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숲>이 방영된지 햇수로 벌써 2년여, 하지만 아직도 최근에 가장 좋았던, 혹은 재미있는 드라마를 꼽자들면 <비밀의 숲>을 내미는 시청자들이 많다. 바로 그 <비밀의 숲> 안길호 피디가 돌아왔다. 6월이지만 올해처럼 벌써 더웠던 2017년 그 열기를 서늘하게 식혀주며 우리의 심장을 울렸던 이야기, 그래서 <왓쳐>를 보며 설레발처럼 오프닝부터 어쩐지 <비밀의 숲> 냄새가 나는 거 같지 않나라고 설레이는 시청자가 있을 지도 모른다. 거기에 <비밀의 숲>이 조승우와 배두나라는 절묘한 조합못지 않게 한석규에 김현주라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라는 '기대'가 절로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왓쳐를 이끄는 
<비밀의 숲> 1회, 서부지검 형사부 검사 황시목(조승우 분)은 동료 검사들의 스폰서였던 박무성이 검사들의 비리를 제보하겠다는 말을 듣고 찾아간다. 그러나 이미 그는 죽어있었다. 그렇게 '하나의 사건'으로 부터 시작된 검찰 비리의 숲, 그 숲의 전모가 드러날 수 있도록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이 바로 황시목이라는데 <비밀의 숲>을 본 시청자라면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왓쳐>에는 도치광(한석규 분)이 있다. 뇌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은 이유 감정계에 이상이 생겨 모든 일을 이성적으로만, 원리원칙대로만 처리하여, 그 이유로 동료 검사들에게 왕따가 되었던 황시목과 그닥 다르지 않게, 동료 경찰들을 잡아먹는 저승사자의 역할을 자처하여 동료들에게 '경원'시 되는 도치광, 그 역시 '감찰반'이라는 직무의 특성상 그 누구도 믿지 않는다. 

그런 도치광의 눈에 들어온 김영군, 그는 15년전 도치광의 손으로 체포한 선배의 아들이다. 눈 앞에서 아버지가 어머니를 죽이는 것을 목격했던 아이, 그는 커서 직업 군인이 되었고, 이제 그 잘 나가던 군인의 길을 마다하고 경찰이 되었다. 여전히 그를 보면 15년전 그 사건을, 아버지를 떠올리는 사람들, 그런데 그가 경찰이 되었다. 그리고 도치광은 어느새 그를 자신의 팀원으로 여긴다. 

<비밀의 숲>을 통해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의 새로운 전형으로 등장했던 배두나가 분했던 한여진, 마치 백지 위에 경찰과 정의라는 두 단어만 씌여있다는 듯이 순수하게 열정적으로 뚜벅뚜벅 거침없이 나아갔던 한여진에 대한 기억은 접어두고, 이제 <왓쳐>는 도대체 무슨 색일까 알 수 없는 색채를 지닌 여성 캐릭터로 또 한 명의 한씨, 한태주(김현주 분) 변호사를 내세운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닌
이들 세 사람은 <비밀의 숲>처럼 '사건'을 통해 조우한다. 범인을 쏜 교통 경찰, 동료 경찰을 집요하게 쫓는 감찰반, 그리고 돈만 주면 어떤 사건이라도 맡는다는 변호사, 이들은 구속된 재벌의 아들을 유괴한 범인을 두고 엇갈리며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 사건은 이들 세 사람의 공조아닌 공조 수사를 통해 재벌의 아들을 유괴한 사건이지만, 그 뒤에 비리 경찰과 그 경찰에 의해 역으로 쫓기는 범인이라는 겉과 속이 다른 사건이 있음이 드러난다. 

박무성이라는 검찰 스폰서의 죽음으로부터 뒤엉켜 버린 검찰 비리 숲의 실타래가 풀렸듯이 1,2회에 걸쳐 벌어진 손병길(정민성 분) 사건을 통해 경찰 비리라는 또 다른 거대한 경찰 비리 숲의 입구에 들어서게 된다. 

그런데 <왓쳐>는 <비밀의 숲>과 다른 뉘앙스의 드라마이다. <비밀의 숲>이 개인적인 '원한'없이 직업적인 정의만으로 사건에 뛰어든 두 사람 황시목과 한여진을 통해 직업으로서의 정의,  그래서 정의 그  원칙에 대한 '인간 보편'의 자세에 대해 논했다. 물론 <왓쳐> 역시 감찰반, 그리고 이제 손병길 사건 수사 덕에 열게 된 '비리  수사팀'을 이끌어갈 헌신적인 팀원들, 하지만 그 팀원들의 면면이 간단치 않다. 

언뜻 서로 어울리지도, 서로 믿지도 않는 세사람, 하지만 이들은 과거 김영군 아버지의 살인 사건을 통해 풀어내지 못한 트라우마를 가지게 된 사람들이다. 무엇보다 자신의 아버지가 어머니를 죽인 것을 목격하게된 김영군, 사람들은 도치광은 아버지를 잡아넣은 놈이라 하지만 김영군에게 아버지는 어머니를 죽인 사람, 그리고 어쩌면 자신도 죽일 뻔한 살인마이다. 그래서 손병길을 고문하는 형사를 보고, 과거 자신의 경험에 휘말려 주저앉고 말듯 여전히 그는 그런 비슷한 상황을 마주하며 15년전 그날의 어린 소년으로 돌아간다. 손병길 사건에 대해 접근하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딸에게 범죄자, 살인자로 남지 말라며 설득한다. 

그리고 15년전 김영군의 아버지를 잡은 도치광은 선배라는 이유만으로 김영군의 아버지를 눈감아주면서 또 다른 사람들의 목숨이 날아가는 걸 목격했다. 오늘의 그가 동료들 눈총을 받으면서 집요하게 경찰 비리를 쫓는 건, 바로 그 '비리'가 누군가의 목숨을 담보로 할 수 있다는 '정의감'에서이다. 

