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 10시, 이 시간대 공중파 tv 채널의 선택폭은 넓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오래도록 스테디셀러 <정글의 법칙>의 독재 체재이다시피 했으니까. 굳이 이미 고정층이 확고한 <정글의 법칙>에 도전을 하는 악수를 둘 방송사가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이젠 그것도 옛날 이야기다. <정글의 법칙>이 토요일로 시간을 옮기고 그 시간대에 드라마 <열혈 사제>가 편성되었다. 주말 드라마를 토요일 9시부터 연방으로 편성했지만, 김순옥 작가의 <언니가 살아있다> 이후로 이렇다하게 주목받은 작품을 선보이지 못했던 sbs가 금토 드라마로 편성의 변화를 주며 주말 드라마 격전지에 한 시간 빠른 도전장을 냈다.

<열혈 사제>의 첫 방송, 당연히 <정글의 법칙>을 기대하며 채널을 돌렸던 고정 시청자층을 대상으로 1회 10.4%, 2회 13.8%로 그 후광 효과를 톡톡히 노렸다.  후광 효과는 아직 미지수다. 3회 8.6%, 4회 11.6%로 앞서 1,2회에 비해 떨어진 수치를 보였다. (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 하지만 떨어졌다 해도 앞서 주말드라마였던 <운명과 분노>가 자체 최고 7.7%로 종영한 거에 비하면 놀라운 성과다. 타 방송사가 색다른 편성을 하지 않는 한 당분간 금요일은 <열혈 사제>의 독주다시피 할테니 11시대의 피튀기는 전쟁을 피해 <열혈 사제>의 성공은 편성의 성공적 한 수가 될 듯하다. 

 

 

박재범 작가의 핸디캡 히어로 
그렇다면 편성의 한 수는 그렇다치고 작품으로서 <열혈 사제>는 어떤가? 우선 <굿닥터>, <신의 퀴즈 4>에서 <김과장>에 이른 박재범 작가를 주목해야 한다. 그간 박작가는 굿닥터의 박시온(주원 분), 신의 퀴즈의 한진우(류덕환 분), 그리고 김과장의 김성룡(남궁민 분)까지 신체적 장애라던가, 질병이라던가, 혹은 신분상의 오류라던가 저마다의 핸디캡을 가진 남자 주인공이 사회적이고 구조적인 악과 맞서 히어로적 활약을 보이는 내용을 주로 써왔다. 물론 <블러드>라는 예외적 사례도 있지만, 그리고 이러한 박재범 작가의 서사는 대부분 시청률과 작품성 두 가지 면에서 호평을 받아왔다. 즉 대중적 장르물에 있어 가장 성공한 작가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런 박재범 작가가 <펀치>, <귓속말>의 이명우 피디와 만났다. 이번에 박재범 작가가 내세운 히어로의 핸디캡은 '분노'이다. 

2014년 정지우 작가는 <분노 사회>라는 책을 펴냈다. 작가 스스로 말하듯 책을 펴낸 그 때만 해도 '분노 사회'라는 말이 아직 우리 사회에서 생경하던 때, 하지만 그로부터 5년 여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분노'와 그로부터 비롯된 '증오'가 팽배해있다는데 이견을 다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 '분노'는 어디서 오는가, n포 세대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가장 기본적인 것이 '현실'이다. 사랑조차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경제적 현실, 대학을 나와도 먹고 살 걱정을 해야 하며, 부모 세대보다 결코 잘 살기 힘든 자녀들의 세대, 그런 자녀들을 부양해야 하는 부모들, 그렇게 현실에서의 팍팍한 삶이 '사랑'을 포기한 자리에 분노를 자리하게 한다. 

그런 현실적인 분노에, 변화하지 않는 남여 차별의 가부장적 구조, 상명 하복의 위계적 질서 등 구조적인 사회적 문제들이 뒤얽혀 서로가 서로를 경원시하다 못해 '증오'하는 사회가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분노 조절 장애'가 있는 히어로라니 기가 막힌 선택이다. 

국정원 대테러 특수팀 요원이었던 김해일(김남길 분), 테러 작전 중에 의도치 않은 폭파 사고로 민간인, 아이들을 살상하게 된 그는 그 '트라우마'로 인해  감정 조절이 쉽지 않다. 술에 의존도도 높다. 그런 그를 이영준 신부(정동환 분)가 사제의 길로 이끌었다. 

 

 

분노 조절 장애 안티 히어로와 흥미로운 조연진 
하지만 첫 장면, 조폭의 사주를 받아 사이비 무속인으로 동네 사람들의 돈을 긁어모으려던 무속인들을 비롯하여 그 배후인 조폭들을 거침없이 '손봐주던' 김사제는 예의 '조절되지 않는 분노'의 구원 행위(?)로 인하여 그가 속한 교구의 정의 구현을 실현했지만 쫓겨나는 신세가 되고 만다. 결국 구담시를 찾게되고 그런 그를 피붙이처럼 이영준 신부가 피붙이처럼 따스하게 맞아주지만 그만 그 아버지같던 이영준 신부는 '자살'한 사체로 발견되고 심지어 그를 부도덕한 신분로 몰아가기 까지 한다. 

'사고치지 말아라'며 두 손을 꼭 잡고 당부하던 이영준 신부의 명을 어떻게든 거스르고 싶지 않아 노력하지만, 대신 집전한 미사 시간에 몰래 빵을 먹던 요요한(고규필 분)을 내쫓는가 싶더니, 하느님께 죄를 사해달라기 전에 자신이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에게 찾아가 먼저 용서를 빌라는 말로 신자들을 당혹스럽게 한다. 심지어 고해하러온 박경선 검사(이하늬 분)를 내치기까지. 

이미 <김과장>에서 사기꾼에 가깝지만 어쩐지 정이 갔던 김성룡 이래, 막무가내 분노 조절 환자지만 어쩐지 그의 분노가 공감되고, 막말이지만 그 말이 통쾌한 또 한 명의 '반영웅적(안티 히어로) 히어로'의 탄생이다. 


이렇게 2019년에 가장 공감할 만한 캐릭터로 시선을 사로잡은 <열혈 사제>는 <김과장>에서처럼 매력적인 조연진을 통해 주연의 캐릭터를 보완한다. 이준익 감독의 <변산>속 용대의 드라마 버전과도 같은 고준의 대범무역 대표 황철범, <변산>에서 용대가 조폭이지만 학수와 철천지 원수지만 어딘가 어수룩한 동네 조폭이었다면, <열혈 사제> 속 황철범은 용대처럼 어수룩하게 사투리를 쓰며 폼은 비슷한 듯하지만,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는 사람 목숨마저 눈깜짝하지 않는 무시무시한 인물로 김해일의 맞수다. 

거기에 이제는 천만 배우가 된 <극한 직업>을 통해 코미디가 몸에 붙기 시작한 이하늬의 박경선이 첫 회 부터 펄펄 난다. <응답하라> 이래 어쩐지 부진했던 김성균이 모처럼 몸에 맡는 옷을 입은 듯한 구대영도, 이 사람이 <슬기로운 감빵 생활>의 그 사람인가 싶은 쏭삭의 안철환도, 백지원의 김인경 수녀도, 이미 등장만으로도 존재감이 있었던 요요한의 고규필도, 구당 청장의 정영주나, 부장검사의 김형태, 경찰 서장의 정인기까지 쟁쟁한 조연진이 포진되어 있다. 

이렇게 첫 회부터 분노 조절장애 캐릭터 김해일의 원맨쇼에 가까운 만화적 설정에, 조연진들의 개성있는 호흡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끈 <열혈 사제>, 과연 이러한 신의 한수 편성만큼이나 내용성있게 이끌어 갈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by meditator 2019. 2. 17. 14:03

그래도 셋까지는 골라볼만 했다. 드라마 얘기다. 공중파 3사의 드라마가 동시간대 격돌을 벌이는 것만 해도 불꽃이 튄다 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던 것에 tvn이 가세를 했다. 심지어 30분 먼저 선방을 날렸다. 그렇게 시작된 4파전, 거기에 밤 11시 한갓지게 자리잡았던 jtbc 월화 드라마가 심기일전 <뷰티인사이드>로 도전장을 날려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 (최종회 5.181% 닐슨 코리아 유료가구 기준) 그렇게 시작된 월화 드라마 5파전, 2월 11일 jtbc, mbc, sbs가 동시에 새 드라마를 선보이며 5파전의 2라운드가 불타올랐다. 과연 5채널의 선택, 무려 사극만 두 편에, 장르물도 두 편, 거기에 환타지 로맨스까지, 골라보는 재미와 선택 장애를 오갈 수 밖에 없는 드라마의 풍년, 풍성하다해야 할까, 범람이라 해야 할까. 

 

 

선점, <왕이 된 남자> 
5파전임에도 2월 11일 방송 결과는 이미 선점한 <왕이 된 남자>의 압승으로 끝났다. 무기력하지만 폭주했던 진짜 왕 이헌과 광대 출신의 왕이 된 남자 하선, 여진구의 기가 막힌 2인 1역으로 하선과 이헌, 그리고 왕비 유소운의 삼각 관계 아닌 삼각 관계로 이어졌전 팽팽했던 끈이 이헌의 허무한 죽음으로 일단락되고, 그 극의 동력을 애닳은 하선과 유소운의 순애보가 이어받으며 절정으로 달려가며 '로맨스 사극'으로서의 인기를 이어갔다. (8.24% 닐슨 코리아 유료 가구 기준) 물론 거기에는 일찌기 <돈꽃>으로 발화한 김희원 연출 팀의 공력이 큰 바탕이 된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일찌기 동지들을 잃으면서도 포기할 수 없었던 개혁에의 꿈을 이헌을 자신의 손으로 죽여가면서까지 다시 일으켜 세우려 했던 이수의 정치와, 그런 그의 적이 된 좌의정 신치수의 세도, 거기에 '왕이 유고시 대통을 정할 수 있다는 권한'을 향한 계비의 끊임없는 계략 등, 왕권을 둘러싼 정치적 대결의 집중도가 상대적으로 헐겁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하선과 유소운의 러브 스토리, 거기에 수구와 개혁의 정치 드라마를 잘 버무려 내어 로맨스 정치 사극으로 유종의 미를 마무리하여 영화 <왕이 된 남자>의 후광을 떨쳐내고 드라마 <왕이 된 남자>로 기억되게 될 것인가 귀추가 주목된다. 

