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5월 25일 첫 선을 보인 <촉촉한 오빠들>, 제목은 촉촉한 오빠들이라며 예능 늦둥이 김상경, 현주엽, 정상훈, 강균성을 내세웠지만, 사실 이 예능의 본질은 세상을 살아가는 평번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거기에 덧붙인 감동 이벤트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사연에 소박한 이벤트
1년 째 백혈병에 걸려 병원에서 생활해야 하는 정원이, 하지만 오랜 병원 생활에도 불구하고 겨우 다섯 살인 아이에게 주사를 맞는 것은 언제나 견디기 힘든 순간이다. 엄마는, 아이가 조금이라도 그 어려운 시간을 견딜 수 있도록 의지가 되는 친구가 있었으면 한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모든 아이들이 좋아하는 뽀로로, 어른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아이들의 친구 뽀로로가 커다란 모습으로 등장하여, 정원이와 정말 꿈같은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주사 맞을 때마다 용기를 주는 선물 모자를 건넨다. 그리고 주사만 봐도 발작처럼 울음을 터트리던 아이는 기적같이 엄마가 없어도, 혼자 주사를 견딘다.
다음 이벤트는 요즘 세상에 가장 고달픈 대상, 바로 취준생들이다. 면접을 보러 들어간 취준생들, 애써 웃음을 짓던 그들의 얼굴을 무너뜨리고 만 입사의 자격을 묻는 가혹한 질문들. 혼자 남은 방에서 눈물을 흘리고 고개를 파묻던 그들의 눈 앞에 켜진 텔레비젼 모니터, 그리고, 자신을 소개하는 그들의 영상 뒤로 이어지는 부모님들의 모습, 초라한 모습으로 자괴감에 시달리는 그들에게 그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자랑스러운 자식임을 강변하는 부모님들의 모습에 취준생들은 울음을 터트린다.
마지막 순서는 '밥 한번 먹자', 거리에서, 공원에서, 씨름 연습을 하는 운동장 모래판에서, 그리고 거리의 버스 안에서, 의뢰인의 '밥 한번 먹자'라는 청원에 느닷없이 일군의 청년들이 등장하여 밥상을 차린다. 그러면 그 밥상 앞에서, 결혼을 앞둔 장인과 사위가, 오랜 연인이, 그리고 어머니와 딸이 마음을 나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든 사연들이 <촉촉한 오빠들>의 이야기이다. 아프고, 이제 세상 밖으로 떠밀려난 청춘들, 그리고 세상살이에 고달픈 엄마, 그리고 작은 이벤트, 물론 뽀로로가 노란 모자를 주었다고 정원이가 맞는 주사가 아프지 않을 건 아니지만, 부모님들이 대신 나서서 우리 자식들이 이렇게 자랑스럽다 말한들 그들의 취직 결과가 달라질 것은 아니지만, 딸이 차려준 한번의 밥상이 엄마가 느끼는 세상의 무게를 달리 해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 작은 이벤트로 정원이도, 취준생들도, 엄마도 세상을 살 힘을 얻는다.
사연과 이벤트에 더한 눈물 한 스푼
바로 그렇게 너의 힘듬을 조금은 나누어 가지는 나의 공감이 <촉촉한 오빠들>의 핵심이다. 비싸서 평소에 오리 한번 사먹기 힘든 가장 엄마와 그런 엄마가 안쓰러운 딸은 버스에 급작스럽게 차려진 오리 만찬에 서로 먹기를 권한다. 그 와중에도 이거 니가 산 거냐고 조심스레 물어보는 이 모녀의 삶에 드리운 무게, 그 무게를 공감하는 딸의 '밥 한번 먹자'를 공감하는 사람들이 또 있다. 바로 '촉촉한 오빠들'이 그들이다.
텔레비젼 앞에서 시청자이 사연에 울고 웃고 공감하던 역할을 김상경, 현주엽, 정상훈, 강균성 등 '모냥 빠지고 싶지 않은 남자들'이 눈물 줄줄 흘리며 대신 해주면서, <촉촉한 오빠들>은 흔한 사연과 이벤트의 예능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공감'의 예능이 된다. 그리고 이렇게 '공감' 조차도 새로운 예능의 한 형식으로 자리잡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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