거기에 한태주가 개입한다. 아니, 감찰반과 불과했던 팀을 비리수사팀으로 확대 승격시켜준 장본인, 검사 시절 의욕적으로 개입했던 김영군 아버지의 사건 즈음에 납치당해 손가락을 잃을 뻔하며 고문을 당했던 '트라우마', 그 '트라우마'의 실마리를 손병길 살해 현장에서 찾은 그녀는 아직도 그녀를 혼돈에 빠뜨리는 그 '과거'를 찾아 비리검사팀의 외부 고문을 자처한다. 

재벌의 아들을 유괴한 사건으로 만나게 된 '과거 악연'의 세 사람, 이제 그들은 자신들을 괴롭힌 과거로 부터 길어올려져 현재 경찰 내부의 비리라는 깊은 뿌리를 가진 '거악'에 도전한다. <비밀의 숲>에서도 그랬지만, 서둘러 시선을 끄는 패를 내보이기 보다는 포커 페이스처럼 가지고 있는 패를 하나씩 내보이며 '따라올테면 따라와봐'라는 듯 차근차근 차분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는 <왓쳐>, 이제 다시 이 영름 이 더위를 저 집요한 거악의 뿌리를 파헤쳐나가는 이야기의 서늘함으로 대신할 수 있을 듯하다. 




by meditator 2019. 7. 8. 15:33

지인들끼리 모인 자리, 한 사람이 자랑하듯 말한다. 자신의 딸내미가 학교 앞에서 연예 기획사에서 준 명함을 받았다고. 그러면서 당장이라도 연예인이 될 것처럼 설레인다. 그러자, 맞은 편에 앉아있던 다른 사람이 자신의 딸도 그렇게해서 연예기획사를 찾아갔는데 밑빠진 구멍에 물붓듯 끝도 없이 돈을 요구해 결국 연예인이 되기를 포기했다며 잘 알아보고 시작하라 충고했다.

그런 충고에도 불구하고 그 '명함'을 받았다는 지인은 '내 딸은 다르다'는 듯했는데, 과연 내 자식이 '연예인'이 될 만하다고 한다면 그 '유혹'을 떨쳐버릴 수 있는 부모가 얼마나 있을까? 바로 이런 내 자식의 장래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라는 우리나라 부모들의 헌신적인 마을을 이용하는 연예 기획사들이 있다. 더구나 최근엔 E 연예기획사 대표가 소속 여중생을 성폭행하는 사건이 드러나며 극단적 사례까지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연예 기획사의 실태를 7월 5일 <추적 60분- 돈벌이로 전락한 아이들의 꿈, 아역 연예 기획사의 실체>에서 추적한다. 

 

 

ATM이 된 연예지망생 부모들
8살 박유라(가명)는 A연예 기획사 오디션을 통해 지상파 방송 오디션에 합격했다. 그러자 A 연예 기획사는 방송 출연을 명목으로 전속비 5천만원을 요구했다. 엄청난 금액에 주저하던 엄마, 하지만 연기자가 되고 싶다며 울고불고 하는 딸의 꿈에 엄마는 깍고 깍아 집을 담보로 3천만원을 건넸고 A 소속사와 6년의 전속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전속비'로 엄청난 돈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2018년 방송에 출연할 당시 소속사는 이렇다할 매니지먼트를 해주지 않았다. 먼 거기를 운전하며 다니는 것도 엄마 몫이었고 의상 협찬이 안된다 하여 직접 옷을 사야만 했다. 1년이 지났지만 출연료를 못받았다. 

이런 부당한 대우에 유라 엄마는 전속 계약 해지 내용 증명을 보냈다. 그러자 도리어 A연예 기획사는 그간 유라의 연기 지도 등에 들어간 비용을 빌미로 손해 배상 1억을 걸겠다고 했으며,  심지어 전속 계약에 의거 앞으로 6년 동안 활동을 못하게 하겠다고 협박했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황에 놓인 유라와 엄마, 엄마는 엄마의 섣부른 결정이 딸의 발목을 잡은 셈이 되었다고 자책하고, 딸은 앞길이 막힌 상황에 좌절하며 눈물만을 흘렸다. 

이에 손성민 한국 연예 매니지먼트 협회장은 A연예 기획사가 요구한 전속비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못을 박았다. 부모가 돈을 주는 것이 아니라 헤어, 자동차 주유비, 식대 등 이른바 활동 비용은 온전히 연예 기획사 몫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앞으로 몇 년 동안을 담보로 잡은 진행비에 대해 얼마나 활동할 지도 모르고 뜰 지도 모르기에 돈을 받겠다는 건 전적으로 연예 기획사의 무능함이나 안일함을 드러낸 방식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유라만의 사례가 아니다. 지난 해 6월 한가람(가명)의 어머니를 비롯한 3명은 자신들의 아이가 소속되어 있는 연예 기획사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이들은 각자 300에서 600까지 드라마 출연을 빌미로 기획사에 돈을 주었던 것, 그런데 알고보니 이미 그 드라마에는 다른 아이가 내정되어 있었고, 가람이를 비롯한 아이들의 출연은 검토조차 되지 않았던 상황. 
또 다른 사례로 민철이는 상업 영화 출연을 빌미로 300여 만원이 돈을 요구당했다. 출연이 안되면 반환하겠다는 조건이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돈을 뜯긴 부모들은 자신들이 '현금인출기'였다며 자조한다', 연예 기획사에게 자신들은 그저 돈을 물고 있는 물고기였을 뿐이라는 것이다. 
 

