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드라마계의 전설이 된 <응답하라> 시리즈, 그 신드롬의 시작은 <응답하라 1997>이었다. 1970년대에 태어나 90년대에 대학을 다닌 세대, 서태지의 '교실 이데아'에 열광했지만 정작 그들 자신은 첫 수능을 치른 우리나라 교육 제도의 희생양이 된 세대, 군대 가기 전에 카세트 테이프를 듣다가 제대를 하니 MP3를 듣는 세상을 만난 세대, 바로 X세대이다.

 

 

도무지 어디로 튈 지를 몰라서 정의내릴 수 없다고 했던 당돌한 아이들, 87년 6월 항쟁과 88 올림픽을 경과하며 한층 자유로워지고 한결 풍요로워진 한국 사회 속에서 스타를 향한 팬덤 문화와 소비적 열풍에 앞장 서며 '문화 자본주의'를 만끽했던 세대 대 그 '자유'로웠던 젊은이들이 어느덧 마흔 줄의 '어른'이 되었다. 그런데 이 '어른'이 된 X세대의 처지가 난처하다. 한때는 어디로 튈 지 모를다는 당돌한 세대였던 이들이 이제 '윗분'들이라는 보수를 자처하는 세대와, '자신'들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자기'를 내세우는 '아랫것들' 사이에 끼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6월 23일 SBS스페셜은 '지금까지 이런 다큐는 없었다'며 1800 직장인을 위로하는 초밀착 리얼 오피스 스토리, <마흔 팀장님은 왜 그럴까>를 통해 어느덧 사회의 중견이 되어버린 X세대의 고충을 다룬다. 

낀세대 팀장님의 고뇌는?
44살 이현승씨는 가구 회사의 디자인 팀장이다. 아침부터 시작된 전무님의 호출, 백화점 매장 중심으로 상품을 판매하던 회사는 최근 2030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신규 브랜드를 런칭했다. 이제 2달 하지만 생각만큼 오르지 않는 매출로 인해 윗선에서 불만이 '하달'되었다. 하지만 이 팀장의 고뇌는 이제부터가 더 큰 산이다. 기성 세대의 관점에서 '매출이 곧 회사의 인격'이라며 '매출' 중심으로 요구된 사항을 팀원들에게 설득할 일에 이 팀장은 한숨이 절로 나온다. 

'매출'을 놓고 세대간 다른 의견, 그 사이에 낀 이 팀장은 윗선의 의견을 젊은 팀원들에게 설득력있게 전달해야 하고, 아랫 세대의 주장 또한 완곡하게 전달해야 하는 '동시 통역'에 많은 시간을 보내는 처지이다. 피하지 못하면 즐겨라가 이 팀장까지의 세대가 일을 대하는 시각이었다면, 요즘 젊은 세대들은 피하지 못할 일이 오며 그만둬 버리니 그 세대간 달라진 입장 사이에서 낀 세대 팀장은 이쪽 설득하랴, 저쪽 의견 전달하랴 고충이 많다. 그러다 퇴근하고 돌아가면 나는 누가 위로해 주지 라며 외로움을 느낀다. 

 

 

또 다른 40대, 온라인 영업 팀장인 이규훈 팀장은 아침 일찍 출근하여 하루의 업무를 시작한다. 그보다 늦게 온 팀원, 팀장은 팀원이 일찍 오고 싶을 거라 하지만 , 정작 팀원의 생각은 다르다. 그렇게 출근 시간도 되기 전에 일찍 나와 업무를 시작하는 팀장님이 멋지고 존경스럽지만 왜 이런 것까지 하나 라는 생각까지 들기도 한다니. 말 그대로 한 회사 서로 다른 '동상이몽'이다. 

첨단의 IT를 기반으로 한 회사라고 다르지 않다. 수평 문화를 내세우는 배달앱 회사는 직제를 없애고 모두 '~님'으로 호칭을 통일했다. 40대 팀장급의 김성회 씨도, 김성회 님이요, 부사장인 박기웅 씨도 박기웅 님이다. 하지만 수평적 호칭에 사내 수평적 문화는 생각보다 여의치 않다. 회사 한쪽에 나란히 앉은 김성회 님과 박기웅님, 두 사람 사이에 비어있는 한 자리처럼 두 사람 사이의 '여백'보다 더 큰 '여백'이 젊은 사원들과의 사이에 놓여 있다. 

밀레니얼 세대가 버거운 X세대 
1970년대에 태어나 90년대의 자유분방한 학창 시절을 보낸 이른바 X세대들이 어느덧 사회의 중견 세대가 되었다. 마흔 줄의 '팀장' 급이 된 세대,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했던 그들은 사회에 나와 직장 생활을 하며 '나중에 저 선배처럼 되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을 뼈저리게 하며 지내왔다. 그래서 '꼰대 상사'가 되고 싶지 않다는 맘이 강하다. 그래서 '아랫 사람' 눈치도 많이 본다. 하지만,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망이 쉽지 않다.  '꼰대'와 '선배' 사이의 고뇌가 오늘도 그들의 주름을 한 겹 더한다. 

이렇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X세대 팀장님들을 좌절시키는 세대는 이른바 '밀에니엄 세대'이다. 198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하여 자라면서 글로벌 금융 위기를 보고 자란 세대들, 그들은 조직에 헌신적인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다. 야근이 곧 애사심의 표현이라는 것 더더욱 이해하지 못한다.

물론 야근을 할 수도 있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남아서 좀 더 하고 갈 수도 있다. 하지만 윗선의 지시로 억지로 해야 하는 야근은 그저 시간을 때우는 것일 뿐이라며 단호하다. 미티에서 전달되는 윗선의 지시에 자신의 시간을 내어주는 문제에 대해서는 일단 팔짱을 끼고 그게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지 셈해볼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밀레니엄 세대'를 보면서 팀장님들은 왜  저 정도도 안할까 속이 탄다. 

 

 

이 두 세대 사이의 건널 수 없는 간극의 가장 큰 요인은 바로 '직장에 대한 소속감'이다. 평생 직장이 없어진 시절을 맞이한 밀레니엄 세대에게 선배 직장인들이 몸바쳐 직장에 헌신하는 자세가 받아들여 질리 없다. 외려 나만의 경계를, 나만의 시간을 회사가 침범하는 게 달갑지 않다. 일과 삶의 균형을 조율하며 살아가고 싶은 세대의 취향을 존중해 주길 바란다. 

'소속감'과 함께 달라진 문화의 간극도 크다. '술 잘 마시는 사람이 일 잘 하는 사람'이라는 윗 세대의 사고방식은 '언감생심'이다. 점심 시간에 같이 식사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화합'을 위해 시작된 자리가 대부분은 결국 '근황 토크'의 딱딱한 자리로 변모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소통'을 내세운 대화가 결국은 선배의 '나 때는 이러지 않았다.', 혹은 '나는 이렇게 했다'는 식의 훈계조의 이야기로 쏟아부어지고 후배는 듣고 있게만 된다. 

프랜차이즈 식당업체 새로운 메뉴 개발을 두고 세대간 간극은 다시 한번 확인된다. 막걸리 위에 생크림이 웬말이냐는 기성 세대의 반응과 달리, '비쥬얼'을 중시하며 SNS인증샷을 우선하는 젊은 세대에겐 '대박 아이템'이 되었다. 이렇게 '맛'도 중요하지만 '그럴듯해 보이는 것'도 중요하다는 젊은 세대의 달라진 입맛, 나아가 가치관에 결국 한때 X세대였던 40대 중견 간부들은 그 '변화의 속도'를 버거워 한다. 과연 그 '변화의 속도'를 달라진 세상을 제대로 따라내고 있는가 라는 번민도 깊어진다. 그럼에도 달라지는 세상, 그 방향을 놓치지 않기 위해 오늘도 '낀 세대'로서 고군분투한다.

지금까지 이런 다큐는 없었다며 야심차게 40대 팀장 세대와 밀레니얼 세대간의 '전쟁'과도 같은 조직 갈등을 다룬 <SBS스페셜> 초밀착 리얼 오피스 스토리를 내세운 만큼 생생한 '조직'내의 목소리들이 전달되었다. 한국이라는 한 사회, 한 회사에 몸담고 있지만 그저 나이가 달라서가 아니라, 서로 다른 사회적 성장 배경과, 서로 다른 경제적 환경을 살아가는 '사회적 존재'로서 빚어지는 갈등에 대해 다큐는 생생한 사례를 바탕으로 '세대 갈등'을 그려내고자 한다. 무엇보다 이제는 기성 세대가 되어가는 586 세대와 그런 기성 세대와는 다른 사회 경제적 환경으로 인해 한층 개인주의화되고 보수적인 시각을 가진 젊은 세대의 전선에 더해, 그 사이에 끼인 한때 X세대였던 40대 중견 세대를 부각시키고자 한 점은 신선한 시도이다. 

by meditator 2019. 6. 25. 04:41

'아이구 죽겠다', 우리에게는 일상화된 하소연이다. 하지만 저 '빈 말'이 진짜가 되는 순간이 다가온다면. 6월 17일 <mbc스페셜> 지난 3월 9일 고인이 된 송영균 씨의 '죽어가는' 모습을 담았다. 

 

 

1987년생 송영균, 스물 여덟이 되던 해, 화장실에서 피를 쏟았다. 자고 일어나니 침대가 온통 피범벅이 되었다. 대장암 4기.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공익 인권 변호사를 꿈꾸며 로스쿨에 입학한 지 3개월만의 일이었다. 

스물 여덟의 대장암, 그리고 4년 
대장암입니다. 정액을 보관해야합니다. 불임이 될 수도 있어요. 성기능을 잃을 것 같습니다. 간에도 전이가 되었네요. 무려 열 개의 종양이 있어요. 이런 선고가 매일 내려졌다고 한다. 직장을 자르고, 간에서 폐로 전이된 종양을 제거하기 위해 다섯 번째 수술을 했다. 그렇게 4년 여가 흐르고 이제 그는 더 이상 항암 치료를 받지 않는다. 두 세달에 한번씩 찾는 병원, 이번에도 어김없이 골반이 아프더니 종양이 자랐다. 암수치도 올랐다. 수술을 거듭하면서도 다녔던 로스쿨이 이제 한 학기가 남았다. 거의 다 끝났다 싶었는데 못끝낼 것 같다. 

