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문학관>으로 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kbsdml 빼어난 수작 단막극의 전통은 <드라마 스페셜>로 명맥이 이어졌다. 하지만 해마다 그 입지가 위축되는 수익 구조, 제 아무리 배우들이 '봉사' 정신'으로 참여한다 해도 줄어드는 제작비의 압박, 게다가 점점 뒤로 밀려가다 못해 이제는 부정기적으로 방영되는 존재감은 그나마 공중파 3사중 유일무이하게 단막극의 존재감을 떨치던 <드라마 스페셜>의 위기였다. 


그런 가운데 7월 31일 오랜만에 <드라마 스페셜 단막극 2015> 시리즈가 찾아왔다. 다섯 편의 시리즈로 찾아온 2015 단막극 시리즈는 두 가지 면에서 신선한 기획이 돋보인다. 
우선 첫 번째, 여름하면 한번쯤은 보고 싶은 '납량 특집' 시리즈로 그 기획을 연 것이다. 첫 번째로 방영되는 <귀신은 뭐하나>는 <전설의 고향>의 명맥을 잇는 귀신 이야기이다. 그에 이어 두번 째로 이어지는 작품은 사도세자의 이야기를 공포물로 재해석한 '붉은 달'이다. 그 뒤를 이어 스포츠 성장물<알젠타를 찾아서>, 감동 판타지물<취객>, 아동성장물<그 형제의 여름>이 이어지면서단막극이 선보일 수 있는 다양한 장르의 향연을 맛볼 수 있다.
또 하나 수익 구조의 불안정성을 해소하기 위해, 이미 <간서치 열전>에서 시도한 바 있는 웹 드라마로서의 가능성을 다시 한번 열어간다. tv 방영과 함께, 네이버 캐스트를 통해 이어 방영을 시도함으로써, 이미 활성화되어 가고 있는 웹 드라마의 영역으로 확장하여, 단막극으로서의 한계를 돌파하고자 한다. 



현대판 처녀 귀신 이야기<귀신은 뭐하나>
여름이면 생각나는 것 중에 하나는 바로 등골이 오싹해지는 '납량 특집물'이다. 그 오싹한 귀기에 더위마저 잊게 만드는 이야기를 사람들은 여름이면 그리워한다. 하지만 올 여름 찾아오는 귀신들은 좀 시원치않다. <밤을 걷는 선비>의 뱀파이어들은 폼은 잡지만 어쩐지 어설프고, <오 나의 귀신님>의 귀신은 남자에게 하룻밤만 보내자고 앙탈이나 하고 다니는 형편이니 이 역시 면이 서지 않는다. 그런 와중에, <드라마 스페셜 단막극 2015> 시리즈의 첫 테이프를 끊은 <귀신은 뭐하나>는 아예 노골적으로 귀신 이야기를 들고 나온다. 

그런데 귀신 이야기하면 그저 컴컴한 밤 으슥한 산골에서 시작될 법한데 <귀신은 뭐하나>의 시작은 화창한 대낯 사람들이 잔뜩 모여있는 대학 캠퍼스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귀신보다 더 오싹한 순간, 무릎까지 끓고 한껏 진심을 담아 고백을 한 남학생은 고백이 무색하게 남자로서의 가장 치욕스런 말을 듣고 상대방 여학생에게 그 자리에서 차인다. 

그로부터 8년 서른 줄의 백수가 될 때까지 그 남학생 구천동(이준 분)은 때면 때마다 그 여학생이 한 말에 걸려 취직이면 취직, 사랑이면 사랑 되는 일이 없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그는 그 여학생의 얼굴에 잔인한 낙서을 해대며 외친다. '귀신은 뭐하나 무림이 얘 안잡아가고'
그런데 그의 앞에 그 무림이가 귀신이 되어 나타난다.(조수향 분)

일찌기 <전설의 고향>버전 죽어 이승을 떠나지 못하고 구천을 헤매는 귀신들의 이유는 바로 '한'이다. 그리고 그 한에는 자신을 죽음으로 이른 그 억울함을 풀지 못한 '복수'의 한이 있는가 하면, 다하지 못한 사랑 같은 애닮은 '한'도 있다. 그리고 구천동 앞에 나타난 귀신 무림은 바로 후자의 한을 가졌다. 처녀 귀신의 다하지 못한 사랑의 한을 풀어달라고, 바로 그 무림으로 인해 오랫동안 고통을 받아왔던 구천동에게 매달리는 것이다. 

<귀신은 뭐하나>는 8년전 그녀의 이별 선언으로 인해 현실에서 오랫동안 고통받아온 구천동에게 자신의 '한'을 풀어 달라며 귀신으로서의 갖자지 술책을 부리는 귀신 무림의 아이러니한 상황 속에 처녀 귀신의 못다한 사랑 이야기라는 고전적 귀신 이야기의 요소를 내포한 흥미진진한 이야기구조를 가진 작품이다.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도 아닌 구천동 앞에 죽어서 나타난 무림을 보며, 그녀가 찾는 애닳픈 사랑의 주인공이, 그녀가 집착하는 이름표의 의사가 아니라 구천동일 것이라는 것쯤은 알아차릴 수 있지만, 두 주인공으로 분한 이준과 조수향의 앙탈하고 얼르고 뺨치는 연기 속에, 그런 페이크쯤은 감내할 여유가 생긴다. 

그리고 결국 도달한 곳은 일찌기 귀신과 사람의 애닮픈 사랑 이야기 <사랑과 영혼>만큼이나 죽어서도 잊을 수 없었던 곡진한 처녀 귀신 무림의 사랑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뒤돌아 보니, 그런 무림의 자신을 잊어도 천동은 잊을 수 없는 애닮픈 사랑이 있으니, 지난 8년간의 천동의 현실 낙마조차 설명이 된다.  



무서운데 웃긴 처녀 귀신 무림의 도발과, 그 끝에 만난 결국은 누선을 자극하고 만 무림과 천동의 순애보, 웃다가 울리고 마는 <귀신은 뭐하나>는 <전설의 고향>판 처녀 귀신 이야기의 절묘한 현대적 해석이다. 그리고 마지막 천동과의 사랑을 확인하고 별이 되어 떠난 그녀가, 또 다른 귀신을 보내는 해프닝으로 마무리되는 마지막까지, 웃기고 울리다, 다시 웃음으로, 괜히 뒤를 확인하게 되는 찜찜함없는 깔끔한 마무리까지 <귀신은 뭐하나>는 감동과 재미를 적절하게 배합한 모처럼 찾아온 단막극의 선두주자로 손색이 없다. 

이렇게 여름에 어울리는 납량 특집극이지만, 그것이 그저 과거 <전설의 고향>의 반복이 아니라, 오늘날에 맞는 로코 버전으로 재탄생한 <귀신은 뭐하나>는 그 이야기의 참신성으로 '단막극'의 위상과 가치를 증명한다. 수익구조니, 존재의 당위성이니 해도, 재밌고 알찬 드라마로 증명해내야 하는 것이다. 

by meditator 2015. 8. 1. 12:26

7월 24일 첫 선을 보인 jtbc의 <라스트>, 정관사 the와 합쳐져 종말, 결말, 끝, 그리고 인생의 종말을 의미하는 이 단어가 뜻하고 있는 사람들은 바로 정상적인 사회 생활에서 튕겨져 나온 잉여 인생, 노숙자들을 의미한다. 전국의 1만2천명(2013년 기준), 서울시에만 4천여명 삶에서 방치되고, 일반인들에게 멸시받고, 그 스스로 어떤 삶의 의지도 보이지 않는 이들의 삶의 공동체, 그리고 그 속에 암약하고 있는 100억의 지하 경제가 바로 드라마 <라스트>의 배경이다. 


<라스트>가 기대되는 이유
지난 6월 30일 jtbc본사에서 열린 드라마 cp간담회에서 송원섭 드라마 제1cp는 시청률 20%를 넘는 주말 드라마의 반 정도 밖에 안되는 <미생>이 전국적인 화제성을 보인 점을 예로 들며, 시청률을 뛰어넘은 의미를 지닌 것이 화제성이며 jtbc의 드라마는 <미생>처럼 시대성을 보여주는 드라마, 지상파에서는 하지 않는 차별화된 드라마를 지향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 시대성을 보여주는, 지상파와 차별화된 드라마로 첫 선을 보인 드라마가 바로 24일 첫선을 보인 <라스트>다 



조회수 600여만건을 기록한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라스트>는 지상파에서 다루기 힘든 노숙자의 세계를 배경으로 한 지하경제를 다룬다. 비범한 두뇌를 가진 전직 작전 세력이었던 장태호(윤계상 분)가 작전에 실패하여 경찰과 사채업자에게 쫓겨 하루 아침에 노숙자의 신세로 전락하게 되고, 거기서 돈 되는 일이라면 강매, 장기 밀래, 대포 통장 거래 등 그 무엇이든 가리지 않는 노숙자 지하 세계에 발을 들이며 그곳에서 승부사의 기질을 다시한번 발휘해 가는 이야기는 지금까지 그 어떤 드라마보다 호기심을 자극할만한 신선한 스토리이다. 

