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를 웃도는 시청률로 mbc주말 드라마의 성공 신화를 여지없이 확인시켜 주었던 <전설의 마녀>가 3월 8일 40부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심복녀(고두심 분) 남편의 회사를 빼앗기 위해 그 남편을 죽이고 그 죽음의 죄를 아내인 심복녀에게 덮어 씌웠던, 그리고 자기 자식이 죽자 며느리인 문수인 역시 억울한 누명을 씌워 감옥으로 보냈던 마태산(박근형 분)회장은 결국 '인과응보'로 감옥에서 종영을 맞이하였다. 방영되는 내내 아버지 못지 않게 파렴치한 '갑질'을 일삼았던 마태산 회장의 장녀 마주란(변정수 분) 역시 감옥행이었다. 그에 반해 남편을 죽였다는 이유로 30년을 복역한 심복녀는 잃어버린 아들도 찾고, 그녀를 사랑하는 박이문(박인환 분)과 노년의 결혼식을 올렸다. 문수인 역시 '마법의 빵집'의 주인이 되었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나쁜 사람은 벌을 받고, 착한 사람을 복을 받는 '권선징악'의 주말 드라마의 전형적 구도을 다시 한번 되풀이 하였다. 



전설의 마녀들 대신, 전설의 '차앵란'
<전설의 마녀>가 극 중반부를 들어서면서,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도대체 극 중 주인공으로 설정된 심복녀와 문수인이 언제 복수를 할 거냐는 볼멘 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분명 극 초반 신화 그룹의 며느리에서 하루 아침에 감옥에 가게 된 문수인의 처지나, 남편을 죽였다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30년이 넘게 감옥살이를 한 심복녀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들의 지상 최대의 과제는 마태산 회장의 복수일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녀를 사랑한 박이문 전직 보안 계장의 배려 덕분에 세탁소에 쉽게 안착한 심복녀 여사 주변에 문수인, 손풍금(오현경 분), 서미오(하연수 분) 등이 모여 들었고 그들은 함께 교도소에서 배운 베이커리 기술을 이용하여 생업을 마련하는데 고군분투하느라 정신이 없다. 더구나, 그녀들의 행보마다, 등장하며 발목을 거는 마태산 회장의 장녀 마주란이 있어, 안그래도 힘든 전직 재소자들의 사회 복귀는 하루 아침에 사라진 푸드 트럭처럼 '난망' 그 자체다. 

'마녀'라는 무시무시한 수사에도 불구하고 정작 '복수'는 커녕 먹고 살기에 전전긍긍하는 그녀들과 달리, 30년을 하루 같이 복수를 위해 '와신상담'을 하다, 본격적으로 칼을 빼어들기 시작한 사람은 정작 마태산 회장의 후처 차앵란이다. 번연히 살아있는 전처를 밀어내고 당당히 신화 그룹의 안주인 자리를 차지한 그녀에겐 아들 도진의 출생의 비밀과 함께 잊을 수 없는 첫사랑을 마태산 회장 때문에 잃은 가슴 아픈 사연이 있다. 그리고 자신의 잃어버린 순정을 돌려받기 위해, 그리고 그 첫사랑의 아들인 도진을 그룹 회장에 올리기 위해 칼을 간다. 더구나 일찌기 마회장의 경리 출신으로 마태산 회장이 거북 제과를 통째로 집어 삼키는 과정을 낱낱이 목격한 당사자로 마태산 회장의 숨겨진 치부를 적재 적소에 활용해 복수를 시작한다. 
결국 심복녀 여사가 남편을 죽였다는 이유로 감옥에 갇혀 있는 동안 그녀의 아들을 구해 신화 그룹의 장학생으로 최고의 쉐프로 키워낸 것도 차앵란이요, 그 아들에게 출생의 비밀을 던져준 주어 심복녀와 모자 상봉을 유도한 것도 차앵란이었고, 본격적으로 신화 그룹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한 것도 역시나 차앵란이었다. 이쯤되면, 전설의 마녀가 아니라, 전설의 차앵란란 말이 무리가 아닌 것이다. 