이렇게 증상과 상황을 나열하면 송영균씨는 그저 말기암 환자일 뿐이다. 하지만, 송영균 씨는 말한다. 그렇게 사는 것도 삶이고, 삶은 그렇게 이어지고 있다고. 다큐는 인생의 마지막 길을 최선을 다해 뚜벅뚜벅 걸어가고자 하는 송영균 씨의 일상을 지켜보는 제작진의 시선, 그리고 그와 함께 송영균 씨 자신의 셀프 카메라가 맞물리면서 진행된다. 

 

 

암으로 인해 자신이 꿈꿨던 로스쿨 이후의 삶을 실현할 수 없게 되면서 송영균 씨는 고민했다. 죽을 때까지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삶을 만끼하는 사람들은 미처 생각지못한 고민, 아니 사실 결국은 누구나 같은 종착지이지만 먼 미래일 거라는 섣부른 예단으로 인해 하지 않는 고민, 하지만 송영균 씨에겐 절박한 과제, 책을 좋아하고 그래서 많은 책을 섭렵했는 그는 사람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일은 할 수 있겠다 생각했다. 그래서 만들어진 '철학, 죽을 때가지 읽기'

단 한 글자도 안 읽어도 책을 읽은 거 같을 수 있도록 10p의 책 소개를 10시간 넘게 작성했다. 하지만 그는 나와주는 사람들이 고맙다고 한다. 그 사람들에게 필요한 걸 알려줄 수 있어서, 자신이 쓸모없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시켜줘서. 그렇게 송영균씨는 삶의 끄트머리에서도 살아갈 이유를 스스로 찾아냈다. 점점 더 악화되는 상황, 몸이 그 지경인데 뭔 독서모임이냐고 어머니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의 걱정이 커져갔다. 하지만 송영균씨는 호흡이 가빠지면서도 자신의 집에서 모임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먼 미래는 없어도 누군가에게 필요한 책을 일어준만큼 마음이 편안해지고 기쁘다고 한다. 

 

 

잘 살았다고 수고했다고 축하받고 싶어요 
그러나 암은 늘 그를 이겼다. 그가 건강해지고 싶은데, 암이 건강해져 가고 커져만 갔다. 그의 몸의 주요한 부분을 정복해 버렸다. 더는 자신의 힘으로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한 송영균씨는 이제 죽음을 준비한다. 

아무 생각없이 의도없이 찍었던 사진이 죽음의 자리에서 덩그러니 올려져 있는 것이 싫어 친지와 함께 영정 사진을 찍기 위해 어릴 적 동네를 찾았다. 일상의 한 장면처럼 찍겠다는 포토그래퍼의 의도에 그는 늘 그랬듯이 환하게 웃는다. 

그가 31개월 되던 해 교통 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무덤을 찾아 자신의 짧은 삶을 회고한다. 아버지가 없어 가난하고 힘들었던 시간, 항상 아르바이트를 해야했고, 어머니를 도와야 했던, 억울하다고 생각했던, 하지만 이제 죽어가면서 두고갈 가족을 생각하며 마음이 무거웠을 아버지를 생각하며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거둔다. 

그리고 10년 동안 가게 문 한번 안닫고 치열하게 시장에서 장사를 하시던 어머니와 함께 여행을 떠난다. 구두까지 챙겨신고 한껏 멋을 부린 영균씨, 어머니의 사진 속에, 기억 속에 멋들어지게 뿌듯한 아들로 기억되기를 바라며. 

그리고 한껏 챙겨입은 정장으로 손수 음식을 해서 마지막 파티를 준비한다. 2018년 연말, '영균이 드리는 저녁 한 끼', 사랑했던 사람들, 그가 자신의 투병기를 올렸던 sns의 친구들과 함께, 이제는 더는 할 수 없을 한 끼를 자신에 대한 좋은 기억을 담아가도록 하기 위해 마련한다. 2018 '영균 어워드'라는 갖가지 기지 넘치는 상들의 수상과 함께.

숨쉬기가 힘들어 쎅쎅거리면서도 이어갔던 독서 모임, 입원의 권유에도 휴대용 산소 마스크로 버틴 나날들, 하지만 결국 119가 왔다. 3월 9일 4년 9개월 동안 그를 괴롭히던 암으로 부터 송영균 씨는 자유로워졌다. 자신이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을 주도적으로 결정하기 위해 '적극적인 안락사'를 고민했던 영균씨, 우리의 실정으로 인해 대신, 그는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거부하겠습니다'라는 서명으로 대신했다.

 

 

암과의 전쟁에서는 비록 암이 승리를 거두었는지 모르겠지만 자신의 삶에서 끝내 포기하거나 주저앉지 않았던 사람, 송영균 씨는 그저 말기암 환자가 아니라, 삶의 끝에서 '잘 죽어갔던( well dying)'  선구자로 오래오래 귀감이 될 것이다.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그가 바라던 대로 꽃피는 화려한 봄날 그의 추도식을 마련했다. 그가 좋아하던 와인잔을 들고 , 그에 대한 기억을 나누고, 그가 쓴 글을 읽으며 모두가 입을 모아 말한다. 수고했어, 영균 !

마지막 셀프 카메라에서 송영균 씨는 말한다. '너무 슬픈 일이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전 참 열심히 살았어요. 최선을 다했어요. 되돌아 보니 즐거웠던 일도 많았네요. 잘 살았다고 수고했다고 축하받고 싶어요'

고령화, 가족 해체와 맞물려 최근 서구 사회를 중심으로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서의 자기 주도성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른바 웰 다잉(well dying), 지난 2009년 대법원에서 인정한 '존엄사' 등 우리 사회에서도 이와 관련된 다양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mbc스페셜이 마련한 송영균의 씨의 '웰 다잉'(well dying)은 의료적 존엄사를 넘어 삶의 한 과정으로서 죽음에 이르는 시간에 대한 자기 주도성을 부각시킨 문제적 작품이다. 

by meditator 2019. 6. 18. 05:22

보좌관? 보안관도 아니고, 익숙한 직명인데, 드라마의 제목이 되니 낯설다.  아마도 그건 그 직명이 늘  ㅇㅇㅇ 의원의 보좌관처럼 그 누군가의 종속 변수로 자리 매김되었던 존재이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그렇게 누군가의 부분으로, 혹은 누군가의 그림자로 있는 듯 없는 듯 여겨졌던 '보좌관'이 수식어를 떼고 '주인공'이 되어 돌아왔다. 6월 14일부터 방영한 jtbc의 <보좌관> 10부작이다. 

 

 

<라이프 온 마스> 이대길 작가의 진검승부 
tvn의 <싸우자 귀신아>에 이어 원작 영드를 앞섰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는 ocn의 <라이프 온 마스>의 이대일 작가와 <추노> 로 사극 액션 드라마의 한 획을 긋고, <동네의 영웅>, <미스 함부라비> 등을 통해 신선한 소재의 사회비판적 시각을 가진 연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곽정환 피디의 만남, 이미 그 자체만으로도 <보좌관>은 기대작이다. 거기에 모처럼 드라마로 돌아온 이정재가 야심만만한 보좌관 장태준으로 중심을 잡고, 김갑수, 김홍파, 정진영, 정웅인  등 다양한 색채의 조연진들이 포진되었다. 이 정도면 '금상첨화'라 할 만하다. 

그럼에도 과연 번안극이었던 <라이프 온 마스>의 이대일 작가가 새로운 장르라 할 수 있는 국회의원 보좌관을 중심으로 하여 풀어낸 '정치' 이야기를 제대로 써낼 수 있을까라는 우려가 우선됐다. 하지만 1회, 차기 총선 공천 유력주자로 물망에 오르는 유능한 보좌관 장태준을 통해 여당 대표 자리를 놓고 벌이는 두 의원 송희섭(김갑수 분)과 조갑영(김홍파 분)의 총성없는 전쟁을 엎치락 뒤치락 긴장감넘치게 풀어내며, 역시 드라마는 '작가 놀음'이라는 정의를 증명해 낸다. 

 

 

보좌관이 된 장태준 
정치 지망생이었던 아버지, 하지만 아버지의 꿈은 집안을 기울게 만들었을 뿐이다. 짐만 될 뿐인 가족,  그저 믿을 거라곤 자신의 머리, 그래서 들어간 경찰대, 하지만 현장에서 마주한 '권력'과 '불의'에 장태준은 다른 길을 선택한다. 그렇게 시작된 초선 의원 이성민(정진영 분)의 보좌관 생활, 그러나 정의로우나 욕심이 없는 무소속 초선 의원의 보좌관 처지는 높은 야심을 가진 장태준이 뛰어놀기엔 너무 좁은 어항이었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다음 정착지는 대한당 4선 의원 송희섭, <보좌관> 1회는 그렇게 장태준이란 말을 타고 대표 자리를 향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달리는 송-장 파트너쉽의 묘수를 보여준다. 

하지만, 말이 파트너지, 얼굴 마담은 송희섭이지만, 그 뒤의 모든 일은 장태준의 것이다. 야당 대표 자리를 장태준으로 인해 송희섭에게 넘긴 조갑영은 국정감사를 통해 다시 한번 '공격'을 준비한다. 준비가 무색하게 파행된 국감 현장, 그러나 '불가능한 것을 손에 넣으려면 불가능한 것을 해야' 한다는 장태준답게 기지로 송희섭을 파업 현장으로 밀어넣고, 그걸 빌리로 파행된 국감을 재개시킨다. 그렇게 다시 한번 유능한 보좌관 장태준의 면모를 증명하며 <보좌관>의 서막은 마무리된다. 

 

  ​​​​​​​

전문직 드라마로서의 <보좌관>
무엇보다 <보좌관>의 매력은 드라마에서 그동안 늘 '조역'의 자리에 머물렀던 보좌관이란 직무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이다. 정치의 주역 국회의원, 국감의 현장 그 뒤편에서 국회의원 300명 그 뒤에 포진한 2700명 보좌관들의 일하는 모습을 조망하며 누가 움직이나, 누가 일을 하는가라는 '전문직으로서의 보좌관'의 모습을 드라마는 박진감넘치면서도 실감나게 그려내며 새로운 전문 분야를 설득해 낸다. 

또한 이런 전면에 내세운 보좌관이란 신선한 주역을 중심으로 풀어내는 흥미진진한 캐릭터들의 향연이 <보좌관>의 진짜 볼 거리이다. 몰락한 집안 자신의 머리 하나를 믿고 경찰대에 이어 보좌관이 된 장태준이란 입지전적 인물의 정의와 부도덕을 오가는 갈등은 그간 '선'이거나, '악'이거나 정형화된 캐릭터에 싫증난 드라마 팬들의 환호를 불러올 만 하다. 

