 단지 5건에 불과하다. 

2004년 상습적 성추행으로 교인들이 목사 면직 청원서를 제출하여 교회를 떠나게 된 전모 목사,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후 홍대 지역에서 개척 교회를 이끌고 있음이 밝혀졌다. 2012년부터 7년째 목회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 반발이 거세지자 대한 예수교 장로회 측은 목회에 지장없는 형식적인 솜방망이 징계를 내렸을 뿐이다. 그러자 성추행 위로금으로 지불했던 돈에 대해 반환 소송까지 벌였다. 

물론 반대의 사례도 있다. 한신 대학교 대학원 교수로 술을 마시고 혼자 자던 여학생을 성폭행한 박모 교수에 대해 학교측은 진상 조사를 거쳐 징계 위원회에서 파면을 결정했고, 노회는 면직을 결정했다. 재판으로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먼저 '목사직'을 면직시킨 상징적이고 이례적인 사례, 

그러나 문제를 일으키면 다른 곳에서 가서 목회를 하고, 심지어 이 교단에서 면직당하면 다른 교단으로 옮겨 다시 목사가 되기도 하는 현실, 교단의 수가 너무도 많은 상황이 이러한 목회자의 부도덕한 조건을 방기한다. 

그와 함께 과거에는 잘못을 저질렀지만 진심으로 참회하고 용서를 구한다면 사랑으로 품어주어야 한다는 이른바 기독교적 온정주의도 무시할 수 없다.  그리고 이러한 온정주의의 이면에는 목사는 목사편이라는 교회 카르텔이 존재한다. 

그러나 송원영 건양대 심리 치료학과 교수는 이러한 용이한 사과와 용서의 온정주의가 오히려 성범죄자를 방조하고 부추길 수 있다고 경고한다. 권위적으로 다가가 지속적으로 오랜 기간 피해자를 괴롭히는 그루밍 성폭력 가해자, 그에 대한 쉬운 용서는 그 자신이 스스로 합리화하는 계기가 되고, 그러한 상황이 반복되면서 범죄는 정교화되고 대담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우려에 대해 교단을 초월한 성범죄 등 중범죄에 대한 통합적 법안이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교단'이 모이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 그래도 범교단적 데이터 베이스라도 마련해야 하지 않겠냐는 자성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무려 900만명, 가장 많은 신도수를 가지고 있는 종교, 기독교, 과연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성범죄 목사들과 관련하여 상식적이고 사회적인 책무를 스스로 짊어질 수 있을까?

by meditator 2019. 7. 10. 04:09

<비밀의 숲>이 방영된지 햇수로 벌써 2년여, 하지만 아직도 최근에 가장 좋았던, 혹은 재미있는 드라마를 꼽자들면 <비밀의 숲>을 내미는 시청자들이 많다. 바로 그 <비밀의 숲> 안길호 피디가 돌아왔다. 6월이지만 올해처럼 벌써 더웠던 2017년 그 열기를 서늘하게 식혀주며 우리의 심장을 울렸던 이야기, 그래서 <왓쳐>를 보며 설레발처럼 오프닝부터 어쩐지 <비밀의 숲> 냄새가 나는 거 같지 않나라고 설레이는 시청자가 있을 지도 모른다. 거기에 <비밀의 숲>이 조승우와 배두나라는 절묘한 조합못지 않게 한석규에 김현주라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라는 '기대'가 절로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왓쳐를 이끄는 
<비밀의 숲> 1회, 서부지검 형사부 검사 황시목(조승우 분)은 동료 검사들의 스폰서였던 박무성이 검사들의 비리를 제보하겠다는 말을 듣고 찾아간다. 그러나 이미 그는 죽어있었다. 그렇게 '하나의 사건'으로 부터 시작된 검찰 비리의 숲, 그 숲의 전모가 드러날 수 있도록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이 바로 황시목이라는데 <비밀의 숲>을 본 시청자라면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왓쳐>에는 도치광(한석규 분)이 있다. 뇌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은 이유 감정계에 이상이 생겨 모든 일을 이성적으로만, 원리원칙대로만 처리하여, 그 이유로 동료 검사들에게 왕따가 되었던 황시목과 그닥 다르지 않게, 동료 경찰들을 잡아먹는 저승사자의 역할을 자처하여 동료들에게 '경원'시 되는 도치광, 그 역시 '감찰반'이라는 직무의 특성상 그 누구도 믿지 않는다. 

그런 도치광의 눈에 들어온 김영군, 그는 15년전 도치광의 손으로 체포한 선배의 아들이다. 눈 앞에서 아버지가 어머니를 죽이는 것을 목격했던 아이, 그는 커서 직업 군인이 되었고, 이제 그 잘 나가던 군인의 길을 마다하고 경찰이 되었다. 여전히 그를 보면 15년전 그 사건을, 아버지를 떠올리는 사람들, 그런데 그가 경찰이 되었다. 그리고 도치광은 어느새 그를 자신의 팀원으로 여긴다. 

<비밀의 숲>을 통해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의 새로운 전형으로 등장했던 배두나가 분했던 한여진, 마치 백지 위에 경찰과 정의라는 두 단어만 씌여있다는 듯이 순수하게 열정적으로 뚜벅뚜벅 거침없이 나아갔던 한여진에 대한 기억은 접어두고, 이제 <왓쳐>는 도대체 무슨 색일까 알 수 없는 색채를 지닌 여성 캐릭터로 또 한 명의 한씨, 한태주(김현주 분) 변호사를 내세운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닌
이들 세 사람은 <비밀의 숲>처럼 '사건'을 통해 조우한다. 범인을 쏜 교통 경찰, 동료 경찰을 집요하게 쫓는 감찰반, 그리고 돈만 주면 어떤 사건이라도 맡는다는 변호사, 이들은 구속된 재벌의 아들을 유괴한 범인을 두고 엇갈리며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 사건은 이들 세 사람의 공조아닌 공조 수사를 통해 재벌의 아들을 유괴한 사건이지만, 그 뒤에 비리 경찰과 그 경찰에 의해 역으로 쫓기는 범인이라는 겉과 속이 다른 사건이 있음이 드러난다. 

