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달 연대기>가 시작되었다. <육룡이 나르샤>의 박상연, 김영현 극본, <나의 아저씨>, <미생>의 김원석 연출, 그리고 장동건, 송중기, 김옥빈, 김지원, 김의성, 박해준 출연 등, 이미 제작진과 출연진의 면면 만으로도 <아스달 연대기>는 제작 초기에서 부터 화제 그 자체였다. 그렇다면 '소문난 잔치'의 첫 삽은 어땠을까?
스텝을 갈아만든 <왕좌의 게임>의 복사판? <아스달 연대기>가 방영되기까지의 과정은 순조롭지 않았다. 칸에서의 황금종려상이라는 쾌거와 함께 제작 현장에서의 스텝들의 인권 보장을 위해 표준 근로 계약서를 작성하고 그에 준수하여 촬영을 한 것으로 다시 한번 호평을 받은 <기생충>, 이 처럼 최근 들어 촬영 현장에서의 스텝들의 노동 조건에 대한 환경에 대한 의식이 높아져 가고 있는 즈음에, 안타깝게도 <아스달 연대기>는 지난 해 10월 부터 1일 25시간의 노동을 밀어 붙였고, 특히 브루나이 해외 촬영 기간에는 최장 7일간 131시간 30분 휴일도 없는 연속 근로를 강제한 것으로 방송 스태프 조합이 발표했다. 심지어 안전 상의 이유로 현지 코디네이터가 만류했음에도 야간에 강에서 카약을 타는 촬영을 강행하는 등 스텝들의 안전 조치도 미비한 상태였음이 밝혀져 '스텝들을 갈아서 만든 드라마'란 꼬리표가 방영도 하기 전에 따라붙었다.
제작비 540억, 드라마 사상 상상을 초월하는 제작비로 제한한 기간 간에 제작을 해야 하는 현실 속에서 벌어진 우리 드라마의 관행과도 같은 스텝 혹사, 하지만 <아스달 연대기>에 대한 잡음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티저가 나오자마자 <왕좌의 게임>을 보았던 애청자들 사이에서 불만의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왕좌의 게임> 포스터에서 부터, 등장 인물들의 캐릭터 설정과 의상, 심지어 극중 '센터빌'이라는 지역적 배경마저도 너무도 흡사했기 때문이다.
허구의 국가인 웨스테로스 대륙의 7개의 국가와 하위 몇 개의 국가들로 구성된 연맹 국가의 통치권을 둘러싼 예측 불허의 싸움을 시즌별로 그려내고 있는 <왕좌의 게임>은 2011년 방영 이래 2019년 시즌 8에 이르기 까지 '신드롬'이라 불릴 만큰 전세계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덕후' 들을 양산한 미드이다. 그러기에 이 드라마와 관련된 내용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애청자들에게 티저에서 부터 보여진 <아스달 연대기> 출연진들의 면면이 너무도 <왕좌의 게임>과 흡사하다는 불평이 터져나왔다.
아스달 판타지의 낯선 세계관 그렇다면 이런 잡음들과 우려들을 짊어진 <아스달 연대기>의 첫 회는 어땠을까? 시작은 '인간'과 '뇌안탈'의 협상으로 시작된다. <왕좌의 게임>에서 와일들링이 연상되는 '뇌안탈', 그들에게 인간족은 쑥과 마늘을 보여주며 함께 땅을 일구며 기름진 농경 사회를 만들어 가자 권유한다. 하지만, 쑥과 마늘을 먹지 않는다며 거부한 푸른 눈의 푸른 피를 가진 뇌안탈, 그들은 인간 보다 월등한 신체적 능력을 가졌지만 결국 '인간'의 지략으로 인해 그들이 살던 달의 평원을 빼앗기게 되고 살아남은 자는 처절한 '사냥'의 대상이 된다.
그 과정에서 살아남은 인간과 뇌안탈 사이에서 태어난 쌍둥이, 두 아이, 그들은 각자 인간족의 타곤(장동건 분)과 아사혼(추자현 분)에게 구출되어진다. 아이를 살리기 위해 '꿈' 속의 저주를 피할 수 있는 이아르크로 도망치려했던 아사혼, 그렇게 10년의 세월이 흘러 아들 은섬이 발견한 이아르크로 자신을 희생시키며 도착하지만 그런 '희생'의 과정이 결국 '아스의 신' 아라문이 자신을 이용한 것이라는 것을 절감한 채 숨을 거두고 만다. 그리고 남겨진 은섬(송중기 분)은 자라 인간족에게는 불가능한 '꿈'을 꿀 수 있는 아이로 자라난다.
시작은 <왕좌의 게임>이 연상되건 어떻건 웅장했다. 540억이란 제작비가 손색이 없을 정도의 규모와 태고의 땅 '아스'와 각 인물들의 배경이 되는 cg는 공을 들인 티가 역력했다. 하지만 드라마는 규모와 cg로만 이루어 지지 않는 법, 피도 눈물도 없이 부하들을 베고 인간족과 뇌안탈 사이에 태어난 아이를 전리품으로 품에 안은 타곤의 젊은 날을 비롯하여 배우들 자신도 '상고 시대 아스' 속에 자신이 아직은 낯선지 어설퍼 보였고 , 뇌안탈과 이족들의 낯선 언어는 쉽사리 '태고의 전설'에 익숙해기 힘들게 했다.
이아르크로 온 인간과 뇌안탈의 혼혈 은섬, 그리고 아들이지만 아버지에 의해 전장터로만 떠밀려난 타곤 등을 중심으로 '아스'의 전설이 써내려져 갈 것이다. 함께 사회를 이루어 살아가자는 아스 산웅의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한 채 부족의 절멸을 맞이한 뇌안탈, 그들의 앞에서 산웅은 '국가'를 논한다. 함께 하지 못하면 결국은 짧은 전투와 길고 긴 학살의 사냥이 이어지는 대결의 세계, 일찌기 <뿌리깊은 나무>, <육룡이 나르샤> 이래 시대의 담론과 '국가'와 통치에 대해 예리한 질문을 던져왔던 박상연, 김영현 작가가 그들의 세계관을 '역사'라는 한정적 틀을 벗어나 좀 더 자유로운 '상고 시대'라는 공간 속에서 펼쳐내고자 하는 포부를 펼친다.
하지만 그 '포부'의 세계관은 낯설다. <왕좌의 게임>은 물론, <어벤져스> 시리즈 중 <토르> 시리즈, 그에 앞서 <반지의 제왕>, <해리 포터> 등이 서양의 옛 신화와 전설에 기대어 자신들의 '판타지'를 펼쳐나갔던 바, 전설과 설화의 세계를 차용하는 건 이제 판타지의 세계에서 새로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작품들이 서구인들의 정서적 기반에 바탕이 되는 전설과 설화를 차용한 것과 달리, <아스달 연대기>속 '판타지적 설정'은 이미 <태왕사신기> 등을 경험했지만 그보다도 더 생경하게 다가온다. 갓을 쓰고 돈키호테의 갑옷을 입은 등장인물을 보는 느낌이랄까. 등장 인물의 한국어가 신선하게 다가올 정도니.
물론 우리는 쑥과 마늘의 곰 토템 신화보다 그리스 로마 신화가 익숙한 시대에 살고 있다. '판타지'에서 문화적 국적을 논하는 거 자체가 난센스일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결국 <아스달 연대기>의 관건은 이런 낯선 세계에 대해 제작진이 어느 정도 시청자들을 설득해 낼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낯섬을 '신선한 이야기'로 설득할 수 있는가, 여전히 <늑대 소년>처럼 고운 송중기와 30대라 해도 믿을만한 장동건의 근육질만으로 드라마를 이끌어 나갈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가능성은 열려있다. 장황한 입문서와도 같았던 1회에서도 푸른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뇌안탈 라가즈의 죽음이 안타까웠고, 무슨 내용인지도 이해가 잘 안갔지만 자신이 이용당했다며 죽어가는 아사혼의 눈물어린 죽음이 슬펐다. 분절음과도 같은 이야기 속에서 출생의 비밀은 궁금했고, 비극적 죽음은 마음을 울렸다. 과연 이런 아직은 '난해한 전설'을 넘어 <왕좌의 게임>만큼 치열한 국가론이 펼쳐지길. 540억이란 스텝들을 갈아넣은 드라마의 성취는 그저 한 드라마의 성패가 아니라 우리 드라마 시장 전체를 들썩이게 만들 성패로 이어질 테니 부디 새로운 장르의 시대를 열 수 있기를 바란다.
2017년 3월 10일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탄핵되었다. 그 '탄핵'의 봇물을 터트린 주인공, 바로 , k 스포츠 체육 재단의 전 부장 노승일이 있다. 국정 농단 청문회에서 노승일 씨는 최순실의 모든 것을 적나라하게 폭로하여 '국정 농단'의 전말을 밝히는데 앞장선 '공익 제보자'였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우리 사회 '갑질'의 대명사가 된 '땅콩 회항', 그 실체를 만천하에 드러낸 대한항공 사무장 박창진이 있다. 2014년 12월 많은 승객을 실은 대한항공 086편이 뉴욕 존 f. 케네디 공항에서 vip였던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지시로 이륙 도중 회항 박창진 사무장을 내리게 하였다. 기내 마카다미아 서비스 메뉴얼에 대한 조현아 전 부사장의 오해와 이에 대한 박창진 사무장의 설명에 대한 분노로 벌어진 사건이었다. 사건 초기 사측의 압박과 회유로 거짓 진술을 강요 받았으나 박창진 사무장이 방송을 통해 사건의 진실을 폭로, 우리 사회 전체를 뒤흔든 '땅콩 갑질 사건'의 분수령이 되었다.
5월 31일 <거리의 만찬>에서는 사람들의 뇌리에서 희미해져 가는 그 사건의 주인공들, 당시 공익 제보를 했던 두 주인공 노승일 씨와 박창진씨를 초대했다. 과연 왜 그들은 공익 제보자가 되었으며, 그 이후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본인들이 아니고서는 들려줄 수 없는 이야기를 전해주기 위해서이다.
