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도 수몰되고, 마을 사람들도 수몰되었다,  '사이비'에.  댐 건설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반목하던 주민들, 그들을 '통일'시킨 건 뜻밖에도 종교였다. 마을 청년 병률의 집에 나타나 법에 무지한 마을 사람들을 '현혹'시키며 마을에 '신앙공동체'의 터를 일구었던 최장로, 최경석(천호진 분), 그가 내세운 성철우 목사(김영민 분)는 '안수 기도'로 기적을 행했고 그 기적에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의 주머니를 털었다. 수몰 예정 지구로 지정되어 받은 보상금을. '천국'으로 향하는 신앙공동체를 일굴것이라던 그들의 기대는 최경석이 숨겨놓은 돈가방 속으로 들어갔고, 자신의 기적이 한낱 사기꾼의 '협잡'에 불과했다는 걸 깨닫게 되고 폭주한 성목사는 최경석의 눈앞에서 그 '돈'을 태웠다. 교회와 함께, 그리고 자기 자신도. 뒤늦게 나타난 월추리 사람들 교회와 함께 불타오르는 자신의 전재산 앞에 발을 동동구르며 자신을 '사이비'로 부추긴 동네 주민들의 멱살을 잡고 난리를 치지만 이미 모든 것은 화염이 휩쓸어 가버린 뒤였다. 그렇게 '사이비'에 현혹된 주민들은 모든 것을 잃었다. 

 

 

사이비에 현혹되어 죽음 보다도 더한 대가를 치룬 사람들
  '사이비 종교 집단'을 전면에 내세운 <구해줘 1>과 달리 지난 5월 8일 첫 방송을 시작한 <구해줘 2>는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이 만든 에니메이션 <사이비>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사이비>는 이미 2014 한국 평론가 협회를 비롯하여 해외 유수 영화제에 초청 및 2015 쟈그레브 국제 에니메이션 영화제에서 수상을 하며 소름끼치는 명작으로 회자된 작품이었다.

16부작의 드라마로 돌아온 100여분 남짓의 에니메이션, 그 달라진 서사의 구비를 위해 서주연 작가와 <도어락>의 이권 연출은 평범한 사람들의 동네 '월추리'를 배경으로 '사이비'에 빠져드는 사람들의 과정에 방점을 찍는다. 덕분에 드라마가 중반을 지나서는 13,4회차에 이르기까지 드라마는 순진했던 사람들이 어떻게 '사이비'의 맹신도가 되어가는가를 설득하기 위해 이른바 성목사를 앞세운 최장로에 사람들이 넘어가는 과정을 너무도 실감나게 그려내는 '고구마'의 전개로 시청자들의 한숨을 자아내게 했다. 

그리고 16회, 초반 10분만에 '신앙 공동체'를 일구자며 마을 사람들이 힘을 모아 세운 교회도, 그 교회를 만드는데 앞장선 최장로도, 성목사도 죽어갔다. 그리고 그 앞에서 아비규환에 빠진 마을 사람들, 드라마는 16부의 시간을 이끌어온 주인공들인 '사이비'에 현혹된 사람들이 받은 '현실의 벌'로 마무리된다. 

 

 

3년후 파출소장이 신고를 받고 찾아간 집에서 붕어(우현 분)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된다. 그리고 그의 장례식을 계기로 파출소장이 찾아나선 월추리 사람들, 마을에서 그래도 대우받던 이장은 이제 그가 용돈을 주던 딸한테 용돈을 받아 술을 사마시는 처지가 되었다. 그 마저도 자신이 준 돈으로 술을 사마시면 이젠 용돈도 없다는 악다구니를 들으며. 그런 그를 견디지 못한 아내는 집을 나갔다.  양계장은 이제 닭을 키우는 대신 주인의 지청구를 들으며 빚을 갚기 위해 치킨 배달 오토바이를 몬다. 그 밝았던 대구댁은 얼굴에 갈짓자를 그린 채 이제 식당에서 일한다. 한 마을에서 동고동락했지만 그들은 붕어의 장례식에 가지 않는다. 아니 갈 수가 없다. 보상금을 날려먹은 자신의 처지에 어디, 보상금은 물론 빚마저 진 처지에 어디 남의 장례식이나 다닐 깜냥이 아니라, 아니 어쩌면 살아있지만 '사이비'에 빠진 처절한 대가를 치루며 사는 자신들의 처지가 붕어와 다를 바 없다 여겨져서일 지도. 
그렇게 드라마는 '사이비', 그 결과물을 참혹하게 그려내며 시즌 2를 마무리한다. 