박무성이라는 검찰 스폰서의 죽음으로부터 뒤엉켜 버린 검찰 비리 숲의 실타래가 풀렸듯이 1,2회에 걸쳐 벌어진 손병길(정민성 분) 사건을 통해 경찰 비리라는 또 다른 거대한 경찰 비리 숲의 입구에 들어서게 된다. 

그런데 <왓쳐>는 <비밀의 숲>과 다른 뉘앙스의 드라마이다. <비밀의 숲>이 개인적인 '원한'없이 직업적인 정의만으로 사건에 뛰어든 두 사람 황시목과 한여진을 통해 직업으로서의 정의,  그래서 정의 그  원칙에 대한 '인간 보편'의 자세에 대해 논했다. 물론 <왓쳐> 역시 감찰반, 그리고 이제 손병길 사건 수사 덕에 열게 된 '비리  수사팀'을 이끌어갈 헌신적인 팀원들, 하지만 그 팀원들의 면면이 간단치 않다. 

언뜻 서로 어울리지도, 서로 믿지도 않는 세사람, 하지만 이들은 과거 김영군 아버지의 살인 사건을 통해 풀어내지 못한 트라우마를 가지게 된 사람들이다. 무엇보다 자신의 아버지가 어머니를 죽인 것을 목격하게된 김영군, 사람들은 도치광은 아버지를 잡아넣은 놈이라 하지만 김영군에게 아버지는 어머니를 죽인 사람, 그리고 어쩌면 자신도 죽일 뻔한 살인마이다. 그래서 손병길을 고문하는 형사를 보고, 과거 자신의 경험에 휘말려 주저앉고 말듯 여전히 그는 그런 비슷한 상황을 마주하며 15년전 그날의 어린 소년으로 돌아간다. 손병길 사건에 대해 접근하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딸에게 범죄자, 살인자로 남지 말라며 설득한다. 

그리고 15년전 김영군의 아버지를 잡은 도치광은 선배라는 이유만으로 김영군의 아버지를 눈감아주면서 또 다른 사람들의 목숨이 날아가는 걸 목격했다. 오늘의 그가 동료들 눈총을 받으면서 집요하게 경찰 비리를 쫓는 건, 바로 그 '비리'가 누군가의 목숨을 담보로 할 수 있다는 '정의감'에서이다. 

거기에 한태주가 개입한다. 아니, 감찰반과 불과했던 팀을 비리수사팀으로 확대 승격시켜준 장본인, 검사 시절 의욕적으로 개입했던 김영군 아버지의 사건 즈음에 납치당해 손가락을 잃을 뻔하며 고문을 당했던 '트라우마', 그 '트라우마'의 실마리를 손병길 살해 현장에서 찾은 그녀는 아직도 그녀를 혼돈에 빠뜨리는 그 '과거'를 찾아 비리검사팀의 외부 고문을 자처한다. 

재벌의 아들을 유괴한 사건으로 만나게 된 '과거 악연'의 세 사람, 이제 그들은 자신들을 괴롭힌 과거로 부터 길어올려져 현재 경찰 내부의 비리라는 깊은 뿌리를 가진 '거악'에 도전한다. <비밀의 숲>에서도 그랬지만, 서둘러 시선을 끄는 패를 내보이기 보다는 포커 페이스처럼 가지고 있는 패를 하나씩 내보이며 '따라올테면 따라와봐'라는 듯 차근차근 차분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는 <왓쳐>, 이제 다시 이 영름 이 더위를 저 집요한 거악의 뿌리를 파헤쳐나가는 이야기의 서늘함으로 대신할 수 있을 듯하다. 




by meditator 2019. 7. 8. 15:33

지인들끼리 모인 자리, 한 사람이 자랑하듯 말한다. 자신의 딸내미가 학교 앞에서 연예 기획사에서 준 명함을 받았다고. 그러면서 당장이라도 연예인이 될 것처럼 설레인다. 그러자, 맞은 편에 앉아있던 다른 사람이 자신의 딸도 그렇게해서 연예기획사를 찾아갔는데 밑빠진 구멍에 물붓듯 끝도 없이 돈을 요구해 결국 연예인이 되기를 포기했다며 잘 알아보고 시작하라 충고했다.

그런 충고에도 불구하고 그 '명함'을 받았다는 지인은 '내 딸은 다르다'는 듯했는데, 과연 내 자식이 '연예인'이 될 만하다고 한다면 그 '유혹'을 떨쳐버릴 수 있는 부모가 얼마나 있을까? 바로 이런 내 자식의 장래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라는 우리나라 부모들의 헌신적인 마을을 이용하는 연예 기획사들이 있다. 더구나 최근엔 E 연예기획사 대표가 소속 여중생을 성폭행하는 사건이 드러나며 극단적 사례까지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연예 기획사의 실태를 7월 5일 <추적 60분- 돈벌이로 전락한 아이들의 꿈, 아역 연예 기획사의 실체>에서 추적한다. 

 

 

ATM이 된 연예지망생 부모들
8살 박유라(가명)는 A연예 기획사 오디션을 통해 지상파 방송 오디션에 합격했다. 그러자 A 연예 기획사는 방송 출연을 명목으로 전속비 5천만원을 요구했다. 엄청난 금액에 주저하던 엄마, 하지만 연기자가 되고 싶다며 울고불고 하는 딸의 꿈에 엄마는 깍고 깍아 집을 담보로 3천만원을 건넸고 A 소속사와 6년의 전속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전속비'로 엄청난 돈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2018년 방송에 출연할 당시 소속사는 이렇다할 매니지먼트를 해주지 않았다. 먼 거기를 운전하며 다니는 것도 엄마 몫이었고 의상 협찬이 안된다 하여 직접 옷을 사야만 했다. 1년이 지났지만 출연료를 못받았다. 