어디 그뿐인가, 오래 활동했음에도 이렇다 할 만한 것이 없던 배우 신민아에게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자신을 발탁한 조갑영에게 물 먹이는 일쯤이야 얼마든지 라는 대한당 비례 대표 초선 의원인 변호사 강선영는 아마도 두고두고 기억될 대표 캐릭터가 아닐까. 강선영만이 아니다. 전직 언론인 출신의 코피 쯤이야 다시 닦고 일하면 그뿐이라는 윤혜원(이엘리야 분)에서, 신참 인턴 강도경(김동준 분)에, 동료인지 적군인지, 아군인지 선을 오가는 오원식(정웅인 분), 고석만(임원희 분), 김형도 (이철민 분) 등의 보좌관 캐릭터에, 언제든 말을 갈아탈 준비가 되어 있는 송희섭과 조갑영 등 노회한 정치꾼들의 모습은 화룡점정이 되어 현실 정치의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미드처럼 10부작으로 종결되는 <보좌관>은 시즌제를 예고하고 있다.  1회, 4.375, 2회, 4.545 시청률 상승세는 물론, 시청자들의 호의적 반응으로 볼 때 시즌제를 선언한 드라마의 미래가 밝다. 현장의 정치를 현실에서 일하는 자들의 모습을 통해 그려내고자 하는 <보좌관>, 이 새로운 시도가 침체기에 빠져들고 있는 한국 드라마의 활력소가 되길 바래본다. 

by meditator 2019. 6. 16. 16:16

평사원의 94.9%, 주임, 대리급은 98%, 과장급 89.7%, 우리 사회 직장인들의 평균 95%가 '번아웃 증후군'을 경험한다고 한다. '타버리다, 소진하다'는 뜻의 번아웃 증후군은 일에 몰두하는 사람이 마치 에너지가 방전된 것처럼 갑자기 무기력해지는 증상을 나타내는 심리학적 용어로 2019년 세계 보건기구는 '번아웃 증후군'을 '만성적인 직장 스트레스'로 정의내렸다. 

6월 3,4일에 걸쳐 2부작으로 방영된  ebs 다큐 프라임은 만연해 가는 번아웃 증후군에 대처하는 방법을 다양하게 모색해 본다. 바로 <휴식의 기술>이다. 

 

 
당신은 일이 아니다 -번아웃 사회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일하던 알렉스 수정 킴밤은 일주일에 50~60시간씩을 일하다 번아웃에 이르렀다. 일하는 시간이 많기도 했지만, 업무와 관련 해도 해도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미처 다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늘 시달렸다. 무한 경쟁 사회 자신이 맡은 일에 있어서, 그리고 고객을 응대함에 있어 최선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언제든 누군가 그 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는 강박이 과로를 당연하도록 만들었다. 알렉스만이 아니다. 일을 다하고 쉬어야지 하지만 일을 다하는 것이 불가능한 시대, 사람들은 항상 일을 하고 있다. 

광고 대행사를 운영하고 잇는 47세의 강준구씨는 신혼 여행을 제외하고는 20년 직장 생활을 하면서 3일 이상 휴가를 써본 적이 없다. 휴가를 가도, 집에 있어도 늘 그는 일하는 중이었다. 한 해 동안 열심히 달린 거 같지만 해가 바뀌면 마치 택시 미터기를 0으로 꺾듯이 마라톤이어야 할 인생 여정을 100m 달리기를 420번 하듯 달려온 시간, 결국 그의 몸이 자신을 공격하는 '자가 면역 공격'을 당하고야 만다.  후배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시대를 달려온 이들은 자신들이 재수 학원에 붙여졌던 '오늘 쉬면 내일 뛰어야 한다'던 문구가 바로 자신들 세대를 대변한다고 입을 모으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중견 직장인들. 

IT업계의 프리랜서 40세의 차경묵 씨의 책상 위에 타이머가 놓여있다. 20분 돌아가고 울리는 벨, 그는 5분을 쉬고 다시 타이머를 돌린다. 그렇게 타이머 8바퀴에서 16바퀴로 돌아가는 일상, 만약 자신에게 갑자기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아이가 생기고 '가장'이라는 중압감이 프리랜서라는 상황에 대한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지난 몇 년간 개운하게 잠을 자본 적이 없다. 연달아 마시는 커피로 반 수면 상태에서 일을 해왔다. 자신의 몸에게 미안해졌던 상황, 결국 호흡 곤란이 왔다. 쉬며 자기 자신을 돌보라지만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 17살 IT업계에 들어와 20년 동안 자신을 위해 가져본 적이 없다. 아니 자신을 위해 시간을 쓸줄 몰랐다는 게 그만이 아니라 그와 동종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소회이다. 

명상하는 물리학자로 알려진 미나스 카파토스는 오늘날 현대인들은 재능은 많지만 행복하지는 않다고 단언한다. 과도한 경쟁 체제 속에 놓인 사람들, 미나스는 반문한다. 그 경쟁을 만든 사람이 누구냐고, 바로 우리들 자신이 아니냐고. 더 많이 가져야 행복할 거 같은 강박, 목 말라 죽어가는 현대인들 앞에 물 한 컵과 1억 원이 놓여있다면, 과연 무엇을 선택할까? 라고 그는 묻는다. 

 

   

 


휴식이 필요한 사람들, 휴식을 주는 사회
과로 사회의 상징적인 나라와 같았던 일본, 저출산으로 인해 노동 인구가 줄어 상대적으로 일하는 세대의 노동 하중량이 늘어났다. 그와 함께 휴식에 대한 갈망이 다앙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최근 도쿄에서 유행하는 새로운 휴식법이 등장했다.  사람이 흰 보자기 위에 앉아있으면 도우미가 그를 보자기로 감싸고 동여매기 시작한다. 이른바 성인 보자기, 오토나마키이다. 따스한 엄마 자궁에서 놓여난 아기들에게 엄마 자궁과 같은 환경을 제공하려 속싸개로 꽁꽁 싸매듯 어른들을 싸매고 뉘여준다. 그렇게 한참을 자고난 사람들, 모처럼 숙면을 취했다고 편안해 한다. 보자기에 동여매져서야 숙면을 취하게 된 현대인들, 

이런 '휴식 산업'만이 아니다. 2019년 노동법을 개정하며 초과 근무를 제한하고, 동일 노동, 동일 임금제를 취하는 등 일하는 방식에 대한 사회적 시각의 변화를 '법'으로 반영했다. 정부만이 아니다. 기업들도 '휴가, 휴식'에 주목하고 있다. 과거 무조건 많이 일해야 한다던 방침에서 변화하여 충분한 휴식과 휴가가 외려 기업의 생산성을 높여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변화의 움직임이 반영되기 시작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워케이션', 업무차 간 출장 과정에서 개인에게 '휴가'의 시간을 제공하는 식으로 일과 휴식을 함께 할 수 있도록 일정을 배려해 주기 시작했다. 

도쿄에서 건설 컨설턴트로 일하던 쿠리야마 타카시, 역시나 번아웃을 경험한 그는 30살이 될 때가지 자기 삶의 연표를 그려봤다고 한다. 30살이 될 때까지 하고 싶었던 일보다 할 수 밖에 없었던 일을 해오며 살아왔던 삶, 그래서 그는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자신이 해오던 일에서 벗어났다. 카이야마 밸리 위성 사무실에서 귀촌한 동료들과 함께 마을 일을 하고 이쓴ㄴ 수나다 리사 역시 마찬가지다. 도시 생활에서 늘 피로감을 느끼던 그녀는 철 따라 피고지는 꽃을 보며 살아가는 지금이 바로 나답게 살아가는 삶이라, 행복이라 자부한다. 하지만, 모든 도시인들이 쿠리야마나 수나다처럼 자신이 하던 일을 그만 둘 수는 없다. 자신이 하던 일을 계속하면서 '번아웃 증후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없을까? 

 

 

휴식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 마음 챙김
자신이 하던 일로 부터 탈출할 수 없는, 혹은 탈출하고 싶지 않은 직장인들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의외로 간단한 해결 방법이 있다. 그저 하루 적게는 5분에서 10분만 투자하면 된다. 바로 '명상을 통한 마음 챙김'이다. 

미국의 실리콘 밸리에서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40세의 김미루 씨, '빠르게 실행하라'는 슬로건의 회사에서 그녀 역시 5년 전 번아웃을 경험했다. 좋은 대학을 나오고, 좋은 회사에 들어가고, MBA를 밟고, 승진을 해왔던 시간들, 남들이 보기에 좋다는 걸 얻기 위해 자신을 바쳤던 시간,  '이렇게 살아도 되나'라는 우울감에 한없이 빠져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로 부터 5년이 흐른 후 그녀는 달라졌다. '해커톤(해킹과 마라톤의 합성어, 일과 관련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비지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 일상화된 생활에서도 거뜬하다. '명상'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바라보는 여유를 얻었기 때문이다. 또한 자기 자신만이 아니라, 사내에서 직원들과 함께 '마음 챙김'의 시간을 가지며 '스트레스' 의 반복인 업무적 긴장감을 풀어낸다. 이렇게 명상으로 부터 시작된 '마음 챙김'은 이제 식생활로 이어져 건강한 삶의 토대가 되고 있다. 

어번 리저널 공원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에 참석한 구가야 아키라 씨는 정신과 의사이자, 뇌과학자이다. 하루 10시간 환자들과의 상담 등 정신 노동에 집중하는 그에게 마라톤이라는 육체적 강도가 높은 운동은 정신적 피로를 풀어내는 과정이 된다. 또 하나 그에게 중요한 스트레스 해소의 방식은 바로 '명상'이다. '명상'을 통해 뇌를 휴식하게 만든다. 집의 기둥에 해당되는 뇌를 활성화시키는 핵심 회로인 DMN(defalt mode network)는 피로가 누적되면 과열되고, 휴식을 취하면 늦어진다. '명상'과 같은 과정을 통해 뇌는 휴식을 취하면서 자신이 받아들였던 정보를 '기억'으로 축적하고 강화한다. 또한 감정 인식과 감정 기억을 좌우하는 '불안'과 '우울'도 가라앉게 된다. 

심지어 캘리포니아 대학의 앨리사 에델 박사에 의하면 명상에 의해 세포 속 염색체를 보호하고 덮개 역할을 하는 텔로미어가 길어지고 활성화된다고 주장한다. 