마녀들의 건강한 성공 스토리 
하지만 후처라 하지만 한 집에서 30년을 부부의 인연으로 살아왔으면서 결국은 자기 아들의 친부의 복수를 갚기 위해, 그리고 그룹을 자기 아들에게 넘겨주기 위해 복수를 한다는 설정은 그간 아침 드라마를 비롯하여, 주말극에서 지겹도록 되풀이 되었던 '복수극'의 클리셰로 새로울 것이 없는 내용이다. 그것만이었다면 <전설의 마녀>가 그토록 주말 밤 중장년의 시청자들을 tv앞으로 끌어당기기에는 역부족이었들 것이다. 
주인공답니 답지 않니 해도 그러나 결국, <전설의 마녀>의 마녀들은 감옥 출신 네 명의 재소자들이었다. 한편에서 차앵란이 죽을 뻔한 마태산의 아들이자, 문수인의 남편을 몰래 숨겨 놓았다는 말도 안되는 설정을 통해 복수를 시도해도, 그 한편에서 어떻게든 먹고 살기 위해, 그리고 이 사회에서 자신의 꿈을 잃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마녀들의 '긍정적 성공 스토리'가 없었다면 <전설의 마녀>의 묘미는 한층 줄어들었을 것이다. 
거기에 '로코' 못지 않은 박이문-심복녀, 손풍금-탁월한, 문수인-남우석, 서미오-마도진의 애절하면서도 간질간질한 러브 스토리 역시 <전설의 마녀>의 인기를 상승시키는 한 요소가 되었다. 



솔직히 일등공신은 김수미-변정수 콤비
그러나 마녀들이 감옥 속에서 만나 싸우고 정들어 가던 시점만 해도 <전설의 마녀>들이 다른 주말 드라마와 큰 변별력을 가지기 힘들었다. 거기에 <전설의 마녀> 특유의 활기를 불어넣은 것은 뜻밖에도 카메로로 출연한 김수미의 발군의 코믹 연기였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식의 춤사위에 얹은 그녀의 주제가에, 일자무식인 주제에 외국어 까지 주워삼기며, 하지만 불리하다 싶으면 '배째라' 식의 막가파인 극중 김영옥으로 분한 김수미의 코믹 연기에 급속도로 반응이 오기 시작했고, 덕분에 그녀는 카메오에서 졸지에 극중 감초로 고정 배역을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김수미가 고정 역할을 차지하면서, 그녀와 호흡을 맞춘 손풍금, 탁월한, 그리고 악역으로 대치한 마주란의 연기가 극의 활기를 불어넣으면서, 뻔한 통속극과, 성공 스토리였던 <전설의 마녀>가 독특한 변주을 넣은 개성있는 드라마로 재탄생되게 된 것이다. 

<전설의 마녀>가 김수미 등의 호연에 힘입어 인기를 얻은 것과 달리, 40부작을 이끌어 가는 스토리는 버거워 보였다. 차앵란의 30년에 걸친 절치부심은 마태산 회장의 아들 마도현을 살려내는 무리수까지 이어졌고, 덕분에 그나마 남우석과 러브 라인을 이루며 빵집 쉐프로서 성공 스토리를 써내려가던 문수인은 졸지에 어장 관리녀가 되어버렸다. 무엇보다, 차앵란을 중심으로 한 복수극과, 심복녀와 문수인을 중심으로 한 성공 스토리가 좀처럼 맞무리지 못한 채 따로 놀았으며, 결국 주인공이었던 심복녀와 문수인이 차앵란 복수극을 거드는 '본말전도'의 사태가 끝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그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떻하랴, 언제 통속극 주말 드라마가 따지고 보면 말이 되는 스토리였던 적이 있었는가 하면 할 말은 없다. 그저 그 예전 흥부 놀부에서 부터 옛날 이야기들이 심뽀고약한 욕심많은 부자들은 망하고, 착하디 착한 가난한 사람들은 복을 받는다던 그 스토리텔링을 재연하면 그뿐! 거기에 신선한 설정과 극단적 수단이 더해지면 금상첨화인 것이다. 세상은 대기업이 날마다 동네 빵집을 먹고, 감옥에 간 대기업 회장 딸은 여전히 그곳에서 조차 '갑'이지만, 드라마 상에서 주인공들은 자그마한 동네 빵집으로 성공 스토리를 이룬다(그녀들이 이룬 성공 스토리의 빵집은 대기업 체인 빵집의 ppl이다). 또 대기업 회장과 그 딸은 초라한 감옥 생활에, 반성까지 하고, 그들이 빼앗은 기업은 전문 경영인에 의해 합리적으로 운영된다. 서민들이 현실 생활에서 이룰 수 없는 환타지를 충실히 구현시켜 주며, 그들의 서러움을 대신 잠시나마 tv 드라마를 통해 잊게 해주면 그 몫을 다한 것일 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신기루같은 마녀들의 성공 스토리, 복수 스토리는 그렇게 40부의 뒤죽박죽 행보를 완주해 내었다. 

by meditator 2015. 3. 9. 10:09

10월 26일  밤 10시 mbc주말 드라마로 찾아온 <전설의 마녀>와, 오랜만에 선을 보인 tvn 아침 드라마인 <가족의 비밀>은 전혀 다른 방송국, 전혀 다른 제작진이 만든 드라마임에도 막상 보고 있노라면, 이란성 쌍둥이처럼 닮은 모양새이다.

