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이 리틀 텔레비젼>에 대한 프로그램 설명은 다음과 같다. '선발된 스타와 전문가가 자신만의 콘텐츠를 가지고 직접 pd및 연기자가 되어 인터넷 생방송을 진행하는 1인 방송 프로그램', 즉 한 마디로 tv로 온 인터넷 방송, BJ(Brocasting Jackey)이다. 2월에 파일럿 방송을 성황리에 마친 <마이 리틀 텔레비젼>은 드디어 4월 25일 mbc의 토요일 밤 11시대를 꿰어찼다.
백종원의 고급진 레시피=마이 리틀 텔레비젼
하지만 막상 정규 편성된 <마이 텔레비젼>은 애초에 기대했던 것과 달리, 백종원의 '고급진 레시피'가 압도적 독주를 하는 형국이었다. 파일럿 편성시 화제가 되었던 초아의 생기발랄함은 콘텐츠의 부재로 좌초되었고, 대항마로 내세웠던 다양한 인물들은 별다른 화제를 얻지 못한 채 조용히 사라져갔다. 그에 반해 최근 '쉐프 전성시대'를 맞이하여 '요리' 자체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가운데, '슈가보이'등 각종 별명을 얻어가며 백종원이라는 전무후무한 캐릭터가 더해짐으로써, '백종원의 고급진 레시피'는 <마이 리틀 텔비젼>의 대명사가 되어, 방영된 주 내내 그가 만들어 낸 레시피가 세간에 회자되었다. 물론, 백종원이 곧 <마이 리틀 텔레비젼>으로 화제를 이끈 것은 신참 방송 <마이 리틀 텔레비젼>을 화제의 중심에 올려 놓는데 있어서는 큰 공헌을 했지만, 백종원이 이 프로그램만이 아니라, 새로이 시작하는 <한식 대첩>, <집밥 백선생> 에 등장함으로써 더 이상 백종원의 유명세와 스타성에 <마이 리틀 텔레비젼>이 기댈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아니, 백종원의 고급지지 않은 하지만 고급져보이는 레시피가 아닌 <마이 리틀 텔레비젼>의 고유성을 성취해 내어야만 이 프로그램의 안정된 정착화가 가능할 터였다.
그런 면에서 6월 6일 새로이 시작된 시즌 MLT-A4는 백종원의 고급진 레시피만이 아닌 <마이 리틀 텔레비젼>의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MLT-4를 새로이 구성한 인물들은 이제는 거의 국민 게이로 거듭난 마당발 홍석천에,아이돌 샤이니의 멤버 키, 그리고 국가대표 체조 선수 출신인 프로폴로 신수지, 첫 방 이후로 굳건하게 버티고 있는 BJ의 원조 김구라, 그리고 백종원이다.
MLT시즌 4는 새로 등장하는 출연진들에게 어드벤티지를 준다. 이미 지명도를 가지고 있는 백종원, 김구라에 비해 조금 더 일찍 방송을 시작하여, 선점된 시청층을 끌어올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하는 것이다. 파일럿 방송 당시 어수선하기만 했던 프로그램은 매회, 그리고 매 시즌 조금씩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1인 BJ방송으로서의 <마이 리틀 텔레비젼>을 다수의 텔레비젼 시청자가 공감할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안착시켜 가고 있는 중이다.
시즌4가 보여주는 가능성
먼저 시작한 홍석천, 신수지, 샤이니의 키는 저마다 각자의 장기를 가지고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끌고자 한다. 여성팬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아이돌 샤이니의 키, 사실 아이돌 팬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굳이 키가 어떤 행동을 하지 않아도, 그저 한 시간 내내 화면 안에서 키가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은 흡족할 것이다. 그런데 거기에 서비스로 다짜고짜 샤이니의 멤버들의 전신대를 놓고 샤이니의 춤을 춰대던 키가, 메이크업으로 가린 그의 민낯을 드러낸다고 하니, 스타로서의 거리감에서 한발 더 다가온 그에게서 여성 팬들은 환호할 밖에.
그렇게 남자 아이돌이 스타로서의 가식을 벗어던지는 순간, 아이돌같았던 국가 대표 체조 선수는 그녀가 가장 잘 하는 다리 찢기에서 부터 시작된 갖가지 체조 동작을 통해 남심을 홀린다. 더구나, 굼뜬 남자 피디를 활용한 예에서 보여지듯이, 이 프로그램의 타깃이 신수지의 손 끝에서 희롱당하는 듯한 남성 시청층이라는 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물론, 플라잉 요가의 갖가지 동작으로 몸 만들기에 관심있는 여성들은 보너스다.
