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당신의 자녀가 시험 기간인데, 하라는 시험 공부는 안하고, 친구들이랑 어울려 놀려다닌다면 뭐라고 말을 하실텐가?

우선 점잖게는 '학생의 본분으로 돌아가라'에서 부터, 가장 극단적으로는 '욕'부터 나오지 않겠는가.
10월21일 <적과의 동침>이 딱 그꼴이다.

방송 초반, 지금이 '국감 기간'인 것이 눈치가 보이는 듯, 김구라는 바쁘신 국감 기간인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나와주셔서 고맙다고 한다. 그에 대해 국회의원들은 이 정도는 시간을 낼 수 있다는 듯, 웃는 낯으로 맞대응을 한다. 
김구라도 말한다. '국감'이라는게 국회의원들로 치면 시험 기간 같은 건데, 그 촌음을 아껴 자리를 해주었다고. 

그런 시험 기간 같은 '국감' 기간에 나랏밥을 먹는 국회의원들이, 자기 개인의 인지도에 목말라, 예능 출연을 하는 건, 그들이 허허거리며 허락할 일이 아니다. 국민들이 허락해 주어야 할 일이다. 내 새끼라면 두들겨 패서라도 가르치지, 이건 뭐 다음 선거에 '낙선'이라도 시켜? 아니 오히려, <적과의 동침> 덕분에 그들의 재선은 따논 당상이 되어간다. 

더구나, 그 '시험'이나 잘 보고 있으면, 애교로 넘어가 주기라도 하겠다. 
같은 날 <jtbc뉴스9>에서는 허술한 국감 현장을 다뤘다. 그것도 직접 1년 전의 '국감' 현장과, 요즘의 '국감'을 비교하면서 1년 여의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니 언제나 늘 그랬듯이 전혀 달라지지 않은 부실한 국감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폭로했다. 심지어, 새누리 당 박민식 의원은 정색을 하며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된 외압을 폭로한 윤석렬 여주지검장을 '불충'이라도 한 것 마냥 몰아가다가, <적과의 동침>에 나와서는 생글생글 웃는다. 

적과의 동침

그런데, 정말 '인지도'라는 게 무섭다. 
<적과의 동침>을 몇 번 봤더니, 정말 '듣보'였던 김성태니, 박민식이니 하는 의원들 얼굴이 텔레비젼에서 눈에 띈다. 김재윤 의원이 과거의 '책박사'였다는 사실도 복기하게 된다. 그들이 무엇을 하는가 주목해 보게 되고, 한번이라도 더 눈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서울 시장이 되겠다는 야망을 숨기지 않는 김성태 의원이나, 부산 시장을 노리는 박민식 의원이 개근하듯 <적과의 동침>에 나오는 게 이해가 된다. '국감'이든 어디든 도대체 정치판에서는 눈을 씻고 찾아보기 조차 힘든 김영환 의원이, '국감' 등 열일을 제치고 <적과의 동침>에는 꼭 나오겠다는 다짐이 실감이 난다. 전통있는 정치 가문의 출신으로도 부족하여, '잡어'에서 '도다리'라도 되기 위해 까마득한 젊은 개그맨에게 질문 공세를 던지는 게 몹시도 현실적이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그까이꺼 대~충'해도 되거나, 빼먹어도 되는 '국감' 따위보다도, <적과의 동침>에 나와 얼굴 한 번 알리는 게 더 실속있는 '장사'인 것이다. 
'인지도'를 쌓기 위해, 그럴 듯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나온 그들에게 정치인5 앙케이트를 두고 갑론을박 하는 설전은 부담스럽다. 이게 시사 프로그램이냐며 볼멘 소리를 한다. 미소 짓고, 말 한마디라도 못해 안달이던 사람들이 말을 아낀다. 

그런데, 문제는 그들은 '장사'를 하는데, 국민들은 그들에게, 장사꾼이 아니라, 국민의 소리를 대변하는 일꾼이 되기를 원하는데 딜레마가 있는 것이다. 
10월 21일 <적과의 동침>에서는 여, 야의 지지자들이 존경하는 정치인 5명을 앙케이트 조사로 뽑았다. 야당의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이 안철수 의원보다도 순위가 낮다는 현실도 충격적이었지만, 현직 대통령이 여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1위가 되지 못했다는 사실도 역시나 충격적이었다. 
그런데 그런 앙케이트 결과를 놓고, 부녀가 함께 후보라서 표가 갈렸다거나, 혹은 젊은 사람들이 조사 대상에 들어가다 보니 '미래 지향적'이라서 그런 결과가 나왔다는 김재윤 의원 말 그대로 아전인수 식 '용비어천가'를 보고 있는 건 곤욕이다. 국민의 생각에 귀기울이기는 커녕, 암기했던 답안을 외워대느라, 땀을 흘린다. 야와 야를 지지한 사람들을 서로 다른 외계인이라도 되는 양 폄하하고, 편가르기에 바쁘다. 일꾼은 없다. 연예인이나, 모리배같은 사람들만 있어 보인다. 

