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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렇듯 국가적 행사인 올림픽을 향해 각 방송사들이 전력질주한다. 심지어 이제는 중계조차 각 방송사 별 특색을 갖춰, 중계 방송 간의 경쟁 조차도 나날이 치열해 진다. mbc가 스타mc 김성주의 화려한 입담에 의존한다면, sbs는 신예 배성재 아나운서의 차분한 진행과, 거기에 덧붙인 전문가의 노련한 해석의 조화로 mbc의 중계와 쌍벽을 이루어 나가는 가운데, kbs는 강호동이라는 또 다른 스타의 해설 합류로 화제성을 이끌어오고자 했다. 이렇게 각 방송사 별로 중계를 둘러싼 경쟁이 예년과 다르게 좀 더 치열해 지고 있는 가운데 조용히 자신의 전통을 유지해 나가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 이경규다.
올림픽이나, 월드컵이 돌아오면 떠오르는 하나의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이경규가 간다>이다. 2002년 올림픽을 필두로 언제나 우리 나라의 국가적 운동 경기에는 그가 있었다. 이경규가 mbc에서 <일요일일요일 밤에>를 하건, kbs에서 <남자의 자격>을 하건, 심지어 sbs로 옮겨와 <힐링 캠프>를 해도, 언제나 <이경규가 간다>는 그 제목의 고유성을 살려내며 이경규를 따라 다녔다. 그리고 이제, 2014년의 소치 올림픽, <이경규가 간다>를 찾아볼 수는 없다. 대신, 올림픽 기간 동안 17일, 19일 양일 간에 걸쳐 <힐링 캠프> 소치 특집 편이 방영되었다.
예년과 다르게 <이경규가 간다> 대신에 <힐링 캠프> 소치 특집이 방영된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지난 번 <힐링 캠프> 런던 올림픽 특집이었던 '런던 캠프' 특집에 대한 반성이 크지 않았을까 싶다. 2012년 런던 올림픽을 맞아 <이경규가 간다>라는 전통을 유지하고 싶었던 이경규는 <힐링 캠프>라는 특성을 배제하고 런던 올림픽 특집 런던 캠프라는 특집의 미명 하에, 런던 판 <이경규가 간다>를 강행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이경규, 한혜진, 김제동 세 사람의 응원 방식에 호불호가 갈렸으며, <힐링 캠프>란 프로그램의 성격 특성상, <이경규가 간다>라는 방식의 부조화가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웠다. 무엇보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처음 <이경규가 간다>를 했을 때만 해도, 예능 프로그램이 국가적 체육 행사에 앞장서 응원을 한다는 방식이 신선한 포맷이었지만, 이제는 너도 나도 서로 못가서 난리인 상황에서 <이경규가 간다>라는 포맷이 전통성은 있을지언정, 차별성을 누리기 힘든 처지가 되었다는 점이 가장 딜레마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행했던 <힐링 캠프> 런던 캠프는 결국 <이경규가 간다>의 한계점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낸 결과만을 낳았다.
그래서 그랬는지,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을 맞이해, 이경규와 <힐링 캠프>는 지금까지 자신이 해왔던 방식을 포기하고 대신 <힐링 캠프>의 특성을 보다 고수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다. 소치 올림픽 판 <힐링 캠프>가 그 결과다. 이제는 더 이상 신선하지 않은 현지 응원 방식 대신에 발빠르게 금메달리스트 이상화와, 하나의 메달도 따지 못했지만 6회 연속 올림픽 출전이라는 기록을 세운 이규혁 선수를 섭외한 <힐링 캠프> 소치 특집은 <힐링 캠프>다운, 그러면서도, 여전히 국가적 행사의 현장을 지키는 <이경규가 간다>의 전통을 지킨 바람직한 선택이라고 보여진다.
물론, 발빠르게 섭외한 이상화 선수와 이규혁 선수와의 시간이 기대를 충분히 만족시켰는가는 평가의 여지를 남긴다. 늘 그래왔듯 게스트의 역량에 따라 프로그램의 질이 리듬을 타는 <힐링 캠프>답게, 특히나 스포츠 스타들을 데리고는 상투성을 벗어나기 힘들었던 전례처럼, 이상화 선수나, 이규혁 선수의 특집이 특별히 별다르지는 않았다. 그들의 고된 시간을 진솔하게 드러낸 시간은 좋았지만, 뻔해도 너무 뻔한 성유리를 제물로 삼은 러브 라인에 치중한 토크, 거기에 본인이 말해놓고도 무안할 지경의 이경규의 상투적 마무리는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하지만, 그저 보도와 응원에 그쳤던 다른 프로그램들과 달리, 차분하게 올림픽의 상반된 캐릭터의 영웅을 발빠르게 이야기의 장으로 끌어온 것만으로도 <힐링 캠프> 소치 특집은 의미가 있다. 금메달리스트의 영광만큼, 6회를 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노메달인 이규혁 선수의 출연과 그의 소회는 그 자체만으로도 <힐링 캠프>다운 특성을 십분 살려낸 것처럼 보여지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경규의 소치 버전 <이경규가 간다>는 최고는 아니었지만, 그의 전통을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지난 해 sbs연예 대상에서 후배 들과 겨루어 상을 받는 현역으로 여전한 이경규의 저력이 보여지는 지점이다. 또한 이경규의 이런 면은, 또 한 사람, 그의 후배로 여겨지면서, 소치에서 해설자로서 모습을 보였던 강호동과 대비되는 측면이기도 하다.
<우리 동네 예체능>을 진행하는 강호동은 <우리 동네 예체능>의 프로그램적 성격과 어울리지 않게 이번 소치 올림픽에서 프로그램 해설자로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거둔 일련의 성과과 상관없이 과연 이번 올림픽에서 그의 선택이 어울렸는가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가리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우리동네 예체능>이란 프로그램의 성격을 해설자 강호동이 제대로 살려냈는가에는 의문의 방점이 찍히는 상황이다. 자신이 이끄는 프로그램의 성격에도 맞지 않고, 그렇다고 이경규처럼 지금까지 자신이 해오던 전통이 있지도 않은 상황에서 해설자로서의 등장은 <달빛 프린스>의 강호동처럼, 나도 이런 걸 할 수 있다. 혹은 그저 올림픽이니 나도 한 자리 끼어보자 라는 강호동 자신의 욕심만이 앞선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지난 런던 올림픽의 단점을 극복한 이경규의 선택에 한 수 아래다. 50을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후배들과 대등한 경쟁을 하는 이경규와, 짧은 자중과 숙고 뒤에 오래도록 자신의 페이스를 찾지 못하는 강호동의 차별 지점이기도 하다. 소치 올림픽의 이경규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현장을 지키던 자신의 전통을 지키면서, 자신이 하는 프로그램의 전통도 살린 현명한 버전업의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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