지상파에서는 엄두를 내기 힘든 노숙자를 배경으로, 케이블에서나 다룰법한 장기 밀매 등의 지하경제가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라스트>는 그렇다고 느와르의 침침함에 기대지 않는다. 외려 하루 아침에 노숙자가 된 장태호가 단돈 5000원을 위해 우연히 노숙자 세계 넘버7을 때려 눕히면서 시작되는 넘버1을 향한 생사를 건 액션어드벤쳐의 성격을 띤다. 그런가 하면 장노인 정종준과 변칠복이 김영웅 등이 펼치는 질펀한 노숙자의 세계는 언뜻 <유나의 거리>가 보여준 질펀한 사람 사는 세상의 모습과, 그속에서 벌어지는 '주먹'리그의 인간 군상이, <라스트>의 첫 회에서 떠올려진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드라마가 기대되는 이유 중 하나는 sbs을 통해 <추적자 the chaser>, <황금의 제국> 등을 통해 독자적인 연출 세계를 확보한 조남국 피디의 첫 jtbc연출작이라는 점이다. 과연 그가 <추적자 the chaser>와 <황금의 제국>을 통해 선보인바 있는 사회 고발적인 세계관이 jtbc와 <라스트>라는 작품을 통해 얼마나 자유롭게 발휘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그와 더불어 첫 회 단 한 장면으로도 시선을 사로잡은 박혁권을 비롯하여, 이미 조남국 감독과 함께 한 <추적자 the chaser>에서 주목받은 바 있는 넘버 7 뱀눈 역의 조재윤에서 부터 넘버 1이범수까지 걸출한 조연들의 포진이 <라스트>의 빼놓을 수 없는 기대 요소이다. 마치 잘 차려진 조연진에 주연 윤계상만 잘 떠먹으면 되는 모양새이다. 




제작사간 판권 분쟁이라는 잡음에도 순조롭게 첫 선을 보인 <라스트>.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던 웹툰 원작이 오히려 <라스트>의 뒷덜미를 잡을 수도 있다. 하지만 첫 회 선보인 적나라한 서울역 노숙자의 세계와, 원작보다 더 절묘한 조연진들의 연기가 우선은 그런 우려를 잠재울 만 하다. 그저 앞으로 매력적인 장태호의 캐릭터를 윤계상이 잘 살려내기만 한다면, <라스트>는 순풍에 돛단듯 할 것이다. 
by meditator 2015. 7. 24. 23:55

'스릴러' 장르물의 묘미는 무엇일까?

액션이니, 추리니, 거기에 겯들인 로맨스니 해도, 결국은 스토리가 주는 쫄깃한 반전이 아닐까. 뒤통수를 맞은 느낌임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뒤통수를 내어주어도 좋을 것 같은 허를 찌르는 그 기발한 스토리가, 이런 저런 겉치레를 덜어낸 장르물의 진짜배기 알곡이 아닐까 싶다. 그런 면에서, 월, 화요일 밤 10시, 11시에 연달아 찾아드는 두 편의 장르물 <너를 기억해>와 <신분을 숨겨라>는 로맨틱 스릴러와, 도심 액션 스릴러라는 서로 다른 지향에도 불구하고, 동일하게 장르물의 묘미를 흠씬 맛보게 해준다. 


범인과 범인을 잡는 묘미라니!
21일 10회의 시작은 이현(서인국 분)의 집에 초대되어 온 정선호(박보검 분) 변호사로 시작된다. 그리고 또 한 사람의 방문자, 이현이 초대한 옆집 사람, 이준호(최원영 분) 법의관이다. 이 세 사람이 함께 한 식탁은 긴장감이 흐른다. 그리고 그걸 바라보는 시청자 역시 손에 땀을 쥐며 바라보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는 프로파일러, 변호사, 법의관으로 안면을 트게 된 세 사람이지만, 어쩌면 형과 동생, 그리고 형과 동생의 생이별을 기인하게 만든 연쇄 살인범이라는 악연일 수도, 아니 거의 그래보이니까. 그리고 현재의 사건으로 드러나는 '시체 없는 연쇄 살인'의 배후일 수도 있는 인물들과 그들을 의심하는 프로파일러와의 만남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긴장감이 흐르던 세사람의 식사는 그리 길게 이어지지 않는다. 차지안(장나라 분)이 납치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차지안의 납치 소식에 충격을 받은 이현, 그런 이현을 만류하고 대신 운전대를 잡은 정선호,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을 묘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이준호, 차지안을 알고 있던 세 사람은 그래서 함께 현장으로 향하고, 본의 아니게 함께 수사에 참여하게 된다. 세상에, 범인으로 의심되는 사람들과의 수사라니! 하지만, 일찌기 탁월한 두뇌 플레이로 감옥을 빠져나간 이준영으로 부터, 아버지로부터 사이코패스라 낙인 찍힌, 하지만 이젠 프로파일러가 된 이현에, 사실은 진짜 사이코패스가 아닐까 의심이 되는 이현의 동생같은 정선호까지, 세 사람의 싸이코패스가 함께 하는 수사라면, 따지고 보면 이게 바로 천하무적이다! 천하무적의 승률을 가질 수 밖에 없는, 하지만 서로에 대한 근본적인 의심의 눈길을 접을 수 없는 세 사람은 손발을 맞춰, 아니 정확하게는 입을 맞춰가며 범죄자를 추적해 들어가고 검거에 성공한다. 길지 않는 세 사람의 수사 장면은, <너를 기억해>만이 선보일 수 있는 '쪼는 맛'의 정점이다. 

그리고 그 사건을 통해 이현은 어쩌면 자기 동생 역시 그저 가출이 아니라, 이준영에 의한 유괴였다면 이번 사건처럼, 이준영에 의해 사이코패스로 길러졌을 수도 있을 것이란 의혹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그 의혹은 동생의 실종을 두고 이준영과 딜을 한 현지수(임지은 분)로 인해 더더욱 확고해진다. 하지만 이현이 그런 의심을 하는 시각, 이준영은 전혀 다른 언급을 한다. 범죄자와 함께 하여 범죄자가 된 것이 아니라, 애초에 그런 소양이 있었기에 범죄를 저지른 것이 아니겠냐는 이현돠 다른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그렇게 이현과 이준영이 서로 다른 입장을 표명하게 만든 사람, 바로 이현의 동생으로 추정되는 정선호 변호사, 그를 자신의 동생일지도 모른다고 의심을 가지게 된 이현은, 그래서 동생이 그가 다가가는 연쇄살인의 범인일까 고뇌하고, 그런 이현의 마음과 달리 정선호 변호사는 형이 자신을 찾지 않았다는,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자신에게는 눈길을 주지 않는다는 것에 눈빛이 흔들린다. 

<너를 기억해>의 묘미는 차지안의 이현에 대한 기억으로부터 시작하여, 이현의 차지안의 기억으로, 그리고 이제 다시 정선호의 기억에서, 이현의 기억으로, 얽혀있는 인물들의 기억과 상처 속을 헤집으며, 범죄 수사, 그리고 진실을 향해 한 발자국씩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동생을 기억 속에서 끄집어 냄으로써 동생을 싸이코패스로 만들까봐 두려워하는 이현, 하지만 그런 형과 달리 자신을 기억해 주지 못하는 형이 내내 서러운 동생, 그리고, 아버지의 기억으로 고통받는 차지안 등, <너를 기억해> 속 숨겨진 반전의 장치들은 그저 사실을 알게 되는 쾌감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관계'와 '인간'에 대해 다시 짚어보게 되는 지점을 열어준다. 


'고스트' 대신 '민태인'을 잡아버린 통수
11회 <신분을 숨겨라>가 기대되었던 것은 드디어 '고스트'라 불리워졌던 인물과의 대면이 이루어질 지도 모른다는 정황때문이었다. 정선생(김민준 분), 남인호(강성진 분) 등 악인 뒤에 숨어있는 절대 악 고스트가 유명인사초청 자선파티에 등장한다는 첩보를 입수한 수사5과는 촉각을 곤두세운다. 수사 5과 요원들을 현장과 주변에 잠복시킨 채 자선파티을 예의 주시한다. 

파티에 등장하는 한 명, 한 명의 인물들, 장민주(윤소이 분)의 친부로 추측되는, vd107바이러스에 관심을 가졌던 이명근 방위산업체 회장, 최대현 국정원 과장, 이일한 경찰청장 등 그들이 등장할 때마다 수사 5과 인물들은 물론 시청자들조차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신분을 숨겨라>를 지켜보던 시청자들이 한번쯤은 혹시나 고스트일까 의심했던 인물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들은 미리 예견되었던 바 고스트가 등장할 밀실까지 초대받는다. 

하지만 드라마는 시청자의 뒤통수를 친다. 이명한 회장을 제외한, 질병관리 센터장을 포함한 나머지 세 사람은 엄인경의 주도 아래 와인을 마시며 잠시 시간을 보내게 된다. 와인잔이 따라지는 순간, 장민주의 수사로 그 와인잔에 독이 든 것을 알게 된 수사 5과의 저지로 다행히 세 사람은 죽음을 면하고, 엄인경만이, '국가에 의해 부정당한 스파이'의 전설을 통해 경고를 남기며 죽어간 것이다. 

역시나 이번 회도 '고스트'의 뒤를 쫓다 헛물만 키는가 하는 순간, 11회의 뜻밖의 복병이 나타난다. 수사5과가 고스트의 꼬리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 순간, 고스트는 vd107을 획득한 것이다. 남인호가 잡히면서 함께 회수된 줄 알았던 바이러스, 하지만 남인호는 자신의 체포를 예감하고 바이러스를 자신을 잡으러 온 민태인의 몸 안에 주입했고, 고스트는 수사5과의 눈을 자선파티에 돌린 채 유유해 민태인을 납치해버린다. 수사5과의 '장군'에, 더 강력한 고스트의 '멍군'인 셈이다. 