그나저나, <적과의 동침>의 의도도 궁금하다. 
김성태 의원이나, 박민식 의원처럼 결석 한번 안하는 의원들을 계속 출연시키는 건, 그들의 예능감이 뛰어나고, '꽃미남'이라서 인가? 아니면 앞으로 서울 시장이나, 부산 시장이 될 지로 모를 그들을 미리미리 밀어주겠다는 심사인가? 뻔히 예능 출연이 가져오는 결과가 어떻다는 것을 알면서도 특정 정치인을 거의 고정이다 싶게 출연시키는 건, 그저 '예능' 목정이 아니라, 고도의 불순한 정치적 후원이 아닌가 의심하게 된다. <적과의 동침>에 출연했던, 그 중에서도 나와서 좋은 반응을 얻었거나, 다수의 출연분을 가진 의원들이 특정한 직위를 얻는다거나, 재선을 한다면, 그건 상당수 <적과의 동침>몫일 것이다. 말이 국민 욕받이 방송이지, 지금의 <적과의 동침>은 '인지도 상승' 홍보 프로그램의 성격이 더 짙다. 


by meditator 2013. 10. 22. 09:32

10월 7일 방영된 <적과의 동침>은 아예 부제를 '도다리의 역습'이라고 붙여 놓고 시작했다. 도다리라니? 이른바, 사람들이 좋아하는 광어가 되기를 원하는, 도다리, 즉, 국회의원이지만 지명도가 떨어지는 의원들이 출연했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방송의 초반, 상당한 시간을 들인 소개 부분에서도 바로 이 지점, 지명도가 떨어진다는 지점에 촛점을 맞춘다.


이런 소개의 방식은 사실 여타 예능 프로그램이랑 동일하다. <라디오 스타>에서, 김구라는 지명도가 떨어지는 출연자가 등장하면 대놓고, '인지도가 떨어지는' 이라는 말을 하곤 한다. <적과의 동침>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 주 여야의 거물급 정치인인 김무성, 박지원이 출연한 거에 비해, 과연 사람들이 잘 모르는 다수의 의원들과 함께 하는 방송이 재미가 있을지 의문이라는 말을 김구라는 잊지 않았다.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예능인 <적과의 동침>에 출연한 이유가 인지도의 상승이 목표라는 점에서 연예인들과 다르지 않았다. 박민식 의원은 전과는 다르게 거리를 돌아다니면 사람들이 알아본다며 얼굴에 화색이 돈다. 박인숙 의원은 대놓고 사람들이 동네 아줌마랑 구별을 못한다면 이번 기회에 자신을 알리고 싶다며 속내를 털어 놓는다. 예능 프로그램 출연 한 번에 인지도 상승을 노리는 목표라는 점에서, 연예인과 정치인의 모양새가 다르지 않다. 


하지만, <적과의 동침>에 출연한 게스트들이, 그저 우리가 그들을 보고 웃고 즐길 수 없는 국회의원이라는 사실은 방송 중 곧 드러난다. 
예능 코치로 함께 한 가수 솔비가 이미 <적과의 동침>을 통해 개그맨 못지 않은 예능감으로 거의 고정이 되다시피한 김성태 의원에게 '김성태 씨'라고 할 때, 굳어지는 그의 얼굴에서 이것이 여느 예능 프로그램이 아님을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다. 지난 주 김무성 의원 앞에서 갖은 애교를 부리고, 웃긴 춤도 불사하던 그가, 자신을 '의원님'이라고 불러주지 않는, 자신을 모르는 다른 연예인에게 불편함을 숨기지 않는다. 그러자, 옆에 있는 김흥국이 해명이랍시고 한다는 말이,' '씨'라고 부르면 낙선한 거 같잖아, '의원님'이라고 불러야지'. 하자, 여기저기서 맞단 호응이 나온다. '의원님'이란다. 

