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며 '인간다움'을 잃어가는 시대에, '아날로그한' 인간성 회복을 주창하며 시작되었던 <인간의 조건>, 우리를 문명의 노예로 만들었던 핸드폰, 텔레비젼, 컴퓨터 없는 3무생활로 시작하여, 쓰레기없이 살기, 물 소비 줄이기 등 갖가지 문명에 휘둘리지 않는 '인간주의'를 실천해 왔다. 그러나 회를 거듭하면서 멤버를 교체해 가며 여러가지 인간의 조건을 실천해 봤지만, 고갈된 소재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한 채, 시즌2에 이르러서는 <인간의 조건>이란 고유한 아이덴티티마저 놓친 채 <삼시세끼> 등의 아류라는 오명조차 뒤집어 쓰게 되었다.그렇게 자중지난에 빠졌던 <인간의 조건>이 대세 쉐프들이 합류한 새로운 멤버, 그리고 '도시 농업'이라는 새로운 아이템을 들고 돌아왔다.
왜 하필이면 옥상에 텃밭을?
<인간의 조건3>가 새로이 시도한 '도시 농업' 그 중에서도 옥상 텃밭으로 인해 이미 한차례 홍역을 치른바 있다. 지난 4월 kbs 연구동 건물 옥상에 농사를 짓기 위한 흙 포대를 올리려다, 1층 어린이집 학부모들의 반대에 부딪치게 된 것이다. 이에 kbs 연구동 옥상에서 찍은 분량을 전량 엎은 제작진은 영등포 구정 옥상으로 장소를 옮겨 혹시나 있을 반대를 우려에 사전에 하중 조사까지 완료한다.
그렇다면 왜 굳이 장소를 옮겨가면서 까지 옥상에 텃밭을 만들려고 할까? 사전 조사나, 주거인과의 합의가 미처 이루어 지지 않아 아쉬웠지만, 이미 '옥상 텃밭'은 자투리 텃밭, 상자 텃밭과 함께 친환경 도시 농업의 대세 아이템이다. 녹지 공간이 부족하기 이를데 없는 도시에서 도시 열섬화 방지 및 녹지 공간을 통한 기후 완화와, 정서 함양, 그리고 실질적으로는 '먹거리 공급'에 이르기 까지 다목적적 방향에서 민관 양쪽에서 활발하게 시도되고 있는 '농업'인 것이다. 건물 옥상에 마련된 텃밭은 그 하중만 견뎌 준다면, 건물에 사는 사람들에게 '친환경적' 공간을 마련해 줌은 물론, 실질적으로 건물의 일조량을 견뎌주는 환경적 요인마저 더해준다. 거기에, <인간의 조건3>의 옥상 텃밭이 자리잡은 영등포 구청의 경우 주변에 '산'이 하나도 없은 온전히 도시만의 공간이기에, 녹지 공간의 조성은 절실하다. 그렇게 이미 '친환경 농업'의 대세로 자리잡은 '옥상 텃밭', 그것이 <인간의 조건3>가 야심차게 내건 화두가 된다.
'옥상 텃밭'을 일굴 새로운 농부들
그렇다면 트렌드가 된 옥상 텃밭을 일굴 새로운 얼굴들은 누구일까? 트렌드에 걸맞게 대세 쉐프들이 새로운 멤버로 합류했다. <냄장고를 부탁해>에서 '톰과 제리'처럼 아웅다웅하며 이미 남다른 케미를 선보였던 최현석 쉐프와 정창욱 쉐프가 새로운 멤버로 합류한 것이다. 이들과 함께 미트틱 89의 대표이자 예능의 첫 포문을 열었던 음악인 윤종신과, 그의 음악 노예로 이름을 알리게 된 조정치가 시즌3의 새로운 얼굴로 등장했다. 그리고 이미 시즌 1을 통해 '엄마'같은 존재감을 드러내었던 정태호와, 역시나 <인간의 조건>에 합류하였던 박성광이 함께 했다. 익숙한 듯 하지만 이질적인 이 새로운 조합의 묘미는 아직 미지수다.
23일 첫 선을 보인 <인간의 조건3>는 옥상에 텃밭이 만들어 지기까지의 과정을 선보였다. 텃밭을 이룰 흙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지 사전의 철저한 조사와, 물기를 견딜 방수포 작업에서 흙 깔기까지의 제반 과정이 보여졌다. 거기에, 새로이 만난 여섯 멤버들의 조금은 어색한듯, 하지만 어느새 어깨를 툭툭 치고 반말이 나오게 되는 친밀함의 과정도 그려졌다.
최현석 쉐프는 예능 대세 답게 결코 한 순간도 포인트를 놓치지 않고 자신의 캐릭터를 들이밀었고, 그런 그의 여전한 '허세' 캐릭터는 <인간의 조건3>의 주요한 재밋거리가 될 것임을 예고한다. 최현석 쉐프에 못지 않게 흥미를 유발한 것은 정창욱 쉐프이다. '서기'를 자처한 꼼꼼한 성격에 자기 돈 출현도 마다하지 않는 헌신성, 그리고 이미 농사의 유경험까지, 옥상 텃밭 프로젝트에 가장 적임자임을 첫 회에 이미 드러낸다. 거기에 사적으로 친밀한 최현석 쉐프와의 아웅다웅은 <인간의 조건3>의 쌍두 마차가 될 것임을 예고한다.
그렇게 이미 대세가 되었지만 여전히 삽질마저도 최현석답게 해버리는 최현석 쉐프와, 그에 못지 않게 차곡차곡 캐릭터를 쌓아가는 정창욱 쉐프에 비해, 다른 출연진들은 어쩐지 좀 너무 익숙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어느 자리에서 꾸준히 성실함을 보이는 정태호나 아직은 그 면모가 드러나지 않은 악동 박성광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윤종신과 조정치에 이르르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심지어 첫 회부터, 몸을 쓰는 대신 '입농사'로 일관하는 윤종신의 경우, 과연 '예능적 캐릭터'로서의 진부함에 덧붙여, '옥상 농사'에 어울리는 인물인가 생각해 보게 된다. 몸을 쓰는 리얼리티 예능에서 윤종신의 존재감은 진부하거나 미진했기 때문이다. 몇 번의 삽질에 지쳐버린 조정치 역시 <무한 도전>이 아닌 <인간의 조건>에서 그 존재 의미 여부가 의심스럽다. 들여다보면 입부터 나서는 캐릭터에서, 대뜸 나서고 부터 보는 캐릭터까지 다양한 캐릭터들의 군집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사'라는 몸을 쓰는 예능에서의 진정성에, 과연 이 여섯 멤버들이 어느 만큼 진정성있는 결과물을 답보해 낼지, 그것이 결국 <인간의 조건3>가 받아들 성적표를 좌우할 것이다.
<인간의 조건>을 처음 시작할 때 호평 일색이던 그 좋은 설정을 가지고도 결국은 <삼시 세끼> 아류로 전락했던 과정을 되돌아 보노라면, 결국은 이 새로운, 혹은 진부한 멤버들과 함께 그들이 흘린 땀을 예능으로 수확해낼 '제작진'의 능력에 새로운 <인간의 조건>의 운명이 달려있다. 하다못해 닭조차도 분량을 챙기는 대세 <삼시세끼>가 순항 중인 이때, 대세 쉐프들을 두 명이나 합류시킨 <인간의 조건>이 과연 새로운 대세가 될 수 있을지, 첫 술에 배부르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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