<신분을 숨겨라>의 감정 코드는 고스트와 수사 5과의 전선이 대치된 가운데 사랑하는 동생과 연인을 잃은 민태인(김태훈 분)과 차건우(김범 분)의 깊은 원한, 그리고 그들과 동지애로 얽힌 장무원(박성웅 분)의 형제애로 이루어진다. 이미 5년간의 잠입 수사 끝에 목숨을 잃을 뻔한 적이 있는 민태인이, 이제 다시 그의 몸이 바이러스의 숙주가 되어 고스트의 손에 잡히는 설정은, 그 어떤 멜로드라마의 이별보다 애절하다. 수사5과가 고스트 측이 내세운 하수인, 정선생, 남인호, 이제 엄인경까지 하나씩 제거해가며 고스트로 좁혀가는 순간, 고스트는 민태인을 숙주로 이용하며 수사5과의 허를 찌른다. 결국 잔가지들을 다 제거당한 고스트와, 가장 안타까운 동지를 잃은 수사 5과의 진검승부만이 남게 된다. 목숨을 바쳐서라도 고스트를 지키려는 하수인들, 그리고 그렇게 하수인들을 잃고 수사5과의 아킬레스건 민태인을 볼모로 자신의 이해를 관철시키려는 고스트, 누군가의 목숨을 담보로 한 <신분을 숨겨라>의 다음이 기대될 수 밖에 없다. 



by meditator 2015. 7. 22. 16:40

정도전 신드롬을 불러 일으켰던 <정도전> 작가 정현민의 복귀와 영화배우 정재영의 첫 드라마 출연으로 화제를 모았던 kbs2의 수목 미니 시리즈 <어셈블리>, 하지만 그 화제성은 아쉽게도 시청률로 이어지지 않았다. 첫 회 5.7%를 보였던 시청률은 모처럼 볼만한 정치 드라마란 호평에도 불구하고 2회만에 4.7%로 자리수를 바꾸며 주저 앉았다.(닐슨 코리아 기준) 




<어셈블리>의 부진, 정도전은 되고 진상필은 안되는 걸까?
2014년에 방영되어 화제를 모았던 50부작 <정도전>은 그 이전의 사극과는 궤를 달리한다. 일반적으로 역사적 인물을 시대적 사명에 부름받은 입지전적 인물로 미화시키는데 반해, 사극<정도전>은 고려말 조선초를 배경으로 격동기의 역사 속에 '정치'라는 소용돌이 속에 휘말려 명멸해간 인간적 군상들을 적나라하게 그려냈기 때문이다. 백성을 위하는 마음으로 살신성인의 길을 걸었던 정도전은 하지만 막상 권력을 손에 쥐자 피도 눈물도 없는 '권력'의 화신이 되어 정권을 유지하는데 혈안이 된 인물로 변모한다. 그는 여전히 자신의 신념을 버리지 않았다고 했지만, 그가 취하고자 하는 신념은 많은 사람들의 희생 속에 빗바래져만 가고, 결국 역사는 그저 명멸하는 '권력'만이 생존할 뿐이라는 걸 '허무'하게 그려냈다. 그리고 시청자들은 그 날 것 그대로의 '정치'를 그려낸 <정도전>에 열광했다. 주인공 정도전 뿐만이 아니라, 극중 이인임으로 등장한 박영규까지 연말 시상식에서 수상을 하는 등 시청자들의 관심을 이끌었다. 

그리고 1년여의 시간이 흐른 2015년 <정도전>의 정현민 작가는 마치 고려말의 정도전이 현대로 환생한 듯 역시나 날 것 그대로의 정치 현장을 오늘에 되살린다. 드라마 속 정도전이 성균관을 뒤집어 업고 똥물을 고려 권신에게 투척하던 그 모습은 이제 2015년의 현대의 정도전이 된 진상필은 노동 현장의 해고 노동자가 되어 되살아 난다. 고려 말 화분의 꽃잎을 닦아주던 이인임(박영균 분)은 역시나 여당의 막강 실력자 박춘섭으로 현현되어 집 마당의 꽃나무를 쓰다듬는다. 이권을 위해서는 나라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던 고려 말 권신은 이제 말로는 국민을 위하고 대의를 운운하지만 정치꾼이 되어 다음 선거를 위해서는 야권 후보조차 쟁탈하는 백도현(장현성 분)으로 돌아왔다. 여야의 대립으로 각을 세우는 대신 노동 현장의 부당 해고자가 여당 국회의원이 된다는 설정으로 어설픈 논쟁을 피해, 역설적으로 정치의 본질을 드러내고자 한다. 

하지만 이미 첫 회부터 출연자들의 면면을 현실 정치인에 빗대어 상상해 보는 재미에서 부터, 여야를 떠나 결국은 '선거'를 통해 이합집산하는 정치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어 화제를 모았던 <어셈블리>의 성과는 미미했다. 드라마의 첫 출연이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이면서도 유연한 화면 장악으로 '역시 정재영'이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낮은 시청률은 졸지에 '정재영'이라서 라는 물음을 만들고야 만다. 극적인 반전이었던 부당 해고 노동자의 여당 국회의원으로의 변신은 시선을 사로잡아야 할 첫 회에 노동자들의 해고 투쟁을 선보여 채널을 돌리게 만들었다는 핑곗거리를 만들었다. 시청률이 나오기 전 <어셈블리>에 대한 호평들은 시청률이라는 지표로 읺내 단 한 순간에 사람들이 외면할 이유가 되었다. 결국은 '먹고사니즘'이 판치는 세상에 누가 골치 아프게 노동자가 국회의원이 되는 허무맹랑하면서도 머리 아픈 이야기를 들여다 보겠냐는 것이 낮은 시청률의 이유라면 이유이겠다. 



<어셈블리>의 고전, 하지만 속단하기엔 이르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신드롬이 되었다던 <정도전>도 처음부터 신드롬이지는 않았다. 일개 성균관 유생이던 정도전이 더러운 권신들의 세상을 참지 못해 똥물을 투척하고 세상을 떠돌때만 해도 <정도전>은 10%를 겨우 넘는 드라마였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셈블리>의 좌초를 섣불리 운운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진상필이 국회로 입성하여 본격적으로 '정쟁'을 벌이기 시작한다면 '정치' 드라마로서 잃었던 시청자들의 관심을 회복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다지고 보면 사람들이 <정도전>에 매료되기 시작한 시점은 이인임과 정도전의 반목이 본격화되면서 부터였기에, 국회로 들어온 진상필이 박춘섭, 백도현과 이념을 넘어선 권력 투쟁을 하기 시작한다면 얼마든지 <어셈블리>의 국면 전환은 가능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부당 해고자 진상필의 필모를 이른 정리와  여당 국회의원으로 빠른 변신은 <어셈블리> 전개의 청신호다. 그리고 거기엔 그저 무난하게 연기를 하는 김규환 역의 택연의 연기가 발연기처럼 보이는 출연자들의 호연이 뒷받침된다. 

하지만 그런 가능성과 별개로, 전작 <복면 검사>에서 이제 <어셈블리>2회까지, 사회 비판적인 내용이나 기능을 담은 드라마에 대한 무조건적인 거부 반응에 대해서는 한번쯤 짚어볼만 한다. '먹고사니즘'이 판치는 세상, 결국 사회 비판의 맥은 '우리의 먹고사니즘'이건대, 자기 삶에 몰입한 사람들은 내 '먹고 사니즘'이 아니고서는 외면하는 그 즉자적인 반응이 무섭다. 결국, 인간사 '우리'가 아니고서는 해결되지 않는 세상에, 갈수록 '내 먹고사니즘'에의 몰입은 점점 더 사회현실을 논하는 드라마들의 입지를 좁히기만 하니 말이다.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이 '내 먹고사니즘'에 빠져 사는 사람들이 빠져드는 것은 정작 '남의 먹고사니즘'이라는 것이다. 동시간대 <가면>의 자체 최고 시청률(12.2% 닐슨 코리아 기준)에서 알 수 있듯이, 그것도 다름아닌 '재벌'들의 이야기. 도대체 살면서 뉴스가 아니고서는 조우할 일도 없는 재벌가의 끝도 없는 이전투구에 사람들이 빠져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저 보기 편하고 재밌으니라는 말로 퉁치기엔 씁쓸한 오늘의 과제다. 


by meditator 2015. 7. 17. 18:12

7월 12일 <sbs스페셜>에서는 '슬픈 천륜, 감옥 밖의 아이들'이란 제목으로, 살인자를 부모로 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한 해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살인 사건이 1000 여건, 그 살인 사건을 저지른 범죄자는 분명 법의 심판을 받아야만 하는 사람이지만, 그의 자식이라는 이유만으로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부모를 범죄자로 둔 자식들의 운명은 가혹하다. 죽음을 앞두고 자신이 남기고 떠나야 할 자식들 때문에 범죄자 아버지는 통한의 눈물을 흘리지만 아버지의 눈물로는 자식들은 보호받지 못한다. 


또 다른 인권의 사각 지대에 놓인 범죄자의 자식들 이야기를 다루기 위해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에게 '사형'이 실제로 집행되는 중국의 사례를 빌어 부모를 범죄자로 둔 자식들의 이야기를 다룬 <sbs 스페셜>, 바로 다음 날 방영되는 kbs2의 <너를 기억해>는 바로 그 슬픈 천륜으로 인해 죽음에 이른 한 소년의 이야기가 극중 에피소드로 다루어 졌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뀐 불행한 우정
이현(서인국 분)의 강의실을 찾아와 살인자의 자식인 자기 자신에 대한 의심을 토로했던 소년 이정하, 이현의 다독임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찾은 현장에서 이정하는 아버지를 감옥으로 보낸 목격자를 죽인 현장에서 그 자신도 상해를 입은 채 잡히고야 만다. 하지만 이현은 이정하의 범행을 믿지 않는다. 오히려 그에게 정선호(박보검 분) 변호사를 붙여, 그를 보호하기까지 한다. 그리고는 그의 친구인 이진우를 쫓고, 결국 이진우가 이정하의 아버지를 자신의 아버지라 오해하여 벌인 범행임을 밝힌다. 