<적과의 동침>은 호시탐탐 이 프로그램이, 정치인을 욕받이로 쓰는 프로그램이라고 밝힌다. 즉, 자신들은 국회의원을 데려다 놓고, 그들을 희화화하며 마음껏 물고 뜯고 즐기며 답답한 국민들의 속을 풀어주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치의 '정' 자도 모르는 연예인들을 연예 코치라며 합류시켜 말도 되지 않는 고양이 애교를 시키고, 우스꽝스런 게임을 하게 만들고, 사회적 문제와 관련된 단어들을 맞추지 못하면 면박을 주는 것으로 국민들의 속을 풀어주었다고 자부하는 듯 하다. 심지어, 이미 국민들의 선택을 받은 국회의원들을, 한참 의정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인지도가 떨어진다고 '도다리'라 거침없이 취급하는 것으로, 그들이 만만하게 다루었다고 자평하는 듯 하다. 

하지만, 그런 <적과의 동침>의 시도가 딜레마인 것이 불과 4회 만에 드러나고 있다. 같은 당 형님 앞에선 순한 양과도 같았던, 구르라면 구르기라도 할 것 같은 의원이, 다른 연예인 게스트 앞에서는 고압적인 얼굴을 숨기지 않는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 당연히 자신은 '의원님'이어야 한다며 헛기침을 한다. '가왕' 조용필을 우리는 조용필 가수님이라고 부르지 않지만, 얼굴도 잘 알지 못하는 국회의원은 여전히 '나으리'이다. 

(사진; 뉴스엔)

정치인 예능을 만만하게 생각했던 딜레마는 4회에 바뀐 프로그램의 내용에서도 드러난다. 그간 어지간히 정치인 예능에 대한 혹독한 평가에 노심초사했는지, 프로그램 초반 <적과의 동침>은 이 프로그램을 향한 대중의 여론이 다양하다는 점을 여러 번 강조했다. 진짜 다양했다면 굳이 그렇게 해명할 필요가 없을 텐데 말이다. 
거기에 덧붙여, 유치한 게임에 대한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성격을 바꾸어, 상대방 지지자들이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10개의 문항을 맞추기 게임을 집어 넣었다. 
사실 이 부분은 4회간 방영되었던 <적과의 동침> 그 어떤 순간보다도 가장 재미있는 순간이었다. 나는 인지도가 떨어져요, 나는 재미있는 사람이예요 하던 '의원님'들이 본색을 가감없이 드러낸 '본격 '리얼리티'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적과의 동침>을 사람들이 재수없어 하는 이유가 무얼까? 바로 그들이 촬영장에 나와 여깨를 곁고 친한 척을 하고,너스레를 떨고, 심지어 춤을 추며, 저 좀 봐주세요 해도, 국회의원 뺏지만 달면, 국민들은 저리 가라 자신의 당리 당론에만 몰두할 사람들이며, 자신들 정당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몸싸움도 저리가라에, 힘 있는 기업과 대통령을 위해 파렴치한 발언과 법안을 만드는데 찬성표를 던질 사람들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이 스튜디오에 모여, 나비 넥타이를 매고, 난 연예인처럼 인지도에 목말라요 하다가, 정치와 관련된 의견들이 나오자, 숨겨진 본성을 드러내는, 불통의 정치인으로 돌아가, 그건 민주당의 의견이요, 매번 지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요, 자신들은 그 어떤 정당보다도 민주적인데, 이런 의견을 이해할 수 없다는 꽉 막힌 모습을 보일 때, 정말 속이 다 시원했다. 민주당이라고 다르지 않다. 때를 만난 듯 비아냥거리는 모습도 그닥 품이 넓어보이진 않았다. 새누리당이건, 민주당이건 그간 뒤집어 썼던 양의 탈을 벗어던진 늑대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다. 

<적과의 동침>의 딜레마는 바로 이거다. 양인 척 하는 늑대들을 데리고, 양들의 놀이를 즐기는 것. 하지만 호시탐탙 늑대들은 자신들을 건드릴 때 마다 '으르렁, 으르렁' 거린다. '의원님'이라고 불러, 우리가 불통의 당이라고, 어디 감히 우리를! 이러면서. 이게 진짜 웃기는 거다. 어설프게 '도다리'로 치부하고, 몇번의 면박으로 그들의 인지도나 올리는데 기여하는 게 본래의 의도가 아니라면, 진짜 국민 욕받이 방송이라면, 거침없이 그들의 가면을 벗어제끼게 만들고 국민들 앞에 본 모습을 가감없이 드러내 줄 때 <적과의 동침>의 참 재미가 생겨날 것이다. 
그런데, 히히덕거리다 얼굴이나 알리고 가려고 출연했다가, 자신의 당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나오자 정색하던 의원님들이, 과연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적과의 동침>이 진행된다면 계속 나오려고 할까? <적과의 동침>의 귀추가 주목된다. 


by meditator 2013. 10. 8. 09:59

10월2일자 아침 뉴스엔 어김없이 여야의 국회 대립이 등장한다. 