타인에 대한 연민 -그런데 내가 치유됐다.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던 차경묵 씨가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함께 1박2일 라이프 쉐어를 하기로 했다. 함께 한 사람들은 저마다 '고민의 화두'를 가지고 있다. 가지고 있던 핸드폰과의 잠시 이별인 디지털 디톡스로 시작된 모임, 익숙한 것과 거리 두는 시간을 가지고 대신 그 시간 동안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사람을 만나는게, 심지어 전화조차도 두렵다며 자신의 속 이야기를 꺼내든 차경묵씨, 얘기 나눌 상대가 마땅치 않다던 그가, '신뢰할 수 있는 익명'의 사람들에게 허심탄회하게 자신을 꺼내든다. 

그런데 자기 자신에 대한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그저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상대방에게 공감하고, 조언을 했을 뿐인데 '나 자신'이 치유되는 느낌이라고 하는 참여자들, 무슨 이유 때문일까? 

그 이유를 스탠퍼드 대학의 '연민과 이타심 연구 센터'의 제임스 도티 박사는 '연민'에서 찾는다.  일찌기 달라이 라마는 '연민을 가질 때는 이기적이어도 괜찮은 유일한 시간'이라고 했듯이, 타인을 돌보고 친절하게 대할 때 정작 그 혜택이 나에게 돌아온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연민이란 무엇일까? '관계의 동물'인 인간, 나와 다른 사람 사이, 그 사이에 교감이 모자라면 '냉담'이 되고, 지나치면 '전염' 상태가 된다고 한다. 이 두 상태가 지속되면 '번아웃'에 빠질 위험이 높아지는데, 나와 타인 사이의 적절한 교집합이 바로 '연민'과 '공감'이다. 

하지만 그 시작은 '자신'이다. 우선 자신에게 친절해 지는 것, 자신의 말을 잘 듣는 것, 자신을 위한 휴식을 갖는 것, 스스로에 대한 저항을 멈추는 '명상'의 시간을 통해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과 상대해서 무슨 이득이 있다'고 하는 '연민'의 상태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휴식의 기술>은 '번아웃'을 피해갈 수 없는 사회를 사는 이들을 위한 지극히 '개인'적이고도  '과학적'인 지침서이다. 또한 '번아웃'을 조장하는 사회에서 도망갈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구명 보트'이자, 휴식할 줄 모르는 사회,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휴식할 줄 모를 것 같은 사회를 살아가는 '자구책'이기도 하다. 


by meditator 2019. 6. 12. 00:19

<아스달 연대기>가 시작되었다. <육룡이 나르샤>의 박상연, 김영현 극본, <나의 아저씨>, <미생>의 김원석 연출, 그리고 장동건, 송중기, 김옥빈, 김지원, 김의성, 박해준 출연 등, 이미 제작진과 출연진의 면면 만으로도 <아스달 연대기>는 제작 초기에서 부터 화제 그 자체였다. 그렇다면 '소문난 잔치'의 첫 삽은 어땠을까? 

 

 

스텝을 갈아만든 <왕좌의 게임>의 복사판? 
<아스달 연대기>가 방영되기까지의 과정은 순조롭지 않았다. 칸에서의 황금종려상이라는 쾌거와 함께 제작 현장에서의 스텝들의 인권 보장을 위해 표준 근로 계약서를 작성하고 그에 준수하여 촬영을 한 것으로 다시 한번 호평을 받은 <기생충>, 이 처럼 최근 들어 촬영 현장에서의 스텝들의 노동 조건에 대한 환경에 대한 의식이 높아져 가고 있는 즈음에, 안타깝게도 <아스달 연대기>는 지난 해 10월 부터 1일 25시간의 노동을 밀어 붙였고, 특히 브루나이 해외 촬영 기간에는 최장 7일간 131시간 30분 휴일도 없는 연속 근로를 강제한 것으로 방송 스태프 조합이 발표했다. 심지어 안전 상의 이유로 현지 코디네이터가 만류했음에도 야간에 강에서 카약을 타는 촬영을 강행하는 등 스텝들의 안전 조치도 미비한 상태였음이 밝혀져 '스텝들을 갈아서 만든 드라마'란 꼬리표가 방영도 하기 전에 따라붙었다. 

제작비 540억, 드라마 사상 상상을 초월하는 제작비로 제한한 기간 간에 제작을 해야 하는 현실 속에서 벌어진 우리 드라마의 관행과도 같은 스텝 혹사, 하지만 <아스달 연대기>에 대한 잡음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티저가 나오자마자 <왕좌의 게임>을 보았던 애청자들 사이에서 불만의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왕좌의 게임> 포스터에서 부터, 등장 인물들의 캐릭터 설정과 의상, 심지어 극중 '센터빌'이라는 지역적 배경마저도 너무도 흡사했기 때문이다.

허구의 국가인 웨스테로스 대륙의 7개의 국가와 하위 몇 개의 국가들로 구성된 연맹 국가의 통치권을 둘러싼 예측 불허의 싸움을 시즌별로 그려내고 있는 <왕좌의 게임>은 2011년 방영 이래 2019년 시즌 8에 이르기 까지 '신드롬'이라 불릴 만큰 전세계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덕후' 들을 양산한 미드이다. 그러기에 이 드라마와 관련된 내용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애청자들에게 티저에서 부터 보여진 <아스달 연대기> 출연진들의 면면이 너무도 <왕좌의 게임>과 흡사하다는 불평이 터져나왔다. 

 

 

아스달 판타지의 낯선 세계관 
그렇다면 이런 잡음들과 우려들을 짊어진 <아스달 연대기>의 첫 회는 어땠을까? 시작은 '인간'과 '뇌안탈'의 협상으로 시작된다. <왕좌의 게임>에서 와일들링이 연상되는 '뇌안탈', 그들에게 인간족은 쑥과 마늘을 보여주며 함께 땅을 일구며 기름진 농경 사회를 만들어 가자 권유한다. 하지만, 쑥과 마늘을 먹지 않는다며 거부한 푸른 눈의 푸른 피를 가진 뇌안탈, 그들은 인간 보다 월등한 신체적 능력을 가졌지만 결국 '인간'의 지략으로 인해 그들이 살던 달의 평원을 빼앗기게 되고 살아남은 자는 처절한 '사냥'의 대상이 된다. 

그 과정에서 살아남은 인간과 뇌안탈 사이에서 태어난 쌍둥이, 두 아이, 그들은 각자 인간족의 타곤(장동건 분)과 아사혼(추자현 분)에게 구출되어진다. 아이를 살리기 위해 '꿈' 속의 저주를 피할 수 있는 이아르크로 도망치려했던 아사혼, 그렇게 10년의 세월이 흘러 아들 은섬이 발견한 이아르크로 자신을 희생시키며 도착하지만 그런 '희생'의 과정이 결국 '아스의 신' 아라문이 자신을 이용한 것이라는 것을 절감한 채 숨을 거두고 만다. 그리고 남겨진 은섬(송중기 분)은 자라 인간족에게는 불가능한 '꿈'을 꿀 수 있는 아이로 자라난다. 

시작은 <왕좌의 게임>이 연상되건 어떻건 웅장했다. 540억이란 제작비가 손색이 없을 정도의 규모와 태고의 땅 '아스'와 각 인물들의 배경이 되는 cg는 공을 들인 티가 역력했다. 하지만 드라마는 규모와 cg로만 이루어 지지 않는 법, 피도 눈물도 없이 부하들을 베고 인간족과 뇌안탈 사이에 태어난 아이를 전리품으로 품에 안은 타곤의 젊은 날을 비롯하여 배우들 자신도 '상고 시대 아스' 속에 자신이 아직은 낯선지 어설퍼 보였고 , 뇌안탈과 이족들의 낯선 언어는 쉽사리 '태고의 전설'에 익숙해기 힘들게 했다. 

이아르크로 온 인간과 뇌안탈의 혼혈 은섬, 그리고 아들이지만 아버지에 의해 전장터로만 떠밀려난 타곤 등을 중심으로 '아스'의 전설이 써내려져 갈 것이다. 함께 사회를 이루어 살아가자는 아스 산웅의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한 채 부족의 절멸을 맞이한 뇌안탈, 그들의 앞에서 산웅은 '국가'를 논한다. 함께 하지 못하면 결국은 짧은 전투와 길고 긴 학살의 사냥이 이어지는 대결의 세계, 일찌기 <뿌리깊은 나무>, <육룡이 나르샤> 이래 시대의 담론과 '국가'와 통치에 대해 예리한 질문을 던져왔던 박상연, 김영현 작가가 그들의 세계관을 '역사'라는 한정적 틀을 벗어나 좀 더 자유로운 '상고 시대'라는 공간 속에서 펼쳐내고자 하는 포부를 펼친다. 

하지만 그 '포부'의 세계관은 낯설다. <왕좌의 게임>은 물론, <어벤져스> 시리즈 중 <토르> 시리즈, 그에 앞서 <반지의 제왕>, <해리 포터> 등이 서양의 옛 신화와 전설에 기대어 자신들의 '판타지'를 펼쳐나갔던 바, 전설과 설화의 세계를 차용하는 건 이제 판타지의 세계에서 새로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작품들이 서구인들의 정서적 기반에 바탕이 되는 전설과 설화를 차용한 것과 달리, <아스달 연대기>속 '판타지적 설정'은 이미 <태왕사신기> 등을 경험했지만 그보다도 더 생경하게 다가온다. 갓을 쓰고 돈키호테의 갑옷을 입은 등장인물을 보는 느낌이랄까. 등장 인물의 한국어가 신선하게 다가올 정도니.