   

 

사진이 없어도 출연시켜주겠다며- 전속비 요구 
2017년 기준 19세 이하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연예 기획사는 120여개에 이른다. 그런데 과연 이들 중 몇 곳이나 아이들이 믿고 자신들의 꿈을 펼칠 수 있는 곳일까? 그 실태를 좀 더 정확하게 알아보기 위해서 제작진은 한 명의 아이를 내세워 각 연예 기획사에 프로필을 돌리는 '실험(?)'을 했다. 

그런데 프로필을 돌린 10개의 기획사 중 무려 7개의 기획사가 연락을 해왔다. 하루 만에 연락이 온 곳도 있었고, 심지어 아이를 만나지 않고도 출연을 장담하는 소속사도 있었다. 

사진도 안보고 장담을 하는 연예 기획사를 찾아가보니 뜻밖에도 그곳은 술집이었다. 이 술집을 하는 연예 기획사에 소속되었던 한 아이, 귀티가 나서 단역이라도 바로 출연시킬 수 있다며 부모 역할을 운운하더니 소속비 2천을 요구했다고 한다. 송승헌 영화에 출연시켜 준다했는데, 출연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제작발표회라 했는데 알고보니 전통 궁중의상 대회였다. 

이렇게 돈을 요구하는 대부분의 연예 기획사들은 연예 기획사와 학원을 동시에 운영하는 방식이다. 제작진이 내세운 아이가 오디션을 본 5곳 중 3곳도 이런 식이었다. 오디션이 끝나자 마자 연기 연습을 해야 한다며 학원에 등록을 종용하며 지금 당장이라도 맡을 배역이 있다며 학부모를 유혹한다. 그리고 수업료 220에 소속비 88만원으로 반강제적으로 당일 계약을 할 것을 종용한다.

제작진이 만나본 이 기획사에서 일했던 직원에 따르면 마치 피라미드식 사업처럼 직원들에게 기본급에 인센티브를 덧붙이며 아이들을 끌어오도록 종용했다고 한다. 그렇게 한 달에 100 명정도의 아이들을 직원들이 불러모았고 이 아이들을 통해 월 2~3억의 수익을 올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후 출연작이 없어 부모들이 항의하는 것에 대비해 가짜 오디션까지 보기도 하며 눈속임을 했다는데. 

이렇게 아이들을 돈벌이 대상으로, 부모들을 '현금인출기'로 삼는 연예기획사들의 방식은 동일하다. 우선 가전속, 전속계약을 요구한다. 그리고 그 '전속'에 따른 비용을 부모들에게 요구한다. 또한 교육비 및 프로필 사진 촬영비등을 따로 부담시킨다. 거기에 더해 출연 조건으로 금품을 요구하는 등 각종 비용을 전적으로 부모의 몫으로 돌린다. 

심지어 부모들이 돈이 없다고 하면 '카드론'을 운운하고, 아이의 미래가 달렸다며 보험을 들었다면 약관 대출을 하라며 종용한다. 그런 방식으로 한 연예 기획사가 아역 연기지망생 15명을 상대로 5억을 편취한 혐의로 검찰에 송취되었는데, 제작진이 만나본 관계자에 따르면 검찰에 송취된 사람들 외에 2000에서 6000 만원까지 총 8억 2000만원 정도를 갈취당한 45명의 명단이 더 있다는 것이다. 

 

   

  ​​​​​​​

간판만 바꿔달고-부실한 법망
더구나 심각한 것은 이들 연예 기획사가 막상 사기 혐의로 걸리면 '바지 사장'으로 내세운 사람을 앞세워 법망을 피해간다는 것이다. 사기 혐의로 고소된 I기획사, 하지만 막상 이 기획사 사무실에서 찾은 계약서는 BIG엔터테인먼트였다. 업계에서 평판이 나빠진 BIG이 I로 간판만 바꿔단 것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알고보니 BIG 엔터테인먼트의 전신은 W, 그리고 다시 그 이전엔 N이란 이름을 가지고 사업을 했었다. 이렇게 카멜레온처럼 이름을 바꾼 기획사들의 실질적인 대표는 윤이사, 그리고 그의 남편 박대준이었다. 심지어 I 매니지먼트의 돈을 '차입 면제' 방식으로 2억 9백만원이 F매니지먼트로 흘러들어가 박대준의 딸인 박성화의 연예활동에 씌여졌다. 이렇게 문제가 생기면 간판을 바꿔치기하며 페업과 창업을 밥먹듯이 하고 신분 세탁을 하는 연예 기획사들, 그러나 현실적인 단속 방법은 마땅치 않다. 

고 장자연 씨 죽음 이후 정치권을 비롯하여 연예계에 대한 자정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일정 요건을 갖춘 기획사만 매니지먼트 사업을 할 수 있도록하는 대중 문화 예술 기획업 등록제가 실시되었다. 또한 청소년 대중문화 예술인이 건전한 인격체로 성장을 배려하고 권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2014년 대중 문화 예술 산업 발전법이 제정되었다. 

제작진이 프로필을 돌렸던 아역 연기자 매니지먼트 중 4군데가 미등록 상태였다. 그러나 그 단속에 대해 해당 구청은 형사적 처벌 규정을 운운하며 경찰로 떠넘겼다. 즉 '사기 ' 사건이 될 때가지는 관리나 감독이 되기가 힘든 실정이다. 거기다 한 술 더 떠서 업계 진입 장벽이 높다는 항의를 받으며 관련 업계 4년 근무라는 규정을 2년에서 40시간 교육 이수로 낮췄다. 여전히 유린당하고 있는 미성년 연예인 지망생들의 꿈은 보호받을 수 있을까. 