기초연금을 둘러싼, 그리고 채동욱 검찰 총장 사표 수리와 관련된 결코 좁혀질 수 없는 여야의 의견들이 국회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난립했다. 야당의 대표는 거리에서 노숙을 한 지 오래요, 전국을 떠돌며 국민을 상태로 토크 콘서트를 벌이며 국회에서 소통되지 못한 자신들의 입장을 전달하느라 분주하다. 그런 야당과 달리, 여당은 복지부 장관 조차 소신에 따라 따를 수 없다는 기초 연금안의 정부 의견에 총대를 매느라 단호한 대통령의 복심을 따르느라 타협의 여지 따위는 없다. 그러니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만나 저는 저얘기, 나는 나얘기 했듯이, 국회에서도 그 분위기가 이어질 밖에. 그런데, 그런 여, 야가 함께 어깨를 곁고, 하하호호 웃음을 터트리며, 화기애애하다 못해, 질펀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곳이 있다. 바로 jtbc의 '유쾌한 정치 토크쇼'를 표방하는 <적과의 동침>이다. 

<적과의 동침>의 본방은 월요일 밤 11시이다. 하지만 본방이란 표현이 무색하게 바로 다음 날 저녁 6시55분이면 다시 <적과의 동침>은 등장한다. 8시까지 저녁 방송의 피크 타임에 재방송을 내보낼 정도로 성업 중이거나, 성업을 추진 중인 것이다. 



제목에서 풍겨지는 뉘앙스 그대로, <적과의 동침>은 '박터지게 싸우던 국회의 파이터들이 예능을 통해 소통을 하는, 유쾌한 웃음, 통쾌한 즐거움을 드리는, 비무장 정치쇼'란다.
출연진의 면면은 그때 그때 달라지지만, 여야의 국회의원, 혹은 강용석이나, 이철희처럼 여야의 입장을 대변하는 준 정치인들이 연예인 게스트와 편을 먹고 여러가지 게임을 하는 것이다. 

