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1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4부작 <미미>가 방영을 시작했다. '고스트 로맨스'라는 수식어가 붙은 것처럼, <미미>는 이제는 죽어 영혼이 되어 떠도는 미미와, 28살의 잘 나가는 웹툰 작가가 되었지만 불현듯 지난 기억을 잃어, 자신의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 헤매는 미미의 첫사랑 한민우의 뒤늦은 혹은 지나간 사랑이야기이다. 


드라마는 마치 청소년 관람가가 아니라, 청소년만 보라는 듯이 소녀들의 사춘기 시절 감성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한 그래서 조금이라도 철이 든 사람들이 오면 손발이 오그라들어 쓰러질 듯한 순정만화식의 설정으로 도배된다. 

메모리

아파서 학교를 다니는 둥 마는 둥 휴학을 밥먹듯이 하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모의 미용실에서 일을 도우며 학교가 그리울 때면 교복을 입고 학교에 숨어드는 비밀스런 소녀. 아무도 없는 미술실에 홀로 남아 묘한 분위기의 그림 그리기에 몰두하는 어딘가 외로워 보이는 소년. 그런데 우연한 해프닝으로, 아니 이제는 솔직히 뻔해도 너무 뻔한 소녀의 실수로 인한 만남과, 자전거 타기 등의 도발 등으로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고, 그 호감을 만남으로 이어간 소년과, 소녀, 알고보니 이들에게는 서로가 공감할 만한 가족으로 인한 상처가 있었다! 소년의 상처를 위해, 소년에게는 소년을 구하다 죽어간 아버지가 등장하고, 소녀에게는 소녀에게 이름모를 병을 물려줄 병으로 고생하다 죽은 어머니와 그 어머니를 따라간 아버지가 존재한다. 청춘의 고독을 씹기 위해서, 내가 어디서 데려온 자식이었으면 좋겠어, 아니 데려온 자식이 아닐까, 내가 출생의 비밀이 있는 게 아닐까 생각을 부풀렸던 사춘기 시절의 그 상상력의 척도에 딱 들어맞는 설정이다. 그래서 그저 우연히 마주친 소년과 소녀는, 당연히 그래야 했던 것처럼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고, 그 호감은, 그들 각자가 가진 비밀을 공유하는 만큼, 연민으로 사랑으로 발전하는데 하등의 이견을 제시하지 않는다. 

하지만 1시간 여의 드라마가 방영되는 동안, 위의 구구절절한(?) 설정 들을 드라마는 굳이 설명하지 않는다. 우리가 3분 여의 짧은 뮤직 비디오에서 흔히 보았듯이, 드라마 속 그녀와 그는 그저 당연히 만나고 그리고 사랑하고, 이제 뜻하지 않게 이별까지 하며 또 다른 사연을 보탤 기세다. 그리고 설명을 하는 대신, 드라마는 그 행간을 장황한 음악으로 채워간다. 마치, the sm 발라드의 홍보용 뮤직 비디오라도 되는 것처럼, 드라마는 태연과, 종현 등의 목소리로 충만하다. 드라마를 보고 있노라면, 과연 이 드라마의 목적이, 스토리인지, 아니면 상투적인 스토리를 뛰어넘어 존재감을 드러내는 ost인지 질문할 수 밖에 만들도록.

뭐 비단 <미미>의 문제만이 아니다. <응답하라 1997>이란 드라마를 통해 ost로 부각된 90년대 음악의 융성을 기점으로 케이블 방송 드라마들에 있어서 음악은 더 이상 배경이 아닌 것이 되었다. 특히 m.net에서 앞서 방영되었던 <몬스타>의 경우는 드라마의 제재도 음악이었으며, 그 역시 드라마적 설정의 빈 공간을 음악으로 꽉 채웠다는 데서, <미미>와 다르지 않다고 보여진다. 아니 이제 애초에 본말이 전도된, 음악 드라마라는 형식이 m.net 드라마적 경향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보여지기도 하는 증거이기도 하다. 언제부터인가 음악이 그저 ost에 머물고 있다는 자조도, m.net 드라마의 경우가 되면, 그 경우가 역전이 되는 것이다. 

미라클

주인공의 대사보다도 많은 음악, 구체적이고 개연성있는 상황 설정보다도 아름다운 배경과 그럴듯한 분위기와 거기에 깔리는 드라마의 설정보다도 더 그럴 듯한 음악으로 대신되는 드라마의 내용을 이른바 '스타일리쉬한' 특징이란듯 내걸고 있다. 마치 중년 이후의 세대를 대상으로 한 드라마들이, '막장'이란 요소를 세대적 흥행의 주된 코드로 장착하듯이, 청소년 세대, 그 중에서도 특히 여린 감성의 소녀 세대를 농단하기 위해서는, 분위기있는 그럴듯한 음악과 순정만화 스타일의 사랑만 있으면 된다는 또 하나의 공식 같이 m.net 드라마의 특징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결코 '막장'을 좋은 드라마라고 하지 않듯, 죽음을 농락하는 극단적 낭만주의에 호소하는 <미미>식의 설정이 결코 청소년의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될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부화뇌동하기 쉬운 여린 소녀 감성일 수록, 그 감성을 자극만 하지 않을 더 섬세한 개연성과 논리가 심어져야 하지 않을까. 그저 그들이 보면 설레일 모든 설정이 모아놓은 드라마는 지극히 청소년들을 구매 대상으로만 삼은 얕은 속내를 드러내고 있는 듯이 보여진다. 심지어 19금에도 불구하고, 이젠 <마녀 사냥>을 현실적이라며 즐겨보는 청소년들이 과연 <미미>식의 감성에 호응을 할지조차 의문이다. 

<미미>는 두 주인공 최강 창민과 문가영이 각가 sm과 sm의 방계 회사 smc&c이며, 드라마에서 주구장창 흐르던 ost 역시 sm 소속 태연과 종현의 음악이듯이, made by sm의 드라마이다. yg의 아이돌 양성 과정을 <위너tv>란 프로그램으로 고스란히 보여주는 상황에서 굳이 드라마가 made by sm을 걸고 넘어지는 것도 우스운 일이 되었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주된 시청층인 채널이 거대 기획사들의 홍보의 장이 되고 있다는 점은, 이제는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일지도 모르겠지만, 케이블임에도 공중의 전파를 활용하는 매체로서의, 그리고 결국은 청소년 문화를 끌고가는  m.net의 책임감이란  문제를 한번쯤은 되짚어 볼 지점이기도 하다. 


by meditator 2014. 2. 22. 10: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