이런 부당한 대우에 유라 엄마는 전속 계약 해지 내용 증명을 보냈다. 그러자 도리어 A연예 기획사는 그간 유라의 연기 지도 등에 들어간 비용을 빌미로 손해 배상 1억을 걸겠다고 했으며,  심지어 전속 계약에 의거 앞으로 6년 동안 활동을 못하게 하겠다고 협박했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황에 놓인 유라와 엄마, 엄마는 엄마의 섣부른 결정이 딸의 발목을 잡은 셈이 되었다고 자책하고, 딸은 앞길이 막힌 상황에 좌절하며 눈물만을 흘렸다. 

이에 손성민 한국 연예 매니지먼트 협회장은 A연예 기획사가 요구한 전속비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못을 박았다. 부모가 돈을 주는 것이 아니라 헤어, 자동차 주유비, 식대 등 이른바 활동 비용은 온전히 연예 기획사 몫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앞으로 몇 년 동안을 담보로 잡은 진행비에 대해 얼마나 활동할 지도 모르고 뜰 지도 모르기에 돈을 받겠다는 건 전적으로 연예 기획사의 무능함이나 안일함을 드러낸 방식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유라만의 사례가 아니다. 지난 해 6월 한가람(가명)의 어머니를 비롯한 3명은 자신들의 아이가 소속되어 있는 연예 기획사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이들은 각자 300에서 600까지 드라마 출연을 빌미로 기획사에 돈을 주었던 것, 그런데 알고보니 이미 그 드라마에는 다른 아이가 내정되어 있었고, 가람이를 비롯한 아이들의 출연은 검토조차 되지 않았던 상황. 
또 다른 사례로 민철이는 상업 영화 출연을 빌미로 300여 만원이 돈을 요구당했다. 출연이 안되면 반환하겠다는 조건이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돈을 뜯긴 부모들은 자신들이 '현금인출기'였다며 자조한다', 연예 기획사에게 자신들은 그저 돈을 물고 있는 물고기였을 뿐이라는 것이다. 
 

   

 

사진이 없어도 출연시켜주겠다며- 전속비 요구 
2017년 기준 19세 이하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연예 기획사는 120여개에 이른다. 그런데 과연 이들 중 몇 곳이나 아이들이 믿고 자신들의 꿈을 펼칠 수 있는 곳일까? 그 실태를 좀 더 정확하게 알아보기 위해서 제작진은 한 명의 아이를 내세워 각 연예 기획사에 프로필을 돌리는 '실험(?)'을 했다. 

그런데 프로필을 돌린 10개의 기획사 중 무려 7개의 기획사가 연락을 해왔다. 하루 만에 연락이 온 곳도 있었고, 심지어 아이를 만나지 않고도 출연을 장담하는 소속사도 있었다. 

사진도 안보고 장담을 하는 연예 기획사를 찾아가보니 뜻밖에도 그곳은 술집이었다. 이 술집을 하는 연예 기획사에 소속되었던 한 아이, 귀티가 나서 단역이라도 바로 출연시킬 수 있다며 부모 역할을 운운하더니 소속비 2천을 요구했다고 한다. 송승헌 영화에 출연시켜 준다했는데, 출연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제작발표회라 했는데 알고보니 전통 궁중의상 대회였다. 

이렇게 돈을 요구하는 대부분의 연예 기획사들은 연예 기획사와 학원을 동시에 운영하는 방식이다. 제작진이 내세운 아이가 오디션을 본 5곳 중 3곳도 이런 식이었다. 오디션이 끝나자 마자 연기 연습을 해야 한다며 학원에 등록을 종용하며 지금 당장이라도 맡을 배역이 있다며 학부모를 유혹한다. 그리고 수업료 220에 소속비 88만원으로 반강제적으로 당일 계약을 할 것을 종용한다.

제작진이 만나본 이 기획사에서 일했던 직원에 따르면 마치 피라미드식 사업처럼 직원들에게 기본급에 인센티브를 덧붙이며 아이들을 끌어오도록 종용했다고 한다. 그렇게 한 달에 100 명정도의 아이들을 직원들이 불러모았고 이 아이들을 통해 월 2~3억의 수익을 올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후 출연작이 없어 부모들이 항의하는 것에 대비해 가짜 오디션까지 보기도 하며 눈속임을 했다는데. 

이렇게 아이들을 돈벌이 대상으로, 부모들을 '현금인출기'로 삼는 연예기획사들의 방식은 동일하다. 우선 가전속, 전속계약을 요구한다. 그리고 그 '전속'에 따른 비용을 부모들에게 요구한다. 또한 교육비 및 프로필 사진 촬영비등을 따로 부담시킨다. 거기에 더해 출연 조건으로 금품을 요구하는 등 각종 비용을 전적으로 부모의 몫으로 돌린다. 

심지어 부모들이 돈이 없다고 하면 '카드론'을 운운하고, 아이의 미래가 달렸다며 보험을 들었다면 약관 대출을 하라며 종용한다. 그런 방식으로 한 연예 기획사가 아역 연기지망생 15명을 상대로 5억을 편취한 혐의로 검찰에 송취되었는데, 제작진이 만나본 관계자에 따르면 검찰에 송취된 사람들 외에 2000에서 6000 만원까지 총 8억 2000만원 정도를 갈취당한 45명의 명단이 더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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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만 바꿔달고-부실한 법망
더구나 심각한 것은 이들 연예 기획사가 막상 사기 혐의로 걸리면 '바지 사장'으로 내세운 사람을 앞세워 법망을 피해간다는 것이다. 사기 혐의로 고소된 I기획사, 하지만 막상 이 기획사 사무실에서 찾은 계약서는 BIG엔터테인먼트였다. 업계에서 평판이 나빠진 BIG이 I로 간판만 바꿔단 것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알고보니 BIG 엔터테인먼트의 전신은 W, 그리고 다시 그 이전엔 N이란 이름을 가지고 사업을 했었다. 이렇게 카멜레온처럼 이름을 바꾼 기획사들의 실질적인 대표는 윤이사, 그리고 그의 남편 박대준이었다. 심지어 I 매니지먼트의 돈을 '차입 면제' 방식으로 2억 9백만원이 F매니지먼트로 흘러들어가 박대준의 딸인 박성화의 연예활동에 씌여졌다. 이렇게 문제가 생기면 간판을 바꿔치기하며 페업과 창업을 밥먹듯이 하고 신분 세탁을 하는 연예 기획사들, 그러나 현실적인 단속 방법은 마땅치 않다. 