 

   

 

물론 우리는 쑥과 마늘의 곰 토템 신화보다 그리스 로마 신화가 익숙한 시대에 살고 있다. '판타지'에서 문화적 국적을 논하는 거 자체가 난센스일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결국 <아스달 연대기>의 관건은 이런 낯선 세계에 대해 제작진이 어느 정도 시청자들을 설득해 낼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낯섬을 '신선한 이야기'로 설득할 수 있는가, 여전히 <늑대 소년>처럼 고운 송중기와 30대라 해도 믿을만한 장동건의 근육질만으로 드라마를 이끌어 나갈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가능성은 열려있다. 장황한 입문서와도 같았던 1회에서도 푸른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뇌안탈 라가즈의 죽음이 안타까웠고, 무슨 내용인지도 이해가 잘 안갔지만 자신이 이용당했다며 죽어가는 아사혼의 눈물어린 죽음이 슬펐다. 분절음과도 같은 이야기 속에서 출생의 비밀은 궁금했고, 비극적 죽음은 마음을 울렸다. 과연 이런 아직은 '난해한 전설'을 넘어 <왕좌의 게임>만큼 치열한 국가론이 펼쳐지길. 540억이란 스텝들을 갈아넣은 드라마의 성취는 그저 한 드라마의 성패가 아니라 우리 드라마 시장 전체를 들썩이게 만들 성패로 이어질 테니 부디 새로운 장르의 시대를 열 수 있기를 바란다. 

by meditator 2019. 6. 2. 02:21

2017년 3월 10일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탄핵되었다. 그 '탄핵'의 봇물을 터트린 주인공, 바로 , k 스포츠 체육 재단의 전 부장 노승일이 있다. 국정 농단 청문회에서 노승일 씨는 최순실의 모든 것을 적나라하게 폭로하여 '국정 농단'의 전말을 밝히는데 앞장선 '공익 제보자'였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우리 사회 '갑질'의 대명사가 된 '땅콩 회항', 그 실체를 만천하에 드러낸 대한항공 사무장 박창진이 있다. 2014년 12월 많은 승객을 실은 대한항공 086편이 뉴욕 존 f. 케네디 공항에서 vip였던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지시로 이륙 도중 회항 박창진 사무장을 내리게 하였다. 기내 마카다미아 서비스 메뉴얼에 대한 조현아 전 부사장의 오해와 이에 대한 박창진 사무장의 설명에 대한 분노로 벌어진 사건이었다. 사건 초기 사측의 압박과 회유로 거짓 진술을 강요 받았으나 박창진 사무장이 방송을 통해 사건의 진실을 폭로, 우리 사회 전체를 뒤흔든 '땅콩 갑질 사건'의 분수령이 되었다. 

 

   

 


5월 31일 <거리의 만찬>에서는 사람들의 뇌리에서 희미해져 가는 그 사건의 주인공들, 당시 공익 제보를 했던 두 주인공 노승일 씨와 박창진씨를 초대했다. 과연 왜 그들은 공익 제보자가 되었으며, 그 이후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본인들이 아니고서는 들려줄 수 없는 이야기를 전해주기 위해서이다.

2001년 줄리아 로버츠에게 골든 글로브 여우 주연상을 안겨준 <에린 브로코비치 (2000)>는 중금속을 배출하는 대기업을 상대로 한 한 여성이 끈질긴 소송 끝에 승리를 쟁취하는 내용을 담았다. 영화 속에서 홀로 외로운 싸움을 시작했던 여성은 결국 지역 사람들을 지지를 얻어내 대기업을 굴복시켰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에린 브로코비치' 공익 제보자들의 현실은 어떨까? 그 주인공인 노승일 씨와 박창진 씨는 지금 현재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그들은 왜 '공익 제보자'가 되었나?
배드민턴 선수 특기자로 대학에 간 노승일 씨는 이후 증권맨으로 10여 년의 세월을 보냈다. 그리고 최순실 씨를 만나 함께 일을 했지만 첫 번째 해고를 당하고, 다시 최순실의 부름을 받아 독일로 가 삼성과 최순실의 딸 정유라 사이의 커넥션의 목격자가 된 그는 '승마 공주 사건'이 벌어지자  다시 또 일방적인 해고를 당하는 처지를 겪었다.

그가 일방적 해고에 부응하지 않자 모든 지원을 끊고 곰팡이 핀 마늘쫑에 간장에 소면을 말아 먹으며 독일 밭에 남겨진 감자를 주워 생계를 유지해야만 했던 시절을 견디며 그는 자신이 목격했던 자료를 메모리카드에 넣어 신발 밑창에 넣어 귀국했다. 매일 밤 말 관리사가 없는 시간을 틈타 자료를 스캔하고 스캔한 자료를 태우는 과정에서 불길로 인해 주민의 신고 대상이 되기도 하고, 전혀 신변의 보장이 되지 않는 환경을 견디느라 늘 주변에 칼을 두고서야 잠을 청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그는 자료를 모으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국정 농단 청문회에서 그가 지켜보고 목격했던 모든 것을 그 자료와 함께 만천하에 '폭로'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공익 제보'가 '복수'가 아니라 못박는다. 비록 일방적인 해고를 두 번이나 당했지만 '신의'를 강조했던 최순실 개인에게는 미안하다는 노승일, '사람'에 대한 복수가 아니라, '대한민국에서는 국민이 가장 무섭다는 걸 알려드리기 위해' '공익'을 위해 결단을 내렸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이에 박창진 사무장은 자신의 공익 제보는 '생존'의 문제였다고 말한다. 2005년 입사 3년차에 사무장으로 급속 승진할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던 그는 2010년 팀장이 되어 김대중 대통령을 비롯한 여러 vip들을 모시고 운항을 했으며, 그 중에서도 kip, 즉 대한항공의  vip들을 지속적으로 모셔왔던 장본인이었다.  심지어 안주인 이명희씨 꽃놀이를 위한 비행까지 동승했던 경험자로, 그런 vip들의 탑승이 예정될 시 한달 전 부터 마치 연기자들이 연기 연습을 하듯 메뉴얼을 습득해왔다는 박창진 사무장, 당연히 그날의 마카다미아를 봉지째 제공한 건 '알레르기' 환자에 대응한 새로운 메뉴얼에 따른 정당한 응대였다. 

그러나 이에 대해 조현아 전 부사장은 '야, 이새끼가 어따대고 말대꾸야, 당장 비행기 세워'라는 강압적 지시를 내린 후 그를 홀로 겨울의 미국 공항에 내려두고 떠났다. 그리고 잇따른 질책과 회유, 언론은 집요하게 취재를 했지만 상황의 전개는 진실과는 다르게 전개되어 가기 시작했다.

심지어 참고인 진술로 검찰에 출두했지만 심지어 조사실 안에 대한항공 관계자가 있는 상태에서 마치 자신이 가해자인듯 사건을 왜곡시키는 방향으로 조사가 진행되어 가는 상황에서 동앗줄이라도 잡는 심정으로 국가 인권 위원회의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그 마저도 '민간 업체가 관여할 수 없다'라는 회신을 받고 '열 수 있는 문이 없어' '나는 죽을 수 밖에 없구나'라는 상황에서 tv 인터뷰를 하게 된 것이라 토로한다. 

 

 

제보 이후, 여전히 어깨에 얹혀진 내부 고발자의 무게 
그렇게 자신을 던져 공익을 제보했던 노승일과 박창진 사무장, 그 후 그들은 사회적으로 '보상'을 받는 삶을 살 수 있었을까? 

노승일 씨는 서울을 떠났다. 검찰 조사만 6개월 등 서초동, 강남에서 계속 이어진 조사, 조사, 그리고 '내부 고발자'였던 그,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또 그럴 것이라는 낙인이 서울에서 새로운 삶을 꿈 꿀 수 없도록 만들었다. 광주 지인에게 돈을 빌리고자 내려간 곳에서 만난 폐가, 있는 돈, 없는 돈에 대출까지 받아 새로이 건물을 지어 무엇이라도 해볼까 했는데 그만 불이 나고 말았다. 그의 어려운 상황이 전해지자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후원을 해주셨지만 그 돈으로 자신의 집 대신 불이난 옆집 할머니 집을 세워드렸다는 그, 지금은 광주에서 자신이 그간 하던 일과 무관하게 삼겹살 집을 운영 중이다. 

박창진 사무장은 사무장 대신 지부장이란 직함을 얻었다. 하지만 사무장을 잃은 대가는 너무 혹독했다. 신상 털기부터 시작하여, 그를 향한 악의적인 가짜 뉴스와 루머들이 꼬리에 꼬리를 이었다. 사람들은 가짜인 줄 알면서도 그게 대세가 되면 동조하는 세태, 사내 게시판은 역으로 그가 갑질을 했다부터 줄줄이 악성 댓글로 도배되기가 십상이란다.

아마도 <거리의 만찬> 출연 이후에도 그럴 거라고 자조적으로 웃는 박창진 사무장, 불면증에 시달리고 수차례의 휴가와 병가를 거듭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 복직 후 스트레스로 인해 머리에 큰 양성 종양을 수술하게 되었고, 그 후유증으로 측만증 등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 그보다 더 마음이 아픈 건 같이 일한 팀원들이 자신의 감시자로 돌변하여 등을 돌린 현실, 다행히 직원 연대 노동 조합이 결성되어 지부장으로 자신의 싸움을 계속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다음에도 이런 일이 생기면 당연히 또 '공익 제보자'가 될 거라며, 대신 '코트'는 바꿔 입고 나가겠다며 넉살 좋은 웃음을 보이던 노승일 씨 하지만 자신의 고단한 현실을 이야기하는 그의 눈엔 눈물이 고인다. 하지만 노승일 씨도, 박창진 씨도 언론 등에 인터뷰를 하면 혹시 또 다른 자신과 같은 '공익 제보자'들에게 힘이 될 수 있도록 밝게 웃고 힘있게 이야기 하려 한다며 애써 웃음을 지어 보인다. 


 

 
<거리의 만찬>은 이제는 가물가물해져 가는 사회적 사건의 두 공익 제보자를 초대해 그들의 입장에서 다시 한번 그 사건을 환기한다. 그리고 두 공익 제보자의 여전히 무거운 현실의 걸음들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짚어본다. 

2015년 2월 12일 조현아는 항공 안전을 위반한 혐의로 1년 징역 형을 받았다. 그러나 같은 해 항로 변경 혐의가 인정되지 않아 집행 유예 2년을 받고 풀려났다. 대법원 상고심 역시 같은 판결을 내렸다. 그리고 2017년 '항로 변경죄'에 대해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반면 박창진 사무장과 마카다미아를 제공했던 승무원은 미국 뉴욕 주 법원에 손해 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모두 각하되었다.

대통령을 탄핵시키고, 우리 사회에 '갑질'에 대한 사회적 환기를 시켰던 계기가 되었던 사람들, 하지만 그들은 그 '사회적 책무'의 대가를 여전히 무겁게 짊어지고 가고 있다. 

by meditator 2019. 6. 1. 06:16

커피 시장 규모 11조원, 1년간 한 사람이 소비하는 평균 커피가 512잔, 대만의 72잔, 일본의 195잔을 훨씬 앞질렀다. 20대만 놓고 보면 571잔으로, 미국의 548잔보다 앞섰다. '커피 홀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현상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이렇게 커피에 빠져살까? 그 이유를 '자칭 타칭 커피 중독자' 피디가 발품을 팔아 그 원인을 찾아본다. 