두 소년의 불행한 우정, 거기엔 이정하를 아버지로 오인했지만, 사실은 이정하에 의해 죽임을 당한 피해자의 아들 이진우와, 그런 이진우를 알고도 묵과해버린 이정하의 혼돈이 있다. 그리고 이진우의 오해를 알고서도 이용한 파렴치범 이정하의 아버지, 이한철이 있다. 

sbs스페셜은 사회적으로 배척받는 범죄자의 자식으로 살아가야 하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범죄자의 자식을 '인권'의 차원에서 다루었다면, <너를 기억해>는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범죄자의 DNA를 유전적으로 물려받은 범죄자 자식의 정체성에 대한 고뇌를 깊게 다룬다. 이현의 말대로 성범죄자였던 아버지 때문에 사춘기가 되어서 자신에게 찾아온 성적인 혼돈조차 죄의식으로 느꼈던 소년, 누군가를 죽인 아버지 때문에 살면서 누구나 때론 떠올릴 수 있는 나쁜 생각조차 죄책감으로 시달려야 했던 소년은 결국 친부를 오해해 살인을 저지른 피해자의 자식인 친구의 칼을 맞아 세상을 떠나고야 만다. 길지도 않은 18년의 세월의 상당 부분을 자신도 아버지처럼 살인자가 될까 두려움에 떨며 보내다가. 피해자와 가해자의 자식이라는 어긋난 운명이 불러온 불행한 우정도 슬프지만, 자신의 천륜으로 인해 고통받으며 사는 범죄자 자식의 가혹한 운명이 이정하라는 소년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소년의 죽음을 통해 자신들의 상처에 한 발씩 다가서는 이현과 차지안 
그리고 이 이정하에 대해 변호사까지 붙여주며 마음을 써주던 이현, 그리고 그런 이현의 마음을 헤아리는 차지안(장나라 분)는 이 사건을 통해, 서로에게 조금 더 한 발 다가가게 된다. 이정하에게 마음을 쏟는 이현에게 정 변호사는 이유을 물었지만 이현은 그저 꽃 중에서도 유독 눈에 들어오는 꽃이 있다고 대답을 피했지만, 차지안은 안다. 그 소년에게서 어린 시절 아버지에 의해 '사이코패스'라 규정되어 갇혔던 경험이 있는 이현이 자기 자신을 투영했음을. 그리고 차지안에게 조차 자기 자신을 의심했기 때문에 솔직하지 못한 거 아니냐며 반문하는 이현의 여전한 고뇌를. 

그래서 소년의 죽음 이후, 마음이 아플 이현을 찾아가 차지안은 말한다. 너는 괴물은 아닌 거 같다고. 그것은 일찌기 어린 시절 아버지조차 '내 아들이 괴물'이란 규정을 당한 이현에게는 뒤늦게 찾아 온 면죄부와도 같다. 그렇게 이현은 내내 자신을 옭죄어 왔던 '괴물'이란 올가미가 차지안으로 인해 조금 느슨해 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현 역시 차지안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역시나 소년처럼, 차지안은 결코 인정하지 않았지만, 이준영과 함께 사라져버린 교도관의 딸로, 공범의 자식으로 취급받으며 살아왔던 차지안의 삶도 그리 쉬운 것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그러면서 이만큼 자라느라 수고했다며 쓰다듬어 준다. 

그렇게 이준영이라는 사이코패스 연쇄 살인범으로 인해 어린 시절 씻을 수 없는 상처를 가진 소년 이현과 소녀 차지안은 이제 어른이 되어 만나, 함께 파트너가 되어 사건을 해결해 가면서 그 사건 속에서 두 사람의 '치유'의 실마리를 얻어 간다. 이미 <냄새를 보는 소녀>에서도 보여졌듯이 상처를 입은 두 주인공은 서로의 상처를 그 누구보다 진솔하게 이해하고 보다듬으며, 그 사건에 개입함으로써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상처를 치유한다. <냄새를 보는 소녀>와 <너를 기억해>가 공통으로 제시하고 있는 상처받은 젊은이들에게 권하는 치유의 해법이다. 

이현과 소년 이정하는 한 권의 동화책을 공유한다. 인디언들 사이에서 전해 내려오는 민담을 담은 '늑대 이야기'가 그것이다. 여기서 늑대는 실존하는 늑대가 아니라 마음 속 늑대다. 마음 속에 있는 착한 늑대와 나쁜 늑대, 두 늑대 중 누가 승리하느냐에 대한 인디언 추장의 대답은, 바로 내가 먹이를 주는 늑대이다. 즉, 이 '늑대 이야기'를 통해 <너를 기억해>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은 그간 우리 드라마가 관행적으로, 혹은 편의적으로 다루어 온 결정적 범죄자 사이코패스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해석이다. 타고난 사이코패스라 하더라도, 결국 그의 범죄를 결정짓는 것은 '그의 의지'라는 것이다. 아버지가 피해자였던 소년이 자기 자신을 살인으로 내몰수도 있게 되는 것, 혹은 그 반대로 살인자 아버지를 둔 채 평생을 자기 반성으로 살아갈 수도 있는 것, 그리고 아버지에 의해 괴물로 낙인 찍혔지만 오히려 범죄를 쫓는 프로파일러가 되는 것처럼, 결국 어떤 '늑대의 삶을 사는가는 자신의 책임이라는 '주제 의식'을 7회 <너를 기억해>는 드러낸다. 그리고 이런 드라마의 주제 의식은, 앞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 이준영과 이현의 동생을 통해 보다 구체화될 것이다. 
by meditator 2015. 7. 14. 06:25

괴랄하다'는 국어 사전에서는 찾을 수 없는 인터넷 용어이다. '괴상하다'란 뜻과, '지랄맞다'는 뜻이 결부된 인터넷 상에서 자생된 이 언어가 사전에서 찾을 수 없는 뜻임에도 불구하고 이 '지랄맞은 세상'에 '괴상하다'란 단어로 설명할 길없는 감정의 기복을 설명해 내는데는 어쩔 수 없이 딱이다. 이렇게 사전에 없는 단어가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서 새로운 생명력을 얻듯이, 기존에 우리가 알던 문화도, 세월이 흐름에 따라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되어 가는 것은 불가피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어느새 '괴랄하다'란 단어가 이물감없이 일상적으로 받아들여지듯이, 거기엔 문화적 공감이란 것이 전제되어 있어야만 한다. 

그런데, 이제 2회를 마친 <밤을 걷는 선비>, 이 괴랄한 드라마가 과연 '괴랄하단' 단어만큼 대중적 공감력을 가진, 그래서 공중파 수목 10시대를 장악할 만한 것일까? '괴랄하다'란 단어에 딱 어울리는 <밤을 걷는 선비>지만, 안타깝게도 그 드라마가 가진 '괴랄한' 맛은 쉽게 '공감'하기 힘들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는 듯, 7.7%로 시작된 드라마의 시청률은 2회만에 6.8로 하락했다.(닐슨 코리아 기준)



2015년 상반기에만 흡혈귀물이 무려 세 편!
<밤을 걷는 선비>에 대해 언급하기에 앞서 2015년 올 한 해, 그것도 이제 7월에 불과한 상반기에만 공중파를 찾은 괴기물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아야 할 듯하다. 

2015년 2월부터 5월까지 kbs2tv 월화 드라마로 <블러드>가 방영되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드라마는 '감염'되듯이 불의의 사고로 뱀파이어가 된 의사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리고 현재 역시나 kbs2tv 금토 드라마로 5월부터 방영중인 <오렌지 마말레이드> 역시 뱀파이어와 인간이 공존하는 세상을 배경으로 뱀파이어와 인간간의 사랑을 다룬 판타지 로맨스 드라마이다. 그리고 이제 7월 8일 mbc에서 수목드라마로 <밤을 걷는 선비>가 방영되기 시작했다. 

물론 <블러드>는 병원을 배경으로 뱀파이어가 된 외과 의사의 이야기요, <오렌지 마말레이드>는 시대를 관통하는 순수한 뱀파이어와 인간의 사랑이야기요, <밤을 걷는 선비>는 뱀파이어가 되었지만 홍길도처럼 의적이 된 사내와 그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다를 수 있다지만, 결국 이러니 저러니해도 뱀파이어물의 정체성을 벗어나지 않는다. '인간의 피'를 먹지 않고서는 살 수 없는 신체적 딜레마를 가진, 하지만 대신 인간의 능력치를 훨씬 뛰어넘는 능력치를 갖게 된 슈퍼맨 뱀파이어가 주인공을 등장하여, 이종의 인간과 얽혀 사랑도 하고, 갈등을 야기하게 되는 것이다. 

