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세계화의 시대란다.
우리의 음식이, 우리의 문화가 세계로 펼쳐나가야 하는 시대라고 한다. 우리는 우리가 만든 것, 우리의 것이 우리의 상표를 달고 해외로 나가 잘 팔리는 것에만 세계화의 방점을 찍고 있지만,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곳에서, 또 다른 세계화로 인해 상처받고 고통받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사실은 간과하고 있다. 저임금 노동 집약의 대표적 산업인 봉제 산업, 우리나라가 수출 주도형 산업국가가 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봉제 산업은 시대의 변화와 더불어 더 이상 물가 상승과, 임금 대비 고비용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없자, 사양 산업으로 몰락해 가는 수순을 밟아갔다. 그때 그 봉제 산업을 구해준 것이 바로 동남 아시아국가들의 저렴한 노동 시장이었다.
'지난 1월 3일 캄보디아 프놈펜, 봉제공장 100여개가 밀집한 카나디아 공단 인근에서 수십 여발의 총성이 울렸다.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장기간 시위를 벌이던 시위대를 군대와 경찰이 무력으로 진압한 것이다.'
(사진; 유니온 프레스)
'공식적으로 다섯 명의 공식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밝혀진 이 사건이 국제 사회에서 문제가 된 것은, 그 배후에 한국 봉제 기업이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부터이다. 공장과 담을 이웃하고 있는 공수부대가 공장 측의 부탁을 받고 출동을자비한 진압을 했다는 것이다. 총격 사태 이튿날, 한국 대사관은 공식 페이스북에 교민과 기업을 안전을 위해 군대와 긴밀히 협조하였으니 안심하라는 당부 글을 게시했다. 한국이 강경 진압과 관련되어 있다는 주장이 국내외 언론을 통해 제기되기 시작하자 이 글은 곧바로 삭제'됨으로써 의심의 불씨를 지폈다. <추적 60분>은 바로 그 캄보디아의 현지에서 '메이드 인 캄보디아'의 현실을 밝힌다.
캄보디아 정부의 적극적 외국 자본 유치로 인해 우리나라는 물론 '리바이스', '자라' 등 내로라 하는 전 세계의 봉제 산업들이 캄보디아로 몰려 들었다. 노동 인구 800만명 중 35만명이 고용된, 수출 산업 전체에서 80%가 캄보디아 봉제 산업의 현실이다. 물론 이는 캄보디아가 절대적으로 봉제 산업에 유리한 조건이기 때문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패스트 패션의 등장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옷값,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점 더 빨라지는 패션의 주기는 보다 싼 노동 시장을 찾아 아시아 각국을 휘젖고 다녔다. 아직 개방이 덜된 베트남 등에서 시작된 봉제 산업들은, 그들 국가들이 산업 발전에 따라 임금이 인상되자, 조금 더 싼, 조금 더 싼 국가를 찾아 다니다 보니, 결국 캄보디아에 이르게 된 것이 현실이다. 캄보디아 현지의 봉제 공장 한국인 관계자들은 불평을 토로한다. 캄보디아처럼 일년에 노는 날이 많은 나라에서는 베트남만큼의 이윤을 뽑아내기 힘들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자의 노동력에 온전히 의존하는 봉제 산업의 특성상 낮은 임금선을 유지하는 캄보디아는 불가피한 선택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제 캄보디아의 노동자들은 1월3일 시위에서처럼 월 80달러의 임금으로는 살 수 없다며 시위를 하기에 이르렀다. 낮은 임금으로만 존속가능한 봉제 산업, 하지만 더 이상 비인간적 삶을 유지할 수 없다는 캄보디아의 노동자들, 우리에게 이 전선은 낯설지 않다.
우리나라 노동 운동사의 한 획을 그은 YH 사건(YH 무역 여공 농성 사건은 가발수출업체인 와이에이치 무역 여성 근로자들이 회사폐업조치에 항의하여 야당인 신민당 당사에서 농성시위를 벌인 사건 )등 70년대에서 80년대 초의 노동 운동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던 것은 바로 이들 노동집약적인 산업에 종사하던 노동자들이었다. 즉 우리나라가 1,2차 5개년 경제개발 계획에 따라 수출 국가로 올라서기까지 그것을 견인해 낸 사람들이 바로, 가발, 봉제 산업 등에 종사했던 노동자들이었다. 우리의 현대사 속에서 한 장을 차지하며 열심히 싸웠던 사람들이 다른 국가, 다른 인종의 얼굴을 하고, 아시아의 다른 나라에서 동일한 사회적 갈등 속에 놓여져 있는 것이다.
캄보디아 현지에서 만난 사람들의 현실은 볼멘 소리를 하는 한국 기업들의 불평이 무색하리 만치 궁색하다. 가난한 농촌의 딸로 태어나 아픈 부모님을 둔 덕에 11여년 간을 일고여덟 명이 한 방에서 생활하는 방에 머물려 공장을 다니다 보니, 결혼도 하지 못한 채 44살이 된 처녀에, 몇 년을 일해도 결국 자기 손에 쥔 게 없어 다시 떠난다는 청년의 짐보따리는 그가 일했던 시간이 허무하리만큼 초라하다. 세 오누이가 함께 생활해야 겨우 빠듯하게 버티며 산다는 방에서, 시위대의 주장은 공허한 희망으로 멤돈다. 가난한 농촌의 딸로 도시로 올라와 가족까지 먹여 살리며 빠듯하게 버티다 버티다 못해 임금 인상을 외치던 7,80년대의 누이들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순간이다.
하지만, 우리는 모른다. <한겨레>를 제외하고는 그 어떤 신문도, 우리 기업이 캄보디아 등 아시아 현지의 국민들을 너무 낮은 임금으로 혹사시키다, 인명이 살상되는 시위를 불러 일으키는 세계화의 현장에 있다는 소식을 제대로 전하는 경우는 드물다. 단신 속에 사건은 그저 이웃집 불구경만도 못하다. YH여공들의 역사가 시간이 흐른 다음에도 여전히 전설 속 이야기처럼 회자되는 것처럼.
그래서 <추적 60분>이 현지에서 만난 캄보디아 노동자들의 현실은 굳이 누구의 편을 가르키지 않더라도 우리가 잊고 있는 세계화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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