2001년 줄리아 로버츠에게 골든 글로브 여우 주연상을 안겨준 <에린 브로코비치 (2000)>는 중금속을 배출하는 대기업을 상대로 한 한 여성이 끈질긴 소송 끝에 승리를 쟁취하는 내용을 담았다. 영화 속에서 홀로 외로운 싸움을 시작했던 여성은 결국 지역 사람들을 지지를 얻어내 대기업을 굴복시켰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에린 브로코비치' 공익 제보자들의 현실은 어떨까? 그 주인공인 노승일 씨와 박창진 씨는 지금 현재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그들은 왜 '공익 제보자'가 되었나? 배드민턴 선수 특기자로 대학에 간 노승일 씨는 이후 증권맨으로 10여 년의 세월을 보냈다. 그리고 최순실 씨를 만나 함께 일을 했지만 첫 번째 해고를 당하고, 다시 최순실의 부름을 받아 독일로 가 삼성과 최순실의 딸 정유라 사이의 커넥션의 목격자가 된 그는 '승마 공주 사건'이 벌어지자 다시 또 일방적인 해고를 당하는 처지를 겪었다.
그가 일방적 해고에 부응하지 않자 모든 지원을 끊고 곰팡이 핀 마늘쫑에 간장에 소면을 말아 먹으며 독일 밭에 남겨진 감자를 주워 생계를 유지해야만 했던 시절을 견디며 그는 자신이 목격했던 자료를 메모리카드에 넣어 신발 밑창에 넣어 귀국했다. 매일 밤 말 관리사가 없는 시간을 틈타 자료를 스캔하고 스캔한 자료를 태우는 과정에서 불길로 인해 주민의 신고 대상이 되기도 하고, 전혀 신변의 보장이 되지 않는 환경을 견디느라 늘 주변에 칼을 두고서야 잠을 청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그는 자료를 모으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국정 농단 청문회에서 그가 지켜보고 목격했던 모든 것을 그 자료와 함께 만천하에 '폭로'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공익 제보'가 '복수'가 아니라 못박는다. 비록 일방적인 해고를 두 번이나 당했지만 '신의'를 강조했던 최순실 개인에게는 미안하다는 노승일, '사람'에 대한 복수가 아니라, '대한민국에서는 국민이 가장 무섭다는 걸 알려드리기 위해' '공익'을 위해 결단을 내렸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이에 박창진 사무장은 자신의 공익 제보는 '생존'의 문제였다고 말한다. 2005년 입사 3년차에 사무장으로 급속 승진할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던 그는 2010년 팀장이 되어 김대중 대통령을 비롯한 여러 vip들을 모시고 운항을 했으며, 그 중에서도 kip, 즉 대한항공의 vip들을 지속적으로 모셔왔던 장본인이었다. 심지어 안주인 이명희씨 꽃놀이를 위한 비행까지 동승했던 경험자로, 그런 vip들의 탑승이 예정될 시 한달 전 부터 마치 연기자들이 연기 연습을 하듯 메뉴얼을 습득해왔다는 박창진 사무장, 당연히 그날의 마카다미아를 봉지째 제공한 건 '알레르기' 환자에 대응한 새로운 메뉴얼에 따른 정당한 응대였다.
그러나 이에 대해 조현아 전 부사장은 '야, 이새끼가 어따대고 말대꾸야, 당장 비행기 세워'라는 강압적 지시를 내린 후 그를 홀로 겨울의 미국 공항에 내려두고 떠났다. 그리고 잇따른 질책과 회유, 언론은 집요하게 취재를 했지만 상황의 전개는 진실과는 다르게 전개되어 가기 시작했다.
심지어 참고인 진술로 검찰에 출두했지만 심지어 조사실 안에 대한항공 관계자가 있는 상태에서 마치 자신이 가해자인듯 사건을 왜곡시키는 방향으로 조사가 진행되어 가는 상황에서 동앗줄이라도 잡는 심정으로 국가 인권 위원회의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그 마저도 '민간 업체가 관여할 수 없다'라는 회신을 받고 '열 수 있는 문이 없어' '나는 죽을 수 밖에 없구나'라는 상황에서 tv 인터뷰를 하게 된 것이라 토로한다.
제보 이후, 여전히 어깨에 얹혀진 내부 고발자의 무게 그렇게 자신을 던져 공익을 제보했던 노승일과 박창진 사무장, 그 후 그들은 사회적으로 '보상'을 받는 삶을 살 수 있었을까?
노승일 씨는 서울을 떠났다. 검찰 조사만 6개월 등 서초동, 강남에서 계속 이어진 조사, 조사, 그리고 '내부 고발자'였던 그,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또 그럴 것이라는 낙인이 서울에서 새로운 삶을 꿈 꿀 수 없도록 만들었다. 광주 지인에게 돈을 빌리고자 내려간 곳에서 만난 폐가, 있는 돈, 없는 돈에 대출까지 받아 새로이 건물을 지어 무엇이라도 해볼까 했는데 그만 불이 나고 말았다. 그의 어려운 상황이 전해지자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후원을 해주셨지만 그 돈으로 자신의 집 대신 불이난 옆집 할머니 집을 세워드렸다는 그, 지금은 광주에서 자신이 그간 하던 일과 무관하게 삼겹살 집을 운영 중이다.
박창진 사무장은 사무장 대신 지부장이란 직함을 얻었다. 하지만 사무장을 잃은 대가는 너무 혹독했다. 신상 털기부터 시작하여, 그를 향한 악의적인 가짜 뉴스와 루머들이 꼬리에 꼬리를 이었다. 사람들은 가짜인 줄 알면서도 그게 대세가 되면 동조하는 세태, 사내 게시판은 역으로 그가 갑질을 했다부터 줄줄이 악성 댓글로 도배되기가 십상이란다.
아마도 <거리의 만찬> 출연 이후에도 그럴 거라고 자조적으로 웃는 박창진 사무장, 불면증에 시달리고 수차례의 휴가와 병가를 거듭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 복직 후 스트레스로 인해 머리에 큰 양성 종양을 수술하게 되었고, 그 후유증으로 측만증 등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 그보다 더 마음이 아픈 건 같이 일한 팀원들이 자신의 감시자로 돌변하여 등을 돌린 현실, 다행히 직원 연대 노동 조합이 결성되어 지부장으로 자신의 싸움을 계속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다음에도 이런 일이 생기면 당연히 또 '공익 제보자'가 될 거라며, 대신 '코트'는 바꿔 입고 나가겠다며 넉살 좋은 웃음을 보이던 노승일 씨 하지만 자신의 고단한 현실을 이야기하는 그의 눈엔 눈물이 고인다. 하지만 노승일 씨도, 박창진 씨도 언론 등에 인터뷰를 하면 혹시 또 다른 자신과 같은 '공익 제보자'들에게 힘이 될 수 있도록 밝게 웃고 힘있게 이야기 하려 한다며 애써 웃음을 지어 보인다.
<거리의 만찬>은 이제는 가물가물해져 가는 사회적 사건의 두 공익 제보자를 초대해 그들의 입장에서 다시 한번 그 사건을 환기한다. 그리고 두 공익 제보자의 여전히 무거운 현실의 걸음들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짚어본다.
2015년 2월 12일 조현아는 항공 안전을 위반한 혐의로 1년 징역 형을 받았다. 그러나 같은 해 항로 변경 혐의가 인정되지 않아 집행 유예 2년을 받고 풀려났다. 대법원 상고심 역시 같은 판결을 내렸다. 그리고 2017년 '항로 변경죄'에 대해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반면 박창진 사무장과 마카다미아를 제공했던 승무원은 미국 뉴욕 주 법원에 손해 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모두 각하되었다.
대통령을 탄핵시키고, 우리 사회에 '갑질'에 대한 사회적 환기를 시켰던 계기가 되었던 사람들, 하지만 그들은 그 '사회적 책무'의 대가를 여전히 무겁게 짊어지고 가고 있다.
시작은 미미했으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특별 근로 감독관 조장풍(이하 조장풍)>에 이보다 더 어울리는 경구가 있을까? 김이영 작가의 <해치>, <38사기동대>의 한정훈 작가의 <국민 여러분>이 이미 터를 잡고 있는 가운데 후발 주자로 첫 발을 내딛은 <특별 근로 감독관 조장풍>의 앞날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기에 첫 방 4.3% 동시간대 3위라는 결과는 어찌보면 당연한 것인 것처럼 여겨졌다.
더구나 영화 <신과 함께>, ocn의 <손 the guest>에서 발군의 연기력을 보였지만 단독 주연으로 드라마를 이끌어 가는 건 처음이었던 김동욱, 거기에 tv 드라마에서는 생소한 '근로 감독관'이라는 직업과 환경이라는 소재, 2014년 mbc 극본 공모 당선작이었던 <앵그리맘>을 통해 신선한 이야기를 선보였지만 시청률의 혜택은 얻지 못했던 김반디 작가의 두번째 작품, 그리고 부진에 부진을 거듭하는 mbc 드라마의 상황 등이 겹쳐져 <특별 근로 감독관>에 대한 기대치는 높기보다는 우려가 앞선 상황이었다.
시작은 미미했지만, 하지만 그런 우려는 이미 첫 주를 지나 두번 째 주에 이르러 말끔히 사라졌다. 그리고 지난 5월 14일에는 자체 최고 시청률 8.75를 찍으며 첫 방의 두 배에 넘는 성과를 거두며 '창대한' 성공을 예고했다.
그렇다면 이런 첫 방의 두 배에 넘는 성취의 이유는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무엇보다 전직 유도선수, 한때 고등학교 선생님, 그러나 지금은 '복지부동'의 근로 감독관으로 애써 노력하고 있지만 예의 '정의로운 기질'을 숨기지 못해 '근로 감독관'이라는 직분에 충실할 수 밖에 없는 조진갑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시청자들에게 선사한 '적폐 청산'의 카타르시스가 크다. 그리고 이는 <조장풍>에 앞서 sbs의 첫 금토 드라마였던 <열혈 사제>의 신드롬의 바통을 이어받은 것이다. 여전히 답답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막힌 속을 확 뚤어주었던 다혈질 사제 김해일과 조력자들의 화끈한 한 판 승을 이제 근로 감독관 조진갑과 그의 '갑벤져스 동지'들이 받아낸 것이다.