다큐는 얼마든지 부모들의 주머니를 털 수 있는 구조가 되어 있는 현 아역 연예 기획사의 실태에 촛점을 맞췄다. 하지만 과연 집을 담보로 잡아 몇 천만원을 쥐어주고서라도 자신의 아이를 '키즈 그룹'으로 데뷔시키고자 하는 '욕망'이라는 수요가 있는 한 그 욕망의 에스컬레이터에 편승한 사기가 없어질 수 있을까? 돈을 들여서라도 뜨고 보자는 엘도라도가 된 연예계, 그 '헛점'을 노린 연예 기획사와, 그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업계의 이익만을 고려한 제도와 법의 현실은 악순환의 반복이다. 

by meditator 2019. 7. 6. 15:50

마블 스튜디오의 영화들이 쟁쟁한 DC코믹스의 캐릭터들을 제치고 이 시대의 대표적 액션 판타지 영화의 대표로 자리매김한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진 차별성을 손꼽으라 한다면 아마도 '세계관'일 것이다. 자본주의의  절정 아이언맨에서 부터 신화 속에서 튀어나온 토르, 과거로 부터 소환된 캡틴 아메리카 등 이종의 히어로들이 마치 오랫동안 한솥밥을 먹어온 식구들처럼 때로는 아웅다웅하지만 결국은 '우리가 남이가' 식의 일사분란한 지구 구하기 대장정을 마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작전의 대장이 '캡틴 아메리카'일 지언정 그 중심에 시리즈의 시작 '아이언맨'이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것에는 아마도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 마블 캐릭터들의 거대한 연합작전 '어벤져스'의 마무리는 '아이언맨'과의 작별이 되었다. 

 

 

아이언맨이 없는 세상 
그리고 다시 돌아온 스파이더맨의 시작은 바로 그 '아이언맨의 부재'로 부터 시작된다. 전설의 OST, <보디가드>의 I will always love you가 울려퍼지며 아이언맨을 추억하며 영화가 시작된다. 그저 영화 속 캐릭터였을 뿐인데, 아마도 <어벤져스> 시리즈와 함께 했던 관객들이라면, 아이언맨의 마지막 대사, 'I'm Iron man'을 떠올리며 뭉클한 감정에 빠져들게 된다. 이방의 관객들이 이럴진대 영화 속 아이언맨을 '아버지'처럼 따랐던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는 오죽할까. 그리고 '아이언맨'으로 대변되는 '세상을 구하는 히어로'에 의지했던 사람들의 상실감은. 

영화는 바로 그 '혼돈'과 '혼란'에 촛점을 맞춘다. 인피니티 워 이후 절반만 남았던 지구인들, 타노스와의 마지막 전투가 끝나고 사라진 사람들이 돌아왔다. 파커가 다니는 고등학교를 기준으로 그 '5년'의 공백은 웃자라버린 아이들과 미처 시간을 따르지 못하는 아이들, 그리고 그 두 '시간차'을 어떻게든 메꿔가고자 애쓰는 학제로 영화는 '혼란'을 극복하려 애쓰는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하지만 그저 시간을 달리 살아온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야 하는 어려움만이 힘든 것은 아니다. 사랑했던 이를 잃은 사람들은 아직 그 상처에셔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피터 파커도. 부모님없이 '숙모'와 함께 살아왔던 피터에게 아이언맨은 '아버지'같은 존재였다. 그 '아버지'는 죽고, 아버지의 '과업'만 남았다. 하지만 아직 너는 어리다며 가서 고등학생의 신분에 충실하라던 아이언맨 앞에서 자기도 함께 싸우게 해달라며 '오버'액션하던 스파이더맨은 '아버지'라는 배경이 없어지자 문득 두려워졌다. 그 두려움을 피터는 평범한 고등학생처럼 또래 친구에게 사랑 고백도 하며 그렇게 '일상'에 침잠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풀고자 한다. '삶의 지체'다. 

 

 

누구라도 믿는다? 
반면 사람들은 두려워한다. '아이먼맨'이 지탱했던 세상, 타노스의 침략은 사라졌을지 모르겠지만 다시 그런 일이 생기면 누가 우릴 구해주지? 그런데 마치 그런 사람들의 우려를 알기라도 하듯 '엘리멘탈'이 등장한다. 멕시코에서 나타난 얼굴이 있는 토네이도, 그리고 베니스에서 등장한 물의 괴물, 공기, 물, 불, 흙이라는 자연의 4원소를 기반으로 한 '신종의 빌런'에 사람들은 다시 간절하게 새로운 '메시아'를 갈망한다. 그리고 '닉 퓨리'에게서 울리는 발신인을 알수 없는 전화를 받지 않는 스파이더맨 대신 '미스테리오'가 등장하여 '엘리멘탈'에 대치한다. 당연히 사람들은 새로운 히어로에 환호한다. 

스파이더맨 역시 마찬가지다. 아이언맨 대신 자꾸 자신을 찾아대는 닉 퓨리가 부담스러워 슈트까지 안가지고 떠난 여행, 마치 자신을 쫓아오듯 가는 곳마다 나타나는 '엘리멘탈'을 안간힘을 써서 막아주는 '미스테리오', 심지어 아이언맨이 그랬듯이 '인생 상담'마저 마다하지 않는 이 '푸근한 아저씨'에게 자신의 '과업'을 냉큼 넘겨줘버리고 만다.  

그렇게 '현대의 신'이 사라진 세상, '아버지'가 사라진 세상의 혼돈과 혼란, 그리고 거기에 대한 책임에서 도망치고 싶은 아직은 채 성장하지 않은 히어로의 이야기를 풀어낸 <스파이더 맨; 파 프롬 홈>의 설정은 절묘하다. 