뱀파이어, 흡혈귀? 도대체 이 이종의 문화 콘텐츠가 한 해 동안 그것도 상반기에, 그것도 편성되기도 어렵다는 주중 미니시리즈의 시간대에 줄기차게, 심지어 겹쳐지며 편성되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뱀파이어물이 tv로 유입되기 시작한 유래를 따지자면 2005년 시즌3까지 방영된 <안녕 프란체스카>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듯하다. 그러나 시트콤이지만 프란체스카는 현재 방영되고 있는 국적 불명의 뱀파이어물과는 다르다. 엄연히 체코 프라하에 그 시원을 가진 원조 뱀파이어들이다. 단지 재수없게 한국이란 나라에 불시착했을 뿐. 그렇다. 어린 시절 극장에서 만난 드라큐라 백작에서 알 수 있듯이, 드라큐라, 혹은 뱀파이어, 그리고 흡혈귀는 서양 중세 동유럽을 배경으로 한 설화에서 유래된다. 서양의 설화로 시작된 뱀파이어는 여인의 피를 먹어 영생을 유지하는 창백한 미남자로 인해 매력적인 소재로 각종 문화의 영역으로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그건 그저 외국의 이야기였을 뿐 우리의 것이 아니었다. 그러던 것이 상대적으로 역사적 고증 따위에서 자유로운 로맨스 소설들이 그 매력적인 소재를 받아들이기 시작하였고, <트와일라잇>, <뱀파이어 다이어리> 등 미국 영화와 드라마에서 청춘물의 소재로 뱀파이어를 등장시키기 시작하면서 어느새 우리 드라마에서도 뱀파이어란 이종의 문화가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2011년부터 시즌2에 걸쳐 ocn에서 방영된 <뱀파이어 검사>가 최근 범람하고 있는 뱀파이어물의 원조격이 된다. 원치 않았던 이유로 인해 뱀파이어가 되고 만 착한 주인공, 그는 자신과 다르게 뱀파이어의 능력을 이용하여 인간 세상을 해치는 무리들을 상대로 하여, 자신이 가진 뱀파이어 능력을 앞세워 싸워나간다. <뱀파이어 검사>는 뱀파이어라는 인간 세상의 질서에 위배된 능력을 가진 자가, 검사가 되어 정의를 실현한다는 아이러니한 정황을 드라마적 재미로 내세워 열혈 시청자들의 호응을 받았다. 

하지만 <뱀파이어 검사> 까지만 해도 엄밀하게 말도 되지 않은 뜬금없이 한국 땅에서 뱀파이어가 된다는 소재가 케이블이란 한계가 오히려 장점이 되어 극복될 수 있었다. 하지만, 그저 매니아들을 위한 장르물이 여러 세대들을 아우르는 공중파로 진출한다는 것은 또 다른 생각해 볼 점이다. <블러드>에 이어 <오렌지 마말레이드>, 그리고 <밤을 걷는 선비>까지, 연속된 시도에도 불구하고 낮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이 지극히 자의적이었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즉, 뱀파이어란 소재가 로맨스 소설이나, <트와일라잇> 등에 젊은 층이 열광할 만큼 신선한 소재며, 매력적이 이야기일지는 모르지만, 그것이 우리나라의 공중파 드라마로 모든 세대를 설득해 내기엔 무리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일련의 뱀파이어 드라마들은 역설적으로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조선 선비의 옷을 입고 뽀족한 이빨을 드러내고 덤비는 뱀파이어라니!

1979년부터 1989년까지 무려 10년 동안 방영되었던 <전설의 고향>은 우리나라 전국 방방 곡곡에 숨겨진 전설들을 이야기화했다. 어느 마을 어느 고개 이야기, 산 마루의 바위에 얽힌 사여 등, 드라마 말미 이 구체적인 지명을 등장시켜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설득시켜 내었다. 이렇듯 10년간의 스테디 설러가 가능했던 이유는 전국을 샅샅이 훑고 다닌 작가 임충씨와 제작진의 이야기를 찾기 위한 여정이다. 차라리 어설프게 외국의 콘텐츠인 뱀파이어를 가자 붙일 바에야 전설의 고향을 복습하며 이야깃거리를 찾아내는 것이 어떨까.



뱀파이어 소재보다 더 심각한 것은 뻔하고 단순한 이야기 구조 
하지만 어쩌면 진짜 문제는 뱀파이어라는 소재가 아닐 지도 모르겠다. 뱀파이어라는 소재를 이질적으로 차용한다 해도 그것을 설득력있게 잘 풀어내기만 한다면 시청자들은 볼 것이지만, 어쩌면 한결같이 뻔한 이야기 구조를 가져가는 것인지 아쉽다. 

뱀파이어을 다룬 드라마들은 인간의 피를 먹어야 사는 뱀파이어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한편, 늘 그의 반대편에 그에 적대적인 나쁜 흡혈귀를 내세운다. <블러드>가 그랬고, <밤을 걷는 선비> 역시 다르지 않다. <오렌지 마말레이드>가 뱀파이어와 인간의 관계가 역전된 듯하지만, 갈등 구조는 크게 다르지 않다. 지진희가 분한 <블러드>의 이재욱, 그리고 이수혁이 분한 <밤을 걷는 선비>의 귀, 이들 나쁜 흡혈귀를 상대로 한 착한 흡혈귀의 목숨을 내건 싸움이 드라마의 주된 내용이다. 그러다 보니, 결국 배경이 병원이건, 조선시대건 악귀는 끊임없이 악행을 저지르고 그를 수습하고 맞서 싸우다 보면 드라마는 끝나고 만다. 

심지어 <밤을 걷는 선비>는 이 드라마에 출연한 sm 소속의 최강창민과 같은 그룹인 유노윤호가 출연한 <야경꾼 일지>와 흡사한 극의 구조를 가진다. 임금조차도 그 생사를 좌지우지할 절대 악귀와, 거기에 맞서는 선한 이들, <야경꾼 일지>의 사담(김성오 분)이나, <밤을 걷는 선비>의 귀나 국적 불명의 의상을 입고 정체모를 헤어스타일을 하고, 기괴한 힘을 분출한다. 그의 힘에 왕조차도 그의 힘 아래 무기력하게 굴복하거나 죽임을 당하고, 그렇게 악귀의 힘에 농락당한 왕권을 지키기 위해 선한 이들이 뭉친다. 불과 1년의 간격을 두고 방영되는 드라마지만, 마치 같은 드라마를 보는 듯, 어두운 밤을 배경으로 음산한 악의 기운을 전지전능하게 뿜어내는 세력이 장악한 묘하게도 역사의 어느 시점이 연상되는 정체 모를 조선의 한 시대를 배경으로 한 '퓨전 사극' <밤을 걷는 선비>와 <야경꾼 일지>는 마치 이란성 쌍둥이와도 같다. 

거기에, 일찌기 <성균관 스탠들>에서 부터 시작하여 퓨전 사극에 단골이다 못해 이젠 우러날 것이 없는 사골이 되어버린 남장 여자의 등장은 이젠 지양해야 할 소재가 아닐까 싶을 정도다. 이유비가 연기하는 조양선 캐릭터는 책괘라는 신선한 설정에도 불구하고, 그 연기하는 면면이 마치 <성균관 스캔들>에서 김윤식을 연기한 박민영의 모습을 본딴 듯이 닮았다. 

가난하지만 씩씩하게 남장을 하면서까지 가족을 부양하려고 나선 여인, 그 여인보다 아름다운 선비, 그의 말못할 비밀, 그리고 나라 전체를 집어 먹을 듯한 악귀, 마치 인스턴트 음식처럼 반복되어 등장하는 '퓨전 사극'속 이런 설정에 그 누가 질리지 않겠는가. 심지어 외국 수출을 염두에 두기라도 한듯 끼워넣은 아이돌까지. 안이하다 못해 지루한 문화 컨텐츠이다. 심지어 이 정도라면, 용두사미의  괴작이 되고만 이준기의 전작 <아랑 사또전>이 콘텐츠적으론 더 신선하단 생각이 들 정도다. 부디 이 뻔한 설정을 극복하고 설득력있는 이야기를 풀어나가기만을 바랄 뿐이다. 
by meditator 2015. 7. 10. 16:01

매주 월, 화요일 두 편의 스릴러물이 안방 극장을 찾아든다. kbs2의 <너를 기억해>와 tvn의 <신분을 숨겨라>가 바로 그 두 편의 스릴러물이다. 하지만, 스릴러물이라는 장르적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이 두 편의 색채는 다르다. '사랑하고 치유하는' 로맨틱 스릴러를 표방한 <너를 기억해>가 피비린내 나는 살인 사건을 배경으로 범죄심리학 교수 이현(서인국 분)과 경찰인 차지안(장나라 분)의 달달한 러브 스토리를 메인으러 내세운 반면, 도심 액션 스릴러를 표방한 <신분을 숨겨라>는 매회 유혈이 낭자한 현실감있는 액션을 중심으로 수사5과의 지능적 범죄 수사가 화면을 채운다.




절대 악을 향해 다가가는 여정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편의 스릴러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아직은 정체를 드러내지 않지만 결국 궁극적으로 도달하게 될 절대 악을 향해 가는 여정이라는 점이 그것이다. 
어린 시절 이현이 우연히 아빠의 경찰서에서 만나게 된 연쇄 살인범 이준영, 그가 감옥에서 탈주를 하고 집으로 찾아온 날 이현의 아버지 이중민(전광렬 분)은 죽임을 당했고, 동생은 사라졌다. 아버지에 의해 사이코패스가 규정되어 자기 자신조차 믿지 못하고, 어린 시절의 기억의 일부분조차 사라진 이현은 차지안의 요청으로 고국에 돌아와 현재의 사건들 속에서 과거의 인연을 짚어가며 절대 악을 향한 여정에 나선다. 매회 벌어지는 단편적인 사건들은 프로파일러로써의 이현의 능력을 증명해가는 과정이지만, 동시에 이현의 숨은 기억 속 퍼즐을 맞춰가며 숨겨진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너를 기억해>가 '살인' 등의 범죄를 연속적으로 저지르는 사이코패스에 대한 이야기라면,<신분을 숨겨라>의 절대 악은 스케일이 크다. 민태인(김태훈 분)이 자신의 목숨을 던져서 찾고 싶은, 그리고 8회 차건우가 상부의 명령까지 어겨가며 다가가고 싶은 존재 '고스트'는, 그 누구도 얼굴을 본적이 없는, 그리고 그 얼굴을 보는 순간이 죽는 순간이라는 무시무시한 범죄조직의 우두머리이다. 하지만 그는 그저 범죄조직의 우두머리라는 수준을 넘어선다. 일찍이 중앙정보부 시절부터 국가정보원까지 국가 기관이 나서서 그를 잡기위해 혈안이 된 고스트는 위폐, 마약, 청부 살인은 물론 7월 7일 8회에서는 세균전까지 불사하려 한다. 그저 범죄 조직이 아니라 국가 안보을 위협하는 무시무시한 존재다. 

