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8일 <마이 리틀 텔레비젼>의 시청률은 6.0%를 기록했다(닐슨 코리아 기준)
백종원이 등장하던 회차들이 평균 8%를 넘는 시청률을 보였던 것과 달리, 8월1일 15회 7.2%, 그리고 8월 8일 6.0 %로 시청률은 떨어지고 있다.
이런 <마이 리틀 텔레비젼>을 두고, '백종원'이라는 거품이 빠지자, '하락세'를 탔다는 분석이 등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백종원의 '더 고급진 레시피'와 더불어 세간의 화제를 끌었던 <마이 리틀 텔레비젼>, 출연자들이 각자 자신만의 포맷을 가지고 실시간 채팅창에 출현한 인터넷 시청자들과 함께 인터넷 생방송을 꾸려가는 <마이 리틀 텔레비젼>, 하지만 실상은 60%를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는 신계 백종원의 압도적 점유와, 그에 대적하는 인간계 '미니언즈' 군상들의 고군분투였다. 최근 불거진 '백종원 아버지 백승탁씨의 성추행 사건 등이 불거지며, 백종원은 본의 아니게 하차를 하게 되었다. 실시간 채팅창을 기반으로 한 프로그램에서, 제 아무리 걸른다 해도 아버지와 관련된 잡음은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실시간 방송이 아닌 <집밥 백선생>이 계속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도 백종원이라는 트렌드에 무리수를 두며 기대어 가지 않고 용감하게 신계를 탈출한 <마이 리틀 텔레비젼>의 선택은 박수를 맞을 만하다.
인간계의 신선한 고군분투 1; 김영만 아저씨의 '힐링' 종이접기
'신계'라고도 칭해졌던, 점유율 60%가 넘는 백종원의 부재,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우 2%밖에 빠지지 않은 <마이 리틀 텔레비젼>은 '선전'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심지어, 15,16회에 보여진 <마이 리틀 텔레비젼>의 포맷은 이전의 포맷과 비교하여, 오히려 백종원이라는 '먹방' 트렌드를 탈피한 예능의 신선한 가능성을 보여준 회차로 평가할 만하다.
'백종원'이라는 압도적 콘텐츠가 빠져나간 <마이 리틀 텔레비젼>에서 화제성을 이어간 것은 종이접기 김영만 아저씨였다. 아저씨와 함께 종이접기를 하던 '코딱지'들의 향수를 자극하며, 그 시절처럼 여전히 다정하고 친근하게 교감을 하며 종이접기를 하는 김영만 아저씨의 코너는, 백종원이 빠져나간 빈 자리를 전부는 아니지만, 상당 부분 채웠다. 더구나, 15회에 출연한 그 시절 아저씨와 함께 했던 어린 꼬마 신세경이 어른이 되어 그 시절과 비슷한 모습으로 등장한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화제성을 이어가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김영만 아저씨의 출연은 그저 그 시절 '추억'에서 머무르지 않았다. 16회 김영만 아저씨의 방송분은 어른이 된 코딱지들과의 교감으로서의 '종이접기'의 가능성을 연다.
무엇보다 김영만 아저씨의 코너에서 뭉클한 감동을 준 것은 늙수그레한 아저씨가 몸을 90도를 꺽어 사과 인사를 하는 그 장면이었다. 이제는 회사를 다닐 정도의 나이가 된 코딱지들, 하지만 그 코딱지들은 여전히 '회사' 문턱에도 가지 못하거나, '회사'를 가도 그 속에서의 '갑을' 관계로 인해 쉴 여가도 없는, 심지어 회사 비품 하나 쓰는 것도 눈치를 보는 존재가 되었다. 그런 코딱지들의 푸념에 아저씨는 눈시울을 적시더니 곧 허리를 굽혀 사죄를 한다. '미안하다'고, '이런 사회를 만들어서 미안하다'고. 언제나 당신들이 살왔던 고달픈 시절을 강변하기에 급급하던 어른들, 그리고 그래서 당신들이 만들어낸 괴물같은 사회에 정당성을 부여하기에 조바심을 냈던 어른들, 살면서 한번도 이런 세상을 만들어 내서 미안하단 말을 듣지 못하던 '코딱지'들은, 뜻밖에도 어린 시절 그들과 함께 동심을 호흡하던, 그 '피터팬'같은 종이접기 아저씨에게서, '사과'를 듣는다. 그리고 채팅창을 'ㅠㅠㅠㅠ'로 물들이며 '왜 아저씨가 사과를 해요'라고 급 착해진 목소리를 전한다. 어떻게 하면 딴지를 걸까, 갖가지 개구진 '드립'만을 연구하던 채팅탕의 코딱지들이, 여전히 종이접기를 하던 그 시절의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 아저씨와 함께 교감하며 'ㅠㅠ'한다.
