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부터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 상에서 '천일염'과 관련된 논쟁이 뜨거웠다. 그건 바로, <수요 미식회> 등을 통해 미식 평론가로 세간에 주목을 받게 된 황교익이 제기한 '천일염의 유해성 문제'때문이었다.
천일염은 일정한 공간에 바닷물을 가두어 놓고 햇볕과 바람으로 수분을 증발시키는 방법으로 얻는 소금으로, 우리나라의 전통적 소금 제조 방식으로 알려져, 각종 전통 음식의 맛을 내는데 주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인정받는 식품이다. 또한 최근 '건강 열풍'과 맛물려 천연 식품으로서의 천일염의 가치가 부각되면서, 각종 미네랄이 함유된 천일염이 '된장',이나 고추장처럼 우리 전통의 자연 건강 식품으로 대접받아왔던 것이 최근의 실정이다. 황교익 평론가는, 바로 이렇게 그간 우리가 알고있던 '천일염'과 관련된 모든 허상을 무참히 무너뜨린다. 그뿐만 아니라, 심지어, 우리나라에서 최근 생산되고 있는 천일염은 외국의 기준에 비추어 한없이 높은 세균 수치로, 그리고 그에 대한 기준치가 없는 정부 가이드 라인으로 말미암아, 국민들이 '더러운' 천일염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어 있음을 폭로했다. 그리고 황교익의 주장과 관련하여, 각 매체들, 그리고 천일염과 관련된 이익 단체들의 맞물리는 보도가 연이어지는 가운데, <sbs스페셜>을 발빠르게 그 논쟁의 장을 옮겨온다.
천일염, 유해성 논란을 정면으로 다루다
프로그램의 시작은 <sbs스페셜>이 마련한 토론회의 자리였다. 천일염 논란과 관련하여 마련된 카메라 앞의 토론회 자리, 하지만 황교익 평론가를 비롯하여, 서강대 이덕환 교수 등 관계자들이 자리를 다 채운 것에 비해, 단 한 명의 식품 연구가 만이 자리를 채운 그 반대의 입장은 이미, 세간에 불이 붙은 천일염 논쟁의 진실을 단적으로 보여 주었다.
그렇다면 천일염 논쟁, 무엇이 문제인가?
논쟁의 내용을 따지기에 앞서, <sbs스페셜>은 우리가 알고 있는 '전통'의 소금'이라던 천일염의 실체를 밝히고자 한다. 그리고 그 실체는, 천연의 바닷물과 햇빛으로 만들어 지는 줄 알았던 염전 바닥에 깔린 시커먼 플라스틱 성분의(그것이 비닐이든, 비닐이 아니든)장판에서 '천연' 혹은, '자연'의 환상은 산산이 부수어 진다.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플라스틱 장판이 깔린 염전 바닥을 염부가 득득 긁어 모은 천일염, 소비자들이 천일염을 샀을 때 거기에 간간히 섞여있던 그 검은 입장의 정체는 바로 그 장판의 부스러기였다.
우리의 전통 소금 생산법에 장판이!! 라는 충격에서 깨어나기도 전에, 환상은 다시 한번 무참히 깨어진다. 그간 매스컴을 통해, '전통'의 소금 제조 방식이라 알려졌던 천일염 제조법이, 몇 백년 된 것이 아니라, 일제에 의해 도입된 '대만'의 방식이라는 것이다. 즉, 일제는 한국을 식민지로 만들고, 대륙을 향한 자신들의 야욕을 다지기 위해, 다량의 공업용 소금이 필요했고, 그 소금 공급의 일환으로 대만의 소금 제조 방식인 천일염 제조 방식을 도입했고, 그것이 매스컴의 윤색을 통해 전통의 소금 제조 방식으로 둔갑했던 것이다.
심지어, 그렇게 일제에 의해 도입된 천일염 제조 방식으로 인해, 진짜 우리 전통의 제조 방식이었던 조수 간만의 차가 심한 갯벌의 모래를 통해 소금을 얻는 '자염(紫染)'은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의 방식으로 떠받들어 지고 있는 천일염의 제조 방식이 그 유래의 본토인 대만에서는 비위생적이고 비생산적인 방식으로 거의 소멸 위기에 놓여있고, 그것을 도입한 일본에서는 아예 취급조차 하지 않는 방식이었다는 것을 그 유래의 추적을 통해 밝힌다.
거기에 황교익 평론가가 최근 제기하고 있는 유해성과 관련하여, 염전의 환경은 '유해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다. 그리고 어느덧 사람들에게 확신'을 심어주고 있는 천일염보다 맛도 떨어지고, '천연적'이지 않다는 정제염과 관련된 실험은 그간 대중의 인식이 '착각'이었음을 여실히 증명한다.
천일염 논쟁의 실체는?
마치 한 편의 기막힌 사기극을 보는 듯한 '천일염 신화', 한때는 신문 지상에서 깨끗하지 못한 천일염의 기사들이 비일비재하게 올라오던 시절도 있었던 천일염, 과연 이런 '신화의 왜곡'은 어디로 부터 기인하는 것일까?
거기서 < sbs스페셜>은 미디어 관련 학과 전문가의 입을 빈다. 이정교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천일염뿐만이 아니라 어떤 이슈든 간에 미디어가 반복적으로 보도를 하게 되면 이론적으로 봤을 때 우리가 보통 컬티베이션 이론이나 의제설정 이론에 따르면, 미디어가 묘사하거나 보여주는 것들을 현실과 거리감이 있을 지라도 소비자들이나 사람들은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실제로 묘사된 천일염에 대한 것들을 사람들이 좋게 믿게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다. 10년 전의 천일염 조사 자료을 여전히 사용하고 있는 관련 단체, 그리고 천일염과 관련하여 대규모의 위조된 신화를 창조해낸 관련 업계와, 그를 확산시킨 미디어, 그 결과 우리나라 국민들은 근거도 없는 '천일염 전통 식품론'을 믿고, 각종 '미네랄이 풍부한 건강 식품'으로 세균에 대한 기준조차 없는, 그래서 외국 기준에 훨 못미치는 3년이 지나도 세균이 없어지지 않는 더러운 천일염을 식용으로 먹고 있게 되는 거라 밝힌다.
<sbs스페셜>이 다룬 소금 논쟁은 시의적이다. 한 평론가로 부터 시작되어 sns 상을 뜨겁게 달궜고, 여타의 매체들이 정부와 각종 단체들의 입장을 들어, 그 진실을 왜곡하려 들때, 양 자들을 불러 모아 토론회의 형태로 시작하여, 천일염의 역사를 통해, 그 실체를 밝히려고 한 시도는, 그간 천일염의 왜곡된 신화에 일조한 미디어의 제대로 된 '반성'을 적극적으로 보여준 형태이다. 그래서, <sbs스페셜>은 황교익의 사과로 마무리된다. '자신이 천일염의 진실을 알기 전에, 천일염을 옹호한 글을 썼고, 그 글을 읽고 천일염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가지게 된 분들에게 황교익은 사과를 한다. 물론, 황교익은 이후, 자신은 사과를 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왜곡된 글을 쓰도록 왜곡된 정부를 내놓은 정부와 학자들에 대한 '분노'도 표명했으나, 그 부분은 편집이 되었다고 자신의 sns를 통해 아쉬워한다. 하지만, 분노의 이전에, 황교익이든, 그런 사실의 왜곡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온 미디어든, 자신의 과오에 고개를 숙여 '사과'를 하는 그것이,진정성처럼 보이는 것은 아마도 '분노'보다, 거짓과, 외면과, 왜곡이 횡행하는 시대 탓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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