감옥에 갇힌 네 명의 사연많은 여자를 추적해 들어가는 <전설의 마녀>와 사랑하는 외동 딸을 잃게 된 <가족의 비밀>이 새롭게 미스터리 형식을 가미했음에도 불구하고, 엄밀히 이들 두 작품 모두 최근 중장년 여성들에게 인기를 끄는 '막장' 드라마들의 클리셰를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 정확한 지적이겠다.

 

하지만 음험한 비밀과 복수, 치정이 얽힌 '막장'의 공식을 답보하는 이들 드라마를 들여다 보고 있노라면, 주 시청층을 노리는 흥미 위주의 서사를 넘어, 섬뜩한 현실 인식이 들어 있어 서늘해 진다.

 

우선, <전설의 마녀>와, <가족의 비밀> 모두 대기업의 며느리가 된 평범한 여자가 주인공이다. <전설의 마녀>여주인공 역할의 문수인(한지혜 분)은 고아에 지방 대학 출신이다. 그녀와 결혼하기 위해 집안에서 축출되기를 마다하지 않겠다던 남편은 신화 그룹의 맏아들(고주원 분)이다. 그와 우여곡절 끝에 결혼해 신화 그룹의 며느리가 되었지만, 문수인의 처지는 그리 나아지지 않았다. 집안 사람들은 신화 그룹 후계자의 며느리인 그녀의 존재를 무시하고, 멸시한다. 그럼에도 그녀는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불철주야 모시는 등, 몸을 아끼지 않고 헌신한다.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 돌아온 것은, 남편이 죽자, 하루 아침에 내처지게 된 처지일 뿐이다.

 

(사진; 부산일보)

 

<가족의 비밀>의 한정연(신은경 분)도 다르지 않다. 역시나 보잘 것 없는 평범한 집안의 딸인 그녀는 진왕 그룹 후계자인 고태성(김승수 분)의 아내가 되었지만, 그녀의 처지는 달라지지 않았다. 새롭게 연 진왕갤러리의 관장이란 직함이 뜨악할 정도로, 시어머니를 비롯한 집안 사람들은 그녀를 자기 집안 사람으로 대접해 주지 않는다. 그러나 계단을 굴러 다리를 절면서도 시어머니 말 한 마디에 전전긍긍하며, 그녀는 진왕그룹 며느리의 자리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렇다면 이들 두 재벌가 며느리이면서도 며느리답지 않은 그녀들을 통해 읽어낼 수 있는 사실은 무엇일까?

 

놀랍게도 이들 드라마들은 그 어떤 사회적 비판 의식이 뚜력한 미니 시리즈보다도, 자본. 즉 '돈'이 지배하는 현실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전설의 마녀>의 신화 그룹, <가족의 비밀>의 진왕 그룹은 그 자체가 '돈'의 힘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권력이요, 권위이다. 신화 그룹의 실세 마태산(박근형 분) 회장의 한 마디라면 이루어 지지 않는 것이 없고, 그의 환심을 사기 위해 모두들 그 앞에서 죽으라면 죽는 시늉도 할 세계이다. 지금까지 그의 맘대로 되지 않은 것이 있다면 유일하게 아들의 결혼이었다. 하지만, 그조차도, 이제 아들의 죽음 앞에, 탐탁지 않은 며느리는 처리 대상이 될 뿐이다. 진왕 그룹의 진주란(차화연 분) 회장 못지 않다. 19살 먹은 손녀를 그녀의 어머니인 한정연을 내치는 조건을 딜을 하여, 법조계 중요 집안의 아들 검사와 약혼을 밀어부칠 만큼 집안 내 무제한적인 권력을 행사한다. 그룹의 대표인 아들도, 딸도 그녀의 눈빛 한 마디에 좌불안적 전전긍긍할 만큼, 그녀의 권위는 절대적이다.