그런데, <너를 기억해>도, <신분을 숨겨라>도 모두 궁극적으로 찾아내야 할 절대악은 분명하지만, 정작 그가 누군인지는 모른다. <너를 기억해>에서 '생각보다 범인은 가까이에 있다'는 대사처럼, 극 중에 등장하는 인물 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의심을 살만한 정황을 가지며, 누가 범인인지 추측해 나가는 것이 이 두 드라마의 묘미다. 



그런데 절대 악은 누구?
<신분을 숨겨라>는 '저승'을 갈 때야 얼굴을 볼 수 있다는 고스트, 중정 시절부터 국가로부터 범죄자로 낙인찍혔다는 그 연배의 출연자들은 모조리 의심스럽다. 가장 유력한 대상자로 눈빛부터가 모호한 국정원 최대현 국장(이경영 분)에서부터 수사5과를 진두 지휘하는 경찰청장, 심지어 수사5과의 최태평(이원종 분)까지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며 의심하는 맛이 <신분을 숨겨라>의 묘미이다. 정작 드라마는 수사 5과의 신분 위장 수사를 매개로 하지만, 정작 이 드라마에서 가장 절묘하게 신분을 숨긴 사람은 바로 그토록 찾아헤매는 범인이다. 

<신분을 숨겨라>가 단 한 명 고스트를 향한 여정이라면 <너를 기억해>의 술래잡기는 조금 더 미묘하다. 이현의 아버지가 죽던 날 사라진 이현의 동생, 그리고 함께인지, 따로인지 역시나 사라진 이준영, 그 또래로 보여지는 <너를 기억해> 속 등장인물들은 모두 수상하다. 7월 7일 6회묘하게 이현의 눈에 들어온 법의관 이준호(최원영 분)의 일거수 일투족은 수상하며, 그가 내뱉은 말은 그저 허투루 지날 수 없는 것들이다. 또한 이현 동생 또래로 등장하는 정선호(박보검 분)는 이현 못지 않게 사건이 일어나는 곳이면 늘 등장하여 시선을 끌 뿐만 아니라, 의심을 받기에 충분할 만한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하지만, 이렇게 드러내놓고 의심이 갈만한 인물들 뿐만 아니라, 스치듯 지나갔지만 사건 수사 현장에 제일 먼저 갔다는 최은복(손승원 분) 역시 그저 지나치기가 애매하다. 그저 웃기는 캐릭터 같은 강은혁(이천희 분)조차 의심스럽다. 



케이블과 공중파의 서로 다른 입지가 낳은 다른 처지 
<신분을 숨겨라>는 케이블 드라마 답게 제작 발표회에서 1%의 시청률 공약을 내걸었다. 초반 정선생으로 분하여 압도적 존재감을 선보인 김민준의 열연과 그와 엇물리는 김태훈, 수사 5과의 활약으로 <신분을 숨겨라>는 순탄하게 1%를 넘었을 뿐만 아니라, 2% 고지조차 거뜬히 해치워 출연자들이 커피를 대접하는 등 공약을 실현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정선생이 출연한 1,2회 이후 좀 맥이 빠진듯한 스토리가 잠시 지지부진한 듯 하지만, 새로운 사건, 그리고 그 사건을 중심으로 끌고가는 남인호(강성진 분)등 다른 고스트의 하수인이 저마다의 포스를 가지고 헤집으며, 그 새로운 악과의 대결을 위한 위장 작전과 액션이 매회 애청자들의 손에 땀이 식지 않게 만든다. 거기에 매회 끈끈해지는 듯하면서고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수사 5과 캐릭터들의 매력도 <신분을 숨겨라>의 숨길 수 없는 매력이다. 또한 케이블이라는 존재적 특성을 살려 거친 액션과 국정원에 사과 문구를 내보일만큼 수위를 넘나드는 설정 등이 <신분을 숨겨라>를 기대하게 만든다. 

오늘 제작사 cje&m이 6월 4주 콘텐츠 지수에서 <너를 기억해>가 <무한 도전>, <복면 가왕>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고 기사를 냈지만,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그도 그럴 것이 콘텐츠 지수 1위가 무색하게, 시청률면에서 <너를 기억해>는 4%대를 넘지 못하며 동시간대 꼴찌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 초반 '표절'과 관련된 시비를 무난하게 극복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후 <너를 기억해>는 스릴러물을 좋아하는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호오가 엇갈리는 평가를 받아서 더더욱 그렇다. 무엇보다, 이현이라는 셜록 홈즈 뺨치게 능력자인 주인공을 커버하기엔 아직 서인국의 내공이 딸려 보이는 면이 역력한데다, 드라마는 모든 출연진을 의심하게 만들 만큼 문어발식으로 이리저리 엮인 관계들로 어수선했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초반 스릴러물로서 이야기의 틀이 잡기히도 전에 어설프게 풀기 시작한 이현과 차지안의 로맨틱한 분위기는 오히려 스릴러물로서의 <너를 기억해>의 정체성을 갉아먹었다. 
하지만 그런 초반 악수를 극복하고 이제 6회에 들어선 <너를 기억해>는 이현과 차지안 두 사람의 과거가 풀어지면서 그저 로맨틱물을 넘어선 스릴러물의 공조자로서의 주인공들의 위치를 공고히하고, 매회 등장하는 사건들과 과거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본격적으로 스릴러물로써의 묘미를 선보이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모든 연령대의 시청자들을 설득하기엔 여전히 난해한 스릴러 장르는 공중파라는 지정학적 위치가 <너를 기억해>의 결정적 장애물이 된다. 
by meditator 2015. 7. 8. 15:44

마치 <프로듀사>의 여운이 사라지기라도 기다렸던 것처럼 6월 13일 <구여친 클럽>이 12회로 조기 종영됐음에도, 후속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은 7월 3일에 첫 선을 보였다. 그간 다수의 영화를 통해 영화배우로 단단히 자리매김했음에도, tv 드라마 출연에는 뜸이 길었던 박보영의 출연작이 공중파가 아닌 케이블 tvn이라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오 나의 귀신님>, 하지만 뜻밖에도 1회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박보영이 아니라, 제목의 그 귀신, 김슬기였다. 한을 품고 죽어 하늘로 오르지 못해 이승을 헤매며 숱한 남자들을 호리고 다니는 문제 귀신 김슬기의 명불허전 귀신 연기가 오롯이 첫 회의 드라마를 이끌었다. 




박보영의 선택, 장고 끝에? 
무당이 될 팔자를 타고나 귀신이 따라다니는 여자, 이 캐릭터가 낯설지 않다. 그렇다 바로 2013년 sbs에서 방영했던 <주군의 태양>의 태공실이 떠오른다. 그런가 하면, 건장한 남자들이 즐비한 주방, 거기에 수틀리면 요리를 하던 프라이팬 채 쓰레기통에 쳐박아 버리는 까칠한 셰프? 이건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샘킴이 모델이었다는 최현욱으로 분한 이선균이 주인공이었던 2010년 <파스타>가 떠오른다. 또 죽은 사람이 다른 이의 몸에 들어가 자신의 사연을 풀어내는 건, 이요원이 1인2역을 했던 2011년작 <49일>과 비슷하다. 

왁자기껄한 김슬기의 원맨쇼에도 불구하고 <오 나의 귀신님>은 그간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의 한 장면이 자꾸 떠오르게 만든다. 게다가 '남자 좀 후리면 어떻냐고' 당당한 말괄량이 귀신 김슬기에 비해, 귀신에 시달려 잠을 못자 매양 꾸벅꾸벅 졸거나, 입에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를 달고 사는 나봉선은 사랑스럽다기 보다는 의기소침해 보일 뿐이다. 

그렇게 1회를 휘저어버린 신순애의 김슬기와 달리, <파스타>의 최현욱과 별 다른 차별성이 느껴지지 않던 강선우, 그리고 그닥 매력이 있어 보이지 않던 나봉선, 이렇게 애매하게 시작했던 <오 나의 귀신님>은 1회 말, 자신을 쫓던 무당을 피해 나봉선의 몸에 깃든 신순애의 빙의로 인해 비로소 본 게임을 시작한다. 

나봉선의 기억을 잊은 채 몸만 나봉선인 채 신순애가 된 캐릭터, 다른 세프들의 말처럼, 나봉선이지만, 나봉선이 아닌 듯한 존재에서, 비로소 박보영이 장고 끝에, 공중파도 아닌 케이블의 <오 나의 귀신님>을 선택한 이유가 분명해 진다. 

물론 박보영은 <늑대 소년>을 통해 영화 배우로 분명하게 자리 매김했지만, 정작 박보영이 두각을 나타낸 것은 다짜고짜 젊은 아버지 집에 어린 아들과 찾아와 덜컥 주저앉아 버린 '후안무치' 황정남의 캐릭터를 통해서이다. 물론 최근 <1박2일>을 통해서 여전히 귀엽고 앙징맞은 소녀같은 매력을 선보였지만, 그런 소녀같은 이미지 이전에, 박보영은 천연덕스럽게 연기를 잘 하는 배우로 세상에 자신을 알렸다. 그리고, <오 나의 귀신님>에서 박보영은 이쁘고 사랑스럽기 보다, 자신에게 빙의된 신순애을 천연덕스럽게 재연해 냄으로써, 연기 잘 하는 배우 박보영으로 거듭나고자 하며, 2회를 통해 그것을 증명해 낸다. <오 나의 귀신님>이 드라마적 전개와 맞물려 어떤 성취를 보일 지 모르지만, 박보영이란 배우가, 또래 배우들 중에 연기폭이 넓다는 것은 단 2회만에 증명한 셈이다. 