영화 속 '미스테리오'는 '평행 우주론'에 근거하여 다른 차원의 지구에서 온 '히어로'라 자칭한다. 그 차원의 지구에서 미스테리오의 가족은 물론, 지구를 파괴한 빌런 '엘리멘탈'이 또 다른 차원의 지구를 파멸로 빠뜨리는 것을 막기 위해 왔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 미스테리오의 주장은 또 다른 스파이더맨 에니메이션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를 본 관객들이라면 친근할 것이다. 

그 영화 역시 '평행 우주론'에 기반을 두고, 여러 '지구'가 존재하며 그곳마다 방사능에 오염된 거미에게 물려 '스파이더'한 능력을 가진 히어로들이 있다는 설정을 가지고 차원이 무너지면서 이 '지구'로 몰려오게 된다고 한다. 그렇게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에서 다른 차원에서 몰려온 배나온 스파이더맨 아저씨를 비롯하여, 여자 스파이더맨, 스파이더 돼지 등 6명의 스파이더맨은 이 차원의 지구는 물론 평행 우주 전체를 무너뜨리려는 위기에 '스파이더 어벤져스'가 되어 힘을 합친다.

두 스파이더맨의 공통점은 '히어로의 상실'이다.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가 피터 파커라는 히어로의 죽음으로 부터 시작됐다면,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은 아이언맨의 죽음으로 그걸 이어받아 내가 의지했던 대상의 상실이라는 공통의 설정을 가진다. 

 

 

그대 다시는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리 
반면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은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의 설정을 뒤튼다. 다른 차원에서 온 동지, 미스테리오, 하지만 그 '섣부른 믿음'은 '재앙'으로 이어진다. 여기서 주목할것은 그 '미스테리오'의 태생이 바로 '신'이었던, '아버지'였던 아이언맨의 경솔한 행동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이다. 그는 가고 이제 '전설'이 되었지만 해피가 추억하듯 히어로이기 이전에 인간 토니 스타크는 경솔했고, 늘 저지르고 후회하던 '평범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영화는 '신화'의 속살을 들여다 본다. 

전설이 되어버린 아버지가 했던 과업을 짊어지기 버거워 도망치려 했던 피터는 이제 그 '아버지가 저지레 해놓은 쓰레기'를 청소하는 것으로 히어로로써의 임무에 첫 발을 내딛는다. 

아이언맨의 유업까지 떠맡아야 할 지도 모를 '과업'이 버거웠던 피터는 고향인 뉴욕을 떠나 유럽으로 '놀러간다', 하지만 그를 따라오듯 등장한 '빌런', 도망치듯 유럽으로 떠났던 스파이더맨은 자신의 앞에 등장한 어마어마한 빌런이 '조작된 환상'이었음을 깨닫고 그곳을 향해 돌진한다. 그리고 그건, 자신을 짖눌렀던 어쩌면 또 하나의 조작된 환상일 수 있는 신화가 된 아버지 아이언맨을 향한 돌진이요, 그저 어리숙한 착한 소년에 불과했던 자신의 지난 날의 극복이다. 그렇게 소년 스파이더맨은 '아버지'을, 아버지가 만들어 놓은 과거의 쓰레기를 밟고 '소년'의 시절을 경과한다. 그리고 그건 이제 더는 그가 '뉴욕'의 거리를 지키는 보이스카웃이란 존재에 머무를 수 없음을 뜻한다. 

 

 

과연 대장정의 막을 내린 <어벤져스> 시리즈를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 그 과제를 마블은 기댈 곳을 잃은 소년 스파이더맨을 통해 다시 한번 '신화'적 서사의 틀을 빌려 온다. 그리고 아버지를 극복해야만 스스로 히어로로 거듭날 수 있었던 신화 속 히어로들처럼 소년 스파이더맨은 '아버지'의 과오'가 잉태한 집단 '미스테리오'를 통해 자신의 어깨를 짖눌렀던 부담에서 한결 가볍게 첫 발을 내딛는다.

심지어 아이언맨이 만든 시스템 '이디스'를 자신의 손으로 넘겨주어 역으로 공격을 받게 되는 상황, 오늘날 문명의 이기로 등장한 '드론'이 공격무기가 되는 역발상의 아이디어는 결국 좋은 시스템이 문제가 아니라, 그걸 어떻게 누가 제어하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통해 스파이더맨은 기꺼이 그 시스템 주체로서의 자리를 거머쥔다.  자신의 친구들을 지키는 것에서 부터 시작하여 예의 뉴욕의 시절부터 그의 엔진이 되어왔던 '보이스카웃'정신의 이타심으로 그 발걸음은 도약한다. 그리고 거기에 발판이 되는 건 '아버지'의 동지였던 닉 퓨리와 해피이다. 그렇게 <어벤져스> 이후의 신화, 그 시작은 가장 인간적인 히어로 스파이더맨으로 부터이다. 

by meditator 2019. 7. 5. 16:23

<지정생존자>는 '세계적 플랫폼' 넷플릭스 추천작으로 유명한 미드이다. 여기서  Desinated surviver, 지정생존자란  미국 대통령, 부통령, 정부 각료들이 취임식 등의 국정 연설 동안 비상 사태에 대비하여 안전 시설 내에 대기하고 있는 미국 대통령 지정 순위 내 한 명을 뜻한다. 각종 자연 재해, 테러, 핵 공격 등으로 대통령 및 대통령 계승자가  사망하는 비상사태 시에도 대통령 직을 계승해 정부를 유지하도록 하는 안전 장치이다. 미드 <지정생존자>에서는 좌천당해 지정생존자로 tv로 신년 국정 연설을 보게 된 대통령이 된 서열 계승순위 18위 중 13위의 주택도시 개발부 장관 톰 커크먼(키퍼 서덜랜드 분), 의회 의사당의 폭탄 테러로 대통령을 비롯한 행정 관료 대부분이 사망하면서 대통령이 되며 미드 <지정생존자>는 시작된다. 