 

 

신선한 장르의 사극, <해치> 
과연 조선조에서 왕이 아닌 연산군과 광해군이 없었다면 우리 사극은 어떻게 되었을까 란 반문을 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사극, 그 중에서도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의 진폭은 좁다. 현재 월화 드라마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왕이 된 남자> 역시 가상의 왕을 배경으로 하지만, 알만한 사람이라면 그 왕이 광해군을 모티브로 삼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게 되풀이 되는 사극의 소재들에서 김이영 작가는 독보적이다. 이병훈 감독과 손을 잡은 <이산>, <동이>, <마의> 그리고 <화정>에 이르기까지 완성도를 차치하고 김이영 작가가 역사 속에서 길어낸 소재는 신선했다. 

그 김이영 작가가 이번에 역사 속에서 길어올린 인물은 뜻밖에도 영조다. 늘 이미 권좌를 차지해서 노회한 왕이 되어 자신의 아들을 죽였던 논란의 대상 영조가 아니라, 천한 무수리의 몸에서 태어나 왕좌를 차지하게 된 젊은 영조가 <해치>의 주인공으로 들어왔다. 그러기에 <해치>는 무엇보다 신선한 역사 속 이야기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하지만 신선한 소재인 만큼 방송 첫 회에 이미 밀풍군 등에 대한 역사적 고증의 논란이 있다. 또한 안타깝게도 <해치>를 이끌어 갈 주역 연잉군 이금 역의 정일우, 여지 역의 고아라에 대한 부족한 사극 발성과 연기에 대한 평도 따랐다. 또한 이병훈감독이 없는 김이영 작가만의 내공을, 그리고 완성도 있는 서사를 마무리해 낼 수 있을 것인가. 신선하지만 짐이 무거운 <해치>, 그 시작은 지상파 1위로 순조롭다 .(7.1% 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

 

 

이 장르는 뭐지? <아이템> 
또 한편의 웹툰이 드라마로 리메이크 되었다. 시즌2를 마무리하고 현재 79화까지 진행된 민형, 김준석 작가의 웹툰 <아이템>은 흔히 영웅물이 특별해진 사람들을 소재로 삼은 것과 달리, 평범한 사람들이 손에 넣은 초능력을 가진 물건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그려낸 실험적인 작품이다. 

이미 웹툰으로 장르물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던 <아이템> 거기에 <신과 함께>, <공작>, <암수살인> 등 영화에,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으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주지훈의 귀환으로 화제가 되었다.  그래서일까, 드라마의 시작은 폭주하는 열차 선로에 뛰어들어 초능력을 가진 팔찌를 차고 막아내는 주지훈으로 주목시키며 시작된다. 

그리고 또 한 사람, 감옥에서 나와 무릎끓고 사죄를 하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노인네들이 똥오줌을 못가린다'며 거물 법조인들을 카리스마로 꼼짝못하게 만들고, 자신의 비밀 공간에 들어서는 아이템수집가로 변모하는 다양한 소시오패스의 모습을 보이는 김강우의 합류도 반갑다. 

하지만 웹툰의 실사화는 아직은 버거워 보인다. 1, 2회의 이야기들은 흡인력있게 장르물의 시청자들을 빨아들이는 대신, 산만한 전개로 신선한 소재에 대한 흥미를 반감시킨다. 거기에 '잘 해야 본전'이라는 김강우의 인터뷰답게 소시오패스 재벌 김강우도, 검사 주지훈도 어쩐지 새롭기 보다는 기시감을 일으킨다. 거기에 열심히는 하지만 늘 어쩐지 겉도는 듯한 신소영 역의 진세연의 호흡도 아직은 미지수다. 

과연 익숙한 배우들, 낯선 장르, 이런 딜레마를 극복하고 초인간이 아닌 초능력을 가진 물건을 가진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설득해 낼 수 있을지. 대세 주지훈이 과연 드라마에서도 통할 지 4.9%의 시청률로는 갈 길이 멀다. 

 

 

김혜자가 된 한지민, <눈이 부시게> 
평범한 가족이 있다. 아니 있었다. 셈이 밝은 아내는 답답하지만 모범 운전자 표창을 받은 딸바보 아버지 김상운 씨(안내상 분), 손이 부드트도록 염색약을 만지지만 그게 그녀의 낙이고 삶인, 아니 그보다도 하나 밖에 없는 미모의 딸이 희망인 미용사 엄마 이정은(이정은 분) 씨, 취미가 동생 놀려먹기인 세상 태평인 오빠 김영수(손호준 분), 그리고 지금은 비록 백수지만 언젠가는 아나운서가 될 꺼라는 이쁜 딸 혜자(한지민 분), 그랬는데 그 이름 하나가 딱 문제라던 젊고 이쁘던 혜자가 진짜 김혜자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눈이 부시게>는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의 새로운 변주로 시작된다. 우연히 바닷가에서 발견한 시간 여행이 가능한 시계를 한때 맘껏 사용했던 25살의 여자가 그 마구 사용했던 시간의 댓가로 하루 아침에 늙어버린 역환타지, 거기에 <송곳>의 김석윤 피디와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의 이남규 작가의 내공이 만나 새로운 '휴먼 드라마'를 예고한다. 

첫 회 집안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아나운서가 되고 싶었지만 현실은 첫 사랑도 못이루고 꿈도 저만치인 25살의 혜자의 지지부진한 인생이 이어진다. 여전히 이쁘지만 그래도 굳이 왜 한지민이었을까 라는 물음표를 남긴 캐스팅에, 싱그럽지만 여전히 어색한 이준하 역의 남주혁의 만남은 그 자체로 아직은 물음표다. 어쩌면 이 드라마가 진짜 시작하는 건, 그런 장황한 서론을 끝내고 젊은 혜자가 나이든 혜자가 된 3회 부터일 것이다. 이미 김혜자 선생의 등장만으로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드라마, 과연 김석윤, 이남규, 김혜자의 조합이 월화 드라마 대전 속에서 따스한 온기를 남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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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조들호 2> 
'드까알'이란 속어가 있다. '드라마는 까봐야 안다'는 말이다. <조들호2>가 시작되기 전만 해도 박신양 고현정의 만남으로 화제가 되었던 이 드라마가 모든 월화 드라마를 제압할 것이라 예측되었다. 40%를 넘는 <황금빛 내인생>의 주인공 박시후도 구제하지 못한 월화 드라마의 침체를 드디어 두 카리스마의 주인공 박신양, 고현정의 구해낼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기대는 무참하게 무너졌다. 시즌 1에서 처럼 거지 꼴로 등장하여 분기탱천한 조들호 변호사의 박신양은 여전했고, 나긋나긋한 목소리지만, 그래서 더 서늘했던 고현정의 존재감은 무시무시했지만 거기까지만 이었다.  이른바 재벌가의 부도덕한 행태와 그에 대항하는 조들호의 분전은 '분전'이라기엔 '클리셰'를 넘어서지 못한 듯 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박신양의 디스크 수술에, 변희봉 중도 퇴장 등으로 드라마는 동력을 잃었다. 심지어 아직도 이 드라마를 하느냐고 한다.  

14회 드디어 재기에 성공한 변호사 조들호, 하지만 14회의 지루했던 조들호의 고전에 기대했던 많은 시청자들이 떠났다. 그래도 주지훈의 <아이템>를 꺽은  5.7%의 시청률은 그나마 두 배우에 대한 이름값이다. 하지만 이름값이라기엔 그 댓가가 너무 크다. 박신양, 고현정 두 배우의 작품마다 따라다니는 제작진과의 불화를 이번에도 피해가지 못했다. 심지어 작가 이름이 나오지 않는 드라마라니. 꼴찌가 아니라고 면피를 하기엔 두 배우의 이름값 그 상흔이 깊다. 

by meditator 2019. 2. 12. 15:55
설 연휴가 끝나고 ocn의 선택은 하드보일러 추적물이다. <트랩>, 무려 7부작이다. 장르물임에도 일반적인 미니 시리즈의 긴 호흡으로 인하여 장르물의 묘미를 손실시키는 작품들이 등장하는 가운데, 단호하게 미니 시리즈의 반 정도 분량인 7부작으로 찾아온 <트랩>의 도전이 그래서 반갑다. 

하지만 그뿐만이 아니다. 젠틀한 나영석 예능의 에이스 이서진이 모처럼 드라마로 돌아왔다. 2016년 <결혼 계약>이후 햇수로만 3년만이다. 그의 모처럼의 복귀는 2018년 <완벽한 타인>으로 호흡을 맞췄던 이재규 감독과의 인연이다. <역린>의 고전을 <완벽한 타인>이라는 신선한 기획으로 일소시키며 2018년 영화계에 흥행의 파란불을 빛냈던 이재규 감독, 총괄 프로듀싱으로, 그의 <스튜디오 드래곤>이 제작으로 <트랩>을 들고 찾아왔다. 

 
트랩ⓒ ocn
 

다시 만난 이서진과 이재규 
이서진과 이재규 감독의 인연, 거기에 아직도 회자되는 영화 <백야행>의 박신우 감독과, 역시나 명불허전 <별순검 시즌3>와 <특수사건 전담반 TEN>의 남상욱 작가가 합류하며 애초에 영화로 기획되었던 작품을 7부작으로 개작하며  '드라마틱 시네마'의 첫 주자가 되었다. 거기에 성동일, 김광규, 윤성호 등 믿고 보는 조연진들과 <슬기로운 감빵 생활>로 눈도장을 찍은 임화영이 합류했다. 

시작은 국민 앵커, 아니 전 국민 앵커 강우현(이서진 분)의 가족 여행이다. 가족 여행이라지만 스산한 겨울, 결혼 10주년 여행이라는데 어딘가 긴장감이 감도는 남편과 아내는 아이와 함께 신혼여행 때 그 산장 까페에 들른다. 

