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정 pd의 작품이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있는 것은 그들의 가슴을 그 어느 때보다도 설레이게 만드는 '로맨틱 코미디'의 묘미를 잘 살려 내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tvn을 통해 돌아온 <하트 투 하트> 역시 천정명,최강희가 모처럼 제 옷을 입은 듯 고이석과 차홍도로 분해 동화같은 화면을 통해 가슴을 튕기는 선율을 넘어 가슴아프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사랑을 그려내었다. 

하지만 이윤정 pd의 작품이 평가 받는 이유는 그저 아름다운 사랑을 그려내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 아름다운 사랑으로 형상화된 스토리의 행간으로 스며든 당대 젊은이들의 고뇌를 섬세하게 다루었고, 어루만졌기 때문에 이윤정 pd의 작품은 늘 젊은이들의 선택 1호가 되었다. 그리고 이제 오랜만에 다시 돌아온 <하트 투 하트>에서도 역시나 이윤정 pd의 그 노력은 일관되게 유지된다. 

고이석와 차홍도를 발목잡는 추악한 어른들의 진실
얼굴 홍조로 대인기피증에 시달려 정상적인 사회 생활을 할 수 없었던 차홍도, 잘 나가던 정신과 의사였으나 알콜 의존증으로 하루 아침에 인기를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린 고이석, 두 사람은 환자와 의사로 만나, 연인이 되어 사랑을 키워 나간다. 하지만, 그 사랑의 인연이 그저 우연이 아니었음을 <하트 투 하트>의 후반부는 그려 나간다. 그리고 뒤늦게 15부 마지막에서야, 그들이 알게 된 드러난 과거의 사연 이면에 숨겨진 진실이 있었음을 밝힌다. 

사랑했던 두 사람이 가닿은 과거의 사연은 이렇다. 
실화로 죽은 고이석 형의 죽음, 그 현장에서 성냥을 들고 있던 다섯살 배기 차홍도는 실화의 범인으로 경찰서로 끌려가고, 할머니와 함께 저택을 떠나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까지 자신의 원래 이름인 영지를 지워 버린 채 살아왔다. 결국 차홍도의 대인기피증의 이면엔 숨어 살아야 했던 영지의 범행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가 하면 고이석도 그 사건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평소 형이 미워 형이 들어간 드럼통 위를 무거운 것으로 눌러 버렸던 고이석은 자신으로 인해 어른들이 좋아하는 형이 죽었다는 죄책감에 형 대신 착한 아들 노릇을 하기 위해, 형을 잃은 상실감에 고통받는 어른들을 어루만지기 위해 자신을 덮어왔다. 
그리고 대인기피증인 차홍도가 알콜 의존증 의사로 소문이 나 모든 것을 잃은 고이석을 찾아가면서 그들의 과거는 봉인이 풀리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15부 마지막, 16부 초반에 걸쳐 드러난 진실은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고이석 형의 죽음은 뜻밖에도 고이석 아버지(엄효섭 분)의 실화였던 것이다. 현장에서 찾아낸 라이터를 켠 사람이 아버지였고, 그 아버지는 화재 현장에서 겨우 어머니만 구해 냈었다. 할아버지는 자신의 자식의 범죄를 덮기 위해 홍도에게 그 죄를 뒤짚어 씌웠고, 아버지를 황급히 외국으로 피신시켰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 후 20년을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밖으로 떠돌아야 했고,  어머니도 죄책감을 잊으려 평생을 몸부림쳐 살아왔다. 

추악한 어름들의 세대와 그 자식인 젊은 세대
이 숨겨진 진실은 다양한 상징성을 띤다. 
어린 생명, 그것도 직계 존속을 죽게 만들었던 과거의 사건, 그 사건에 대해 가장 나이 많은 세대인 할아버지는 자기 자식을 보호하기 위해 남의 손녀인 차홍도를 범인으로 모는데 앞장 선다. 심지어 그 사실이 밝혀진 이후에도 여전히 뻔뻔하다. 다시 그 상황이 돌아온다면 자신은 똑같은 선택을 할 거라며, 심지어 그 당시 할머니와 차홍도에게 적절한 금전적 보상을 했다던가 라던가, 이제 또 다시 금전적 보상을 하겠다는 식이다. 찾아온 차홍도에게도 사과는 하되, 차홍도의 말처럼 전혀 진심이 담겨져 있지 않은 형식적 사과다. 
아버지는 사건을 일으킨 당사자였지만 20을 밖으로 떠돌면서, 오히려 식구들이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서운해 한다. 심지어 다시 한번 몰래 또 도망가려고 까지 한다. 
그런가 하면 가장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며 종종 자살 소동까지 일으켰던 어머니가 가장 대반전이다. 알고보니 자신의 아들을 죽인 것이 남편인 것까지 알고 있으면서도 그 사실을 잊기 위해 범인을 차홍도라 믿으려 했고, 심지어 그렇게 믿게 되기까지 했던 것이다. 
과거의 추악한 진실에 대해 자신의 피붙이를 위해 진실을 왜곡하는데 앞장서며, 그 사실을 여전히 당당하게 주장하는 할아버지, 과거에 대해 비겁하게 도망치는 아버지, 그리고 과거를 왜곡시켜 기억하며 자신을 피해자 코스프레하는 어머니, 이들 세 사람의 어른들의 모습은 그저 고이석 부모님들의 사례가 아니다. 한국 사회 젊은이들이 대면한 우리 사회 어른들의 상징적 모습, 그 자체이다. 