두 드라마의 구도는 비슷하다. 정의로운 주인공 김해일과 조장풍, 그가 '독고다이'처럼 부조리한 사회에 홀로 독야청청 도전하며 드라마는 시작된다. 그리고 회를 거듭하며 <조장풍>의 엔딩에 나왔던 그림자들의 실체가 하나씩 드러나며 조력자들이 늘어난다. 김해일의 곁에 구대영 형사가, 박경선 검사가, 외노자 쏭삭이 한 편이 되어가며 불가능해 보였던 구담구의 카르텔이 궤멸되어가듯 , 조장풍이 홀로 자신의 맷집으로 덤벼들었던 구원시의 상도 여객 임금 체불 문제로 부터 시작된 '사건'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티에스 하청 문제', 그리고 거기서 명성 그룹 비리, 나아가 장래 대통령까지 넘보는 도지사 양인태(전국환 분)의 선강 그 실체를 밝히며 결국 '도지사 당선 무효'를 이끄는 쾌거를 이루어 낸다.
각본, 연출, 연기의 삼 박자 전작 <앵그리맘>에서 사회적 문제를 드라마적 장치로 설득해 내는데 장기를 보인 김반디 작가는 '소포모어 징크스'는 커녕 전작에 비해 업그레이드된 필력으로 돌아왔으며 때론 코믹한 만화처럼 때론 거친 액션 영화처럼 박원국 연출이 장르물의 강약을 절묘하게 살려냈다. 특히 실화라서 더 마음이 아팠던 단돈 3000원 때문에 해고된 버스 운전사의 부당 해고 사건에서 부터, 티에스 명성의 부당 하도급 계약, 명성 최서라와 그의 아들 티에스 사장의 온갖 불법과 탈법을 일삼던 갑질에, '선강은 누구의 것입니까?'에서도 대번에 연상되듯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사건에 이르기까지 <조장풍>은 매 회 우리가 현실에서 목도했던 '실화'를 근로 감독관 조장풍이 마주한 현실의 '날실'로 촘촘하게 엮어놓고, 거기에 정의로운 조장풍과 그의 제자들, 동료들의 '선한 의지'로 그 '난관'을 집요하고 타파하여 결국은 통쾌한 승리에 이르는 과정을 매주 선사함으로써 답답한 세상의 카타르시스를 한껏 선사했다.
이런 카타르시스의 정점에서 활약을 보인 건 무엇보다 배우들이었다. <신과 함께>, <손 the guest>를 통해 연기 잘하는 배우였지만 작품 운이 따라주지 못했던 김동욱에게 <조장풍>은 날개를 달아주었다. 몸무게를 불려 전직 유도선수로서의 무게감을 한껏 실어 일당 백의 근로 감독관 조장풍의 캐릭터를 살려낸 김동욱은 캐릭터의 외면만이 아니라, '민원인'들에게는 한없이 마음 여린 공무원이지만, 부조리한 세력들 앞에서는 눈 하나 끔쩍하지 않는 배포를 지닌 '정의의 히어로'로서의 면모를 한껏 살려내며 '원톱' 주인공으로서의 존재감을 뽐냈다.
이런 김동욱과 함께, 중견 송옥숙 씨와 전국환 씨가 악의 축으로, 거기에 명불허전 <신의 퀴즈>의 류덕환과 오대환이 악의 수레바퀴를 이끄는 견인차로서 자기 몫을 톡톡히 해냈고, 거기에 티에스 사장 이상이, 갑을 기획 사장 김경남에 후배 근로 감독관 강서준, 갑을 기획 직원 유수빈, 김시은 등의 신선한 얼굴들이 물만난듯 뛰어놀았다.
이렇듯 <조장풍>은 드라마의 시작에서 '부담'이 되었던 그 모든 것들을 '성공'의 요소로 이끌어 내며 새로운 소재와 이야기, 거기에 신선한 얼굴들의 열연, 맛깔나는 연출까지 삼 박자가 제대로 호흡을 맞추어 이 시대가 '요구'하는 이야기를 멋들어 지게 해냈다.
이제는 멸망하고 없는 행성 크립톤에서 아기가 지구로 보내졌다. 스몰빌에 도착한 외계인 아기는 마사와 조나단 부부의 품에서 클라크 켄트가 되어 성장한다. 성장하며 인간들과 다른 자신의 숨겨진 힘을 깨닫게 된 클라크는 지구의 '보이스카우스'가 되어 정의로운 마음을 가지고 지구를 괴롭히는 악당을 잡은 건 물론, 지진, 폭풍, 비행기 사고 등 각종 재난 재해에서 인명을 구하는데 앞장서고, 심지어 나무 위에 올라간 고양이까지 구할 정도로 따스하고 성실한 히어로로 오랫동안 사랑받는다. 바로 슈퍼 히어로의 대명사 '슈퍼맨'의 이야기다.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외계에서 온 정의로운 슈퍼 히어로의 탄생이다. 인간형 에어리언이라면 이렇게 '인간 친화'적이며, 마땅히 '인간 세상'의 도덕을 스스로 내재화함은 물론,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슈퍼 히어로로서 자신을 보호해주고 키워준 지구에 '은혜'을 갚기 위해서라도 그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지구를 수호하는데 자신의 힘을 다하는 것이 우리가 마땅히 기대하는 바이다.
외계인에 대한 편견 아닌 편견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이게 한 끗 차이다. 인간의 모습을 하지 않은 에어리언, 외계인들은 그동안 어떠했나, 1979년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에어리언>이래 <인디펜던스 데이>, <화성침공>, <우주전쟁>, 실체가 드러나지 않거나, 기괴하게 생긴 외계인들이 호시탐탐 지구를 노려왔던가 말이다. 우리 안의 '타자'에 대하 배타적인 상상력으로 품어낸 외계인 침공 영화는 손가락으로 꼽기가 힘들 정도다. 가장 최근으로는 인간과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느낌의 다른 외계에서 온 '타노스'는 손가락을 튕겨, 지구는 물론 우주 절반, 나아가 전체를 재조정하려 하지 않았던가.
인간의 모습을 한 외계인이 당연히 인간 친화적이며, 심지어 그의 슈퍼 히어로적인 힘이 '친인간적'이며 심지어 '초도덕(super-ethics)'일 것이라는 우리의 편견은 흡사 예수에 대한 문명적 시각의 변화와도 일맥 상통한다. 예루살렘에서 태어난 예수가 대륙을 가로질러 바다를 건너 유럽으로 가자 가장 유러피안적인 모습으로 형상화되듯이, 그간 '인간의 모습', 그 중에서도 백인의 푸른 눈을 가진 에어리언에 대한 '호의적' 편견 아닌 편견에 대해 현상금 사냥꾼들이 히어로로 거듭나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제작진이 이이를 제기한다.
<슈퍼맨>의 '아이가 없는 부부에게 찾아온 외계의 소년이 영웅이 된다'라는 전제를 뒤튼 <더 보이>, 시작은 역시나 아이가 없는 부부에게 찾아온 외계인의 아기이다. 그 누구라도 좋으니 자신들에게 '아기'를 달라며 소망했던 부부, 한밤중 그들 농장에 외계의 물체가 떨어지고 그곳에는 아기가 있었다. 당연히 '하늘'이 자신들에게 내려준 선물이라 생각한 부부는 여느 부모처럼 아이를 키웠다.
하지만 12살의 생일을 맞이한, 이제 청소년기에 들어선 브랜든에게 뜻모를 환청이 시작되고 평범하고 똑똑한 소년이었던 브랜든(잭, A, 던)게 변화가 시작된다. 그저 아기였던 시절 여느 아기들은 몇 번이나 다쳤던 것과 달리 다치지도 베이지도 않고 '기특'하게 자랐던 브랜든은 그런 수준을 넘어 창문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건 물론, 잔디밭 깍는 기계를 저 멀리 던져버리고 그 돌아가는 칼같은 날을 대번에 구부려버리는, 말 그대로 포크도 씹어먹는 강철같은 소년이 되어간다. 심지어 눈에서 '레이저 광선'도 쏜다.
사이코패스 외계인 브랜든 슈퍼맨이었으면 축복이자 행운이 되었을 이런 '수퍼 히어로'의 능력이 하지만, '인간의 도덕'을 내재화하지 못한 브랜든에게는, 아니 브랜든 주변 사람들과 브라이트번 마을에는 '재앙'이 된다.
너가 어떻든 내 아기라 하며 키웠지만 인간의 아이가 될 수 없었던 외계인 브랜든, 이는 마치 뇌의 이상으로 도덕심이나 사회적 자각을 느끼지 못하는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처럼, 자신보다 한참 낮은 능력을 가진 부모와 주변 사람들, 동물들에 대해 감정적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일찌기 맹자께서 인간의 선의 발원을 우물가로 기어가는 아기를 차마 두고보지 못하는 '측은지심'에서 찾으신 그것처럼, 브랜든은 바로 그런 '선의'가 부재한 외계인이었다. 파란 눈의 흰 피부, 딴 짓을 해도 선생님 물음에는 꿀떡처럼 정답, 그 이상을 대답하는 똑똑한 소년이지만, 자신의 힘을 시험해 보기 위해 기르던 닭들을 무참히 죽이고, 끌리는 소녀에게 호감을 보이는 방식이란게 스토커와 다르지 않고, 그런 마음이 적의로 받아들여지자 잔인하게 소녀와 소녀의 어머니에게 보복을 가하는 '탈도덕'적인 행태를 보인다.
이런 '비인간적 외계인 브랜든'이 드러나는 시기가 '청소년기'라는 점도 절묘하다. 이른바 우리나라에섣 '중2병'이라는 용어가 있듯이 브랜든의 '탈도덕적이며 비인간적인 행태'은 어른들이 보기에는 또래의 반항처럼 해석될 여지를 제공한다. 이제 '머리'가 좀 커서 어른들의 말씀에 수긍하지 않는다는 식이다. 더구나 '말썽'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하는 소년의 반항기는 외계 소년의 잔인한 능력과 결부되어 이모부를 잔인한 죽음에 이르게 하고, 뒤늦게 밝혀진 출생의 비밀에 대한 반항은 사이코패스가 되어버린 아들을 뒤늦게 책임지려한 인간 부몽에 대한 무자비한 보복으로 마무리된다. 말이야 '거짓말'이었지만, 부모의 착한 거짓말과 거짓말을, 어른들의 우려섞인 걱정과 꾸중을 청소년기의 어른에 대한 무조건적 거부와 혼돈하는 사춘기의 외계인의 아노미적 혼돈은 이제서야 체득된 그의 무한한 능력과 맞물리며 브랜든 주변은 물론 남부의 평화로운 마을 브라이트번을 재앙에 빠뜨린다.
