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4일 방영된 <라디오 스타>는 '널 깨물어 주고 싶어' 특집이라는 명목으로, 개봉을 앞둔 <슬로우비디오> 배우 차태현, 김강현과 김영탁 감독이 출연했다.
이전 출연 분에서, 홍보를 위해 출연하는 사람들을 제일 혐오한다고 차태현이 스스로 말했던 사실을 mc들이 다시 끄집어 내자, 그래서 아마도 이번 회차는 '쉬어가는' 한 주가 될 것같다고 이른바 '셀프디스'하는 것과 달리, 소소한 웃음으로 채워졌던 393회 <라디오 스타>는 배우 차태현과, 그와 함께 영화를 만든 <헬로 고스트>의 김영탁 감독에 대한 이해를 보다 깊게 해주어, 웃음 속에 이해가 깊어지는 <라디오 스타>의 매력이 모처럼 되살아난 시간이 되었다.
mc진이 대놓고 차태현과 아이들이라고 지칭할 정도로, <황해>를 이긴 혁혁한 성과를 낸 <헬로 고스트>의 감독이지만, 예능 첫 출연인 그래서, 어느 카메라를 봐야할 지도 잘 모르는 김영탁 감독과, <별에서 온 그대>에서 천송이의 매니저 역할로 인지도를 넓혔지만, 아직은 신인같은 김강현의 존재는 생소했다. 그래도 예능으로든, 배우로든 항상 일정 정도의 위치를 놓치지 않은 차태현이기에, 당연히 9월 24일 방송은 차태현을 중심으로 풀어나갈 것이라 예상되었다. 하지만, 정작, 반송 분량의 상당 부분은, 예능을 몰라, 두리번거리거나, 매 질문에 어찌할 바를 모르던 김영탁 감독에게 돌아갔다. 그런데, 김영탁 감독을 상대로 한 그와의 인터뷰에서 길어올린 '각색'된 질문들은, 최근 <라디오 스타>의 그저 뭐 하나 걸려 웃겨봐라라는 심산의 마구잡이 몰이가 아니라, 웃음을 통해, 김영탁과 그가 만든 영화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는 시간이었다.
제일 먼저 웃음 포인트가 된 것은, 상황을 잘 모른 채 던진, 김국진의 차태현의 전작 <바보>에 대한 언급으로 시작된다. 차태현의 작품으로 상대적으로 흥행이 덜 되었던 작품을 이야기하던 중, 유명 만화가 강풀 원작의 <바보>가 떠올려졌고, 그에 대해 김국진은 지나가는 듯이, '만화가 더 재밌었다'라고 말한다. 이후, <바보>가 김영탁 감독의 각색이라는 걸 알게 된 윤종신등이, 김국진을 무안을 주는 듯하면서, 김영탁 감독을 놀리고, 김영탁 감독과 비슷한 색채이지만, 800만을 찍었던 강영철 감독의 <과속 스캔들>을 찍었던 차태현이 강형철 감독과 김영탁 감독을 비교하는 듯한 언급을 하며, 김영탁 감독을 결코 '천만을 찍을 수도, 찍을 깜냥도 되지 않는 감독'이라 정의내리며, 김영탁 몰이에 가담하여, 김영탁 감독을 난감하게 한다.
(사진; 서울경제)
이후에도, 예능 울렁증이 있다면 그 자리에 참석하지 않은 남상미가, 왜 안나왔느지 절절하게 공감하는 김영탁 감독에 대한 '몰이'는 지속된다.
'천만을 찍을 깜냥'이 되지 않는 이유가, 돈을 벌어, '정말 지루한 영화'를 찍고 싶은 그의 목적이기 때문이라는 것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거기서에, 생각보다 지루했던 영화<헬로 고스트>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간다. 한 시간 사십 여분을 졸다가, 막판에 울고 나온다는 영화이지만, 그래도 차태현같은 배우가 함께 해줘서,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포기하지 않아도 돼서 좋다는 이야기에 이르면, 김영탁 감독이 고집하는 '지루함'에 대해 다시 보게 되기 시작한다.
'느리고 지루한' 일본 영화 스타일을 좋아한다는 김영탁 감독은, '하림'을 좋아하고, 윤종신을 좋아해, 그의 음반을 가지고 있다며, 그만의 정서를 드러낸다. 스스로 가요계의 '섬'으로 존재하고 싶다는 윤종신처럼, 1000만의 흥행보다는, 조금은 지루해도 사람살이를 깊게 천착하는 그런 이야기가 좋다는 김영탁 감독의 정서가 웃음으로 버무려진 '토크' 속에서 수면 위로 드러난다. 물론 개봉을 앞둔 감독 답게, 그러면서도 애교스럽게, 이번 슬로우 비디오는 그래도 <헬로 고스트>보다는 덜 지루하며 셀프 홍보도 마다치 않는다.
하지만, 그런 감독의 자신감은, 이어, 그래서 차태현의, 그래서 자신과 오달수 형님이 고군분투했다는 '역디스'에 의해 무색해 진다.
21세기 폭스사의 제작 공급이라는 자부심을 감독이 펼쳐 놓는가 싶으면, 그 전작이 망한 <런닝맨>이었음이 언급되고, 최근 성공한 제작자가 된 차태현의 형님이 스타웃 하고 싶은 감독에 김영탁 감독도 들어가지만, 그래도 강형철 감독이 우선 순위라며 여전히 한 끝 차이로 부족한 김영탁 감독의 존재를 웃음의 소재로 삼는다.
회차의 상당 부분이, mc진들의 여전히 예능을 어색해 하는 김영탁 감독을 몰이에, 은근슬쩍 한 다리를 걸치는 차태현의 공조로 이어갔지만, 그를 통해, 오히려 김영탁 감독의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사실 홍보성 기사들을 통해 <슬로우 비디오>가 개봉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것만으로 이 영화를 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하림과 윤종신의 음악을 좋아하고, 흥행을 위해 노력은 하지만, 여전히, 소박한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조금은 느리고, 그래서 조금 더 지루한 이야기를, 여전히 놓칠 수 없는, 김영탁 감독의 작품 세계를 <라디오 스타>를 통해 엿보게 되면서, 어쩐지 <슬로우 비디오>란 영화가 보고 싶어지기 시작했다.
또한 그저 늘 웃기는 작품만을 선택하는가 싶었던 차태현이지만, 김영탁 감독과 의기투합하는 그의 선택을 통해, 웃기는 배우 차태현의 작품 세계 또한 들여보게 된 시간이었다. 그리고, 늘 신인 감독들과 함께 하는 배우, 슈퍼 을이 된 배우 차태현의 배우로서의 존재감도, 신념조차도 슬며시 알게 되었다. 그래서 또 연예인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사는 맛을 아는 그가 선택한 그저 웃기는 것이 아닌, 좀 지루해도, 그 속에서 사람 사는 이야기가 들어있는 <슬로우 비디오>가 보고 싶어진다.
난감해 하며 차태현에게 자신이 중국어 인사를 해야 하냐는 식의, 좀 머쓱한 듯, 그래서 좀 심심한 듯 했던, 하지만, 그래서, 김영탁 감독과 차태현, 그리고 늦깍이 신인 김강현에 대해 조금 더 알 수 있게 된 시간, 지루해도 감동이 있다는 <슬로우 비디오>란 영화가 떠올려지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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