신혼 여행 시절과 달리 스산한 까페, 옆 자리의 이상한 무리들, 서둘러 그곳을 뜨려하지만 사라진 아들, 그 아들을 찾으려하지만 아내조차 없어지고, 두 사람을 찾으려 고구분투하던 이서진은 자칭 '사냥꾼', 그 중에서도 최고의 묘미는 '인간 사냥'이라는 까페 사장(윤성호 분)의 '사냥 트랩'에 걸려든다. 사장한테 칼로 찔린 다리로 작은 칼 하나만 들고 사장한테 몰려 나선 이서진,

 
트랩ⓒ ocn
 

믿기 힘든 의문의 사건 
여기까지가 얼마 후 전신골절에 입까지 다쳐 말조차 할 수 없는 상태로 경찰에 발견된 이서진이 어렵사리 손으로 타이핑한 사건의 전말이다. 그런 이서진의 진술에 따라 이서진의 아내와 아이를 찾기 위해 수색 작업이 시작되고, 형사 반장은 고동국 형사를 호출하고, 그런 그의 눈 앞에서 그를 믿고 따르던 후배 형사 배남수가 옥상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한다. 

1회에서 보여준 사건, 거기에 보호자라며 등장한 강우현의 비서 김시현과 산장 까페 사냥꾼으로 보였던 인물과의 예상치 못한 접점이 있다. 하지만 과연 1회에서 보여준 이런 사실을 믿을 수 있을까? 여기에 딜레마가 있다. 이서진이 주장하는 자신의 가족들이 당했다는 사냥, 사라진 아내와 아이, 과연 정말 아내와 아이는 사라진 것일까? 이서진은 사냥트랩에 빠진 것인가? 우선 이런 의심을 해볼 수 있다. 산장 까페에서 자신의 아이를 찾는 이서진에게 까페 주인이 언제 아이와 아내가 있었냐고 천연덕스럽게 반문하듯, 장르물에 익숙한 시청자라면 우선 과연 이 드라마가 시청자에게 제시해준 이 상황이 눈에 보이는 그대로인가에대한 의심이 들 수 밖에.

즉 믿을 수 있는 건 유일하게 강우현의 진술 밖에 없는 상황에서 <트랩>의 전개는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애쓰는 우현과 그런 우현을 유일하게 믿었던 후배 형사의 사고를 목격한 고동국이 함께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나서게 될 것이다. 

그리고 복병으로 등장하는 모호한 인물들, 주인공 강서현의 진실에서 부터, 그와 아내의, 그와 비서의 의문스런 관계, 그리고 사냥꾼이라는 산장 까페 주인과, 사냥꾼으로 보이는 검은 옷의 남자들, 이 속내를 알 수 없는 등장 인물들과 '인간 사냥'이라는 무시무시한 설정이 다음 회를 기약하게 한다. 

 
트랩ⓒ ocn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어쩐지 하드 보일드한 추적을 하기 보다 경치 좋은 곳에서 '삼시 세끼'를 만들어 야 할 것같은 이서진과 김광규 등에, 이제는 형사라는 역할이 익숙해도 너무 익숙한 성동일의 조합이 가져온 신선하지만 어쩐지 집중력을 흐트러트리는 등장 인물들의 면면이 안타깝게도 우선 그렇다. 

거기에 '드라마틱 시네마'를 표방한 만큼 영화처럼 시선을 잡아끄는 '다크'한 화면과 배경은 그럴 듯하지만, 윤성호의 하드캐리에도 불구하고 다짜고짜 들이닥친 아직은 그 어떤 맥락도 알 수 없는 '사냥'이란 설정의 낯섬이다. '사냥'은 하드보일드한 구상으로는 가장 절묘한 설정이지만, 동시에 그만큼 비현실적이기에 드라마 속 이서진일가가 사냥을 당했다는 말을 사람들이 믿기 힘들어 하는 만큼 시청자들도 이 설정에 빠져들기가 쉽지 않다. 예능에서 더 익숙한 출연진들, 거기에 생소한 설정, 과연 이 난제를 넘어 7부작의 새로운 시도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완벽한 타인>에 이어 드라마에서도 성공을 거둘 것인지, <트랩>의 귀추가 주목된다. 
by meditator 2019. 2. 10. 16:05

작년에 왔던, 아니 제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아니라, 영애씨 죽지도 않고, 또 왔다, 무려 시즌 17이다.  2007년 그때만 해도 영애씨보다는 대중에게는 '출산드라'로 더 익숙했던 김현숙을 주인공으로 tvn이 새로운 시도를 했다. 성우의 나레이션을 배경으로 이영애라는 '스타성'있는 이름을 가졌지만 그런 이름에서 오는 기대와 달리 남들보다 조금은 듬직해서 눈에 띄는 여주인공, 지금이라면 그런 그녀의 외모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했다간 '성희롱'이 되겠지만, 무려 2007년 디자이너가 되겠다는 야무진 포부는 영애씨의 수더분한 외모에 가려 그녀의 갈길을 막고, 그래서 되는 일보다 안되는 일이 더 많았던 영애씨는 불가피하게 '막돼먹을 수' 밖에 없다는 이 '신종 시트콤'.

당시만 해도 케이블이라는 특성을 살려 드라마라면 주로 성인들 대상의 드라마를 제작했던 tvn은 <막돼먹은 영애씨>를 통해 존재감을 알리기 시작했고, 그렇게 tvn의 진짜 터줏대감 영애씨는 인기리에 방송되던 모든 시트콤들이 사라져 가는 세월에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켜 이제 시즌 17에 이르렀다. 그리고 돌아온 시즌 17의 첫 회, 시청률 2.6%라는 수치가 무색하게 막돼먹은 영애씨를 기다린 팬들의 환호와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겨우 금요일 하루지만 돌아올 금요일이 그 어느 때보다도 영애씨로 한 주의 피로가 싹 씻어질 꺼 같으니까. 

 

 

여전한 영애씨
시작은 뜻밖에도 멧돼지다. 체급으로 보면 영애씨와 막상막하, 하지만 돌진하는 멧돼지 앞에 아기띠를 한 영애씨는 혼비백산 도망칠 수 밖에 없다. 질주하는 영애씨를 통해 시즌 16에서 결혼을 했던 그녀에게 아기가 있고, 현재 그녀가 사는 곳이 시골이라는 걸 시청자들은 알 수 있다. 아버지의 낙원사를 물려받아 고전하던 영애씨의 남편 이승준(어쩐지 그의 이름보다 '작사'라는 그의 별명이 더 익숙한)은 이곳 평창 건설현장에 취직해 아내와 아이를 데리고 내려왔다. 

잘 됐건 안됐건 자신의 능력으로 살아온 영애씨지만 처음 경험해보는 엄마 역할에, 처음 경험해 보는 아내 역할이 영 적응이 쉽지 않다. 집안은 온통 아이 물건에, 서서 밥 한 술 뜨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 거기다 남편 월급받아 생활하는 처지가 어쩐지 눈치가 보인다. 그럼에도 배운 도둑질 못숨긴다고, 그녀 눈에 띄는 건 간판이다. 

이렇게 시즌 17로 돌아온 영애씨의 캐릭터는 '경단녀(경력 단절 여성)'이다. 매 시즌마다 그 시절 사회적 고충을 겪는 여성으로 분했던 영애씨, 이번 시즌도 변함없이 우리 사회 고민꺼리인 경단녀 영애씨로 돌아왔다. 

여전히 철없이 해맑은 남편은 아이가 의사소통할 3,4년 뒤에 영애씨가 다시 사회로 나설 것을 생각하지만, 남편 월급이 눈치가 보여 옷 한 벌 제대로 사지 못하는 처지에, 모처럼 만난 낙원사 동료들은 영애씨를 소외시키며 자신들만이 아는 이야기로 웃음꽃을 피우고, 치킨집을 연 동생은 홑벌이로 살기 힘들다며 영애씨를 압박한다. 거기에 라미란의 급부탁으로 도와준 디자인이 새로온 사장의 칭찬을 받자 아직 내가 '뒤쳐지진 않았어'라는 자부심도 생긴다. 

하지만 사회적인 고뇌만으로 영애씨 캐릭터가 완성되지는 않는다. '막돼먹'지 않아서야 어디 영애씨인가. 아니나 다를까, 급작스러운 호출에 함께 서울로 동행하지 못하게 된 남편때문에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로 가더 중 우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 젖을 먹이던 영애씨는 우는 아이로 인해 본의 아니게 버스 승객과 부딪치게 된다. 

그런데 이 버스 승객이 다름아닌 정보석, 전무후무하게 급한 성격의 그는 아이를 데리고 타서 울리고 가슴 노출을 하고, 얼린 모유를 자신에게 안긴 영애씨에게 다짜고짜 '맘충'이라며 막말을 해대고, '막돼먹은' 영애씨는 그런 그를 택시를 타고 쫓아가며 '그렇게 살지 말라'며 맞대응을 한다. 

 

   

 

터줏대감과 굴러온 사장의 절묘한 콜라보 
하지만 <막돼먹은 영애씨>를 완성시키는 건 바로 출연진들이다. 시즌 12부터 출연했지만 이제는 터줏대감같은 조연진들의 여전한 활약이 첫 회부터 화려하다. 

한때는 작은 사장이었지만 이제는 영애씨 남편이 된 '소름끼치게' 영애씨를 사랑하지만 그만큼 눈치도 없는 이승준에, 세간에 회자되었던 '으르렁' 댄스 저리 가라하게 화려한 춤사위를 선보이며 등장한 '넣어둬, 넣어둬'의 눈치없는 라미란의 건재도 반갑다. 거기에 1회부터 진짜 터줏대감 엄마, 아빠에 윤서현의 여전함도, 얄미운 정지순에 이제는 어엿한 낙원사 사원이 된 규, 김혁규의 존재감도 빛난다. 거기에 시즌 16부터 등장한 이규한의 생활 연기는 감칠 맛이 넘치고. 

그러나 무엇보다 시즌 17을 기대하게 된 건, <거침없이 하이킥> 쥬얼리 정의 시트콤 귀환이다. 영애씨와 버스 안에서 티격태격으로 부터 시작해서, 굴러온 돌일 것이라는 낙원사 직원들의 예단이 무색하게 등장하면서 부터 '전무후무한 업계 경력'이 무색하게 직원들을 다그치고 쩔쩔매게 만드는 정보석의 등장과 낙원사 직원들의 '갑과 을'콜라보는 비록 첫 회에 불과하지만 <막돼먹은 영애씨>를 기다렸던 시청자들을 흥분시킨다. 

