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물도 '트렌드'인가? <창궐>, <킹덤>에 이어 <기막힌 가족>까지 변주된 '좀비'이야기가 줄을 잇는가 하면, <손 the guest>에 이어 <프리스트>, 이제 <빙의>까지 '악령 퇴치 스릴러'가 연달아 찾아왔다. 문제는 이 '트렌드'가 서로 서로 '윈윈'이 된다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승자 독식의 결과가 되기 십상이니, 수작과 그 '아류작'이라는 멍에를 비껴가는게 쉽지 않다. 바로 3월 6일 첫 방송을 시작한 <빙의>가 짊어진 숙명이다. 

 

 

시청률과 별개로 <손 the guest>는 센세이셔널했다. 우리의 토속 신앙으로 부터 시작하여, 천주교 구마 의식 이들 종교를 매개로 영매와 신부와 형사가 그들이 강력한 악령 '박일도',에 맞서는 이야기는 생소했던 '엑소시즘' 장르를 단박에 설득해 냄은 물로, 그 자신이 하나의 모범, 혹은 전통으로 자리 잡아 버렸다. 결국 <손 the guest>이후의 '엑소시즘'을 다루는 장르물들은 자신의 서사가 <손 the guest>와 얼마나 차별성을 가지는지부터 시작해서 이 작품의 만들어 놓은 전통을 뛰어넘어야 하는 버거운 과제가 주어졌다. 

그런 과제에 대해 이미 앞서 <프리스트>는 그 새롭게 만들어진 전통의 벽 앞에서 주저 앉아 버렸다. 첫 회에 이미 <손 the guest>의 구마 의식 씬과 비교 하위를 점해 버리고, 서사와 연기에서 설득력 대신 복잡함과 지지부진함을 선택한 <프리스트>는 그나마의 장르물 애청자들마저  등을 돌리도록 만들었다. 모처럼 붐이 될 수도 있는 '엑소시즘' 장르가 주저앉아버린 순간이었다. 

 

   

 

'엑소시즘'의 바통을 이어받은 <빙의>
그리고 이제 그 바통을 다시 <빙의>가 이어 받는다. <빙의> 첫 회는 전설의 시작이다. <손 the guest>가 바닷가 마을에 찾아든 악령 박일도가 그 악령에 씌인 이가 스스로 바닷물에 뛰어들어 자신의 눈을 찌르는 무시무시한 존재감으로 그 시작을 알렸다면, <빙의>의 시작은 사이코패스 연쇄 살인범 황대두이다. 1990년대 5년 여에 걸쳐 서른 명에 가까운 사람들을 살해한 '신념어린 사이코패스' 황대두, 극한의 고통으로 몰아간 피해자 앞에 거울을 놓는 등 선과 악, 쾌락과 고통이 종이 한 장 차이라는 자신의 생각을 범죄로 실천하고자 한다. 그런 그를 베테랑 형사 김낙진(장혁진 분)이 쫓는다.

피해자에게 도끼를 막 휘두르려는 상황, 김형사는 어떻게든 그걸 막아보려했지만 황대두의 악의가 빨랐다. 결국 김형사의 눈 앞에서 무참히 살해된 피해자, 그런 상황에서 김형사는 '황대두'에게 살의마저 느끼지만 결국 그를 법의 심판 앞에 넘겨주고 만다. 사형대 앞에서도 사형 당하는 순간의 쾌락을 강변하던 살인마, 법은 그의 생명을 거두지만, 세월이 흘러 당시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술에 의존하여 살아가는 김낙천 형사를 '황대두'가 연상되는 누군가가 잔인하게 죽인다. 

그리고 20여년, 다시 살인이 일어났다. 승용차에서 무참하게 살해된 여성, 그 시신 앞에 떨어진 백미러에 촉이 빠른 강필성(송새벽 분) 형사는 의아함을 느낀다. 그리고 환자들에게 반가이 인사를 받던 선양우(조한선 분)는 병원 로비에서 한 여성을 주의깊게 바라보고, 아내를 물리치고 혼자 남겨진 서재에서 눈물을 글썽이며 황대두와 관련된 기사를 본다. 선양우가 아닐까 추정되는 범죄, 그리고 황대두를 무슨 이유에선지 흠모하는 외과 의사 선양우, 이렇게 <빙의>는 황대두의 '환생(?)'을 그려낸다.

 

 
악령으로 돌아온 '황대두', 그리고 그에 맏설 영매들 
물론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아직 오수혁(연정훈 분)은 등장조차 하지 않았다. 박일도와 그를 따르는 매회 달랐던 악령의 추종자 혹은 악령에 물든 자들로 구성되었던, 그리고 궁극적으로 과연 누가 박일도의 숙주였는가를 찾아내야 했던 <손 the guest>와 달리, <빙의>는 명확한 악의 축을 구축하며 그에 의한 연쇄 살인의 형식으로 극을 풀어나가기 시작한다. 과연 선양우, 그리고 앞으로 등장할 오수혁의 역학 관계가 어떻게 풀릴 지가 '박일도'와 '황대두'의 차별성을 가를 포인트가 될 것이다. 

그리고 영매여서 박일도 마저 받아들여야 했던 윤화평(김동욱 분)은 이제 <빙의>에서 영이 맑은 형사 강필성이 된다. 어린 시절 박일도로 인해 엄마와 할머니를 잃었던 윤화평처럼, 아직 밝혀지지 않은 이유로 어린 시절 엄마의 죽음을 목도했던 강필성은 뜻밖에도 귀신을 무서워하는 하지만 촉이 남다른 형사이다. 

그리고 그런 그를 진짜 영매 홍서정(고준희 분)가 알아본다. <손 the guest>의 쎈 형, 아니 언니 강길영(정은채 분)은 이제 자신의 방안 가득한 영기들을 부적이 다닥다닥붙은 블라인드로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막아내리는 막강영매가 되어 찾아온다. 

 

 

겁쟁이지만 촉이 남다른 강필성과 귀신 앞에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막강 영매 홍서정의 조합, 비록 아쉽게도 신부님이라기에 너무도 매혹적이었던 최윤은 없지만, 과연 어떤 인물이? 혹은 어떤 귀신이 그들의 조력자가 되어 악령으로 돌아온 황대두를 추적할 지 궁금해 진다. 물론 아직은 코믹인지, 직업 모드인지, 멜로인지 이 캐미의 실체가 모호하지만. 

승용차 속 여인 시신으로 부터 시작하여 강필성이 찾아낼 또 다른 사건들로 드러나게 되는 연쇄 살인 사건, 그렇게 강필성 형사와 그 팀이 수사하는 형사 사건으로 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역시 강길영의 사건 수사 모드였던 <손 the guest>를 연상케 하는 지점이다. 반면 피해자들의 연합체였던 <손 the guest>와 달리, 영매와 영매의 조합인 <빙의>의 발걸음은 상대적으로 가볍다.

<나의 아저씨를 통해 다시 한번 날개를 펴기 시작한 송새벽이 예의 그 허허실실한 캐릭터를 <빙의>를 통해 살려나갈 것인지 그 귀추도 주목된다. 거기에 악역을 장전하고 돌아온 연정훈, 조한선의 변신도 주목된다. 이들의 신선한 조합이 만들어갈 <빙의>, <손 the guest>의 아류작을 넘어 엑소시즘 장르물의 새로운 지평을 열기를. 

by meditator 2019. 3. 7. 14: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