외계에서 온 파란 눈의 흰 얼굴을 한 아이가 우리가 생각했던 그 '착한 아이'가 아니라면? 이라는 질문으로 부터 시작된 영화는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자신이 전제한 명제에 맞춰 '공포'의 서사로 직진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내 아이', ' 내 사랑'이라던 부모의 아낌없는 사랑은 되돌릴길 없는 처참한 대가를 치루고야 만다. 그렇게 <더 보이>는 그간 우리가 의지해 왔던 '슈퍼맨'의 서사가 사실은 얼마나 안이한 '편견 아닌 편견'으로 부터 비롯되었든가를 묻는다. <더 보이>의 공포는 중2병 사이코패스 외계 소년이 벌이는 잔혹한 피의 살육도 살육이지만, 우리가 당연하게 의지해 왔던 사랑과 도덕의 선입관들을 한 점도 남기지 않도 도려내어 버리는 서사의 군더더기없음에서 비롯되는바가 더 클 것이다. 과연 이 '재앙'의 소년을 지구는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그 해결은 '속편'에 기대해 볼 수 밖에.
커피 시장 규모 11조원, 1년간 한 사람이 소비하는 평균 커피가 512잔, 대만의 72잔, 일본의 195잔을 훨씬 앞질렀다. 20대만 놓고 보면 571잔으로, 미국의 548잔보다 앞섰다. '커피 홀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현상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이렇게 커피에 빠져살까? 그 이유를 '자칭 타칭 커피 중독자' 피디가 발품을 팔아 그 원인을 찾아본다.
생존의 각성제 김포 공항 화물청사 트럭 운전사인 박지용씨는 밤샘 운전으로 화물을 나르는 '잠을 잊은 그대'이다. 그리고 '잠을 잊기 위'한 가장 필수템은 다름아닌 '커피'이다. 그의 트럭 한 켠 아이스박스 안에 집에서 타온 블랙 커피와 함께 캔 커피가 즐비히다. 주행중에 마땅히 차를 대고 살 곳이 마땅치 않아 언제나 '비상 식량'처럼 준비해 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비상 식량' 커피에 더해 휴게소에서 식사 후 달달한 믹스 커피는 결코 빠질 수 없는 옵션이다.
그는 왜 그렇게 수시로 커피를 마실까? 밤을 세워 속도를 내서 고속도로를 달려 빠른 시간 안에 화물을 날라야 하는 그에게 가장 위협이 되는 건 바로 '졸음 운전'이다. 졸음이 오면 정신이 몽롱해 질 뿐만 아니라, 반응 속도가 느려 자칫 대형 사고의 위험을 낳는다는 건 굳이 그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누구나 공감하는 바이다. 장거리 밤샘 운전이 곧 수입과도 연결되는 그의 직업적 특성이 '커피'로 이어진 시간을 만든다.
트럭 운전사 박지용씨 만이 아니다. 야구 학원 강사를 하면서 학생들 차로 이동시키는 일도 맡아서 하는 김태완씨 역시 '커피에 중독된 남자'이다. 하루의 시작을 여는 커피, 그래야 비로소 몸과 마음이 깨어나는 거 같다는 김태완씨의 경우 하루 종일 커피를 달고 산다. 배우가 꿈이었지만 생활을 위해 시작했던 야구 강사, 어린 학생들을 차에 태워야 하는 상황, 거기에 계속된 훈련이 그에게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고 이를 위해 그는 습관처럼 커피를 들이킨다. 제작진의 실험 요구에 커피를 끊어보니 마치 잠이 깨지 않은 듯 하루 종일 몸이 무겁고 나른한 상태임을 호소한다.
커피를 왜 마시는가란 이유를 조사한 통계를 보면, 33%가 졸음을 쫓기 위해, 25%가 식후, 12%가 업무 집중을 위해 라는 결과에서도 나타나듯이 우리나라 사람들 상당수가 '각성제'로서 커피를 선택하고 있다.
아프리카가 원산지인 커피, 커피의 전세계적 확산에는 바로 이 '각성제'로서의 역할이 컸다. 예멘을 통해 메카로 전파된 커피, 예배를 드릴 때 졸음을 벗어나기 위한 '수단'으로 각광받으며 유럽으로 전파되었다. 미국의 남북 전쟁 당시 북군에 잠을 쫓기 위한 수단으로 커피가 대량 공급되었고, 소총의 밑동에 그라인더가 달려 졸리면 갈아서 먹는 '잠을 쫓는 특효약'이 되었다.
특히 1946년 인스턴트 커피 등장 이후 1,2차 세계 대전에서 커피는 군 필수품이었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장시간 반복 노동에 있어 커피의 카페인은 잠을 깨는 '각성제'로서 전세계적인 대중적 음료가 되었다.
일찌기 고종이 커피를 애용하였다 했지만 해방 후 미군을 통해 본격적으로 공급되기 시작한 커피는 1960년대 '산업화'와 함께 수면 시간을 줄이고 노동에 집중하기 위한 '각성 효과'에 더한 에너지원으로서 산업 현장의 필수 품목이 되었다. 특히 '인스턴트 커피'의 등장은 전문가가 타주는 커피에서 누구나 마실 수 있는 커피로 '커피의 개별화, 대중화'를 선도하여, 커피 문화의 평등화를 이루었다.
문화가 된 커피 시작은 '각성제'였지만 어느덧 커피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문화'가 되고 있다. 믹스 3개, 거기에 설탕 두 스픈, 피디가 마셔보니 달아도 너무 단 커피, 하지만 충북 음성 맹동면 통통리 주민들에게 이건 고단한 농사일을 이겨내게 해주었던 '꿀맛'이었다. 심지어 처음 커피가 등장했을 때 그 쓴맛때문에 회충약 대신 먹기도 했다고. 그랬던 커피가 이젠 마을 사랑방의 없어서는 안될 단골 메뉴가 되었다.
통통리 손현수 이장님, 마을 주민들의 사랑방이 된 농약사에 들러 커피 한 잔, 어디 본인 뿐인가, 들른 김에 동네 이 형님, 저 형님 불러서 그 분들 오실 때마다 같이 한 잔, 조합 들러서 한 잔, 노인정 들러서 한 잔, 농사일하다 새참으로 한 잔, 그렇게 하루 7~8잔의 커피를 그는 '정'이라 정의한다.
전주 한옥 마을에 아직도 생존해 있는 1952년 개업한 '삼양 다방', 그곳은 '다방' 역사의 산증인이다. 쓴 커피를 아침에 마시면 속을 버릴까봐 계란 노른자가 함께 제공되던 '모닝 커피'의 시절, 다방은 문화의 공간이었다. 핸드폰이 없던 시절 '연락처'가 되었고, 그곳에서 '선'도 보고, '사업'도 하던 '사회적 관계'를 맺는 공간이었다.
그렇게 '인스턴트 커피'의 시절을 지나 '90년대 한미 FTA의 여파로 원두 수입이 증가하고 스타벅스 등이 등장하면서 '다방'은 이제 '까페'로 그 바톤을 터치했고, take out 열풍에, 조용한 도서관보다, 너무 편한 집보다도 까페에서 공부가 잘 된다는 '카공족'에, 도시인이 즐겨찾는 나들이 명소로 우리 시대 '까페'는 자리매김된다.
심지어 커피는 '사회 생활'의 도구가 된다. 인터넷 방송국을 친구들과 함께 운영하는 최승구씨, 다른 사람과 달리 커피를 많이 마시면 심장이 두근대고 잠을 이루지 못해 웬만하면 커피를 마시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마치 통통리 이장님이 동네 사람들 만날 때마다 커피 한 잔 하듯,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사람들끼리 만나면 '아메리카노 한잔'이기에 '커피'를 굳이 마시지 않는 최승구 씨의 사회 생활은 매번 눈치가 보인다고 한다. 직장인들의 30% 이상ㅇ 점심 식사 후 함께 커피를 마시는 문화가 일상인 세상에서 사업차 '억지로' 마시는 경우까지 생긴다고 한다.
괜찮은 커피 전문점이 하나 생기면 몇 년 안에 반경 50m 안에 전문점이 60개로 늘어날 정도로 이미 소비량이 공급량을 초과한 현실, 최근 오픈한 '스페셔티 커피' 매장에 사람들이 하루 종일 장사진을 이루는 것처럼 커피는 이제 '놀이'가 되어간다. 2007년 3조원에서 10년만인 2017년 11.7조원으로 늘어난 시장, 사회적으로 다양한 문화 활동이 늘어났다고는 여전히 성인들 여가 활동의 72%가 tv 시청인 사회, 그러기에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서 '까페'는 우리 시대 중요한 문화의 사랑방으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젊은이들의 경우 국산차의 가격이 내려가도 취향을 바꾸지 않겠다고 하듯' 우리나라 사람들의 '커피 홀릭'은 당분간 계속될 예정이다.
한때는 시청률 20%가 웃도는 kbs2의 효자 프로그램이었다. 아니 대한민국 코미디를 대표하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1000회 특집으로 시청률이 그 전회보다 많이 올랐다고, 그런데 그게 6%에서 8%인 처지의 '위기의 프로그램'이 되었다. 과연, 내년에도 우리가 개그 콘서트를 볼 수 있을까?
1999년 9월 4일 토요일 밤 8시 55분 1000 회를 맞이한 <개그 콘서트>, 대장정의 막이 올랐다. 당시만 해도 대학로에서 화제가 되었던 개그맨들의 공개 코미디, 말 그대로 개그 콘서트를 그대로 tv 무대에 올리는 방식이었다. 김미화, 백재현, 김영철, 심현섭, 김대희, 김준호 등이 외계인 같은 단체복을 입고 무대에 올라 코너를 바꿔 등장하는 식의 풋풋한 아마츄어리즘이 그대로 살아있는 무대였다. 그리고 강산이 몇 번이나 바뀌고, 세기가 바뀌어 1000회, 그 조촐했던 무대는 화려한 kbs 공개홀의 이동 무대가 되었고, 이제는 흰 머리가 된 이태선 밴드의 신나는 음악을 배경으로 이제는 역사가 된 다수의 개그맨들이 무대에 올랐다.