가장 현실적인 설정, 그 현실로 부터 비롯되는 웃픈 상황이라는 <막돼먹은 영애씨>, 그동안 종종 영애씨의 남친 찾기, 혹은 남편 찾기로 갈짓자를 그리던 시즌은 이제 17에 이르러 강력한 사장님의 등장으로, 다시 한번 애환과 페이소스를 담뿍 담은 생활 속 웃음으로 다시 한번 제 궤도를 찾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불어넣는다. 부디 경단녀 영애씨의 활약이 순조로워 영애씨가 영애씨 부모님이 될 때까지 시즌이 계속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래본다. 


by meditator 2019. 2. 9. 15:40

채널을 돌리다 어라? 했다, <도깨비>를 재방송해주나? 아마도 이런 사람들이 꽤 돼지 않을까? <진심이 닿다>말이다. <도깨비>에서 불멸의 비극적 사랑으로 인기를 끌었던 저승사자의 이동욱과 써니의 유인나를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아마도 십중팔구 이런 생각을 들 것이다. 아니, 애초에 <도깨비>의 저승이와 써니의 애절했던 사랑에 마음이 빼았겼던 사람들이 그 저승이와 써니가 출연한다 해서 <진심이 닿다>에 우선 채널을 고정했을 수도 있다.

 

 

그리고 드라마는 굳이 그런 관심을 피하지 않는다. 아니 심지어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진심이 닿다> 속 이동욱이 분한 권정록은 변호사지만, 색깔만 달라졌을 뿐 <도깨비> 속 예의 롱코트를 '착장'한다. 무표정으로 일관했던 했던 저승이의 표정도 그대로다. 유인나라고 다를까? 한때는 정치적 제물이 되어 목숨을 잃은 황후였지만, 현세의 써니가 자신의 무기로 삼았던 그 '철없음'은 이제 <진심이 닿다> 속 한류 스타인 오윤서에겐 성격으로 드러난다. 굳이 다르기 보다는 같아서 보게 만들고 싶다는 '야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진심이 닿다> , 그래서 더 이 드라마의 진심이 의심스럽다. 

<진심이 닿다> 그리고 <도깨비>와 <김비서가 왜 그럴까>
사랑하는 여인을 저승으로 데리고 가야만 했던 비극적 사랑, 그래서 사람들은 이들의 해피엔딩을 빌었다. 드라마의 마지막 여배우와 강력계 형사로 환생한 이들에게 사람들은 환호했다.  그래서일까? 일반적으로 한번 같이 호흡을 맞춘 두 남녀 배우가 다시 만나기 힘든 드라마계에서 이동욱과 유인나의 만남은 그러려니할 수 있었다. 드라마가 노골적으로 환생이라도 한 듯 이전 드라마의 캐릭터를 '오마주'한 듯 해도 거기까지도 그러려니 할 수 있다. 

 

 

그런데 막상 드라마를 보다보니 <도깨비>말고 떠오르는 또 다른 작품이 있다. 바로 2018년 중반기 tvn의 화제작이었던 <김비서가 왜 그럴까>이다. 물론 두 작품의 배경은 다르다. 부회장과 비서의 <김비서가 왜 그럴까>와, 변호사와 비서의 <진심이 닿다>는. 하지만 두 작품 모두 웹툰을 원작으로 하여, 특별한 서사보다는 두 남녀 배우의 이른바 '케미'에 전적으로 의존한 작품이라는 것과, 츤데레 남자 주인공에, 발랄하고 자기 주도적인 원맨쇼에 가까운 캐릭터의 여주인공의 조화라는 점, 거기에 두 주인공과 호흡할 다채로운 캐릭터의 주변 조연 캐릭터가 포진하여 이들과의 시트콤에 가까운 설정 등으로 극을 채워간다는 점에서 <진심이 닿다>는 어쩔 수 없이  <김비서가 왜 그럴까(이하 김비서)>을 떠올리게 한다.

<김비서>가 서사적 전개를 차치하고 두 배우 박서준과 박민영의 놀라운 캐미로 8%를 넘어선 시청률로 tvn의 효자로 등극했듯이, <진심이 닿다>는 이미 <도깨비>를 통해 화제성이 된 두 주인공 이동욱과 유인나의 캐스팅을 통해 그런 과거의 영광을 다시 한번 재연하고자 한다. 

그런데,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되듯 <진심이 닿다>로 온 <도깨비>의 저승이와 써니는 아직까지는 전작의 매력을 십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아니 외려, 전작에서는 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며 두 배우의 캐릭터에 대한 아쉬움이 드러난다. <도깨비> 속 써니가 '철없음'을 혈혈단신 천애고아로 세상을 살아가는 무기로 장착했다면, <진심이 닿다> 속 오윤서는 본의 아닌 사건에 연루되어 숙고의 기간을 가진 한류 스타임에도 그냥 철이 없다.  나름 드라마는 '장기'라 생각하며 한류 스타 오윤서를 설명하는 씬으로 각종 씨에프의 오윤서 버전을 빈번하게 삽입하는데, 그 자체가 보는 시청자들을 인내심에 빠뜨리게 한다. 아니 그것조차도 오윤서의 애교라 친다쳐도, 드라마는 2회 마지막 회에 이르기까지 장황하게 오윤서의 원맨쇼와 그를 둘러싼 해프닝으로 드라마를 벌여놓으며 조급한 시청자들의 손을 자꾸 리모컨으로 향하게 한다. 

 

 

상투적인, 너무도 상투적인 
츤데레 남주와 철없는 여주의 만남, 그리고 그를 둘러싼 시트콤과 같은 배경까지는 그렇다 하더라도, 드라마는 2회 중반에 이르기까지 '해프닝' 이상 두 주인공의 '진심'을 제대로 드러내 주지 않는다.  여주인공의 철없음을 넘어 거의 코미디에 가까운 오글거리는 설정들을 참고 참아 2회 중반 쯤에 이르러서야 그녀의 철없음이 써니의 철없음처럼 거친 연예계 생활을 버텨낸 나름의 무기였다는 것을 보여주고, 다짜고짜 냉랭함을 넘어 싸가지 없기까지 했던 남자 주인공은 갑자기 태세를 전환하여 갑자기 호의적 버전으로 변하게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진심이 닿다>를 보며 시청자들을 고민에 빠뜨리는 건 이미 전작에서 익숙한 두 남녀 주인공을 차치하고서라도 등장 인물 모두가 다 어디선가 본 듯한 '상투성' 때문이다. 

알고 보면 마음은 따뜻한 츤데레 남자 주인공, 철없는 거 같지만 알고 보면 씩씩한 캔디형 여자 주인공에, 남자의 첫사랑은 똑똑하고 당찬 걸크러쉬 여자 검사이다. 여검사 유여름을 설명하는 첫 씬, 검사들 회의 장면 당연히 남자 검사는 살인 사건에 휘말린 피해자 여성에게 성 편견에 사로잡힌 예단을 하고, 정의로운 여검사는 그런 남자 검사에게 이의를 제기하며 그녀의 캐릭터를 설명하는 장면은 이제 여검사가 나오는 드라마의 '클리셰'가 되는가 싶다. 

그렇게 주요 캐릭터의 설정과 함께 오윤서의 소속사 대표는 입으로는 오윤서에 대한 정을 읊어대지만 정작 손해는 절대 감수하지 않는 이해타산적인 인물이요, 그런 소속사 대표의 부탁으로 오윤서를 위장 취업시켜준 로펌 대표는 알고보니 오윤서의 열렬한 팬으로 불철주야 오윤서를 향한 '덕심'에 불타오른다. 여자만 보면 매력을 흘리지만 알고보면 마마보인 이혼 전문 변호사에, 극소심한 듯하지만 속내를 숨길 수 없는 변호사에, 능력자 터줏대감 비서와 그를 흠모하는 깡패같은 사무장이라니. 이준혁, 오정세, 심형탁, 장소연, 박경혜, 박지환 등 쟁쟁한 배우들의 연기로 커버되지만 그들의 캐릭터는 이젠 너무 익숙한 것들이다 보니, 이들과 오윤서가 벌이는 해프닝들이 극의 활기가 되기 보다는 안타깝게도 언젠가 보았던 시트콤의 재방송을 보는 듯하다. 

 

 

결국 2018년의 인기작이었던 웹툰 원작의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2019년 <도깨비>의 두 주인공을 소환하여 다양한 조연진들의 포진시켜 다시 한번 비서 로코의 그 영광을 재연하려 했지만, 2회에 이미 상승세가 꺽여버린 <진심이 닿다>가 보여줄 진심의 길은 험란하기만 하다. (1회 4.736% -> 2회 4.583%)

무엇보다 이미 <김비서가 왜 그럴까>가 배우들의 호흡에 힘입어 인기가 있었지만 웹툰 원작 서사의 부실함을 지적받았던 바, 그러한 비판에 대한 개선없이  인기있는 컨셉의 무분별한 자기 복제가 <진심이 닿다>의 부진을 낳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더구나 <이번 생은 처음이라>로 호평을 받고, <김비서가 왜 그럴까>로 인기를 얻은 박준화 연출의 차기작이기에 더욱 아쉽다. 

특히 케이블, 종편의 가세로 드라마 제작 편수의 폭발적 증가와 그를 감당할 질좋은 작품들이 양산이 순기능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2014년 <미생> 이래 웹툰은 드라마의 가장 훌륭한 콘텐츠 제공처가 되어왔다. 하지만 차별성이 없는 비슷비슷한 '로코' 버전의 웹툰의 반복적 드라마화는 결국 <계룡선녀전>,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 등의 부진으로 이어지고 <진심이 닿다> 역시 그런 관성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여진다. 이는 <진심이 닿다>만의 문제가 아니라, 늘어나는 드라마와 그를 따르지 못하는 제작 퀄리티 혹은 관습적인 제작 방식 등의 문제로 드라마계 전체가 숙고해봐야 할 문제다. 
 

by meditator 2019. 2. 8. 14:54

<시프트>의 막을 연 건 '미세먼지'이다. <호모더스트쿠스> 매일 아침 오늘의 날씨보다 오늘의 미세먼지를 먼저 챙기는 세대, 마스크와 공기청정기가 필수가 된 슬픈 족속, 바로 미세먼지가 압도하는 세상에서 건강한 삶을 꿈꾸는 오늘의 한국인들, 그들이 <시프트>의 첫 주인공이다. 