<파스타> 같지도 않고, <주군의 태양> 같지도 않은 <오 나의 귀신님> 고유의 이야기 
차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앞판과 뒷판이 똑같다'며 자기 디스를 서슴치 않고, 말끝마다 '니기럴'하며 욕을 장착하는 신순애 판 나봉선은 <파스타>인 듯 하다, <주군의 태양>인 듯 하던 <오 나의 귀신님>에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부여하며 끌어나간다. 

또한 그저 최현욱인거 같던 강선우 역시 19의 나이에 그를 나았지만 자신의 인생을 살기 위해 그를 방치했던 하지만 뒤늦게 극성스러운 엄마 조혜영(신은경 분)의 출현으로 여리기에 강해진 독특한 캐릭터의 사연이 풀어진다. 거기에 교통 사고를 다리를 쓰지 못하는 선우의 동생 신혜선과 친구 이소형(박정아 분)의 존재로 까칠한 세프에서 사연많은 남자로 거듭난다.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2회 말 <오 나의 귀신님>은 나봉선이 된 신순애의 사연을 풀어 놓는다. 나봉선이 되어 레스토랑 선의 주방 보조가 된 신순애, 하지만 그녀에겐 주방이 낯설지 않았다. 우연히 길에서 술 취한 자신의 남동생을 파출소로 데려다 주고 동생을 찾아온 아버지를 알알 본 순간, 아버지와 함께 기사 식당을 했던 죽기 전의 기억이 떠오른다. 기억 상실한 귀신으로 제삿밥도 얻어 먹지 못해 구박을 받던 신순애의 사연은, 뜻밖에도 '눈물샘'을 자극하며 <오 나의 귀신님>을 '오컬트 로맨틱 코미디' 이상의 진지함을 풀어내며 다음을 기약하게 만든다. 
by meditator 2015. 7. 5. 01:44

7월 1일 sbs <가면>은 10.1%(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의 시청률로 동시간대 수목 미니시리주중 1위를 했다. 같은 시간 방영되는 kbs2의 복면 검사(5.6% 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와 mbc의 <맨또롱 또똣>(7.7% 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을 여유롭게 제쳤다. 그런가 하면, 역시나 sbs의 월화 드라마 <상류 사회>는 평균 8.9%의 시청률로 동시간대 mbc드라마 <화정>과 시청률 1위를 두고 엎치락뒤칙락 하는 중이다. <별에서 온 그대>의 신드롬이 무색하게 주중 미니시리즈에서 고전하고 있던 sbs 미니 시리즈에게 주중 1위의 영광을 안겨주고 있는 이들 월화수목 미니 시리즈의 공통점은 공교롭게도 재벌가의 치열한 가족 싸움이라는 것이다. 결국 시청률의 보증 수표는 '재벌' 그리고 '막장'이라는 것일까?




'갑들의 풍자에서 시작하여, '갑들에 대한 탐닉으로 
이렇게 월화 수목 이어지는 재벌가의 '막가파식' 집안 싸움 이야기의 시작은 하지만 공교롭게도 올해 백상 예술 대상 tv부문 작품상에 빛나는 <풍문으로 들었소>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법률법인인 '한강'의 대표 변호사 한정호(유준상 분) 일가의 갑질과 그 가족을 중심으로 주변 '을'들과의 '갑을 전쟁'을 다룬 이 드라마는, 그 주제를 풀기 위해 한정호의 아들 한인상(이준 분)의 평범한 집안의 딸 서봄(고아성 분)과의 선을 넘는 사랑으로부터 풀어간다. 그런가 하면, 갑 중의 갑인 한정호의 도덕적 타락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아내 최연희(유호정 분)의 친구 지영라(백지연 분)와의 늦바람을 등장시킨다. 또한 집안의 재산을 들먹이며 아버지 한정호는 아들 한인상의 이혼을 부추키며, 며느리 서봄이 얽힌 사건마다 집안의 재력과 금권을 이용하여 해결하려 든다. 

하지만 이런 '갑들'의 위선과 위악은 그 자체로 드라마의 소재일 뿐이었다. 그것을 통해 <풍문으로 들었소>가 도달하고자 한 곳은 '갑'에 대한 풍자이자, 그에 대한 '을'들의 대안 모색이었다. 그래서 자신이 가진 '갑'으로써의 권력과 재력으로 아들조차 회유하려 했던 아버지 한정호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들 한인상은 홀홀단신 '풍문'의 그 집을 나온다. 아들 뿐만 아니다. '한정호'의 '갑'을 이루던 '을'들 모두 그의 그늘에서 벗어나, '을'로써 함께 연대하여 새로운 삶을 모색한다. 조금 덜 가지지만, 함께 웃을 수 있어 행복한 삶을 추구하겠다는 것이 <풍문으로 들었소>의 주제다. 

하지만 이런 주제 의식과 별개로 <풍문으로 들었소>가 최고 12.8%의 시청률을 보이며 세간의 관심을 끈 것은 한정호 부부을 중심으로 한 '갑'들의 위선적 행태이다. 심지어 '귀엽다'는 반응까지 얻어가며 유준상, 유호정의 밉지 않은 갑질이 인기를 끌었다. 그렇게 <풍문으로 들었소>로 부터 시작된 '갑'들에 대한 관심은 이후 sbs 월화 수목 미니 시리즈를 장악한다. 

재벌가의 복잡한 가족 관계로 부터 비롯된 서열 싸움, 거기에 던져진 주인공들, 그리고 그들의 사랑, 그리고 야망, 이 익숙한 설정은 최근 대한민국 주말, 그리고 아침 드라마를 장악한 클리셰들이다. 덕분에 아침드라마와 주말 드라마는 중년 주부의 고정팬을 거느리고 늘 10%, 아니 때로는 20% 이상의 시청률을 보이며 승승장구 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그런 주말, 아침 드라마와 달리, 시간이 흐를 수록 10%의 시청률도 성취하기 힘들어 고전하던 주중 미니 시리즈들은 확실한 시청률 타켓층을 상대로 한 이야기들을 등장시키기 시작했다. 

<풍문으로 들었소>가 주제 의식과 별개로 '갑'들의 집안 싸움, 혹은 집안 간 싸움으로 흥미를 불러 일으켰다면, 채시라의 모처럼의 복귀작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중년, 혹은 노년의 여성들과 그들의 사랑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최고 13.7%의 시청률의 성과를 내었다. 심지어 이 드라마는 주말 드라마로 편성되었다면 훨씬 더 높은 시청률을 보였을 거라는 평을 듣기도 했다. 즉, 주말 드라마로 더 적당한 드라마 였다는 것이다. 

<풍문으로 들었소>의 바턴을 이어 받은 건 <상류 사회>이다. 이미 <따뜻한 말 한 마디>를 통해 가족과 사랑에 대한 고유의 작가관을 선보인 바 있던 하명희 작가는 자신의 작품 세계를 태진가로 확장한다. 태진의 회장 장원식(윤주상 분)은 인생에서 남는 것은 '섹스'와 먹는 것'이라며 공공연하게 도덕적 일탈을 자랑하고, 그의 아내 민혜수(고두심 분)는 그런 남편에게서 받은 정신적 고통을 자신의 자녀에게 푼다. 그런가 하면 태진가의 자녀들유이가 분한 장윤하, 윤지혜가 분한 장예원)은 집안의 금권을 물려받기 위해 치열한 서열 싸움에 도전한다. 그리고 거기에 또 다른 신분 상승의 욕구를 가진, 혹은 노골적인 신분 상승의 욕구는 아니지만 사랑으로 포장된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탄 남녀(성준이 분한 최진기, 임지연이 분한 이지이) 가 재벌가의 남녀와 얽힌다. 

그렇게 월화 드라마 <상류 사회>가 재벌가를 중심으로 한 가족의 애증과 남녀간의 사랑에 골몰하는 동안, 수목 드라마 <가면>은 '도플갱어'라는 독특한 제재를 차용하여 재벌가에 입성한 백화점 직원 변지숙(수애 분)의 위험한 줄타기를 다룬다. 자신의 존재를 들킬 위험과, 남편 최민우(주지훈 분)과 자신의 도플 갱어였던 서은하의 전애인인 민석훈(연정훈 분) 사이에서 사랑과 야망의 줄다리기를 하는 서은하의 롤러코스터가 <가면>의 볼거리다. 물론 거기엔 sj 그룹의 향방이 달려있다. 



현실과는 다른 재벌가의 사람들, 결국 현실을 망각한 환타지?
<풍문으로 들었소>가 한인상 서봄을 중신으로 한 '을'들의 연대를 결론으로 맺자, '지나친 이상주의적 환타지가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었다. 그렇다면 현재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들은 다를까? 

<풍문으로 들었소>, <상류사회>, <가면> 이 세드라마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아이러니하게도 위선과 위악으로 물든 재벌가에서도 독야청청하게 제 정신이 박힌 젊은 2세대라는 것이다. 한인상은 아버지가 대대로 물려받은 '한강'으로 상징되는 대한민국 제 1의 법률 권력에 저항한다. 그리고 그 저항의 시작은 보잘 것 없는 집안의 서봄을 선택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상류 사회>의 윤하는 또 어떤가. 가정적으로 어머니의 학대로 인한 일탈이었지만, 재벌가라는 배경을 벗어나 자신의 삶을 개척하겠다는 의지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역시나 재벌가의 도련님 유창수는 고졸의 푸드 마켓 직원을 만나 삶에의 일탈을 시작한다. 