그에 반해 홍석천의 등장은 애매했다. 그의 말 한 마디에서 부터 '게이'를 다짜고짜 잡아내며 그의 성적 정체성에 관심을 가지는 그의 방 시청자들을 잠재우며 가장 건전하게 이 여름에 걸맞는 몸 만들기에서 부터 그의 또 다른 무기인 요리까지 종횡무진 시청자층의 관심을 끌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백종원의 고급지지 않지만 고급스러워 보이는 뚝딱 레시피에 맞수로 등장한 코드들이 결국 남아이돌이거나, 여성의 몸을 내세운 운동, 결국 또 요리라는 점은 지극히 감각적인 이 시대 사람들의 관심사를 적나라하게 상징한다. 요리라 함은 결국 입, 가장 원초적인 '구강기'의 만족이라면, 그에 맞설 수 있는 것이 또 다른 몸, 미모, 건강이라는 말초적인 관심사라는 것이, 우리 시대의 문화론적 현상을 그대로 증명해 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시즌 4에 이르르는 동안 그나마 시청자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바로 이러한 감각적인 관심사들이었던 것이다. 샤이니의 키, 정준영, 초아 등 아이돌 스타들은 매회 그들의 모든 것을 헌신적으로 내보이며 반짝 인기를 얻는다. 그에 반해 파일럿 첫 회 등장했던 정준일이나, 조정치등의 아나로그적 감성은 발붙일 곳이 없다.
김구라의 기막힌 생존 팁, 정보의 전달
그런데 이렇게 감각적인 <마이 리틀 텔레비젼>의 흐름에 이질적인 하나의 흐름이 있다. 바로 첫 회부터 백종원을 제외하고 굳건하게 살아남은 김구라의 트루 스토리가 그것이다. 심지어 김구라는 그저 생존한 것이 아니다. 다른 출연자들이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자신이 가진 밑천을 다 드러내며 요리도 하고, 춤도 추고, 갖은 해프닝을 벌였던 것과 달리, 첫 회 승마 기계를 타고 방송을 시작하는 충격적 비쥬얼로 등장하였던 김구라는 이후, '트루 스토리'라는 일관된 내용성을 가지고 <마이 리틀 텔레비젼>을 임한다. 심지어 그가 선택한 주제들은 '야구', 역사', 그리고 '미술'이다. 그저 강연의 내용으로라도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졸기에 딱 좋은 주제들이다. 물론 지난 시간에 했던 주식으로 큰 손해를 본 조영구까지 등장시킨 돈에 대한 주제도 있다. 하지만, 조영구처럼 실제 사례자가 등장했다 하여, 내용이 결코 허투루지나가지는 않는다. 경제 칼럼니스트 정철진을 초빙하여 튤립 파동으로 부터 시작된 버블, 즉 거품 경제에 대해 제법 통시적으로 고찰해 들어간다. 6월 6일 '미술'에 대한 내용에서도 마찬가지다. 미술 전문 기획자가 된 김범수 아나운서을 초대하여 유명 미술관과 거기서 찾아보는 유명 미술품에 대해 알아본다. 오히려 김범수 등 게스트가 채팅창에 신경을 쓰는 것과 달리, 김구라는 뚝심있게 '지식'으로 자신의 시간을 이끈다. 그리고 이것이 김구라를 첫 회부터 백종원과 함께 유일하게 <마이 리틀 텔레비젼>의 생존자로 남게 한 비결이다.
첫 회부터 지금까지의 생존자 두 사람 백종원과 김구라를 보명 공통점이 있다. 그저 한 시간 눈요기거리로 시청자들이 <마이 리틀 텔레비젼>을 보는 것 같지만, 그 와중에도 두 사람의 시간은 이른바 '얻어 걸리는'것이 있다는 점이다. 백종원은 그가 요리를 하는 과정 자체, 실시간으로 채팅창에 삐지고 얼르는 등 교감의 과정에서 오는 재미도 있지만, 그가 매 시간 보여주는 요리 하나하나가 그저 요리가 아니라, 배워두면 집에서 두고 두고 써먹을 수 있는 영양가있는 레시피라는 점이다. 김구라의 트루 스토리마찬가지다. 야구, 머니, 그리고 미술처럼 언뜻 보면 호불호가 갈리는 주제인 듯 보이지만 그것들이 한 줄로 쭈욱 꿰어지면 우리 시대의 필요한 '상식'의 보고가 되는 것처럼, 역시나 '쓸만한 꺼리'가 되는 것이다.
결국 <마이 리틀 텔레비젼>의 구성은 두 가지 흐름으로 귀결된다. 가장 트렌드한 시선을 사로 잡은 아이돌, 몸, 미모, 운동 등의 일회성 주제들과, 그 가운데에서도 <마이 리틀 텔레비젼>을 소모적으로 흐르게 하지 않을 백종원과 김구라의 정보성 방송이다. 이 양 자의 균형과 절충, 그것이 이제는 안정기에 들어선 <마이 리틀 텔레비젼>의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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