그렇다면 바다 건너온 우리의 <지정생존자>는 어떨까? 미드와 달리, 앞에 수식어 60일이 붙었다. 그건 미국과 달리 우리 헌법은 대통령 유고시 60일 이내에 새 대통령을 선출하는 것을 법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주택 도시 개발부 장관은 우리나라로 오면 환경부 장관이 된다. 

 

 

이상주의자라 짤렸던 대통령 권한대행 
카이스트 화학과 교수 출신의 박무진(지진희 분), 환경 과학회 미세먼지 분과에 소속된 만큼 학자 출신의 그는 환경부 장관으로서 대기 오염 문제에 사명감을 가지고 입각했다. 그러나, 그의 소신은 '정치' 앞에서 무력했다. 미국과의 자동차 협상 상 과정에서 박무진은 드러난 수치와 달리 미국의 의견을 들어주면 그저 몇 백대가 아닌 몇 백만대를 허용하게 되는 결과가 되며, 그는 곧 우리 대기에 치명적인 결과가 나오게 된다는 이유로 협상을 반대하지만 못이기는 척 봐주라는 대통령의 입장 앞에 사직서를 내밀게 된다. 

임명식에서 대통령에게 받았던 불편했던 구두를 벗어놓은 채 홀가분하게 자신이 몸담았던 대학의 후드티에 편한 스니커즈를 신고 아들과 딸을 데리러 갔던 그는 국회의사당의 폭발 사고를 목격하고 그곳에 견학을 간 딸의 생사를 확인하러 의사당으로 갔으나 자신을 데리러 온 의문의 사내들에게 끌려가다시피 다시 청와대로 가고 그곳에서 이제 자신이 60일 시한부의 대통령 권한 대행이 됐음을 알게 된다. 

그렇게 미드와 다르게 시한이 정해진 대통령 권한 대행, 하지만 다른 건 이것만이 아니다. 미드가 자국 내의 정치 세력 사이에 끼인 권한 없는 대통령이라는 설정으로 갈등을 증폭시키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로 온 <60일, 지정생존자>는 강대국, 그 중에서도 특히 '우방'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과 분단된 남과 북이라는 우리나라만이 가진 고민을 갈등의 주요한 내용으로 등장시킨다.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역학 관계에 의거한 갈등 구도 
앞서 국회의사당에서 사망한 양진만 대통령은 북한과의 평화 협정을 목전에 둔 채 사고를 당하고 만다. 그러나 이제 그 평화 협정을 추진했던 대통령이 사라진 상황,  비서실장 등 양진만 대통령의 측근들은 대통령의 유지를 받들고 싶어하지만 설상가상 북한잠수함의 행방이 묘연한 가운데, 군부와 국정원 등의 실세들은 기존의 '북한 위협론'을 내세우며 선제 공격 등을 불사하며 위기를 증폭시키려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데프콘'을 강요하며 전시 작전권을 들고 나서는 '미국'의 존재는 강력하다. 

국가안전 보장 회의의 긴박한 상황을 견디지 못한 채 화장실로 뛰쳐나와 구토를 하던 사람, 자신은 자격이 없다며 사퇴를 하겠다는 사람, 그런 그에게 양진만 비서실장은 위기의 상황에서 정부의 붕괴를 막는 '시민'의 자격으로 권한 대행의 자리를 지키라고 한다. 모든 일은 자신을 비롯한 기존의 비서실팀이 할테니. 결국 그를 정치 경험 6개월짜리 뭣도 모르는 애송이로 취급하는 건 죽은 대통령의 수족이나, 군부나 미국이나 마찬가지인 셈. 

하지만 '선무당'이 되어버린 박무진은 예의 미국과의 협상 자리에서 본의였는지 의도적인지 모호했던 미국 협상단에게 미세 먼지 패트병을 뒤집어 씌워 국민들의 속을 확 뚫어버렸던 그 '고지식한 방식'으로 북한 잠수함 해프닝을 해결한다. 

정치적 방식에 대해 사직서를 내밀만큼 원칙적이었던 환경학자는 각자의 정치적 입장으로 접근하는 북한 잠수함 사건에 대해 예의 '데이터'에 의거한 추적으로 잠수함의 침몰을 예견하고 딸의 생사를 걱정하는 아버지의 마음으로 북한을 설득한다.

즉 <60일, 지정생존자>는 각자의 정치적 입장을 가지고 격돌하는 청와대, 군부, 미국 등 난립하는 정치 세력들 사이에서 그가 환경부 장관일 때 해왔던 그 '학자적 양심'과 '가족을 사랑하는 가장'의 마음, 그리고 양진만이 부탁했던 '시민'의 입장이라는 '원칙'의 인물 박무진을 드러낸다. 고지식하지만 원칙적인 인물, 위기의 상황에서도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결코 쉽게 포기하지 않는 저력을 가진 캐릭터로서의 '대통령 권한 대행'이 풀어가는 '원칙'의 정치. 권력욕이 없는' 사람이 풀어가는 권력의 이야기, 가장 기본이면서도 막상 현실로 오면   배제되는 그 '원칙'의 이야기를 다시 한번 <60일, 지정생존자>가 끌어들인다. ''
 

 


첫 회 3.383%(닐슨 코리아 케이블 전국 기준), 화제의 미드 리메이크 작으로는 박무진 권한대행만큼 갈 길이 멀다. 첫 방송 cg까지 활용하며 국회 의사당 폭발 사고로 시선몰이가 약했던 것일까? 그도 아니면 박무진이란 캐릭터에 대한 혹은 양진만이라는 대통령의 처지가 이젠 시청자들에게 그리 매력적이지 않았던 것일까? 아니 그것보다는 이미 선점한 <검법남녀> 등의 분전이 컸던 것일까?