고 장자연 씨 죽음 이후 정치권을 비롯하여 연예계에 대한 자정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일정 요건을 갖춘 기획사만 매니지먼트 사업을 할 수 있도록하는 대중 문화 예술 기획업 등록제가 실시되었다. 또한 청소년 대중문화 예술인이 건전한 인격체로 성장을 배려하고 권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2014년 대중 문화 예술 산업 발전법이 제정되었다. 

제작진이 프로필을 돌렸던 아역 연기자 매니지먼트 중 4군데가 미등록 상태였다. 그러나 그 단속에 대해 해당 구청은 형사적 처벌 규정을 운운하며 경찰로 떠넘겼다. 즉 '사기 ' 사건이 될 때가지는 관리나 감독이 되기가 힘든 실정이다. 거기다 한 술 더 떠서 업계 진입 장벽이 높다는 항의를 받으며 관련 업계 4년 근무라는 규정을 2년에서 40시간 교육 이수로 낮췄다. 여전히 유린당하고 있는 미성년 연예인 지망생들의 꿈은 보호받을 수 있을까. 

다큐는 얼마든지 부모들의 주머니를 털 수 있는 구조가 되어 있는 현 아역 연예 기획사의 실태에 촛점을 맞췄다. 하지만 과연 집을 담보로 잡아 몇 천만원을 쥐어주고서라도 자신의 아이를 '키즈 그룹'으로 데뷔시키고자 하는 '욕망'이라는 수요가 있는 한 그 욕망의 에스컬레이터에 편승한 사기가 없어질 수 있을까? 돈을 들여서라도 뜨고 보자는 엘도라도가 된 연예계, 그 '헛점'을 노린 연예 기획사와, 그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업계의 이익만을 고려한 제도와 법의 현실은 악순환의 반복이다. 

by meditator 2019. 7. 6. 15:50

<지정생존자>는 '세계적 플랫폼' 넷플릭스 추천작으로 유명한 미드이다. 여기서  Desinated surviver, 지정생존자란  미국 대통령, 부통령, 정부 각료들이 취임식 등의 국정 연설 동안 비상 사태에 대비하여 안전 시설 내에 대기하고 있는 미국 대통령 지정 순위 내 한 명을 뜻한다. 각종 자연 재해, 테러, 핵 공격 등으로 대통령 및 대통령 계승자가  사망하는 비상사태 시에도 대통령 직을 계승해 정부를 유지하도록 하는 안전 장치이다. 미드 <지정생존자>에서는 좌천당해 지정생존자로 tv로 신년 국정 연설을 보게 된 대통령이 된 서열 계승순위 18위 중 13위의 주택도시 개발부 장관 톰 커크먼(키퍼 서덜랜드 분), 의회 의사당의 폭탄 테러로 대통령을 비롯한 행정 관료 대부분이 사망하면서 대통령이 되며 미드 <지정생존자>는 시작된다. 

그렇다면 바다 건너온 우리의 <지정생존자>는 어떨까? 미드와 달리, 앞에 수식어 60일이 붙었다. 그건 미국과 달리 우리 헌법은 대통령 유고시 60일 이내에 새 대통령을 선출하는 것을 법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주택 도시 개발부 장관은 우리나라로 오면 환경부 장관이 된다. 

 

 

이상주의자라 짤렸던 대통령 권한대행 
카이스트 화학과 교수 출신의 박무진(지진희 분), 환경 과학회 미세먼지 분과에 소속된 만큼 학자 출신의 그는 환경부 장관으로서 대기 오염 문제에 사명감을 가지고 입각했다. 그러나, 그의 소신은 '정치' 앞에서 무력했다. 미국과의 자동차 협상 상 과정에서 박무진은 드러난 수치와 달리 미국의 의견을 들어주면 그저 몇 백대가 아닌 몇 백만대를 허용하게 되는 결과가 되며, 그는 곧 우리 대기에 치명적인 결과가 나오게 된다는 이유로 협상을 반대하지만 못이기는 척 봐주라는 대통령의 입장 앞에 사직서를 내밀게 된다. 

임명식에서 대통령에게 받았던 불편했던 구두를 벗어놓은 채 홀가분하게 자신이 몸담았던 대학의 후드티에 편한 스니커즈를 신고 아들과 딸을 데리러 갔던 그는 국회의사당의 폭발 사고를 목격하고 그곳에 견학을 간 딸의 생사를 확인하러 의사당으로 갔으나 자신을 데리러 온 의문의 사내들에게 끌려가다시피 다시 청와대로 가고 그곳에서 이제 자신이 60일 시한부의 대통령 권한 대행이 됐음을 알게 된다. 

그렇게 미드와 다르게 시한이 정해진 대통령 권한 대행, 하지만 다른 건 이것만이 아니다. 미드가 자국 내의 정치 세력 사이에 끼인 권한 없는 대통령이라는 설정으로 갈등을 증폭시키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로 온 <60일, 지정생존자>는 강대국, 그 중에서도 특히 '우방'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과 분단된 남과 북이라는 우리나라만이 가진 고민을 갈등의 주요한 내용으로 등장시킨다.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역학 관계에 의거한 갈등 구도 
앞서 국회의사당에서 사망한 양진만 대통령은 북한과의 평화 협정을 목전에 둔 채 사고를 당하고 만다. 그러나 이제 그 평화 협정을 추진했던 대통령이 사라진 상황,  비서실장 등 양진만 대통령의 측근들은 대통령의 유지를 받들고 싶어하지만 설상가상 북한잠수함의 행방이 묘연한 가운데, 군부와 국정원 등의 실세들은 기존의 '북한 위협론'을 내세우며 선제 공격 등을 불사하며 위기를 증폭시키려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데프콘'을 강요하며 전시 작전권을 들고 나서는 '미국'의 존재는 강력하다. 