게다가 종이접기 아저씨는 '추억'에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이제는 어른이 된 '코딱지'들에게 색종이 대신 회사 비품인 서류 봉투로 새로운 종이 접기를 한다. 아저씨 옆에서 재롱을 부리던 뚝딱이 역시 20년째 10살인 뚝딱이의 현실 버전을 선보인다. 채팅창의 '갑을' 관계 운운에, 평생 계약직 신세를 토로하고, 아저씨가 만들어 준 움직이는 종이 여친에 '위아래, 위 아래'하며 운을 띄운다. 그저 그 시절 해보던 '종이 접기'가 어느새, '키덜트'가 된 세대의 눈높이에 맞춰 변주된다.
인간계의 고군분투 2; 신선한 포맷이 열어준 가능성
그렇게 화제성을 이어간 분은 김영만 아저씨였지만, 뜻밖에도 16회에 1등을 차지한 것은 이은결이다. 마치 작정이라도 한듯, 후배 일루셔니스트들의 물량 공세를 펼친 이은결은 그 노력에 걸맞게 1위를 쟁탈했다. 그리고 이은결의 1위는 그저 우승이 아니라, 그가 주장하는 '일루셔니스트'의 다양한 세계에 대한 가장 적극적인 홍보의 장이었다. 그저 마술이 아니라, 마술이라는 기본을 변주하여, 환타지에서부터 코믹까지 다양한 변주를 연출해 낼 수 있는 가능성으로서의 일루셔니스트의 세계를 1위 쟁탈로 증명해 내었다.
그렇게 일루셔니스트라는 기존에 존재했지만 주목받지 못했던 세계를 끌어들임과 동시에, 이것도 예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16회는 보여주었다. 비록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지 못했지만, 그저 복면을 만드는 사람에서, 그 존재 자체가 예능인 듯한 황재근의 '왕실 디자인 스쿨' 역시 신선했다. 그런가 하면, '아이돌이야?'라고 반문하게 되는 에이핑크 남주의 몸을 던진 '배워서 남주기' 역시, 가능성을 연다.
김구라의 '트루 맨즈 스토리'에서 선보인 '남자의 변신'은 이미 케이블을 통해서 선보인 남성의 트렌드를 복기하는 듯 했지만, 그 대상이 케이블에서 대상으로 삼은 젊은 남자가 아니라, 김구라나, 김흥국처럼 나이든 세대로 확장시켰다는 점에서, 이 코너의 가능성을 열어 보인다. 그저 앞치마 몇 개로도 패션쇼가 가능할 만한 옷들이 만들어 지고, 대학에서 배운 발성 연습만으로도 포복절도하게 만든 시간들은, 결국 '구하면 열릴지니'라는 예능의 신 세계를 연다.
16회 <마이 리틀 텔레비젼>은 그래서 역설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풍성했다. '힐링'이 되는 종이접기와, 코믹에서 부터, '마술'이 아니라 '마법'이라는 감탄사가 나오는 일루셔니스트의 세계, 그리고 김흥국도 멋진 남자가 될 수 있다는 남자의 변신 시리즈에서, 아이돌과 교수님, 그리고 피디가 한데 어우러져 가장 진지한 학습을 하는데 배꼽이 달아나 버리고 마는 코너까지, 오히려 신이 존재하지 않는 '인간들의 세상'은 왁자지껄 흥분의 도가니였다.
되돌아 생각 해면 한때 유행하던 '밥아저씨'를 따라 그림을 그리던 그것 역시 특별한 무엇이 아니었다. 그렇듯이 '예능'이란 특별한 무엇이 아닌,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그 무엇이라면 무엇이라도 가능하다는 것을 오히려 백종원이 빠진 <마이 리틀 텔레비젼>은 증명한다.
하지만 물론 과제도 남는다. 사람들이 백종원의 '더 고급진 레시피'를 들여다 본 이유가 무엇일까, 그래도 '고급지지 않은 더 고급진' 하지만 쉽게 따라할 수 있는 것 하나는 얻어 건질 수 있다는 '정보'에 대한 소박한 갈구였다. 그런 면에서, 평균 4위 김구라를 넘어서는 매혹적인 ' 정보'의 레시피에 대한 과제는 시청률 상승의 과제로 남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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