미세먼지가 걱정될 때마다 공기청정기를 한 대씩 사들이다 보니 어느새 집에 공기청정기가 7대가 되었다는 이 시대 대표적 호모더스트쿠스 정시아, 하지만 그녀만이 아니다.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하는 네이버 까페 회원들은 광화문 광장에서 시위에 나섰다. 정부의 미세먼지 치수를 믿지 못해 '어스널스쿨' 등의 사이트에 올라온 미세먼지 예보를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셀프 예보족'도 등장했다. 까페에 올라오는 '셀프 예보', 순식간에 2000 명이 조회를 한다. 심지어 어디를 가든 미세먼지 측정기를 들고 다니고, 집에서 미세먼지 지수가 0이 안되면 두려워 하는 '미세먼지 불안장애'까지 등장했다. 

미세먼지 천동설? -미세먼지에 대한 오해와 진실
다큐가 말하고자 하는 건 과연 외부 유입 물질에 대해 갖는 반감과 분노가 건강한 사회 문제에 대한 각성인가 하는 것이다.  외려 우리 안의 문제를 직시할 수 있는 계기를 방해하고 있는 건 아닌가라고 묻는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아주대학교 예방의학 교실 장재연 교수는 '미세먼지 천동설'을 제기한다. 그 옛날 사람들이 자신들이 아는 '좁은 지식'에 갇혀 지구가 세상의 중심이라는 천동설을 신봉했듯이 오늘날 사람들 역시 미세먼지에 대한 왜곡된 정보로 인해 데마고기나 마타도어에 휩쓸리고 있는 건 아닐지 의문을 제기한다. 

  

   

장교수가 제기하는 첫 번째 오해는 환기에 대한 것이다. 미세먼지 지수가 높은 날 창문을 열어놓으면 큰일 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하지만 장교수는 아이들이 뛰어놀거나, 집에서 조리할 때가 밖의 미세먼지보다 더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거기서 한 술 더 떠서 마스크가 꼭 좋은 건 아니라고 덧붙인다. 외국의 경우, 특히 싱가폴에서는 미세먼지 지수가 200이상일 때에만 이른바 미세먼지 전용 마스크를 쓰도록 권장하거나, 불편하면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정부가 앞장 서서 마스크를 쓰도록 권장하는 상황, 장교수는 '산소 공급'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숨차다는 신체의 즉각적 반응에 유의해야 하며 외려 미세먼지를 잘 막는 마스크가 산소 공급이 안돼 신체에는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심지어 지금의 미세먼지 상황이 최악이 아니라고 강변한다. 산업화가 극심하던 1950년대 런던처럼, 우리나라 역시 산업화가 한참이던, 굴뚝산업이 융성하던 1970년대, 즉 지금의 엄마들이 한참 자라나던 그 시기가 가장 미세먼지가 심하던 시절이었으며 88년 올림픽을 기점으로 서울 등의 공기는 좋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주장한다. 

장교수만이 아니다. 각 계의 전문가들 100 중 53%가 지금의 미세먼지에 대한 대중들의 공포적 반응에 대해 '지나친 걱정이다'라는 반응을 보인다. 즉 각약각색의 정보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부정적 정보에 대해 더 큰 가중치를 두는 인간의 생존 본능적 반응이 판단을 방해하며, 거기에 현상만을 부각시켜 보도하는 언론 등의 보도 태도 등이 대중들을 불안장애 이를 정도의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특히 해외 언론이 중국 스모그에 대한 비판적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한 2013년 이후 우리나라 언론의 중국 책임론이 증가되며 정작 우리 안의 원인에 대한 해결할 이성적 계기를 놓쳤다는 것이다. 즉 좀 더 차분한 접근과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할 수 있는 소통의 시스템이 필요하다는데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심각한 초미세먼지에 대한 대책은? 
그렇다면 지금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최근 우리 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공기질의 문제 중 심각한 건 2차 미세먼지, 초미세먼지이다. 

자동차 매연 등 기체 상태의 유기 화합물질, 정유 산업 시설 들에서 발생하는질 소 산화물이 자외선과 광화학 반응을 일으켜 발생하는 초미세먼지, 대기 중 초미세먼지는 이러한 2차 생성물질로 인한 것이 76%나 된다. 최근들어 초미세먼지에 대한 위험성이 알려지고 있지만, 정부나 사람들 모두 그 원인과  대책에 있어 인식은 미비하다. 

   

 

1952년 12월 열 발자국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심각했던 런던의 스모그 5일 동안의 이 나쁜 공기의 역습으로 무려 1200 명이 사망했다. 추운 겨울 급작스레 늘어났던 석탄 난방에 그 원인이었던 것, 영국 의회는 1956년모든 굴뚝에서 매연을 금지하며 이를 위반시 처벌하는  '청정대기법'을 발의했다. 또한 도시 내에서 석탄을 때우는 걸 금지시켰다. 거기에 더해 영국은 2025년까지 석탄 화력 발전소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우리 사회는 최근 원자력과 관련된 논의는 활발하지만 정작 화력 발전에 대한 인식은 미흡하다. 석탄 화력 61기가 가동중인 우리나라 발전 동력에서 석탄 화력에대한 의존도는 높다. 심지어 OECD 중 국토 면적 대비 석탄 발전 밀집도가 세계 1위다. 

 

 

  
경유차의 문제도 심각하다. 일본은  8~90년대 대기 오염이 심각해지고 주민 소송까지 발생하자, 그 원인을 자동차에서 찾고 경유차 NO 작전을 벌이기 시작한다. 2003년부터 도쿄에서 경유차 주행이 금지하는 등 정책에 따라  2000년대 10년 동안 경유차의 절반을 감소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지난 2009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가솔린보다 적고 연비도 좋다는 이유로 디젤 차량을 권장하는 '클린 디젤' 정책으로 외려 디젤(경유)  차량이 더 늘어나는 결과를 낳았다. 거기에 '환경'보다는 '연비'를 우선하는 시민들의 의식도 한 몫을 하며 초미세먼지의 역습을 낳게 된 것이다. 아니 기본적으로 자동차 누적대수 22,882,035대로 인구 2,3명당 자동차 1대를 보유하고 그 중 수도권 차량만 44.4%를 차지하는 현실에서 초미세먼지 공습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거기에 부산 공기 질의 51.4% , 인천, 울산 등 지역별로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경유차 50만대에 해당하는 선박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은 부재하다. 

2018년에서야 겨우 폐기된 '클린 디젤 정책', 다큐는 정책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정책의 변화까지 추동해낼 시민들의 의식 변화, 그 중요성을 강조한다. 
자동차 산업의 메카 독일 슈트트가르트, 그 중에서도 자동차가 많이 다니는 네카토어 지역 시민들은 '미세먼지가 우리를 죽인다'는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서 정부의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를 요구하고 법적 조치를 끌어냈다. 

이런 적극적인 움직임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왜곡된 정보로 부터 벗어나 우리 주변부터 변화시킬 수 있는 인식의 변화이다. 실제 런던보다도 3배가 넘는 4대문 안의 교통 혼잡에 대해 런던의 경우처럼, 혼잡 통행료라던가, 공해를 일으키는 차에 대한 독성 부담금 등 정책적 규제에 대한, 즉 내가 손해보더라도 기꺼이 환경을 위해 그 손실을 감수할 수 있는 시민 의식의 변화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다큐는 주장한다. 

by meditator 2019. 2. 7. 16:41

tvn에도 다큐가 있다고? 아니 있었다고가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기존 공중파 드라마의 아성에 '신선한 기획'을 통해 드라마의 제왕 자리를 나꿔챈  tvn답게 다큐도 달랐다. 2018년 10월에서 12월까지 '미세먼지, z세대' 등 현대인들이 관심이 높은 주제에 대해 관점의 전환을 제안하는 <시프트>가 방영되었다. 정시아, 김원준,  대도서관 등이 직접 출연하여 다큐에 대한 대중적 접근을 도왔던 이 신선한 시도는 하지만 안타깝게도 7부작으로 막을 내리고 말았다. 하지만 프로그램은 사라져도 <시프트>가 제안한 '인식의 전환'은 남았다. 

<시프트>의 막을 연 건 '미세먼지'이다. <호모더스트쿠스> 매일 아침 오늘의 날씨보다 오늘의 미세먼지를 먼저 챙기는 세대, 마스크와 공기청정기가 필수가 된 슬픈 족속, 바로 미세먼지가 압도하는 세상에서 건강한 삶을 꿈꾸는 오늘의 한국인들, 그들이 <시프트>의 첫 주인공이다. 

미세먼지가 걱정될 때마다 공기청정기를 한 대씩 사들이다 보니 어느새 집에 공기청정기가 7대가 되었다는 이 시대 대표적 호모더스트쿠스 정시아, 하지만 그녀만이 아니다.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하는 네이버 까페 회원들은 광화문 광장에서 시위에 나섰다. 정부의 미세먼지 치수를 믿지 못해 '어스널스쿨' 등의 사이트에 올라온 미세먼지 예보를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셀프 예보족'도 등장했다. 까페에 올라오는 '셀프 예보', 순식간에 2000 명이 조회를 한다. 심지어 어디를 가든 미세먼지 측정기를 들고 다니고, 집에서 미세먼지 지수가 0이 안되면 두려워 하는 '미세먼지 불안장애'까지 등장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미세먼지'에 대해 걱정을 지나 과민, 공포 등을 느끼고 사는 현대인들 이들에게 물었다. 독일처럼 미세먼지의 원인이 되는 자동차에 세금을 많이 매기면 어떻겠냐고, 파리처럼 자동차가 도심에 진입할 수 없도록 통행료를 높이면 어떻겠냐고, 그러자 사람들이 반문한다. 중국이 저렇게 미세먼지를 쏟아붓는데, 자동차 좀 줄인다고 미세먼지가 나아질 거 같냐고, 과연 그럴까? 중국에서 미세먼지가 오는 한에서 우리의 하늘은 깨끗해질 수 없는 것일까? 그 답을 찾기 위해 '호모더스크쿠스'의 대표 정시아가 나섰다. 