추억 소환, 1000회 예전에 개그 콘서트에서 그랬듯 시작은 김대희를 비롯한 개그맨들의 시원하고 화끈한 난타 공연으로 열었다. 한 팀이 아니라, 연배에 따라 선배들이, 후배들이, 그리고 선배와 후배들이 함께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춘 노력이 한 눈에 느껴지는 오프닝 무대를 이어받은 건 '안돼!', '고뤠~' 등의 유행어로 화제가 되었던 김원효, 김준현, 송병철의 '비상 대책 위원회' 김원효, 김준현이 비오듯 땀을 흘리며 2011년 당시 화제가 되었던 유행어에 살신성인 '화사'코스튬, 그리고 깜짝 등장한 '수다맨' 강성범의 숨쉴틈없는 '지하철 노선도'까지 덧붙이여 '추억'을 소환한다.
그렇게 1000 회를 맞이한 개그 콘서트는 윤형빈의 돌아온 왕비호에, 더 섬뜩해진 갸루상 박성호 등의 <봉숭아 학당>을 비롯하여, 안영미, 정경미, 강유미 등의<분장실의 강선생님>, 우리에게는 '안어벙'이란 말이 더 익숙한 안상태, 김진철의 <깜빡 홈쇼핑>, 자리를 비운 김준호 대신 김대희가 그 자리에 앉아서 더 씁쓸했던 김대희, 유상무, 이승윤 등의 <씁쓸한 인생>, 후배들이 애를 써봤지만 명불허전 박준형, 정종철, 오지헌의 <사랑의 가족>등 그동안 시청자들에게 인기가 있었던 코너와 그 시절의 개그맨들을 소환했다.
오랜만에 만난 안상태가 그 시절과 같은 대사를 읊는 김진철에게 '많이 늙었군요'라고 덧붙이듯 그 시절 무대를 펄펄 날던 개그맨들은 이젠 예전같지 않았다. 김준현의 군복은 정말 터질 것 같았고, 땀은 거의 폭포 수준이었다. 새로이 여의도에 뚫린 9호선이 그 시절엔 없었다며 애교스럽데 피해가는 강성범의 지하철 노선도가 흥겹기 보다는 '그의 심장'이 걱정되기 시작한다. 이미자 씨의 동백 아가씨를 들으면 그 시절 그 노래를 즐겨 들었던 적도 없었지만 이상하게 가슴이 뭉클해지듯, 그 시절 내가 그 코너를 좋아했던지, 좋아하지 않았던지 상관없이 추억으로 소환된 옛 코너들은 그것만으로도 보는 사람들을 정겨운 웃음을 짓게 만든다. '개그 콘서트여, 영원하라'를 외치는 박준형의 눈에 반짝이는 물기를 보는 것만으로 먹먹해진다.
여기 적힌 먹빛이 희미해짐을 따라/ 그대 사랑하는 마음이 희미해진다면/ 여기 적힌 먹빛이 사라지는 날/ 나 그대를 잊을 수 있을 것입니다. /초원의 빛이여!/ 꽃의 영광이여!
1000 회 개그 콘서트 특집을 보는데 워즈워드의 이 시가 떠올랐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는 이 시가 등장했던 청춘 영화 <초원의 빛>이 떠올랐다. 돌아올 수 없는 빛의 시간, 아마도 1000회 특집 <개그 콘서트>에 가장 어울리는 수식어가 아닐까 싶다.
희미해져가는 영광의 빛 안타깝게도 1000회 특집엔 현재가 너무도 희미했다. 요즘 방영되고 있는 <개그 콘서트>의 코너 <그만했으면회>가 DJ DOC까지 등장시키며 안간힘을 썼지만, 도대체 DJ DOC말고 코너의 정체를 알 수 없었다. 주인공이 등장하고 연이어 벌어지는 상황이 주인공을 점점 더 난처하게 만드는 상황이 '개그 콘서트'의 대표적인 개그 코너의 한 표본이지만, 감옥에 갇힌 주인공도, 연달아 면회를 주선하는 교도관도, 면회오는 인물들도 이렇다하게 시선을 끄는 상황이 없다. 애초에 면회가 연이어서 할 수 없는 상황을 어거지로 이어붙여 해프닝을 만드는 이런 식의 코너, 거기에 출연자들의 연기나 애드립조차 뒷받침되지 못하는 이런 코너가 그나마 지금 방영되고 있는 <개그 콘서트>의 대표적 코너로 1000 회 특집에 한 자리를 차지 했다는 것만으로도 '위기'의 현주소를 알 수 있다.
최근 1000 회를 맞이하여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개그 콘서트의 위기에 대해 여러가지 의견이 제시됐었다. '못생긴 걸 못생겼다고 말할 수 없는' 사회적 분위기에 대해 개콘 피디의 언급 이후로 외려 여론이 악화되었다. 이와 관련해서, 최근 KBS2 <6자 회담>에서도 장동민 등 역시 공개 코미디의 소재 제한 등을 언급했다.
일찌기 마당 놀이 역시 '양반'과 '종교인'을 조롱하고 풍자하는 것으로 '해학'의 소재를 만들었듯이, 세상에 젤 쉽게 사람들의 경계를 푸는 것 중에 하나가 '남의 흉'을 보는 것이다. 더구나 그 대상이 그 누구라도 공감할 '만만한 대상'이라면, 지난 시절 <개그 콘서트>의 호황과 지금의 한계에 대해 토로하는 지점은 그 바로 '쉽게 웃길 수 있었던 화양연화'와 같던 시절에 대한 아쉬움이다. 시대가 바뀌고, 트렌드가 바뀌었다면 그 새로운 시대에 맞춰 변화할 수 없다면, 결국 '흐려지는 먹빛과 함께, 사라지는 것이 순리이다.
1000회 특집으로 등장했던 안영미, 강유미 등의 <분장실의 강선생님>,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코너였다. '이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그래도 '여자'인 개그맨들이 과감하게 자신의 얼굴과 온몸에 '페인팅'과 분장'을 하며 적극적으로 웃음을 유도했다는 점에서, '페미니즘' 시대가 오기 전에 이미 '여성의 자기 주도적 개그'로서 한 획을 그은 코너였다. 그런가 하면, 못생겼는데 못생겼다고 말 할수 없다의 대표적인 사례로 등장했던 <사랑의 가족>은, 못생겼다는 '사실'의 자학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걸 넘은 당당함으로 당시 사람들에게 갈채를 받았다. 돌아온 왕비호가 '축구도 난리다 세계 무대에서 어찌 그리 주눅들지 않고 잘하는 지 모르겠어', '박항서'라는 그 '촌철살인'이 과연 지금의 <개그 콘서트>에 있는가 라는 질문을 스스로 해보아야 하는 시간이다. 결국 그간 <개그 콘서트>의 코너들이 사랑받았던 것은 '시대'의 트렌드를 읽고 그걸 한 발 앞서 발빠르게 '개그'로 승화시켰던 시대 해석의 결과물이었다. <개그 콘서트>의 존립을 걱정하기에 앞서, 과연 그 '정신'을 살리고 있는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시간이다.
그리고 이는 1000 회의 특집, 가장 많이 출연했던 김준호의 부재와 함께, 이제 1000 회 특집에서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반가운 개그맨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젊은 후배 개그 스타들의 부재도 뼈아프다. 짧은 출연이었지만 발군의 존재감을 떨친 <시청률의 제왕>의 조재윤과 전수경의 연기력은 타 개그맨들에게 고민해 볼 숙제를 남긴다. 1000 획 특집 그 무엇보다 선배와 후배, 과거와 현재가 함께 어우러져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할 시간, '과거'의 영광에 기댄 1000 회는 그래서 희미해져가는 영광의 빛을 보는 것처럼 안쓰럽다.
지난 2018년 10월 16일 보훈처의 국정 감사 자리, 더불어 민주당 고용진 의원은 1963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은바 있는 독립 운동가 김태원에 대한 서훈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벽창 의용단을 조직하여 일경 4명을 사살하고 군자금 모집에 앞장섰던 독립 영웅 김태원 선생, 하지만 알고보니 김태원 선생은 동명이인이었다.
현재 서훈을 받은 사람은 대전의 김태원, 그러나 자료를 조사해 보니 벽창 의용단의 김태원 선생은 평북 의주 출생으로 1926년에 사형을 당하셨던 것이다. 어떻게 돌아가신 분이 1963년에 서훈을 받을 수 있었을까? 이렇게 눈뜨고 코베이는 것 같은 일이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서훈 과정에서 한 두 번이 아니었다고 한다. 3.1운동 100주년,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하여 꾸준히 이와 관련된 우리 사회의 '적폐'를 꾸준히 다루고 있는 ,다큐 시선>이 이번에는 거짓으로 서훈을 받고 독립운동가로 행세하는 건 물론, 비석까지 세워 진실을 호도하고 있는 이 땅의 '가짜 독립운동가'들을 찾았다.
독립 운동가들께 수여되는 정부의 각종 훈장과 보상금들, 이는 국가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에 대한 '보답'이다. 하지만 그 '보답'이 왜곡되었다면?
비석까지 번듯한 가짜들 고용진 의원이 제기한 가짜 김태원의 문제를 발견한 건 아이러니하게도 보훈처이다. 매달 선정되는 이 달의 독립 운동가로 선정된 김태원 선생, 그런데 선생에 대한 자료를 조사하던 중 보훈처는 선생의 기록에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 아들에게 소명을 요구했다. 그러나 아들 측에서는 이렇다 할 해명을 내놓지 못했고, 결국 '서훈'이 취소되었다.
그런데 이런 사례가 김태원 선생 한 사람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임시 정부 경무 국장을 지내고 1919년 고종의 아들 의친왕 이강을 상해로 망명시키려 했던 대동단 사건의 주모자 중 한 분인 김용원 선생, 대전의 한 공원에 선생의 비석이 세워졌다 하여 찾아간 곳, 그런데 비석이 이상했다.