 

 

생존의 각성제 
김포 공항 화물청사 트럭 운전사인 박지용씨는 밤샘 운전으로 화물을 나르는 '잠을 잊은 그대'이다. 그리고 '잠을 잊기 위'한 가장 필수템은 다름아닌 '커피'이다. 그의 트럭 한 켠 아이스박스 안에 집에서 타온 블랙 커피와 함께 캔 커피가 즐비히다. 주행중에 마땅히 차를 대고 살 곳이 마땅치 않아 언제나 '비상 식량'처럼 준비해 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비상 식량' 커피에 더해 휴게소에서 식사 후 달달한 믹스 커피는 결코 빠질 수 없는 옵션이다. 

그는 왜 그렇게 수시로 커피를 마실까? 밤을 세워 속도를 내서 고속도로를 달려 빠른 시간 안에 화물을 날라야 하는 그에게 가장 위협이 되는 건 바로 '졸음 운전'이다. 졸음이 오면 정신이 몽롱해 질 뿐만 아니라, 반응 속도가 느려 자칫 대형 사고의 위험을 낳는다는 건 굳이 그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누구나 공감하는 바이다. 장거리 밤샘 운전이 곧 수입과도 연결되는 그의 직업적 특성이 '커피'로 이어진 시간을 만든다. 

 

 

트럭 운전사 박지용씨 만이 아니다. 야구 학원 강사를 하면서 학생들 차로 이동시키는 일도 맡아서 하는 김태완씨 역시 '커피에 중독된 남자'이다. 하루의 시작을 여는 커피, 그래야 비로소 몸과 마음이 깨어나는 거 같다는 김태완씨의 경우 하루 종일 커피를 달고 산다. 배우가 꿈이었지만 생활을 위해 시작했던 야구 강사, 어린 학생들을 차에 태워야 하는 상황, 거기에 계속된 훈련이 그에게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고 이를 위해 그는 습관처럼 커피를 들이킨다. 제작진의 실험 요구에  커피를 끊어보니 마치 잠이 깨지 않은 듯 하루 종일 몸이 무겁고 나른한 상태임을 호소한다. 

커피를 왜 마시는가란 이유를 조사한 통계를 보면, 33%가 졸음을 쫓기 위해, 25%가 식후, 12%가 업무 집중을 위해 라는 결과에서도 나타나듯이 우리나라 사람들 상당수가 '각성제'로서 커피를 선택하고 있다. 

아프리카가 원산지인 커피, 커피의 전세계적 확산에는 바로 이 '각성제'로서의 역할이 컸다. 예멘을 통해 메카로 전파된 커피, 예배를 드릴 때 졸음을 벗어나기 위한 '수단'으로 각광받으며 유럽으로 전파되었다. 미국의 남북 전쟁 당시 북군에 잠을 쫓기 위한 수단으로 커피가 대량 공급되었고, 소총의 밑동에 그라인더가 달려 졸리면 갈아서 먹는 '잠을 쫓는 특효약'이 되었다. 

특히 1946년 인스턴트 커피 등장 이후 1,2차 세계 대전에서 커피는 군 필수품이었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장시간 반복 노동에 있어 커피의 카페인은 잠을 깨는 '각성제'로서 전세계적인 대중적 음료가 되었다. 

일찌기 고종이 커피를 애용하였다 했지만 해방 후 미군을 통해 본격적으로 공급되기 시작한 커피는 1960년대 '산업화'와 함께 수면 시간을 줄이고 노동에 집중하기 위한 '각성 효과'에 더한 에너지원으로서 산업 현장의 필수 품목이 되었다. 특히 '인스턴트 커피'의 등장은 전문가가 타주는 커피에서 누구나 마실 수 있는 커피로 '커피의 개별화, 대중화'를 선도하여, 커피 문화의 평등화를 이루었다. 

 

 

 

 


문화가 된 커피 
시작은 '각성제'였지만 어느덧 커피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문화'가 되고 있다. 믹스 3개, 거기에 설탕 두 스픈, 피디가 마셔보니 달아도 너무 단 커피, 하지만 충북 음성 맹동면 통통리 주민들에게 이건 고단한 농사일을 이겨내게 해주었던 '꿀맛'이었다. 심지어 처음 커피가 등장했을 때 그 쓴맛때문에 회충약 대신 먹기도 했다고. 그랬던 커피가 이젠 마을 사랑방의 없어서는 안될 단골 메뉴가 되었다. 

통통리 손현수 이장님, 마을 주민들의 사랑방이 된 농약사에 들러 커피 한 잔, 어디 본인 뿐인가, 들른 김에 동네 이 형님, 저 형님 불러서 그 분들 오실 때마다 같이 한 잔, 조합 들러서 한 잔, 노인정 들러서 한 잔, 농사일하다 새참으로 한 잔, 그렇게 하루 7~8잔의 커피를 그는 '정'이라 정의한다. 

전주 한옥 마을에 아직도 생존해 있는 1952년 개업한 '삼양 다방', 그곳은 '다방' 역사의 산증인이다. 쓴 커피를 아침에 마시면 속을 버릴까봐 계란 노른자가 함께 제공되던 '모닝 커피'의 시절, 다방은 문화의 공간이었다. 핸드폰이 없던 시절 '연락처'가 되었고, 그곳에서 '선'도 보고, '사업'도 하던 '사회적 관계'를 맺는 공간이었다. 

그렇게 '인스턴트 커피'의 시절을 지나 '90년대 한미 FTA의 여파로 원두 수입이 증가하고 스타벅스 등이 등장하면서 '다방'은 이제 '까페'로 그 바톤을 터치했고, take out 열풍에, 조용한 도서관보다, 너무 편한 집보다도 까페에서 공부가 잘 된다는 '카공족'에, 도시인이 즐겨찾는 나들이 명소로 우리 시대 '까페'는 자리매김된다. 

 

 

심지어 커피는 '사회 생활'의 도구가 된다. 인터넷 방송국을 친구들과 함께 운영하는 최승구씨, 다른 사람과 달리 커피를 많이 마시면 심장이 두근대고 잠을 이루지 못해 웬만하면 커피를 마시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마치 통통리 이장님이 동네 사람들 만날 때마다 커피 한 잔 하듯,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사람들끼리 만나면 '아메리카노 한잔'이기에 '커피'를 굳이 마시지 않는 최승구 씨의 사회 생활은 매번 눈치가 보인다고 한다. 직장인들의 30% 이상ㅇ 점심 식사 후 함께 커피를 마시는 문화가 일상인 세상에서 사업차  '억지로' 마시는 경우까지 생긴다고 한다. 

괜찮은 커피 전문점이 하나 생기면 몇 년 안에 반경 50m 안에 전문점이 60개로 늘어날 정도로 이미 소비량이 공급량을 초과한 현실, 최근 오픈한 '스페셔티 커피' 매장에 사람들이 하루 종일 장사진을 이루는 것처럼 커피는 이제 '놀이'가 되어간다. 2007년 3조원에서 10년만인 2017년 11.7조원으로 늘어난 시장, 사회적으로 다양한 문화 활동이 늘어났다고는 여전히 성인들 여가 활동의 72%가 tv 시청인 사회, 그러기에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서 '까페'는 우리 시대 중요한 문화의 사랑방으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젊은이들의 경우 국산차의 가격이 내려가도 취향을 바꾸지 않겠다고 하듯' 우리나라 사람들의 '커피 홀릭'은 당분간 계속될 예정이다. 

by meditator 2019. 5. 24. 15:03

지난 2018년 10월 16일 보훈처의 국정 감사 자리, 더불어 민주당 고용진 의원은 1963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은바 있는 독립 운동가 김태원에 대한 서훈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벽창 의용단을 조직하여 일경 4명을 사살하고 군자금 모집에 앞장섰던 독립 영웅 김태원 선생, 하지만 알고보니 김태원 선생은 동명이인이었다.

 

 

현재 서훈을 받은 사람은 대전의 김태원, 그러나 자료를 조사해 보니 벽창 의용단의 김태원 선생은 평북 의주 출생으로 1926년에 사형을 당하셨던 것이다. 어떻게 돌아가신 분이 1963년에 서훈을 받을 수 있었을까? 이렇게 눈뜨고 코베이는 것 같은 일이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서훈 과정에서 한 두 번이 아니었다고 한다.  3.1운동 100주년,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하여 꾸준히 이와 관련된 우리 사회의 '적폐'를 꾸준히 다루고 있는 ,다큐 시선>이 이번에는 거짓으로 서훈을 받고 독립운동가로 행세하는 건 물론, 비석까지 세워 진실을 호도하고 있는 이 땅의 '가짜 독립운동가'들을 찾았다. 

독립 운동가들께 수여되는 정부의 각종 훈장과 보상금들, 이는 국가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에 대한 '보답'이다. 하지만 그 '보답'이 왜곡되었다면? 

 

 
비석까지 번듯한 가짜들
고용진 의원이 제기한 가짜 김태원의 문제를 발견한 건 아이러니하게도 보훈처이다. 매달 선정되는 이 달의 독립 운동가로 선정된 김태원 선생, 그런데 선생에 대한 자료를 조사하던 중 보훈처는 선생의 기록에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 아들에게 소명을 요구했다. 그러나 아들 측에서는 이렇다 할 해명을 내놓지 못했고, 결국 '서훈'이 취소되었다. 

그런데 이런 사례가 김태원 선생 한 사람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임시 정부 경무 국장을 지내고 1919년 고종의 아들 의친왕 이강을 상해로 망명시키려 했던 대동단 사건의 주모자 중 한 분인 김용원 선생, 대전의 한 공원에 선생의 비석이 세워졌다 하여 찾아간 곳, 그런데 비석이 이상했다. 

분명 뒤에는 김용원 선생의 업적이 새겨져 있는데 , 정작 앞에는 이돈직이란 사람이 있는 것이다. 유심히 보지 않으면 마치 이돈직의 비석이고, 뒤의 내용은 그 사람의 업적인가 하고 착각할 수 있는 상황, 더구나 김용원 선생의 업적 가운데 이돈직이 김용원 선생의 스승으로 독립 계몽 운동에 참여했다고 사실과 다른 내용이 씌여있다. 심지어 의병 창의군이었다면 의병 독립운동가의 공적까지 슬쩍 옮겨 써놓았다.

이렇게 김용원 선생의 업적을 헷갈리게 써놓은 비석에 이어, 또 하나의 비석이 등장한다. 제목은 '기미 삼일 독립 기념비', 하지만 내용을 읽어보면 거의 역사적 근거가 없는 이돈직 개인의 치적비이다. 다큐 제작진이 문의하자 그때서야 당장 철거하겠다는 관할 구청.