국가안전 보장 회의의 긴박한 상황을 견디지 못한 채 화장실로 뛰쳐나와 구토를 하던 사람, 자신은 자격이 없다며 사퇴를 하겠다는 사람, 그런 그에게 양진만 비서실장은 위기의 상황에서 정부의 붕괴를 막는 '시민'의 자격으로 권한 대행의 자리를 지키라고 한다. 모든 일은 자신을 비롯한 기존의 비서실팀이 할테니. 결국 그를 정치 경험 6개월짜리 뭣도 모르는 애송이로 취급하는 건 죽은 대통령의 수족이나, 군부나 미국이나 마찬가지인 셈. 

하지만 '선무당'이 되어버린 박무진은 예의 미국과의 협상 자리에서 본의였는지 의도적인지 모호했던 미국 협상단에게 미세 먼지 패트병을 뒤집어 씌워 국민들의 속을 확 뚫어버렸던 그 '고지식한 방식'으로 북한 잠수함 해프닝을 해결한다. 

정치적 방식에 대해 사직서를 내밀만큼 원칙적이었던 환경학자는 각자의 정치적 입장으로 접근하는 북한 잠수함 사건에 대해 예의 '데이터'에 의거한 추적으로 잠수함의 침몰을 예견하고 딸의 생사를 걱정하는 아버지의 마음으로 북한을 설득한다.

즉 <60일, 지정생존자>는 각자의 정치적 입장을 가지고 격돌하는 청와대, 군부, 미국 등 난립하는 정치 세력들 사이에서 그가 환경부 장관일 때 해왔던 그 '학자적 양심'과 '가족을 사랑하는 가장'의 마음, 그리고 양진만이 부탁했던 '시민'의 입장이라는 '원칙'의 인물 박무진을 드러낸다. 고지식하지만 원칙적인 인물, 위기의 상황에서도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결코 쉽게 포기하지 않는 저력을 가진 캐릭터로서의 '대통령 권한 대행'이 풀어가는 '원칙'의 정치. 권력욕이 없는' 사람이 풀어가는 권력의 이야기, 가장 기본이면서도 막상 현실로 오면   배제되는 그 '원칙'의 이야기를 다시 한번 <60일, 지정생존자>가 끌어들인다. ''
 

 


첫 회 3.383%(닐슨 코리아 케이블 전국 기준), 화제의 미드 리메이크 작으로는 박무진 권한대행만큼 갈 길이 멀다. 첫 방송 cg까지 활용하며 국회 의사당 폭발 사고로 시선몰이가 약했던 것일까? 그도 아니면 박무진이란 캐릭터에 대한 혹은 양진만이라는 대통령의 처지가 이젠 시청자들에게 그리 매력적이지 않았던 것일까? 아니 그것보다는 이미 선점한 <검법남녀> 등의 분전이 컸던 것일까?

하지만 예단은 이르다. 늘어졌던 박무진의 청와대 입성은 이제 대통령 권한 대행이 되어 국가 안전보장회의에서 다리에 쥐가 나도록 북한 잠수함 사건을 해결하는 2회에 들어 한층 현실감있는 이야기로 집중도를 높였다. 과연 애송이 권한대행이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하듯 ,<60일, 지정생존자>가 최근 지지부진한 tvn 드라의 구원투수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by meditator 2019. 7. 3. 04:34

이만하면 성공적이다. 16회 시청률 5.517%, 2018년의 화제작 <라이프 온 마스> 16회 시청률이 5.851%, <손 the guest>가 4,073%였으니 이만하면 올해 상반기 내내 저조했던 ocn의 대표작이라 할만하다. 최근 수작이라 평가받는 <구해줘2>가 최종회 3.56%에, 동시간대 전작들 <트랩>, <프리스트>, <킬잇> 등이 고전한 것에 비하면 월등한 결과물이다. 

하지만 이런 '화제성'과 달리 <보이스3>를 충성스럽게 보아온 시청자들의 반응은 시청률의 수치와 달랐다. 주인공 도강우(이진욱 분)가 죽는 절정의 씬이 담긴 영상에 달린 폭발적인 댓글은 '분노'로 일관한다. 도대체 어떤 결론이길래 시청자들을 분노하게 만든 것일까?

 

 

도강우가 죽어서?
시청자들의 분노는 주인공 도강우가 죽어서 일까? 물론 그런 면이 있다. 그런데 그건 그저 주인공이 죽어서 오는 '새드 엔딩'에 대한 허무함이나 절망감과는 다르다.

도강우 형사는 강권주(이하나 분) 센터장과 함께 <보이스> 시즌2에 이어 시즌 3를 '공조 수사'로 이끌어온 주인공이다. 시즌 1에서 출동팀장을 맡았던 무진혁 팀장이 아들의 치료를 핑계로 미국으로 떠나는 것으로 하차하고 새로이 등장한 도강우 형사. 시즌 1의 무진혁이 사이코패스 살인마에게 아내가 죽임을 당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미친개처럼 사건의 해결에 돌진했었다. 하지만 시즌2의 도강우 형사는 그와 전혀 반대의 입장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손목이 잘려나간채 처참하게 죽임을 당한 후배 형사, 그 형사의 죽음에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등장한 것이다. 