분명 뒤에는 김용원 선생의 업적이 새겨져 있는데 , 정작 앞에는 이돈직이란 사람이 있는 것이다. 유심히 보지 않으면 마치 이돈직의 비석이고, 뒤의 내용은 그 사람의 업적인가 하고 착각할 수 있는 상황, 더구나 김용원 선생의 업적 가운데 이돈직이 김용원 선생의 스승으로 독립 계몽 운동에 참여했다고 사실과 다른 내용이 씌여있다. 심지어 의병 창의군이었다면 의병 독립운동가의 공적까지 슬쩍 옮겨 써놓았다.
이렇게 김용원 선생의 업적을 헷갈리게 써놓은 비석에 이어, 또 하나의 비석이 등장한다. 제목은 '기미 삼일 독립 기념비', 하지만 내용을 읽어보면 거의 역사적 근거가 없는 이돈직 개인의 치적비이다. 다큐 제작진이 문의하자 그때서야 당장 철거하겠다는 관할 구청.
가짜 독립운동가는 어떻게 만들어 지는가 현재 국가 보훈처가 추산하고 있는 가짜 독립 운동가는 39명,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
장준하 선생의 아들 장호권 씨는 엉터리, 사이비 독립 운동가의 유래를 광복군에서 찾는다. 일본군에서 천신만고 끝에 탈출한 장준하 선생이 몸담았던 광복군 제 3지대는 실제 존재했던 부대, 하지만 일본군이었다가 해방 후 떠돌던 이들이 귀국하여 광복군입네 하며 '사이비' 노릇을 하던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실제 약산 김원봉 수하의 광복군은 400여 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광복군으로 포상을 받은 사람은 700여 명에 이른다. 그뿐만이 아니다. 해방 당시에 겨우 13,4 살이던 사람이 김구 선생 도장이 찍힌 종이를 들고 찾아와 김구 비서였다며 서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나이도 나이지만, 대놓고 김구 선생 도장을 들고 다닌다면 당장 잡혀 들어갔을 만큼 급박했던 일제 하, 당연히 있을 수 없는 서훈 과정에서 벌어진 해프닝들이다.
앞서 이돈직이라는 가짜 독립 운동가의 아들은 내로라 하는 건설 업체 대표, 그리고 가짜 김태원의 아들 역시 전직 공직자였다. 60년대의 초보적이고 원시적인 행정 과정에서 브로커와 보훈처 직원의 커넥션 들이 빈번했고 그 과정에서 마치 돈으로 양반을 사서 행세를 하듯 그렇게 독립 유공자의 서훈을 돈으로 사는 일도 있었을 것이라 추정된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김태원의 경우 취소되기 전까지 보상금으로 받은 금액이 4억 5천만원, 그러나 이 돈은 환수되지 않았다. 국가 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 35조에 근거하여, 가짜가 밝혀진다 해도 취소와 보상금 반환 요구만 할 뿐 강력한 법적 조치가 없는 것도 이러한 '가짜'의 도발을 조장한다. 즉 설사 가짜로 밝혀져도 손해 볼 게 없다는 심리가 이런 풍조를 부추긴다.
심지어 후손은 국가에서 서훈을 줘서 받은 건데 이제 와서 취소를 했다며 외려 보훈처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물론 패소했다. 하지만 이에 불복 유족은 대법원까지 갔다. 최종 패소, 대전 공원에 세워진 비석 앞에는 철거 예정 안내문이 세워졌다. 하지만, 제작진이 찾아가보니 안내문은 사라지고 유족은 자신들이 찾아낸 자료라며 다시 한번 서훈 신청을 준비중이라고 한다.
2018년 국정 감사 과정에서 사이비 독립 운동가에 대한 질의를 받은 피우진 보훈처장은 '전수 조사'를 약속했다. 하지만, <다큐 시선> 제작진의 질문에 보훈처는 '조사할 계획'이며, '검증할 예정'이라는 모호한 답을 돌려주었다. 과연, 사이비 독립 운동가들은 밝혀질까?
스승의 은혜는 하늘같아서~ 란 스승의 노래가 무색해진 시대이다. '촌지'나, '선물'을 받으면 안된다고 스승의 날 아예 학교를 가지 않도록 하면서 부터였을까. 한편에서는 가장 이상적인 '직업인'으로 선생이란 직업이 '환영'받는 것과 달리, 초등학교에서조차 학생에 의한 선생님에 대한 폭언, 폭설, 심지어 성희롱 등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니 직업인으로서의 처우와 달리, 직업적 만족도는 해마다 감소하고 있는 형편이다. 선생님이 더 이상 '존경'의 대상이 되지 않는 시대, 그렇다면 이 시대 '선생님'의 자리는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마련된 ebs특집 다큐 <우리들의 선생님>은 '방황하는 교권'의 시대, 이 시대 스승의 자리를 생각해 본다.
1. 괜찮아, 선생님이 있잖아 충남 천안시 동남구 동면, 주변에 보이는 거라곤 온통 논과 밭, 그곳에 전교생 60명의 대안학교 한마음 고등학교가 있다. 한 학급 20 명, 김재복 선생님의 역사 수업 시간, 선생님은 칠판 가득 필서를 하시며 열심히 설명하시는데 그 앞의 학생들 모습이 가관이다. 책상에 엎드려 자는 학생, 열심히 핸드폰 삼매경에 빠진 학생, 제대로 수업을 듣는 학생이 없다. 하지만 선생님은 그 누구에게도 야단을 치시지 않는다. 지적하지도 않는다. 한마음 고등학교의 흔한 수업 시간 풍경이다.
한편 농업과 환경을 담당하시는 장정호 선생님의 오늘 수업은 도랑 정화 활동이다. 장화를 신고 도랑에서 쓰레기를 건져내는 선생님, 하지만 아이들은 태반이 구경할 뿐이다. 하지만 선생님은 낙관적이다. 지난 주에 2명이 선생님과 함께 했는데, 이번 주에는 무려 그 두 배인 4명이 참여했단다. 그리고 아마도 다음 주엔 더 많은 학생들이 함께 할 거라고. 그런데 아이러니한 건 장정호 선생님 전공은 국어, 하지만 이 학교로 온 후 선생님은 자청해서 당신이 필요한 곳이라면 그 어디든 달려가신다.
그저 기다려주는 것만이 아니다. 학교에 안온 아이를 틈틈이 전화를 걸어 혹시나 무슨 일이 있나 챙겨주고, 전 학교에서 왕따로 상처받았던 학생에게는 면박을 받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잘 잤니?,' '밥먹었니?' 하며 관심을 가지고 조금씩 다가간다. 그래서일까, 마음을 닫았던 아이들이 조금씩 달라진다. 왕따로 상처받았던 아이가 말을 하고, 웃음을 짓기 시작하고 세상에 다시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다.
기존 정규 고등학교에서 적응을 못해서 온 학생들이 많은 한마음 고등학교, 두 선생님 김재복, 장정호 선생님이 온 이후로 아이들이 많이 달라져 간다. 자연 친화적 교육과 현장 교육을 중요시하는 학교의 모토에 따라 아이들은 스스로 농사도 짓고, 동물들을 키우기에 선생님들도 교산지 농분지 구분이 안되지만, 선생님은 아이들이 스스로 하고자 하는 일이라면 상관이 없으시단다. 아이들이 딸기를 심고 싶다면, 달려가 모종을 사오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선생님, 선생님은 말하신다. 이렇게 아이들과 약속을 지키는 그게 중요하다고. 덕분에 재 못생겼다며 친구들에게 구박받던 아이들은 농부의 꿈을 키우고, 눈밝은 식물과 가축들의 보호자가 되어가며, 부모의 이혼으로 오랫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던 아이가 이젠 자신보다 어려운 친구의 든든한 멘토로 거듭난다.
2. 슈퍼맨 아빠와 9남매 강원도 고성군 흘리 분교, 우리나라 최초로 스키장이 만들어 졌던 마을, 하지만 그 첫 번 째 스키장은 폐장되고 66년된 흘리 분교도 전교생 4명의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이제 무려 전교생이 9명에 선생님만 세 분, 그 이유는 3년전 흘리 분교로 전근온 슈퍼맨 이기도 선생님때문이다.
흘리의 아침, 복도가 왁자지껄하다. 교실 앞 복도에서 롤러브레이드를 타며 하루를 시작하는 아이들 그렇게 한바탕 놀고 난 아이들은 각자 저 마다의 교실로 들어간다. 이기도 선생님의 3학년 교실, 단 두 명의 학생들, 하지만 이기도 선생님은 선생님만 세 분, 주무관이 없는 이 학교의 모든 일의 시작이자, 끝이다.
9명의 학생만 있는 산골 학교, 그래서 아홉 명의 산골 학교에서만 가능할 수 있는 그런 학교를 만들기 위해 선생님의 낮과 밤은 뜨겁다. 전교생이 1인 1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여기저기 '자전저 품'을 판 선생님, 덕분에 막내의 킥보드까지 아이들은 저마다의 '자가용'을 타고 마을 탐방을 달린다. 철에 맞춰 감자 등을 심고, 교무실에서 부화시킨 병아리들이 뛰어 놀 수 있는 사육장을 아이들과 만들며 한껏 자연 친화적인 수업은 당연하고, 표현력은 풍부하지만 아직 한국어가 어눌한 은지를 위해서는 방과 후 수업은 물론, 조부모님과 함께 사는 은지네 집 가정 방문까지 일반 학교에서는 언감생심의 혜택들이 넘쳐난다. 눈이 오면 눈이 와서, 꽃이 피면 꽃이 피는 자연이 그대로 수업의 미션이 되는 학교가 되도록 '번아웃'이 되도록 달리는 선생님. 덕분에 흘리 분교가 좋아서 찾아든 학생들 덕분에 아홉 명의 식구가 되었다.
하지만 아직 신입생 소식이 들리지 않아 걱정스런 선생님은 9명의 학생들과 3명의 선생님들이 총출동한 '흘리 분교 뮤직 비디오'에 기대를 건다. 아이들이 직접 노래 가사를 바꾸고, 콘티로 작성한 자연 속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흘리로 오세요'라는 뮤직 비디오를 통해 폐교 걱정없는 흘리 분교의 건강한 내일에 선생님의 열정이 담긴다.