 

 

가짜 독립운동가는 어떻게 만들어 지는가
현재 국가 보훈처가 추산하고 있는 가짜 독립 운동가는 39명,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 

장준하 선생의 아들 장호권 씨는 엉터리, 사이비 독립 운동가의 유래를 광복군에서 찾는다. 일본군에서 천신만고 끝에 탈출한 장준하 선생이 몸담았던 광복군 제 3지대는 실제 존재했던 부대, 하지만 일본군이었다가 해방 후 떠돌던 이들이 귀국하여 광복군입네 하며 '사이비' 노릇을 하던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실제 약산 김원봉 수하의 광복군은 400여 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광복군으로 포상을 받은 사람은 700여 명에 이른다. 그뿐만이 아니다. 해방 당시에 겨우 13,4 살이던 사람이 김구 선생 도장이 찍힌 종이를 들고 찾아와 김구 비서였다며 서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나이도 나이지만, 대놓고 김구 선생 도장을 들고 다닌다면 당장 잡혀 들어갔을 만큼 급박했던 일제 하, 당연히 있을 수 없는 서훈 과정에서 벌어진 해프닝들이다. 

앞서 이돈직이라는 가짜 독립 운동가의 아들은 내로라 하는 건설 업체 대표, 그리고 가짜 김태원의 아들 역시 전직 공직자였다. 60년대의 초보적이고 원시적인 행정 과정에서 브로커와 보훈처 직원의 커넥션 들이 빈번했고 그 과정에서 마치 돈으로 양반을 사서 행세를 하듯 그렇게 독립 유공자의 서훈을 돈으로 사는 일도 있었을 것이라 추정된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김태원의 경우 취소되기 전까지 보상금으로 받은 금액이 4억 5천만원, 그러나 이 돈은 환수되지 않았다. 국가 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 35조에 근거하여, 가짜가 밝혀진다 해도 취소와 보상금 반환 요구만 할 뿐 강력한 법적 조치가 없는 것도 이러한 '가짜'의 도발을 조장한다. 즉 설사 가짜로 밝혀져도 손해 볼 게 없다는 심리가 이런 풍조를 부추긴다. 

심지어 후손은 국가에서 서훈을 줘서 받은 건데 이제 와서 취소를 했다며 외려 보훈처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물론 패소했다. 하지만 이에 불복 유족은 대법원까지 갔다. 최종 패소, 대전 공원에 세워진 비석 앞에는 철거 예정 안내문이 세워졌다. 하지만, 제작진이 찾아가보니 안내문은 사라지고 유족은 자신들이 찾아낸 자료라며 다시 한번 서훈 신청을 준비중이라고 한다. 

2018년 국정 감사 과정에서 사이비 독립 운동가에 대한 질의를 받은 피우진 보훈처장은 '전수 조사'를 약속했다. 하지만, <다큐 시선> 제작진의 질문에 보훈처는 '조사할 계획'이며, '검증할 예정'이라는 모호한 답을 돌려주었다. 과연, 사이비 독립 운동가들은 밝혀질까? 

by meditator 2019. 5. 17. 15:04

스승의 은혜는 하늘같아서~ 란 스승의 노래가 무색해진 시대이다. '촌지'나, '선물'을 받으면 안된다고 스승의 날 아예 학교를 가지 않도록 하면서 부터였을까. 한편에서는 가장 이상적인 '직업인'으로 선생이란 직업이 '환영'받는 것과 달리, 초등학교에서조차 학생에 의한 선생님에 대한 폭언, 폭설, 심지어 성희롱 등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니 직업인으로서의 처우와 달리, 직업적 만족도는 해마다 감소하고 있는 형편이다. 선생님이 더 이상 '존경'의 대상이 되지 않는 시대, 그렇다면 이 시대 '선생님'의 자리는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마련된 ebs특집 다큐 <우리들의 선생님>은 '방황하는 교권'의 시대, 이 시대 스승의 자리를 생각해 본다. 

 

 
1. 괜찮아, 선생님이 있잖아
충남 천안시 동남구 동면, 주변에 보이는 거라곤 온통 논과 밭, 그곳에 전교생 60명의 대안학교 한마음 고등학교가 있다. 한 학급 20 명, 김재복 선생님의 역사 수업 시간, 선생님은 칠판 가득 필서를 하시며 열심히 설명하시는데 그 앞의 학생들 모습이 가관이다. 책상에 엎드려 자는 학생, 열심히 핸드폰 삼매경에 빠진 학생, 제대로 수업을 듣는 학생이 없다. 하지만 선생님은 그 누구에게도 야단을 치시지 않는다. 지적하지도 않는다. 한마음 고등학교의 흔한 수업 시간 풍경이다. 

한편 농업과 환경을 담당하시는 장정호 선생님의 오늘 수업은 도랑 정화 활동이다. 장화를 신고 도랑에서 쓰레기를 건져내는 선생님, 하지만 아이들은 태반이 구경할 뿐이다. 하지만 선생님은 낙관적이다. 지난 주에 2명이 선생님과 함께 했는데, 이번 주에는 무려 그 두 배인 4명이 참여했단다. 그리고  아마도 다음 주엔 더 많은 학생들이 함께 할 거라고. 그런데 아이러니한 건 장정호 선생님 전공은 국어, 하지만 이 학교로 온 후 선생님은 자청해서 당신이 필요한 곳이라면 그 어디든 달려가신다. 

그저 기다려주는 것만이 아니다. 학교에 안온 아이를 틈틈이 전화를 걸어 혹시나 무슨 일이 있나 챙겨주고, 전 학교에서 왕따로 상처받았던 학생에게는 면박을 받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잘 잤니?,' '밥먹었니?' 하며 관심을 가지고 조금씩 다가간다. 그래서일까, 마음을 닫았던 아이들이 조금씩 달라진다. 왕따로 상처받았던 아이가 말을 하고, 웃음을 짓기 시작하고 세상에 다시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다.

기존 정규 고등학교에서 적응을 못해서 온 학생들이 많은 한마음 고등학교, 두 선생님 김재복, 장정호 선생님이 온 이후로 아이들이 많이 달라져 간다. 자연 친화적 교육과 현장 교육을 중요시하는 학교의 모토에 따라 아이들은 스스로 농사도 짓고, 동물들을 키우기에 선생님들도 교산지 농분지 구분이 안되지만, 선생님은 아이들이 스스로 하고자 하는 일이라면 상관이 없으시단다. 아이들이 딸기를 심고 싶다면, 달려가 모종을 사오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선생님, 선생님은 말하신다. 이렇게 아이들과 약속을 지키는 그게 중요하다고. 덕분에 재 못생겼다며 친구들에게 구박받던 아이들은 농부의 꿈을 키우고, 눈밝은 식물과 가축들의 보호자가 되어가며,  부모의 이혼으로 오랫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던 아이가 이젠 자신보다 어려운 친구의 든든한 멘토로 거듭난다. 

 

 

2. 슈퍼맨 아빠와 9남매 
강원도 고성군 흘리 분교, 우리나라 최초로 스키장이 만들어 졌던 마을, 하지만 그 첫 번 째 스키장은 폐장되고 66년된 흘리 분교도 전교생 4명의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이제 무려 전교생이 9명에 선생님만 세 분, 그 이유는  3년전 흘리 분교로 전근온 슈퍼맨 이기도 선생님때문이다. 

흘리의 아침, 복도가 왁자지껄하다. 교실 앞 복도에서 롤러브레이드를 타며 하루를 시작하는 아이들 그렇게 한바탕 놀고 난 아이들은 각자 저 마다의 교실로 들어간다. 이기도 선생님의 3학년 교실, 단 두 명의 학생들, 하지만 이기도 선생님은 선생님만 세 분, 주무관이 없는 이 학교의 모든 일의 시작이자, 끝이다. 

9명의 학생만 있는 산골 학교, 그래서 아홉 명의 산골 학교에서만 가능할 수 있는 그런 학교를 만들기 위해 선생님의 낮과 밤은 뜨겁다. 전교생이 1인 1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여기저기 '자전저 품'을 판 선생님, 덕분에 막내의 킥보드까지 아이들은 저마다의 '자가용'을 타고 마을 탐방을 달린다.  철에 맞춰 감자 등을 심고, 교무실에서 부화시킨 병아리들이 뛰어 놀 수 있는 사육장을 아이들과 만들며 한껏 자연 친화적인 수업은 당연하고, 표현력은 풍부하지만 아직 한국어가 어눌한 은지를 위해서는 방과 후 수업은 물론, 조부모님과 함께 사는 은지네 집 가정 방문까지 일반 학교에서는 언감생심의 혜택들이 넘쳐난다. 눈이 오면 눈이 와서, 꽃이 피면 꽃이 피는 자연이 그대로 수업의 미션이 되는 학교가 되도록 '번아웃'이 되도록 달리는 선생님. 덕분에 흘리 분교가 좋아서 찾아든 학생들 덕분에 아홉 명의 식구가 되었다. 

하지만 아직 신입생 소식이 들리지 않아 걱정스런 선생님은 9명의 학생들과 3명의 선생님들이 총출동한 '흘리 분교 뮤직 비디오'에 기대를 건다. 아이들이 직접 노래 가사를 바꾸고, 콘티로 작성한 자연 속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흘리로 오세요'라는 뮤직 비디오를 통해 폐교 걱정없는 흘리 분교의 건강한 내일에 선생님의 열정이 담긴다. 

 

 

3. 뜨겁게 , 따뜻하게 
아이들이 수포자와 과포자가 되는 건 언제 쯤일까? 아마도 대략 중학교 시기가 아닐까? 급격하게 어려워지기 시작하는 수학과 과학들, 하지만 인천 부원중학교 송미정 선생님(51)의 과학 수업 시간에서는 이 '관례'가 통하지 않는다. 암석에 대해 배우는 수업 시간, 아이들이 어려운 건 수업 내용이 아니라, 선생님이 암석을 게임을 풀어낸 게임 방법이다. 게임으로 풀어낸 암석, 덕분에 아이들은 '할리갈리'처럼 암석을 익혀간다. 

'열심히 하자'가 모토인 송미정 선생님, 아이들이 가르쳐주는 것을 따라오는 게 아니라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수업을 만들기 위해 교사가 된 후 10년이 될 즈음부터 시작된 과학 교사 모임을 과로로 토해가면서도 빠지지않고 개근한다. 선생님의 재밌는 수업은 이렇게 오랜 연구와 토론을 통해, 그리고 선생님의 보물 창고라는 선생님이 만들어 낸 각종 수업 도구를 통해 만들어 졌다. 교과서에 나온 내용이라도 좀 더 재밌고, 신기하고 , 색다른 거를 위해 쉴틈이 없다신다. 