아니 어쩌면 <구해줘2>는 종교의 그릇에 담겨있지만, 평범한 사람들이 세상의 '사이비'같은 신념에 호도되어 자신을 어떻게 망가뜨려가는지이 꼽 월추리 사람들만큼의 사연으로 그려내었다. 그래서, 종교였을 뿐이지, 그것이 '도'였든, 혹은 또 다른 신념이었든 지금 이 순간에도 어느 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확증 편향'에 의거 저렇게 자신을 늪으로 스스로 걸어들어가게 만들 것이라는 섬뜩한 경고음을 울린다.

<구해줘2>를 빛낸 배우들 

목사; 뭐 찾으시냐고?
장로; 보면 몰라 김민철이 이 새끼가 이래놓고 갔잖아
목사; 상관없는데? 내일 신앙공동체하고 교회 자리 새로 알아볼껀데?
장로; 너냐? 너가 내 돈 갖고 갔냐? 내 보상금 니가 갖고 갔냐고?
목사; (웃음)
장로; 이 새끼 봐라? 얼굴은 순진하게하고서 이 새끼가 내 돈을 갖고 튀어? 이 새끼가 하자있는 새낀줄 알았는데 이 정도인 줄 몰랐네? 너 미쳤지?
목사; 미친 건 너지? 그러니까 지선이 애비로 나를 협박했겠지. 아니 내가 그런 걸로 겁먹을 줄 알았어?
장로; 그 새끼도? 니가 죽였어?
목사; 으으으으응
장로; 나 이새끼가 주 아버지 믿는 새끼가 살인을 하네? 와 이 새끼 완전 쓰레기네? 이거
목사; 쓰레기는 너지? 그 자식은 심판 받았거든

 

 

15회, 드디어 서로의 존재를 알고 교회에서 마주친 최장로와 성목사, 두 사람이 서로를 쓰레기라 비아냥거리고 이기죽거리는 이 장면이야말로, <구해줘2>에서 가장 빛나는 씬이다. 사이비의 산을 넘어 스스로를 늪에 빠뜨린 월추리 사람들의 서사가 씨실이었다면 그 씨실 위에 '사이비'의 그림을 그려내며 드라마의 가속을 붙여낸 건 바로 '사이비'의 주범 최장로와 종범 성목사였다. 

점잖은 법대 교수로 등장하여 대번에 협잡꾼으로 얼굴을 바꾸며 천연덕스럽게 월추리 주민들과 목사를 눙치고 등쳐먹는 사기꾼 최경석, 이미 2018년 <황금빛 내 인생>으로 kbs 연기 대상을 거머쥐며 '연기'에 있어서는 수식어가 필요없는 배우 천호진임에도 새삼 그를 '갓호진'으로 연호하게 만들었던 사기꾼 최경석의 캐릭터는 16부작 <구해줘2>의 결정적인 동력이다. 

그런 천호진이 분한 최경석이 주동력으로 <구해줘 2>를 이끌어 가는 가운데, 원작에서 딸과 아내를 학대하는 나쁜 아버지의 캐릭터가 드라마로 오며 나쁜 오빠로 변화된 캐릭터를 맡은 김민철 역의 엄태구는 <구해줘2>의 또 다른 동력이 되었다. 이미 < 밀정>< 택시 운전사>를 통해 단 몇 씬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던 조연 연기자였던 엄태구는 이제 명실상부 주연 배우로서 드라마을 이끌어 내는데 손색이 없는 존재로 자신을 드러냈다. 동생마저 한번도 오빠라 부르지 않았던, 운이 나빴지만 그 나쁜 운을 자신의 악다구니로 더 나쁜 사람이 되어 버텼던 김민철에 대한 연민은 전적으로 엄태구 배우의 몫이다. 

하지만 정작 <구해줘2>를 통해 가장 돋보인 배우를 꼽으라면 성목사 역의 김영민 배우가 아닐까?  이미 연극계에서는 내노라하는 배우인 그가, <나의 아저씨>에서 남의 아내를 옅보는 찌질한 갑 도준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하더니 이제 스스로 자신의 기적에 함몰되어 파멸의 길을 걷는 확신범 성철우로 만개했다. 

물론 천호진, 엄태구, 김영민만이 아니다. 결국 안수 기도에도 불구하고 폐암으로 죽어간 아내의 시신 곁에서 하늘나라로 떠난 아내가 행복할 것이라며 기도를 올리는 칠성 아재의 소름 끼치는 기도 연기는 원작에서 김민철 대신 사이비의 동굴에 갇힌 인물로 엔딩을 장식한다. 그렇게 <구해줘2>는 주연 배우들과 함께 조연 배우들 전체가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저마다의 사이비의 역사를 열연해 내며, 작품도 좋고, 연기는 더 좋았던 2019년의 명작으로 <구해줘2>를 기억하도록 만든다.  

by meditator 2019. 6. 28. 1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