하지만 예단은 이르다. 늘어졌던 박무진의 청와대 입성은 이제 대통령 권한 대행이 되어 국가 안전보장회의에서 다리에 쥐가 나도록 북한 잠수함 사건을 해결하는 2회에 들어 한층 현실감있는 이야기로 집중도를 높였다. 과연 애송이 권한대행이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하듯 ,<60일, 지정생존자>가 최근 지지부진한 tvn 드라의 구원투수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by meditator 2019. 7. 3. 04:34

이만하면 성공적이다. 16회 시청률 5.517%, 2018년의 화제작 <라이프 온 마스> 16회 시청률이 5.851%, <손 the guest>가 4,073%였으니 이만하면 올해 상반기 내내 저조했던 ocn의 대표작이라 할만하다. 최근 수작이라 평가받는 <구해줘2>가 최종회 3.56%에, 동시간대 전작들 <트랩>, <프리스트>, <킬잇> 등이 고전한 것에 비하면 월등한 결과물이다. 

하지만 이런 '화제성'과 달리 <보이스3>를 충성스럽게 보아온 시청자들의 반응은 시청률의 수치와 달랐다. 주인공 도강우(이진욱 분)가 죽는 절정의 씬이 담긴 영상에 달린 폭발적인 댓글은 '분노'로 일관한다. 도대체 어떤 결론이길래 시청자들을 분노하게 만든 것일까?

 

 

도강우가 죽어서?
시청자들의 분노는 주인공 도강우가 죽어서 일까? 물론 그런 면이 있다. 그런데 그건 그저 주인공이 죽어서 오는 '새드 엔딩'에 대한 허무함이나 절망감과는 다르다.

도강우 형사는 강권주(이하나 분) 센터장과 함께 <보이스> 시즌2에 이어 시즌 3를 '공조 수사'로 이끌어온 주인공이다. 시즌 1에서 출동팀장을 맡았던 무진혁 팀장이 아들의 치료를 핑계로 미국으로 떠나는 것으로 하차하고 새로이 등장한 도강우 형사. 시즌 1의 무진혁이 사이코패스 살인마에게 아내가 죽임을 당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미친개처럼 사건의 해결에 돌진했었다. 하지만 시즌2의 도강우 형사는 그와 전혀 반대의 입장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손목이 잘려나간채 처참하게 죽임을 당한 후배 형사, 그 형사의 죽음에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등장한 것이다. 

경찰대 출신의 탁월한 수사력을 가졌지만 사회 생활은 제로에 가까운 일명 '또라이 알파고', 그런 그가 이제 파트너 나형준 형사의 살해범으로 의심받고, 특히 그의 형인 나형수 과장은 사사건건 도강우의 발목을 잡는다. 동료들의 의심을 넘어선 적대적인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저돌적으로 다가섰던 도강우, 하지만 싸이코 살인마 방제수를 자꾸만 도강우를 도발한다. 너의 '본성'을 숨기지 말라고, 그와 함께 도강우 뇌의 회로는 자꾸 이상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시작되었던 도강우의 자기 한계에 대한 처절한 사투, 그건 시즌3로 오면서 더욱 극심해 진다. 통증을 넘어서 잠깐인지 며칠인지 기억을 잃는 '블랙 아웃'에 시달리며 도강우는 점점 잃었던 기억을 되살려 내고, 그러면서 자기 자신이 진짜 어린 시절 아버지가 죽였다던 어린 소녀 미호의 살인범일 수도 있다는, 즉 자기 자신이 '사이코패스'일 수도 있다는 '확신'에 다가선다. 

증세가 점점 심해지면서 종종 거울 속 자신의 형체가 일그러져 나타나기 시작하고, 심지어 사건 현장에서 본능적 욕망을 주체하지 못한 채 강권주 센터장의 목을 조르기까지 했던 도강우, 하지만 그는 그런 자신의 본능적 욕망에 줄기차게 거부하며 그를 상대하여 자신과의 처절한 싸움을 벌인다. 그의 집에는 그가 '블랙 아웃'되는 동안 그의 행동을 지켜보는 cctv가 설치되어 있었고, 자신을 제어하기 위해 '자해'도 불사했던 그, <보이스> 시즌2,3는 '닥터 파브르'라는 인간의 신체를 절단하여 거래하는 엽기적인 혐오 범죄 단체와의 전쟁이지만, 또 한편에서 주인공 도강우가 자신의 '사이코패스'적 본능과의 처절한 싸움의 과정이었다. 

 

 

바로 그런 '싸움'의 과정을 지켜봤기에 <보이스> 시즌3의 엔딩에서 도강우 형사가 형 카네키의 목을 그의 살인 도구인 와이어로 죽이고 경찰 특공대의 총에 맞아서 죽게되는 시청자들은 쉬이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오죽하면, 시즌 4를 위해 예비한 쿠키 영상에 등장하여 저격 총을 챙겨든 방제수가 도강우를 저격했다는 의심까지 할까?

즉, 살인마가 되지 않기 위해 그토록 두 시즌을 내내 자신을 학대해왔던 주인공이 퇴장의 즈음에 스스로 그 '살인'을 기꺼이 저질렀다는 점에서, 더구나 그 '살인'의 대상이 그의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은 이유로 사이코패스적 성향이 극대화된 그의 형이라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두 시즌 내내 자신의 성향에 저항했던 그 사투가 단 한번의 미소도 없이, 살인마와의 사투가 아니라, 동료들의 총격에 의한 '죽음'으로 허무하게 막을 내리게 되었다는 점에서, 그를 응원하며 지켜보았던 시청자들에게는 허무를 넘어선 황망함과, 더불어 어떻게 관리하는가에 따라 그 우물이 탁해질 수도, 깨끗해질 수도 있다는 강우 아버지의 '우물론'으로 대변되는  <보이스>시즌2,3가 끌고왔던하나의 주제 의식의 붕괴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즉 지금까지 다수의 장르물이 사이코패스를 결정론적으로 다루었던 것과 달리 도강우 캐릭터는 자신의 그런 본성에 대한 절박한 싸움을 통해 다른 접근을 시도한 것이다. 