재밌는 수업을 위해 오늘도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떳다 홍반장이 되는 송미정 선생님이 인천에 계시다면 당진에는 '엄마'같은 백운자 선생님이 계신다. 십 여년을 넘게 이어오고 있는 아이들의 아침 독서 토론 수업, 이른 시간 아침을 먹고 나오지 않는 아이들을 위해 선생님은 매일 아침 아이들의 아침을 준비하신다. 오늘의 아침 메뉴는 선생님표 수제 샌드위치, 성장기의 아이들에게는 아침 식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선생님은 매일 아침 아이들의 아침 만들기를 기꺼이 자청하신다. 

어디 아침 뿐일까, 하루 수업이 끝나면 선생님은 가정 형편 때문에 학원을 다니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방과후 공부방도 책임지신다. 역시 거기에도 빠지지 않는 선생님표 저녁밥, 오늘의 메뉴는 카레, 그리고 밤 9시까지 홀로 공부하는 아이들과 함께 하다 집이 먼 아이들을 차로 데려다 주시기 까지 하면 선생님의 하루 일과가 마무리된다. 

선생님이 천직이라 생각한 백운자 선생님, 이제는 선생님이 선생님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의 옛 제사 김경래 씨, 초임 교사 월급이 12만원이던 시절, 가정 형편 때문에 진로를 고민하던 경래씨에게 선생님은 월급의 반 정도가 되는 돈을 기꺼이 전해 주시며 일단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하라며 격려해주셨다며 덕분에 지금의 자기가 있을 수 있다 감사한다. 그러나 정년을 앞둔 선생님은 그렇게 제자들에게 해줄 사랑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자신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라 불러주는 제자들이 있는 것만으로 행복하다는 백운자 선생님, 하루 종일 뛰고 또 뛰는 열정 파워 우먼 송미정 선생님, 그리고 슈퍼맨 이기도 선생님, 선생님인지 잡부인지, 농부인지, 사감인지, 아빠인지 그 무엇이래도, 우리 아이들이 어제 보다 조금 나은 오늘, 그리고 조금 더 자신을 찾아가는 내일이라면 상관없다는 김재복, 장정호 선생님, 이 선생님들의 공통점은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조건을 달라도 그 조건에서 선생님이 먼저가 아니라, 학생들이 스스로 보다 재밌고, 보다 즐거운, 그리고 보다 자신의 꿈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끊임없이 애쓰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 아니었을까. 세 편의 다큐에서 선생님들은 다 분주하셨다. 그리고 이미 나이든 어른들임에도 자신들의 입장보다는 학생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배려하려고 하셨고, 작은 약속이라도 지키려 했다. 그리고 정해진 수업과 교과서를 넘어 살아있는 교육을 하기 위해 자신들을 던지셨다. 교권의 위기가 논해지는 2019년 세 편의 다큐는 어쩌면 교원의 자리는 생각보다 거창하거나 어려운 것이 아니라, 가장 기본적이고 원칙적인 아닐까라고 반문하는 듯하다. 




by meditator 2019. 5. 16. 15:27

'업무상 재해에 해당되므로 산재를 인정합니다' 라는 산재 재심 위원회 위원장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창규의 아내는 울음을 터트렸다. 지병이라는 이유로 기각되었던 산재가 드디어 인정된 것이다. 산재만이 아니다. 억울하게 병원에서 쫓겨나게 된 사연도 밝혀졌다. 그리고 그 시간 이창규를 그렇게 만들었던 장본인, 명성의 양태수는 마약 복용 혐의로 체포되고, 최서라는 갑질 혐의로 역시나 구속된다. 길고도 지독했던 명성과의 악연, 그 한 장이 조장풍의 통쾌한 승리로 마무리되는 순간이다. 

 

 

인턴 이창규의 억울한 죽음 
명성 병원의 근로 감독을 속시원하게 해결했던 조진갑, 하지만 가만있을 명성이 아니었다. 그가 고등학교 선생이었던 시절 '폭력 교사'로 해고되었던 과거를 언론을 통해 흘리고, 그는 결국 근로 감독관에서 밀려나 산재 심사위원회로 보내졌다. 심지어 뇌출혈 환자에서 수면제를 처방하던 명성 병원의 의사 강민섭이 산재 위원으로 등장하여 사사건건 닥달하며 진갑의 혈압을 올린다. 그리고 뜻밖에도 그곳에서 명성 병원 인턴이었던, 명성 병원 근로 감독 과정에서 결정적 제보를 해줬던 인턴이었던 이창규의 죽음을 알게 된다. 

명성 병원의 근로 감독 과정에서 결정적 제보를 했던 인턴 이창규, 그러나 그는 결국 명성 병원에서 쫓겨났고 가족에게도 숨긴 채 공사장 인부로 일하던 중 벽돌을 맞아 뇌에 부상을 입었으나 방치된 채 죽음을 맞이했다. 뒤늦게 남편이 공사장에서 일하다 죽었다는 것을 알게된 아내는 공사 현장에서 죽음을 맞이한 남편의 산재를 신청했지만 평소 지병이 있었다는 이유로 기각되고 만다.

자신을 도왔던 인턴이 명성 병원에서 쫓겨나 공사장을 전전하다 죽음을 맞이했다는 사실에 죄책감과 아픔을 느낀 조진갑은 진실을 알기 위해 나선다. 산재, 하지만 산업 현장에서 당한 재해의 입증을 명성 건설은 유가족에게 떠넘긴다. 심지어 유품조차도 수습하지 못하게 하고, 진갑은 유품을 찾으러 명성 건설을 찾아가지만, 그에게 돌아온 건 감옥에서 나와 최서라의 하수인으로 복귀한 구대길에 의한 교통사고와, 뇌물 수수 조작 사건이었다. 

 

  ​​​​​​​

공무원 조진갑의 활약은 계속
그런 가운데 최서라는 전환 사채 조작을 통해 자신의 아들 양태수에게 회사를 불법 승계하려고 하고, 이를 위해 병실 내에 은밀하게 설치된 밀실에서 여러 주변 인물들에 대한 불법 도청 자료를 모은다. 그리고 이런 최서라의 비밀은 이창규의 핸드폰이 최서라에게 까지 흘러들어갔다는 사실에 의심을 품은 조진갑과 천덕구(김경남 분)가 은밀하게 그곳을 조사하다 알게 되고, 그 과정에서 양태수가 들이닥쳤지만 마약 복용으로 정신이 혼미한 틈을 타 무사히 복사까지 마무리하게 된다. 

그러나 산재 입증의 길은 멀었다. 병원 측은 이창규의 인턴 해고가 졸피뎀을 빼돌려 투약했다고 했고, 이에 우도하는 이창규 아내에게 돈을 주며 회유하고자 한다. 한편 공사 현장 근로 감독까지 나가서 어렵게 구한 cctv 자료 영상조차 진갑을 우려한 아버지로 인해 잃고 만다. 결국 빈 손으로 재심 위원회에 나서게 된 진갑과 이창규 가족, 그들 앞에 이창규가 자신 대신에 약물 혐의를 받고 해고되었다는 사실에 뒤늦게 맘을 돌린 명성 병원 이과장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는 바로 그 이창규가 빼돌렸다는 졸피뎀을 사용한 사람이 다름아닌 양태수라는 것을 진술하고, 그 진술에 증거가 될 영상을 조진갑이 제출하고, 드디어 '업무상 산재'가 입증된다. 

양태수가 한 마약을 빼돌렸다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병원에서 쫓겨났던 이창규, 명성 건설에서 공사장 인부로 일하다 벽돌을 맞고 위급 상황에 빠졌던 그는 무재해라는 '허명'의 작업장을 지키기 위한 공사장 작업 반장의 방치로 '골든 타임'을 놓친 채 죽어갔다. 그리고 그 죽음조차 '산재'로 인정받지 못한 채 가족들의 통한이 될 뻔한 걸 산재 위원회에 간 조진갑과 이번에도 갖은 회유와 협박에도 흔들림없이 조진갑의 동지가 된 '갑을 어벤져스'의 활약으로 명예를 회복하게 되었다. 

그리고 갖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명성 건설의 무재해를 지키고자 이창규에게 다시 한번 억울한 누명을 씌우려던 명성은 고스란히 '부메랑'을 돌려받는다. 공화 장애를 핑계로 감옥에서 나온 양태수를 비롯하여 갖은 이유로 병원 신세를 지며 병실에서 호화로운 식사를 하던 회장님들에게 뿌려진 물벼락을 시작으로 전환 사채를 이용하여 아들의 불법 승계를 하려던 최서라의 계획은 '말숙'을 볼모로 폭력을 가했던 최서라에게 '이에는 이'의 작전으로 응수한 천덕구의 '인터넷 봉쇄'로, 조진갑을 뇌물 수수로 엮으려던 구대길의 작전은 자신의 남편과 아이를 지키려는 주미란(박세영 분)의 역공으로 인한 양태수의 구속으로 최서라는 불법 승계는 커녕 스스로 '갑질'로 인한 여론의 뭇매를 맞으며 감옥으로 끌려가는 처지가 되고 만다. 

일찌기 고등학교 시절 자신의 아들을 함부로 대한다며 조진갑을 손봐주겠다고는 결국 그를 '폭력 선생'으로 몰아 해고시켰던 조진갑과 최서라의 악연은 이제 근로 감독관, 그리고 산재 위원으로 자신의 직분에 충실한 공무원이 된 조진갑과 각종 갑질은 물론, 불법을 넘나들며 특권을 행사하던 재벌 회장 최서라의 대결이 되었고, 결국 포기하지 않는 조진갑의 승리로 끝을 맺었다. 

간호사들의 걸그룹 춤 연습, 재벌 자제의 마약, 재벌가 사모님의 갑질,  전환 사채를 이용한 불법 승계 등 최근 우리 사회를 들끓게 했던 각종 현실의 사건 사고가 조진갑의 엄정한 공무 집행 과정에서 재벌들의 거악의 시리즈로 절묘하게 엮어나왔던 <특별 근로 감독관 조장풍> , 그러기에 어떤 드라마보다 현실감은 더해지고 , 그 현실로부터 길어진 공무원 조진갑의 화끈한 활약이 주는 카타르시스는 특별하다. 

by meditator 2019. 5. 15. 06: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