경찰대 출신의 탁월한 수사력을 가졌지만 사회 생활은 제로에 가까운 일명 '또라이 알파고', 그런 그가 이제 파트너 나형준 형사의 살해범으로 의심받고, 특히 그의 형인 나형수 과장은 사사건건 도강우의 발목을 잡는다. 동료들의 의심을 넘어선 적대적인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저돌적으로 다가섰던 도강우, 하지만 싸이코 살인마 방제수를 자꾸만 도강우를 도발한다. 너의 '본성'을 숨기지 말라고, 그와 함께 도강우 뇌의 회로는 자꾸 이상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시작되었던 도강우의 자기 한계에 대한 처절한 사투, 그건 시즌3로 오면서 더욱 극심해 진다. 통증을 넘어서 잠깐인지 며칠인지 기억을 잃는 '블랙 아웃'에 시달리며 도강우는 점점 잃었던 기억을 되살려 내고, 그러면서 자기 자신이 진짜 어린 시절 아버지가 죽였다던 어린 소녀 미호의 살인범일 수도 있다는, 즉 자기 자신이 '사이코패스'일 수도 있다는 '확신'에 다가선다. 

증세가 점점 심해지면서 종종 거울 속 자신의 형체가 일그러져 나타나기 시작하고, 심지어 사건 현장에서 본능적 욕망을 주체하지 못한 채 강권주 센터장의 목을 조르기까지 했던 도강우, 하지만 그는 그런 자신의 본능적 욕망에 줄기차게 거부하며 그를 상대하여 자신과의 처절한 싸움을 벌인다. 그의 집에는 그가 '블랙 아웃'되는 동안 그의 행동을 지켜보는 cctv가 설치되어 있었고, 자신을 제어하기 위해 '자해'도 불사했던 그, <보이스> 시즌2,3는 '닥터 파브르'라는 인간의 신체를 절단하여 거래하는 엽기적인 혐오 범죄 단체와의 전쟁이지만, 또 한편에서 주인공 도강우가 자신의 '사이코패스'적 본능과의 처절한 싸움의 과정이었다. 

 

 

바로 그런 '싸움'의 과정을 지켜봤기에 <보이스> 시즌3의 엔딩에서 도강우 형사가 형 카네키의 목을 그의 살인 도구인 와이어로 죽이고 경찰 특공대의 총에 맞아서 죽게되는 시청자들은 쉬이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오죽하면, 시즌 4를 위해 예비한 쿠키 영상에 등장하여 저격 총을 챙겨든 방제수가 도강우를 저격했다는 의심까지 할까?

즉, 살인마가 되지 않기 위해 그토록 두 시즌을 내내 자신을 학대해왔던 주인공이 퇴장의 즈음에 스스로 그 '살인'을 기꺼이 저질렀다는 점에서, 더구나 그 '살인'의 대상이 그의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은 이유로 사이코패스적 성향이 극대화된 그의 형이라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두 시즌 내내 자신의 성향에 저항했던 그 사투가 단 한번의 미소도 없이, 살인마와의 사투가 아니라, 동료들의 총격에 의한 '죽음'으로 허무하게 막을 내리게 되었다는 점에서, 그를 응원하며 지켜보았던 시청자들에게는 허무를 넘어선 황망함과, 더불어 어떻게 관리하는가에 따라 그 우물이 탁해질 수도, 깨끗해질 수도 있다는 강우 아버지의 '우물론'으로 대변되는  <보이스>시즌2,3가 끌고왔던하나의 주제 의식의 붕괴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즉 지금까지 다수의 장르물이 사이코패스를 결정론적으로 다루었던 것과 달리 도강우 캐릭터는 자신의 그런 본성에 대한 절박한 싸움을 통해 다른 접근을 시도한 것이다. 

물론 작가는 짧은 순간이나마 도강우의 유언을 통해 그 죽음의 개연성을 설득하고자 한다. 점점 심해지는 자신의 이상 증상, 그래서 강우는 '형같은 괴물로 살 바에는 차라리 죽겠'다고 한다. 그런데  '스스로에게만 인간이면, 되는 방식으로 '괴물로 죽고 사람들이 날 잊으면 된'다며 특공대의 총구에 자신을 내민다. 하지만 마지막 회 시간에 쫓기는 듯한 강우의 죽음은 작가가 원하는 개연성의 설득 대신, 단 한번도 행복을 얻지 못한 채 쓸쓸하게 자신을 던진 주인공의 허무한 개죽음으로 다가온다는데서 제작진과 시청자의 동상이몽으로 결론을 맺게 되는 것이다. 

어설픈 설정이 낳은 허무한 엔딩 
그리고 이건 시즌3 내내 되풀이 되었던 <보이스>의 어설픈 상황 설정으로 부터 기인한 바가 크다. 우스개 소리로 매회 한 번 이상씩 이해하고 봐주려고 해도 어거지로 만든 상황이 범죄적 상황을 도발해 왔던 것이 <보이스>의 관행 아닌 관행이었다. 

16회, 살인마 카네키와 강권주 센터장이 대치한다. 두 사람 다 총을 소지하고 있는 상황, 카네키는 자신의 발밑에 총을 맞고 신음하고 있는 박형사를 볼모로 강센터장이 총을 내려놓으라 협박한다. 그런 협박을 받기 전에 먼저 강센터장이 자신의 총으로 카네키를 쐈다면? 물론 드라마가 더 이어져야 하기 때문에 강센터장은 순순히 총을 내려놓으며 볼모가 된다. 

이런 식이다. 앞서 카네키가 죽인 부인에 대한 유력한 증거를 가지고 온 일본의 모델을 보호하고자 온 강센터와 도강우 팀장, 하지만 카네키에게 배달되어온 폭발물을 조사한답시고, 보호해야 할 증인인 일본인 모델을 홀로 옆방으로 보낸다. 왜냐하면 그녀 혼자 그 방에 들어가 살인을 당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식의 어거지 설정은 거의 매회다시피 <보이스>에서 등장했고, 마지막 도강우의 죽음 상황에서도 강권주를 구하기 위한 카네키와의 사투 과정에서 우발적인 죽음이 아니라, 뜻밖에도 경찰 특공대가 그의 머리를 정조준하여 쏘아 죽이는 말도 안되는 죽음의 상황을 맞이하도록 만든 것이다. 

