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럿 방송 후 그다지 높지 않은 시청률, 미미한 반응에도 불구하고, <심장이 뛴다>가 <화신>의 자리에 정규 편성이 되었다.


<심장이 뛴다>의 정규 편성은, 엄밀히, 새 프로그램의 긍정성보다도, 그 이전에 폐지를 할 수 밖에 없는 <화신>의 부정성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그도 그럴 것이, 처음 시작할 때의 <화신>은 신동엽이 의욕적으로 시도했던, 성인용 콩트와 토크의 콜라보레션을 지향했다. 굳이 토크만 하려고 했다면, 그럭저럭 시청률이 나왔던 <강심장>을 그만 둘 이유가 없었을 테니까.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연 <화신>에 대한 평가는 냉혹했다. 콩트는 어설펐고, 토크는 그 예전의 <야심만만> 같다는 것이었다. 그 이후, <화신>은 숱한 변주에 변주를 거듭한다. 콩트는 사라지고 결국 '풍문으로 들었소'라는 <강심장>류의 신변잡기 토크만 남았다. 심지어, 메인 mc였던 윤종신 대신에 김구라를 투입하는 강수를 뒀지만, 여전히 <라디오 스타>의 아류라는 오명을 뛰어넘지 못했다. 심지어, 토크로서는 무리수였던 생방송을 시도하기는 했지만, 그 역시 화제성조차 얻지 못한 채 초라한 퇴장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꼭 <화신>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지부진한 <라디오 스타>에, 겨우겨우 게스트와의 합에 따라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는 <해피투게더>에서 보여지듯이, 이젠 연예인들을 몇 명 불러놓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집단 토크쇼 자체가 한계점에 봉착해 있기 때문이다. <라디오 스타>의 '돌아이' 특집처럼 특정한 주제에 맞춰 게스트를 새롭게 조합하는 방식조차도, 처음 시도했을 때는 신선했지만, 너도 나도 써먹다 보니, 이젠 뻔하고, 때론 어거지다 싶은 토크로 이어지는 상황이 되었다. <해피투게더>의 방영한 다음 날 검색어 순위에 오르는 대부분의 것이  그날의 야식 메뉴라는 사실 자체가, 집단 토크쇼의 현재를 상징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 의미에서, <진짜 사나이>의 소방서 버전이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패를 다하지 않은 리얼리티 예능의 선택은 불가피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여전히, 과연, 소방서로 간 연예인의 예능은 의문부호를 넘어서기 힘들다. 

10월 8일 방영된 <심장이 뛴다>에서는 119 구급대로 비상 출동을 한 최우식이 맞딱뜨린 고독사를 다뤘다. 
응급 환자가 있다는 호출을 받고 간 그 곳에 이미 죽은 지 시간이 꽤 흘러, 부패가 시작된 시신이 있었던 것이다. 이사를 온 후 동네 사람 그 누구와도 일면식이 없던 홀로 살던 남자는 그의 죽음조차 쓸쓸히 홀로 감내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구급대는 아무도 없는 집의 창문을 뜯고 들어가 이미 죽은 남자의 법정 죽음을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고. 
이미 파일럿 프로그램에서 주사 바늘이나 피에 대해 트라우마가 있었던 최우식은 그 상황에 지레 눌려 버린다. 선배 소방사들은 그런 최우식을 배려하느라, 현장에 가까이 오지도 못하게 하고, 최우식은 그런 자신의 모습에 자괴감을 느끼며 괴로워한다. 

심장이 뛴다
(사진; tv데일리)

<심장이 뛴다>에서 다루고자 하는 것은 최우식이라는 초보 소방사가 그런 상황을 겪으며 스스로 극복해 가는 성장통을 다루고자 한 것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면에서 보자면, 10월 8일의 방송은 일면 성공적이었다. 
고독사한 시신의 현장에 접근조차 하지 못했던 최우식은 다음에 출동한 뇌종양 환자를 도와 병원까지 수송하는 과정에서는 그의 몫을 십분 해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선배 소방사로부터, 같이 한 연예인들 중 가장 적재적소에서 자신의 일을 해낸다는 평가까지 받으며. 

하지만 그건 제 아무리 상황을 미화한다 하더라도 예능이다. 
최우식은 연예인이고, 그는 그저 잠시 소방사 코스프레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제 아무리 그 상황에서 그의 마음이, 자세가 진정성을 지녔더라도, 그건 가짜다. 만들어낸 상황이다. 그런데 그런 예능적 이벤트를 위해 소비된 진짜 상황들, 사람들, 그리고 시신들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미 파일럿 프로그램에서 자살을 시도한 여자가 등장했었다. 그리고 이제 홀로 죽은 채 냄새를 풍기며 부패되어 가는 시신이 등장했다. 다음엔, 뇌종양 환자다. 비록 뿌옇게 뭉개버리기는 했지만, 상황을 실감나게 보여주기 위해, 방안에 덩그러니 남겨진 시신에, 변기를 붙잡고 토하는 환자에 카메라를 맞췄다. 제 아무리 자막으로 그들의 죽음과 아픔을 애도한다 하더라도, 이건 예능의 몫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만약에 최우식이 연예인이 아니라 진짜 신입 소방 대원이었다면, 그리고 <심장이 뛴다>가 예능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뛰는 소방대원들의 삶을 다루는 다큐였다면 상황은 달랐을 것이다. 

게다가 상황이 급박하거나, 절박하다 보니, 실제 <심장이 뛴다>에서, 소방대원으로서 연예인들의 몫이 애매하다. 방치된 시신을 거둬야 하는데 연예인을 투입할 수는 없는 것이고, 그나마 안전이 보장되는 상황에만 들어가야 하다보니, 몫이 적어지고, 후일담 식의 에피소드가 되는 것이다. 응급 상황의 연속인 소방서의 일에서, 정말 연예인 소방대원들이 자신의 모든 것을 감수하면서 현장에 뛰어드는 날이 올까? 죽음의 위험조차 감내하며? 그리고 정말 그럴 만한 의미가 있을까? 예능에서? 

피만 봐도 온 몸에 힘이 빠지는 최우식이 시신이 있는 현장에 접근하지 못하는 자신을 자책한다. 그 모습은 <스플래쉬> 마지막 회 어찌어찌 하다가 다이빙대 위로 내몰린 씨스타의 소유가 그 위에서 안절부절하는 모습에 겹쳐진다. 물론 소유는 다이빙대에서 뛰어 내렸다. 최우식도 그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듯 했다. 방송은 그런 그들의 성장담을 그려내고. 하지만 나무의 나이테 위에 남겨진 태풍의 상흔처럼 혹시나 그들의 정신에 남겨질 상흔에 대해 세상은 무심하다. 트라우마가 될 지도 모를 그런 일까지 겪으며 예능을 해야만 하는 걸까? 

고독사의 죽음과, 말기 뇌종양 환자조차 예능의 도구가 되어야 하는 세상이 두렵다. 성장통 혹은 자기 극복이라는 이름의 트라우마도 가혹하고. 리얼리티라는 이름의 거침없는 질주는 어디까지가 그 한계일까?  kbs2의 <다큐3일>에나 어울릴 내용이다. 


by meditator 2013. 10. 9. 09: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