물론 작가는 짧은 순간이나마 도강우의 유언을 통해 그 죽음의 개연성을 설득하고자 한다. 점점 심해지는 자신의 이상 증상, 그래서 강우는 '형같은 괴물로 살 바에는 차라리 죽겠'다고 한다. 그런데  '스스로에게만 인간이면, 되는 방식으로 '괴물로 죽고 사람들이 날 잊으면 된'다며 특공대의 총구에 자신을 내민다. 하지만 마지막 회 시간에 쫓기는 듯한 강우의 죽음은 작가가 원하는 개연성의 설득 대신, 단 한번도 행복을 얻지 못한 채 쓸쓸하게 자신을 던진 주인공의 허무한 개죽음으로 다가온다는데서 제작진과 시청자의 동상이몽으로 결론을 맺게 되는 것이다. 

어설픈 설정이 낳은 허무한 엔딩 
그리고 이건 시즌3 내내 되풀이 되었던 <보이스>의 어설픈 상황 설정으로 부터 기인한 바가 크다. 우스개 소리로 매회 한 번 이상씩 이해하고 봐주려고 해도 어거지로 만든 상황이 범죄적 상황을 도발해 왔던 것이 <보이스>의 관행 아닌 관행이었다. 

16회, 살인마 카네키와 강권주 센터장이 대치한다. 두 사람 다 총을 소지하고 있는 상황, 카네키는 자신의 발밑에 총을 맞고 신음하고 있는 박형사를 볼모로 강센터장이 총을 내려놓으라 협박한다. 그런 협박을 받기 전에 먼저 강센터장이 자신의 총으로 카네키를 쐈다면? 물론 드라마가 더 이어져야 하기 때문에 강센터장은 순순히 총을 내려놓으며 볼모가 된다. 

이런 식이다. 앞서 카네키가 죽인 부인에 대한 유력한 증거를 가지고 온 일본의 모델을 보호하고자 온 강센터와 도강우 팀장, 하지만 카네키에게 배달되어온 폭발물을 조사한답시고, 보호해야 할 증인인 일본인 모델을 홀로 옆방으로 보낸다. 왜냐하면 그녀 혼자 그 방에 들어가 살인을 당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식의 어거지 설정은 거의 매회다시피 <보이스>에서 등장했고, 마지막 도강우의 죽음 상황에서도 강권주를 구하기 위한 카네키와의 사투 과정에서 우발적인 죽음이 아니라, 뜻밖에도 경찰 특공대가 그의 머리를 정조준하여 쏘아 죽이는 말도 안되는 죽음의 상황을 맞이하도록 만든 것이다. 

<보이스>는 어떤 드라마? 
또한 결국 주인공을 죽이기 위한 어거지 설정으로 이어진 작위적 설정에 이어 <보이스> 애청자들이 시즌 내내 가장 안타까워했던 것은 바로 <보이스>라는 시리즈 본류의 정체성이다. 

도강우라는 사이코패스 적 성향을 지니면서 그와 싸우는 캐릭터가 주인공으로 되면서 그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드라마의 주된 서사적 고리였다. 그리고 그 고리는 그의 형이 시즌3 최종 빌런으로 등장하면서 당연히 그토록 외쳤던 '코우스케'의 악연의 고리를 풀어내는 것이 주요한 내용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문제는 그 과정에서 시즌 3를 화려하게 열었던 일본 료칸 사건에서 보여진 남들과 다른 탁월한 듣는 능력을 가진 강권주 센터장을 비롯한 골든 타임팀과 동물적 수사력을 가진 도강우 형사의 '공조 수사'라는 <보이스> 본연의 설정이 취약해 졌다는 것이다. 시즌2의 마지막 회 사고로 인해서 얻은 청력의 상실 때문이라기엔 강권주 센터장의 존재감이 이전 시전에 비해 한결 위축되었다.

뿐만 아니라 시즌2에 이어, 시즌 3에서 활약한 나홍수 과장의 경우, 시즌2에서는 내내 강우를 미워만 하다, 시즌3에서는 내내 강우를 안타까워하다 희생되면서 이렇다할 활약을 보이지 못하는 등 출연진들의 비중과 활약이라는 면에서도 아쉬운 점을 남긴다. 그만이 아니다.  의혹은 많지만 차마 해결할 시간이 없었는지 '의심'으로만 남긴 설정들은 다음 시즌을 위한 것일까? 

그럼에도 16회 엔딩, 의사는 강권주 센터장의 귀가 이전처럼 회복되어 가는 기쁜 소식을 전했다. '소머즈' 저리 가라 할 만큼의 남들과 다른 청력을 가진 강권주 센터장과 골든 타임팀의 공조 수사는 시즌2, 3의 결말을 허무하게 만들었음에도 여전히 매력적인 설정이다. 심지어 쿠키 영상으로 시즌2의 빌런 방제수의 건재함을 보였으니 안타까운 와중에서도 시즌4에 대한 기대를 하게되니 이 정도면 마력의 <보이스>라 할까? 하지만 부디 다음 시즌으로 돌아온다면 제발 개연성있고 짜임새 있는 서사와 사건으로 돌아오시길. 

by meditator 2019. 7. 1. 15:04
| 1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