그 문제라는 중국의 미세먼지 
2015년 중국이 동부연안에 소각장 227개를 세울 계획이란다. 거기다 공장들을 우리나라와 가까운 산둥 반도로 이전한단다. 안그래도 중국으로부터 오는 미세먼지로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인데, 중국의 이런 정책을 시행한다 하니 '분노'가 끓어오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산둥반도 공장 대거 이전 설은 실체가 없었다. 소각장을 더 짓기는 하지만 그것들을 우리나라와 가까운 동부 연안에 짓는 건 아니란다. 이런 자료를 펴냈던 아주대 김순태 교수조차 중국의 미세먼지가 줄었다는 새로운 자료를 발표했다. 미세먼지로 문제가 되었던 공장들은 헐렸고, 엄격한 배출 장치 규제로 대기 질은 한결 좋았져다고.

 

 
그렇담 결국 우리를 분노케했던 실체는 없었던 건가. 아니 우리나라는 더 심각해 지는데 중국의 공기질은 좋아지고 있다니. 그렇다면 종종 그 중국에서 대거 이동해 오는 저 노란 미세먼지 위성 사진의 정체는 무엇이란 말인가? 

이른바 '엘로우 한반도'라 알려진 중국발 미세먼지의 사진, 하지만 이에 대해 연세대 지구환경 연구소 김준 교수는 이게 미세 먼지라기 보다는 해상 안개라 정의한다. 해상에서 피어오르는 안개를 위성에서 찍으면 이렇게 나온다고. 물론 그 안개에 미세먼지가 존재한다. 하지만 그 미세먼지는 중국에서 온 것 뿐만 아니라, 서해안 제철소나 발전소에서 뿜어져 나온 것도 있기 때문에 정확하게 몇 %가 해외에서 왔다고 관측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그래도 우리는 알고 싶다. 도대체 중국이 우리 공기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그래서 한국과 미국은 대기질을 공동연구에 돌입했다(korus-aq). 2016년 5월부터 6주간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의 대기질에 영향을 미치는 건 국내적 요인이 52%, 중국이 34%, 북한이 9%에 이른다. 이 40일의 조사 기간 동안 38일이 기준치를 넘겼고, 그 중 24일이 나쁨이었다. 고정관념과 달리, 중국의 영향을 받은 건 단 3일에 불과했다고 연구 결과는 말한다. 
 

 

같은 영향, 다른 반응-일본 
그런데 중국과 가까운 나라는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일본, 그 중에서도 큐슈는 중국과 밀접하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60%가 중국 탓이다. 하지만 중국만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영향도 10%나 된다. 

그런데 큐슈 사람들 반응은 우리나라와 좀 다르다. 같은 하늘을 이고 있는데 어떻게 하겠냐는 반응이다. 우리나라처럼 분노하고 항의를 해야한다기 보다는, 공기 문제를 공동의 문제로 삼아 환경 개선에 대한 기술 지원이라던가, 기술 협력의 방향으로 문제를 풀려 한다. 

이러한 일본의 다른 접근은 그저 국민적 정서의 문제라기 보다는 일찌기 50년전부터 미세 먼지에 대해 연구하고 대책을 마련해온 '내력'의 차이라고 보는게 정확할 것이다. 일찌기 산업화와 함께 도쿄의 심각한 공해를 경험한 바 있었던 일본은 미세먼지 인벤토리를 통해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에 따라 노후 경유차 운행 금지 등 그에 맞는 정책을 오랫동안 실시해 왔다. 그러기에 똑같이 미세먼지의 역습을 당했지만 큐슈와 우리나라의 공기는 달랐다. 

 

 
우리는 분노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렇게 공기의 문제와 관련하여 실질적인 국제적 보상이 이루어진 사례는 없다.  한중일도 그렇지만 나라와 나라가 거의 붙어있다시피 한 유럽에서도 이 문제는 골칫거리이자, 오래된 역사적 과제이다. 30년 논쟁을 불러일으킨 유럽이 산성비 논쟁에서도 알수 있듯이, 어느 한 나라만 좋아진다고 해서 산성비의 피해를 피해갈 수 없다는 결론을 얻은 유럽은 '대기오염 물질의 장거리 협약(CLRTAP, 1979)를 통해 정기적 모니터링 등을 통해 공동의 과제로 해결해 나가고자 하고 있다. 

by meditator 2019. 2. 7. 16:40

다시 설이다. 며칠을 쉬고, 어디를 가고 다들 마음이 먼저 분주해지는 시간, 하지만 ,ㅅ자만 들어도 골이 지끈지끈해지는 사람들이 있다. 설이라는 말만 들어도 기름 냄새가 나고, 몇 시간 동안 앉아서 전을 부쳐야 하는, 여전히 어느 집안의 며느리라는 위치에서 자유롭지 못한 '며느리'들이다. 역귀성에, 명절 대신 여행이라며 트렌드가 바뀌어간다 하지만 여전히 집안의 행사치레로서 명절의 전통은 강고하게 한 편에서 지탱되고 있다. '며느리 잔혹사'라 해도 과언이 아닌 1996년의 명절 특집급 <곰탕>을 다시 보며 며느리로서의 삶에 대해 짚어보자. 

 

 

1996년이면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이다. 설 등의 특집 드라마가 융성하던 시절, sbs는 <울밑에 선 봉선화>, <노란 손수건>, <어여뿐 당신> 등 전통과 여성의 갈등을 작품으로 풀어온 박정란 작가와 <천국의 계단>,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이장수 피디가 의기투합하여 2부작의 <곰탕>을 설 특집극으로 만들었다. 김혜수를 타이틀 롤으로 하여, 김용림, 류현경, 류시원, 한재석, 정우성 등 당시의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출연했던 이 드라마는 작품성을 인정받아 뉴욕 페스티벌 tv 부문 특별상, 휴스톤 국제 영화제 tv 부문 금상을 받으며 '한국적 여인상'을 대내외에 알렸다. 

열 세 살의 민며느리 
시작은 1919년 고종이 돌아가시고 전국적으로 3.1 운동이 불붙던 시절 서울, 양반이라지만 식구들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살림살이, 이제 열 세살이 된 딸인 순녀는 충청도 부잣집이라는 정씨 댁에 쌀 삼백 섬에 '민며느리(빈곤한 가정의 딸로서 대체로 10∼12세 때 데리고 와서 양육하여 혼기가 되면 며느리로 삼는 제도)'로 들어가게 된다. 

 

 

가마를 타고 며칠을 걸려 도착한 시댁, 목욕 재계하고 어른들께 인사를 마치기가 무섭게 '민며느리'인 순녀가 한 일은 이 집에서 남자들을 먹이기 위해 끊이지 않고 만든다는 곰탕 재료를 손질하는 일, 한 겨울 뒷마당에서 찬물에 손을 담가 소뼈며 부속물을 다듬는 것이었다. 

겨우 곰탕꺼리를 마련해 가마솥에 끓이며 행랑댁과 함께 어두운 부엌 마루에서 바가지에 담긴 밥을 먹던 며느리 순녀, 들이닥친 시어머니는 그녀의 옷을 벗겨 몸을 검사한다. 손이 귀한 집에 겨우 아들 하나를 생산하여 내내 집안 어른들께 혈연에 대한 부담을 짊어졌던 시어머니는 그런 그녀의 쌓인 한을 고스란히 이제 겨우 초경을 마친 순녀의 몸에 토해낸다. 아들을 많이 낳아야 한다며. 

 

 

남편이 없어도 며느리 
그렇게 3년을 지냈다. 드디어 혼례식을 치뤘다. 하지만 첫 날 밤을 치루자마다 정씨 집안 외동 아들인 남편 인성은 서울로 유학을 떠난다. 고향이 서울인 순녀를 놔두고. 

순녀는 남편도 없는 시댁에서 점차 부풀어 오르는 배를 부여안고 여전히 곰탕을 끓이랴 시부모를 봉양하랴 손이 마를 날없이 며느리의 역할을 다하며 세월을 보낸다. 드디어 졸업을 하고 고향으로 온 남편은 만삭의 아내에 눈길 한번 제대로 주지도 않은 채 무거운 가방을 들리고, 보다 못한 남편의 친구가 만삭의 몸으로 낑낑대던 그녀의 가방을 받는다.  그래도 순녀는 남편이 돌아와 설레고 반가웠다. 

하지만 돌아온 건 남편만이 아니다. 악극단의 가수 출신인 채봉이라는 여자도 남편을 찾아오고 심지어 그녀가 남편과 한 방을 쓰는 모습을 지켜보게 된다. 결국 그런 시련 등으로 인해 그토록 기다리며 열 달 동안 품고 있던 아이를 떠나보내고, 다시 남편도 서울로 떠나버린다. 

사업을 한다며 고향으로 돌아오지 않는 남편, 심지어 다른 여자랑 살림을 차렸고, 거기서 아이까지 낳았다. 고향길로 가며 이 동네 땅이 다 자기네 꺼라며 자랑하던 그 정씨 일가의 땅은 그 '사업'의 핑계로, 해방과 전쟁, 격동의 시대 속에 사라져 버린다. 시어머니까지 돌아가시고 더 이상 그곳에 남아있어야 할 이유가 없어져 버린 순녀, 남편도, 자식도 없이 빈 손으로 그곳을 떠난다. 

 

 

조강지처라는 굴레 혹은 숙명
호구지책을 하자니, 시집살이 내내 끊임없이 끓여대던 곰탕 밖에 없었다. 곰탕 집 열 돈이라도 보태달라 만난 남편은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자식 과외 시킬 돈도 없다며 순녀의 입을 막는다. 어렵사리 겨우 천막을 쳐서 차린 곰탕 집,  그녀가 견뎌온 시련의 세월을 배신한 남편과 달리, 그 시간의 맛에 세상 사람들이 화답한다. 