두 드라마는 이런 재벌 그룹의 며느리가 된 평범한 집안의 딸인 여주인공을 통해 '돈'으로 움직이는 '괴물'같은 세상을 가감없이 드러내는데 진력한다. '돈'이 전부인 세상, 하지만, 결국 '돈'만 있는 세상이다. 인간의 가치는 땅바닥에 떨어져 있고, 가족의 소중함도, 가족 간의 정도, 도덕도 '돈' 앞에서 무기력한 세상이다.

 

 

그렇게 돈의 세계로 결혼이란 제도적 장치를 통해 성공적으로 입성한 여주인공의 현실은 재벌가의 안주인이란 그럴 듯한 명목과 달리 보잘 것없다. 그녀들만이 아니다. 그녀들의 남편처럼 보장받은 재벌가의 후계자는 아니지만, 재벌가의 딸들과 결혼한 극중 사위들 역시, 천덕꾸러기인 처지이다. 실제 얼마전 재벌가 딸의 이혼 소식과 함께, 중요 직책을 맡았던 그의 남편의 재벌 그룹내 직위해 해제되었다는 소식에서 알 수 있듯이, 드라마 내 이런 상하 관계 관계들이 그저 극중 재미가 아니라는 사실을 현실은 말해준다.

그렇게 재벌가 실세의 말 한 마디에 내처질 수 있는 처지에 놓인 며느리와 사위들의 처지를 통해, 여전히 한국 사회에 강고한 '핏줄'과 결혼 제도를 통한 '신분 상승'의 허명을 드라마들은 통속적으로 폭로한다.

 

하지만, 그런 허명의 관계임에도, 그녀들을 핍박하는 '시월드'의 존재는 강고하다. 대한민국에서, 평범한 집안이거나, 재벌가의 집안이거나, 우리 집안 사람이 아닌, 그러면서, 우리 집안보다 못한 존재인 며느리를 사람 취급하지 않고, 구박하는 건, 만고 불변의 진리처럼 드라마 속에 등장한다. '돈'이 있건 없건, 한 집안의 며느리란 존재는, 영원한 우리 집안의 타자요, 화합할 수 없는 존재로 그려진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족의 비밀>과, <전설의 마녀>에서 여주인공은 결혼을 통한 신분 상승에 성공한다. 예전 드라마들이, 결혼을 통한 신분 상승이 드라마의 결말인 것과 달리, 최근 드라마들은, 바로 이 지점, 성공의 그 지점에서 시작하여, '결혼이란 제도의 공허함을 증명한다. 여전히 대한민국에서 결혼은 신분고하를 막론하고 여자를 압박하는 제도일 뿐이다.

 

또한 이런 결혼이란 제도의 무능함을 증명하는데, 드라마 속 남편들은 일조를 마다치 않는다. 뜻밖의 비명횡사를 하거나, 함께 결혼 생활을 하더라도, 외도를 하거나, 그것이 설사 알려지지 않아도, 가족내 실세인 시어머니의 눈치를 보느라, 아내의 편을 들 수 없다. '사랑'을 통해, '결혼'이란 제도로 가족을 이루었지만, 남편은 무기력하고, 아내의 삶에 실제 도움이 되지 않으니, 이, '결혼'에 기대할 것이 더더욱 없다.

그나마 그녀를 '결혼'이란 제도에 최선을 다하게 만드는 것은, 여전히 남은 사랑이라 믿는 그녀의 성실성이나, 혈연으로 이루어진 자식이라는 관계들 뿐이다. 그것마저 붕괴된 상황에서, 더는 결혼은 그녀에게 일말의 미련이 남지 않는 존재가 된다.

 

그리하여, 드라마들은 말한다. 세상에 믿을 건 너 자신 밖에 없다고 말한다. 결혼을 통해 얻은 부도, 그럴 듯한 신분도, 결국은 다 '도로아미타불' 아니냐고, '사랑'했다고 믿었던 남편의 무기력함은 어떻고, 그래서, 드라마들은, '돈'과 '시월드'에 배신 당하고, 남편의 도움조차 받지 못한 그녀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서는 것을 극진하게 그려낸다. 그리고 그 과정은, 현실에서, 역시나 '돈'이 없어 고달프고, 무기력한 남편에게 지치고, 시월드에 여전히 상처받은 우리네 여성들에게 위로가 된다. 드라마 속 그녀들도 나와 다르지 않는데 하면서 말이다

by meditator 2014. 10. 3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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