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0일 방영된 <썰전>은 모처럼 가장 첨예한 정치적 사안 '개헌'에 대해 다루었다.

최근 김무성 의원이 '개헌'에 대해 언급한 것에 대해 청와대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은 것과 관련하여, 김무성 의원이 우연한 실수라고 사과를 했지만, 과연 중국까지 건너가서 기자들을 앞에 놓고 하는 기자 회견장에서까지 하는 말이 실수였는가를 짚어보며, 그렇지 않다면, 지금시기에 김무성 의원이 꺼내고자 하는 개헌은 어떤 의미를 가진 것이며, 지금 현재 국회를 들뜨게 만드는 가장 핫한 주제 개헌은 현실성있는 대안인가에 대해 모처럼 진지하게 고찰해 보고자 한다.

 

우선 실수였음을 사과했음에도 불구하고, 김무성 의원의 개헌 논의 제기가 그저 스쳐지나가는 발언이 아니었음을, 그런 김무성 의원의 차기 대권까지 염두에 둔 정부 개혁안에 대해, 레임덕을 우려한 청와대가 예민한 반응을 보이게 된 것임을 <썰전>은 밝힌다.

또한 김무성 의원이 원하는 개헌의 방식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외치, 즉 외교 통상 업무를 담당하는 상징적 대통령으로, 그 아래 내정을 책임지는 총리로서의 이원집정부제를 원하는 김무성 의원과, 이런 김무성 의원과 달리, 미국식을 원하는 문재인 의원의 또 다른 이원 집정부제 등, 그리고 막상 내각 책임제의 개헌론이 되었을 때의 박대통령의 득실과, 그것을 통해 국회의원들이 꿈꾸는 국회의원 중심의 정치 구도에 대해서까지 살펴본다.

 

30일 개헌론에 대한 고찰을 통해, 결국 도달한 것은, 현재 여, 야를 막론하고 국회의원들의 로망이 된 개헌론을 통해 도달하게 된 것은, 오픈 프라이머리( 투표자가 자기의 소속 정당을 밝히지 아니하고 투표할 수 있는 예비 선거. 오픈 프라이머리는 국민의 선거 참여 기회를 확대해 참여 민주주의를 실현한다는 면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당원의 존재 의미가 약화되고 정당정치의 실현이 어려워진다는 부정적인 면도 갖는다)등의 현실화를 통해, 현직 국회의원의 장기 집권 가능성이며, 그 과정에서, 요원해지는 것은, 야당의 집권 가능성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야당의 집권 가능성과 상관없이, 현재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의 국회의원직이 공고해질 개헌론을 환타지처럼 갈망하고 있다고 <썰전>은 밝히며, 이런 개헌 논의가 내년 이후에는 현실화 될 것임을 예언한다.

 

이렇게 현 시국에 가장 예민한 사안인 개헌 논의를 상세하게 다루고 나서, mc김구라를 비롯하여, 강용석 등은, 이런 정치적 사안을 다루었는데도 시청률이 오르지 않는다면, 이젠 더 이상 <썰전>에서 정치 뉴스를 다루지 말아야 한다고 자조적으로 말한다. 그간 대중적으로 보다 친밀하게 접근하고자 생활 밀착형 뉴스를 많이 다루었지만 하며 말 끝을 흐리면서, 생활 밀착형 정보 프로그램이냐, 민감한 정치적 사안을 다룬 정치 비평 프로그램이냐라는 <썰전>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피력해 보인다.

 

'썰전' 방송인 김경란-김상민 의원, 결혼 소식 다룬다

 

불감청 고소원이라되 되는 것처럼, 10월 30일 방영된 <썰전>은 그 이전 회차(2.08%, 닐슨 코리아)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변동폭으로 상승했다.(2.45%, 닐슨 코리아) 결국 시청률이 말하는 대로 따르면, <썰전>은 앞으로도 쭈욱 정치적 사안을 다루어야 하겠다.