남편도, 자식도 없는 그녀의 곁에 남은 건 남편을 찾아 고향집에 온 풍각쟁이 채봉뿐. 그래도 여전히 인성의 아내라는 호적에 새겨진 글씨는 그녀에게 조강지처라는 자부심인지 굴레인지를 남기지만 그 마저도 여의치 않다. 그렇게 곰탕을 끓이며 살아온 세월 어느덧 곰탕집이 40주년이 되고, 늙고 병든 남편이 돌아온다. '며느리'로 살아온 인생이 거둔 뒤늦은 결실인지 또 다른 짐인지.  

 

 
민며느리로 들어와 남편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며느리'로서의 삶을 견디고 버텨낸 순녀의 이야기를 오랜 시간 끓여야 제대로 된 맛이 나는 음식인 <곰탕>에 빗대어 그려낸  이 드라마는 류현경, 김혜수, 김용림 연배가 다른 세 배우를 통해  '전통적 여성상'을 그 시대의 상징적인 장치들을 통해  설명한다. 

질곡의 가부장제, 그 희생자이자 헌신적 실천자들 
쌀 삼백 섬에 팔린 '매혼'의 대상, 한 집안의 며느리라지만 일하는 식솔이나, 대를 잇는 수단, 심지어 개명의 물이 든 남편마저 외면한 여자 아닌 여자, 하지만 순녀는 자신의 자리를 벗어날 생각을 하지 못한다. 바람이 나다 못해 살림을 차리고 그 살림 차린 여자에게서 아들을 얻은 남편임에도 오래도록  '조강지처'라는 허울, 아니 그녀를 유일하게 증명할 그 '허명'에 매달린다.  심지어 평생 아이를 생산하지 못한 그녀는, 시어머니가 겨우 아들 하나를 낳았다는 사실이 포한이 되듯이, 외려 아들을 낳아 대를 잇지 못한 것이 죄송스럽다. 어디 그뿐인가. 다 늙고 병들어 돌아와 그제서야 너무 미안하다는 남편에게 그녀는 뜻밖에도 미안하단다. 평생 미워해서, 때로는 남편보다 남편의 친구를 더 그리워해서. 

드라마는 일제, 해방, 전쟁 등 격변기에 전통적 가족 제도의 굴레 속에서도 곰탕처럼 뭉근하게 삶의 정취를 피어낸 순녀의 삶을 통해 전통 여성상의 수난과 인간 승리를 그려내려 했겠지만, 2019년에 다시 본 순녀의 인생은 척박하기가 그지 이를 데 없다. 

그런데 2019년에 도저히 수긍하기 힘들다하지만 불과 한 세대 전의 삶이다. 남자들로 대를 이어온 가부장제의 가족 제도가 한 사회의 근간을 이루던 사회에서 나고 자라고 그 가족 제도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인정받아야 했던 여성들의 삶에 그리 무슨 다른 대안이 있었을까. 그럼에도 자신을 놓치지 않고 곰탕처럼 견디고 뭉그러져 그 끝에서 도달한 경지는 그 누구도 쉽게 예단 할 수 없는 한 시대의 표상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공감할 수 없다지만, 과연 순녀의 삶에서 2019년은 멀리 떨어져 나왔을까? 호칭도 다 뜯어 고친다 하지만 주인공이 시댁의 전통에 따라 자식을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야기가 인기를 끌고 있는 세태로 보면 외양을 달라졌을 지언정 여전히 가부장제적 가족 제도의 뿌리는 곰탕보다 더 뭉근하게 우리 삶의 근저에서 끓어오르고 있는 건 아닌지. 이번 설에 여전히 전부칠 걱정을 하는 수많은 며느리들의 사례에서 처럼. 

아이러니한 건, 드라마 <곰탕>에서 처럼, 시집살이를 하던 순녀가 나이가 들어 조강지처의 자리를 고집하고, 아들을 하나 밖에 못낳은 시어머니가 정작 순녀의 몸을 훑으며 아들낳기를 종요하는 것처럼, 정작 가부장제의 실천자들이 뜻밖에도 그 희생 당사자인 여성들이라는 점이다. 늙고 병들어 돌아온 남편을 거두자 비로소 자신의 임무를 다한 듯 보이는 순녀의 일생, 마치 스톡홀름 증후군처럼, 어느덧 그 체제의 희생자에서 체제의 가장 강력한 추종자가 되어 그 체제의 재생산에 헌신적이 되어가는 여성들, 그것이 바로 드라마 속에서도 보여지는 질곡의 고부 관계, 혹은 가족 관계의 딜레마다. 즉, 가부장제는 '남자'의 것이 아니라, 결국 한 사회를 살아가는 구성원들의 의식과 행동을 결정짓는 사회적 체제였고, 지금도 상당 부분 그렇다. 

하지만 그 질곡조차도 사실은 '역사적'이다. 끝날 것처럼 보이지 않던 가부장제가 사실은 신사임당의 사례에서도 보여지듯 모계적 전통이 강했던 조선에서 유교주의를 통치 이념이 체체내화 되기 시작한 중기 이후에야 어렵사리 정착되었듯이, 헤어날 길 없는 명절의 악순환은 어쩌면 이 시대 젊은이들의 가족 관계의 굴레보다는  차라리 비혼을 택하겠다는 당찬 선언으로 조만간 자체 해산하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아주 오래된 전설같은 곰탕을 끓이는 순녀의 이야기는 절정이라 쓰고, 결말의 첫 장을 쓸 지도 모를 2019년 설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한다. 

by meditator 2019. 2. 2. 00:23

<시그널>이 방영되었던 게 벌써 2016년이다. 시즌 2에 대한 열화와 같은 기대가 이어졌을 만큼, <시그널>은 2016년을, 아니 '범죄 수사물'의 새로운 경지를 열어젖힌 작품이었다.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은 이미 <살인의 추억>을 통해 범죄 수사물의 클리셰가 되었다 했는데, 그 '클리셰'에 '과거'와 '현재'라는 공간적 지평을 넓히며 '조상의 얼을 오늘에 되살리듯', '과거'를 통해 '현재'의 부조리를 '비판'해내며 김은희 작가는 이미 자신이 일궈놓은 장르물의 일가를 갱신했다.

그런 김은희 작가의 다음 선택은 애청자들의 기대였던 <시그널2>가 아니라 뜻밖에도 '좀비물'이었다. 그리고 공중파도, 종편도, 케이블도 아닌, 새로운 '플랫폼'인 '넷플릭스', 19금 인증을 하고 입장해야 하는 김은희 작가의 신작을 연출한 건, 또 다른 반가운 이, <끝까지 간다>, <터널>의 김성훈 감독이었다. 김은희와 김성훈 감독의 콜라보, 거기에 최근 가장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주지훈에 돌아온 류성룡, 믿고 보는 배두나가 만났다. 이들의 이름값 만으로도 이미 <킹덤>은 화제가 되었다. 화제작 <킹덤> 과연 그 이름값을 해냈을까?

 

 

트렌드가 된 좀비 
'좀비'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면 어쩔 수 없이 '부두교'로 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한때 중국 강시가 유행하니 우리 영화에도 '강시'와 같은 캐릭터가 등장하듯이, 최근 우리나라 문화 콘텐츠에서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는 좀비 역시 해외 이주 캐릭터이니까. 

로마 카톨릭의 제의적 형식에 아프리카의 주술적 신앙이 결합하여 아이티 등 서아프리카 지역의 민간 신앙인 '부두교', 이 종교에서 등장하는 '죽은 사람의 영혼'이 바로 좀비이다. 하지만 이 부두교의 좀비는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좀비와 달리 노예처럼 부려먹을 수 있는 무기력한 존재들이었다. 그러던 좀비가 '영화'와 만나며 달라졌다. 좀비 영화의 조상이라 할 조지 로메로 감독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을 통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살아 움직이고 산 사람을 공격하는 '좀비'의 원형이 등장한다. 그러던 것이 2003년 대니 보일 감독의 <28일 후> , 2004년 잭 스나이더 감독의 <새벽의 저주> 후 '속도감'이 붙었다. 떼로 질주하며 사람을 공격하는 좀비, 이런 박진감 넘치는 좀비들의 공격은  이제 시즌9를 맞은 <워킹 데드> 등 미드와 <레지던트 이블>, <월드워 z>등을 통해 장르물의 대표적 콘텐츠가 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해외에서 절찬리에 활약하던 '좀비'가 스물스물 우리의 장르물에도 등장하기 시작한다.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으로 '좀비'라는 생소한 장르가 성공적으로 연착륙했으며, 이어 부진했지만 <창궐>에 이어 <기묘한 가족> 등이 대기중이다. 그런가 하면 드라마도 뒤지지 않는다. ocn 인기작이었던 <손 the guest>를 비롯하여, <프리스트>에 이어 <빙의> 등 역시 '좀비물'의 영향을 빼놓고서는 설명할 수 없는 작품들이다. 이렇게 우리 장르물에 있어서 대세가 되어가는 '좀비물', 그 대세의 김은희 작가가 <킹덤>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안타깝게도, <킹덤>의 구성은 2018년 개봉한 <창궐>과 다르지 않다. 에니메이션 원작이 있는 <킹덤>이라지만, 거의 동일한 구성을 가진 영화와 드라마라니, 이러한 비슷한 서사와 구성의 작품들이 비슷한 시기에 등장하는 '우라까이(베끼기)'의 관행은 분명 짚고 넘어갈 문제이다. 

 

 

익숙함이 만나니 새로운 
이러한 논란을 차치하고, <킹덤> 역시, 조선의 선조 때를 연상케 하는 가상의 시대를 배경으로 '창궐'하는 좀비와 그 '원인'이 되는 부도덕한 권력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앞서 말했듯이 해외 이주 캐릭터인 '좀비', 그 외인적 캐릭터를 어떻게 우리 정서에 맞게 설득하는가가 우선 작품 성공의 관건이 된다. 종교적 주술에서 출발한 좀비를 최근 영화들이 <부산행>에서 보여지듯 방사능이나 모종의 화학 바이러스 감염 등의 환경적 사회적 요인을 통해 설득해 내며 현대로 온 좀비를 설득해내는 가운데, 과거로 간 <킹덤>은 죽은 사람도 살려내는 약초에서 그 답을 찾는다. 

