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는 출연자들의 부상과 미션의 위험성으로 인해 폐지된 <스플래쉬>의 후속으로 파일럿 프로그램인 <프로파일링>을 10월4일 방영했다.
프로파일링이란,
'사건 현장의 단서나, 범행 방법 등을 토대로 범죄자의 행동과 심리를 분석하는 방법이다. <프로파일링>은 범죄 현장에서 통용되던 프로파일링 기법을 활용해, 미스터리한 인물과 사건, 사회 현상을 분석하고, 해석해 내는 논픽션 프로그램'이다.
무엇보다 <프로파일링>의 방영이 반가운 것은, 가을 개편을 맞이하여, 각 방송사마다 작심이라도 한 듯이 예능 대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스플래쉬>의 폐지라는 불가피한 상황에서 비롯된 결과이기는 하지만, 그저 겉치례만 다를 뿐 결국은 비슷비슷한 포맷의 예능이 아니라, 프로파일링이라는 신선한 심리학적 실험을 통한 새로운 형식의 논픽션 프로그램을 시도했다는 자체가 반갑고 기대된다.
물론 충분한 홍보가 이루어 지지 않은 상황에서, 더구나 상대 방송사에서 이미 안정적인 시청률을 확보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있는 상황에서, 첫 선을 보였던 <프로파일링>은 4%(닐슨 코리아)의 흡족치 않은 성과를 보였다. 하지만, 이미 첫 방송에서 시청률로만 설명될 수 없는 여론의 파장을 보여주고 있다. 부디 방송사 측에서, 보여지는 지수만으로 <프로파일링> 파일럿의 성패를 판단하지 않기를 바란다.
첫 선을 보인 <프로파일링>은 세 개의 꼭지로 방영되었다.
첫 번째는 동년배의 여자 친구를 불러내 잔인한 살해 수법을 보인 '살인자의 목소리-용인 살해 사건의 진실'로, 전형적인 프로파일링의 대상이 되는 범죄 사건을 다뤘다.
두번 째는, '강남, 부자일수록 공부를 잘 할까?'로, 사회적 현상으로 프로파일링의 분야를 넓히고, 이어서 세번 째는, '구타유발, 시선의 진실'로 인간 심리를 다뤘다.
꼭지를 다루는 방식도 신선했다.
사건을 다시 추적하여 재연하는 방식을 썼는가 하면, 실제 강남 엄마들의 모임과, 전학한 아이들의 사례를 소개하고, 인간 심리를 다루기 위해서는 실험의 방식을 선보였다.
그렇게 각 꼭지 별로 실제의 상황을 보여준 뒤, 진행하는 이정민 아나운서와 심리학자, 인지과학자, 정신분석학자, 빅 데이터 분석가들이 나와, 그 사건을 분석하고, 해석해 내는 시간을 갖는다.
앞 부분의 실제 재연에 가까운 상황은, '그것이 알고 싶다'와 같은 현장성을 불러 일으키는가 하면, 뒷 부분의 해석은 그 내용이 익히 우리들이 알고 있는 생각을 뒤집는 파격적인 것이었음에도 전문가들의 식견을 곁들이니 설득력을 얻을 수 있었다.
더구나, 프로파일링이라는 부분은 최근 범죄 수사 등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젊은 층들이 즐겨보는 미국 드라마, 그리고 케이블 범죄 드라마 등을 통해 매력있는 분야로 다가오고 있던 영역이라 흥미를 더욱 유발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 베스트 셀러의 목록만 훑어 봐도, 심리서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듯이, 최근 들어 사회적 현상이나, 인간 관계들을 심리학적 요인으로 해석해 내는 경향이 유행을 타고 있는 중이다.
그 이전의 세대들이, 사회를 해석해 내는 잣대로 '사회 과학'이라는 학문을 만능키처럼 쓴 것과 달리, 그 세대의 해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난한 그리고 요원한 사회적 문제에 부딪힌, 그리고 앞선 세대에 비해 보다 덜 조직적이며, 개인화된 요즘 세대들은, 그 해법의 열쇠를 심리학에서 찾고 있다. 그리고 이는 프로파일링이라는 생소학 분야를 이물감없이 받아들이는 또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한다.
마치 골디우스의 매듭같은 자신을 둘러싼 상황을 현명한 심리학적 지식을 통해, 퍼즐을 풀 듯 풀어나갈 수 있다는 믿음이, 프로파일링이라는 영역을 마치 마술처럼, 불가능할 것 같은 분야도 속 시원하게 설명해 줄 것같은 기대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현상과 기대에 부응하듯, 파일럿 프로그램으로서의 <프로파일링> 첫 회가 내보인 카드들은 예외적이다 못해 충격적이기 까지 했다.
우리가 그저 흉악한 범죄라고 치부해 버린, 소시오패스의 짓이라 단정지어버린 범죄의 이면에 자신의 꿈에서 좌절한 한 소년의 절망이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즉, 청소년들의 꿈을 방기한 사회는 수많은 잠재 범죄자를 품을 가능성이 있다는 무서운 진실을 보여준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tv를 보던 시청자들을 섬뜩하게 한 것은, 바로 강남 학군의 진실이었다. 비단 강남만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집값을 올려놓은 주범 중 하나가, 바로 그 공부 잘 하는 학군이라는 건 너도 알고 나도 아는 진실이다. 그저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은 동네로 가면 자신의 아이가 공부를 더 잘 할 것이라는 마법에 모든 부모들이 허리띠를 조이고, 이산 가족이 되는 걸 불사하는 것이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이니까. 그런데, 바로 그 환상을 단박에 '강남, 부자일수록 공부를 잘 할까?'는 깨어 버린다. 결국 잘 하는 아이들이 모여서, 공부 잘 하는 동네가 탄생되었다는 슬픈 진실을 밝힌 것이다. 심지어 그런 동네로 이사를 간 거에 비하면 공부를 못한 거라는 결과까지 도달했다.
또한 '구타유발'이라는 사회적 현상을 역으로 해석해서, 자신의 심리적 상태로 회귀한 것은, 역시나 생각지도 못한 결과였다.
늘 범죄 사실을 다루는 프로그램이 쉽게 빠져들 유혹 중에 하나가 선정성이듯, <프로파일링> 역시 '살인자의 목소리'에서는 그런 위험성을 여전히 보여주기는 했다. 하지만, 강남 학군의 문제를 파헤친 것과, 구타유발 시선의 진실을 실험을 통해 접근한 방식은 시의적절하고 신선했다. 범죄, 사회적 현상, 인간 등 다양한 꼭지는 골라보는 재미까지 있었다.
이런 프로그램들이 <스플래쉬>의 대체 파일럿이라는 상황이, <북극의 눈물> 등 눈물 시리즈를 만들던 쟁쟁한 연출진이 이렇게나 되어야 편성을 받는 상황이 아이러니하지만, 그렇게라도 비슷비슷한 예능들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것이 알고싶다'가 주말 안방 시청률 보증수표이자, 화제성의 주인공이듯이, <프로파일링>도 파일럿 프로그램 만큼의 내용을 보여준다면 충분히 흥미진진한 화젯거리로 자리잡을 수 있을 듯하다. 적어도 수영복 입은 연예인들의 안쓰러운 고군분투를 한 시간 보고 난 후의 허무함과 찝찝함은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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