<적과의 동침>은 프로그램 자체만으로 놓고 보면 재밌다. 
국회의원이라면, 우리나라에서는 이른바 '나리'취급을 해주는 사람들인데, 그런 사람들이, 오락 프로에 나와, 말 대답 한번 제대로 못해 mc들에게 퉁바리를 먹고, 문제를 못풀어 치욕을 당하는 모습은 묘한 쾌감을 주기도 한다. 말이 국회의원이지, 우리도 뻔히 아는 상식적 문제에도 쩔쩔매는 모습은 한편에선 뭘하고 다니나 싶다가도, 그걸 아는 자신이 대견해 지기까지 한다. 
거기에 덧붙여, 4년마다 돌아오는 선거를 통해 생명을 연장하는 독특한 생태계로 인해, 보이는, 짝짓기 게임에서 같은 편을 버리고 거침없이 같은 당 대표를 껴안는  김성태 의원의 '의원 본능주의,에 씁쓸해지는가 하면,  그런 와중에서도 처음엔 서먹하다가, 결국은 같은 편이 되어 게임을 하다보니, 여당의 중진 김무성 의원도, 야당의 중진 박지원 원내 대표도아이처럼 얼싸안고 좋아라 하는 모습에 빙그레 미소가 지어지기도 한다. 대통령까지 해보고 싶다는 그들의 속내는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하는 속시원한 보너스이기도 하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이다. 제 아무리 인간이 망각의 동물이라 해도, 지금의 정치판이 어떻게 돌아가는 줄 안다면, <적과의 동침>의 그 모든 것들이 결국은 쯧쯧거리는 혀차는 소리로 끝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적과의 동침>이 오락 프로그램으로서 존립할 수 있는 제1 전제 조건은 거기에 출연하는 국회의원들이 지금 거기서 그런 게임이나 하고 있을 수 있는 자격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게임에서 국회의원들이 오르기를 바란다고 했던 것에 '연봉'이라고 대답을 했던 김영환 의원의 대답이 무색하게, 전국민을 상대로 한 여러번의 앙케이트에서, 국회의원들은 그들이 받는 세비의 값을 제대로 치뤄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당장 오늘 아침자 방송에서도 자기 할 말만 내뱉고 사라지는 국회의원들로 인해 방송에 비춰지는 국회의사당은 텅 비었다. 
그런 국회의원들이 얼굴 한 자락이라도 더 알려 보겠다고, 여야의 화해를 내건 오락 프로그램에 나와 히히덕거리는 모습은 백번을 양보해도 한심해 보일 뿐이다. 더구나, 2013년에 들어 많은 정치적 사안들이 국민을 들었다 놨다 하는 동안, 도대체 우리나라의 국회, 국회의원들이 거기서 어떤 역할을 해내는 것이 국민들에 눈에 띈 적이 없는 한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그들이 거기서 서로 다른 당임에도 편을 먹고, 합심하여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모습은 그래서 더 배알이 꼴린다. 오락 프로에서는 합심을 할 수 있고, 정작 자기들이 해야할 일에서는 무능과 나태를 일삼는 저 사람들을 낄낄 거리며 보아 넘기기에는 지금의 상황이 그닥 편하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적과의 동침>은 위험하기 까지 하다. 
현대 정치에 있어서 그의 능력이나, 실적보다도, 그가 대중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춰지는가라는 이미지 메이킹이 가장 중요한 판가름의 기준이 되어가고 있는 걸 많은 정치학자들이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텔레비젼에 중개되는 유세, 토론회 한번에 따라 지지율이 춤을 추고, 당락이 좌우되기도 하는 아이러한 상황이 된 것이다. 
최근 tv조선은 사회적 물의를 빚었던 신정아를 텔레비젼 프로그램의 mc로 기용했다가 여론에 밀려 취소한 사례가 있다. 그 신정아의 사례는 이제는 준 연예인이라 당당하게 어깨를 펴고 다니는 강용석의 전례를 따른 것이기도 하다. 어느덧 사람들은, 그의 지난 과실을 잊거나, 그저 농담처럼 희화화하며 넘겨버리고 그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심지어 좋다고 하는 사람조차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렇게, 그의 행적이 어떻든, 텔레비젼 화면 속에서 두각을 드러내면, 인지도가 높아지는 역설적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바로 <적과의 동침>이 그래서 더 위험한 것이다. 앞서도 말했듯이, 국회의원은 평생직이 아니다. 4년마다 재선을 해야하는 하루살이 인생이다. 그들은 재선이 되기 위해, 그 어떤 것이라도 할 수 있다. 자신의 실적이 미비하여 양심에 따라 그만두겠다는 국회의원은 보기 힘들다. 단지 오락프로그램이라도, 이겨야 되는 지점에서는 눈빛이 달라지는 그들은 선거라는 진흙탕에서 단련된 전사들이다. 그런 전사들에게, 여야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오락프로그램만큼 좋은 호기가 어디 있겠는가. 단 3회만에 여야의 대표 중진들이 등장한 이유 또한 바로 그것이다. 국회에서는 얼굴도 마주하지 않을 사람들이, 한 편이 되어, 어깨를 곁고, 시키면 크레용 팝 춤까지 추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말이다. 연예인과 국회의원의 공통점은 바로 인지도 이다.
그런데, <적과의 동침>이 시작한 이래, 가장 활기찬 행보를 보이는 김성태 의원은 벌써 3회째 고정으로 출연 중이다. 다음 회에도 나올 모양새이다. 물론 <적과의 동침>에서 그의 활약은 두드러진다. 다른 의원들이 쭈볏거리는 것과 달리, 여자 국회의원을 위해 희생도 마다하지 않고, 음악만 틀어주면, 술 자리에서 꽤나 즐겼을 춤을 흥건하게 추어댄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한 횡재가 없다. 하지만, 그는 연예인이 아니다. 한 오락프로그램에 나가 눈부신 활약을 보여 한방에 뜬 연예인은 좋은 수입을 가져가지만, 그간 도대체 그가 보인 국회에서의 활약은 눈에 띄지도 않는데, 오락 프로그램에 나와 보인 웃긴 모습으로, 인지도를 쌓아 다음 국회의원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면, 이건 다른 문제인 것이다. 강용석이 인지도를 쌓아 국회에 도전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말이다. 

<적과의 동침>은 <썰전>을 기획한 여운혁 피디의 작품이다. 
모든 것을 차치한 상태에서 순수한 기획 의도는 갸륵하다.  하지만 과연 2013년에 어울리는 정치쇼인지 의문이다. 하지만, 2013년 야당의 천막 당사가 휘날리는 대한민국에서, 불통이 키워드가 되는 대한민국에서, <적과의 동침>은 불쾌하거나, 역겹다. 국회에서는 결코 손을 맞잡지 않은 사람들이 오락프로그램 녹화장에서 얼싸안는 모습을 이해하기에 세상은 너무 고단하다. 
예고를 보니, 시기적 상황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4회에 등장한 여야 국회의원들은 서로 얼굴을 붉히기도 하나 보다. 그래봤자, 사람들은 다 안다.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것을. 그들이 하는 쇼는 국회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by meditator 2013. 10. 2.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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