그리고 여기서 죽은 사람을 살려내는 그 '의도'의 불온함, 권력의 불의함으로 부터 바로 <킹덤>은 시작된다. 말이 왕조 국가이지, 일인지하 만인지상 영의정 조학주의 조씨 일가가 실질적인 지배자인 국가, 하지만 그럼에도 혈통으로 이어지는 왕조 국가에서 조학주(류성룡 분)는 자신의 딸인 중전(김혜준 분)의 출산 때까지 왕의 죽음을 미루기 위해 '생사초'를 이용한다. 

하지만 살아돌아온 왕은 궁궐의 연못을 '시체'로 메워갈 만큼 매일 밤  사람의 목숨을 탐하는 '좀비'가 되었다. 그리고 그런 왕에 의해 희생된 부산 동래에서 온 의원의 수하로 인해 동래에 좀비가 창궐하게 된다. <킹덤>은 이를 역사 속 수많은 이들을 희생시킨 '역병'으로 상쇄한다.  역병에 걸린 임금, 역병이 범람하는 고을. 여기에 알현조차 불허되는 아버지 왕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찾아온 세자 이창(주지훈 분)와 그의 수하 무영(김상호 분), 그들이 좀비가 된 백성들과 대치하고 있는 의녀 서비(배두나 분)와 의문의 인물 영신(김성규 분)과 만나 범람하는 역병이라 부르고 좀비로 그려지는 백성들과 대치하는 한편, 그리고 이에 무지한 채 권력에 연연하는 지방 토호과 지방 관속들과도 갈등을 일으키는 이중고를 절박하게 그려내고자 한다. 

 

 

그러기에 <킹덤>은 불의한 권력 조학주에 의해 '농단'되는 왕, 그리고 국정과 그런 조학주에 본의 아니게 저항하게 된 세자의 '조학주와는 다른 백성을 외면하지 않고자 하는 왕도'의 길, 그리고 거기에 또 의지처처럼 등장했지만 아직은 그 존재의 정체가 모호한 안현 대감이라는 정치적 드라마를 한 축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그런 정치 드라마 갈등에 '역병'이라는 이름으로 불붙듯 창궐하게 된 백성들의 역습이라는 '좀비' 장르물을 더하며, '넷플릭스'속 세계 드라마에서는 신선한 장르로 등장한다. 물론, 2018년작 <창궐>을 차치하면 우리의 장르물에서도 새로운 도전이다.

무기력하지만 권력에 탐하는, 그래서 권신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선조와 그런 아비와 달리 진취적이며 개혁적인 세자 광해의 대립 구도는 이제 우리의 역사물에서 그리 새롭지 않은 서사이다. 그런데 이 새롭지 않은 갈등 구도를 조선 후기를 장악했던 권문 세가를 등장시켜, 이들에 의해 좀비가 되는 왕의 설정으로 가면서 드라마는 장르물의 신선한 흐름으로 변주된다. 

거기에 좀비인 왕에 의해 희생된 젊은 의생의 인육을 본의 아니게 먹게 된 백성들의 급격한 '좀비화', 심지어 밤만 되면 죽은 듯 활동을 멈추던 이들이 6화의 엔딩 즈음에 가서는 또 변수 '온도'를 통해 밤이 되어서도 활약을 하게 되는 설정은 역사물 그 이상의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엇갈린 평가, 그리고 과제 
하지만 이 '흥미'는 <킹덤>의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 1,2화에서 드라마는 장황하게 좀비의 역습을 그려낸다. 즉, 권문 세가의 손아귀에 좀비가 될 정도로 무기력한 왕과, 그런 왕의 칭병, 그 실체를 알아내기 위해 동래까지 '잠행'을 감행한 왕세자, 그런 왕세자를 '역모'로 모는 조학주의 음모, 그 진행은 익숙하거나, 느리거나, 헐겁다. 즉, '좀비'를 통해 드라마의 내용을 채워간 6부작 <킹덤>은, 좀비의 '창궐'에 흥미를 느낀 시청자라면 흥미롭게 6부를 완주해낼 수 있는 반면, 이전 작품에서 김은희 작가의 치밀한 스토리에 기대를 한 애청자였다면 6부를 완주하는데 끈기가 필요할 일이다. 심지어, 이제 왕세자 일행과 서비, 영신 등이 한 팀이 되어가고, 동래를 떠난 이들이 상주에서 이미 '좀비'에 대해 준비가 되어있는 안현 대감과 만나 이제 무언가 좀 하려는가 싶더니 시즌 1이 끝나버리는 지점에서는 허탈감마저 느껴진다. 시즌제는 좋지만, 과연 시즌 1에 걸맞는 충실한 내용이었는가에 대해 평가가 갈릴 수 밖에 없다. 

이렇게 시즌제에 대한 평가가 갈리는 지점에서는 대부분의 시즌제 드라마가 첫 시즌에 등장 인물에 대한 캐릭터 구축으로 시즌 1을 설득해 내는 것과 달리, 안타깝게도 서비나, 중전에 대한 연기력 논란처럼 캐릭터 구축에 설득력이 떨어지며 완성도가 떨어져 보인다는데 <킹덤>의 짐이 무거워진다. 또한 조학주나, 왕세자 이창 역시 역사물 속 권문 세족이나, 개혁적 젊은 세자와 비슷하여 새로울 것이 없어 보이는 것 역시 과제다. 그러니 그런 익숙하거나 어설픈 캐릭터가 논란이 되는 가운데 배우들의 호연에 힘입어 안현 대감이나 영신의 존재가 주목받는 것이다. 

 

 

또한 좀비가 백성에 대한 해석도 과제가 된다. 이미 <워킹 데드>, <월드 워 z>을 통해 이미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소외되고 피폐된 기층 민중들을 좀비로 상징화시켰다는 평가도 있었듯, <킹덤> 역시 전란 후 끼니조차 잇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중앙은 물론 지방 권력으로 부터 수탈받는 백성의 '역습', 그 상징으로 좀비를 등장시킨다. 하지만, 이 역습은 그러나, 동시에 불의한 권력를 둘러싼 정치적 드라마를 그려내기 위한 '도구적' 수단으로 그려진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한 '측면이 있다. 즉 고통받고 수탈받던 백성은 좀비가 되어, '주체성' 대신 공포적 도구화한다는 점이다. 과연 이런 딜레마를 어떻게 극복해 낼지, 시즌2의 어깨가 무겁다. 

by meditator 2019. 1. 31. 16:18

본격 '미스터리 격정 멜로드라마'를 표방한 tvchosun의 새 드라마 <바벨>의 출발은 3.5%(닐슨 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로 순조롭다. <바벨> 제작진은 복수를 위해 인생은 내던진 검사(박시후)와 결혼으로 인해 인생이 망가진 여배우의 사랑, 그리고 살인과 암투 속에 드러나는 재벌가의 탐욕스런 민낯과 몰락을 그려내겠다고 밝혔다. 미스터리 격정 멜로드라마답게 4부까지는 '19금' 드라마로 방송된다.




<각시탈> <최고다 이순신> <화랑> 등을 연출했던 윤성식 감독은 지난 24일 제작발표회에서  "그간 연출을 해오며 절절한 멜로에 대한 욕구가 있었다"라며 "완성도 높은 대본에 배우들의 더할 나위 없는 (좋은) 호흡으로 자신감을 얻었다. 끝까지 긴장감과 재미를 놓치기 않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박시후, 김해숙 등 캐스팅에 대해서 "대본을 본 뒤엔 그림을 그려보게 되는데... (촬영을 진행해 보니)이들 배우가 아니었으면 어떻게 할 뻔 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라고 말했다. 이어 "배우들이 완결성 있는 연기로 탄탄한 대본을 잘 살려냈다"라고 출연진에 대한 믿음을 피력했다.

그는 미스터리한 장르적 요소가 많지만 무엇보다 차우혁(박시후)과 한정원(장희진)의 이루기 힘들 것 같은 사랑, 하지만 그것을 향해 투쟁하는 두 사람의 예측불가하고 변화무쌍한 운명을 이 작품의 관전 포인트로 꼽았다. 또한  "흔한 재벌가의 권력 암투가 아니라, 색다르고 파격적인 신현숙, 태민호, 태수호의 캐릭터 변주에 주목해 달라"라고 부탁했다.





<바벨> 관전 포인트는? 

전작인 <러블리 호러블리>가 미처 끝나기 전에 몰입감 있는 대본과 감독-배우들에 대한 믿음으로 출연을 결정했다는 박시후는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대해 "전작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냉철한 카리스마를 표현하기 위해 차갑고 묵직한 남자다운 매력을 선보이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멜로의 장인이라고 불리지만, '격정 멜로'는 처음이라 걱정이 된다"라면서도 "첫 촬영부터 키스신을 찍었다. 하지만 덕분에 상대 배역인 장희진과 친숙해져 작품에 매진할 수 있었다"라며 웃었다.

한때 대한민국 최고 여배우였지만 신문기자 차우혁의 기사로 인해 결국 태민호와 결혼, 거산 그룹의 며느리가 된 한정원 역할을 맡은 배우 장희진은 "기존에 내가 했던 역할들과 비슷해 보이지만, 보다 감정 표현이 다양하며 적극적인 성격"이라고 캐릭터의 차별성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바벨>은 출연 배우들이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하는 경우가 많아 그들의 연기 변신을 지켜보는 것도 재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연과 비밀이 많은 거산가의 안주인 신현숙 역할을 맡은 김해숙은 "배우라면 언제나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변신에 설렌다"며 "아들에 대한 그릇된 모정으로 욕망의 끝을 향해 달려가는 나를 주목해달라"고 부탁했다.

하버드 대학 경영학과 수석 졸업이지만 태 회장의 외도로 태어난 자신의 운명 때문에 30여 년 동안 자신의 존재를 숨기며 살아온 태민호 역할을 맡은 김지훈은 "악역은 거의 처음이다시피 한데, 기존의 악역과는 다른 역대급 악역인 자신의 캐릭터를 주목해 달라"라고 말했다.


태민호 캐릭터와 상반된, 소심하고 유약한 마마보이 태수호 역을 맡은 송재희는 "대본을 읽고 '이 역할을 할 수만 있다면 여한이 없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연기 변신에 대한 갈증을 드러냈다.


by meditator 2019. 1. 31. 1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