<보이스>는 어떤 드라마? 
또한 결국 주인공을 죽이기 위한 어거지 설정으로 이어진 작위적 설정에 이어 <보이스> 애청자들이 시즌 내내 가장 안타까워했던 것은 바로 <보이스>라는 시리즈 본류의 정체성이다. 

도강우라는 사이코패스 적 성향을 지니면서 그와 싸우는 캐릭터가 주인공으로 되면서 그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드라마의 주된 서사적 고리였다. 그리고 그 고리는 그의 형이 시즌3 최종 빌런으로 등장하면서 당연히 그토록 외쳤던 '코우스케'의 악연의 고리를 풀어내는 것이 주요한 내용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문제는 그 과정에서 시즌 3를 화려하게 열었던 일본 료칸 사건에서 보여진 남들과 다른 탁월한 듣는 능력을 가진 강권주 센터장을 비롯한 골든 타임팀과 동물적 수사력을 가진 도강우 형사의 '공조 수사'라는 <보이스> 본연의 설정이 취약해 졌다는 것이다. 시즌2의 마지막 회 사고로 인해서 얻은 청력의 상실 때문이라기엔 강권주 센터장의 존재감이 이전 시전에 비해 한결 위축되었다.

뿐만 아니라 시즌2에 이어, 시즌 3에서 활약한 나홍수 과장의 경우, 시즌2에서는 내내 강우를 미워만 하다, 시즌3에서는 내내 강우를 안타까워하다 희생되면서 이렇다할 활약을 보이지 못하는 등 출연진들의 비중과 활약이라는 면에서도 아쉬운 점을 남긴다. 그만이 아니다.  의혹은 많지만 차마 해결할 시간이 없었는지 '의심'으로만 남긴 설정들은 다음 시즌을 위한 것일까? 

그럼에도 16회 엔딩, 의사는 강권주 센터장의 귀가 이전처럼 회복되어 가는 기쁜 소식을 전했다. '소머즈' 저리 가라 할 만큼의 남들과 다른 청력을 가진 강권주 센터장과 골든 타임팀의 공조 수사는 시즌2, 3의 결말을 허무하게 만들었음에도 여전히 매력적인 설정이다. 심지어 쿠키 영상으로 시즌2의 빌런 방제수의 건재함을 보였으니 안타까운 와중에서도 시즌4에 대한 기대를 하게되니 이 정도면 마력의 <보이스>라 할까? 하지만 부디 다음 시즌으로 돌아온다면 제발 개연성있고 짜임새 있는 서사와 사건으로 돌아오시길. 

by meditator 2019. 7. 1. 15:04

마을도 수몰되고, 마을 사람들도 수몰되었다,  '사이비'에.  댐 건설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반목하던 주민들, 그들을 '통일'시킨 건 뜻밖에도 종교였다. 마을 청년 병률의 집에 나타나 법에 무지한 마을 사람들을 '현혹'시키며 마을에 '신앙공동체'의 터를 일구었던 최장로, 최경석(천호진 분), 그가 내세운 성철우 목사(김영민 분)는 '안수 기도'로 기적을 행했고 그 기적에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의 주머니를 털었다. 수몰 예정 지구로 지정되어 받은 보상금을. '천국'으로 향하는 신앙공동체를 일굴것이라던 그들의 기대는 최경석이 숨겨놓은 돈가방 속으로 들어갔고, 자신의 기적이 한낱 사기꾼의 '협잡'에 불과했다는 걸 깨닫게 되고 폭주한 성목사는 최경석의 눈앞에서 그 '돈'을 태웠다. 교회와 함께, 그리고 자기 자신도. 뒤늦게 나타난 월추리 사람들 교회와 함께 불타오르는 자신의 전재산 앞에 발을 동동구르며 자신을 '사이비'로 부추긴 동네 주민들의 멱살을 잡고 난리를 치지만 이미 모든 것은 화염이 휩쓸어 가버린 뒤였다. 그렇게 '사이비'에 현혹된 주민들은 모든 것을 잃었다. 

 

 

사이비에 현혹되어 죽음 보다도 더한 대가를 치룬 사람들
  '사이비 종교 집단'을 전면에 내세운 <구해줘 1>과 달리 지난 5월 8일 첫 방송을 시작한 <구해줘 2>는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이 만든 에니메이션 <사이비>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사이비>는 이미 2014 한국 평론가 협회를 비롯하여 해외 유수 영화제에 초청 및 2015 쟈그레브 국제 에니메이션 영화제에서 수상을 하며 소름끼치는 명작으로 회자된 작품이었다.

16부작의 드라마로 돌아온 100여분 남짓의 에니메이션, 그 달라진 서사의 구비를 위해 서주연 작가와 <도어락>의 이권 연출은 평범한 사람들의 동네 '월추리'를 배경으로 '사이비'에 빠져드는 사람들의 과정에 방점을 찍는다. 덕분에 드라마가 중반을 지나서는 13,4회차에 이르기까지 드라마는 순진했던 사람들이 어떻게 '사이비'의 맹신도가 되어가는가를 설득하기 위해 이른바 성목사를 앞세운 최장로에 사람들이 넘어가는 과정을 너무도 실감나게 그려내는 '고구마'의 전개로 시청자들의 한숨을 자아내게 했다. 

그리고 16회, 초반 10분만에 '신앙 공동체'를 일구자며 마을 사람들이 힘을 모아 세운 교회도, 그 교회를 만드는데 앞장선 최장로도, 성목사도 죽어갔다. 그리고 그 앞에서 아비규환에 빠진 마을 사람들, 드라마는 16부의 시간을 이끌어온 주인공들인 '사이비'에 현혹된 사람들이 받은 '현실의 벌'로 마무리된다. 