사건으로 고이석의 형이 죽어간 것처럼, 우리 사회 젊은이들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었던 과거사의 구비마다 우리 사회 어른들이라는 사람들은 외면하거나, 그것을 왜곡 인식하거나, 심지어 그 왜곡에 앞장섰던 것이다. 그리고 적반하장으로 엉뚱하게 피해자로 몰아넣은 사람들을 다시 한번 '족치거나', 금전적 보상을 했다며 큰소리를 친다고, <하트 투 하트>는 말한다. 그리고 그렇게 '이기적'이며 '파렴치한' 어른들로 인해 애꿏은 남의 자식 차홍도만이 아니라, 정작 자기 자식인 고이석 조차도 고통받고 살아간다는 사실을 또한 말하고자 한다. 

이윤정 pd의 작품 속 젊은이들은 늘 어른이 되었지만 어른이 되지 못한 아이들이다. <하트 투 하트> 역시 마찬가지다. 형의 죽음에 눌린 고이석은 여전히 가족을 짊어진 채, 아니 가족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자신의 일에서 조차 영향을 받는다. 차홍도는 한 술 더 뜬다. 심지어 차홍도란 이름조차 지운 채 할머니의 모습을 하고, 할머니의 이름을 빌어야먄 세상 속으로 한 발을 디딜 수 있었다. 그런 그들이 만나게 된 것은, 우리 사회 젊은이들이 진정 한 걸음을 내딛기 위해서는, 자신을 왜곡시킨 어른들의 '파렴치'함을 직시하고 그것은 인정하고 반성하는데서 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15,16회에 걸쳐 뒤늦게 밝혀진 과거의 추악한 진실, 16부의 조급한 종영 때문인지, 아니면 그 해결 과정에 대한 개연성있는 천착에 대한 해명에 자신이 없어서인지, 결론은 마치 그저 차홍도의 '버전업'된 마무리로 끝을 맺었다. 비록 중간 과정이 없는 그 결론은 아쉬웠지만, 그래도 <하트 투 하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 사건을 알게 되고, 고이석은 그 사람들이 가족이란 이유로 과거를 덮지 않는다. 식구들은 '가족'이란 이름으로 고이석을 붙잡지만, 그는 차홍도를 찾아가 진실을 밝힌다. 그 진실이 다시 한번 차홍도와 자신의 관계를 일그러 뜨릴 수 있을 것이란 것을 알면서도. 그리고 진심어린 사과를 한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라며 어이없어 하고, 숨을 못쉴 정도로 억울해 하던 차홍도도 하지만 거기에 머무르지 않는다. 비록 그녀를 이십 여년 동안 집 안에 비끌어 매어 놓은 과거사을 일으킨 집안의 자식이었지만, 자신이 범인이었을 때나, 그리고 이제 아버지가 범인이 된 지금이나 한결같이 '미안하다;'고 진심을 전하는 고이석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과거'를 벗어난다. 
그들이 다시 한번 '사랑'을 이루는 것은 그저 '사랑'이 아니다. 과거을 알고, 그것을 인정하고, 사죄하고, 하지만, 그런 어른들의 추악한 역사에 발목잡히지 않고, 자신들의 선택으로 그들의 삶을 새로이 시작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차홍도와 고이석은 과거에 짖눌린 영지가 아니라, 추악한 과거를 지닌 집안의 고이석이 아니라, 그저 차홍도, 고이석으로 서로 사랑하게 된다. 이제야 비로소 그들은 진짜 어른의 삶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진짜 어른이 되는 방법
물론 이런 좋은 주제 의식에도 불구하고 <하트 투 하트>의 전개는 아쉬웠다. 홍조증으로 고통받는 차홍도, 하지만 그럼에도 장두수(이재윤 분)을 사랑해서 자신의 병을 고치려 용기를 내었던 차홍도가 알콜 의존증으로 문제을 일으킨 정신과 의사 고이석을 찾아가면서 시작된 이들의 러브 스토리는 16부작의 상당 부분을 고이석과 차홍도, 장두수의 실랑이로 소모한다. 물론 '로코'의 매력이 '삼각관계'의 줄다리기 라지만, 15,6회에서야 비로소 드러나는 차홍도와 고이석의 진짜 과거사, 그리고 그에 대한 조급한 결론에 이르면 조금 더 이 문제에 대해 설득력있는 마무리를 위한 시간이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부조리한' 어른 세대를 대하는 젊은이들의 자세에 대한 <하트 투 하트>의 의견은 귀기울일만 하다. 어른들이 벌여놓은 과거가, 그저 과거가 아니라, 지금 현재까지 그들의발목을 잡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은 그들에게서 금전전 혜택을 입고 있는 고이석과 차홍도에게 까지 예외가 아니라고 드라마는 힘주어 말한다. 또한 그런 과거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다름 아닌 그들의 자식이었던 고이석이며, 그런 고이석의 용기로 차홍도조차 비로소 과거로 부터 놓여 날 수 있다는 것을 놓치지 않는다. 그리고 가장 필요한 것은, 말만 번드르한 금전적 보상이 아니라, 과거의 상처를 진심으로 보다듬는 진심어린 사과라는 것도 놓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해명과 사과의 과정을 거쳐서야, 비로소 과거에서 놓여날 수 있으며, 그때 진짜 어른으로 젊은이들을 스스로 살아갈 힘을 얻게 될 것이라고 강변한다. 또한 고이석과 차홍도의 결합에서 처럼, 어른들의 일은 어른들의 일, 그것에 얽매이지 말고 젊은이들은 젊은이들의 삶을 당당하게 살아갈 것을 주문한다. 여전히 애어른같은 우리 세대 젊은이들에게 던지는 <하트 투 하트>의 어른이 되는 길이었다. 
by meditator 2015. 3. 8. 1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