3. 뜨겁게 , 따뜻하게 아이들이 수포자와 과포자가 되는 건 언제 쯤일까? 아마도 대략 중학교 시기가 아닐까? 급격하게 어려워지기 시작하는 수학과 과학들, 하지만 인천 부원중학교 송미정 선생님(51)의 과학 수업 시간에서는 이 '관례'가 통하지 않는다. 암석에 대해 배우는 수업 시간, 아이들이 어려운 건 수업 내용이 아니라, 선생님이 암석을 게임을 풀어낸 게임 방법이다. 게임으로 풀어낸 암석, 덕분에 아이들은 '할리갈리'처럼 암석을 익혀간다.
'열심히 하자'가 모토인 송미정 선생님, 아이들이 가르쳐주는 것을 따라오는 게 아니라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수업을 만들기 위해 교사가 된 후 10년이 될 즈음부터 시작된 과학 교사 모임을 과로로 토해가면서도 빠지지않고 개근한다. 선생님의 재밌는 수업은 이렇게 오랜 연구와 토론을 통해, 그리고 선생님의 보물 창고라는 선생님이 만들어 낸 각종 수업 도구를 통해 만들어 졌다. 교과서에 나온 내용이라도 좀 더 재밌고, 신기하고 , 색다른 거를 위해 쉴틈이 없다신다.
재밌는 수업을 위해 오늘도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떳다 홍반장이 되는 송미정 선생님이 인천에 계시다면 당진에는 '엄마'같은 백운자 선생님이 계신다. 십 여년을 넘게 이어오고 있는 아이들의 아침 독서 토론 수업, 이른 시간 아침을 먹고 나오지 않는 아이들을 위해 선생님은 매일 아침 아이들의 아침을 준비하신다. 오늘의 아침 메뉴는 선생님표 수제 샌드위치, 성장기의 아이들에게는 아침 식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선생님은 매일 아침 아이들의 아침 만들기를 기꺼이 자청하신다.
어디 아침 뿐일까, 하루 수업이 끝나면 선생님은 가정 형편 때문에 학원을 다니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방과후 공부방도 책임지신다. 역시 거기에도 빠지지 않는 선생님표 저녁밥, 오늘의 메뉴는 카레, 그리고 밤 9시까지 홀로 공부하는 아이들과 함께 하다 집이 먼 아이들을 차로 데려다 주시기 까지 하면 선생님의 하루 일과가 마무리된다.
선생님이 천직이라 생각한 백운자 선생님, 이제는 선생님이 선생님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의 옛 제사 김경래 씨, 초임 교사 월급이 12만원이던 시절, 가정 형편 때문에 진로를 고민하던 경래씨에게 선생님은 월급의 반 정도가 되는 돈을 기꺼이 전해 주시며 일단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하라며 격려해주셨다며 덕분에 지금의 자기가 있을 수 있다 감사한다. 그러나 정년을 앞둔 선생님은 그렇게 제자들에게 해줄 사랑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자신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라 불러주는 제자들이 있는 것만으로 행복하다는 백운자 선생님, 하루 종일 뛰고 또 뛰는 열정 파워 우먼 송미정 선생님, 그리고 슈퍼맨 이기도 선생님, 선생님인지 잡부인지, 농부인지, 사감인지, 아빠인지 그 무엇이래도, 우리 아이들이 어제 보다 조금 나은 오늘, 그리고 조금 더 자신을 찾아가는 내일이라면 상관없다는 김재복, 장정호 선생님, 이 선생님들의 공통점은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조건을 달라도 그 조건에서 선생님이 먼저가 아니라, 학생들이 스스로 보다 재밌고, 보다 즐거운, 그리고 보다 자신의 꿈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끊임없이 애쓰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 아니었을까. 세 편의 다큐에서 선생님들은 다 분주하셨다. 그리고 이미 나이든 어른들임에도 자신들의 입장보다는 학생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배려하려고 하셨고, 작은 약속이라도 지키려 했다. 그리고 정해진 수업과 교과서를 넘어 살아있는 교육을 하기 위해 자신들을 던지셨다. 교권의 위기가 논해지는 2019년 세 편의 다큐는 어쩌면 교원의 자리는 생각보다 거창하거나 어려운 것이 아니라, 가장 기본적이고 원칙적인 아닐까라고 반문하는 듯하다.
'업무상 재해에 해당되므로 산재를 인정합니다' 라는 산재 재심 위원회 위원장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창규의 아내는 울음을 터트렸다. 지병이라는 이유로 기각되었던 산재가 드디어 인정된 것이다. 산재만이 아니다. 억울하게 병원에서 쫓겨나게 된 사연도 밝혀졌다. 그리고 그 시간 이창규를 그렇게 만들었던 장본인, 명성의 양태수는 마약 복용 혐의로 체포되고, 최서라는 갑질 혐의로 역시나 구속된다. 길고도 지독했던 명성과의 악연, 그 한 장이 조장풍의 통쾌한 승리로 마무리되는 순간이다.
인턴 이창규의 억울한 죽음 명성 병원의 근로 감독을 속시원하게 해결했던 조진갑, 하지만 가만있을 명성이 아니었다. 그가 고등학교 선생이었던 시절 '폭력 교사'로 해고되었던 과거를 언론을 통해 흘리고, 그는 결국 근로 감독관에서 밀려나 산재 심사위원회로 보내졌다. 심지어 뇌출혈 환자에서 수면제를 처방하던 명성 병원의 의사 강민섭이 산재 위원으로 등장하여 사사건건 닥달하며 진갑의 혈압을 올린다. 그리고 뜻밖에도 그곳에서 명성 병원 인턴이었던, 명성 병원 근로 감독 과정에서 결정적 제보를 해줬던 인턴이었던 이창규의 죽음을 알게 된다.
명성 병원의 근로 감독 과정에서 결정적 제보를 했던 인턴 이창규, 그러나 그는 결국 명성 병원에서 쫓겨났고 가족에게도 숨긴 채 공사장 인부로 일하던 중 벽돌을 맞아 뇌에 부상을 입었으나 방치된 채 죽음을 맞이했다. 뒤늦게 남편이 공사장에서 일하다 죽었다는 것을 알게된 아내는 공사 현장에서 죽음을 맞이한 남편의 산재를 신청했지만 평소 지병이 있었다는 이유로 기각되고 만다.
자신을 도왔던 인턴이 명성 병원에서 쫓겨나 공사장을 전전하다 죽음을 맞이했다는 사실에 죄책감과 아픔을 느낀 조진갑은 진실을 알기 위해 나선다. 산재, 하지만 산업 현장에서 당한 재해의 입증을 명성 건설은 유가족에게 떠넘긴다. 심지어 유품조차도 수습하지 못하게 하고, 진갑은 유품을 찾으러 명성 건설을 찾아가지만, 그에게 돌아온 건 감옥에서 나와 최서라의 하수인으로 복귀한 구대길에 의한 교통사고와, 뇌물 수수 조작 사건이었다.
공무원 조진갑의 활약은 계속 그런 가운데 최서라는 전환 사채 조작을 통해 자신의 아들 양태수에게 회사를 불법 승계하려고 하고, 이를 위해 병실 내에 은밀하게 설치된 밀실에서 여러 주변 인물들에 대한 불법 도청 자료를 모은다. 그리고 이런 최서라의 비밀은 이창규의 핸드폰이 최서라에게 까지 흘러들어갔다는 사실에 의심을 품은 조진갑과 천덕구(김경남 분)가 은밀하게 그곳을 조사하다 알게 되고, 그 과정에서 양태수가 들이닥쳤지만 마약 복용으로 정신이 혼미한 틈을 타 무사히 복사까지 마무리하게 된다.
그러나 산재 입증의 길은 멀었다. 병원 측은 이창규의 인턴 해고가 졸피뎀을 빼돌려 투약했다고 했고, 이에 우도하는 이창규 아내에게 돈을 주며 회유하고자 한다. 한편 공사 현장 근로 감독까지 나가서 어렵게 구한 cctv 자료 영상조차 진갑을 우려한 아버지로 인해 잃고 만다. 결국 빈 손으로 재심 위원회에 나서게 된 진갑과 이창규 가족, 그들 앞에 이창규가 자신 대신에 약물 혐의를 받고 해고되었다는 사실에 뒤늦게 맘을 돌린 명성 병원 이과장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는 바로 그 이창규가 빼돌렸다는 졸피뎀을 사용한 사람이 다름아닌 양태수라는 것을 진술하고, 그 진술에 증거가 될 영상을 조진갑이 제출하고, 드디어 '업무상 산재'가 입증된다.
양태수가 한 마약을 빼돌렸다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병원에서 쫓겨났던 이창규, 명성 건설에서 공사장 인부로 일하다 벽돌을 맞고 위급 상황에 빠졌던 그는 무재해라는 '허명'의 작업장을 지키기 위한 공사장 작업 반장의 방치로 '골든 타임'을 놓친 채 죽어갔다. 그리고 그 죽음조차 '산재'로 인정받지 못한 채 가족들의 통한이 될 뻔한 걸 산재 위원회에 간 조진갑과 이번에도 갖은 회유와 협박에도 흔들림없이 조진갑의 동지가 된 '갑을 어벤져스'의 활약으로 명예를 회복하게 되었다.
그리고 갖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명성 건설의 무재해를 지키고자 이창규에게 다시 한번 억울한 누명을 씌우려던 명성은 고스란히 '부메랑'을 돌려받는다. 공화 장애를 핑계로 감옥에서 나온 양태수를 비롯하여 갖은 이유로 병원 신세를 지며 병실에서 호화로운 식사를 하던 회장님들에게 뿌려진 물벼락을 시작으로 전환 사채를 이용하여 아들의 불법 승계를 하려던 최서라의 계획은 '말숙'을 볼모로 폭력을 가했던 최서라에게 '이에는 이'의 작전으로 응수한 천덕구의 '인터넷 봉쇄'로, 조진갑을 뇌물 수수로 엮으려던 구대길의 작전은 자신의 남편과 아이를 지키려는 주미란(박세영 분)의 역공으로 인한 양태수의 구속으로 최서라는 불법 승계는 커녕 스스로 '갑질'로 인한 여론의 뭇매를 맞으며 감옥으로 끌려가는 처지가 되고 만다.