<가면>의 최민우는 재벌 그딴 거에 관심이 없다. 일찌기 어린 시절 어머니의 죽음을 목도한 이래, 그리고 늘 그로 인한 환각에 시달리는 그에게, 재벌가의 그늘은 그저 부질없다. 

그리고 재벌가나, 그와 유사한 갑들을 다룬 드라마의 동인은 바로 이들 젊은이들이다. 이들이 만나는 순수한 사랑을 통해 이들은 변모하고, 이들로 인해 부패하고 썩은 갑'은 변화를 모색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정반대다. '조현아 땅콩 회항 사건'에서도 보여지듯이, 재벌가의 그늘에서 나고 자란 2세, 3세들은 그 권력의 맛에 탐닉한다. 영세 상인들의 상권을 악착같이 빼앗으며 빵가게 등 각종 이권을 확장시켜 가는데 그들이 앞장선다. 외국 유학을 통해 배운 선진 지식은 보다 강력한 '갑'으로 그들을 부상시키는 도구일 뿐이다. 각성한 재벌가의 2세나, 환타지같은 갑을의 사랑 따위는 현실에 없다. 하지만, 드라마는 월화 수목 금토일, 아침, 저녁으로 그들의 이야기에 골몰하고, 거기서 기적을 바란다. 그저 시청률을 위한 선택이라기엔 '탐닉'의 도가 지나치다. 

하지만, 이 탐닉은 쉬이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가면> 후속인 <용팔이> 역시 왕진 의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거기엔 역시나 재벌가의 잠자는 공주와, 회장인 그의 이복 오빠의 집안 갈등이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과연 이렇게 시청률을 위한 선택이 효과가 있을까? 물론 동시간대 1위나 1위 다툼을 벌이고 있지만, 이런 얕은 선택에 비해 10%를 겨우 넘거나, 그에 못미치는 시청률을 보면 선택의 묘미를 운운하기는 어렵다. 심지어, 이렇게 공중파 미니 시리즈가 현실과 괴리된 재벌가의 집안 싸움에 골몰할 수록 젊은 층들은 주중 미니 시리즈와 멀어져 작품성 있는 케이블 드라마에 관심을 가진다. <풍문으로 들었소>가 구글 검색어 10위에 들고, <냄새를 보는 소녀>가 방영 당시 <무한도전>을 제치고 콘텐츠 파워 순위 1위를 기록한 성과와는 무색한 현실이다. 


by meditator 2015. 7. 2. 16:13

6월 22일 <너를 기억해> 첫 회가 방송된 이후 드라마 시청자 게시판에 '드라마 작가 지망생'의 글이 올라왔다. 2014년 CJ드라마 공모전에 제출한 자신의 드라마 시나리오와 내용이 지나치게 흡사하다는 내용이었다. 시청자 게시판에 올라온 작가 지망생의 글은 곧 일파만파 '표절'시비로 이어졌다. 이에 <너를 기억해>의 작가 권기영은 다음 날 2013년말부터 노상훈 감독과 함께 이 드라마와 관련된 작업을 계속해 왔으며 2014년 7월 14일 이 작품에 대한 저작권 등록을 마쳤다고 밝혔다. 앞서 드라마 지망생의 저작권 등록일 8월 21일보다 앞선 시점이다. 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절'관련 여론이 잦아들지 않다. 다음 날 이 드라마의 제작사인 CJE&M은 문제를 제기한 드라마 작가 지망생의 글이 본선에 올라 경합되었지만 아쉽게도 최종 후보에는 오르지 못했고, 오르지 못한 작가의 시나리오 파일을 폐기되어 외부로 유출되지 않았음을 단언했다. 또한 이미 2013년말부터 작가와 감독 등이 작품과 관련하여 나눈 이메일등이 기록으로 남겨져 있다고 덧붙이며 '표절'논란을 종식시키고자 했다. 


법적인 문제와 별개로 개운치 않은 '표절'의 그림자 
절차상의 문제, 그리고 저작권 등록일 등 법적 문제로 볼 때, <너를 기억해>의 표절 문제로 일단 표면적으로 마무리된 듯 보인다. 하지만, 막상 이 문제를 접한 네티즌 등 시청자의 입장에서, 개운치만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너를 기억해> 1회의 전개 중, 프로파일러 아버지와 아들 형제의 설정, 그리고 그중 한 명을 아버지가 '싸이코패스'라 짐작하여 '감금'하기에 이르렀다는 설정은, 누구나 쉽게 생각해 내기에는 너무도 고유한 독특한 설정이기 때문이다. 마치 신경숙 작가가 '표절' 시비와 관련하여 일본 작가의 '우국'을 보지 못했다고 주장을 했지만, 누구나 두 작품을 나란히 마주하면 '표절'을 연상하듯, 프로파일러 어머니와 두 아들이라는 드라마 작가 지망생의 설정과 <너를 기억해>의 프로파일러 아버지와 두 아들의 설정은 지나치게 흡사하다. 더욱이 아들 중 한 명이 싸이코패스고, 그 아들의 존재를 착각한다는 설정에 이르르면 더더욱 그렇다. 그러기에, <너를 기억해>의 '표절' 시비는 법적, 혹은 절차적 문제와 별개로 두고 두고 <너를 기억해>와 권기영 작가의 짐으로 남을 것이다. 특히 작가는 전작 <내 연애의 모든 것> 첫 회, 아론 소킨의 미국 드라마 <뉴스룸>의 첫 회 설정과 유사한 설정을 그대로 본따와 논란이 되었던 바 있기에 더더욱 의심을 살 수 밖에 없는 처지인 것이다. 



셜록인 듯, 셜록같지 않은, 셜록같은 
그렇다면 표절의 문제를 차치하고 드라마로 들어갔을 때 <너를 기억해>는 어땠을까? 1,2회에 걸쳐 두 번의 범죄 현장에 남은 표식과 관련하여 화면에 각종 도표가 띄워지며 공감각적 이미지를 한껏 배가시키는 연출은 어디선가 본 듯 익숙하다. 거기에 이현(서인국 분)과 차지안(장나라 분)의 움직임을 따라 함께 움직이는 역동적인 카메라의 움직임 역시 익숙하다. 심지어, 2회에 들어서면서 차지안의 머리 꼭대기에서 놀며 차지안으로 하여금 사건의 실체에 접근하도록 유도하는 이현의 스타일에 이르르면 떠오르는 한 편의 작품이 있다. 바로 영국 드라마 <셜록>이다. 

<너를 기억해>는 프로파일러 아버지 이중민(전광렬 분)와, 그의 앞에 나타난 싸이코패스 범죄자 이준영(도경수 분), 그리고 싸이코패스로 오해받은 아들 이현의 과거 사연을 한 축으로 한다면, 그 과거의 사연이 현재로 이어져 벌어지는 이현과 차지안의 진실을 향한 사건 수사가 또 다른 한 축을 고정한다. 그 중 현재에 방점을 둔 이현과 차지안은 역시나 한국 드라마 답게 사건을 수사하다 연애를 하는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적 설정을 가지고 있지만, 1,2회 이제 막 관계를 풀어가기 시작한 이 두 사람의 관계는 오히려 연인의 단계에 앞서 마치 셜록과 왓슨의 관계를 보는 듯하다. 천재 범죄학자로 미국에서 범죄학 관련 강의를 하고 뉴욕 경찰의 범죄 수사 컨설팅을 해주었다던 이현은 과거 사연과 관련된 메일을 받고 다짜고짜 한국으로 건너 와 한국 경찰의 컨설팅을 해주는 캐릭터이다. 캐릭터 소개에서 셜록인 양 한다지만, 드라마 속 그의 캐릭터와 설정은 과거의 사연을 제외한다면 셜록과 너무도 흡사하다. 거기에 그가 움직이는 동선을 따라가는 카메라의 움직임, 그리고 그의 사건 수사와 관련된 프로파일링을 설명하는 장면 역시 '셜록'과 흡사하다. 


이미 과거부터 이현을 스토킹했다는 사연을 차치하면, 이현의 뛰어난 범죄 추리 능력에 늘 허를 찔리고, 하지만 그의 오만방자한 태도에 분통을 터져하면서도, 사건 수사를 위해 그의 뒤를 허덕이며 쫓을 수 밖에 없는 차지안은 영락없이 여자 왓슨이다. 그렇게 <너를 기억해>의 현재 이현과 차지안, 두 사람의 캐릭터와 두 사람이 사건을 수사하는 장면들은 영국 드라마 <셜록>이 없었다면 존재하기 힘든 설정들이다. 단지, 스물 아홉 서인국이 연기하기에 능력자 이현의 캐릭터가 좀 버거워보이고, 아직은 여자 형사 차지안의 캐릭터가 몸에 배지 않은 장나라라는 단점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드라마 작가 지망생의 아이디어와 영국 드라마 <셜록>을 차치하고서도 <너를 기억해>는 흥미를 자아내게 하는 드라마이다. 한 싸이코패스 범죄자와 인연을 맺은 부자의 악연, 거기서 시작된 현재의 범죄, 저마다 하나씩 사연을 품은, 그래서 미스터리해질 수 밖에 없는 등장 인물들이 자아내는 궁금증, 그리고 그것이 아니라도 저마다 개성을 가진 등장인물들이 범죄 수사를 중심으로 얽혀들어가며 풀어내는 재미 등, 굳이 주인공을 '연애담'으로 엮지 않을 지라도 충분히 흥미진진할 드라마처럼 보인다. 부디 그 무엇을 본딴 아류나, 표절이 아니라 좋은 캐릭터의 향연으로 <너를 기억해>를 기대해 보고 싶다. 
 
by meditator 2015. 6. 24. 15: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