 

<썰전>의 시청률과,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jtbc뉴스룸의 시청률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jtbc뉴스룸 평균 시청률 2.053%, 닐슨 코리아) 하지만 <jtbc뉴스9>이, <jtbc뉴스룸>으로 시간을 늘려가며 각종 시사 문제에 있어 가장 첨예한 시선을 견지하는 것은 물론, 생활 밀착형 다양한 화제를 이끌어 가고 있는데 반해, <썰전>은 상대적으로, 정치 평론 프로그램으로서 그 위치를 잃어가는 듯한 모양새다. 가장 민감한 문제가 있을 때마다, 그 예전 <썰전>의 이철희와 강용석의 입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이젠 손석희 앵커의 예리한 질문을 기대한다. 그리고 <썰전>의 고민은, 생활밀착형이냐, 민감한 정치 뉴스냐가 아니라, 바로 이렇게 달라진 위상의 원인을 찾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종편의 뉴스, 각종 정치 평론 프로그램들이, 정치를 하나의 가쉽으로 소비하는 것이, 트렌드가 되어가고 있다. 알랭 드 보통이 그의 책 <뉴스의 시대>에서 말하듯이, 현대의 미디어들은, 각종 사안들에 대해 가쉽성 정보들을 양산해 냄으로써 사람들의 눈과 귀를 마비시키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고 하듯이, 최근 종편의 각종 프로그램들은 그런 알랭 드 보통의 분석을 정확하게 따라가고 있다. 이미 미국의 폭스 뉴스가 했던, 그리고 보수층을 결집하는데 성공했던 전략들이다. 그리고 <썰전>은 처음 프로그램을 열었던 예리한 정치 비평의 시각에서 한 발 물러나, 이런 가쉽성 정보 처리에 자신의 색을 덧입혀 왔다. 실제 30일 방영분에서도, <썰전>의 포문을 연 건, 개헌이 아니라, 최근 발표한 김경란 아나운서와, 여당 정치인의 결혼 소식이었다. 그리고 그 결혼 소식을 다루는 양식도, 김경란 아나운서가 돈을 보고 결혼한 것이 아니라는 식의 다분히 가쉽성 정보로 다루었다. 여타의 종편과 그리 다를바 없는 시선이다.

그리고 이렇게 그리 다를바 없는 <썰전>의 각종 사안 다루기는, 애초에 <썰전>을 통해 신선하고 예리한 시선을 기대했던 시청자들의 시선을 돌렸다. 정보를 원하는 사람들은, <썰전>보다 더 무수한 가쉽성 정보가 넘쳐나는 타 종편 프로그램을 볼 것이요, 첨예한 관점을 원하는 사람들은 차라리 ,손석희의 <뉴스룸>을 보고 마니, 굳이 이도저도 아닌 <썰전>에 시선을 돌릴 이유가 없는 것이다.

 

<썰전>의 뒤를 이어 방송되는, 예능 심판자의 한심한 처지는 이날 방영된 제주도에 사는 연예인들이라는 정보성 내용 뒤에, 얹힌 제주도에 대한 부동산 정보나 다루고 있는 것이 아쉽다는 허지웅의 유감스런 한 마디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심판은 커녕, 제주도에 누가 얼마짜리 집에 사는지를 알려주는 '예능 심판자'는 초반에 비평 프로그램으로 흉내라도 내려고 했던 것과 달리, 이젠 타 연예 프로그램과의 변별력을 잃어가고 있다.

 

애초에, 처음 <썰전>이 생겼을 때 반가웠던 마음은, 어설픈 정보로 눈과 귀를 홀리지 않는, 예리한 여, 야의 정론의 시각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강용석의 흥건한 정보만이 난무하는 가운데, 무딘 이철희의 한 마디가 곁들여진, <썰전>을 기다릴 이유가 그다지 없어졌다. 실제 10월 30일 방영된 '개헌'에 대한 내용은, 이미 팟 캐스트 정봉주의 '전국구' 등을 통해 밝혀진,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는 내용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전에 비해 한껏 반등한 시청률이 보여준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이 썰전에 대해 기대하고 있는 점이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썰전>의 심기일전을 기대해 본다.

by meditator 2014. 10. 31. 1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