 

 

3년후 파출소장이 신고를 받고 찾아간 집에서 붕어(우현 분)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된다. 그리고 그의 장례식을 계기로 파출소장이 찾아나선 월추리 사람들, 마을에서 그래도 대우받던 이장은 이제 그가 용돈을 주던 딸한테 용돈을 받아 술을 사마시는 처지가 되었다. 그 마저도 자신이 준 돈으로 술을 사마시면 이젠 용돈도 없다는 악다구니를 들으며. 그런 그를 견디지 못한 아내는 집을 나갔다.  양계장은 이제 닭을 키우는 대신 주인의 지청구를 들으며 빚을 갚기 위해 치킨 배달 오토바이를 몬다. 그 밝았던 대구댁은 얼굴에 갈짓자를 그린 채 이제 식당에서 일한다. 한 마을에서 동고동락했지만 그들은 붕어의 장례식에 가지 않는다. 아니 갈 수가 없다. 보상금을 날려먹은 자신의 처지에 어디, 보상금은 물론 빚마저 진 처지에 어디 남의 장례식이나 다닐 깜냥이 아니라, 아니 어쩌면 살아있지만 '사이비'에 빠진 처절한 대가를 치루며 사는 자신들의 처지가 붕어와 다를 바 없다 여겨져서일 지도. 
그렇게 드라마는 '사이비', 그 결과물을 참혹하게 그려내며 시즌 2를 마무리한다. 

아니 어쩌면 <구해줘2>는 종교의 그릇에 담겨있지만, 평범한 사람들이 세상의 '사이비'같은 신념에 호도되어 자신을 어떻게 망가뜨려가는지이 꼽 월추리 사람들만큼의 사연으로 그려내었다. 그래서, 종교였을 뿐이지, 그것이 '도'였든, 혹은 또 다른 신념이었든 지금 이 순간에도 어느 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확증 편향'에 의거 저렇게 자신을 늪으로 스스로 걸어들어가게 만들 것이라는 섬뜩한 경고음을 울린다.

<구해줘2>를 빛낸 배우들 

목사; 뭐 찾으시냐고?
장로; 보면 몰라 김민철이 이 새끼가 이래놓고 갔잖아
목사; 상관없는데? 내일 신앙공동체하고 교회 자리 새로 알아볼껀데?
장로; 너냐? 너가 내 돈 갖고 갔냐? 내 보상금 니가 갖고 갔냐고?
목사; (웃음)
장로; 이 새끼 봐라? 얼굴은 순진하게하고서 이 새끼가 내 돈을 갖고 튀어? 이 새끼가 하자있는 새낀줄 알았는데 이 정도인 줄 몰랐네? 너 미쳤지?
목사; 미친 건 너지? 그러니까 지선이 애비로 나를 협박했겠지. 아니 내가 그런 걸로 겁먹을 줄 알았어?
장로; 그 새끼도? 니가 죽였어?
목사; 으으으으응
장로; 나 이새끼가 주 아버지 믿는 새끼가 살인을 하네? 와 이 새끼 완전 쓰레기네? 이거
목사; 쓰레기는 너지? 그 자식은 심판 받았거든

 

 

15회, 드디어 서로의 존재를 알고 교회에서 마주친 최장로와 성목사, 두 사람이 서로를 쓰레기라 비아냥거리고 이기죽거리는 이 장면이야말로, <구해줘2>에서 가장 빛나는 씬이다. 사이비의 산을 넘어 스스로를 늪에 빠뜨린 월추리 사람들의 서사가 씨실이었다면 그 씨실 위에 '사이비'의 그림을 그려내며 드라마의 가속을 붙여낸 건 바로 '사이비'의 주범 최장로와 종범 성목사였다. 

점잖은 법대 교수로 등장하여 대번에 협잡꾼으로 얼굴을 바꾸며 천연덕스럽게 월추리 주민들과 목사를 눙치고 등쳐먹는 사기꾼 최경석, 이미 2018년 <황금빛 내 인생>으로 kbs 연기 대상을 거머쥐며 '연기'에 있어서는 수식어가 필요없는 배우 천호진임에도 새삼 그를 '갓호진'으로 연호하게 만들었던 사기꾼 최경석의 캐릭터는 16부작 <구해줘2>의 결정적인 동력이다. 

그런 천호진이 분한 최경석이 주동력으로 <구해줘 2>를 이끌어 가는 가운데, 원작에서 딸과 아내를 학대하는 나쁜 아버지의 캐릭터가 드라마로 오며 나쁜 오빠로 변화된 캐릭터를 맡은 김민철 역의 엄태구는 <구해줘2>의 또 다른 동력이 되었다. 이미 < 밀정>< 택시 운전사>를 통해 단 몇 씬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던 조연 연기자였던 엄태구는 이제 명실상부 주연 배우로서 드라마을 이끌어 내는데 손색이 없는 존재로 자신을 드러냈다. 동생마저 한번도 오빠라 부르지 않았던, 운이 나빴지만 그 나쁜 운을 자신의 악다구니로 더 나쁜 사람이 되어 버텼던 김민철에 대한 연민은 전적으로 엄태구 배우의 몫이다. 

하지만 정작 <구해줘2>를 통해 가장 돋보인 배우를 꼽으라면 성목사 역의 김영민 배우가 아닐까?  이미 연극계에서는 내노라하는 배우인 그가, <나의 아저씨>에서 남의 아내를 옅보는 찌질한 갑 도준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하더니 이제 스스로 자신의 기적에 함몰되어 파멸의 길을 걷는 확신범 성철우로 만개했다. 

물론 천호진, 엄태구, 김영민만이 아니다. 결국 안수 기도에도 불구하고 폐암으로 죽어간 아내의 시신 곁에서 하늘나라로 떠난 아내가 행복할 것이라며 기도를 올리는 칠성 아재의 소름 끼치는 기도 연기는 원작에서 김민철 대신 사이비의 동굴에 갇힌 인물로 엔딩을 장식한다. 그렇게 <구해줘2>는 주연 배우들과 함께 조연 배우들 전체가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저마다의 사이비의 역사를 열연해 내며, 작품도 좋고, 연기는 더 좋았던 2019년의 명작으로 <구해줘2>를 기억하도록 만든다.  

by meditator 2019. 6. 28. 1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