일찌기 고등학교 시절 자신의 아들을 함부로 대한다며 조진갑을 손봐주겠다고는 결국 그를 '폭력 선생'으로 몰아 해고시켰던 조진갑과 최서라의 악연은 이제 근로 감독관, 그리고 산재 위원으로 자신의 직분에 충실한 공무원이 된 조진갑과 각종 갑질은 물론, 불법을 넘나들며 특권을 행사하던 재벌 회장 최서라의 대결이 되었고, 결국 포기하지 않는 조진갑의 승리로 끝을 맺었다.
간호사들의 걸그룹 춤 연습, 재벌 자제의 마약, 재벌가 사모님의 갑질, 전환 사채를 이용한 불법 승계 등 최근 우리 사회를 들끓게 했던 각종 현실의 사건 사고가 조진갑의 엄정한 공무 집행 과정에서 재벌들의 거악의 시리즈로 절묘하게 엮어나왔던 <특별 근로 감독관 조장풍> , 그러기에 어떤 드라마보다 현실감은 더해지고 , 그 현실로부터 길어진 공무원 조진갑의 화끈한 활약이 주는 카타르시스는 특별하다.
마진원 작가의 <보이스3>가 시작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장르물이 시즌을 이어가는 경우가 특별한 건 아니지만, 한 작가가 일관성있게 시즌을 집필하는 경우는, 특히 3번 째 시즌까지 함께 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 의미에서 <보이스3>는 마진원 작가의 <보이스3>라 해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그렇게 마진원 작가와 함께, 이제는 시청자들에게는 <손 the guest>의 연출로 익숙한 김홍선 감독에 이어, <특수사건 전담반 ten 2>의 이승영 피디의 시즌 2, 그리고 이제 <뷰티인사이드>, <터널>의 남기훈 피디가 그 바톤을 이어받았다.
보다 '고어'하게 그렇다면 시즌3의 <보이스>는 어땠을까? 화가의 작업장인 듯 여기 저기 그림들과 작업 도구들이 있는 창고, 그 끝에 한 여성이 매달려 있다. 공중에 말 그대로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그녀를 지탱하고 있는 건 낚시줄? 혹은 얇은 철사와 같은 줄들이다. 그녀의 마디마디를 지탱하고 있는 그 줄은 동시에 그녀의 그 마디마디를 조여가며 끊어내고 있는 중, 바닥은 그녀의 피로 흥건하다. 그리고 살려만 달라고 절규하는 그녀의 앞에서 그 죽음을 한껏 즐기고 있는 검은 망토에 하얀 마스크를 쓴 빌런,
그리고 장면이 바뀌어 은퇴하겠다는 여 화가의 작업장을 보러 온 부동산 업자와 손님, 그들은 질척이는 작업장을 둘러보던 중 이상한 설치 작품, 여성의 얼굴과 절단된 사지로 구성된 것들이라는 것을 깨닫고 주저앉아 버린다. 그리고 깨닫는다. 그 흥건했던 것들이 바로 '피'였음을. 112를 찾으며 혼비백산하는 그들, 그렇게 '하드고어(고어(gore)는 '피, 핏덩이, 엉긴 피, 응혈' 등의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징그럽고 유혈이 낭자한 장면이 심하게 들어간 잔인한 작품)'하게 <보이스3>가 시작된다.
<보이스 1>에서 이 드라마가 다른 장르 드라마와 달리 시청자들의 관심을 끈 건, 사고로 인해 남다른 청각를 가지게 된 강권주 팀장(이하나 분)을 중심으로 한 범죄 현장의 골든 타임을 사수하는 112 신고 센터 팀과, 그 맞은 편에 쇠망치로 사람을 내리쳐서 잔혹하게 살해하는 모태구(김재욱 분)로 대변되는 '고어'한 범죄들이었다.
그리고 시즌 2에서는 강권주 팀장의 골든 타임 팀이 무진혁(장혁 분)에 이어 새로운 팀장 도강우(이진욱 분)을 맞이하여 체계를 갖추어 가며, 모태구의 철퇴로 내리치던 '고어'한 범죄는 방제수(권율 분)의 시신 부분 훼손 및 절단과 이의 유통인 '닥터 파르브'라는 다크 웹 사이트의 조직적 범죄로 범죄의 각을 넓혔다.
시즌3의 <보이스>는 이런 시즌 1과 시즌2의 특징을 강화시킨다. 1회 초반 보여준 빌런의 '하드 고어'한 범죄에 이어, 일본 료칸을 배경으로 한 일본 여행을 온 한국인 여성 두 명을 납치 감금하고, 마치 컴퓨터의 리셋 버튼처럼 존재하지도 않는 자신의 가족을 끊임없는 납치를 통해 '리셋'하려하고 이에 반항할 때 거침없이 망치를 휘두르는 '고어'한 설정의 에피소드로 시즌의 특성을 강조한다.
거기에, 시즌 2의 사고 현장에서 사라졌던 도강우 팀장이 8개월만에 일본에 밀항을 감행하면서 까지 추적하는 시즌2의 빌런 방제수의 배후, 시즌 2에서 방제수가 거느렸던 '닥터 파브르'는 그 일부에 불과했던 절단된 시신들을 거래하는 '블랙 마켓 시크릿넷'이라는 거악이 시즌3의 과제로 제시된다. 료칸의 납치범 스즈키(정기섭 분)도 피해자들을 강간하며 죽이는 과정을 담은 '스너프' 필림을 올렸던 것으로 도강우의 추적이 실제 사건으로 드러나며, 과연 극 초반 등장했던 '하드 고어'한 범죄를 저질렀던 최종 빌런과 이 '시크릿 넷'의 관계는 무엇인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보다 처절하게 시즌3가 시작될 때 시청자들이 가장 궁금해 했던 건 바로 강권주의 생사였다. 방제수가 덫으로 놓은 폭탄이 설치된 지하로 들어갔던 강권주, 이후에 발생한 폭발, 과연 그 상황에서 강권주는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하지만 시즌 3는 그 폭파의 현장에서 8개월을 건너뛰어 골든 타임 팀장으로 다시 복귀한 강권주로 시작한다. 폭파 현장에서 온 몸에 심한 상처를 입었지만, 그 현장에서 사라진 도강우 팀장을 찾기 위해 초인적인 힘으로 재활을 겪어낸 그녀는 다시 의연한 골든 타임 팀의 팀장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겉보기와 달리, 그녀는 사고로 인해 치명적인 '이명'의 후유증을 앓게 된다. 뜻하지 않는 순간에 그녀를 엄습하는 강렬한 기계음과 같은 이명은 남들과 다른 청각으로 사건을 인도하는 골든 타임 팀장으로 강권주에게는 그 무엇보다 안타까운 핸디캡이다.
시즌 2의 다른 제목이 필요하다면 '도강우 형사의 복권'이라고 해도 무람없을 만큼, 3년전 자신의 눈 앞에서 파트너였던 나형준 형사 살해 사건의 범인으로 몰렸던 도강우, 어린 시절 아버지의 살인 사건을 눈 앞에서 목격한 이유로 '동조자' 혹은 아버지와 같은 사이코패스라 의심을 받는 그는, 더구나 종종 정신을 잃는 '블랙 아웃 증세'에, 극한의 상황에서 통제력을 잃으며 폭주하는 성향으로 인해 나형준 형사의 형인 나홍수 계장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에게 의심을 받고 '형사'직에도 위기를 맞고 있는 형편이었다. 시즌 2는 바로 이런 도강우가 방제수의 음모로 인해 나형준 살해 사건의 범인이 아니며, 진짜 범인을 밝히고 자신의 무죄를 증명하는 과정이었다.
아버지의 범죄와 그로 인한 온 가족의 불행 이후 속죄하듯 경찰이 되고, 거기에 더해 자신의 과거와 병력으로 인해 덮어씌워진 혐의를 스스로 입증하기 위해 발버둥쳤던 도강우 형사, 그러나 그는 그런 '범죄'의 굴레에서 벗어나기가 무섭게 사라져 버린다. 그의 '실종' 사건을 수사하던 전담반조차 그의 과거로 인해 폐지되던 무렵, 일본으로 밀항하는 그가 골든 타임 수사망에 잡히고, 그렇게 밀항자로써 강권주와 다시 만나지만 도강우는 예의 안하무인 폭력적 성향을 드러내며 팀원들을 멀리한다.
강권주의 폭발 현장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검은 색 자동차로 인해 방제수의 배후를 직감한 그는 지난 8개월간 은밀하게 '블랙 웹'의 존재를 추적해 오던 중, 그 실마리를 찾아 일본까지 오게 된 것이다. 안하무인이었지만, 당장 피해자의 목숨이 경각에 달리고, 거기에 그 가해자가 자신이 찾는 블랙 웹과 연관성이 있다는 걸 알게 된 도강우는 '료칸 납치 사건'에 뛰어들어 예의 '팀장'으로서의 능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마지막 범인 스즈키의 검거 과정에서 절제되지 않는 폭력적인 성향이 튀어나오고, 강권주와 대화하던 중 뛰쳐들어가 안정제 주사를 맞고 나와야 할 만큼 병이 악화된 상황, 더구나 감옥의 방제수는 도강우의 복귀를 듣고 그의 어릴 적 이름 '고우스케, 돌아왔구나'라고 하면서 시즌 2 내내 시청자들을 의혹에 빠뜨리게 했던 도강우의 정체에 대해 다시 한번 의심의 불을 지핀다. 거기에, 시즌 2의 나형수 계장에 이어, 이제 다시 그가 살인마의 아들이라며 그의 뒤를 쫓는 일본 형사 료지(박동하 분)가 등장하여 도강우의 정체에 대한 혼돈을 부추긴다. 그렇게 도강우는 심해지는 병과 싸우며 다시 한번 자신의 결백을 입증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핸디캡을 가지게 된 강권주, 심해지는 병으로 인해 시간이 여의치 않은 도강우 이들은 첫 번째 사건을 통해 다시 한번 그 누구보다도 서로 호흡이 잘 맞는 팀이라는 걸 확인한다. 하지만 시간이 없는 도강우는 단 두 달로 그들의 파트너 쉽을 한정시키고, 이제 함께 '하드 고어'한 거악의 범죄 단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나선다. 보다 처절한 조건에서, 보다 극악한 범죄자, 혹은 범죄 단체를 단죄하기 위해 나선 <보이스 3>, 이 흥미진진한 서막에 시청자들은 2회만에 5%를 넘보는 관심으로 호응했다. (2회 4.979% 닐슨 코리아 케이블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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